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과 폭발물

인간이 만들어 낸 기계와 소모품 중에는 뭔가 화학적 폭발로부터 발생하는 힘을 이용하는 것이 있다. 이용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 A. 폭발력으로 뭔가를 멀리 쏴 날리기: 총포. 일반 총알, 옛날 해전 때 주고받던 대포알
  • B. 주변에다 폭압 대미지를 전함: 건물 철거나 터널 개통을 위해 터뜨리는 폭약
  • C. 주변에다 폭발력으로 파편을 날려서 대미지 주기: 수류탄, 각종 폭탄들. 이게 각종 게임에서는 '로켓 런처 스플래시 대미지'라고 표현하는 효과이다.

칼이 음식물을 썰고 요리를 할 때 유용하게 쓰이지만 한편으로 사람을 죽일 때도 쓰이는 것처럼..
폭발물 역시 토목 건축에서 장애물을 제거하는 용도로 유용하게 쓰이지만(발파..) 한편으로 사람을 죽일 때도 쓰인다.

그리고 화약만 폭발용으로 쓰이는 게 아니다. 내연 기관에서는 반응 속도가 빠른 연료를 급격하게 연소시켜서 제어 가능한 작은 규모의 폭발을 지속적으로 일으킨다. 그리고 그 폭발력으로 피스톤을 회전시키거나 터빈을 돌리거나, 심지어 그 배기가스를 분출시키는 반작용으로 동력을 생성한다.

저 위의 세 분류 중에서는 B에 가까운 셈이다.
단지, 자동차 엔진은 점화 플러그나 압축 착화를 이용해서 연료를 폭발시키는 반면, 총은 그냥 민감한 화약에다가 충격을 줘서 격발시킨다는 차이가 있다. 격발 후의 총구 화염이 엔진으로 치면 배기가스와 같다.

단순히 난방용 보일러나 외연 기관에서는 연료라는 게 단순히 불 때고 매질의 온도를 올리는 용도로만 쓰이겠지만, 내연 기관은 그렇지 않다.
물을 끓여서 증기 기관을 굴리는 용도로는 석탄과 석유를 모두 쓸 수 있다. 그러나 물 없이 연료만 들이부어서 열을 동력으로 바꾸는 건 석탄으로는 할 수 없고 석유로만 가능하다.

까놓고 말해 통나무나 숯, 석탄을 잔뜩 쌓아 놨다고 해서 거기 주변에서 담뱃불을 붙이다가 와장창 폭발 사고가 나는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관계가 이렇게 정리된다.
폭발물의 작용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을 더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파편을 날리는 수류탄이 화약이 들어있는 것만큼이나, 총알도 내부에는 탄두를 날리는 힘의 원천인 화약이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알만 잔뜩 모아 놓은 탄약고는 일정 수준을 넘는 열이나 충격에 노출되면 큰일 난다. 총알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주변을 몽땅 다 박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
공포탄은 탄두가 없어서 A는 존재하지 않지만, 화약이 엄연히 들어있기 때문에 B의 위력은 존재하는 탄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쏘면 고온 고압의 배기가스의 폭압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공포탄은 사람의 발성으로 치면 성대를 울리지 않는 귓속말과 비슷해 보인다는 생각을 본인은 오래 전부터 해 왔다. 귓속말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는 들리기는 하는 소리이니까..;;

이런 배기가스와 파편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아폴로 계획에 대해서도 진공에서는 로켓이 날아갈 수 없네, 달 착륙선이 이륙했는데 흙먼지가 일지 않고 주변 후폭풍이 부자연스럽다는 식의 온갖 이상한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배기가스는 주변에 공기가 없어도 분출되는 것 자체만으로 기체를 반대 방향으로 밀어낼 수 있다.

3.
터널을 뚫거나 건물을 철거할 때 쓰이는 폭약 역시 탄두도, 파편도 없이 그냥 폭압만으로 자기 일을 한다. 터지는 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그냥 “따다닥~ 빡~!”으로 총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건물을 철거하려면 아랫부분을 날려 버린 뒤, 건물이 자기 무게를 못 이겨서 연쇄적으로 주저앉게만 만들면 된다. 물론 콘크리트 건물들이 워낙 튼튼하니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건물을 붕괴시키기 위해서 꼭 전쟁용 폭탄이 필요한 건 아니다.
군함을 격침시키는 것도 원래 자기들이 갖고 있던 탄약고를 유폭시키면 된다. 꼭 자기 폭발력만으로 배를 몽땅 아작 내야 할 필요가 없다.

