국어, 언어학 잡설

1. '여' 불규칙

ㄱ부터 ㅎ까지
'가다(go), 나다(bring forth), 사다(buy), 자다(sleep), 차다(kick), 타다(get on), 파다(dig)'
라는 용어들을 생각해 보면, 이들은 과거형은
'갔다, 났다, 샀다, 잤다, 찼다, 탔다, 팠다'
라는 아주 규칙적인 패턴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하다'(do)만은..
'하였다' 아니면 '했다'라고 굉장히 이상하게 활용된다. 중등학교 국어 시간엔 이를 '여' 불규칙이라고 배운다.
그런데 어미 '여'가 쓸데없이 붙는 것도 이상한데, 그게 축약되어서 '했다'가 되는 건 또 뭐냐..? '하다' 말고 그 어떤 용언도 활용 시에 ㅏ와 ㅐ가 그런 식으로 연계하여 변하는 경우는 없다.

'가다'의 경우, 다른 'Xㅏ다' 용언과는 달리, 명령형에서 '가거라'라고 생뚱맞은 '거'가 불규칙으로 첨가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 '거'는 명령형에서만 첨가되지 '해서/하여서, 했다/하였다'의 '여'에 비하면 등장이 훨씬 제한적이다.

'갔다', '팠다'처럼 '핬다'라는 단어는 한국어의 역사상 존재한 적이 없었던 걸까? 원래 있긴 했는데 혹시 전설모음 역행동화가 일어나서 '했다'라고 바뀌기라도 한 건 아닐까? 난 잘 모르겠다.

본인은 '바라다'가 자꾸 '바랬다', '바랬는데', '바램'처럼 활용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현상이 아닌가 하고 거의 10년도 넘게 더 전부터 생각해 왔다. '하다'는 '함'이 '햄'으로 바뀌는 건 아니니 둘이 완전히 같은 양상은 아닌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도 자음 하나만 다른 '자라다'는 활용 과정에서 '라'가 '래'로 바뀌는 현상이 결코 전혀 없으니 참으로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자랐다', '자랐는데', '자람' 등.. =_= 신기하다.

2. 지난 학기에 들은 변형 생성 문법 수업의 편린

(1) 아무래도 교재가 영어 원서이고 영어 통사론을 다루는 비중이 적지 않다 보니.. 선생님이 영어 고어 문법 얘기도 종종 하셨다. 그래서 내 머리엔 KJV 영어가 떠오른 적이 적지 않았다.

옛날에는 be + 동사PP가 수동태뿐만 아니라 마치 지금의 have + 동사PP처럼 완료 시제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KJV에 "is come"이 왜 이리도 많이 등장하는지 이제 알 것 같다.

(2) have가 의문문으로 등장할 때 Do you have 대신 곧바로 Have가 나오는 거..
난 개인적으로 have ye any meat? (요 21:5)가 곧장 떠오르던데 오늘날에도 이런 패턴이 영국의 일부 방언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마치 C언어로 치면, C이긴 한데 오늘날 안 쓰는 오리지널 K&R 스타일 C 같은 느낌이다. #include 과감히 생략하고 main 함수에 int나 return 다 생략하고 바로 printf("hello, world!");를 하는... 좋게 말하면 간결하고 나쁘게 말하면 불친절한 스타일 되겠다.

(3) 문법을 설명하는 데도 문장 구조 binary tree를 그려서 노드를 이리 저리 옮기는 게 많다. 마치 빨강 검정 나무의 동작을 다루는 것 같았다. 물론 둘은 개념과 성격은 서로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또한, 전산학 자료구조 시간에는 tree 노드를 표현할 때 sibling, child 등 다 중성 어휘를 쓰지만, 언어학에서는 sister, daughter 같은 여성형 어휘를 쓰더라.

프로그래밍 언어와 자연어를 설명하는 이론을 모두 마스터하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4/07/28 08:33 2014/07/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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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에 한글 맞춤법이 바뀌면서(본격적으로 시행된 건 1989년 3월 1일부터) 생긴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는 종결 어미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것이다.
이 변화 때문에 사람들이 '-음'까지 '-슴'으로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8시에 갔슴). 그리고 재야에서 현행 한글 맞춤법에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것이 형태주의에서 표음주의로 후퇴한 개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습니다'는 한국어의 형태소를 더 잘 반영한 바람직한 변화이다.
이때의 '-습-'은 상대 높임을 나타내는 교착 선어말 어미로, '용언의 어간+시제 선어말 어미'까지 나왔고 앞 글자에 받침이 있을 때 등장하는 선어말 어미이다.
시제 선어말 어미가 마침 -ㅆ이기 때문에 '습'과 음운이 겹치는 것 같지만, 이들은 원래 서로 다른 형태소이다.

ㅆ이 아닌 다른 받침을 생각해 보면 명확해진다.
가령, '괜찮습니다'는 맞지만 '괜찮슴'이라고는 안 하고 '괜찮음'이 맞다.
그리고 '괜찮사옵니다'/'괜찮소'라고 하지, '괜찮아옵니다'/'괜찮오'라고는 안 한다.

앞 글자에 받침이 없으면 이 선어말 어미는 '습' 대신 그냥 '-ㅂ'으로만 훨씬 더 단순하게 실현된다. 갑니다, 감, 가옵니다, 가오 등.
이 정도면 '습' 또는 'ㅅ'의 존재감에 대해 충분히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맞춤법 개정 전에는 ㅆ 다음에만 '읍니다'이고, '괜찮습니다' 같은 다른 자음 받침 다음에는 '습니다'를 썼었다. 어차피 둘은 동일한 형태소이니, 괜히 그럴 필요가 없이 ㅆ 다음에도 똑같이 '습니다'로 적어 주는 게 더 합리적임을 알 수 있다.
1988년의 맞춤법 개정안에 비판적인 논조여서 내부적으로 성과 이름을 여전히 띄어 쓰고 있는 한글 학회에서도, '-습니다'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다.

한국어의 변화무쌍함과, 그에 비례하여 한글 맞춤법의 복잡함과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습니다'냐 '읍니다'냐를 따지는 건 국어학 내지 언어학에서 형태론이라는 분야에 속한다.
국어학 전공자 내지 국어 교사 지망생들은 용언의 어미를 공부할 때 '가/시/었/겠/습/니다'라는 단어를 일일이 떼어내서 각 형태소들의 의미를 공부한다. 어간과 어말 어미 사이에 저 화려한 선어말 어미들의 나열을 보시라.

어떤 언어를 공부할 때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으면서 익혀야 할 텐데,
복잡한 용언 활용이 일어난 한국어 문장은 단어를 떼어내서 사전에 존재하는 표제어 형태를 유추해 내는 것부터가 굉장히 높은 수준의 언어 직관을 필요로 할 것 같다. 특히 한국어를 외국어로서 공부하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오랜만에 모처럼 우리말 분야에 글 하나 투척했다.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13/06/16 08:32 2013/06/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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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언어 현상 관찰 -- 下

* 上에서 이어짐

5. 동사와 형용사가 오락가락 하는 단어

영어의 correct/incorrect 및 right/wrong은 형용사이다. 그 반면, 국어의 '맞다/틀리다'는 영어에서 같은 의미에 대응하는 단어들과는 달리, 품사가 동사이다.

국어에서 동사와 형용사는 똑같이 활용이 일어나는 용언으로 분류되나, 서로 차이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동사는 현재 시제 선어말 어미인 '-ㄴ-/-는-'이 붙을 수 있지만 형용사는 그렇지 않다. '맞다'는 동사이기 때문에 “맞은 답을 고르시오”라고 안 하고, “맞는 답을 고르시오”라고 쓰인다. 형용사인 '낮다'(low)는 '낮은 언덕'이라고 활용된다는 점을 같이 생각해 보시라.

그런데 '맞다'와는 달리 '알맞다'는 형용사이다. '맞다'일 때는 “맞는 답을 고르시오”인데, '알맞다'를 쓰면 “알맞은 답을 고르시오”라고 써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맞다' 역시, 동사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형용사처럼 즐겨 쓰이기도 한다. “A가 하니라 B처럼 하는 게 맞다”라고 표현하지, “B처럼 하는 게 맞는다”라고 쓰면 굉장히 어색한 건 나만의 생각인지?

반의어인 '틀리다'도 마찬가지여서 '틀리다', '틀린다', '틀렸다' 등의 쓰임이 오늘날은 굉장히 뒤죽박죽이 돼 있다. 그런 와중에 잘 알다시피 '다르다'의 의미까지 들어왔으니 카오스 그 자체. 최신 말뭉치를 통해 용례를 뽑아 보면 아주 가관이지 싶다.

동사와 형용사가 오락가락 하는 단어로 또 '웃기다'가 있다. 원래는 누구를 웃게 한다는 뜻의 사동사인데, '웃긴'이라고 하면 '우스운'이라는 형용사로 사실상 보편적으로 통용 중이기 때문이다. 이런 예가 국어에 좀 더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6. 영단어 발음의 한글 표기와 관련된 혼란

첫째, 음절 말미의 자음을 별도의 음절로 빼내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내가 아는 한 규칙성 따윈 없으며, 진짜 case by case이다. 이 요소를 이용해 똑같은 영단어의 다의성을 구분하는 경우까지 있다.

타이프, 타입(type): 전자는 인쇄 분야 용어, 후자는 그냥 보통명사
네트, 넷(net): 전자는 스포츠 분야 용어, 후자는 컴퓨터 쪽 용어
태그(tag), 백(bag), 랙(lag), 개그(gag)
빅(big), 버그(bug)


둘째, 단모음을 읽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일본이나 영국, 심지어 독일의 영향을 받아서 A는 쿨하게 ㅏ로, O는 ㅗ로 표기하는 색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식 발음에 더 가깝게 A는 ㅐ로, O는 ㅏ로 바꾸는 추세이다. 특히 단모음 O의 혼란이 심하다.

도트, 닷(dot): 전자는 그래픽 용어(도트 노가다, 도트 프린터), 후자는 인터넷 용어(닷컴, 닷넷 등)
톱, 탑(top) / 톰, 탐(Tom)
알레르기, 앨러지 / 게놈, 지넘 같은 예도..


셋째, 모음을 장모음으로 읽느냐, 단모음으로 읽느냐이다. 한 단어에 모음 두 개가 있을 때 첫 모음을 장모음으로 읽을지 단모음으로 읽을지 문제는, 로마자 알파벳을 쓰는 영어권에서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혼란으로 남지 싶다.

프로필, 프로파일(profile): 전자는 누구의 신상 정보인 반면, 후자는 정밀 검사를 뜻한다.
디렉트, 다이렉트(direct): 전자가 영어권에서 더 널리 쓰이는 발음이지만, DirectX는 유독 후자의 발음으로 불린다.
ASUS: 아수스, 에이서스
Radeon: 레이디언, 라데온
LATEX: 라텍스-_-, 레이텍. 전자 발음을 꿋꿋이 고집하는 분들도 국내에 여럿 계신다.


인도 식 영어에는 data도 라라 크로프트(Lara)를 읽듯이 자기네끼리 '다타'라고 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7. 숫자의 한자음에 존재하는 두음법칙

국어의 한자어 숫자 0(영)부터 9(구) 중, 유일하게 자음이 ㄹ이어서 두음법칙이 적용되는 숫자가 있으니, 바로 6(륙)이다. 얘는 원래 육이 아니라 륙이 맞는 독음이지만, 이게 어두에서의 대표음이다 보니 '륙'은 존재감이 굉장히 줄어들어 있다.

이번 <날개셋> 한글 입력기 6.7은 '숫자를 한글로' 텍스트 필터의 알고리즘을 수정하여, 천 단위와 소숫점 단위에서 처음 등장하는 6은 '육'으로, 그리고 그 단위 안에서 그 뒤부터 등장하는 6은 '륙'으로 변환하게 했다.

숫자 하니까 떠오르는 여담이다만, 영어 number는 일반적으로 연속적인 양 내지 개수를 나타내는 '수'를 뜻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산적인 개체를 식별하는 '번호'도 된다(telephone number).

성경에서 이런 이중적인 개념 때문에 중의적인 심상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계 13:18의 그 이름도 유명한 짐승의 수 666임이 틀림없다.
666은 짐승의 number라고 하는데 수일까 아니면 일련번호의 성격이 더 강할까?

8. 접두사와 접미사

같은 접사나 단어라도, 단어나 문장의 앞에 등장할 때와 뒤에 등장할 때의 뉘앙스는 서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女를 생각해 보자.

여형사(female)
형사녀(-ess 여성형 접미사)


요즘 '쩍벌남', '된장녀'처럼 남-녀를 꼭 접미사처럼 쓰는 게 유행이다 보니 위의 두 단어는 뭔가 쓰임이 달라져 있다. 접두사 '여'는 전통적인 female이라는 관형어 역할을 하는 반면, 접미사 '녀'는 웬지 단어 뒤에 붙은 여성형 접미사 역할을 하는 듯이 느껴지지 않는지?

난 영어에서 비슷하다면 비슷한 현상을 발견하는 게 뭐냐 하면 대명사에서 주격과 목적격의 관계 같다.
영어는 SVO형 언어라는 특성상, 도치 형태가 아니라면 주어는 언제나 문장의 처음에 나오고, 목적어는 언제나 문장의 끝에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주격이 문장의 말미에 등장하는 게 되려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이런 심리 때문에 “나예요”가 It's I 대신, 구어를 중심으로 자꾸 It's me로 바뀌는 게 아닐까?
“He's taller than I.” 같은 문장도 자꾸 than me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I는 문장을 시작하는 단어이고 me는 문장을 끝내는 단어라는 편견이 내게만 있는 건 아니라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봤던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둘의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발견된다. <미녀와 야수>와 <알라딘>은 1991년과 1992년, 아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전자는 결말부에서 저주의 마법이 풀린 야수가 벨에게 “자기야, 나야!” 정도의 뉘앙스로 말할 때 “Bell, it's me!”라고 me를 썼다.
그 반면 후자에서는, 갓 잠에서 깨어나 심기가 불편한 신비의 동굴(Cave of Wonders)이 “Who disturbs my slumber?”이라는 아주 유명한 질문을 할 때, 알라딘이 쫄아서 “어.. 접니다. 알라딘이에요.”라는 의미로 “It is I, Aladdin.”이라고 me가 아닌 I를 써서 대답한다. I가 me보다 격식을 차린 말투라는 뜻 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2/11/08 08:30 2012/11/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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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2/11/08 08:57 # M/D Reply Permalink

    1. Data는 토익 지문 같은 것 들을 때, "다라"에 비슷하게 읽는 것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2. Tom과 같은 예로 Bob이 있습니다. 밥으로 발음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번역하고 싶어도, 보브로 번역해야 말이 되는 경우가 있어, 자주 그런 것을 봤습니다. Don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되고요.

