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국은 섬나라이고 전통을 아주 좋아하며,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좌측통행을 하고 내부적으로 여러 왕국들로 갈라져 있어서 독립하네 마네 다투는 등, 유럽의 여느 나라와는 달리 독특한 점이 많다. 일찌감치 교황과 결별하여 정치· 종교적으로 내륙과는 별개노선을 갔으며, 리즈 시절에 그야말로 대영제국을 이뤘고 영어라는 자기네 언어와 킹 제임스라는 성경을 전세계에 퍼뜨린 것은 정말 비범한 면모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영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혼자 국제(= 유럽 대륙) 추세를 거스르면서 좀 고집 부리고 삽질한 사례도 있었다.
(1) 먼저 달력 얘기부터. 잉글랜드는 그레고리력의 도입 시기가 무려 1752년으로 유럽에서 압도적으로 제일 늦은 꼴찌였다(무려 100수십 년). 율리우스력보다 오차가 더 적고 정확한 역법임에도 불구하고 종교적인 원수지간인 교황이 만든 달력을 선뜻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마 가톨릭이 워낙 절기를 많이 따지는 종교이기도 하고, 교황은 전세계에서 날고 기는 똘똘한 고위 성직자들 중에서 선출되기도 하니.. 천체의 운동을 계산하는 덴 머리가 비상하게 잘 돌아갔는가 보다.

영국의 대문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리고 스페인의 대문호인 세르반테스는 동갑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1616년 4월 23일,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난 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르반테스는 그레고리력 기준의 날짜이고 셰익스피어는 아직 율리우스력 기준의 날짜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실제로 같은 날에 24시간 이내의 시간차를 두고 죽은 건 아니라고 여겨진다. 뭐, 그래 봤자 기일의 차이는 2주를 넘지 않았을 것이고, 서로 다른 달력 체계에서 그렇게라도 날짜가 일치하는 것만 해도 용한 일이긴 하다.

돈키호테가 전편이 1604~05년에 출간됐고 후편은 1615년, 작가가 죽기 딱 1년 전에 완간되어 나왔다. KJV가 출간된 1611년과 동시대 되겠다.
단, 셰익스피어는 그 당시에 자국에서 출간되던 킹 제임스 성경과 관련해서 딱히 기여한 건 없는 걸로 여겨진다.

(2) 1749년엔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발명했는데.. 피뢰침의 끝을 뾰족하게 만드느냐 뭉툭하게 만드느냐가 과학자들 사이에 논쟁거리가 되었다.
여기서 영국은 뭉툭한 피뢰침을 한동안 고집했다. 이유는.. 그게 과학적으로 옳아서가 아니라, 영국 황실에 반역하고 독립을 선언한 미국 식민지 역적놈이 뾰족한 걸 쓰기 때문이었다. 으음..

영국이 이런 사소한 데서 은근히 병맛스러운 고집을 많이 부렸구나. 무슨 에디슨과 테슬라의 교류 직류 논쟁도 아니고. 우리나라에만 당파 싸움이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러니 걸리버 여행기가 릴리풋 왕국(소인국) 편에서 계란 껍질을 어느 쪽부터 까는지를 갖고 대판 싸우는 풍자 장면을 넣었지 싶다. 그 당시 영국 상류층 사회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설정이다. 컴퓨터계에서 유명한 엔디언(비트 순서)이라는 단어가 여기에서 유래된 걸로 유명하다.

그런데, 나는 당연히 뾰족한 피뢰침이 과학적으로 집전 성능이 더 뛰어나고, 미국의 승리에 영국의 삽질로 알고 있었는데.. 영문 위키백과를 보니까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3) 끝으로 20세기. 영국은 남극점 최초 정복 타이틀을 듣보잡 노르웨이 사람에게(로알 아문센) 빼앗긴 것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아문센에 대해서 대놓고 인신공격 음해 언플을 벌인 건 물론이고, 학교 교과서에다 자국의 스콧이 남극점에 먼저 도달했다고 대놓고 주작 왜곡 거짓말을 가르치기까지 했다. 그러다 이웃 나라들로부터 극심한 비웃음을 견디다 못해 슬쩍 고쳤다. 이 정도면 6· 25 북침 왜곡쯤은 약과인 거 같다.