원자폭탄도 화구가 장난 아니게 크다고 하지만 상당수의 인명· 재산 피해는 주변 건물들이 박살나고 파편이 날리면서 야기된다. 뻥 뚫린 개활지 사막에서 원폭이 터져서 폭탄 자체의 열과 폭압과 방사선만 받아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같은 대미지가 나오지는 않는다.

4.
총알 수준을 넘어 포탄이나 어뢰, 미사일 수준이 되면 얘들은 날아간 뒤에 목표 지점에서 스스로 또 폭발을 한다. 즉, A와 C를 모두 갖추게 된다. 이런 물건들은 단순 총알과는 달리, 목표물에 물리적으로 닿는 충격 대미지보다는 폭발에 의한 파편 대미지가 훨씬 더 크다.

그런데 정교한 로켓 엔진이 달리는 미사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포탄을 만드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었다. 목표물에 도달해서 부딪혔을 때는 폭발하지만, 처음에 발사되느라 포 안에서 어마어마한 G (=충격)를 받았을 때는 폭발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 전근대 무기에다 비유하자면 불화살과도 비슷하다. 화살이 날아가는 동안은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는가?

5.
현실의 폭약, 폭탄 따위의 폭발물이 영화나 게임에서 보는 폭발물과 크게 다른 점 중 하나는 비주얼이다. 현실의 폭발물은 일부러 소이탄 같은 걸 터뜨리지 않은 한 우리의 통념보다 불꽃? 화염 따위가 거의 보이지 않고 간지가 안 난다. 그냥 흙먼지만 자욱하게 일 뿐..
현실이 매체보다 더 우월한 건 시각이 아니라 청각이다. 수류탄이 터지는 곳 가까이에 있으면 지축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고,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소리에 놀라게 된다. 일개 소총을 격발하는 따다딱 빡 소리도 가까이에서 들으면 살인적으로 크다.

소리를 줄여 주는 소음기라는 게 악기용이 있고, 자동차나 총기를 대상으로도 존재한다.
그리고 인간이 착용하는 귀마개라는 것도 방수용과 방음용이 있는데, 둘은 내부 구조와 성분이 당연히 다르다. 방검복과 방탄복이 다른 것만큼이나 다르다.

권총은 위력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은폐하기 쉽다는 이유로 인해 불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총에 장착하는 소음기도 일단은 수렵용으로라도 불법이다. 자동차가 번호판을 가리고 다니듯, 은밀하게 총질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범죄 악용).

다만, 총에 소음기를 달았다고 해서 총 쏘는 게 무슨 화살 쏘는 것처럼 조용해지는 건 절대 아니다. 비유하자면 160dB정도이던 게 120dB대로 줄어들 뿐이다.

소음이 무려 1000배나 줄어들기는 하지만, 1경쯤 되는 액수가 10조로 줄어들면 비용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어든 거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대신, 소음기를 달면 총소리가 많이 탁해지고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추적하는 게 더 어려워지는 효과가 있다.

6.
수백 년 전 옛날에는 열악한 흑색화약만 해도 얼마나 비싸서 군인들이 실탄 훈련도 제대로 못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엔 총알, 포탄 같은 게 왕창 대량 생산되면서 과거에 비해 얼마나 흔해지고 저렴해졌는가..??

이런 게 다방면의 과학 기술과 첨단 산업공학,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힘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들이 통합적으로 선순환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20세기 이후의 현대 문명이 존재 가능하게 됐다.
고대에도 현대인들이 보기에도 놀랄 만한 과학 기술이 존재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때 그런 것들은 대량 생산되어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7.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11월에 발생한 이리 역(현재 익산) 폭발 사고가 정말 끔찍했던 참사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다이너마이트에다 뇌관까지 싣고 가던 열차가 규정을 어기고 역에 당당히 정지했는데, 기관사가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는지, 화약이 실린 화물칸에서 촛불을 켜 놓은 채로 술 마시고 잠들었다.