    3. He's taller than me라고 영어 작문 시간에 썼다가 감점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교수님이 원어민이셨는데, "그렇게 많이들 쓰길래 그랬는데,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라고 질문했더니, 원어민도 자주 틀리는 문법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1. 사무엘 2012/11/08 10:12 # M/D Permalink

      1. 헉, 토익은 international 영어를 표방해서 그런가요? 단모음 data 발음을 실제로 들려 주는군요.
      2.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스크루지네 회사의 조수의 이름이 ‘보브’이죠. 아직도 기억합니다.
      3. 그렇게 me와 I가 문란해지는 게 한국어로 치면 다르다/틀리다 문란 현상에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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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언어 현상 관찰 -- 上

철도, 컴퓨터, 교통 덕질에 밀려서 너무 오랫동안 먼지가 쌓여 있던 언어 카테고리에 오랜만에 글 나가신다.

1. 이다

영어에서 be 동사는 존재를 나타내는 아주 독특하고 중요한 단어이다.
한국어에는 be에 부분적으로 대응하는 개념으로 '이다'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역시 문법적 역할을 분류하기가 꽤 까다로운 단어이다. '다'로 끝나니 용언 같아 보이긴 하나 그러기에는 존재감이 너무 없고.

요즘은 '이다'를 '서술격 조사'로 분류하는 게 대세여서 학교 문법을 포함해 어지간한 사전에도 그렇게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조사가 아닌 단순한 종결어미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be는 한국어로 치면 '이다'와 '있다' 사이를 함축적으로 감싸는 단어라 볼 수 있다. (이것도 영어로는 have를 쓸 걸 한국어로는 그냥 '있다'로 번역하는 경우가 있어서 더욱 미묘한 구석이 있지만..) 게다가 I am이라고 하면 하나님의 타이틀과도 관계가 있어서 성경 번역에 민감성을 한층 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것 말이다.

Before Abraham was, I am. (요 8:58; 아브라함이 있기 전부터 나는 있느니라)
I AM THAT I AM. (출 3:14; 나는 곧 나니라;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 등~)
I AM hath sent me unto you. (엥, I AM 자체가 명사로!)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에도 아래와 같은 너무나 유명한 문장이 있다. 한국어는 영어 표현의 함축성을 그대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한 단계 의역되었음을 알 수 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물론 영어권 사람들에게 와 닿는 의미는 한국어 번역과 동일하다. 그들에게 본디 문장에 대해 paraphrase를 시켜 봐도 to live, or to die가 들어간다.

이뿐만이 아니라 영어의 be 동사는 한국어의 '이다'와 크게 다른 점이 하나 발견되는데, 그것은 바로 시제이다.

공 병우 박사는 세벌식 한글 타자기의 [발명가이다].
내가 [어릴 때는/어렸을 때]는 인터넷도 없었고 스마트폰 같은 것도 없었다.
세종대왕은 조선의 [성군이다].


이런 문장을 영작하게 되면 모두 현재 시제가 아니라 반드시 과거 시제인 was가 붙는다. 공 박사건 세종대왕이건 2012년 현재는 죽고 없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과거 시제를 쓰는가 보다.

그러나 한국어는 지금도 그분들에 대한 역사적 행적이 변함없는 사실이라는 점을 중점에 두고 '이었다'보다는 '이다'를 선호한다.
“세종대왕은 조선의 [성군이었다]”라고 쓰면 꼭 “명왕성은 태양계의 아홉째 행성이었다”처럼 역사가 번복되었거나, 아니면 세종대왕이 말기에는 폭군으로 흑화했다는 여운을 강하게 남기게 된다.

혹시 내 언어 직관과 다른 생각을 갖고 계신 분 있으면 의견 기다리겠다.

2. '-이/가'와 '-은/는'의 차이는 무엇일까?

간단한 것 같아도 둘은 개념적으로 서로 꽤 다른 단어이다.

전자는 격(格)을 갖는 조사로, 주격 조사와 보격 조사의 역할을 겸한다. 다시 말해 선행사가 주어임을 나타내거나 보어임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후자는 격이 없는 보조사 또는 특수 조사라고 불리며, 문맥 독립이 아니라 문맥 의존적인 문법을 구성한다. 보조사는 대체로 주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으나, 문맥에 따라 목적격도 되고, 사실은 보격도 안 되라는 법이 없다. '-은/는' 말고도 보조사로는 '-만', '-도' 같은 것 게 더 있다.

보조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문법적으로 굉장히 wild하고 어려운 개념이다.
격조사는 국어 통사론의 맨 첫 단원에서 문장의 필수 요소로 곧장 다뤄지는 반면, 보조사는 통사론이 다 끝나고 화용론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다뤄진다. 그 정도로 서로 차원이 다르다.

마치 스타크래프트에서 스포닝 풀을 짓고 나면 저글링의 발업(격조사)은 해처리 수준에서 곧장 가능한 반면, 아드레날린업(보조사)은 무려 하이브까지 올린 뒤에야 가능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랄까.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스타크래프트 세 종족을 통틀어서 한 유닛의 업그레이드 사이에 이 정도로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건 저것밖에 없다.

3. '없다'와 '아니다'

'없다'와 '아니다'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용법과 의미를 지닌 개념이다. 이게 구분이 아예 없으면 '없는 것보다는 낫다'와 '도대체 나은 구석이 전혀 없다'를 언어적으로 분간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영어에서 no는 감탄사로도 쓰임과 동시에 두 의미를 문맥에 따라 적당히 지니며, none이나 nothing 같은 파생어에도 그 형태가 살아 있다. 그 반면, not은 '아니다'의 의미만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

No trespassing 무단 침입 금지
No way 길 없음 / 안 돼(not at all과 비슷)

... There is [none righteous, no, not one]. (롬 3:10)
의로운 자는 [없다, 정말 하나도 없다.]

And Enoch walked with God: and he [was not]; for God took him. (창 5:24)
에녹은 하나님과 걷다가 [사라졌다/없어졌다.] ...

For my thoughts [are not your thoughts, neither are your ways my ways], saith the Lord. (사 55:8)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이 아니며/생각과 같지 않으며/생각과 다르며] ...


이런 부정문은 한국어와 영어가 서로 일대일 대응하지 않고 형태가 크게 달라지는 대표적인 문법이라 볼 수 있겠다.
한국어는 void처럼 공허함을 뜻하는 無에 해당하는 단어가 토박이말에 없는 반면, '없다'라는 용언이 따로 존재하는 건 때에 따라서는 굉장히 편리하다. 물론, 영어의 no처럼 '없음'이라는 의미를 넣어 주는 관형사가 없기 때문에, 한국어에서는 없다는 의미는 주어가 아닌 서술어에서 반드시 전달되지 않으면 안 되기도 하고 말이다.

잘 알다시피 킹 제임스 이외의 변개된 성경에서는 신약 성경에서 13개 구절이 삭제되어 있다. 한국어 성경은 행 8:37이나 막 9:44, 46 같은 유명한 구절을 펴면 '없음'이라는 간결한 표현이 있지만, 영어 성경은 그런 게 없다.  굳이 '없음'을 표현하려면 그 문맥에서 none, gone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missing, omitted이라고 '누락됨'이라는 단어로 돌려서 표현을 해야 할 것이다.

한국어가 부정문도 서술어 형태를 좋아하는 것은, '알다'의 반대말로 '모르다'가 동사로 존재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알기로 '-에 무지한, 무식한'이라는 형용사 말고, '모르다'가 동사로 딱 존재하는 언어는 의외로 흔치 않다.

'전혀'라는 부사와 잘 어울린다는 특성상, '모르다'는 '아니다'와 '없다'와 더불어 부정의 의미가 담긴 대표적인 단어이다. M의 OST인 <나는 널 몰라>가 생각나는군.. 한국어를 가르칠 때 “모른다”와 “모르겠다”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도 꽤 쉽지 않을 것 같다. 참고로 영어로는 똑같이 둘 다 그냥 I don't know로 번역 가능하다.

4. 우편향

언어가 그 자체적으로 왼쪽보다 오른쪽을 더 좋아하는 현상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난 모르겠다.
한국어의 경우 오른쪽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옳은 쪽'에서  유래된 말인 반면, 왼쪽은 '외다'라는 '뭔가 정상 궤도에서 이탈하고 뒤틀림' 같은 단어에서 유래되었다. 오른쪽과는 달리, 무슨 뜻이더라도 좋은 어원은 절대 아니다.

이말년이 이런 성향을 잘 간파하여 '외길'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ㅋㅋㅋㅋ. 물론 최 현배 박사의 호 '외솔'은 속세를 초월한 빳빳한 지조, 강직함, 대쪽같음을 나타내려고 '외'라는 형태소를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왼쪽과 오른쪽의 관계는 신기하게도 영어도 마찬가지여서, 오른쪽이 아예 right와 동음이의어도 아닌 다의어 관계이다! 글쎄, 반대로 left는 그렇게 안 좋은 심상이 담긴 걸까? 혹시 잉여? -_-
내가 제대로 아는 언어가 저 두 개밖에 없어서 다른 언어는 어떤지 궁금하다.

성경을 보면 물론 우리더러 좌로나 우로나 편파적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권고(신 5:32, 잠 4:27 등)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 자신은 우편향이기도 하다는 것이 성경을 통해 분명히 발견된다.
여러 근거들이 있지만 한 가지 예만 들면, 하나님의 권능과 구원을 찬양하는 문맥에서 등장하는 하나님의 손은 열이면 열 모두 무조건 오른손이다. 시편에 '주의 오른손'은 수도 없이 등장하지만 왼손은 단 한 번도 안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왼손잡이가 무슨 동성애에 필적하는 나쁘고 가증스럽고 죄악된 기질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를 빼면, 일반적으로는 사람이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며 왼쪽과 오른쪽에 대해 그런 편견을 갖고 사는 게 아무 근거 없는 인습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자 한다.

또한 사회 이념에서 좌익과 우익이라는 구분이 역사적으로는 무슨 프랑스 의회에서 좀 진보 성향이 왼쪽, 보수 성향이 오른쪽에 앉은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아무 근거 없이 정립된 개념은 아니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비록, '뉴 라이트'인가 뭔가 하는 진영에서 '오른쪽'의 의미를 모독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좀 한숨이 나오긴 하다만...

* 다음 下에서 다른 소재로 이야기는 계속된다. 기대하시라.

Posted by 사무엘

2012/11/05 08:29 2012/11/0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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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2/11/05 20:35 # M/D Reply Permalink

    영어 단어 중에 sinister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악한, 해로운, 불길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요. 이 단어의 어원을 보면, to the left라는 것이 있습니다.

    http://www.etymonline.com/index.php?term=sinister

    예로부터 왼쪽을 무척 나쁘게 본 듯 합니다.

    1. 사무엘 2012/11/05 22:03 # M/D Permalink

      정말 오랜만에 댓글이 올라왔네요. ^^
      sinister의 어원이 그런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왼쪽은 거의 “저 방향은 해로운 방향이다” 급이군요!

  2. 개인적인 의견 남겨 봅니다. 2012/11/06 10:39 # M/D Reply Permalink

    한국어는 영어다.
    영어는 주어에 집착하는 언어다.
    주어는 동작이나 상태의 주체가 되는 말이라고 사전에 나온다.

    I go to school.
    나는 학교에 간다.

    간단한 초딩 영어지만 졸라 어려운 문장이다.
    우리는 대부분 학교하면 school의 의미가 떠오른다.
    (어깨 형님들은 제외 -.-;;)

    What is school ?
    학교가 뭐니 ?

    Who am I ?
    나는 누구지 ?

    우리말은 영어가 아니다.
    우리말은 주어에 집착하지 않는다.

    핵교 댕겨오겠심미더~

    학교는 맹자가 만든 개념으로 학과 교의 합성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학이 뭔지, 교가 뭔지 따지기보다 맹자가 말한 학교의 개념을 알아보면 된다.

    중요한건 맹자이전에 학교라는 개념은 없었다라고 한다.

    우리말에서 '나'는 학교에 가고 집에 돌아오는 그 역동적인 상황 속에 녹아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지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영어는 언어 구조상 나는 누군지 고민해야 한다.
    존재의 문제가 걸려있다. (언어의 장애 요소)

    ----------------------
    data-p 언어로 놀고있는 초딩의꿈입니다.
    최근에 올리신 국어정보처리시스템 경진대회 글 읽고 깜짝 놀랬습니다.
    이런 대회가 있는지도 최근에 알았지만 두분이 같은해 금상, 은상 수상자시라니... ㅎㅎ

    1. 사무엘 2012/11/06 11:32 # M/D Permalink

      반갑습니다. 언어 비교에 관심이 많으신 분 같군요.
      한국어와 영어는 설계 철학이 서로 정말 다른 언어이죠.

      그리고 저는 data-p 언어는 모르고 있었는데 고안자이신 최 선생님과는 처음에 그렇게 해서 아는 사이가 됐습니다.
      인연이란 게 놀랍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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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이곳 학교 이야기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에 해당하는 20세기 말에는 국어와 관련된 사건이 주변에 유난히 많이 일어났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감수성 예민하던(?) 본인의 진로 결정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1999년에는 웬 뜬금없는 한자 병용 정책이 내려져서 한글 전용 지지 진영과 반대편 진영이 극심한 키배를 벌였고 서로 으르렁거리며 격렬하게 싸웠다. (그때 나도 혈기 넘치는 키보드 워리어 중 하나였다 ㄲㄲㄲㄲ) 지금 도로 표지판과 지하철 역명판에 한자가 병기된 건 이 시절의 산물이다.
사실, 소위 '한자파'들은 1998년에 전국 한자 교육 추진 총연합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그때부터 이미 의기투합해 있었다. 그러고 보니 1998년에는 복 거일 씨의 영어 공용화 드립 때문에 시끄러웠다. 이 때가 뭐가 씌인 해이기라도 했는지?