그러니, 이런 영국은 자기들이 표준궤나 표준시 같은 세계 표준을 만들면 만들었지, 남이 만든 표준은 잘 안 쓴다. 도량형에 미터법도 안 쓰고, 화폐단위는 여전히 파운드를 고집하며 최근에는 유럽 연합에서 탈퇴까지 감행했다. 이런 조치에 대한 호불호 내지 정치적인 옳고 그름을 논할 생각은 없다. 단지, 쟤들이 그러고도 남을 친구들이라는 심정이 이해된다.

2.
영국 하면 왠지 빨강이 떠오른다. 레드 코트, 적기 조례 등등..
그래서 보너스로 red와 대응하는 다른 색들과 그 심상· 용도로는 어떤 게 있을까? 언어에도 유의어와 반의어라는 관계가 있는데 이런 거 찾아보니까 결과가 재미있다.

  • 황색: 주의와 경고(축구 반칙 카드)
  • 백색: 적혈구와 백혈구, 적색거성과 백색왜성(천문), 러시아 적백 내전, 전방과 후방에서 교통수단의 등화 차이(브레이크등/전조등· 후진등)
  • 흑색: 지나친 G로 인한 블랙아웃과 레드아웃(항공우주), 빨강-검정 나무 자료구조(전산), 홍차의 한국어와 영어 표현 차이. 비행기 블랙박스는 사실은 검정이 아니라 찾기 쉬우라고 고채도 홍/황색 계열 도색임.
  • 녹색: 적십자와 녹십자, 적록 색맹, 적조와 녹조, 횡단보도 신호등, 엘리베이터나 주식에서 상하 관계
  • 청색: 수도꼭지와 정수기에서 온수와 냉수, 각종 게임에서 양 진영의 깃발 색깔, 남녀(단, 성차별적이라고 요즘은 색깔 구분은 안 하는 듯), 헤모글로빈과 헤모시아닌 기반 혈액

3.
독자 여러분은 개를 식용하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는가?
본인의 생각을 말하자면 개 역시 인간이 필요에 따라 키우는 여러 가축 중 하나이고, 동시에 필요한 경우 여러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일 뿐이다. 얘만 특별하게 취급돼야 할 필요는 없으며, 하물며 같은 개 중 일부 품종은 애완견용이고 일부는 식용으로 분류해야 할 필요조차 없다고 본다. 애완견이 특별히 영양학적으로 독이라도 들어있어서 못 먹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개는 특별히 똑똑하고 충성심이 뛰어나고 인간과 닮았고 무슨 감정이 있고 어떻다고..? 그게 그렇게까지 특별한 메리트가 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개가 아무리 사랑스러워 봤자 인간과는 달리 죽으면 완전히 소멸이며, 내세에서 다시 인격체로서 만나 보지도 못한다. 또한 잡아먹히는 개가 불쌍하면,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인간에게 착취당하고 잡아먹히는 다른 동물들은 뭐가 되는가?

애견 동호인 분들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개만 유독 집 밖이 아닌 집 안에 들여놓고, 그걸로도 모자라 옷 입히고 고기까지 먹이면서 키우는 건 그거야말로 개를 잡아먹는 것보다 더 비인간적이고 비정상인 현상으로 보인다. 헐벗고 굶주리고 못사는 '사람'도 부지기수인데..! 애완견 키우는 분들이 다 그렇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지만 애완견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들이 다른 선과 악이나(절대악과 필요악) 생명 우선순위를 논하는 데서는 좀 이성이나 판단력이 이상하게 비성경적인 쪽으로 꼬이는 경향이 있다. 뭐, 브리짓 바르도 같은 아줌마는 그 중에서도 평균 이상 굉장히 막장으로 추해진 사례이고.