밤에 켜 놨던 촛불이 엎어져서 화재가 발생하는 건 그 시절에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평범하게 불만 난 게 아니라 40톤에 달하는 화약들이 연쇄 폭발해 버렸다. 그래서 반경 500여 m 안의 건물들이 몽땅 파괴되고 어지간한 전시 폭격을 능가하는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더 과거엔 1917년,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화약을 잔뜩 실은 화물선(SS 몽블랑)이 충돌 사고와 화재로 인해 몽땅 폭발하면서 TNT 2900톤 급의 폭발 사고가 났다. 이건 뭐.. 그 당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폭발 사고였다.
사실, 1970년 무렵엔 소련이 유인 달 탐사를 위해서 거대한 N1 로켓을 무리해서 개발했지만, 이것들은 다 실패하고 발사대에서 폭발했다. 이때도 그야말로 천지가 불바다가 되면서 핵이 아닌 폭발 중에는 역대급 폭발 사고가 났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록은 자세히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저런 옛날일 말고, 21세기에도 2015년 8월 12일 톈진 항구 폭발 사고(TNT 한두 자리수 톤급)는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편이어서 아직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작년 여름 2020년 8월 4일엔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에서 질산암모늄을 잘못 다뤄서 TNT 무려 1천 톤급의 폭발 사고가 나는 바람에 나라가 통째로 혼란에 빠졌다. 항구에서 위험물을 대량으로 취급하다가 이런 사고가 나는가 보다.

8.
요즘 세상에 주유소는 무인 셀프가 완전히 대세가 됐고 말통 주유 정도나 직원 대면이 필요하다. 하지만 LPG 충전소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어떤 용도이건 무인화로부터는 여전히 열외되어 있다.
다른 에너지원은 어떨지를 생각해 보면, 전기차 충전이야 당연히 무인화 되겠지만.. 수소 연료 역시 무인화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자동차의 연료 및 엔진의 종류가 "소형차를 위한 휘발유, 아니면 대형차를 위한 디젤 엔진 경유"로 '얼추' 나뉘듯이, 비행기의 연료 및 엔진 종류는 "경비행기를 위한 왕복 엔진과 항공 휘발유, 아니면 나머지 대형기를 위한 제트 엔진과 등유" 계열로 얼추 나뉜다.
비행기를 넘어 로켓 엔진으로 가면 "등유 아니면 액체 수소"로 이원화된다. 연료 전지가 아니라 진짜 쌩 수소를 폭발시킨다.

9.
21세기의 최신 과학 기술로도 인간의 주류 살상 무기는 여전히 화약 기반의 열병기이며(핵무기는 논외로 하고..), 우주로 나가는 수단은 연료 소모가 너무 심한 내연기관 로켓에 머물러 있다.
영화나 게임에서 레이저 포가 어떻고 레일건이 어떻고, 플라즈마 소총이 어떻고 하는 건 여전히 비현실적인 SF의 영역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전쟁터에서 총알이나 포탄 파편이 아니라, 빛을 내뿜는 뭔가 신비로운 입자가 날아가서 적군을 죽이거나 시설을 파괴하는 날이 과연 올지 모르겠다.

심지어 사람이 쏘는 장풍은 SF라고 보기도 좀 민망하다. 얘도 일종의 폭압을 전하는 것에 가까울 텐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에네르기 파는 드래곤볼 만화에서 유래됐고, 파동권은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에서 유래됐다. ㄲㄲㄲㄲ 다들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일본의 명작들이구나.

Posted by 사무엘

2022/05/09 08:35 2022/05/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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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항공모함

군대라는 게 작전 방식의 특수성과 차이로 인해 육해공 3군으로 나뉘곤 한다. 하지만 타 영역을 살짝 걸치는 병과도 조금씩 존재한다.
가령, 해병대는 육군과 해군의 조합처럼 보인다. 법적으로는 해군에 소속돼 있고 병도 지원자만 받지만.. 병의 의무 복무 기간은 육군과 동일하다. (우리나라 기준)
그리고 육군에서도 헬기 정도는 육군 항공대 명목으로 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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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처럼 항공모함은 바다 위의 공군 기지이니 해군과 공군의 조합 같다. 항공모함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2~30년대 전간기 때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존재 가능성과 필요성이 논의되었으며.. 덕분에 2차 대전의 태평양 전쟁에서 제대로 활약하게 되었다.