그래도 1999년 3월 1일에는 그 보수적인 조선일보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따라 전면적으로 가로쓰기를 시행하고, 예전에 비해 한자를 크게 줄이기도 했다.
2000년에는 한글 로마자 표기법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바뀌었다.

운동 단체들만 시끌벅적했던 게 아니다.
1998년부터는 21세기 세종 계획이라는 게 정부 차원에서 10년간 추진되어, 한국어의 말뭉치 데이터를 구축하고 가공하고 이것으로부터 뭔가 의미 있는 실험 결과를 도출하는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출판사가 아닌 학술 연구소와 정부에서 각각 대형 국어 사전을 내놓았다. 전자는 바로 연세 한국어 사전(1998)이요, 후자는 그 이름도 유명한 국립 국어원의 표준 국어 대사전(1999)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첫 종이 사전은 둘 모두 두산동아에서 출판했다. 현재는 다들 개정판을 인터넷으로만 제공하고 종이 사전을 내지는 않는 듯.

연세대는 국어학에 관한 한 서울대와는 다른 독자적인 학풍을 형성하고 있다. 옛날에는 최 현배 파, 이 희승 파로 갈려서 교과서 용어조차 다를 정도로 서로 이질적이었지만 지금은 물론 그 정도는 아니고..;;
그래도 연세대가 좀 말뭉치 기반 언어 연구라든가 사전학, 비교 언어학처럼 언어학 중에서도 응용 분야를 더 좋아한다.

이런 맥락에서 연세대에서는 국문과 교수들과 관련 인사를 주축으로, 이미 1980년대 중반에 국어사전을 자체적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했다. 옛날 조선어 학회 시절에 천신만고 끝에 발간된 <큰사전>의 정신과 사명감을 계승하겠다고 말이다. (당장 정신적 지주인 故 최 현배 박사가 연세대 교수!)

10년에 가까운 시간과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동원된 끝에, 1998년 한글날에 처음으로 연세 한국어 사전 초판이 발간되었다. 그리고 2000년 한글날에는 웹 기반 사전 서비스가 시작되었으며, 컨텐츠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증보와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본인이 재학 중인 연세 대학교의 '언어 정보학' 협동 과정은 1990년대 말에 바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개설된 상당히 독보적인 학과이다. 사전 편찬실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마침 국가에서도 세종 계획이다 뭐다 하면서 국어 정보학 분야에 종사할 인력을 원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특히, 국어학과 컴퓨터 기술을 잘 융합할 수 있는 사람을!

나도 옛날에는 사전을 만든 국어학자들이 민족주의 정신이 투철한 독립 운동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 공부를 좀 해 보니, 저분들이 정말 똑똑한 수재였으며 이런 험난한 길을 안 갔으면 훨씬 더 돈 많이 벌고 성공했을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숙연해졌다.
내 홈페이지에 있는 석인 정 태진 선생의 일화를 읽어 보기 바란다.

그래서 이 학과에는 말뭉치 언어학 내지 사전 편찬과 관련된 수업이 필수로 등재되어 있다. 사전 편찬학 수업을 들으면서 사전 편찬과 성경 번역도 뭔가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걸 느꼈다. 사전을 잘 만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어렴풋이 느꼈으며, 사전 원고를 검증하는 도구(컴퓨터 프로그램)가 조금만 더 똑똑하면 지금보다 상당수의 번거로운 노가다 수작업을 줄이고 사전의 오류도 줄일 수 있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사전 뜻풀이에 정작 이 사전에 없는 어려운 어휘가 쓰인다거나, A라는 뜻풀이에 B 단어가 등장하고 B의 뜻풀이에 A 단어가 등장하는 순환 뜻풀이 같은 것. 일명 순환 참조가 되시겠다.

요즘은 사전 편찬자가 자기 언어 직감에 의지하여 뜻풀이와 예문을 작성하기보다는, 다량의 말뭉치를 분석하여 거기서 도출된 통계대로 용례와 뜻풀이를 추출하는 방법이 일반화되고 있다. 편찬자의 주관이 안 들어가고 객관적이라는 장점 하나는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연세 한국어 사전은 철저하게 이 방법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게 특징이며 여타 사전들과 다른 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행 표준어 규범까지 무시할 정도로 독자 노선을 간 줄은 몰랐다.

지금이야 드디어 '짜장면'이 복수 표준어가 되었다지만, 10년도 더 전에 나온 연세 한국어 사전은 '자장면'의 풀이가 “짜장면의 잘못”이라고 되어 있었다! 덜덜덜;;; 미래를 내다본 것일까? 개인적으로 굉장히 놀랐다.
당연히 국민 중에 '자장면'을 쓰는 사람은 전혀에 가깝게 없었을 것이고, 그 추세가 밑천인 말뭉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어서 그런 풀이가 나왔지 싶다.

이런 식으로 연세 사전은 라이벌(?)인 표준 국어 대사전과는 정반대의 뜻풀이를 한 게 여럿 있었다.
'흉내 내다' 대신 '흉내내다'를 한 단어로 풀이하고, '-측(one's side)'을 의존명사로 보아 붙이는 용법을 지지하였다. 아래아한글의 맞춤법 검사기만 돌려 봐도 빨간 줄이 쳐질 단어이지만, 솔직히 '흉내 내다'는 무의식적으로 붙여서 써지는 경우가 더 많긴 하다.

옛날에 문법 용어를 두고 동사 vs 움직씨 같은 기싸움을 한 것을, 사전으로 무대를 옮겨서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국어 정보학 쪽으로 식견이 있는 일부 사람들은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한 연세 사전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에 반해 표준 국어 대사전은 정부 기관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편찬했으니, 성경으로 치면 한국의 유일한 공역이라 할 수 있으며 여타 사전들과는 그 위상이 다르다.

하지만 이 사전은 이것대로 표제어 수 늘리느라 중국· 일본에서도 안 쓰는 이상한 한자어들을 잔뜩 덧붙였다고 비판 받고, 잘못된 풀이와 틀린 용법까지 무분별하게 다 실어서 책 두께를 부풀렸다고 욕 많이 얻어먹긴 마찬가지였다. 여기 국문과 대학원 재학생들 중에서도 표준 국어 대사전 좋아하는 분 별로 못 봤다. -_- 그래도 국립 국어원에서 만든 만큼 이건 표준어/맞춤법 규범을 어기지는 않는다.

21세기 세종 계획이 만료된 뒤, 이곳 언어 정보학 협동 과정은 한국어 교육 쪽과의 접목을 통해 경쟁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그쪽이 수요가 많고(한류 열풍 약빨이 오래 가야 할 텐데!), 사전 편찬은 언어 교육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말뭉치 같은 걸 접목할 수 있는 응용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언어'에 비해 '정보'의 비중이 덜해진 건 사실이며 그건 나로서는 약간 아쉬운 점이다.

이런 와중에 본인은 진짜 두 분야를 완벽하게 섞은 연구를 하려고 이곳에 진학해 있다. 교수나 랩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push해 넣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개인플레이 위주이고 혼자 알아서 덕질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곳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 난 그런 곳이 낫다.
나는 더 빠른 하드웨어를 만들거나, 수학적으로 더 엄밀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이를 이용해서 한국어와 한글 다루는 걸 더 멋있고 편리하게 만드는 응용 쪽이 아무래도 훨씬 더 잘 어울린다.

Posted by 사무엘

2011/10/18 19:31 2011/10/1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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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범준 2011/10/20 12:36 # M/D Reply Permalink

    1. 석인 정태진 선생의 일화 잘 읽어보았습니다. 그런 분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이 나라의 말을 당당하게 사용하고 있을지.... 또 우리말 사전을 편찬한 그 공로 또한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2. 사전 편찬 = 성경 번역 : 동감입니다.
    사전은 사전대로 우리말 단어들의 용례를 올바로 조사하는 노력이 상당히 많이 들고, 성경은 성경대로 원어와 번역 언어를 비교하여 올바른 단어를 선정하고, 또한 문맥을 훼손하지 않고 원문 그대로 번역하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에 또 힘들고... 마치 그리스도예수안에 분들이나 영어 킹-성경 번역자들이 겪었던 고초를 보는 것 같네요.

    3. 연세 사전은 아직 겪어본 적이 없고, 동아 사전은 초등학교 때 제 옆에 끼다시피 한 사전이었습니다.(연세 사전에 비하면) 동아 사전도 그다지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더군요.

    1. 사무엘 2011/10/20 21:42 # M/D Permalink

      덧붙이자면, 저는 개인적으로는.. 사전이 오늘날의 언어 모습을 무조건 투영만 하진 말고, 어떤 건 잘잘못을 가리고 교정도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아무리 사람들이 구분 없이 혼용하고 있더라도 '다르다'와 '틀리다'는 반드시 구분해서 뜻풀이를 실어 준다거나, '째'와 '번째'를 구분하는 것 말이지요.
      그런데 그런 걸 판단하는 게 역시 사람 주관이 많이 개입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선을 그을지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2. 비밀방문자 2014/12/03 13:49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사무엘 2014/12/01 00:50 # M/D Permalink

      안녕하세요~!
      선생님 같은 내력이 있으신 분께서 누추한 제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또한 제 프로그램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계신다니 기쁩니다.
      저도 한글이나 세벌식 글자판 같은 게 없었으면 그냥 평범한 여타 분야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지내거나 철도로 업종을 바꿨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10대 나이 때부터 시작한 본업을 지금도 버릴 수가 없고 지금까지 잊은 적이 없네요. ^^
      한글 학회 행사 같은 일이 있을 때 한번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올리는 제 댓글은 공개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여기에다가는 이 정도로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 들꽃 주중식 2014/12/03 13:55 # M/D Reply Permalink

    사무엘 님께

    바로 답장을 주셨군요.
    고맙습니다.

    들꽃 주중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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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음 넋두리 외

오늘날 영어는 세계와 소통하기 위한 필수 매개체요, 좋든 싫든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예전에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지 싶은데, 난 그나마 한국어 "보다"야 영어가 세계어가 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언문일치가 개떡인 점, 한국어와 구조가 너무 다른 점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어려울 뿐이지, 그나마 그 정도 굴절이나 그 정도 불규칙은 다른 언어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다.

그 반면에 나의 모국어인 한국어는 높임법이나 다른 복잡한 요인을 차치하고라도, 언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인 대명사부터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안습한 언어이다.;;

1인칭: '날다'의 활용형(나는)과 충돌이 있어서 '날으는'이라는 기형적인 활용형이 어쩔 수 없이 쓰인다. 나/내, 너/네도 은근히 헷갈리지 싶은데, '내'/'네'는 이제 발음 구분이 안 된다. -_-;; (영어도 I와 eye가 동음이의어이긴 하지만, 문제될 상황은 거의 없다)

2인칭: you를 딱부러지게 옮기지를 못해서 님, 너님, 회원님, 고객님, 선생님 등등등등...;; 아 골치아파. (뭐, 영어는 2인칭에 단· 복수 구분이 없는 게 아주 기괴하긴 함.)

3인칭: 관형사 '그'가 3인칭 인격체 대명사처럼 굳어져 버렸다. 조사 없이 단독으로 쓰인 건 너무 어색하다. '그녀' 문제는 우리말 운동 진영에서 전형적인 떡밥이기도 하고... (반대로 영어는 he/she 성별 구분 때문에 굉장히 불편하긴 함. 그래서 단수까지도 they로 싸잡아 표현하기도 하고.)

요컨대 한국어는 1인칭과 2인칭 대명사는 불필요하게 쓸데없는 호칭만 너무 다양하고 자잘하게 발달해 버려서, 아주 neutral한 표현 하나를 콕 집어 쓰기가 어려우며,
3인칭은 관형사 '그' 말고는 어휘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래서 가끔은, 하나님을 가리킬 때조차도 대놓고 you라고 깔끔하게 싸잡아 부르는 언어가 부러울 때가 있다. 불경스럽다고? 하나님은 그런 불경스러운 언어를 쓰셔서 절대무오 최종 권위 성경을 만드셨다! -_-;; 통념과는 달리, 킹 제임스 성경은 하나님이나 예수님을 가리키는 대명사(You, He)에 첫 글자 대문자 처리조차도 되어 있지 않다.

물론, 글 써 놓고 보니까, 뭐 영어도 만능은 아니어서 언어적인 flaw가 있긴 하다.
그래도 한국어는 대명사의 표현이 부족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옛날 사람들은 그런 대명사 없이 글을 어떻게 쓰고 의사소통을 어떻게 불편 없이 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내가 선조들의 삶의 방식은 공부 안 하고서, 그저 한국어가 영어 번역투로 잘 대응하질 않아서 찌질하게 징징대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본인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외국 장기간 체류 경험도 없는 사람은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단어를 종종 접하곤 한다. 이 단어가 실제로 어떻게 발음되는지는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다. 뜻만 알면 되니까 발음 기호는 보지도 않고, 이 단어는 어렴풋이 이렇게 발음되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낚시였던 경우가 본인은 은근히 많았다.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와 대학원에서 공부를 다시 시작하니, 공과 대학 수업은 다들 영어 강의로 물갈이되어 있었다. 몇몇 단어는 교수님의 발음이 이상한가 싶었는데, 사전을 찾아 보니 교수님이 맞고 내 짐작이 다 틀려 있었다. -_-;; 그도 그럴 것이 공대 교수들은 거의 다 영어권 국가에서 박사 받고 온 분들이니까.

