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에 대한 여러 생각

1. 자유

(1) 자유는 정치적인 것, 영적· 종교적인 것(성경 로마서와 갈라디아서) 등 영역이 문맥에 따라 다를지언정, 기본적으로 좋은 것이고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다. 인간이 짐승처럼 먹고 자고 싸고 번식만 하면서 그저 오늘만 사는 동물이 아닌 한 말이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빈말이 결코 아니다. freedom과 liberty의 차이는 마치 love와 charity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2) 그러나 좋은, 선한, 진짜 자유가 있는 한편으로 악한, 가짜 자유도 있다. 가령, 죄로부터의 자유는 좋은 것이지만 죄를 마음껏 짓는 자유, 남의 자유를 침해하는 자유는 나쁜 것이다. 자유라는 건 오· 남용되기 쉬우며, 나쁜 자유를 저지하느라 좋은 자유까지 같이 박탈당하곤 한다.

(3) 6· 25 전쟁에서 남한 대한민국 편을 든 사람들은 단순히 자기 나라, 자기 민족, 자기 가족만 지키려고 싸운 게 아니었다. 바로 북괴라는 악한 공산주의 독재 체제에 맞서 싸운 것이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다. 즉, 남한은 북한보다 도덕· 윤리적으로 더 우위에 있었고 선의 편, 정의의 편에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학교 교과서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슬쩍 빼서 '자유 민주주의'를 그냥 '민주주의'로 바꾸는 식의 불순한 수작을 용납해서는 결코 안 된다.

(5) 단, 이 모든 정황에도 불구하고 이 좋은 '자유'라는 단어의 뒤에 뭔가 붙어서 '자유당', '자유주의' 이러면 안 좋은 뜻이 된다는 게 안타까운 점이다. 마치 '권위(주의)'처럼 말이다. '자유주의'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질서까지 몽땅 제멋대로 무시하고 선 넘는 방종 뉘앙스가 짙고, '자유당'이야 뭐.. 우리나라 초창기에 너무 악행을 많이 저질러서 말이다.
안 좋은 선례가 남으니 훗날 진짜 리버럴한 정당까지 이름을 '자유당'이라고 짓기가 난감해져 있다. 원조 자유당은 리버럴 쪽 성향이 절대로 아니었다.

2. 위인전

위인전이라는 게..
과거에, 애들을 위한 읽을거리 자체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뭔가 "너도 이런 사람의 삶을 본받아라 배워라" 바른생활 어린이 육성 차원에서 읽히는 게 많이 권장되었다.
오죽했으면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공익광고에도 맑고 고운 심성을 가꿀 수 있는 건전(!!) 영상물의 예시로 위인전이 당당히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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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요즘은 사람에 대한 평가 스타일 자체가 마냥 일방적으로 신격화하고 미화하고 띄워주는 게 아니다. "다 똑같은 인간이고 입체적인 면모가 있다" 쪽으로 가는 편이니, 위인전이라는 장르의 약발이 예전만 하지 않다. 그냥 인명사전, 평전이나 읽고 말지.

특히 위인으로 여겨졌던 사람이 실제 업적은 그 정도로 위대한 게 아니었다는 게 알려지기도 하고.. 심지어 추악하고 이중적인 면모, 위선적인 행적 같은 게 훗날 까발려지기도 한다. 그러면 위인전을 읽었던 아이가 커서 배신감과 동심파괴를 경험하게 된다.
노구치 히데요는 말할 것도 없으며, 자기 가정부를 착취했던 마르크스, 자기 애는 고아원에 보내 버린 교육학자 루소, 간디의 사생활.. 이런 건 아주 간단한 예일 뿐이다.

그러면 오늘날 위인전 장르는 아무 쓸모가 없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20세기 후반 이후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 전에,

  • 교통 통신 의료 따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불편했고 스마트폰이고 인터넷이고 행정 전산 시스템이 없었던 시절,
  • 사회 보장 복지 제도가 없던 시절,
  •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까딱 잘못하면 쫄딱 망해서 알거지가 돼서 길거리에 떠돌 수 있던 시절,
  • 세계가 지금처럼 긴밀히 협력하는 게 아니라 군비 경쟁을 하고 대판 싸우던 시절,
  • 인종 차별이 있고 여성· 장애인 인권이 개막장이던 시절,
  • 법보다 주먹이 우선인 정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던 험악한 시절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그런 시절에도 어떤 사람은 정말 눈물나게 노오오력해서 뭔가를 이뤄 냈다는 것, 그 자체는 과장 미화가 1도 들어가지 않은 팩트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후세가 깨달음과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아니며, 지금이 그 시절에 비해 모든 여건이 무조건 절대적으로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때는 가능했지만 지금은 원천 봉쇄되고 통하지 않는 유도리 꼼수도 많다. (행정 전산화, 각종 안전 시설 강화 등..)
그래서 그때와 지금의 공통점과 차이점, 본질은 동일한 채 형태만 바뀐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의 고뇌를 우리도 느껴 볼 수 있다.