항공모함은 그 특성상 덩치가 정말 거대하며, 건조 비용이 억소리 나게 비싸고 운영하는 비용도 나라 등골 브레이커 수준이다. 하지만 이게 있으면 망망대해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서 억만 리 타지에서 깜짝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잠수함이 몰래 쏘는 어뢰하고는 다른 차원으로 전투력의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옛날에 타이타닉 여객선은 내부에 별 시설이 다 있는 그냥 작은 도시, 작은 사회나 마찬가지였는데.. 오늘날은 대형 항공모함이 그러하다. 천조국의 기상이 깃든 니미츠 급을 예로 들면, 수천 명이 먼 바다에 나가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곳이니 안에 수영장도 있고 극장도 있고.. 내부에 별도의 번지수 주소가 있고 우편번호가 할당돼 있다. 항공모함 안에서 길을 잃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안에서 잘 짱박혀서 탈영하는 것조차도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작은 도시 안에 작은 원자력 발전소도 없으란 법이 없으니.. 이런 거대한 항공모함은 무식한 디젤 엔진 대신 원자력으로 움직인다.
다만, 항공모함은 배로서는 그렇게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지상 공항에 비할 바는 못 되니.. 활주로의 길이가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한 관계로 아무 군용기나 다 띄우지는 못한다. 그 항공모함의 규격에 맞게 제작된 함재기만이 이· 착함 가능하다. 이함할 때는 양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되라고 모선도 전속력으로 같이 전진해 주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재기가 항공모함의 활주로를 벗어나서 뜨는 걸 보면, 잠시 배 밑으로 추락하는 듯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다시 붕~ 뜨는 게 다반사이고.. 아예 못 뜨고 바다에 떨어지는 사고도 종종 난다. 배의 앞부분의 수면에 추락한 함재기는 같이 전진하던 모선과 부딪혀서 으스러진다.

함재기가 임무를 마치고 착함하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다. 아니, 착함이 더 어렵다.
한 직후에도 활주로를 오버런해서 도로 바다로 빠지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배와 함재기가 힘을 합쳐서 필사적으로 감속을 해야 한다. 이 정도면 공군과는 약간 다른 방식의 노하우가 필요해 보인다.

글쎄, 소말리아 해적이나 알 카에다, ISIL 같은 조무래기(?)들을 토벌하는 데 딱히 항공모함이 투입된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 태평양 전쟁 시즌 2 같은 사건이 벌어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 옛날의 2차 대전 중에도 선진국들의 군 수뇌부와 군수업체에서는 선박이 아니라 잠수함이나 타 수송기를 기반으로 하는 항공모함(?)까지 구상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건 너무 무리수이니 실현되지는 않았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잠수함에서 그냥 미사일만 쏘면 되지 굳이 인터셉터를 날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동차 캐리어도 아니고 비행기 캐리어는.. 아직은 스타크래프트 캐리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프로토스는 우주 항공모함을 굴리고, 테란은 우주 전함을 굴린다니.. 흥미롭다.

6. 아이스크림

천조국은 무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저 멀리 태평양 전장에 가 있는 병사들한테까지 아이스크림을 보급으로 챙겨 줄 수 있던 유일한 나라였다. 아이스크림 제조 공장선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병사들의 사기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며, 다른 유럽군에서도 이걸 부러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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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와 전함을 팍팍 찍어내고 원자폭탄 만들어 내고 적군의 암호를 몽땅 해독했다는 얘기뿐만 아니라 저런 소소한 병사 복지마저도.. 정~~말 대단하고 경악스럽지다. 천조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몇십 년 더 앞서 갔다.

7. 인종 차별

1941년 말의 진주만 공습 때 '도리스 밀러'(1919-1943)라는 한 흑인 병사는.. 기습을 당해 죽거나 다친 사수들을 대신하여 즉석에서 전함에 비치된 대공용 중기관총을 조종하며 용감하게 응사했다. 심지어 일본 적기를 격추시키기까지 했다.

이게 대단한 이유는.. 저 사람은 취사병이었고, 지금까지 총 쏘는 훈련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는데도 저 정도의 무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마이클 베이의 "진주만"(2001) 영화에도 이 장면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다.
마치 <15소년 표류기> 소설에서 흑인 견습 선원인 모코가 요리사 일을 하고 있다가 끝부분에서 침입자 악당을 대포 한 방에 때려잡는 장면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병사들에게 아이스크림까지 나눠 주던 천하의 천조국도 1940년대에는 아직 인종 차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하게 존재했다. 군대에서 흑인과 백인은 훈련을 따로 받았으며, 흑인 병사는 감히 전함의 기관총 사수 같은 보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랬는데 도리스 밀러와 같은 사례가 생기면서 그런 유리천장은 차츰 없어지게 됐다. 그는 명예 훈장까지는 아니지만 해군 십자장을 받았고.. 올해 초엔 미국에서 새로 취역한 핵 항공모함에 이름도 붙었다.