다음은 내가 생각하던 틀린 발음과, 실제 맞는 발음을 나열한 것이다. 수 년째 잘못 알고 있던 발음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단어를 실제로 입 밖에 내면서 외국인과 얘기를 주고받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suffice: 서피스, 서파이스 (surface 내지 office 때문에)
merely: 멀리, 미얼리 (were 영향)
duplicate: 더플리케이트, 듀플리케이트
Reagan: 리이건, 레이건
geek: 지크, 기크 (당연히 gee 영향)
obtain: 압튼, 옵테인 (certain 영향)
adjacent: 앧저슨트, 얻제이슨트

즉, 본인은 대체로 단모음 위주로 발음을 예상한 반면, 실제 발음은 장모음인 경우가 많았다.
G 다음에 I, E, Y가 오면 거의 다 ㄱ 대신 ㅈ으로 소리가 바뀌기 때문에 생물학 용어인 '게놈'도 영어식 발음은 '지넘'이지 않던가? 그런데 사전을 찾아 보면, ge... 단어 중에도 ㄱ 발음이 적지 않다. 결국 발음을 알아맞히는 건 복불복인가 보다. -_-;;

장모음 ea는 대부분이 그냥 '이'인데, 가끔 '에'(sweat)인 경우가 있고, great나 저 대통령 이름에서처럼 '에이'가 되기도 하며, create에서는 아예 '이에이'라는 긴 발음이 된다. 그래서 프로토스 기본 유닛인 Zealot도 영어 발음은 '젤럿'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완전히 '질럿'으로 알려져 있다. ㅋㅋ

어찌 보면, 이런 판타지 같은 정서법을 끼고 사는 영어권 사람들이 참 골치아프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djacent는 프로그램 개발 관련 기술 문서를 읽느라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있던 단어인데, 본인은 10년이 넘게 '앧저슨트'라고 마음속으로 읽어 왔다. -_-;;

그래서 다국적 컴퓨터 회사인 Asus는 '에이서스'와 '아수스' 사이에서 발음이 난립하고 있다.
data는 '데이터'라고 읽지만, 툼 레이더의 여걸 Lara Croft는 '라라 크로프트'이다. '레이러' 따위가 아니다. -_-;;
영어권에는 단어를 발음하는 큰 줄기가 단모음식 아니면 장모음식으로 갈라져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워낙 미국물을 좋아해서 영어 발음도 철저하게 아메리칸식으로 공부해 왔지만,
영국에서는 진짜로 모음+R은 해당 모음을 장음화만 하고 혀는 안 굴린다. 단모음 A를 ㅐ로 전설모음화하지 않으며, ㅏ로 있는 그대로 발음하는 걸 좋아한다. 오오..;;
무엇보다도 영국에서는 모음+T+모음 사이에서 T가 R로 안 바뀐다. water는 그대로 워터이지, 워러로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F나 TH 같은 발음은 동일하며, 억양도 동일하기 때문에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가 무슨 표준 베이징 중국어와 광동어의 차이만치 심하기라도 한 건 절대 아니다.
사실은 킹 제임스 성경을 읽으면서도, 이걸 실제로 소리내어 읽는 소리는 어떻게 날까 적지 않게 궁금했다. 이놈의 thou, thee, -eth 어미를 원어민이 실제로 읽는 걸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며, KJV가 그렇게도 운율감이 좋고 읽기 편하다고 하는데 내가 그걸 실감할 수가 없어서 답답했던 것이다.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해서는 의문이 좀 해소되어, 덜 궁금하다.

공대는 그렇다 치고 문과대 쪽으로 가면,--난 인문계와 이공계를 두루 섭렵하는 협동 과정 소속 ㅋㅋ-- 교수님들이 본인에 대해, 공대 출신이다 보니 문과 출신만치 체계적인 글쓰기 스킬은 부족한 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그런데 난 공대 출신 치고는 사실 문과 기질이 강하며, 정보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만 아니었으면 지금과는 완전 딴판의 진로를 갔을 사람이었다...... 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래도 진짜 문과 교수님들이 보기에는 본인 같은 사람도 그냥 영락없는 공돌이인가 보다. ㄲㄲㄲㄲ

그리고 사실은 공대도 대학원에 가면 비록 성격이 문과와는 좀 다를지언정, 글쓰기가 많으며 심지어 랩미팅에 대비한 프레젠테이션도 많다. 실험을 해야 하고, 돈이 많이 든다는 특성상 펀딩을 받으려면 눈에 보이는 연구 실적이 많아야 하고, 고로 대학원생은 석사 들어가자마자 논문을 정말 미친 듯이 써 댄다. 그것도 모국어도 아니고, 이공계의 학술 공용어인 영어로 쓴다. 논문에 이름 실린 경력이 연예인으로 치면 filmography 같은 거다.

그 바닥은 랩생활을 하기 때문에, 공동 연구의 공동 저자로 낄 기회도 많다. 그러면서 이공계 논문 잘 쓰고 발표 잘 하는 법 같은 테크닉을 랩생활 하면서, 혹은 대학원 수업을 통해 공부한다.

- 단독 저자이더라도 논문의 1인칭 주어는 We이다.
- 결론은 Conclusion이 아니라 반드시 Conclusions라고 복수형으로 쓴다.
- 세속 글쓰기와는 달리 성 구분 없는 3인칭 단수를 (s)he 처럼 쓰지 말라. 차라리 they로 대체하거나,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다른 어휘를 고르거나 아예 문장을 다른 형태로 다시 써라.

이런 식의 팁이 엄청 많다. 이런 격식 있는 글쓰기 스킬이 하루 아침에 숙달될 리가 없으니, 지도교수한테 무진장 깨지면서, 또 아마도 랩 선배한테 코치를 가장한 갈굼도 당하면서 익숙해지는 거겠지...?

그나저나, 영어는 숫자 형태로 된 날짜나 시각을 말할 때 단위를 붙이지 않고 숫자만 연달아 읽는다.
그러면 “좀 있다 40분에 나가자. (지금이 6시 20분이면)” / “졸업식은 15일이다. (이 달 15일)” 이런 말을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은 없나? 주변의 영문과 출신 선배에게 물어 보니, 자기도 그 생각은 미처 안 했는데 아마 방법이 없는 듯하다고 대답했다.
그냥 무조건 “20분 뒤에 나가자” / “이번 주 금요일이다” 같은 식으로 형태를 바꿔야 하는지 궁금하다. at the n-th minute, on the n-th day 이런 표현은 안 쓰는 듯?

Posted by 사무엘

2011/09/03 08:35 2011/09/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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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1/09/03 14:46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사무엘 2011/09/04 07:52 # M/D Permalink

      그건 URL을 UTF8로 인식하느냐 예전의 2바이트 인코딩으로 인식하느냐 하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잡음입니다. 혼동의 여지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 그냥 앗싸리 모든 파일명은 영문과 숫자로만 쓰라고 권고하는 것이죠.
      본문과 관련이 없는 질문· 문의는 본문의 댓글보다는 제 메일이나 그냥 차라리 방명록을 이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 인민 2011/09/04 13:00 # M/D Reply Permalink

    1. ㅐ와 ㅔ 구분은 안습... 묻혀진 ㅐ에게 묵념.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 말 터놓을 수 있는 상대에게는 1인칭을 '네(내 의 실제발음)'로, 2인칭을 중국의 ?처럼 '니'로 발음하죠. 단지 저는 '너가' 로 발음할 뿐. 진짜로 중국탓일까요?

    2. 영어 r 발음은 접근음이기 때문에 모음처럼 발음됩니다. 비슷한 예로 영어권에서는 일찍이 깨닫고 자음으로 취급했지만 아시아 특유의 음성학 때문에 모음처럼 취급되는 w나 j가 있겠죠. (요나흐 : jonah)

    1. RC 2011/11/22 13:19 # M/D Permalink

      '네'를 '니'로 발음하는 건 서남 지방 방언의 영향입니다.

  3. 삼각형 2011/09/04 00:06 # M/D Reply Permalink

    내가 네 것을 썼니? 같이 내와 네는 문맥으로 구분하는 것 뿐이 답이 안 나옵니다. 저는 하려고 노력하지만 ㅐ와 ㅔ발음 구분을 명확하게 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지라.

    저는 '그'의 경우 '그 사람'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 여자'로 쓸 수도 없고 난감하네요.

    요즘은 사전이 발음도 나와서 발음을 모를 경우 발음기호도 참고해 가며 들어보고 있습니다. thou, thee 같은 것도 사전으로만 들었죠.

    영어의 he, she의 경우 우리나라의 은,는,이,가,을,를 처럼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은/는' 같이 's/he' 따위로 표현하는 모양이더군요. (사람이름)야, 같은 것도 (사람이름)이야로 쓸지 아닐지도 종성 여부에 따라 달라지니 컴퓨터가 자연어를 처리할 때 꽤나 골아파지는 부분입니다.

    한국어도 격식 있게 글을 쓰려면 단어 선택이나 문체에 주의해야 합니다. 나보다는 필자 따위의 표현이나 직함을 쓰고, 문장 끝도 ~ 하다는 것이 명확하다. 라던가, ~으로 밝혀졌다. 따위와 같이 괜시리 늘여주고 말입니다. 이런 건 뉴스에서 많이 써서 익숙할 것 같습니다.

  4. 사무엘 2011/09/04 07:49 # M/D Reply Permalink

    의견 감사합니다. 저도 ㅐ, ㅔ는 생각만 해도 너무 답답한 거 있죠.
    구분이 안 돼서는 안 되는 음운이고 옛날에는 분명히 달랐으니까 지금까지 다른 표기가 이어져 오는 것 아니겠어요(아래아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 시절에 이미 멸ㅋ종ㅋ).

    본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습니다만,

    - KJV의 영어는 현대 영어보다야 제약을 덜 받는 편입니다. 2인칭이 thou/ye 구분이 있고 굴절도 더 명확하였으며, 그때는 he라고만 써도 여자 차별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안 하던 시절이었으니.. ㅋㅋ

    - 독일어도 동일한 S/sie가 2인칭과 3인칭을 모두 받는 특이한 케이스입니다만, 마치 eye is와 I am처럼 동사가 굴절되는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구분됩니다. '네/내'만한 판타지는 아니지요.

  5. http://singleheart.myid.net/ 2011/09/04 18:37 # M/D Reply Permalink

    3인칭 대명사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영어의 영향 같습니다. 우리말은 원래 중복을 그렇게 꺼리지 않았고, 사실 요즘도 '그'나 '그녀'는 글에서나 쓰지 말할 때에는 안 쓸 겁니다. 예전에는 '그 XX(분, 사람, 자 등등)'라고 했을 말을 요즘 글에서는 그냥 '그'로 쓰고 있죠.
    영어가 문법은 다른 유명한 유럽어보다 간단한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표기법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나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특정 기관이 언어를 통제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표준어가 바뀌는 데 수십년씩 걸리기는 하지만, 수백년 동안 표기가 안 바뀌는 영어보다는 나은 것 같아요.

    1. 사무엘 2011/09/04 21:41 # M/D Permalink

      중복을 무척 싫어하고 대명사를 좋아하는 영어의 습성은 뭐랄까 포인터를 좋아하고 call by value보다는 call by reference를 좋아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습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그'/'그녀'는 확실히 번역투이고 문어체에서는 그렇게 잘 쓰이지는 않는 게 사실이네요.

      영어는 come(코움?), do(도우?), have(헤이브?) 등 영어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단어들부터가 철자 따로 발음 따로 제멋대로입니다. =_=;;;

  6. 소범준 2011/09/05 18:49 # M/D Reply Permalink

    1. 솔직히 킹제임스 성경의 영어가 현대 영어보다 더 쉬운 게 2인칭의 단수 복수 구분 때문이랄까요.
    솔직히 지금 영어는 '여기까ㅎ지ㅎ' 수준으로 발전을 멈춘 듯 싶네요. 그래서 저는 정말 킹제임스 성경의 영어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2. 저의 대학 영어 발음 교재를 보니 '지금의 발음 습관이 후에는 고치기 어렵게 된다.'고 하거든요.
    저도 영단어의 발음을 정확히 몰랐을 땐 제 식대로(!) 했는데 나중에 정확한 발음을 알면 글에 쓰신 것처럼
    대박 안ㅠ습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는 대명사 면에서 볼 때 정말 한국어에 비하면 효율적인 언어죠. 다만 지금의 경우 2인칭 구분이 안되는 것만 빼고요.

    1. 사무엘 2011/09/06 09:28 # M/D Permalink

      영어와 관련해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군요. ^^

      킹 제임스 영어는 현대 영어보다 더 활발한 동사의 굴절이 한국어로 치면 마치 조사 같은 역할을 해 줘서 더욱 자유로운 도치도 가능하게 해 줍니다. Ye/thou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3인칭 단수 동사 활용(-th)과 명사의 복수형(-s)도 구분이 되죠.

  7. 특백 2011/09/11 10:51 # M/D Reply Permalink

    thou 자체가 원래 존칭을 갖고 있지 않나요. 그때는 보면 '서문을 대심하여 예임스[Iames ㄲㄲ]왕께 바치는 헌사'에서도 다 you로 썼는데 성경의 존엄성을 위해 고어를 살려서 (영국식 어투로 읽는 맛도 있으니까 KJB 좋죠 ㄲㄲ)

    다만 몇가지는 S+V+O 말고 V+S+O 같은 구절 몇개도 있어서 처음 이해하기에 조금 어렵다...
    가 있지만 뭐 저야 '처음' 이 아니니까

    1. 사무엘 2011/09/12 00:26 # M/D Permalink

      무슨 말인지 저도 바로 알겠습니다. KJV에는 좀 아리까리한 도치도 좀 있어요.
      그래도 주격도 되고 목적격도 되는 한국어의 보조사의(은/는/도 같은 것) 아리까리함보다 더하겠습니까.

      C/C++ 언어를 컴파일할 때 < > 토큰이나 () 토큰의 의미를 까려면 결국 문맥을 알아야 (context free grammar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법) 하듯,
      저런 것들은 결국 문법이 아니라 어휘와 화용 계층으로 가야 제대로 분석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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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진지한 우리말 관련 글.

