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특이한 시내버스

(1)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어떤 시내버스 노선은.. 한번 다니면서 같은 지점으로 돌아오거나 심지어 같은 길을 같은 방향으로 또 경유하는 경우가 있다. 한 노선 갖고 여기저기 들쑤시는 굴곡 노선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버스는 같은 번호이더라도 A 방향, B 방향을 잘 구분하면서 타야 된다.
서울에서는 동대문구 쪽에 2233과 2112, 그리고 성남 57 말이다.;; 지도 그림만 봐서는 저 노선의 필순을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지하철 노선을 이해하는 식으로 시내버스 노선을 이해하려 해서는 곤란한다.

(2) 2022년 이후, 서울에 노란 순환 버스는 01 딱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원래 버스 개편 당시엔 강남이나 여의도, 중구 도심 같은 곳을 짤막하게 도는 마을버스처럼 계획됐지만.. 그건 진짜 마을버스들의 역할로 넘어가고 색깔은 그냥 학원 학교 버스한테 넘어가면서 정체성이 너무 애매해졌다.
현재 유일한 순환버스 01은 그래도 남산 꼭대기와 청와대를 연결하는 굉장히 독특한 순환 노선이다.

서울 시내버스들 중에서는 파란색 110이 거의 유일하게 서울 강북을 ‘순환’하는 형태이다. 용산구 한남동에서 평창동, 정릉까지 간다.
노랑뿐만 아니라 빨강도 굉장히 보기 힘들다. 경기도 소속의 광역버스나 아예 중앙 정부 소속의 M 좌석버스가 있을 뿐, 서울 소속의 광역버스가 많을 리 없기 때문이다.

(3) 버스를 비교해 보면 아무래도 좌석형 시외/고속버스가 덩치가 제일 크고(길이 12m 이상), 입석형 시내버스는 그보다 약간 더 작다(11m급 에어로시티). 마을버스에서는 더 작은 8.5~9m급 차량이 투입되기도 하며, 아예 카운티 같은 중형 버스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성북 05는 현재까지 서울에서 아예 스타렉스 승합차가 투입되어 다니는 유일한 마을버스 노선이다. 노선 길이는 겨우 2.1km이고 차량 딱 한 대가 20분 간격으로 다닌다.
도대체 이런 애들 장난 같은 노선이 왜 필요한가 싶지만.. 저기 일대가 북한산 기슭이어서 골목길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셔틀버스에 가까운 마을 버스의 혜택을 입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굴린다.

2. 마을버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마을버스는 버스라는 대중교통 중에서 스케일이 제일 작은 시스템이다. (시외 > 광역 > 도시형 시내 > 마을..)
그래서 그런지 기본요금도 도시형 시내(초록색 지선, 파란색 간선 포함)버스보다 싸고, 운영 시스템이 그런 시내버스와는 따로 노는 감이 좀 있다. 이런 자잘하고 영세한 버스들까지 몽땅 다 환승 할인이 되고 버스 위치 조회가 되게 하고, 준공영제에 끌어들인 건 정말 대단한 조치였던 것 같다.

마을버스는 대도시의 깊숙한 구석 주택 골목을 꼼꼼히 돌면서 승객을 모아서는.. 인근의 대로변과 지하철역을 연계한다. 얘 한 번만 타서 어디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얘는 스케일이 더 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걸 돕는 역할을 한다.
마을버스의 유사품으로 이런 게 있다.

(1) 도심순환: 서울 버스 개편 때 '노랑 버스'로 계획했던 물건이다. 대도시 내부의 단거리 셔틀이라는 점은 마을버스와 비슷하지만, 주거 지역이 아니라 상업 업무 지역만을 돌아다닌다.
앞서 얘기했듯이, 지금은 남산-청와대 셔틀 말고는 이 버스가 모조리 사라지고 사문화돼 있어서 아쉽다. 사실, 노랑 버스는 햇병아리 어린애들을 태우는 학원· 학교 버스 이미지로 굳어졌기 때문에 색깔도 좀 논란의 여지가 있다.

(2) 농어촌버스: 운행 거리가 길고 관할 지역이 왕창 넓지만.. 여기는 인구와 수요가 너무 적기 때문에 영세하다. 시골 마을 어귀 곳곳을 돌면서 승객을 태워서 시장, 철도역, 시외버스 터미널, 관청 따위가 있는 중심부를 연결한다.
대도시와 비교해 보면.. 시골에는 마을버스 같은 세심한 물건 따위는 없으며, 농어촌버스가 간선버스 내지 지하철 역할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정작 농어촌버스는 몇 시간에 한 대, 심지어 하루에 n번꼴로 운행되니 거의 시외버스 급의 배차이다.

이러니 시골은 대중교통이 열악하고 자가용이 필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마을버스? 대도시에서도 적자가 심해서 난리인데 그런 게 시골에 있을 수가 없다. ㄲㄲㄲㄲㄲ
7, 80대 노인들이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면서 면허 반납을 유도한다 해도, 시골에서는 그게 현실적으로 매우 난감하다.

3. 서울 지하철역

(1) 대청 역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분당선이 정확하게 수직으로 교차하는 곳이다. 하지만 주변에 이미 역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인해, 여기는 분당선은 역이 아예 만들어지지 않고 3호선 역만 있다.
둘 이상의 전철 노선이 환승 없이 지나치는 경우는 있지만, 역이 아예 대놓고 하나만 만들어진 경우는 좀 드문 것 같다. 아, 5호선 마장-답십리 사이에 2호선 신답이 환승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사례일까?

대청 역 주변에는 탄천 물재생센터가 있다. 장한평 주변에 중랑 물재생센터가 있는 것과 비슷한 관계이다.
저기도 분당선 역을 3개씩이나 만들지 말고 2개로 줄이고(구룡-개포동-대모산), 그 대신 대청을 환승역으로 만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다.

(2) 서울 지하철들은 지상 철교로 한강을 건넌 뒤에는 다시 터널로 들어가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아직 지상 구간인데 일부러 주변이 가려져 있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주변이 방음벽으로 가려져 있는 곳은 2호선 당산 철교를 지난 직후인 합정 역 근처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이 방음벽 때문에 선로 바로 옆에 있는 절두산 가톨릭 순교 성지는 거의 제대로 못 본다.

한편, 지하철 1호선을 타고 한강 철교를 건너서 강북에 진입한 거의 직후엔 차창 밖으로 거대한 기와집을 하나 보게 된다. 이거 정체도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새남터 순교지. 이것도 가톨릭과 관계 있는 건물이었다.
하긴, 한강 철교 남단은 노량진이고 거기 근처엔 사육신묘가 있다. 어떤 형태로든 죽은 사람을 기리는 시설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 옛날에는 이렇게 한강 도성 바깥의 한강 근처까지만 가도 이미 서울을 벗어난 교외 깡촌이긴 했다. 사형장이 있고 무덤이 있었을 정도니까..

(3) 2호선에서 신설동은 서울 지하철 최초의 환승역인 데다 지하 유령 승강장의 존재 때문에 많이 유명하다.
걔 말고 역삼 역은 역사 내부에 최초로 에스컬레이터라는 게 설치된 역(!!)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안 그럴 것 같지만 역세권에 나름 민간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보안 시설이 들어서 있다. 물론 군부대나 교도소 같은 곳은 아니고, 한국 은행과 금융결제원이 1번 출구 바로 옆에 있다.

4. 고속도로 나들목과 철도역의 위상

각종 지방도나 국도의 이정표에서 무슨 시· 군까지 남은 거리(km 수)는.. 통상적으로 해당 지역의 시청· 군청까지의 거리라고 알려져 있다. 관청이 있는 곳이 해당 지역의 중심부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고속도로의 이정표에서 그 지역까지 남은 거리수는 당연히 그 지역 관청과는 아무 관계 없고 그냥 그 지역 이름을 딴 나들목까지의 거리일 뿐이다. 고속도로라는 건 그 지역의 중심부를 대놓고 관통하지도 않는다.

반세기 전에 경부 고속도로라는 걸 처음 만들던 시절엔 지역 공무원들도 이런 관념이 없었으니 "고속도로가 뭐야? 먹는 거야?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들목을 닥치고 우리 시내 중심부로 유치해야겠네!!" 이랬었다고 한다.
하긴, 철도역은 과거에는 저렇게 지역 중심부를 대놓고 지났지만 요즘은 다들 선로와 역사가 외곽으로 이설되면서 뭔가 고속도로 진출입로 같은 존재로 슬슬 바뀌어 가고 있다.

5. 길의 선형과 유래

(1) 지금 제1 수도권 순환 고속도로(100)라고 명명된 그 ‘외곽순환 고속도로’는 맨 처음에는 1991년 10월 31일, 동남부의 구리-판교 고속도로라는 명칭과 구간으로 시작했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맨 처음 개통된 구간은 동남부의 신설동-종합운동장이었다(1980년 10월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이 맨 처음 개통된 구간은 역시 동부 말단의 왕십리-상일동이었다(1995년 11월 15일).
모두들 뭔가 동질감이 느껴진다. 날짜도 비슷하고..!!

(2)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서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시행된 건 경부 고속도로 신탄진-양재, 쉽게 말해 대전-서울 사이 구간이 최초이다. 1994년엔 명절에 시범 시행됐다가 1995년부터 전면 시행되었고 이때 파란 차선이라는 것도 처음 등장했다.
한편, 서울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위한 중앙(측면이 아닌) 버스 전용 차로가 시행된 건 1996년 2월, 천호대로 신설동-광나루 구간이 최초이다. 해당 구간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이 개통된 뒤, 파헤쳤던 길을 복구하면서 그 위에다 곧바로 중앙 버스 전용 차로를 아주 수월하게 만들었다.

(3) 전국의 고속도로 중에 단위 거리 당 건설비가 제일 높은 축에 드는 도로는 저 외곽순환 고속도로이다. 땅값이 너무 비싸서 토지 보상 비용이 많이 들고, 고가와 터널도 많이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처럼 서울 시내의 간선 도로 중에서 건설비가 제일 높았던 도로는 내부순환로이다. 기존 도로나 지형과의 접점이 없이 온통 고가도로로 때우고, 북악산을 뚫기까지 하면서 서울 북부에다가 정말 힘들게 길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곳은 고육지책으로 하천 위로 그대로 고가도로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2010년대 이후엔 강남순환로라고 관악산을 몽땅 지하 터널로 통과하는 더 무시무시한 길이 생겼다. 고속도로에도 제2경인 고속도로의 동쪽 연장 구간이 청계산이고 관악산이고 몽땅 다 지하로 관통해 버리니, 비슷한 수준의 강적이 등장했다.

(4) 대구는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더 크다는 것, 2010년대 이전에는 복합 버스 터미널이 없었다는 것, 그냥 평범하게 ‘대구’라는 이름이 붙은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분기점이 없다는 것이 무척 특이하다.
철도 쪽이야 대구 역이 경부선 창립 멤버로 있었으니까 ‘동대구’라는 이름이 나중에 추가로 붙었겠지만, 근처의 고속도로 나들목도 ‘동’자가 붙은 이유는 뭘까? 아마 1969년, 경부 고속도로 대구-부산 구간이 한창 건설 중일 때 동대구 역도 같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똑같이 ‘동’자가 붙은 것 같다.
실제로 동대구 역은 1969년 7월에 완공됐고, 고속도로는 그 해 말에 완공됐다.