6· 25 사변을 거친 뒤 베트남전 타이밍이 되자, 미군에서는 흑인이 백인 신병을 가르치는 훈련소 교관도 맡으며(검프! 입대한 동기가 무엇인가!! 네놈 IQ는 160은 되는가 보다!).. 풀 메탈 자켓에서는 교관이 대놓고 "나는 검둥이건 유대인이건 집시건 아무 차별 안 한다. 여기서는 네놈들은 다 똑같이 쓸모없기 때문이지!"라고 능력 위주의 평등을 표방한다. 그 정도로 분위기와 방침이 바뀌었다.

1970년대 말에 중국에서는 마오 쩌둥이 '흑묘백묘' 운운하면서 "고양이는 색깔 불문하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논리를 펴는 지경이 되었다. 이건 공산주의건 자본주의건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체제를 가리지 않겠다는 실용주의를 표방한 말이었다.
미국은 체제는 이미 건전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고, 인종에 대해서 '흑묘백묘'가 아니라 아예 '흑인백인 인종무관' 실용주의가 나중에 등장하게 된 듯하다. "흰둥이건 검둥이건 적군만 잘 잡으면 된다"라고..

8. 대테러부대

경찰과 군대에는 정규전(경찰은 일반적인 시위 진압이나 범죄자 검거. 군인은 일반적인 야전 전투)을 수행하는 대다수의 일반적인 경력· 병력이 있는 한편으로, 뭔가 마이너하고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서도 있다.
가령, 일반 경찰이 담당하기에는 어려운 규모의 무장 테러리스트를 잡는 부대 말이다. 이런 애들을 잡기 위해서 무슨 탱크나 대포나 전투기를 동원할 필요는 없음이 명확하다.

이럴 때는 이런 임무를 위해 시꺼먼 복장을 하고 별도의 훈련을 받은 경찰 내지 군대 소속의 대테러부대가 투입된다. 이런 부대는 정체성이 경찰과 군대 어느 것에 딱 정확하게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아예 대놓고 특전사나 UDT 같은 급도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 미국 SWAT.. 그런 쪽이다. (뭐, 그렇다고 군 특전사에서도 대테러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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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테러부대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생각만치 오래되지 않았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독일(서독) 정부가 괜히 허둥대고 삽질한 게 아니었으며, 인질들이 전원 죽는 비극이 괜히 벌어진 게 아니었다. 법적 문제 때문에 정규군을 함부로 투입할 수 없었으며, 반대로 독일 경찰은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북괴의 연이은 테러에 이골이 나 있던 한국 같은 나라나 극도의 통제된 분위기 하에서 치안이 덤으로 갖춰지는 정도에 불과했다.

경찰 소속의 대테러부대는 무력만 강화한 '경찰'이기 때문에 자국민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고, 악당들도 사살보다는 생포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작전 지역이 국내가 아니거나 악당이 수가 많고 화력이 강하거나.. 아예 자국민이 아니다거나 하면 이들을 상대하는 공권력도 경찰이 아닌 군대 소속으로 바뀌게 된다.

참고로 지난 2009년 용산 철거 현장 참사 때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됐다가 순직한 사람들은 경찰특공대 소속이었다. 시위대가 무슨 전문적인 무장 테러리스트는 아니고, 그렇다고 통상적인 시위 현장 같은 전투경찰을 투입하기에는 장소가 위험하니 경찰특공대가 적절한 대응이었지만.. 그래도 안타깝게도 화재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했다.

9. 토크멘터리 전쟁사

개인적으로 유튜브에서 연재되었던 토크멘터리 전쟁사 시리즈를 재미있게 봐 왔다.
국방부에서 유치한 애국심(?) 고취용으로 오글거리는 어용 관제 군대 홍보물만 만들 줄 알았더니 의외로 이런 재미있고 유익하고 수준 높고 건전한 교양 프로도 만들어 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종영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배후 음모 없이 정말로 단순한 소재 고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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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친중종북 좌익 빨갱이 정권의 마음에 안 드는 너무 건전한 애국 메시지 때문에 짤린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17 08:35 2020/06/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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