더구나 선진국들에서는 휴가철만 되면 유기견들 처리하느라 난리도 아닌데, 지금 시국에서는 개가 진정 불쌍하다면 애견인들이 "개 잡아먹지 말라"에 앞서 "개를 버리지나 마라/말자"부터 더 강조해야 하지 싶다. 식용으로 잡아먹히는 거나, 약물 주입으로 안락사 당하는 거나(주인을 못 찾아서, 혹은 주인이 고의로 인수를 거부해서) 죽는 건 똑같다.

무슨 성매매를 합리화하고 공창을 만들듯이 개 도축도 규격을 정하고 완전히 법의 양지로 끌어올리자는 얘기가 진작부터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렇게 개도 FM에 규정된 대로 잡아먹는 나라요"라고 대외적으로 홍보를 하는 건 동네 창피한 일인 걸로 간주되는 듯하다. -_-;; 마치 눈치 보느라 흉악범 사형 집행조차 못 하듯이. 개 잡아먹는 게 그렇게도 부끄러운 일인가? 좀 민망한 현실이다. (난 개고기는 일부러 피하지는 않고 회식 자리에서 있으면 먹는 정도로 먹는다.)

4.
사람들이 자기가 실제로 소유한 것보다 더 많이 소유한 것처럼 남에게 허세 부리고 싶어하는 심정은 어디에나 있는 듯하다.
예비군들은 전투복에 자기가 이수하지 않은 온갖 특기 마크를 덕지덕지 붙여서 일명 전투복 튜닝을 하고.. 군 내부의 높으신 분들도 비슷한 맥락으로 온갖 훈장들을 제복에다 주렁주렁 붙인다.

이런 맥락으로, 자동차의 경우 엠블럼이나 머플러를 튜닝해서 실제 성능보다 더 고성능인 차인 것처럼 위장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
내 또래의 직딩이 어떻게 쏘나타 2400cc 내지 제네시스 쿠페 3800cc를 굴리나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머플러와 엠블럼만 교체해서 상위 사양인 것처럼 보이게 했을 뿐, 실제로는 2000cc 차였다.

지금까지 에쿠스 5000cc를 생각보다 자주 본 적이 있었다. 이것들 중에도 실제로는 기본 사양 3800cc이지만 엠블럼 위장을 한 놈이 있을지 모르겠다. 에쿠스는 제로백이 5~6초대인데, 성능이 성능이니만큼 3800cc와 5000cc는 제로백이 약 1초 가까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길이가 5m가 넘는 거대한 차량이 밟으면 그렇게 쑥 가속을 받고 튀어나간다는 게 상상만 해도 신기하다. 괜히 고성능이 아니다.

자가용 승용차는 배기량이 높아질수록 성능은 좋아지지만 연료 소모량이 증가하여 연비도 떨어지며, 무엇보다도 자동차세도 왕창 붙어서 유지비가 증가한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가서 크기가 3종류인 집을 구경하니 마치 2000cc, 2400cc, 3000cc 차급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차량의 배기량 위장은 당장 도로에서의 안전을 위협한다거나 무슨 계급 위조 및 사칭만치 해로운 짓은 아니기 때문에 딱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5.
옛날 자동차와 지금 자동차를 비교해 보면 엔진이 동일 배기량으로도 출력과 연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승차감이 좋아졌으며, 그러고도 환경오염은 덜 시키는 쪽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엔진의 구동 원리는 1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피스톤 왕복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있다. 또한 엔진의 회전력과 토크를 바퀴를 굴리는 데 적합한 형태로 변환해 주는 변속기도 수동은 톱니바퀴, 자동은 유압 토크 컨버터로 형태가 정착해 있다.