(5) 우리나라 고속도로 중에서 대놓고 ‘지선’이라는 말이 붙은 도로로 내게 개인적으로 익숙한 것은.. 호남 고속도로 지선 251, 그리고 중부내륙 고속도로 지선 451이다.
이것 말고 중앙 고속도로 지선 551, 서해안 고속도로 지선인 151도 있고.. 남해 고속도로는 짤막한 지선이 여러 개 있어서 번호를 102부터 104까지 차지하고 있다.
251은 대전에서 호남 고속도로로 가는 게 철도 대전선의 도로 버전인 것 같다. 451은 북쪽의 대구에서는 45가 아니라 근처의 중앙 고속도로 55와 훨씬 더 가까이 있는데.. 남쪽 기점에서는 실제로 45와 연결되고 있기 때문에 저런 번호가 붙었다.

고속도로 노선 번호가 정착된 지도 20년이 넘었는데 이제는 이 번호 체계도 너무 복잡해져 있다. 하지만 이름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 것도 사실이니, 번호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고속도로도 그냥 국도처럼 아주 흔해 빠진 존재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을 없애고 시스템을 다 통합하고.. 유인 톨게이트도 없애고, 통행료를 걷을 거면 그냥 다 하이패스 기반으로 바꾸고 말이다.

(6) 같은 도로에 상행과 하행이 멀찍이 떨어져 있고 심지어 고저 차이도 있다거나.. 반대로 같은 길의 복제판이(= 상· 하행 모두) 근처에 따로 있는 것.
둘 다 흔한 경우는 아닐 것이다. 둘 다 도로의 확장과 관련된 사연이 있어서 저렇게 됐다.
전자의 경우는 경부 고속도로 청주-남이 사이가 대표적이다. 수원 요금소는 상행과 하행이 분리되어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도로뿐만 아니라 경부선 철도도 일부 구간--특히 대구-부산 사이--은 상· 하행이 뚝 떨어진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제2 버전이 나란히 지나는 중부 고속도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인천 공항 고속도로도 상· 하행 복층 구간이 짤막하게나마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29 08:35 2024/01/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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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자가 붙은 광역 자치단체

언제부터인가 강원도가 그냥 도가 아니라 '특별자치도'로 바뀌었더라. 제주도(섬이 아니라 광역 자치단체으로서)가 2006년부터 특별자치도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하긴, 요즘 각종 지역들이 '특'자 타이틀을 붙이는 게 유행처럼 번지는 듯하다. 경기도의 수원, 용인, 고양과 경남 창원이 '특례시'로 바뀌었다. 워낙 덩치가 커져서 광역시로 바뀌어도 이상할 게 없긴 한데, 그래도 나라에서 광역시를 더 만들지는 않는 대신 다른 감투를 씌워 줬다.

특례시는 그냥 '시'와 무엇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특례시가 됐다고 해서 원래 소속된 도에서 이탈하는 건 아니라고 한다. 하물며 특별자치도는 또 뭔지?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방보다는 중앙 정부의 입김이 월등히 더 강하다. 나라의 규모와 덩치가 너무 작아서 어설프게 지방 파편화보다는 중앙 집중이 더 효율적이기도 하고 말이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완전 따로 노는 미국 같은 나라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 와중에 그냥 시건 특례시건.. 그냥 도건 특별자치도건.. 특례나 특별자치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기억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먼 옛날에 '광역시'의 예전 이름은 '직할시'였다. 부산이 1963년에 국내 최초로 직할시 1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 '직할'이라는 말부터가 니들이 '직접 관할하라'라고 아주 지방자치를 표방하는 명칭이긴 했다.

2. 마지막

  • 아마 김 영삼 때부터이던가? 우리나라는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해 인서울에다가는 학부 과정 대학교를 더 신설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 울산(1997)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광역시 승격과 추가는 더 없을 것이다. 안 그래도 이미 있는 인구도 줄어드는 와중에..;;
  • 서울은 9호선을 끝으로 중전철 지하철의 건설은 더 없을 것이다. 그 뒤에 생기는 건 다 광역전철급 아니면 경전철이다.
  • 어쩌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중전철 지하철의 맥 자체가 대전 지하철 1호선 이후로 영원히 끊긴 건지도 모르겠다. 이젠 광역전철 아니면 경전철밖에 만들지 않으니 말이다.

3. 광역시들의 예외

  • 인천은 광역시들 중 유일하게 장거리 일반열차가 없다.
  • 대전은 유일하게 공항이 없다 (청주가 대신..)
  • 울산은 유일하게 지하철이 없다.
  • 광주는....;; 광역시들 중 혼자 유일하게 여러 쇼핑시설이나 인프라가 없다고 들었다.
  • (그 반면, 부산은 광역시들 중 유일하게 노면전차가 다녔던 이력이 있고.. 6· 25 때 임시 수도 역할까지 한 적이 있다.)

4. 군위의 대구 편입

한번은 "영천-상주 고속도로(301)가 대구를 지나다니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라는 의문이 순간 들었는데
헐~ 아시다시피 군위군이 이제 경북에서 대구에 편입돼 들어갔다~~~
군위가 대구로 편입된 배후에는 공항 건설과 관련된 거래가 있었다고 한다.
대구 시내와 너무 가까워져서 민폐로 전락한 지금 대구 공항과 거기 공군 부대를 군위 정도 외곽으로 이전하려는가 보다.

이제 대구는 달성에 이어 군위까지 2개의 군을 위성(?)으로 갖게 됐다.
지금까지는 인천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군을 2개 보유했는데(강화, 옹진), 대구도 그 반열에 올랐다.
부산에는 기장군이 있고, 울산에는 울주군이 있다.
대구와 인천은 1981년에 나란히 직할시로 승격된 광역시 동기(?)이기도 하다. 급이 비슷하다.

그 반면, 대전과 광주는 도시 규모가 비슷하고 직할시 승격 시기가 비슷하고, 지하철 개통 시기도 비슷하고, 군이 없다는 공통점까지 있으니 그렇게 둘이서 한데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 군이었던 곳이 자기네 '구'로 편입됐을 뿐. 유성구처럼)
대구와 인접해 있는 칠곡이랑, 아예 대구로 편입된 군위는 처지가 서로 어찌 달라질지 궁금하다.

5. 각종 보안· 제한 구역들

(1) 안양 박달산 기슭, 성남 서쪽 청계산 기슭, 동두천과 양주, 고양 등 서울의 남북으로 여러 군부대들이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인데.. 분당 이매동에 아주 인텔리전스한 군부대(777 사령부)가 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 역시 옛날에 우연히 마주쳤던 심상찮은 건물 입구가 바로 거기였다. ^^

(2) 청와대가 현역에서 물러난 뒤로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에 있고, 대통령 관저는 한남동 쪽의 모 언덕 한구석에 있구나. =_=;;; 청와대뿐만 아니라 방대한 용산 미군 기지 부지도 풀리는 건 시간 문제일 텐데.. 저기는 규모가 워낙 방대해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서울 화력 발전소 부지도 풀리겠지?

(3) 파주 대성동뿐만 아니라 연천 횡천리, 철원 마현리 같은 다른 민통선 마을 주민들도 납세와 병역 의무가 면제인가? 난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대성동에 적용되는 특례나 제약 사항(통금, 8개월 이상 거주 의무 등)들은 무슨 법에 명시되어 있는지 근거 자체를 난 아직 모르겠다. 궁금하다.

(4) 하긴, 내 고향 경주는 상수원 보호도 아니고, 군사 시설 보호도 아니고 그린벨트도 아니고.. 도시형 국립공원이라는 초월적인 이유 때문에 건물 지을 때 고도 제한, 그리고 일부 지역은 전통 문화 보존 명목으로 반드시 기와집 의무 등..;;; 아주 특이한 개발 제약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반대로 관광 도시 육성 명목으로 혜택과 지원을 받은 것도 있으니(일찌감치 야간 통금에서 열외, 새마을호 운행, 심지어 경부 고속도로 경유..ㅋㅋ) 무조건 손해를 본 건 아니었다.

(5) 우리나라엔.. 군부대나 상수도· 원자력 시설이 아니면서 그에 준하는 의외의 보안 시설이 하나 있다.
'백두대간 seed vault'라고 지하에 야생 식물들의 종자를 영구보존 해 놓은 기지인데.. 나름 SF 만화 '호텔'에서 묘사된 호텔 같은 느낌도 든다.
이건 전국에서 손꼽히는 오지인 봉화군에 무려 2015년에 조성됐다고 한다. 노르웨이와 더불어 세계에서 단 두 곳밖에 없는 시설인데 한짝이 우리나라에 만들어졌다니 참 대단한 일이다.

6. 나머지

(1) 강뿐만 아니라 산도 두 지역의 경계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산(서울-고양), 남한산(성남-광주), 아차산(서울-구리), 불암산(서울-남양주) 등.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본 산 중에서 가장 다양한 지역과 걸쳐 있는 산은 청계산이더라. 서울-성남-과천-의왕..

(2) 강원도, 그것도 북쪽 끝 전방에는 의외로 돼지에서 유래된 지명이 좀 있다. 양구 해안면(亥) 그리고 고성 현내면 저진리(猪). 우연인지 아니면 다른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3) 의왕, 이천, 옥천은 뭔가 거대한 창고가 있는 물류 허브 지역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안양, 의왕 이렇게 묶으면 구치소/교도소가 있는 지역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천, 평택은 군사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다. 평택과 동두천은 미군 냄새가 아주 짙게 난다.

(4) 우리나라에서 제주 공항은 유일하게 국내선 면세점이 있다.
강원랜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국민도 출입 가능한 카지노이다.
저런 건 원래는 외국인에게만 혜택을 주려고 만든 시설인데, 특별자치도 안에는 예외적인 시설이 하나씩 있는가 보다. 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4/01/26 19:35 2024/01/2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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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는 말

(1) 지리적으로는 땅이라는 건 암초 < 섬 < 대륙의 순으로 커진다. 암초와 섬의 경계는 엄밀히 정의하기가 약간 빡센 반면, 섬과 대륙은 '그린란드 -- 오세아니아'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된다.
가령, 독도는 인간이 경제 활동을 하며 생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해양법적으로 섬이 아닌 암초라고 분류되지만, 그래도 그 주변의 영해 경계는 인정된다. 그 반면 이어도는 진짜로 섬이 절대 아니고 암초일 뿐이기 때문에 영토 분쟁이고 영해 경계고 뭐고가 없다.

(2) 섬 안에 거대한 호수가 있고 그 호수의 중앙에 또 섬(!!)이 있는 경우도 지구상에 몇 곳 있는가 보다. 그야말로 '섬 안의 섬'인 매우 흥미로운 사례인데, 마치 우주 천체에서 위성의 위성인 '손자 위성'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중섬이나 손자 위성은 자연적으로 존재하기가 매우 어렵고 극히 드물다. 그나마 있는 그 이중섬은 너무 작아서 실제로는 그냥 암초라고 봐야 할 것이다.

