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현재의 시각을 알기 위해서 먼 옛날부터 매우 오랫동안 그저 수직으로 세워진 작대기의 그림자의 모양(길이와 방향)에 의존해 왔다.
이름하여 해시계인데.. 이건, 밤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낮이라도 비구름이 가득하고 햇볕이 내리쬐지 않을 때도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균일한 속도로 뭔가가 떨어지거나 돌아가는 타이머형 장치도 별도로 고안하게 되었다. 즉, 영역이 이렇게 둘로 나뉘었다.

타이머는 중력을 이용해서 유체가 흘러나가는 물시계나 모래시계가 형태가 단순하니 가장 먼저 만들어져 쓰였다.
24시간 내내 균일한 속도로 나아가는 시계 동력원을 찾는 과정에서 17세기 수학자와 과학자들은 흔들흔들 진자의 운동을 주목하게 됐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오랫동안 시대를 풍미했던 태엽 기반 괘종시계이다.

진자가 각도와 무관하게 100% 정확한 동주기 운동을 하려면 추를 매단 줄(=실)이 사이클로이드 모양을 그리게 해 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걸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럭저럭 정확도가 보장되는 저각(최대 거의 20~30도) 영역에서만 추를 진동시킨다.
학교 과학 시간에도 진자의 운동을 계산할 때 중등 레벨에서는 sin x와 x 값이 얼추 일치한다고 치고 식을 많이 단순화시켜서 저각에서만 놀았었다.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이라는 동요는 1920년대에, 저런 기계식 괘종시계가 현역이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정확히는 작곡이 저 시기이고 작사는 미상)
그때 시계는 요즘 시계처럼 초침이 움직일 때 짹~ 짹~ 미세한 소리만 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똑딱똑딱 소리가 났다. 그리고 quartz라는 문구 대신, 태엽 감는 작대기를 꽂는 단자가 있었다.

나중에 철도가 발명돼서 인간이 육로로 하루에 수백 km 이상 이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일단 (1) 시차와 시간대에 대한 정립이 필요해졌다.
같은 순간에 어떤 곳은 아침인데 다른 곳은 낮 또는 심지어 밤일 수 있다는 걸 인간은 통신장비 이전에 교통수단의 발명을 통해서 실감하게 됐다.

그런데 말이다. 적도라든가 남극· 북극점 같은 위도의 기준점은 인간이 태양 모양과 그림자 각도 측량을 통해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아문센이 진짜로 남극점을 다녀온 게 맞는지 인증은 요즘 같은 통신위성이니 GPS니 없어도 옛날 구닥다리 아날로그 기술로도 정확히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도의 절대기준점은 정하기가 심히 난감했다. 위도가 같다면 지구 어디서나 시차 자체 말고 밤낮 길이나 별자리, 천체의 모양 같은 건 아무 차이가 없다. 생각해 보니 그렇네..
수직에서는 가장 높은 곳, 가장 낮은 곳이 존재하지만 수평은 둥근 지표면에서 제일 왼쪽 끝, 제일 오른쪽 끝을 어찌 정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이거 기준을 모르니 옛날에는 배 타고 우연히 발견했던 섬을 다시 찾아가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오징어 게임이 벌어지는 섬을 다시 찾아가는 게 그때는 진짜 엄청난 난관이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경도 0도, 표준 시간대 보유지로 지정된 것은 굉장히 대단한 일이었다. 영어와 철도 궤간과 더불어 영국이 보유하게 된 엄청난 세계 표준이 아닐 수 없다. 이 표준시가 옛날 명칭은 GMT(그리니치 표준시), 현대 명칭으로는 UTC(협정 세계시)가 됐다.

자, 그 다음으로..
철도는 정시성이 생명이다 보니 (2) 여러 시계들 간에 시각 동기화에 대한 필요를 만들어냈다. 시간대의 동기화 다음으로 시계 자체의 동기화 차례이다.

실제로 옛날에 열차 기관사들은 매일 아침에 모든 열차들 안의 시계 시각을 동일하게 맞추고 나서 운행을 시작했다.
철도 분야는 아니지만 6· 25 전쟁 중에 각종 공작원들이 손목시계의 바늘을 서로 동일하게 맞추고 나서 각자 헤어지고, 약속 시각에 어디서 접선하던 게 '인천 상륙작전' 영화에서도 묘사된다.

20세기 중반에 와서는 시계의 끝판왕인 쿼츠 시계가 발명되어서 과거의 기계식 시계를 퇴출시켰다. 둘의 관계는 거의 필름 카메라 vs 디지털 카메라의 관계나 마찬가지였다.
괘종시계 다음으로 뻐꾸기 시계가 사라지고 회중시계도 당연히 진작에 도태됐고.. 지금은 진짜 동그란 쟁반 모양의 벽시계 아니면 핸드폰 시계, 손목시계 정도밖에 없는 듯하다.

핸드폰이 보급되고 컴퓨터에도 시계 서버 동기화라는 게 생긴 뒤부터는 인류는 이제 제멋대로 틀리게 가는 시계의 오차를 수동으로 바로잡을 일이.. 정말 지극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한때는 국제선 여객기조차 항법사의 실수로 방향을 잘못 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개 민간인 승용차에 몽땅 다 GPS 길 안내 내비가 탑재되는 세상이 찾아왔다.
다만, 차량용 블랙박스는 아직도 시계 자동 동기화의 사각지대에 속해 있나 보다.

옛날에 시계나 달력을 연구하던 사람들은 당대에 완저 날고 기는 엘리트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 통신 및 방위 인공위성이라는 게 얼마나 인간들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줬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옛날엔 철도역 광장에는 시계탑이란 게 꼭 있었다. TV나 라디오에서 특정 시각 정각 '시보'라는 방송이 꽤 중요하게 다뤄졌었다. 오늘날은 당연히 핸드폰 시계 덕분에 이런 게 존재감이 확 없어져 버렸고 말이다.;;

참고로 아인슈타인은 당대의 핫한 이슈이던 시계 동기화를 연구하다가 상대성 이론을 발견했다. 물론 실생활에서 이 이론이 유의미하게 적용될 정도로 빠르게 운동하는 물체는 없으니 이건 천체나 인공위성의 운동 정도는 돼야 고려 대상이다. 이 상대성 이론 덕분에 GPS가 더 정확하게 동작할 수 있게 됐다.

"물체의 운동 속도가 빨라질수록, 광속에 근접할수록 시계가 더 느리게 간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속력이 광속을 넘어설 수 없다".. 물리 법칙에서 뭔가 운동과 관련된 한계를 규정하는 건 주로 열역학 쪽인데(에너지 변환 효율), 질량이 있는 한 광속을 넘어서는 건 불가능하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_=;;;

사실 그 전에 광속이란 게 유한하다는 걸 발견하고 측정해 낸 것도 대단한 업적이다. 음속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너무 빠른 빛의 속도를 도대체 무슨 수로 측정해 낸 걸까? 이건 언제 어디서나 절대불변 동일하게 재현할 수 있는 물리량이다 보니 길이의 단위도 빛이 진공에서 1/XXXXXXXXXXXXXX 초 동안 진행한 거리라고 정의될 정도이다.
광속은 측정 방식의 한계상, 빛이 어디론가 갔다가 반사되어 돌아온 '왕복' 속도만을 잴 수 있다. 그걸 2로 나눠서 편도 속력을 구할 뿐이다. 이것도 참 신기한 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5/09/09 08:35 2025/09/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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