여러분은 중국이나 일본의 고유명사 한자음을 어떤 식으로 표기하는 걸 선호하는가?
예를 들어 타이 / 태국, 타이완 / 대만, 베이징 / 북경 같은 것.

a. 우수한 표음문자인 한글 뒀다 뭘 하나. 여타 유럽 언어와 마찬가지로, 너무 힘들지 않은 한도 내에서 최대한 현지음에 가깝게 읽어야 한다. 그게 속 편하고 일관성도 있다.
b. 엄연히 한국식 한자 독음법이 있는데 왜 그런 헛짓을 하나? 우리식으로 읽어야 한다.

우리말은 a와 b 표기가 굉~장히 문란한 상태이다. 이런 난잡한 실태를 한국어 학습자 외국인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걔네들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난감할 지경. 다만, 영어에도 '씨저'와 '캐자르'(카이사르)가 공존하듯이, 비슷한 맥락의 표기 바리에이션이 없지는 않다.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본인이 어렸을 때 보던 각종 백과사전류의 책에는 “신해혁명 이전의 중국 인명· 지명은 b대로 표기하고, 그 이후의 것들은 a로, 다시 말해 현지음으로 표기한다.” 같은 황당한 절충안(?)까지 명시되어 있었다.

본인은 a안을 선호한다. 걍, 장 제스, 쑨 원, 루 쉰, 마오 쩌둥, 덩 샤오핑이라고 쓰면 편하겠는데. -_-
이상하게 배우 이름은 현대인이라고 해도 전부 b안이 굳어져 버렸으니 원..;; 이연걸, 성룡처럼.
똑같이 라틴 알파벳으로 쓰인 유럽 인명이라고 해서 그걸 죄다 영어식으로 읽는 건 실례이고 무식한 짓 아닌가? (적당한 예가 당장 생각이 잘 안 나네) 본인은 한자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또한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인명과 지명은 똑같이 한자인데 우리식으로 읽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KJV가 출간되기도 전 시대를 산 엄청난 옛날 인물이지만 중국의 '서태후'와는 달리 언제나 현지음 표기로 통용된다.
일본인 중에서 우리식 표기가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은 내 기억으론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밖에 없다. 일왕 히로히토? 데라우치(일제 강점기 총독)? 우리식 한자를 내가 알 게 뭐야. ㅋ

일본은 지명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동경(도쿄)과 대마도(쓰시마) 말고 우리식 한자음이 널리 통용되는 곳은 거의 없다. 대판이라고 적으면 오사카라고 알아들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물론, 일본어는 훈독이라는 복병 때문에 애시당초 현지음 표기가 더 보편화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처럼 한자 문화권이라고 해도 현지음 표기는 그냥 익숙해지기 나름일 뿐이다. 유럽, 프랑스, 이탈리아를 놔두고 굳이 구라파, 불란서, 이태리를 고집할 필요가 뭐가 있나? 중국에 대해서도 그렇게 현지음으로 부르면 된다.

그리고 어느 나라 인명이든 현지음으로 적다 보면 성과 이름은 저절로 서로 띄어서 적게 되고, 그 관행에도 더욱 쉽게 익숙해진다. 난 솔직히 그걸 원한다. (덧붙이자면, 현재 한국의 인명 체계 자체도, 성씨 수가 너무 적고 글자수가 짧아서 동명이인이 너무 많은 등, 무척 기형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여기서 본인의 경험 하나.
본인은 어릴적 영어의 음운 구조에 대해 배우면서 은사님으로부터 이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들리는 말을 한글로 절대로 적지 마라. 한글은 무조건 잊어버려라. 소리를 소리 그대로 익혀라”

그래서 한글을 너무 사랑하는 분들 중엔, 저 말에 발끈하여, 한글을 변형· 개량해서 외국어 발음을 받아적는 기호를 만들고 그걸 퍼뜨리고 다니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런 노력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본인은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의 도움 없이 영어를 공부했다. 한글을 배제해야만, 영어를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는 “한국어 음운 구조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한글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다.

그런 것처럼, 중국어를 공부할 때도 어줍짢은 한국의 한자/한자어 지식일랑은 잊어버리고 그 말소리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걔네들은 옛날 스타일의 번체자는 쓰지도 않는다. 현지음 표기는 그런 사고방식의 맥락에서도 더욱 바람직할 거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해 본인과는 견해가 극단적으로 다른 분도 있다.
한글 찬양 진영(?)과는 반대로 한자 매니아들 중 일부는.. 중국의 인명· 지명을 중국 현지음으로 적는 걸 몸서리치게 혐오한다. 줏대 없는 짓, 미친 짓, 정신나간 짓, 사대주의 등 온갖 악담을 갖다붙이기까지 한다. 진짜로.. ㄷㄷㄷ;;

난 현지음 표기를 그 정도로 강경하게 고집하거나, 우리식 표기를 저 정도로 극단적으로 나쁘다고 매도하지는 않음. 절대적으로 옳은 게 없이 그냥 정하기 나름인 것에 너무 목숨 걸지는 않는다. 다만 어지간하면 현지음 표기 쪽을 대원칙으로 삼으면 좋겠다.

다음은 추가 잡설들.

1. 성 이름 표기 순서를 갖고도 열폭하는 분들이 있다. 이에 대해 본인은 한국식 이름의 로마자 표기랑, 아예 영어식 이름이라는 두 개념을 구분하자는 주의이다.
전자의 경우는 Kim Yongmook이라고 언제나 일관되게 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Samuel Kim이라고 쓴다.
일본은 로마자로 표기만 하는 순간에 성과 이름 순서를 알아서 싹 교환하는 반면, 중국과 한국은 그렇지 않다.

2. 중국의 사상가인 '공자'와 '맹자'는,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서양에서 라틴어 어미가 붙어서 Confucius와 Mencius라는 간지나는 영어 이름이 지어진 걸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거야말로 오늘날 한국어로 치면 부카니스탄, 귀차니즘, 오노스럽다.. 이런 것과 동일한 맥락의 작명법이지 않은지? ㅎㅎ

3. 오늘날은 한국어에서 한자나 한자어를 이용한 조어 자체가 사멸하다시피했다.
스키를 배우는데 강사가 말하길, 다리를 A자 모양으로 모으랜다. 옛날 같았으면 팔(八)자 모양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십자가처럼 말이다. (아니, 그러고 보니 걍 시옷자 모양이 더 편하겠네.)
아마 기독교가 21세기에 전래되었으면 십자가, 유월절, 휴거 같은 말이 생길 리가 없었으리라... 다 크로스, 패스오버, 랩처라고... 휴거를 뜻하는 랩처(rapture)는 유명한 컴퓨터 용어인 캡처(capture)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7/31 08:35 2011/07/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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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1/07/31 15:18 # M/D Reply Permalink

    중국의 자국어 사랑은 엄청나서, 그 많은 외래어를 다 새로 익혀야 합니다.

    가끔은 반반씩 섞어 놓은것도 있어서 그냥 소리나는 대로 읽어도 감이 안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星巴克 가 있는데요. (씽빠커라고 읽습니다.) 앞의 星은 별, 뒤의 巴克는 벅스의 음역입니다. 스타 벅스이지요...

    1. 사무엘 2011/08/01 10:48 # M/D Permalink

      훈독과 음독이 섞인 정서법은 난이도가 헬게이트 수준으로 치솟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대 문학에 존재하는 이두· 향찰이라든가, 일본어도 그렇고..;;
      중국은 자국어 사랑이라기보다는 한자 때문에 저렇게 안 할 수가 없는 처지이죠.
      저는 뜻글자는 로마 숫자 같은 접근이고, 소리글자는 아라비아 숫자 같은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2. 소범준 2011/08/22 09:20 # M/D Permalink

      아... 이걸 보니 우리 나라 고대 국어의 '향찰'이 생각나는군요.
      음.. 어떤 것은 뜻을 빌려오는 훈차로, 또 어떤 것은 음차로 하는 것이 비슷하군요.

  2. 인민 2011/07/31 23:04 # M/D Reply Permalink

    1. 전 b안을 선호... 하지만 b안은 대부분 중국 이야기고 일본부터는 섞어서 씁니다. 부모님이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나오셔서 전직 중국어+한자선생을 하신 덕에 b안이 편해요. (그러나 France를 아직도 법국法國이라고 하는 특이한 사람 중의 하나가 저)

    2.외국어 음을 표기하기에는 너무 “한글”이 부족하기 때문에(그 위대한 훈민정음 28자를 만들었음에도 듕귁용으로 ?????? 여섯 글자나 만들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가지고 있는 한글의 범위 내에서 생각한다면 어떻게 개량해도 “한국어” 내에는 많은 도움을 주겠지만 절대 실용화될 수 없기에 전 현재 아예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Neo-한글 프로젝트를 생각중입니다.

    <그러나 인민이 어떤 말을 하든 그냥 씹어주셔도 문제될 것 없습니다>

    1. 사무엘 2011/08/01 10:48 # M/D Permalink

      한글의 표음 능력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통 현지음(a안)을 선호하는 편인데.. 의외네요.
      하지만 한문 전공하신 분은 아무래도 b안에 더 편하겠죠.

      프랑스를 의미하는 한자는 불(佛)이 통용되는데 법은 생소합니다.
      프랑스가 법국이면 독일은 덕-_-국이겠네요. (오덕의 나라 ㄲㄲㄲㄲ)
      프랑스의 佛은 미국의 美만큼이나 의미는 아무 관계 없는 음차이죠.
      하지만 달러를 나타내는 弗은 그냥 모양이 비슷한 한자를 갖다 쓴 것입니다.

    2. 인민 2011/08/01 19:02 # M/D Permalink

      글쎄요, 날개셋 한글입력기 도움말에도 언급되어졌지만 현재 문제는 strike를 1음절로 표시할 도리가 없는 것이고(스트라이크라고 표시하면 필요없는 ㅡ가 3개나 붙는다는) 특히 한자의 경우 鄧小平은 음운학적으로도 글자적으로도 3글자인데도 한글은 덩샤오핑이라고 써야 되는 불운을 겪고 있달까요. 결론은 네오(新)한글 프로젝트로 귀결

      듕귁에서는 아직도 실용적으로는 fa(1) guo(3) 즉 법국이라고 합니다.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말할때는 법국이라고 계속 해요. 중국에서 프랑스를 불란서라고 하는 건 아직까지 못들어봤고요. 그나저나 德국인가요?

    3. 사무엘 2011/08/01 21:56 # M/D Permalink

      흠, 그럼 불란서는 정체불명의 음차인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오덕 할 때 덕은 아무래도 德이겠죠.

    4. 인민 2011/08/02 11:50 # M/D Permalink

      주의사신)?을 ran이라고 읽나요? lan이라고 읽는 경우는 흔했는데 처음들어봐서.

    5. 주의사신 2011/08/02 13:02 # M/D Permalink

      인민님// lan3이 맞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6. 주의사신 2011/08/02 13:03 # M/D Permalink

      1. 프랑스는 중국에서 법란서가 공식 명칭이긴 합니다.

      http://baike.baidu.com/view/54509.htm 에 가 보시면 중간 쯤에 中文名?: 法?西共和? 라고 중문 명칭은 법란서공화국이라고 되어 있지요.(fa(3)lan(3)xi(1)라고 읽습니다.)

      다만 위에 얘기했던 싱빠커처럼, 중국 사람들은 자기네 말 섞은 다음에 약어를 만들어버리는 이상한 작명법이 있어서 faguo가 된 것입니다.

      적고 보니 저 역시 왜 불이 쓰이는지 조금 궁금해지네요.

      2. 덕국(德國)의 경우, 독일이 덕이 많은 나라라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 아니라, 역시 中文名?: 德意志?邦共和? 도이치라는 것을 음차로 바꾸면서 德意志가 되었습니다. de2yi4zhi4로 읽습니다.

      법국과 같은 이유로 덕국이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http://baike.baidu.com/view/3762.htm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 글은 인민님 글 위에 있었는데 댓글을 수정하니 위치가 이상해졌네요...

  3. France 2011/08/02 17:33 # M/D Reply Permalink

    불란서(佛蘭西)는 일본에서 ?蘭西라고 쓰고 후란스라고 읽는 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아요. ?逸라고 쓰고 도이츠라고 읽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독일(獨逸)이라는 이상한 발음이 된 것 처럼요.

    1. 인민 2011/08/03 00:39 # M/D Permalink

      하긴요.
      자본 공산 민주 이런단어가 다 일본어에서 왔으니 그렇게 되는 것도 무리는 없을듯. 가깝게는 사물함이 있겠죠

      그런데 왜 중국은 혼자 법란서일까요

  4. 소범준 2011/08/10 01:00 # M/D Reply Permalink

    저는 선택의 여지없이 a쪽입니다.^^

  5. 겨울하늘 2011/08/21 22:38 # M/D Reply Permalink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중국어의 한글표기를 가르는 것은 어느 백과사전의 황당한 절충안이 아니라, 문교부고시인 현행 공식 외래어표기법의 입장으로서 현재까지도 교과서나 각종 보도의 기준입니다.
    저는 B안을 지지하긴 하는데 김 용묵 님이 말씀하신 그 B안은 아니고 중국어에 한해서만 B안입니다.
    타이, 프랑스는 당연히 그렇게 적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독일까지도 도이칠란트로 적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중국어는 중국사 전체를 통틀어 표기법을 현대어 발음으로 통일할 수 없다면 우리식 한자음대로 적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이상한 기준 때문에 중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엔 같은 페이지의 같은 지도 안에 “장안”('서안'으로 바뀌어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지명이므로 우리식 한자음으로 표기함)과 “뤄양”(낙양. 현재도 쓰는 지명이기 때문에 현대 북경어 발음으로 표기함)이 공존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문제가 있지요.

    1. 사무엘 2011/08/22 09:36 # M/D Permalink

      오랜만입니다.
      아.. 그게 문교부 고시에 근거한 규정이었군요. 역시 법률· 규정 쪽 전문가이시다 보니.. 코멘트 감사합니다.
      이거 아니면 저거로 확실하게 통일을 못하니 한자를 처리하는 문제는 더욱 미궁으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주제로 블로그 글이 올라오겠지만, 일본은 긴 현지음 표기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 축약을 잘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고 구닥다리 한자음 음차나, 그냥 알파벳 이니셜로 축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도이칠란트를 그냥 '도이치'로 줄이질 않고 그냥 '독일'로 쓴다거나
      오스트레일리아를 '오스틀' 식으로 줄이지 않고 그냥 '호주'로 쓰는 식이죠.
      텔레비전은 '테레비' 대신 간단하게 TV..;;

      그 반면, 일본은... 프레스테(PlayStation), 쇼바(shock absorber) 등등...;;
      한자음과 관련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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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잡설

오랜만에 전공 관련 잡설을 끄적인다.