(3)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남해와 서해안에 섬이 많다. 동해는 깊고 해안선도 깔끔한 편이어서 성격이 좀 다르다.
그 중 세어도라는 섬은 강화도와 영종도 사이이고 본토 인천과도 바로 인접해 있다. 무인도라면 모를까, 유인이라면 다리가 놓여서 연결되거나, 아예 몽땅 간척되어 오이도나 월미도처럼 됐을 법도 한데.. 그런 일 없이 본토와 가까운 오지 취급을 받아 온 게 흥미롭다. (인근의 군사 시설 보안 때문이라는군..)
심지어 20세기 내내 전기가 안 들어오다가 1999년에야 발전기를 도입해서 저녁에만 잠깐 전기가 들어왔고.. 2007년에야 해저 케이블이 깔려 들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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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울릉도에는 한동안 아스팔트 포장이란 게 없고 모든 길이 100% 시멘트 포장이었다고 한다. 거기까지 아스팔트 포장 롤러가 들어가질 못해서 그랬다고.. 물론 요즘은 울릉도 로드뷰를 보니까 아스팔트 길이 많이 눈에 띈다.
한편, 제주도에는 2010년대 말까지 도시가스란 게 없어서 모든 집이 100% LPG 까스통을 썼다. 그러다가 2019년인가 2020년부터 거기도 가스관이 연결돼서 편리한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단, 그래도 천연가스 버스는 여전히 없다.

(5) 전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울릉도는 크기는 작은데 본토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다 보니 전기를 현지 발전소에서 100% 자급자족한다. 자그마한 화력 발전소가 몇 군데 있다. 그런데 내연이라니?? 발전소는 보통은 연료 비용을 아끼기 위해 외연 기관인 증기 터빈을 쓸 텐데? 저기는 발전량이 작아서 자동차 발전기처럼 내연 기관 기반인가 보다. (시설이 더 단순하다는 장점..)
그 반면, 제주도는 송전선이 해저 케이블 형태로 본토와 연결돼 있어서 이리로 전기를 받는다. 해저 케이블을 설치할 만한 전력 수요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1. 바글바글 유인도

(1) 일본 본토의 남서쪽 맨 끝 나가사키의 바닷가에는 '하시마'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섬이 있다. 길이 400m, 너비 150m, 면적 대략 6만 제곱m로, 제주도 마라도와 비교해도 넓이가 1/5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다. 그런데 적당히 길쭉하고 평평한 게 마치 선박 같은 인공물처럼 생겼는지, 그 이름도 유명한 '군함도'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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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은 작지만 섬으로서는 특이하게도 해저 탄광과 연결되어서 석탄이 많이 생산됐는가 보다. 그래서 리즈 시절엔 여기에 무려 5천 명이나 바글바글 몰려서 살았다고 한다. 코딱지만 한 섬에 아슬아슬하게 고층 건물이 꽉꽉 들어서니 진짜 군함처럼 생기기는 했다.
저기서 사는 건 사생활이라는 게 없이 반쯤 죄수들 수형 생활이나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안에 나름 소-중학교도 있고 이발소에 수영장도 있었다고 한다.

저기는 1970년대가 돼서야 그 많던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무인도로 바뀌었다. 일본에서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석탄 산업을 접고 정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영월· 태백 같은 강원도에나 탄광촌이 있는데, 저기는 저런 바닷가 섬에도 탄광촌이 있었던 셈이다. 폐허덕후들이 환장할 만한 곳인데.. 섬이어서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겠다.;;

허나, 저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과거 일제 시대에 한국인 노동자들을 강제 징용해서 갈아넣은 현장이기도 해서 논란이다. 물론 일본 측에서는 "모든 근로는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자원해서 한 것이고, 회사에서는 근로에 대한 임금을 계약된 대로 따박따박 줬다. 근로 여건이 오늘날 대비 열악한 건 조선인이건 자국민이건 어차피 다 똑같았다"라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는 따로 더 길게 다루지 않겠다. 주제를 벗어나는 말이 길어질 테니까.;;

(2) 남아메리카 북서부 콜롬비아의 카리브 해 연안에는 '산타 크루즈 델 이슬로테'라고 길이 200m, 너비 120m 남짓.. 그 작은 일본 군함도보다도 더 작은 섬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무려 120가구, 9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현재까지도 그냥 눌러앉아 살고 있어서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섬이라는 세계 기록을 수립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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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전기와 상하수도가 없으며 경찰, 병원 따위 없다. 저기는 서류상으로 법적으로는 무허가 판자촌 달동네여서 정부로부터 사회 인프라 지원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빈민들이 너무 많이 모여 살다 보니 식수가 부족하고.. 또 그 많은 사람들의 분뇨 같은 생활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드는 것도 문제이다.

저런 데서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 ㅠㅠ 그래도 인심 좋고 범죄도 없고 주민들이 어업을 생업으로 삼으며 근근이 사는가 보다.
저기는 우리나라에서 지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곳이 있다는 게 제법 많이 알려져 있다. 인터넷 유튜브 덕분인 듯..

2. 유명한 무인도

(1) 저렇게 마라도보다도 좁은 면적에 사람이 수백~수천 명씩 바글바글 몰려 사는 섬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 극단으로 넓이가 수천~수만 제곱km에 달하는데도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섬도 있다. (참고로 제주도가 1846제곱km, 강화도가 302제곱km, 울릉도가 73제곱km 정도)
이런 넓은 무인도는 대체로 북극권에 있다. 너무 추워서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넓은 땅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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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넓은 무인도는 캐나다의 '데번' 섬으로, 면적은 남한의 무려 절반이 넘는 55247제곱km이다. 이 넓은 황무지에다가 무슨 달이나 화성 세트를 짓고 뻥카를 쳐도 될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
지도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넓은 섬이라는 그린란드도 저기 근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린란드도 인구가 극히 희박하고 사람들이 몰려 사는 시내만 빼면 나머지는 무인도나 다름없다. -_-;;;

더운 적도 부근에 저런 큰 섬이 있으면 사람이 살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나 솔로몬 제도 같은 곳을 생각해 보자.

(2) 지구상에서 대륙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고립된 섬은 노르웨이령의 '부베 섬'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서쪽, 남아메리카의 동쪽, 남극의 북쪽.. 어느 대륙으로부터도 2000km가 넘게 떨어져 있으며, 인근에 선박 항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도 당연히 무인도이다. 면적은 약 49제곱km로, 코딱지만 하게 작은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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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으로부터 가장 외따로 고립된 섬이 태평양이 아니라 대서양 한가운데에 있는 이유는.. 오세아니아 대륙의 존재 때문이지 싶다.;;
교통 통신이 불편하던 과거엔 이런 외로운 섬이 죄를 지은 거물 VIP의 유배지로 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산군(교동도), 서양사에서는 나폴레옹(세인트헬레나 섬)의 사례가 유명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05 19:35 2024/01/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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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역 특성

1. 경부선 철도 연선의 도시들

우리나라는 경부선 라인에 광역시 대도시들이 콕콕 박혀 있어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이러는 노래도 있다.
일본의 도카이도 신칸센이 도쿄-나고야-오사카-교토를 줄줄이 잇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런데 경부선 라인의 대도시들 중에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도시인 '-주' 지명이 전혀 없는 게 참 신기하다.

제일 먼저 대전이야.. 원래는 이름에 대놓고 '밭'이 있을 정도로 깡촌이었다. 그랬는데 뜬금없이 철도가 생기고 호남선과 분기까지 되면서 정말 개천에서 용이 나 버렸다.
일제의 입장에서는 철도 건설비를 절약하려고 산을 최대한 피해서 평지를 찾다 보니 상주-충주-용인 대신 이쪽까지 우회한 것이었다.

부산은 우리나라의 직할시/광역시 1호인 데다 서울 다음의 대도시인데도 불구하고 구한말까지는 의외로 굉장한 듣보잡이었다.
일본인들이 드나드는 관문 통로가 아니었으면 그 지역은 절~~대로 지금의 부산 같은 도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까놓고 말해.. 을미사변이 벌어졌을 때만 해도, 민비를 살해한 일본 자객 일행은 인천항으로 들어왔다. 걔들이 중국에서 출발한 것도 아니고, 조수 간만의 차이를 이용해서 상륙작전을 벌인 것도 아닌데 굳이 인천항을 이용한 이유는.. 한반도에 제대로 된 육로가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경부선 철길이 있었으면 걔들도 당연히 부산으로 입국했을 것이다.

부산이라는 이름 자체가 조선 시대엔 없었고 그냥 중심부만 '초량'이라고 불리는 정도였다.
일제 시대엔 부산 역이 지금의 부산 역보다 더 남쪽 바닷가 근처에 있었고, 열차 시각표에 일본 본토 연락선 셔틀의 시각표도 같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서울-경성 방향이 아니라 부산 방향이 '상행'이었다..!!

끝으로, 대구도...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철도가 없던 시절엔 달구벌이 경주, 상주, 진주보다 더 작았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오히려 중앙선에 경주, 영주, 원주 이렇게 '주'짜 지명이 3개나 있다. 하지만 중앙선은 경부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해 있다.
상주, 충주, 공주.. 이런 곳은 철도 간선에서 열외되면서 대전, 대구에 비해 정말 처참해졌다.

한때는 철도가 침략의 상징이라고 여겨졌지만 조선인들도 자기 지역에 철도가 있어야 하겠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일제 시대에 조선인 스스로 자주적으로 주체적으로(!!) 놓은 거의 유일한 철도는 바로 구 경춘선이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1940년대 일제 말기가 다 돼서야 생겼다.

2. 광역시들

우리나라의 6개 광역시 중..
울산은 지하철이 없고 대전은 공항이 없고(그 대신 청주..), 인천은 아직까지는 KTX가 없다.
광주는 타 대도시에 비해 유명 브랜드 쇼핑몰 같은 게 없거나 개수가 빈약하다고 한다.
대구와 부산만이 그런 나사 빠진 게(?) 없는 광역시인 듯하다.

그리고 대전은 전국에서 중전철 도시철도가 마지막으로 건설된 광역시이며(그 이후엔 다들 경전철만),
울산은 우리나라 역사상 마지막으로 광역시로 승격된 도시이다(1997). 그래서 울산은 직할시 시절을 유일하게 겪지 않았다.
울산 이후로 수원이나 고양 같은 대도시는 더 가벼운(?) 특례시라고만 불리며, 여전히 주변의 '도'에 소속되어 있다.

아울러, 6개 광역시는 바다를 접하고 있는 곳(부산 울산 인천)과 그렇지 않은 곳(대구 대전 광주)으로 딱 반반씩 나뉘기도 한다.

3. 서해안의 유일한 명소

  • 우리나라 서쪽의 황해는 동해보다 물이 탁해서 해수욕장으로서의 인기가 아무래도 덜하다. 그래도 황해에서 딱 하나 전국구 급으로 유명한 해수욕장은 아무래도 대천이 유일하다.
  • 동해안이 아니라 서해안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영광 한빛이 유일하다.
  • 당진의 왜목마을은 서해안 베이스이지만 동쪽으로 살짝 돌출된 해안선이 있어서 일출과 일몰, 월출까지 볼 수 있는 특이한 곳이다.

4. 외세 침략의 잔재

우리나라에 외세로부터 당한 침략의 상징 내지 흔적으로 남은 시설은.. 철원 로동당사(북괴), 조선총독부 청사 첨탑(일제), 그리고 더 옛날 삼전도비(청-_-) 같은 게 있다.