이런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를 한 이의를 제기하는 대표적인 발명으로는 방켈/반켈(Wankel) 또는 로터리라고 불리는 엔진이 있다. 피스톤이 동그란 삼각형 모양으로 생겼고 얘가 두 바퀴가 아니라 한 바퀴를 돌면서 흡입-압축-폭발-배기 행정을 해치운다. 그건 좀 2행정 엔진을 닮았다.

로터리 엔진은 왕복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힘들게 변환하는 계층이 필요하지 않으며 연료의 폭발을 더 직관적으로 회전 운동으로 연결해 준다. 그래서 배기량 대비 엔진의 출력이 더욱 높다는 장점이 있으나.. 기계적으로 만들기가 더 어렵고 엔진 부품의 마모가 더 심하고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엔진의 주류로 등극하지는 못했다.
장점이 있긴 하지만 아직 단점이 더 커서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는 무탄피 총알과도 비슷해 보인다.

또한 변속기에도 일명 CVT라고 불리는 '무단 변속기'가 있다. 얘는 N개의 단을 나타내는 이산적인(discrete) 톱니바퀴로 변속을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원뿔대 모양의 체인에다가 벨트를 걸어서 최고단과 최저단 사이의 아무 동력비라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얘는 의도한 대로 잘만 만들 수 있다면 변속 충격 없이 자동 변속기처럼 부드러우면서, 연비는 수동 변속기처럼 좋은 이상적인 동력 변환 계통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CVT 역시 변속기의 주류가 되지 못한 건 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얘는 대형차의 고출력 엔진에 적용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으며, 여전히 경차· 소형차급에 머물러 있다. 자전거만 해도 체인이 견딜 수 있는 힘보다 너무 강한 힘으로 밟으면 체인이 미끄러지거나 심하면 파손되지 않던가? CVT는 그런 게 기존 변속기보다 더 취약하다는 뜻이다. 예전에 인천대교에서 퍼져서 대형 사고를 일으켰던 마티즈 CVT 때문에 CVT에 대한 더 나쁜 편견과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아무튼, 내연기관에 왕복 운동이 아니라 회전 운동을 직통으로 만들어 내는 로터리 엔진이라는 게 있는데.. 전기 모터에는 회전 운동이 아니라 직선 운동을 직통으로 만들어 내는 모터가 있다. 바닥에 달린 유도 레일을 따라 출력을 발생시키는 이 모터를 '선형 유도 모터'라고 한다.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는 모두 선형 유도 모터(LIM) 기반이다. 하지만 그런 방식이 아닌 경전철도 LIM 기반인 경우가 있으며, 국내의 경우 용인 경전철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본에서는 L0계라고 불리는 '주오(중앙) 신칸센'이 개통하여 최고 시속이 무려 600km를 넘어섰다. 주행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창문은 무슨 비행기 창문처럼 작아졌으며, 앞뒤로 운전실이 없지만 그래도 앞뒤 경치를 구경할 수 없다.

그리고 열차의 앞뒤는 비행기보다도 더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납작하고 뾰족해졌다. 기계가 들어갈 공간, 승객이 탈 공간을 좀 뺏겨도 좋으니 어떻게든 공기 저항을 극단적으로 줄이려고 발악에 가깝게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공기 저항은 고속 주행 교통수단의 최악의 적이며, 속도가 올라갈수록 저항도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그래도 대기가 상당히 희박해져 있는 고도에서 날지만 열차는 공기 농도가 제일 짙은 지표면을 달리지 않는가?

한때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리니어'가 선로가 커브가 전혀 없이 곧은 직선이라는 뜻이라고 아주 말도 안 되는 오보를 내보낸 적이 있었다. 10여 년 전에 <인천 관광 2009년부터 전차로>라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군용 탱크 사진을 내보냈던 것과 같은 급의 병크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1/05 08:35 2017/01/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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