1. 요즘 나오는 옥편이라면 각 한자들마다 글자의 유니코드 번호는 꼭 수록해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컴퓨터 시대에 저 정보는 하다못해 필순보다도 훨씬 더 필요하고 유용할 것이다.

2. 한자는 입력하고 다루는 데는 굉장히 불편하지만, 뜻글자라는 특성상 한자가 적당히만 쓰이면 형태소 분석과 의미 파악에는 굉장히 유리하다. 한-일 번역과 일-한 번역의 난이도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명백하다. 일본어는 처음에 입력하기가 느리고 불편하지만, 나중에 자연어 처리에는 다소 편할 수 있다는 뜻.
그와 반대로 한국어는 한글로 입력은 전광석화처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소리만으로 기계가 힘들게 유추해야 하는 정보가 많으며, 언어 자체도 구조가 미치도록 판타지 다이나믹 귀걸이 코걸이 식이다 보니 자연어 처리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3. 카이스트에서는 100% '재수강'이라는 용어만 쓰이지만, '재이수'라는 말도 있다는 건 연세대에 가서 처음 알았다.
카이스트에서는 봄학기, 가을학기라고 학기를 구분하지만 연세대는 그냥 고등학교 이전처럼 1학기, 2학기를 쓴다.
인문계 대학원에서는 교수가 다른 교수를 일컬을 때나 강의실에서 학생이 교수를 부를 때 '선생님'이라는 말을 쓴다. 심지어는 나이 많은 학생끼리도 친해지기 전에는 서로 선생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공계 대학원에서는 여전히 '교수님'이 주도적인 것 같다.
이런 일련의 차이를 혹자는 '학교 방언'이라고 풀이하더라.

4. 이기다, 지다, 틀리다, 맞다, 모르다 같은 용언은 영어와 비교했을 때 용도에 따라 시제가 조금씩 일치하지 않는 면모가 있다.
격투 게임 같은 데서 흘러나오는 You win 같은 멘트를 '네가 이긴다'라고 번역하지는 않으며,
You are wrong도 '네가 틀리다'라고는 절대로 번역되지 않는다. wrong, incorrect를 언제나 과거 시제로 번역하다 보니 정작 현재 시제인 '틀리다'는 자꾸 '다르다'라는 뜻으로 이상하게 꼬이고 있는 것 같다.

5. 학교에서 구수한 옛한글들이 잔뜩 찍혀 있는 어느 옛날 한글 성경을 봤는데... '밥팀례'라는 희한한 단어가 있더이다. 밥티슴(baptism)과 침례의 합성어인지? 우리 선조들의 작명 겸 번역 센스에 감탄했다.
아울러, 개역성경도 '사단'이라고 적어 놓은 Satan을, 훨씬 더 옛날 성경이 '사탄'이라고 더 정확하게 표기하고 있었다.

6. 폐사: 가축이 폐사하는 것 말고 弊社 또는 ?社는 자기 회사를 겸손하게 낮춰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 비즈니스 메일이나 광고에서 자주 볼 법도 한 단어 같은데.. 본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폐사라는 단어를 본 곳은 자동차 취급 설명서가 전부이다. -_-;;; 그 업계만의 방언이기라도 한 걸까? '폐사가 보증하는 순정 부품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 주행 중 이 경고등이 갑자기 켜진다면 폐사 서비스 센터에서 정비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IT 업계에서도 쓰지 말라는 법이 없을 텐데. '모 제품에 이런 버그 내지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으므로 사용자께서는 폐사가 제공하는 업데이트를 반드시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겸손한 비하라지만 졸(졸고, 졸저)도 아니고 '폐'가 들어가니까 부정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7. 또 자동차 취급 설명서 이야기.
요즘 차 취급 설명서에 '핸들'이 '스티어링 휠'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놀랐다. 호치키스가 스태플러로 바뀌듯, 국민들의 평균적인 영어 실력이 증가하면서 콩글리시도 점차 바로잡혀 가는 것 같다. ^^;;;
하지만 백미러는 그냥 실외 미러라고 표기했고, 진짜배기 영어인 리어뷰 미러라고 하지는 않은 듯하다.

8. 세월이 흐르면서 아래아한글 97이 이제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도 구닥다리 한컴 2바이트 코드에 대한 지원을 차츰 줄여서 지금은 이게 변환기 유틸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가 돼 있다.
그런데 맨날 옛한글 말뭉치 자료를 다루는 이 바닥 사정을 들여다 보니까, 한컴 2바이트 코드가 그렇게까지 죽은 포맷은 아닌 것 같다. 한컴 2바이트 코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형태소 분석기 같은 툴들이 아직까지 쓰이고 있어서 말이다. 현실이 그만큼 낙후해 있다는 뜻 되겠다.

본인이 다니는 이 대학원에 있으면서 좋은 점을 꼽자면 이러하다. 국어학 쪽의 진짜 전공자, 현업 종사자들의 언어학적 소견과 역사 증언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글 쪽으로는 '운동꾼'이기만 할 뿐 비전문가의 편협한 주장만을 접한 것과는 다르다. 비록 자기 전공 분야에서는 공학 박사이고 뭐 별별 업적을 남긴 분이라 하더라도 국어학 계열로는 이상한 지론에 빠져 이상한 주장을 밀어붙이는 분이 안타깝지만 꽤 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으려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05/13 08:39 2011/05/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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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1/05/13 09:31 # M/D Reply Permalink

    1. 이거 아시나요?

    女와 女는 다르다는 것?

    지금 보시면서 같은 글자인데 왜 달라? 하실텐데요.

    하나는 여에서 한자 키를 누르고, 하나는 녀에서 한자키를 누른 것입니다. 이 둘이 다른 유니코드가 할당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樂같은 경우에는 무려 유니코드가 4개나 할당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樂, 樂, 樂, 樂, 왼쪽부터 낙, 락, 악, 요)

    게임 회사에서 한자가 들어간 아이디를 허용해 줬더니 눈으로 보기에는 정확히 동일한 아이디들이 있어서 알게 된 정보라고 하더군요.

    여 자를 조사해 보니 여일 경우는 \uf981이고, 녀일 경우는 \u5973입니다.

    2. 제가 아는 한 교수님도 다른 교수님이나 자기 자신을 칭하실 때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쓰시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조금은 어색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학과 교수님이셨습니다.

    1. 아라크넹 2011/05/13 12:39 # M/D Permalink

      발음별로 같은 한자를 별도로 할당해 놓은 것은 유니코드보다는 그 문자 집합의 원천이 되는 KS X 1001에서 내려 온 것으로 봐야 합니다. 아마 정렬이나 그런 면에서 이득이 많아서 그렇게 한 게 아닐까 싶어요. (독음 분석을 해야 하는 일본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한자가 섞여 있어도 단순한 collation 알고리즘으로 발음 순 정렬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유니코드 입장에서는 듣도 보도 못 한 발상이니 대표 발음을 뺀 모든 문자가 호환성 영역으로 갔습니다만.

    2. 사무엘 2011/05/13 17:16 # M/D Permalink

      사실, 유니코드 이전의 상용 한자 4888자 자체도 당연히.. 서로 완전히 다른 4888자의 한자로 구성된 집합이 아니었지요.
      BMP 이후로 유니코드에 등록되는 한자들은 어차피 과거의 2바이트 문자 체계에는 없던 레어템들일 테니 호환용 영역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실수로 중복 등록되는 한자는 있다고 하죠. -_-)

      윈도우 운영체제에 대해서 무척 이상한 건, 왜 金에서 '금'이 호환용 한자에다 배당되고, '김'이 원래의 CJK에다 들어갔냐는 것입니다. 테이블의 오류인데 윈도우 95부터 7까지 그냥 이대로 수정 없이 밀어붙이는가 봅니다. 오히려 아래아한글은 똑바로 돼 있다고 하죠.

    3. ???????????? 2011/05/13 23:57 # M/D Permalink

      ???????????? U+5973???? ????????????????... ????? ????? ?????????? ???? ?????????? ?? ???????? ?????? ??????? ????? ????? ???????? ???????????.

  2. 박상대 2011/05/14 11:16 # M/D Reply Permalink

    똑같은 글자가 여러개 있어야 하는 이유는 가나다순 정렬 때문입니다.
    가나다순 정렬을 시키면 한자는 한자음의 가나다순대로 가나다순 정렬이 되는데

    "똑같은 글자를 쓸데없이 왜 여러개 넣어?" 이런 생각을 가지고
    李(이), 李(리) 이 두 한자를 李(리)로 통일시켰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사람 이름을 가나다순 정렬할 때, 컴퓨터가 李를 "리"로 보고
    가나다순 정렬을 하게 됩니다. (북한도 아니고 ㅎㅎㅎ)

    그렇다고 해서 李(이)로 통일시킬 수도 없습니다. 李가 성씨에만 쓰이는 건 아니니까요.


    樂山樂水(요산요수), 樂器(악기), 어부
    이 세 개를 가나다순 정렬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올바르게 정렬하면 "樂器", "어부", "樂山樂水" 순으로 정렬돼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樂"을 어떤 하나로 통일시켜버리면

    "樂器", "樂山樂水", "어부" 이렇게 정렬되거나
    "어부", "樂器", "樂山樂水" 이렇게 정렬되어 버립니다.

    1. ???????????? 2011/05/15 16:15 # M/D Permalink

      ????????? ????????????????, KS X 1001???? ????? ?????? ?????????? ????? ?????? ????????????????, Unicode??????? KS X 1001????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KS X 10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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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및

우리말 순화 운동가 중에는 ‘및’을 싫어하는 분이 계신다.
우리말답지 못하고 어원이 또 무슨 번역투이고 등등~ 근거가 여럿 있는 걸로 본인은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및’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만만하게 없앨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및’을 안 쓰고 이 성경 구절을 번역해 보라.

And the king, and all Israel with him, offered sacrifice before the LORD. (왕상 8:62)

뭔가 느껴지는 게 없는가?
그렇다. 우리말의 조사 ‘-와/과’라든가 어미 ‘-고’는 and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니라 with라는 뜻까지 교묘하게 포함되어 있다. 이거 구분이 안 되는 게, 번역할 때 의외로 굉장히 불편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잖게 발생한다! (한국어 말고도 이런 특성을 지닌 언어가 좀 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접속부사 ‘및’은 정확하게 and의 뜻만 지니기 때문에 중의성의 해소에 도움이 된다.

물론 한국어는 부사를 무척 좋아한다는 특성상, 공동번역처럼 “왕은 온 백성과 함께 .... 했다”라고 문장 구조를 완전히 바꿔 번역하는 방법도 없지는 않다.

2. 어법에 어긋난 축약

알아듣는 데는 아무 지장 없는데 여기서는 쓰이고 저기서는 통용되지 않고.. 음운이나 형태론적으로 온전한 근거를 갖추지 못해 어법상 허용되지 않는 축약이 있다. 한국어에서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스러운'(O), '-스런'(X): 국기에 대한 경례마저 '자랑스런'에서 '자랑스러운'으로 고쳐졌다. 그냥 축약을 허용해도 되지 않겠나 생각을 했었는데... '아름다운'을 '아름단'이라고 적지는 않잖아..! ㅂ이 탈락하는 것도 모자라서 음절 전체가 탈락하는 건 대략 보기 좋지 않다.

- '밤을 새우다, 담배를 피우다'(O), '밤을 새다, 담배를 피다'(X): '우'도 만만하게 보이는지 자꾸 탈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는 명백한 변별 요소로, 이게 빠지면 '물이 새다', '꽃이 피다' 같은 완전히 다른 단어가 되고 만다. 그러고 보니 타동사와 자동사로 각 용언이 격이 다르다 보니, 경계가 마음놓고 문란해지는 건가? -_-;;

- '바뀌었다'(O), '바꼈다'(X): 이런 식으로.. 현대 한글이 규정하는 한글 모음의 범위를 벗어나는 축약을 시도하다 보니, 음운 탈락을 감수하면서 말을 줄이는 경우가 있다. 물론 구어체에서나 통용될 뿐 표기를 이렇게 하는 건 물론 잘못이다.

이런 축약은 꼭 음절수를 맞춰야 하는 노래 가사나 시 같은 데서나 제한적으로 묵인되는 듯하다. 이름하여 시적 허용. 그런 건 영어에도 있으니까..;; 만약 한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있었다면 이런 축약 사이에는 분명 어퍼스트로피가 들어갔을 것이다.

3. 아리까리한 영단어

영어도 만능이 아니다. 중의적인 어휘가 생각해 보니 꽤 있다. 비슷하지만, 그래도 구분 가능한 게 더 좋겠다 싶은 것들 말이다.

- good: 좋다 vs 선하다. 웬지 '선한 사마리아인'과 '좋은 사마리아인'은 뉘앙스가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 free: 자유 vs 공짜. 이게 영어권에서 은근히 혼동이 심해서인지, 오픈소스 진영의 문서에는 “자유 소프트웨어란 무료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친절한 부연 설명이 들어가 있다.
- life: 생명 vs 삶(인생/생애/한살이). 그래서 한국어로는 life after death를 좀 더 깔끔하게 번역 가능하다. 내세에 대해 설명할 때 나오는 단어임.

- little: 작은, 어린, 거의 없는...;; 이거 은근히 중의성이 짙어서 헷갈릴 때가 있다. 이게 빈도부사의 역할까지 하니, 마치 more이 다중 품사 역할을 해서 헷갈리는 것과 비슷한 차원이 된다.
- great: 거대하다, 위대하다. 뭔가 크고 아름답다는 뜻인데, 어떻게 아름다운지가 중의적이다.
- child: 그냥 어린이 vs 계통상의 자녀
- mind: 생각 vs 마음

- egg, milk: 영어는 참 특이한 게 이런 단어들이 각각 달걀과 우유라는 특정 동물의 알과 젖을 뜻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이것 자체가 범용적인 알과 젖을 뜻하기도 한다. 마치 기름이 석유도 뜻하고 그냥 물과 섞이지 않는 가연성 액체의 총칭이기도 하듯이 말이다.