예전에도 몇 번 했던 말이지만, 박 정희가 그 시절에 만주 군관학교에 들어가서 교사에서 군인으로 신분을 업글한 건 요즘으로 치면 그냥 국립대 공대 나와서 대기업 연구소 들어갔는데, 영 마음에 안 들어서 때려치우고 의전이나 로스쿨에 다시 들어간 것과 거의 똑같다.. 이런 정도로 transform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작정 신격화하거나 일방적으로 개새끼로 비하가 가능한 극단적인 인물은 세상에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안목이 있어야 지금 사회에 대한 쓸데없는 불만이나 피해의식도 없어질 수 있고, 이상한 정치 선동에도 넘어가지 않고 평정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영상 매체인 비디오를 바르게 선택, 활용하여 맑고 고운 심성을 가꾸도록 우리 모두가 바른 길잡이가 되어야겠습니다.
한 편의 비디오, 사람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비디오가 아니라 유튜브겠지.. ㄲㄲㄲㄲㄲㄲㄲㄲㄲㄲ

3. 협업과 분업, 전문화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이런 초딩 바른생활스러운 문구가 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워낙 복잡다단하고 한 명이 어떤 프로젝트나 시스템에 대한 큰 그림부터 시작해서 미주알고주알 현업 실무 디테일 내지 기계 나사 구조 하나까지 다 이해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데서는 분업이란 게 큰 힘을 발휘하곤 한다.
심지어는 이런 일화도 전해진다. 누구 질문이나 인터뷰에 답을 한 것 같은데..

저는 남들이 선망하는 그 NASA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입니다만..
달로 최단거리로 가는 그 정교한 궤도를 어떻게 계산해서 구하는지,
허공에 발사된 로켓이 얼마나 많은 부품들로 이뤄졌고 도대체 어떻게 제 방향을 찾아서 날아가는지,
무게와 공간 배분을 어떻게 최적으로 뽑아서 달 탐사선을 만들었는지
그런 건 솔직히 저도 하나도 모릅니다. 제가 보기에도 신기해 죽겠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제가 NASA에서 일하는 한,
제가 맡은 전자식 컴퓨터 패널 안의 부품들의 불량 때문에 아폴로 계획이 실패하고 인간이 달에 못 가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다>, 리처드 와이즈먼, 2020 중의 문구를 각색

NASA 공돌이라고 해서 전부 다 천체 궤도역학과 로켓공학의 전문가는 아니다~~ 이런 얘기인데,
뭐, "컴공 평점 4 출신이더라도 PC 조립 따위는 못 할 수 있고 인텔 AMD CPU 덕후인 것도 아니다"하고는 좀 다른 관점의 얘기인 듯하다. ^^

옛날에 "논리야 놀자" 시리즈 책에도 비슷한 비유 일화가 있었다.
장사 안 되어 파리 날리는 어느 중국집에서.. 궁여지책으로 다른 떼돈 버는 유명한 중국집에서 근무하던 아무 요리사 한 명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엄청난 거액 연봉에다 파격적인 조건을 동원해서 간신히 스카웃해 왔다.
근데 그 요리사가 출근해서는 일을 하질 않아서 지배인이 질책을 하는데.. 그 요리사 왈, "저는 전 직장에서 파만 썰었는데요..?? 파를 써는 속도와 모양은 세계 기네스북 급이지만 다른 요리는 잘..??" 이었대나..

글쎄, 아무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데려 왔다지만 기본적인 면접도 없이 "너무 아무것도 안 묻고" 사람을 뽑은 것 같다.;;
실제 중국집 요리사 업계가 저 정도로 극단적으로 분업화돼 있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어떤 엘리트 집단에서 아무나 한 명 데려 오면 아무거나 왕창 잘하고 우리 업무에 도움이 되겠지" 이런 생각은 틀릴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라 하겠다.

이런 기질은 과학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군대에서도 아주 강조한다.
Starship troopers에서는 프로파간다 선전 영상물에서 정보 병과, 보병, 항공기 조종 같은 병과가 나오면서 군대에서 각자 맡은 임무만 잘 수행하면 "승리는 언제나 우리의 것" 이러고 있고..

심지어 태평양 전쟁 시절에 그 유명했던 윌리엄 홀시 장군의 Kill japs, kill japs, kill more japs 표지판에도 아래를 보면.. "우리 각자 맡은 일을 열심히 수행해서 저 쪽발이 원숭이들을 다 박멸해 버리자~ 씨를 말리자~!" 이런 요지의 섬뜩한 문구가 있었다.
"You will help kill the yellow bastards if you do your jobs well" ㄲㄲㄲㄲㄲ

"남일에 오지랖 부릴 필요 없고, 굳이 신이 하는 일의 내부 디테일을 다 알려고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하라는 것만 잘 순종하고 믿어라. 큰 일 바라지 마고 그냥 니 여건에서 니가 할 수 있는 일에나 최선을 다해라"
어찌 보면 이건 신앙 생활에도 통용되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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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당심이 궁금하다면 내가 만든 제품을 써 보아라
그래서 이런 자매품도 있다. (북괴 어느 동네 공장 안에 걸려 있는 선전문구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2/09/06 08:36 2022/09/0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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