그런데, 일본과 관련해서는 전국 곳곳에 적산가옥이 아직 남은 게 있고, 또 왜성이라는 것도 있다. 이건 옛날 임진왜란 시절에 왜군이 우리나라 남부 지방의 강가나 바닷가에서 자기 스타일로 성을 쌓고 버텼던 흔적이라고 한다. 오오~
울산, 부산, 양산, 창원, 거제 등.. 여러 지역에 생각보다 널리 분포해 있다.
심지어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자기들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 한국의 왜성을 찾아온다고 한다. 자기네 본토에는 옛날 성곽이 별로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건 자랑스러운(?) 문화재가 아니니 일부러 막 띄우고 세금 들여서 복원까지 할 필요는 없다. 허나, 반대로 일부러 부수고 없앨 필요도 없으며, 최소한의 보존과 관리만 하면 될 것 같다.
뭔가 이런 유형의 옛날 유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던 적이 전혀 없는데 신기하다. 청도에서 옛날 경부선 터널을 봤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5. 문화 유적

(1) 경주에서 황룡사의 재건· 복원이 오랜 떡밥이라면, 서울에서는 서대문(돈의문)의 재건· 복원이 오랜 떡밥인 것 같다.
서대문은 주변이 너무 많이 개발돼서 부지를 확보하는 것부터가 문제이다. 황룡사는 주변이 온통 허허벌판이니 부지 걱정은 없는 반면, 건물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과 정보가 부족한 게 애로사항이다.

(2) 지난 2011년, 이 명박 시절에 우리나라에서 문화 유적들의 명칭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던 것 같다.
경주 안압지가 '동궁과 월지'라고 완전히 변경된 게 이때였고, 인서울이던 서울 성곽도 '서울 한양도성'으로, 삼전도비도 '서울 삼전도비'라고 명칭이 정착됐다.

(3) 과거에 리 승만 할배 대통령이 다른 많은 문화 유적들을 놔두고.. 왜 하필 남한산성에 꽂혔었는지는 참 의문이다. 무슨 계기로??
오죽했으면 1950년대 중반에 남한산성 주변에 큰길을 내고 거기에다 자기 호를 이름으로 붙였다(우남로). 그리고 남한산성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허나 우남로라는 도로는 근처의 헌릉로와 합쳐졌으며, 국립공원 시스템도 1960년대에 완전히 재개편됐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 할배의 흔적이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현재 남한산성은 국립이 아닌 도립공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29 08:36 2023/03/2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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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는 남산, 북악산, 청계산, 관악산, 아차산, 용마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인왕산, 안산(무악) 등의 산이 존재한다.
그리고 강은 한강이라는 거대한 횡축 간선을 필두로 해서 청계천, 중랑천, 안양천, 탄천, 불광천, 홍제천, 양재천, 성내천, 성북천, 도림천, 정릉천, 우이천 등 다양한 개천이 존재한다.

한강은 강폭만 1km가 넘는 거대한 강이며, 강에 놓여 있는 하중도라든가 교량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지리덕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한강 다음으로 서울에서 가장 크고 긴 강은 동부에서 종축으로 흘러서 한강으로 흘러드는 중랑천이다.
이렇게 산과 강 다음으로 본인은 문득 '호수'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서울과 거기 주변엔 호수는 얼마나 있을까?

호수는 강도 바다도 아닌 고인물이다. 너무 작으면 연못, 너무 얕으면 늪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왕창 커서 파도가 치고 건너편의 육지가 보이지 않는 체급도 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바다/sea' 같은 취급을 받는다.
산 정상의 호수는 화산 분화구가 변해서 만들어지는 게 많다.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한라산만 해도 그렇다. 그 높은 지대에 출렁출렁 물이 고인 호수가 있다는 건 분명 보통일이 아니어 보인다.

산 말고 평지에서는 인간의 토목 기술을 동원해서 땅 파고 물 부어서 호수를 일부러 만들 수도 있다. 시골에서는 농업 용수를 조달하기 위한 저수지가 이런 인공 호수의 범주에 든다. 그 반면, 서울에 있는 호수는 농업과 무관한 토목 공사의 산물들이다.

(1) 건국대 일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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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대학교의 명물로, 인서울에서는 손꼽히게 크고 넓은 호수라고 한다. 습지를 개조해서 만든 인공 호수인데, 나름 여기에서 발원해서 나가는 성수천이라는 개천도 있다고 한다(현재는 전구간 복개됨).
서울 지하철 2호선이 남서쪽(신대방, 구로디지털..)이 도림천을 따라 가느라 지상이라면, 북동쪽(건대입구, 강변..)은 이 성수천을 따라 가느라 지상이다.

(2) 석촌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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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원래 한강의 본류 중 하나인 '송파강'이 흐르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강의 물줄기를 바꾸면서 여기는 강이 없어졌고, 물이 흐르던 일부 구역이 웅덩이로 남아서 이 호수가 형성된 것이다. 이거 무슨 철길의 이설 및 선형 개량 공사로 인해 폐선된 흔적을 보는 것 같다. 경부선 서동탄 역 일대처럼 말이다.
롯데월드 매직 아일랜드가 이 호수 위의 섬에 지어져 있다.

(3) 서서울 호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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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과거에 한강물을 정수해서 만든 수돗물을 인천 쪽으로 쭉 흘러내려 보내기 위해 고지대에 만들었던 '배수지'(配水池)였다. 전기로 치면 고압 변전소인 셈인데, 그게 2009년부터 호수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조성된 것이다. 정수 시설이었다가 공원으로 변한 '선유도'와 비슷한 변화이다.

얘는 현재 서울에서 '호수 공원'이라는 명칭이 유일하게 붙은 공원이다. 서울은 한강 공원이 인지도가 훨씬 더 높지, 호수 공원은 아무래도 생소할 수밖에 없다. 위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이 호수는 김포 공항 근처의 이착륙 비행기의 항로 상에 있는 것도 특징이다. ㄲㄲ

순수한 인서울은 이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다음으로..

(4) 일산 호수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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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는 아무 접점이 없던 농경지에다 일부러 작정하고 인공 호수를 만들고, 신도시와 연계해서 '호수 공원'이라는 걸 꾸민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1996년). 실제로 크기가 굉장히 크고 주변 산책로가 잘 꾸며져서 일산의 명물 역할을 하고 있다.

(5) 삼육대 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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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상 서울을 아주 약간 미묘하게 벗어났다. 얘는 불암산 기슭 삼육대의 부지 내부에 있는 자그마한 호수인데, 크기보다는 주변 자연 경치가 대단히 아름답다. 그래서 인근 주민, 등산객, 삼육대 재학생 등 여러 사람들의 산책로와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얘는 어찌해서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공이 아닌 천연 호수라고 한다.

다음으로, 얘들은 서울 밖에서 저수지였던 곳이 호수 공원으로 꾸며진 사례이다.

  • 의왕 왕송: 의왕 역 근처에 있는 그 호수이다.
  • 군포 반월: 근처에 KTX 고속선 철길이 지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수원 광교, 용인 기흥, 화성 동탄: 경부 고속도로 부근에 은근히 저수지가 여럿 있다.

얘들은 모두 행정구역상 '성남시'에 있으며, 호수 공원보다는 저수지라는 명칭이 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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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저수지는 분당 율동 공원이라고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머지 셋은 개발되지 않은 전원적인 곳에 있어서 자연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 분당 저수지
  • 대왕 저수지
  • 운중 저수지
  • 서현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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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저수지)

뭐, 부천과 안산에도 호수 공원이 있다고는 하는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호수는 물 덕분에 도심의 열섬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서울에 연못보다 더 큰 호수가 저것들 말고 더 있는지 궁금해진다. 하긴, 대전 카이스트의 오리 연못은 말 그대로 연못일 뿐, 호수라고는 불릴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은 경주 출신이다 보니 태어나서 제일 먼저 실물을 본 호수는 아무래도 '보문호'였던 것 같다. 몇 년간 가뭄이 심했을 때는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바짝 마르기도 했다.
'수심이 깊으므로 위험. 수영을 금함'이라는 표지판이 완전히 무색할 정도였다. 마치 막혀서 차들이 엉금엉금 서행하는 와중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10 08:35 2022/11/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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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전하는 군부대들

2010년대 이후부터 추세를 지켜보니, 서울에 있던 군부대들이 수방사 자체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면 다들 이전했거나 이전 예정이구나!

  • 용산 미군 기지는 일부 사령부만 남기고 나머지는 몽땅 평택으로,
  • 남동부 끝자락 마천동에 있던 특전사 부대는 이천 마장면으로,
  • 서초동 한복판에 있던 정보사령부는 안양의 군사 허브인 박달산 일대로.

이거 뭐, 롸임이 "간은 충청도로, 눈은 경상도로, 심장은 서울로.."같은 느낌이다. 사실, 지금의 서울 지하철들의 선형도 이런 군부대의 영향을 받은 채로 형성되었다.

용산 미군 기지: 여기는 막 높고 험한 산까지는 아니어도 '둔지산'이라고 불리는 약간의 언덕 고지대이다. 조선 시대에는 용산이 아니라 남산 기슭부터가 이미 한양의 끝이었고 군사 훈련장이 있었다. 그러다가 일제 강점기 때는 일본군 병영이 들어왔으며 지금은 미군 기지가 들어섰을 뿐.
이 넓은 땅이 반환되면 앞으로 업무 지구로든, 공원으로든 어찌 활용될지 앞으로 기대된다. 얘를 피하느라 서울 지하철 4호선도 한강을 건넌 직후엔 어중간한 드리프트에다 1호선과 많이 겹치는 형태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마천 특전사 부대: 지하철 5호선 종점인 마천 역이 지상 도로를 쭉 따라 큰길인 오금로에 못 생기고 커브까지 틀고서 생뚱맞은 마천 초등학교 골목길에 만들어진 주 이유가 근처의 이 군부대 때문으로 추정된다.
개인적으로는 아침 일찍 여기를 지나면서 기상 나팔 BGM 들으며 청량산을 올라서 남한산성까지 간 적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몇 달 못 가 위례 신도시 개발을 위해 군부대가 이전하고 없어졌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정보사령부: 법원과 서리풀 공원 일대는 지금까지 내가 갈 일이 없어서 딱히 관련 데이터가 없다. 거기도 직선으로 쭉쭉 뻗어야 할 길이 지금까지 군부대+언덕에 가로막혀 몇십 년째 봉인돼 있었다. 지하철들도(2, 7호선) 이곳을 피해서 커브를 틀고 있고.. 그래도 그 언덕을 뚫고 서울 강남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서리풀 터널'이 이제야 건설 중이다.

이 글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지만 금천구청 역 바로 근처에도 군부대가 있었으며 군부대 진입 전용선 철길까지 있었다. 거기 있던 부대는 이전해서 나간 게 이미 2000년대 말~2010년대 초로 꽤 오래됐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부대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울러, 군부대뿐만 아니라 인서울에 있던 지하철 차량 기지 중에서도 구로와 창동은 이전 예정이다.
지하철 차량 기지는 지축, 수서, 고덕, 방화, 신내 등 전반적으로 굉장히 외곽에 있는 편이다. 서울 최초의 지하철 차량 기지인 군자는 나름 시내 깊숙한 곳에 있는 편인데, 얘는 그래도 딱히 이전 얘기가 없다.

2. 울릉도와 제주도 신공항

울릉도와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적당히 크며, 다리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본토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 독자적인 행정구역 명칭이 있다. 울릉도는 그냥 경북 울릉 '군'이지만, 제주도는 잘 알다시피 그보다 더 큰 도 단위로 분리돼 있다.