- day: 낮 vs 날. 문맥에 night가 대조되면 전자의 의미가 되고, month나 year 같은 단어가 오면 후자의 의미가 된다.
- earth: 육지(land), 흙 (dust), 태양계의 행성 지구(the earth)...;; 의 의미를 두루 지닌다.

- man: '사람, 사나이(남자), 성인'의 의미를 두루 지닌다. 성경에서도 고전 13:11에 나오는 “but when I became a man”은.. 무슨 단군 신화처럼 동물이 인간으로 변했다거나, 성전환을 해서 여자가 남자로 바뀌었다는 게 아니라.. 자라서 어른이 됐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

영어는 잘 알다시피, 혈통상 2촌 관계에 있는 형제 자매들을 나이 서열대로 부르는 호칭이 없다. 가령, brother이라고만 하면 형인지 남동생인지 알 수 없다. 그 문화권은 근본적으로 '나이가 깡패' 같은 사고방식이 없는 게 틀림없다.
그런데 그 반면 한국어에는 형제 자매들을 싸잡아 부르는 명칭이 없는 듯하다. 쉽게 말해 성별에 구애되지 않고 sibling에 대응하는 한 단어가 없다는 뜻. 그래서 맨날 가족 관계를 물을때 “형(언니)이나 동생 있어요?”라고 번거롭게 말을 풀어서 한다.

4. '들'이 의존명사라니!

나는 '들'이 field를 뜻하는 명사, 그리고 복수형을 의미하는 접미사 정도로나 알고 있었다. 특히 후자 용법은 단복수를 무진장 엄격하게 따지는 영어의 여파 때문에 한국인들 머리에 뼛속까지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건 뭔가?

【의존명사】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벌여 말할 때 맨 끝에 쓰이어, 그 여러 사물을 모두 가리키거나 또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뜻하는 말. 등.
¶ 전차·버스·택시 ∼.

쉽게 말해서 '들'이 '등'(and so on; et cetra)과 완전히 같은 용법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뭐병...;;
한컴 사전, 네이버 사전 등을 다 찾아봐도 그런 풀이가 있다.
본인은 태어나서 '들'이 그렇게 쓰이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근처의 국문과 학생으로부터도 “뭐 이런 게 다 있어” 동의를 받았다. -_-;; 이제 교수에게서 인증받는 것만 남았다는..;;

5. 내일의 순우리말, 한자어 번역어

한국어에 어제, 모레와는 달리 'tomorrow'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이 없는 것을 본인은 굉장히 특이하게 여겨 왔다. '한국어 순우리말은 왜 blue와 green을 구분하지 않을까?'만큼이나 왜 내일이 없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내일'의 순우리말은 '하제'라고 한다. 문헌상의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게 언제부터 왜 '내일'로 대체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카이스트 학생이라면 '하제'가 아주 친숙할 것이다. 교내의 유명한 컴퓨터 동아리(게임 개발 분야)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어제와 오늘, 모레, 글피 등의 서열에서 혼자 한자어인 어중간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워낙 친근한 단어여서 중국이나 일본어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코레일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팔고 있는 내일로 티켓은 'rail-로'가 두음법칙에 의해 바뀐 것...이라고 한다. ㅋㅋㅋㅋ 그래도 싫어요-좋아요보다는 그럴싸한 설명.

'내일'도 이미 한자어인데 동일한 의미를 지니면서 더 탁한 느낌이 나는 한자어가 또 있다. 명일이나 익일... 이 서열대로라면 어제와 오늘도 작일, 금일로 바뀐다. 내일은 바꿀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내일조차 다른 한자어로 바뀐다니, '내일'은 순우리말도 존재하고 더 어려운 한자어 버전도 존재하는 이상한 단어라 하겠다.. 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1/02/02 21:32 2011/02/0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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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주 2011/02/03 01:46 # M/D Reply Permalink

    영어는 관사도 중요하죠. 어떤 관사가 붙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단어들이 상당히 많으니까요.

    정작 우리나라 학교 영어교육에선 '3인칭 단수 명사에는 s가 붙는다' 이런거나 가르치지 어떤 경우에 the가 붙는지 같은 중요한 건 별로 신경을 안 쓰죠. 동사를 죄다 복수형으로 말해도 원어민들은 다 알아듣지만, 관사를 틀리면 때때로 좀 헤매기도 하던데 말입니다.

    제 생각엔 대한민국 고등학교에는 복수 명사에 the가 붙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는 학생이 수두룩할 겁니다. =_=


    '들'은 저도 처음 보는 용법입니다. 정말 저런 식으로 쓰기도 하는 건가 허허..

  2. 주의사신 2011/02/03 09:30 # M/D Reply Permalink

    1. 제가 아는 한 교수님 중에 미국 유학 가셔서 a, the 틀리게 써서 10점인가가 그냥 날아가 버린 경험을 하신 분이 계십니다. 그래서 그런지 판서 중 a, the를 상당히 신경써서 하십니다.

    2.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번역서를 읽을 때, "멜라니와 다른 사람들이 왔다 간 후"를 "멜라니들이 왔다 간 후"같은 문장이 있어서 "이거 무슨 문장이 이래?"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는데, 4번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이거 국어 문법에 맞는 문장인가 봅니다.

  3. 이지브 2011/02/03 16:19 # M/D Reply Permalink

    저도 병원에 있을때 옛날 소설책을 몇권 구해다 읽었는데 주의사신님처럼 XXX들이 이런식으로 써진 문장이 들어있는책이 많아서 꽤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한번읽었을땐 번역자의 자질이 의심스러웠고 또다른책에서 두세번째 볼때는 내 눈이 이상한가 싶었는데 정식문법이였네요...-_-

  4. 김재주 2011/02/03 19:43 # M/D Reply Permalink

    어떤 일행을 지칭할 때 누구누구들, 하고 말하는 건 일본어의 영향이 남은 잔재라고 봅니다. 4번에서 설명하는 용법은 조금 다른 경우고요.

  5. 사무엘 2011/02/03 20:43 # M/D Reply Permalink

    좋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 관사, 전치사, 단· 복수.. 이게 영어에서 정말 골때리는 요소이죠.
    유학 간 한국 학생이 그런 실수 때문에 교수에게 깨지는 건 거의 통과의례 수준으로 겪어야 하는 일입니다. =_=;;
    말하기, 듣기도 어렵지만.. 영어로 학문을 하려면 '쓰기'야말로 최강의 보스이니까요.

    4번에서 설명하는 용법이라면 '들'을 띄어야 합니다. 접사가 아니라 의존명사이기 때문이지요. 주의사신 님, 이지브 님처럼 보통명사도 아니고 고유명사 뒤에 '들'이 바로 붙어서 이어진 건 영 수긍하기 어려운 표현이네요.
    어쨌든 이건, 없애 버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이상한 용법입니다.

  6. 맑아릿다 2011/02/08 05:14 # M/D Reply Permalink

    의존명사 '-들'은 일본어의 'たち'를 직역하여 들어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봅니다. 실제로 일본어에서는 '철수たちと合った。' 와 같은 문장이 ' 철수와 그 친구들을 만났다'의 의미로 매우 흔히 쓰이거든요. 하지만 한국어에서는, 현대 한국어는 물론이거니와 중세,근대국어에서도 한 번도 본 일이 없습니다;; 일본어 용법이 차용되어 쓰이기 때문에 사전에 올라간 건지, 일본 사전 베끼다가 얼떨결에 올라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는 후자에 한표ㅋ. '스런

  7. 맑아릿다 2011/02/08 05:24 # M/D Reply Permalink

    '스런'은 모음충돌(hiatus)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듯해요:) 그런 건 흔한 일이에요.'바뀌어>바껴', '사귀어>사겨'가 되는 건 모음으로 끝나는 어간에 붙는 활용어미 '-아/-어'는 대부분 축약되는데 한글은 ㅜ ㅕ의 조합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과감히 어간을 바꾸어버리는ㅋㅋㅋㅋㅋㅋ것 아닌가 싶네요. 아마 휴대폰 문자메시지의 글자 수 제한이 그걸 거들었겠죠. 세월이 더 흐르면 아예 기본형이 '바끼다', '사기다'가 될지도 몰라요ㅋㅋㅋㅋㅋ 그나저나 학교 몇시에 나오시나요? 저는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밤을 새고 가게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일단 지금 자려고 시도는 해 볼 생각이에요. 점심은 열두 시가 괜찮으세요 한 시가 괜찮으세요 저는 두 시 출근입니다

  8. 맑아릿다 2011/02/08 05:27 # M/D Reply Permalink

    혹시러도 제가 약속을 놓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열한 시쯤 문자로 답을 보내주세요?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 사무엘 2011/02/08 08:26 # M/D Permalink

      반갑습니다. 언어에 이유 없는 변화는 없다는 걸 느낍니다. ^^
      축약에 대해서 저는 시적 허용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자 메시지라는 더욱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하고 있었군요. 미처 생각을 못 했더랬습니다. ㅋㅋ
      더 일찍 만나는 게 당연히 더 좋겠죠? 그때쯤 연락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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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우리말/언어 관련 메모.
요즘 참 다양한 분야별로 블로그질 하는데, 방학 중에도 본인의 매일 수면 시간은 5~6시간대.. 아 피곤하다..;; 남들이 게임이나 연애 하는 동안 난 맨날 이 짓 하고 있다. 이것도 병 내지 중독이다. ㄲㄲㄲㄲㄲㄲㄲㄲ

1. 조어법

요즘 언어학의 설명에 따르면, 어휘의 조어 방식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사적 합성이라 하고 다른 하나를 비통사적 합성이라고 하는데, 전자는 생성에 사용된 개별 형태소가 온전하고 자립 가능한 형태인 것을 말하고 후자는 그렇지 못한 걸 일컫는다.

까놓고 말해 ‘먹자골목’은 통사적 합성인 반면, 논란이 많은 ‘먹거리’는 비통사적 합성이다. 동사의 어간 ‘먹-’은 이거 하나만으로는 자립할 수 없는 의존형태소로 일컬어지며, ‘먹는, 먹자’처럼 뒤에 어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헐 그럼 ‘먹튀’도 비통사적 합성이군?
그래서 성격 까칠한 민간 우리말 운동가 중에는 ‘먹거리’는 잘못 만든 말이기 때문에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다.

난 조어에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명사, 특히 고유명사야 겹치는 동음이의어 없이 어감상 거부 반응 안 들고 변별만 잘 되면 뭘로 지어도 나쁠 게 없지 않겠는가. 뭐, ‘나드리’처럼 표기법 바꿔서 고유명사화하는 게 한글 파괴라는 식의 개드립에는 결코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다양한 조어는 적극 권장해야 한다. 요즘 무섭게 쏟아지는 영어 신조어나 작명 센스들, 그리고 우리나라 인터넷 유행어들도 내가 보기엔 압도 다수가 비통사적 합성들이다.

‘쌍룡’이 표준어이건 말건 자동차 회사 ‘쌍용’은 고유명사이다. 하다못해 외래어 표기법도 아무리 Hyeondae가 원칙상 맞다 해도 현대 자동차 할 때 현대의 공식 로마자 표기는 Hyundai인 것이다. 성씨의 두음법칙 같은 문제에서도 본인은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불러 주는 게 맞다’ 주의이다.
본인은 ‘다르다’와 ‘틀리다’ 구분 안 하는 것 굉장히 싫어하고, “이 제품은 성능이 아주 좋으십니다” 이런 말 들으면 손발리 오그라들긴 하지만, 조어는 아주 창의적이고 파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된 웃기는 현상이 하나 더 있다.
우리나라는 God의 표기가 천주교하고 기독교(천주교에서 개신교라고 부르는)가 서로 다른 이상한 나라이다. 하나님 vs 하느님. 참고로 천주교 말고는 여호와의 증인도 ‘하느님’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사전처럼 종교색이 없는 문헌도 하느님, 더 나아가서 공동번역 성서의 컨벤션을 더 존중하는 것 같다. '하나님'의 설명을 보면 '하느님으로 가셈' 같은 식.

어른들의 사정이 있어서 표기가 달라진 건 어쩔 수 없다 치는데, “‘하나님’은 ‘하나(one)’이라는 숫자에다가 님이 붙은 것이어서 어법에 어긋난다”고 ‘하나님’을 까는 건 영 수긍하기 곤란하다. 실제로 국어깨나 좀 아는 어느 천주교 신자에게서 본인이 들은 적이 있는 말임. 아하, ‘하나님’도 비통사적 합성이다 이거지?

종교적인 교리나 이념은 싹 배제하고, 순수하게 국어학 관점에서 “남이사 무엇에다 님 붙여서 말 만들든 무슨 상관이심?” -_-;;; 이라고 반문해 주고 싶었다. 오히려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서양 선교사도 그 ‘하나+님’ 조어를 보고는 정말 멋진 번역이라고 감탄을 했다고도 하는데.
뭐.. 그냥 그랬다고.. ㅋㅋ 아님 말고.

2. 문법 용어

아마 내막을 아는 분도 있겠지만, 옛날에는 국어 문법 용어와 체계가 서울대 이 희승 라인과 연세대 최 현배 라인으로 갈려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대 국문과를 가려는 사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울대 기준으로 맞춰진 책으로 공부를 해야 했고, 연세대 국문과를 가려는 사람은 연세대 에디션으로 공부를 해야 했다...; 그리고 나중에 입시 점수가 엇갈리게 나오더라도, 맞은편 경쟁 대학으로 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거 가히 도시전설 수준의 충격과 공포인걸??