울릉도는 공항이 없는 관계로 고정익기가 뜨고 내릴 수 없다. 옛날에 헬리콥터 기반의 여객기가 정기 취항한 적이 있었지만 아마 수지가 안 맞고 인명 사고까지 나는 바람에 나가리 났었지 싶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중형 버스 크기의 소형 프로펠러기라도 드나들 수 있는 공항을 만들려고 터 닦고 준비 중인가 보다.

한편, 제주도는 공항이 있긴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게 전세계에서 최상위권을 다툴 정도로 바쁘고 정신 없으며 더 확장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남쪽 서귀포시에 작은 트래픽을 감당 가능한 공항을 하나 더 만들자는 얘기가 진작부터 있었다. 뜬금없는 해저 터널보다야 차라리 공항 하나 더 만드는 게 더 현실적일 것 같은데 이건 어찌 진행 중인가 모르겠다.

이렇듯, 울릉도와 제주도는 이렇게 위치 차이(경북· 강원권 vs 전남권), 독립 행정구역 단위의 차이(시/군 단위 vs 도 단위)와 공항 현황 차이(0 vs 1)가 있다. 6· 25 전쟁 때 울릉도는 전쟁의 여파를 전혀 겪지 않았다. 제주도는 비록 빨치산의 침투와 토벌 과정에서 4· 3 같은 사건은 있었지만 그때 따로 북괴 공산군이 상륙해서 섬을 또 점령했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UN에서 최악의 경우에 제주도에 대만 같은 남한 망명 정부를 세울 생각도 했던 것이다.

3. 서울· 수도권 오지 내지 조밀도 생각

서울 강북은 북악산과 북한산 기슭에 있는 삼청동, 청운동, 평창동, 구기동, 부암동 같은 곳이 청와대와 가깝다는 이유로 개발이 영구봉인된 오지이다. 중구라면 모를까, 종로구는 시내 도심만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은 아무래도 구룡산· 대모산 이남의 세곡동· 내곡동, 청계산 근처의 신원동, 원지동, 염곡동 같은 곳이 오지이지만.. 이미 아파트가 지어지고 야금야금 재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은 모습을 더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성남은 대장동, 석운동, 동원동 같은 곳이 오지이다. 아직까지는..
하남은 검단산의 동쪽으로 상수도 보호원으로 얽힌 일부, 그리고 서울과 하남 경계가 그린벨트이긴 한데.. 여기도 곳곳이 재개발 중이다.

서울의 서쪽으로 광명, 부천은.. 그냥 지역 경계 구분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빽빽해졌다.
군포와 구리는 인구는 많을지 모르지만 도시 크기가 너무 작은 것 같다.
과천은 지도 상의 면적은 그럭저럭 존재감 있지만 청계산과 관악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사이의 좁은 시가지는 면적이 아주 작다. 과천선 철도 양 옆 구간 말고는 정말 별 거 없다.

4. 자잘한 섬으로 이뤄진 지역

우리나라의 해안· 항구 도시들을 보면, 아주 크고 두드러지는 섬(본토와 다리로 연결된 것도 포함)이 본진이고 그 주변의 작은 섬들까지 행정구역상 포함된 것(제주도, 울릉군, 진도군, 고흥군, 거제시..), 본진은 본토에 있고 주변의 작은 섬들이 거기에 덤으로 딸린 것(보령시, 영광군, 여수시)이 있다.

그런데 섬으로만 구성되었는데 딱히 두드러지는 본진이 없이 그것도 거리도 꽤 멀리 떨어진 섬들이 싸잡아서 한 행정구역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바로 (1) 전남 신안군, 그리고 (2) 인천 옹진군이 여기에 속한다.

목포 바로 옆의 압해도가 신안군으로서는 본토와 가깝고 군청도 있어서 나름 본진이다. 하지만 압해도는 신안군을 구성하는 다른 섬들보다 압도적으로 크지 않으며, 저 멀리 흑산도와 가거도(최서남단 오지!)까지도 행정구역상 신안군이다. 태양계로 치면 한 행성이 단독 궤도를 구성하지 못하는 소행성대나 왜행성 같은 처지이다.

옹진군은.. 오이도 남쪽의 화성시와도 붙어 있는 영흥도도 옹진이지만, 서쪽 최전방의 연평도와 백령도까지도 옹진군 소속이다. 이건 뭐 우리가 황해도 본토를 수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거기 근처의 섬만 수복하다 보니, 행정구역이 좀 기형적으로 편성된 경우라 하겠다.

국가 차원에서 영토가 단독 주도적이지 않은 다수의 자잘한 섬들로 구성된 대표적인 예는 인도네시아이지 싶다.
인구도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나라인데 국제적으로는 저기가 별 존재감이 없다. 그리고 오세아니아 대륙과 가까워 보일 정도로 굉장히 남쪽에 있기도 해서 유라시아 대륙 문화권이라는 생각도 별로 안 들 정도이다.

5. 서울의 옛 영화 촬영소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답십리 사거리' 교차로의 동쪽을 보면, 배봉산의 남쪽 기슭 구간을 차지하는 거대한 고개가 있고, 그 고개를 '답십리로'라는 길이 횡축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그 길의 곁에는 딱히 업무· 주거 건물이 없이 언덕뿐이며, '답십리 공원'이 조성돼 있다. 동쪽으로 더 가야 야구 연습장이나 체육관 정도만 있다.

그런데 먼 옛날.. 1964년부터 1970년까지는 여기 일대에 영화 촬영소가 있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동대문구 체육관과 근처의 동답 초등학교의 부지에 말이다. 나라에서 만든 게 아니라 어느 대인배가 사재를 털어서 만들었다.
그래서 답십리 사거리의 동쪽에 나오는 교차로의 이름은 '촬영소 사거리'이다. 촬영소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됐다.

지금으로 치면 남양주 종합 촬영소 같은 곳이 서울에 있었다는 게 무척 흥미롭다. 뭐, 1960년대에 국산 영화에서 많은 걸 바랄 수는 없겠지만, 6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곳에서 무려 90편에 달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동대문구에서는 2010년대에 와서야 여기에 영화 테마 공원을 뒤늦게 조성하려고 계획 중이라 한다. 마치 중랑구에서 망우리 공동 묘지를 근현대사 체험 테마 공원으로 꾸미려 하듯이 말이다.

지명을 보면 그 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마장(말을 키우던 곳), 잠실(누에밭) 같은 농촌스러운 지명은 조선 시대 같은 너무 옛날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오늘날 실감이 잘 안 간다. 뭐더라, 과수원에서 유래된 명칭도 있었는데.. 아무튼 그 시절엔 거기는 인서울 도시가 아니라 그냥 한양도성 안으로 보급할 물자를 생산하는 기지였을 뿐이다.

그에 반해 촬영소, 해방촌, 기자촌 같은 명칭은 그래도 일제 강점기 이후 대한민국 시절의 사연과 유래가 담겨 있으니 이질감이 덜하다. 이런 예가 더 있는지 앞으로 더 눈여겨봐야겠다.
참고로 동대문 운동장은 조선은 아니지만 일제 시대에 생긴 시설이다. 그리고 '충무로'는 영화 촬영소라기보다는 영화 제작사들이 많이 입주했던 곳인데, 지금은 영화보다는 인쇄소로 더 유명한 듯하다.

6. 영화에 등장한 가상의 지명

본인은 먼 옛날 대학 시절에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영화를 친구 컴을 통해 우연히 봤다.
그때는 본인이 한창 철덕이 되어 가던 시절이었는데, 마침 무궁화호 열차 씬과 함께 '용강'이라는 가상의 역이 나왔다.
경북선에 '용궁'이라는 역이 있긴 하지만 '용강'은 허구이다. 사실 충북선 소이 역(무배치간이)에서 역 바깥 장면을 찍었으며, 역 승강장 씬은 바로 옆의 음성 역에서 찍었다.

그 뒤 비교적 최근에 나온 <부산행>(2016)의 경우, 맨 처음에 '진양'이라는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가상의 지명이다. 뭔가 우리나라 어딘가에 저런 이름의 고속도로 진출입로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나 보다. 기존 지명과 안 겹치게 이름을 그럴싸하게 잘 지었다.

이 장면이 촬영된 곳은 아주 한적하고 차량 통행이 드물어서 영화 찍기에도 유리한 영동 고속도로 속사 IC라고 한다. 하이패스가 없으면 무인 정산기에다 느리게 지폐 한 장씩 넣으면서 통행료를 결제해야 한다.
본인은 이 승복 기념관을 찾아갈 때 여기를 지난 적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곳과 부산행 영화의 관련성을 아직 모르던 상태였다.

끝으로 철도와 관계는 없지만 <아저씨>(2010)에서 잠시 등장하는 차 태식의 집 주소 "서울 용산구 동자동 산 21"도 생각난다. 이 역시 당연히 실존하지 않는 주소이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끼워맞추면 서울 역과 남산 사이의 으슥한 허름한 주택가이다.
영화를 실제로 찍은 곳은 부산 매축지 마을이라는 '도심 속 오지'이다. 서울로 치면 무슨 금화 아파트, 시범 아파트 같은 그런 곳인데, 거기도 몇 년 뒤로 다 헐리고 재개발될 공산이 크다.

Posted by 사무엘

2018/05/08 08:36 2018/05/0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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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교통수단에는 도로나 철도 같은 길이 있다. 열차는 레일을 벗어나면 끝장이고, 자동차도 열차보다야 자유도가 높지만 평평한 길이 없는 곳은 못 다닌다.
그에 반해 비행기나 선박은 광활한 창공 아니면 바다 한가운데를 다니니, 딱히 길이라는 개념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얘들도 눈에 당장 보이지 않고 민간 지도에 표시돼 있지만 않을 뿐, 가상의 경로를 설정하고 항상 정해진 길만 다닌다.

배야 물 위만 다닐 수 있지만 비행기는 무엇이든 위로 타넘을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움직임의 자유도가 가장 높다. 그러나 자동차만 해도 소유와 운전을 위해서 각종 등록에, 보험에 면허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까다로운 규제와 제약들이 존재하듯.. 비행기도 마찬가지이다. 일정 중량 이상의 비행체가 일정 고도 이상을 비행하기 위해서는 미리 근처의 항공 관제 시설 내지 군부대에 비행 스케줄과 경로를 신고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허가받은 대로만 다녀야 한다. 이걸 어기면 생각보다 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 영공에는 사전 신고만 하면 트래픽이 허용하는 한 그럭저럭 OK가 나오는 구역이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비행 제한/금지 구역'도 있다. 금지 구역은 국방부 장관 차원에서의 아주 예외적인 승인이 나지 않는 한, 싸제 비행기가 절대로 얼씬거릴 수 없는 곳이다. 이거 뭐, 하늘 위도 사실 온통 민통선 지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물론 인간은 새가 아니며 자기 힘만으로 하늘을 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제약을 하든 말든 이쪽 업계의 사정은 공항이나 군 관계자가 아니면 민간인이 신경을 쓸 일 자체가 없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이런 규정이 갑자기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일명 '드론'이라고 불리는 장난감 무인기를 취미로 날리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드론'이라고 하면 한때는 저그의 일꾼 말벌 유닛이 1순위로 쓰였지만 이제는 무인기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이는 듯.

옛날에는 하늘로 뭔가 장난감을 띄우고 싶은 사람은 연을 날렸다. 혹은 자기가 직접 하늘로 뜨고 싶으면 기구를 띄우거나 멀리 언덕으로 가서 글라이더 정도는 탔던 것 같다. 그 반면, 자체 동력을 갖춘 초소형 비행체를 띄우는 건 확실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격추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으면서 그래도 스스로 자세와 방향 조절이 가능할 정도로 동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불순한 용도로 얼마든지 활용이 가능하다. (도촬이나 폭탄 투하 같은..)

이런 특성을 이용해 요즘은 북한조차도 심심하면 무인기를 날려서 남조선을 정찰하는 게 심심찮게 보도된다. 옛날의 땅굴과 무장공비에 이어 트렌드가 바뀌었다. 그래서 무인기 비행은 결국 안보상의 이유로 인해, 무조건 전면 금지까지는 아니어도 규제· 제약이 크게 걸릴 수밖에 없는 행위가 됐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비행기 관련 취미는 무선 전파나 총기 관련 취미하고도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한쪽은 교통, 한쪽은 통신. 한편, 총기는.. 더 말이 필요하지 않고.).

국내의 비행 금지 구역들은 내부적으로 이름 내지 식별자가 부여되어 있다고 한다. 일단 휴전선 근처는 동· 서부를 막론하고 0순위로 비행 금지이며, 평지의 민통선보다도 영역이 더 넓다.
서울 강북에는 청와대로부터 반경 3.8km까지가 P-73A이라고 명명된 금지 구역이고, 거기에서 추가로 반경 4.6km까지가 P-73B라는 완충 지대이다. 여기는 드론은 물론이고 민항기조차도 못 다닌다. 전쟁이라도 나지 않는 한 하늘 위로 비행기가 다니는 걸 구경할 일은 없다는 뜻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항덕이라면 친숙할 그림이 드디어 나왔다.
P-73을 벗어나서 강북에 노원· 중랑, 강남에 영등포· 강남· 서초구는 금지보다는 수위가 좀 덜한 R-75 '제한 구역'이다. 비행을 위해서는 하루 전에 신고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강동· 송파 정도의 외곽은 돼야 서울에서 그럭저럭 드론을 띄울 수 있다.
용산구는 강북이고 P-73B의 반경에 포함되는데도 저기만 예외적으로 금지가 아닌 제한 등급인 이유는.. 미군 기지인 관계로 국군의 통제를 덜 받기 때문이지 싶다.

지난 2013년엔 김포 공항을 출발한 한 헬리콥터가 안개 때문에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아파트와 충돌하여 추락한 사고가 났었다. 이때 헬리콥터는 마치 한강 수상 택시처럼 한강 위로만 다니면서 서울을 횡단했다. 규정상 거기로만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김포 공항에서 잠실까지 서울 동서를 횡단하는 예상 소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자동차밖에 안 타는 땅개의 입장에서는 가히 시공간 워프 수준이긴 했다. 그냥 지하철 두세 정거장 지나듯이 강서구에서 송파구로 슈욱~

청와대나 인구 밀집 지대 말고 드론을 띄울 수 없는 곳은 전국의 민간 및 군 공항의 반경 9.3km 이내이다. 기존 비행기들과 충돌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구로구· 금천구 같은 서울 남서쪽 외곽은 경부선 철도가 지나며 하늘로도 R-75에도 속하지 않는 관계로 김포와 인천 공항을 드나드는 민항기의 항로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차뿐만 아니라 비행기가 수시로 드나드는 걸 볼 수 있다.
내 기억으로는 용인 고기리 유원지에서도 하늘에 비행기를 지나다녔으며, 관악산 중턱의 서울대 공대 인근에서도 비행기가 보였다. IT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판교 테크노 밸리에는 민항기는 없고 군 수송기가 수시로 날아다닌다.

고양시에 있는 한국 항공 대학교는 수도권이라는 위치는 괜찮지만 R-75를 포함한 온갖 제약들 때문에 정작 본캠에서는 비행 실습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조금만 삐끗하면 민항기 항로 침범에다 청와대 근처, 군부대 근처, 휴전선 근처 등의 태클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수로 거기를 침범했다간 곧장 경고 방송에 갈굼과 욕이 쏟아진다. 그래서 비행 실습장은 멀긴 해도 공간 제약이 없는 지방으로(울진이라든가..) 옮겼다.

자, 항공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면서 국내에서 특별히 비행이 추가로 금지된 곳은.. 바로 원자력 관련 시설 주변이다. 전국의 원자력 발전소들 인근은 엄격한 비행 금지 구역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도권을 벗어나 전국 단위의 비행 금지 구역 지도를 보면 대전 일대가 수도권 이상으로 꽤 넓게 비행 금지 구역인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중심지가 세종시도 아니고 정부 청사도 아니고 군 본부가 있는 계룡시도 아니고 대전 북부인데...
그 주인공은 바로 '한국 원자력 연구원'이다. 건물 한두 채가 아니라 대학 캠퍼스 급의 거대한 단지이며 고속도로 나들목과도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 지도에는 전혀 표시되어 있지 않은 최고급 보안 시설이다. 똑같이 민간 지도에 안 나와 있지만 국방 과학 연구소, 국정원 등에 비해서도 굉장히 인지도가 없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얘 때문에 대전에서는 하늘에 비행기를 볼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객의 입장에서도 서울에서 부산(혹은 그 반대)을 비행기로 가면 육로로 갈 때와는 달리 대전을 구경할 일이 없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사실, 서울에서 부산의 직선 경로 자체도 대전이 아니라 충북 중앙을 관통하는 과거의 영남대로가 더 지름길이기도 하고 말이다.

지방으로 나가서 이런 거 저런 거 다 제낀 명시적인 비행 허용 구간에서는 별다른 절차 없이 개인이 싸제 무인기를 띄울 수 있다. 단, 이것도 고도 150m 이내 한정이기 때문에 건물로 치면 4, 50층 정도 높이까지만 가능하다. 더 높이 띄우려면 여전히 허가를 받아야 함. 그리고 시간대 제약도 있는지라 해가 떨어진 뒤에는 비행을 할 수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영락없이 민통선 출입 제약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비행체들은 땅으로 뭘 떨어뜨린다거나 인구 밀집 지역으로 추락하는 초대형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무인기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원격 조종자가 자기가 조종하는 비행체를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까지만 비행체를 보낼 수 있다. 땅에 있는 사람들은 밤에 날아다니는 헬리콥터 같은 비행기를 향해 장난으로라도 레이저 포인터를 쏘지 말아야 하듯(조종사의 시력과 비행기의 안전을 크게 해치는 범죄임), 싸제 무인기를 띄우는 사람에게도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법이다.

자동차야 반드시 등록시키고 번호판을 달게 해서 통제한다지만, 비행체들은 일일이 그렇게 할 수도 없으니 더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한 것이다. 꼭 무인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디 여행 갈 일이 있으면 여기는 비행기 항로 근처인지 아닌지를 본인은 더 눈여겨보게 될 것 같다.

* 비행 관련 여담:

1. 과거 항공의 선구자들은 참 엄청난 자유를 개척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찰스 린드버그 같은 사람은 기술적으로는 참 미약하고 허접했겠지만, 그래도 지금 같은 대공 레이더, 비행 신고와 허가, 영공 통과료 같은 복잡한 물건이나 제도가 없던 시절에 자작 비행기로 대서양을 건너서 다른 나라로 가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겨우 KTX 비슷한 속도밖에 못 내는 프로펠러기로 30몇 시간을 잠을 안 자고 혼자 비행기를 조종했댄다. 그리고 파리에 도착해서 환영 인파들에게 최소한의 인사만 한 뒤 곧장 호텔로 돌아가서 잠부터 잠..;;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돌아올 때는 군함을 타고 왔다.

2. 영어로 fly는 '날다' 이상으로 날아서 '이동하다'의 뜻이 더 많이 담긴 단어 같다. 그래서 fly to New York 같은 말도 쓰이고 비행기 운항편을 일컬을 때도 저 단어 자체를 명사화해서 flight라고 부른다.
무하마드 알리의 명대사 "나비처럼 날아가서 벌처럼 쏜다"의 영어 동사는 fly가 아니라 의외로 float이다. 굳이 물에만 뜨는 게 아니라 공중에 붕 뜬다는 뜻.
본인은 개인적으로 저 문장을 FPS Quake의 매뉴얼에서 처음 봤다. Scrag라는 몬스터에 대해서 무하마드 알리의 말을 인용해서 설명해 놓았는데 저게 딱 정확한 묘사이다. 공중에 둥둥 떠 있기만 한 놈이므로.

Posted by 사무엘

2016/03/31 08:30 2016/03/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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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문에서 나오는 철도의 정체는?

<용감한 탈출> 책을 다시 보니, 스토리와 관련하여 내가 기억하지 못하던 추가 정보들을 다시 보충할 수 있었다. 그 정보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교통· 지리 분야의 설정이다. 철덕으로서 이런 쪽에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책에서 주인공인 두일이네 가족은 황해도 '사리원' 시에서 살고 있었다고 나온다. 따라서 지리적 배경은 한반도의 동부가 아니라 서부 되겠다. 개성에서 평양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도시에서 살고 있었지만, 삼촌이 탈출하는 바람에 가족이 반동으로 몰리면서 더 서쪽 구월산 기슭의 산골 벽지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고 한다.
이 설정대로라면 두일이가 탈출하기 위해 집에서부터 이동한 거리는 서부의 고양· 파주 쪽으로 최단 직선 거리를 잡아도 150km가 넘는다. 그 중 상당수의 거리는 철도로 커버가 돼야만 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철도는 무엇이었을까?
본인은 당연히 경의선(북한의 평부선)만이 떠올랐으며, 답부터 말하자면 정황상 그게 맞다. 하지만 당장 떠오른 이 답은 아는 게 그것밖에 없으니까 찍은 답일 뿐이다. 사리원에서 개성까지 가는 철도가 경의선만 있는 건 의외로 아니다. 그래서 모처럼 이와 관련된 리서치를 좀 하게 되었다.

국토가 분단되기 전, 해방 당시에 경의선은 문산 역을 지나면 장단, 봉동을 거쳐 개성 역이 나왔다. 장단은 알다시피 시설이 흔적도 남아 있지 않고 DMZ 내부에 터만 존재하며, 반대로 도라산과 판문은 각각 남과 북에서 나중에 만든 역이다.
개성 역을 지나면 선로는 흔히 생각하기 쉬운 북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향하는데, 개성에서 수 km 정도 떨어진 곳에 나오는 그 다음역은 개풍 역(옛 명칭은 토성)이다. 개풍을 지나서야 선로는 마치 남한의 서울-신촌을 연상케 하는 90도 드리프트를 하여 북쪽으로 향한다.

그런데 개풍에서 드리프트를 하지 않고 서쪽으로 계속 직진하여 연백 평야를 지나고 황해도 '해주'까지 가는 철도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토해선'이다. 토해선 자체는 연백 평야에서 나는 농산물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있었지만 그때는 협궤였다. 표준궤인 경의선과는 한 역에서 환승은 가능해도 동일 열차가 직통 운행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훗날 북한에서는 토해선의 선로를 표준궤로 개량했다. 단, 토해선에는 우리로 치면 임진강처럼, 한강 하류로 합류하는 예성강이라는 강을 횡단하는 구간이 있었는데 여기 있던 철교는 6· 25때 파괴된 이래로 복구되지 않았다. 현재는 철도가 아닌 인도· 차도교 형태로만 복구되어 있다.