그래서 학교 문법 체계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는데... 이거 무슨 글자판 통일 얘기 같다(세벌식 매니아의 직업병..ㅋㅋ).
문법 용어는 한자어 위주의 서울대와, 순우리말 위주의 연세대가 땅따먹기 하는 식으로 통합되었다. ㅜ.ㅜ “난 이거 양보할 테니 저건 우리 식으로 하자” 식. -_-;;

아하, 그래서 중학교 때 배운 음운 법칙이 ‘음절 끝소리 규칙’과 ‘된소리되기’, ‘사잇소리’는 순우리말이고 ‘구개음화’, ‘자음동화’, ‘음운 축약’은 한자어로 뒤죽박죽 섞여 있었구나.
그 엄청난 내막을 알게 됐을 때 대략 정신이 멍했다. ㅋ

하지만 문법 용어 말고 다른 분야 용어는 세월이 흐르면서 상당수 한자어로 이미 바뀐 것 같다.
과학 그림책에서 본 살갗, 힘살, 작은창자, 콩팥 같은 용어는 중학교 과학 책에서 전혀 볼 수 없었고(피부, 근육, 소장, 신장 등), 한글 학회 어르신들이 접했다는 넘보랏살(자외선) 같은 단어는 전혀 접하지 못했다.

요즘 애들은 6 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는데, 저런 단어들도 안 쓰면 나중엔 애들이 진짜 못 알아들을 것 같다. 가령, 여기 오는 분들은 ‘뭍’이 육지(land)라는 뜻인 줄은 다 알려나?

3. 형태소 분석기를 엿먹이는 문장

한국어: 가가 가가가? (걔가 가씨 집안이냐?) -_-
영어: I think that that that that that boy wrote on the blackboard is wrong.
(접속사, 지시형용사, 명사, 관계대명사, 지시형용사) ㅋㅋㅋㅋ

4. 흠좀무스러운 다의어와 동음이의어

동사 table
- 영국: (의안 등을) 상정하다
- 미국: (의안을) 묵살[무기연기]하다.
뭐 어쩌라고.. -_-;;

학원을 끊다
- 전화를 끊다: 학원을 그만두다
- 승차권을 끊다: 학원에 등록하다
뭐 어쩌라고.. -_-

진돗개 1호가 풀렸다
- 5만원권이 전국에 풀렸다: 경보가 내려지다
- 통금이 풀렸다: 경보가 해제되다
release와 비슷한 의미의 중의성을 지닌 듯.

1977년의 테네리페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도, 교신 중에 이런 식으로 중의적인 표현이 조종사와 관제탑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구제역 / 해충 구제 / 빈민 구제
물론 한자는 서로 완전히 다 다르지만, 어째 어감이 이상하다. “구제역 병균을 구제해서 불쌍한 소들을 구제해야지”라고 써도 될 것 같다.. ㄲㄲㄲㄲ

5. 부사를 겸하는 명사

‘오늘’, ‘내일’ 같은 시간이 명사도 되고 ‘부사’도 되는 건 한국어나 영어나 똑같다.
“나 내일/오늘 집에 가”라고 영어로 말할 때 today나 tomorrow 앞에 전치사를 붙이질 않으며, 한국어로도 ‘내일에, 오늘에’ 같은 식으로 조사를 붙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어는 그런 게 더 발달해서 home이나 downtown 같은 장소를 가리키는 명사도 부사로 통용되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6. 흠좀무스러운 발음

아래의 두 단어 쌍은 영어 발음이 완전히 동일하다!

Colonel (육군 대령) / kernel (커널)
Pilate (성경에 나오는 본디오 빌라도-_-) / pilot (파일럿)

'컬라널'이 아니었군.. ㅜ.ㅜ 영어가 워낙 다양한 어원에서 유래된 단어가 많아서 어쩔 수 없다. 그 중 gh가 제일 판타지 같은 음운이라는 건 알 만한 분들은 알 것이다.
만약 한글이 세계 문자가 된다면, 같은 한글 단어도 중국어를 표기한 단어에서는 ㅐ를 ‘ㅏㅣ’로 풀어서 읽는다거나 하는 그런 예외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김밥, 비빔밥, 볶음밥, 자장밥에서 ‘밥’과 ‘빱’ 소리가 갈리는 원칙을 설명할 수 있으신 분??
‘김빱’이 아니라 ‘김밥’이라고 그대로 소리내는 게 맞다고 말은 하는데 왜 그렇게 되는지 난 모르겠다. 아무 원칙이 없이 랜덤이라면 본인은 아까 조어와 마찬가지로 무슨 발음이든 다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김밥, 효과를 다 김빱, 효꽈라고 발음한다.

해님도 ‘햇님’이라고 자꾸 쓰기 쉬운데, 원래 ㅅ을 붙일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한다. 사잇소리는 정말 너무 어렵다.

7. 영어 번역투

영어는 A must be followed by B 같은 표현조차 가능한 언어이다. 수동태와 피동형 남발은 민간 차원에서도 하도 많이 까여 왔고, 좀 각성하자는 움직임도 적지 않은데.. 본인은 전형적인 영어 번역투로 그 외에도 아래의 사항도 지적한다.

- 명사형 관형어로 죽어라고 ‘-는 것’만 너무 남발하는 것 (to 부정사와 동명사의 번역. -음, -기 도 때때로 좀 써 주세요!)
- ‘가지다’를 너무 남발하는 것 (have 번역. 품다, 지니다 등도 좀 쓰세요!)
- 영문법 책에서 본 듯한 뭔가 장황하고 최적화(optimized)되지 않은 문장. 한국어 표현을 추적해 보면 원래 영어 원문이 무엇이었을지 디스어셈블리(?) 가능한 문장.

한국어는 단· 복수나 성별 구분은 거의 안 하는데 주체가 인격체냐 그렇지 않냐는 꽤 엄격하게 구분한다. 비인격체가 주어로 오는 걸 싫어하는데, 영어는 오히려 그걸 전혀 따지지 않으니 그게 문제이다.
“이 열쇠가 문제 해결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같은 식.

세상에 영어로 유입되는 지식과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 영어가 한국어에 끼치는 영향도 방대하다. 영어를 무작정 배척할 수는 없으나,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지킬 건 지켜야 할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영한사전이 제대로 돼야 국어가 산다는 지론을 오래 전부터 펴 왔다.

본인의 모국어인 한국어는 대명사가 극악인 언어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영어의 간결한 대명사 체계에 대해서는 가끔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영어도 2인칭이 단· 복수 구분이 없다는 기괴한 약점이 있기는 마찬가지. 차라리 킹 제임스 영어는 그 구분이 있는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12 07:43 2011/01/1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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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1/01/12 09:00 # M/D Reply Permalink

    1. 하나님은 하나 + 님이고, 하느님은 하늘 + 님에서 ㄹ이 발음하기 어렵기 때문에 떨어진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여러 가지 말이 많다 보니, 이 두 표현의 역사(...)를 연구했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하나님이 제일 먼저 나왔다라는 기록이 있더군요.

    실제로 초창기에 어떤 선교사가 만든 영한 사전을 보면 atheist를 하나님없난줄아난이(여기서 난은 옛한글에서 아래 아자로 되어 있는 것)이라고 써 놔서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2. 게임 아이디를 "하나" 또는 "하느"라고 짓는 사람들은 어떻게 불러줘야 하나 난감합니다. 생각해 보니 하나라는 이름도 있긴 하네요...

    3. 그림씨, 움직씨 등등의 단어를 들으면서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위 글의 2번과 같은 이유가 있었군요.

    4. 형태소 분석기가 어려워하는 단어 중에 "가시리"가 있더군요. "가실 것이다"인지, "가시(thorn)일 것이다"인지 어디서 끊어야 하나 난감하다고 합니다.

    5. 6번의 '밥' 발음과 비슷한 성경의 현상이 율법이 아닐까 합니다. "율법"이 맞을까요? "율뻡"이 맞는 걸까요? 사실 율뻡이라고 발음해야 할 이유가 딱히 없으니, 율법이 맞을 것 같기는 한데, 반반인듯 합니다.

    6. 디스어셈블리 가능한 문장이라 해서 기억이 나는 문장을 생각해 보면,

    "차를 몰고, 주유소에 가스를 충전하러 갔다."

    영어에서 Gasoline을 Gas라고 줄여서 얘기하죠. 주유소에서 LPG를 넣어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홈페이지의 애플릿을 방문하세요"

    "방문하세요"보다는 "실행시켜 보세요"가 더 한국어적인 것 같습니다.

    7. 수학 용어 중에 번역이 특이한 것을 하나 꼽자면, 아마 "우함수", "기함수"가 될 것입니다. 각각 짝함수, 짝수함수, 홀함수, 홀수함수라고 번역하는 것이 옳을 것 같은데, 그냥 일본식 한자를 생각없이 받아 적어서 생긴 일 같습니다. 일본에서 짝수를 우수, 홀수를 기수라고 하거든요....

    8. 영한사전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영한사전 비판"이라는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영한 사전의 역사부터 고쳐야 할 점까지 많은 것을 나열해 놨습니다.

    1. 사무엘 2011/01/12 16:20 # M/D Permalink

      의견 잘 읽었습니다. ^^
      1. 하나님, 하느님 문제는 아래아의 표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하죠.

      2. 그런데 아이디를 '하나(느)'라고... ㄷㄷㄷ;; 이래서 명칭과 님 사이는 띄어 줘야 하나 봅니다. ^^;;;

      4. 그런 예가 한글에는 굉장히 많아요. '네'.. four or your 같은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한글에다가 모호성이 없이 형태소 분석이 가능하게 meta정보를 추가한 notation 같은 걸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고유명사 표기도 거기에 포함되는 정보가 되겠죠.

      5. 저는 한 치의 예외 없이 '율뻡'이라고 발음해 왔습니다. 사실 '효꽈'도 일부러 '효과'라고 하니까 너무 어색해요.

      7. 그런 예의 압권은 단연 '유리수'입니다. rational의 번역을 제대로 하려면 차라리 '유비수'가 더 맞다고 하죠.

  2. 김재주 2011/01/12 09:41 # M/D Reply Permalink

    저 table이랑 몇몇 동사 때문에 2차세계대전 때에 미국과 영국 의회가 같이 회의하면서 처음엔 지들끼리 치고받고 싸웠다는 후문이...

    1. 사무엘 2011/01/12 16:21 # M/D Permalink

      table 얘기는 그렇잖아도 님에게서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사전 풀이도 저렇게 대놓고 정반대로 돼 있는 걸 보고서 깜놀했죠.

  3. 맑아릿다 2011/02/01 20:04 # M/D Reply Permalink

    휴 밀린 거 다 읽었다ㅠ

    1. 사무엘 2011/02/01 22:41 # M/D Permalink

      무사 귀환하신 걸 환영. ㅋㅋㅋ
      내일 밤엔 또 우리말 관련 글이 올라올 겁니다.

  4. 깨몽 2011/02/21 10:43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십니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요즘 새로 우리말(한자말, 일본말, 번역투를 버리고)을 새로(?)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저 역시 이른바 신세대식 말 만드는 법에 조금 더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것은 일반 뭇사람들을 두고 그리 하는 것이고 한글을 다듬자는 사람들 스스로는 좀 더 엄격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보기를 들었던 '먹거리', '먹을거리' 같은 경우도, 저도 얼마전까지는 '먹을거리'가 말 만드는 법에 맞다는 쪽이었으나 우리말이 된 꼴(나쁜 뜻 아님^^)을 보자면 '먹+거리'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맞느냐 하는 것보다도(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말법을 두고 원칙을 바로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요즘도 종종 겪는 일입니다만, 뭇사람들이 비슷한 뜻을 가진 여러가지 말을 쓰다가 어느 하라로 굳어진다면 그것이 조금 말법에서 어긋나더라도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봅니다만(그것이 사람들 입에 맞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말을 만드는 사람이 말법에 어긋나게 말을 만드는 것은 말글살이를 어지럽히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먹거리', '먹을거리'가 바로 새로 만든 말 보기에 맞을 것입니다.)

    아울러 요즘, 흔히 쓰는 말을 우리말과 견줘 모으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고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http://2dreamy.tumblr.com/post/3397557766

    1. 사무엘 2011/02/21 21:37 # M/D Permalink

      반갑습니다.
      저는 쓸데없이 외래어, 한자어를 남발하는 건 싫어하지만,
      우리말의 한계상 필요한 외래어· 한자어나 번역투를 다 배척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저만의 지론에 대해서만 글을 써도 블로그 포스트가 완성되겠지만, 이 댓글로 다 말씀드리기는 곤란하고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그게 안 서 있으니까 우리말에 관심 있다는 사람들의 언어관과 문자관이 서로 거의 종교관 수준으로 찢어지고 뿔뿔이 흩어져 있죠.

      좋은 의견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사이트는 꽤 최근에 만드신 것 같군요?
      운영하시는 분이 누군지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으면 이 사이트가 그냥 아무렇게나 만든 게 아니라 좀 더 권위가 느껴질 것 같습니다. ^^

  5. 겨울하늘 2011/04/01 15:03 # M/D Reply Permalink

    이번달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월말이 끝난 첫날에 김 용묵 님 글 몰아서 한 번 보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죠?
    하나님이 수사+님이기 때문에 어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에는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본래 교회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어느나라에서나 그렇듯 영어의 God나 히브리어의 El 처럼
    유일신이라는 뜻에서 그 언어에서 신을 뜻하는 보통명사를 취하여 썼기 때문에
    하나님의 어원이 하느님과 같이 하늘+님인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다만 댓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글에서 아래아가 폐기되면서 두 가지 표기가 분화되어 하나님이란 표기에 '하나(1)'라는 의미가 사후부여된 것으로 압니다.
    마치 '서울'이라는 고유명사가 '서라벌'에서 유래하였다는 정설 외에
    '설(雪)'+'울'에서 나왔다는 소박한 민담이 존재하는 것처럼요.
    말레이시아 교회에서는 하나님을 지칭하는 단어로 '알라'를 쓴다더군요^^

    1. 사무엘 2011/04/02 09:51 # M/D Permalink

      와, 겨울하늘 님,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학교와 회사 병행하느라 좀 힘든 것만 빼면 잘 지내고 있고, 날개셋 새 버전도 개발도 원활하게 진행 중입니다.
      얼마나 오랜만이면 이 옛날 글까지 거슬러 올라가셨군요. ㅋㅋㅋㅋㅋ
      앞으로도 자주 뵈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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