과거에 일제는 경의선 자체를 해주를 경유해서 만들 생각을 했었다. 경부선을 상주와 충주를 경유해서 만들 생각을 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직 일제 강점기가 되기도 전인 20세기 초에 강 하류에다 거대한 철교를 그것도 표준궤 규모로 또 만드는 것은 재정상 "지금은 곤란하다" 상태였기 때문에.. 해주를 지나는 철도는 그로부터 수십 년 뒤에 그것도 지선 협궤 형태로 실현됐다.

그 철도가 경유하던 예성강 철교가 파괴되고서 복구되지 않은 것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좀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 다리를 통해 국군· UN군이 강을 쓰윽 건너서 북한군을 대거 엿먹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북한에서 토해선은 강을 건너기 전의 배천 역에서 끊어져 있고, 노선의 이름도 배천선으로 바뀌었다. 개성의 근처까지는 가지만 거기서 더 진행은 못 한다.

해주의 '해주청년' 역에 도착하고 나면, 서쪽 끝까지 더 진행하여 옹진 쪽으로 갈 수도 있고(해옹선, 지금의 옹진선), 북쪽으로 진행하여 사리원까지 갈 수 있다(황해선, 지금의 황해청년선). 북쪽으로 가는 요놈이 바로 경의선보다 더 서쪽에서 황해도를 종축으로 지나는 간선 철도이다. 구월산 기슭에서 탈출을 시작한 두일이의 입장에서는 경의선보다 황해청년선이 위치상으로 더 접근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스토리 설정에서 두일이의 탈북에 도움을 준 철도는 경의선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이는 어떤 형태로든 경의선 구간에 도착해야만 했다.
결정적인 이유는, 스토리 상으로 걔는 육로로 탈북을 했기 때문이다. 황해청년+배천(토해)선만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예성강 하나 건너지를 못하고 내륙에서 엄청난 거리를 동쪽으로 뺑이를 쳐야 한다. 동쪽 이동 없이 그대로 남하해 버리면 서해나 한강에 다다르지, 육로와 철책이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열차에서 내린 뒤 두일이가 휴전선 쪽으로 접근할 만한 경로는 기정동이 있는 개성 시내 외곽의 평지 구간, 아니면 판문점이 있는 곳보다 더 동쪽으로 진행하여 장풍군 일대의 산지이다. <용감한 탈출> 스토리는 시작은 황해도 서쪽인데 전방 도착은 동부 전선스러운 것이 자칫 잘못하면 고증상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도저히 절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개연성이 성립하려면 저기서 철도는 아무래도 경의선이 돼야 하는 건 틀림없을 듯하다.

지도를 찾아 보면서 느낀 건데, 한반도에서 서울에서 인천 정도의 경도가 서쪽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굉장한 오산이다. 인천은 한반도의 서부 중에서도 안쪽으로 제일 옴푹 들어간 지형에 있다. 그 반면, 북한 쪽으로 가면 서쪽 끝은 서울 경도에서는 수십~100수십 km 이상으로 벌어진다. 그러니 경의선의 철도역에서 황해안까지 들어가려면 직선 거리로도 굉장히 긴 거리를 가야 하며, 그 내륙에 황해청년선 같은 추가적인 철도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참고로 북한에는 새로 만들거나 개량한 철도에 '청년'이라는 이름이 붙은 노선이나 역이 많다. 서부 말고 동부에는 '금강산청년선'도 있다. 그 이유는.. 그것들은 말 그대로 20대 청년 공병들을 갈아 넣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2. 휴전선이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 형성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휴전선 내지 군사 분계선은 서쪽으로 갈수록 남하해서 심지어 한강의 최하류와도 맞닿아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서부 전선에는 동부 전선에는 없는 "강안경계"라는 게 존재한다. 우리나라가 6· 25 전쟁을 계기로 서울이 북한과 더 가까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남한이 38선 시절보다 절대적인 땅 자체는 더 많이 수복했지만 휴전선이 수평선이 아닌 / 모양으로 형성됐으며, 특히 고려의 역사가 담긴 개성시를 수복하지 못하고 빼앗긴 이유는 무엇일까? 까놓고 말해 선죽교가 있는 곳이 한때는 남한 땅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게 된 거다.

<용감한 탈출>의 지리적 배경과도 전혀 무관한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저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일단 6· 25 전쟁 당시에 휴전 회담이 진행 중이던 판문점이 오리지널 38선과 거의 동일한 지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판문점 일대는 중립 구역으로서 전투에서 완전히 열외되어 평화가 유지되었다. 하지만 이 조치는 반대로 국군이 서부 전선에서 더 북진을 할 수 없게 발목을 잡기도 했다.

둘째, 지형적으로는 이 송악산 때문이었다. (한자까지 일치하는 동명의 산이 제주도 남부에도 있으니 혼동하지 말 것. 단, 제주도 송악산은 기생 화산으로, 그냥 언덕에 불과한 자그마한 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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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선 시절에는 개성 시내는 남한 땅이었지만 문제는 고지대인 송악산이 여전히 북한 땅이었다는 것. 남한의 개성 시내가 다 내려다보였다. 군사적으로 남한이 방어하는 데 절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북진을 할 거면 저 산까지 몽땅 화끈하게 차지하거나, 아니면 다 내어 주거나 해야 했다.
국군에서 다뤄지는 '육탄 10용사'도.. 사건의 구체적인 전말에 대해서는 미화다 날조다 잡음이 있다만 어쨌든 이건 6·25 전쟁 전, 1949년 5월에 바로 송악산 기슭의 그 불리한 상황에서 북한군의 벙커링을 뚫고 고지를 지키려는 목적으로 벌어진 전투였다.

더 서쪽으로 옹진 반도 일대도 상황이 열악하긴 마찬가지인지라, 뒤로 물러서면 보다시피 그냥 바다이다. 내륙으로 가려면 38선 이북 지역을 거쳐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 그냥 배수진이요 고립된 섬이나 마찬가지였다. 38선은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쭉 그어졌다 보니, 서쪽 구간은 전반적으로 남한이 점령하고 있는 게 도저히 무리였다.
단지 북한이 해군이 궤멸 상태였기 때문에 연평도 백령도 같은 섬은 북한과 매우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다시 남한이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휴전이 맺어질 즈음, 북한은 영토를 다시 38선 시절로 원복할 것을 제안했으나 남한과 UN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성은 참 아까우며 옹진 반도와 연백 평야를 잃은 것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그 개고생을 하면서 남한이 동부 전선에서 땅을 더 많이 수복했으며, 38선 시절의 경계는 차라리 개성 시내를 포기하는 게 더 나을 정도로 남한에게 군사적으로 불리했기 때문이다. 거기를 포기한 대신 남한이 수복한 땅 중에는 당시로서는 금싸라기 곡창 지대인 철원도 포함돼 있었다.

경원선 소요산 역의 북쪽 다음 역인 초성리 역과, 그 다음 역인 한탄강 역 사이가 옛 38선 경계이다. 그리고 강원도에서는 양양 국제 공항이 38선보다 아주 살짝 더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그 북쪽의 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속초, 고성은 약 5년 남짓 동안 북한 땅이었다가 6· 25 때 우리나라가 수복한 것이다. 그러니 철원에 있는 노동당사 같은 건물은 역사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가 서쪽으로는 송악산, 동쪽으로는 금강산만 추가로 차지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사실, 설악산도 그때 수복한 산이고, 동쪽 끝자락에서는 이례적으로 크게 북진한 덕분에 고성군에 있던 김 일성 별장까지 탈환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별장에 이어서 김 일성이 몰던 개인 리무진 승용차도 그때 전쟁 중에 아주 극적인 계기로 우리 국군이 노획하게 됐다. 여기에 대해서도 나중에 또 자세히 다룰 일이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3/14 19:38 2016/03/14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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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는 북한의 남침용 땅굴은 총 4개이다. 그리고 이들은 발견 순서대로 1(1974년)부터 4(1990년)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북한이 남침 땅굴을 판 사상적 근거로는 1971년 9월 25일 “하나의 갱도는 10개의 핵 폭탄보다 더 효과적이다”라는 김 일성의 교시가 제시되곤 한다. 뭘 하는지 알 길이 없는 비밀 스텔스 폐쇄국가인 북한이 땅 속을 두더지처럼 헤집으면서 한반도에 나이더스 캐널 네트워크를 깔아 놓는다면 무섭긴 할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보 기관들은 북한이 땅굴 발파 기계를 대량 수입했다는 첩보 하나만으로도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종북들의 눈엔 한반도에 땅굴이란 공식적으로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땅굴처럼 생긴 건 다 자연 동굴일 뿐인가 보다. =_=;;
그러나 반대로 '땅굴 덕후' 기질이 있는 안보 연구가들은 우리나라에 이것보다 땅굴이 훨씬 더 많이 깔려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대외 인지도와 신뢰도는 예수회/프리메이슨 세계 정복설이나 광주 5·18 북한군 개입설 급의 후덜덜한 수준이다. (긍정이나 부정이 아니라, 그냥 흠좀무스럽고 엄청나다는 뜻임.)

그런데, 오늘날 같은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에 '비해서' 남침 땅굴과 관련된 정보는 구글과 네이버를 총동원해도 이상할 정도로 잘 안 찾아진다. 내 느낌으로는 그렇다. 각종 위키나 백과사전에 등재된 설명도 너무 부실하다. 땅굴의 발견 경위, 작전에 참여한 부대의 신상 정보, 발견 과정에서 벌어진 위험 상황 등을 한데 열람하기가 너무 어렵다.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걸까?

단적인 예로, 한국어 위키백과에 '제n땅굴'이라고 땅굴마다 독립된 표제어조차 개설되어 있지 않은 걸 보고 본인은 정말 굉장히 놀랐다. (내가 써 넣을까ㅋㅋㅋ)
그래서 오기가 생겼다. 6·25 발발일을 기념하여, 평양 시내까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글 어스를 이용하여 4개의 땅굴들의 입구를 찾아 보았다.

1. 제3땅굴(1978): 도라산 역과 도라 전망대보다 살짝 북서쪽으로

앞서 글을 쓴 적이 있듯이 이 땅굴은 서울 및 판문점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위협적인 놈이며 길이도 가장 짧다. 그리고 첩보를 바탕으로 의심 지대을 탐사하던 중에 발견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DMZ 내부의 의심 지대 곳곳에다 구멍을 뚫어서 시추봉을 집어넣고 동향을 살폈는데, 한 시추봉이 지하의 발파 충격으로 인해 튀어오르고 물이 솟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이다.

관광객은 도라산 역, 도라 전망대, 통일촌 일대의 안보 관광의 일환으로 이 땅굴을 방문할 수 있다. 출입구는 승강 전동차를 타고 가거나 그냥 도보로 왕래할 수 있는데, 전동차를 타면 요금이 몇천 원 더 비싸진다. 도보 출입구와 전동차 출입구는 서로 다른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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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본인이 직접 갔다 와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구글어스에서 위치를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남방 한계선(좌측 하단의 선)이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리고 땅굴을 이용하면 군사 분계선의 거의  200m 앞까지 지하로 도달한다고 한다.

2. 제2땅굴(1975): 토교 저수지보다 북동쪽으로 수 km

제1과 제2땅굴은 모두 DMZ를 경비하던 병사가 지표면에서의 이상 현상을 발견하고 신고하여 조기에 발견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초창기이다 보니 심도가 이후의 땅굴보다는 얕았던 편. 하지만 2땅굴은 1땅굴에 비해 터널 단면적이 더욱 커지고 대담해져 있었다.

2땅굴이 있는 곳은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이다. (우리나라는 DMZ나 민통선 내부도 독립된 행정구역이 할당되어 있다) 이곳은 최근에 경원선 북쪽 끝에 생긴 역의 이름이 '백마고지'일 정도로 6·25 당시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며, 결국 우리나라가 수복해 낸 38선 이북 지역이다. 백마고지 역이라든가 38선 시절에 북한이 사용하던 로동당 청사 정도는 그래도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지만, 월정리 역과 제2 땅굴까지 가는 건 패키지 관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곳은 본인이 아직 직접 가 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땅굴 입구의 정확한 위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토교 저수지'를 먼저 찾은 뒤에 거기서 쭉 올라가 보면, 도로 위에 검은 아스팔트 덧칠이 덕지덕지 되어 있는 이 지역을 찾을 수 있다. 지상 사진은 내가 참조 목적으로 구글링을 통해 임의로 긁어 온 것임. 땅굴 입구 역시 여기 근처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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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땅굴은 탐사와 발견 과정에서 국군 장병의 인명 피해(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비극의 땅굴이기도 하다. 입구에는 희생자 위령탑이 만들어져 있다.

3. 제4땅굴(1990):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이현리

예전의 세 땅굴과는 다소 다른 위치와 시기에 발견되었다. 이로써 강원도 동부도 땅굴 안심 지대가 아님이 입증되었다.
지상의 이상 징후만으로 조기에 발견된 1, 2나, 첩보에 따른 수색에 의해 발견된 3과는 달리, 이 땅굴은 교본대로 평범하게 땅굴 탐사를 하던 중에 산지 아래의 지하 140m의 굉장히 깊은 곳에서 꽤 어렵게 발견되었다. 그래서 이 땅굴은 발견 당시 남방 한계선 이남으로 이미 1km가 넘게 진행되어 있던 상태였다.

양구군 이현리를 찾은 뒤 북쪽으로 울창한 숲이 있는 곳으로 가 보면 땅굴이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도로 이름도 '땅굴로'이다. 땅굴 근처에는 '남침 분쇄'라고 적힌 기념탑이 세워진 광장이 있다. 이곳 역시 각종 전망대, 전쟁 기념관 같은 연계 관광 상품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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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땅굴은 길어서 그런지, 땅굴들 중 유일하게 땅굴 내부를 전동차를 타고 구경할 수 있다. (3땅굴은 출입구의 경사로에만 전동차가 다님) 제3궤조 집전식이라거나 한 건 아니고, 전동차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운행 후엔 충전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땅굴은 탐사 과정에서 '헌트'라는 이름의 군견이 희생되었다. 화약 냄새를 맡고 지뢰를 찾도록 훈련받은 독일산 셰퍼드였는데, 물에 잠겨 있던 목함 지뢰를 밟고 그만 장렬히 산화했다. 그 대신, 10여 명의 분대원들이 당했을지도 모를 희생을 몸으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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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는 짐승이라지만 이것은 너무나 숭고하고 값진 희생이었다. 그래서 헌트에게는 소위 계급과 인헌 무공 훈장이 추서되었으며, 땅굴 입구에 '충견지묘'라고 적힌 무덤과 동상이 세워졌다. 누가 일계급 특진을 한다고 소위가 되지는 않으니, 소위는 영예로운 죽음을 맞이한 군견에게 적절한 계급 포상인 것 같다. (고 한 주호 준위에게 소위 계급이 추서되지는 않았잖아?)

4. 제1땅굴(1974): 경기도 연천군 백학면 포춘리

가장 먼저 발견된 제1땅굴을 가장 나중에 소개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이건 땅굴들 중 유일하게 입구가 남방 한계선 이북의 DMZ 내부에 있으며,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초창기의 땅굴인 만큼 얘는 다른 땅굴들보다 훨씬 얕고 작고 소심한 규모이다. 사람이 서서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터널 단면적이 작다. 단면이 아랫변이 더 긴 사다리꼴 형태이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 봐도, 이 땅굴의 주변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이게 유일하다. 어느 언론사 기자가 남방 한계선 철책 근처에서 줌을 당겨서 촬영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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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바탕으로 본인은 저게 아마 제1 땅굴의 입구가 아닌가 추정한다. 지상 사진과 좀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땅굴 입구의 위쪽 언덕은 나무가 없이 풀만 나 있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주변에 이것 말고 다른 대안이 될 만한 인공물은 보이지 않는다. 서울 시청으로부터는 직선 거리로 약 60km가량 떨어져 있다.

우측 하단에 있는 경계선이 바로 남방 한계선이다. 그리고 땅굴 근처의 서쪽 상단에 있는 수직선은 군사 분계선은 아니며, 아마 GP 초소를 드나드는 길이지 싶다. GP는 아무래도 북한 땅을 내려다봐야 하는 곳이니, 언덕 위의 높은 지대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이를 보면, 그저 학교 교과서나 언론 보도를 통해서만 존재에 대해 들었던 남침 땅굴이 더욱 현실성 있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땅굴들도 다 같은 땅굴이 아니라 제각기 특징과 개성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본인이 캡처한 4장의 구글어스 사진들은 모두 같은 배율로 맞춰져 있다. 그리고 지도 화면에 남방 한계선이 같이 찍힌 땅굴은 1과 3 이렇게 둘이다. 1은 입구가 남방 한계선으로부터 5~600m 정도 떨어져 있고, 3은 그야말로 코앞임을 알 수 있다.

비록 땅굴을 의식하여 그 주변으로 우리나라의 군사 시설들이 배치되는 건 사실이긴 하지만, 땅굴 자체는 우리나라의 군사 시설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 애들이 직접 만든 물건이다. 이 정도로 아주 간접적으로만 위치에 대한 힌트와 항공 사진을 노출하는 건, 설령 이북 간첩들이 본다 하더라도 새로운 정보를 주는 게 아니며 안보면에서 그리 문제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13/06/25 08:29 2013/06/2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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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라 하면, 흔히 주류 대중 교통수단과는 완전히 소외되어 있는 오지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역세권을 넘어서 아예 전철역의 코앞에 닿아 있는 군부대도 있다. 보안상, 그게 지도에 표기되어 있지가 않을 뿐. 다음 예를 살펴보자.

1. 세류(1호선)

공군 부대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수원 비행장이 바로 이것임. 민간용 위성 지도로 보면 역 서쪽이 온통 논밭뿐이지만 이는 훼이크이다. 지상에서 위장(?)도 잘 해 놨는지 열차 차창 밖만 봐서는 주변에 군부대나 비행장이 있다는 걸 거의 눈치챌 수 없다. 나도 몰랐으니까.

세류는 전철의 시종착역 중 하나인 병점과,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수원 사이에 낀 마이너 콩라인 역이긴 하나 군부대로 인한 고정 수요가 있는 중요한 역이다. 면회 가는 교통이 매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곳에 항공유를 수송하여 공급하는 수단 역시 응당 철도이다. 부대 내부로 이어지는 선로가 있음.
이곳엔 미군 부대도 있기 때문에 국군 공군 장병뿐만 아니라 카투사 역시 이쪽으로 발령 가는 경우가 있다.

2. 녹사평(6호선)

민간 지도에서 녹사평 역 주변으로 아무것도 없는 방대한 공간(위성 지도에서는 다 숲으로 땜질-_-)을 차지하고 있는 건 잘 알다시피 미군 부대이다. 서울 용산구의 금싸라기 땅이라니, 아마 대한민국에서 땅값 가장 비싼 곳에 있는 자신만의 신세계일 것이다.

녹사평은 군부대 근처에 있는 역치고는 너무 으리으리하고 화려하게 지어진 감이 없지 않다. 내가 예전 글에서도 썼듯, 서울 지하철 11호선과의 환승에다 서울 시청 신청사 이전을 염두에 두고 화려하게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둘 다 계획이 흐지부지되었으니 역만 저런 신세가 됐다. 마치, 통합 글꼴 HFT가 제정되었지만 오늘날까지 그걸 쓰는 건 결국 아래아한글밖에 안 남았고 아래아한글 전용 글꼴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것처럼 말이다. ㄲㄲㄲ

3. 남태령(4호선)

서초구와 관악구의 경계인 동작 대로에 자리잡은 이 역은 역세권 수요 때문도, 환승 때문도 아니요 그냥 서울 지하철 4호선과 과천선의 직결 사업의 산물이다. 동쪽의 서초구 방면으로는 방배2동 전원 마을이 있는데 산으로 뒤덮인 서쪽에 있는 것은... 무려 그 이름도 유명한 수도 방위 사령부이다. 참고로 국가 정보원과 거의 같은 위도상에 있다.

전원 마을은 진짜 말 그대로 단독 주택 일색이며, 3층 이상의 건물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서울 안에 있는 시골 마을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코앞의 군부대로 인한 고도 제한+개발 제한 크리 때문. 다만 여느 그린벨트 지대와 크게 다른 건, 코앞에 전철역도 있다는 점 되겠다. 마을 어귀에 나 있는 남태령 역 1번 출구의 모습은 짤방으로도 알려져 있다. 상업 시설이 아닌 한가한 주택가에 덩그러니 놓인 지하철 출입구는 역시나 이색적이다.

참고로 남태령 역은 서울의 최남단 역은 아니다. 1호선의 금천구청 역이 최남단이었는데, 이 기록을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 또 갱신했다.
남태령 역은 깊은 섬식 승강장이며 에스컬레이터 형태를 포함해 전반적인 구조가 이대 역을 쏙 빼닮았다. 이쪽 구간은 1기 지하철로서는 드물게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만들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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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질문: 수방사와 미군 본거지는 저쪽에 있는데, 그렇다면 육본은 어디 있을까?
대전의 위성 도시이면서 국방 도시로 별도의 행정구역으로 독립한 충남 계룡시에 있다(원래는 논산시 영역이었음).
그리고 여기에 육본뿐만 아니라 육해공 3군의 본부가 모두 자리잡아 있다.
이래저래 논산을 비롯해 이쪽 일대는 육군 훈련소도 있고, 군사 이미지가 굉장히 강한 듯.

계룡 역의 예전 명칭은 두계 역이었다. 무궁화호 중에도 무정차 통과 열차가 있을 정도로 태생이 마이너한 작은 역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 덕분에 현재는 일부 호남선 KTX가 정차하는 이색적인 위상이 되었다. 그렇다고 육본이 그 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있는 건 아니다. 거기서 북서쪽으로 직선 거리로 4km남짓 더 가야 된다.

육본, 아니 3군 본부가 있는 곳은 그 호남선 개태사-신도 R400짜리 드리프트가 있는 곳과 상당히 가깝다. 즉, 계룡보다도 과거의 신도 역에서 더 가까웠지만 현재 그 역은 폐역되었음.
군 본부는 민간 지도에는 당연히 표기되어 있지 않으므로 지도에서 찾을 생각은 하지 말라.

Posted by 사무엘

2011/11/25 08:28 2011/11/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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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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