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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21 사관학교 이야기 by 사무엘 (4)

사관학교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잘 알다시피 국군이라고 불리는 정규 군대가 존재하고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너무 국력이 강해서 과거에 세계를 상대로 깽판을 친 벌로, 국제법상으로는 오히려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여건이 좋지 않고 국력도 충분치 못해서 반대로 징병을 안 하면 안 되는 신세가 된 게 한탄스럽긴 하다.

우리나라 국군의 기본적인 이념은 defensive이다. 아니, 사실 오늘날 적극적인 offensive를 표방하는 군대는 세계 경찰· 지구 방위대를 자처하는 미군-_-밖에 없을 것이다.
군대는 육· 해· 공으로 분야가 크게 나뉜다. 한국군은 국토가 삼면이 바다인 반도 지형인데도 불구하고 육군만 기형적으로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다. 뭐, 비록 오늘날의 전쟁은 최첨단 무기의 각축장이긴 하나, 그래도 정말 최후에 점령지에서 깃발 꽂고 승리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은 언제나 재래식 육군 보병이니, 전쟁의 기본 구도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군대에는 군대를 잘 이끌어나갈 유능한 차세대 지도자가 필요하며, 이를 양성하기 위해 우리나라에도 육· 해· 공별로 총 3개의 사관학교가 있다. 육사는 서울 노원구에 있고, 공사는 충북 청원에, 해사는 창원에 있어서 남한의 북부· 중부· 남부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공사는 서울에 있었으나 1985년에 충청도로 이사 갔다. 그리고 옛 공사 부지가 지금의 보라매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것이 서울 지하철 7호선 보라매 역의 어원이다.
한편, 다른 덴 몰라도 해사는 당연히 바닷가 항구 도시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해군은 병사 훈련소도 사관학교와 동일한 창원시 진해군에 있다.

사관학교는 예나 지금이나 명문 학교로 간주되고 있으며, 또 그래야만 정상이다.
군사 정권 시절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나, 지금도 경쟁률이 꽤 높으며 서성한이나 중경외시 사이는 충분히 되는 입결인 걸로 본인은 알고 있다.
이 어려운 연간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에, 사관학교는 학비는 물론 주거비· 생활비가 전혀 들지 않으며, 오히려 학교에서 품위유지비 월급까지 나온다. 입학하면 개인별로 노트북 PC가 지급되고 기숙사 방에는 프린터도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사관학교는 학생을 상대로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까칠하게 굴 수 있다.
입학 전형은 여름 무렵부터 일찌감치 시작되며, 필기고사부터 시작해 내신은 물론 마지막의 수능 결과까지 입시에 반영된다. 필기고사는 3사관학교가 공동 출제하여 동시에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학생은 서로 다른 군의 사관학교에 동시 지원을 할 수 없다. 체력 검정과 신원 조회까지 다 한다.

최종 합격자는 고3 겨울방학 자유시간이 없다. 가입교 기간이라 하여 군사 훈련을 받으면서 다 보내야 한다. 뭐, 해군과 공군처럼 100% 지원자로만 구성되는 군대는 병사도 가입교 기간이 있긴 하다만, 사관학교의 가입교는 성격이 좀 다르다.

정식 입학한 사관학교 학생은 생도라고 불린다. 영어로도 그냥 student가 아닌 cadet이라고 다른 호칭이 붙는다. 이들은 국비로 엘리트 장교로 양성되는 대신, 일반 대학생보다 개인 자유를 훨씬 더 제한당한 채 4년을 보내야 한다.
학교 생활 전반이 군생활이다. 수업을 들으러 기숙사에서 강의동으로 이동하는 것도 단순 등교가 아니라 학사 출장이기 때문에, 단체로 오와열 맞춰서 해야 한다.
방학다운 방학도 없으며, 이때의 스케줄은 군사 훈련이나 국토 대장정 같은 다른 활동으로 꽉 차 있다..

군대는 전쟁터에서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을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집단이 아니던가. 그래서 조직이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해 야만성을 최대한 감추고, 그 대신 명예와 규율, 정의를 이념적으로 어지간한 종교 집단 이상으로 대단히 강조한다. 육· 해· 공 사관학교는 공통으로, 중간과 기말 때 감독이 없는 명예 시험을 실시하며, “사관 생도는 진실만을 말한다. 사관 생도의 언행은 언제나 일치한다...” 같은 honor code도 부과되고 있다.

생도는 학사 경고를 한 번만 먹어도 바로 퇴교(퇴학도, 제적도 아닌 퇴교)이며, 심한 질병이 아닌 다른 사유로는 휴학도 못 한다.
육사의 경우 낙하산 타고 뛰어내리는 공수 훈련을 무서워서 못 받으면 퇴교이고, 승마와 태권도도 졸업 때까지 무슨 급 이상까지 못 해내면 퇴교이다. 뭐, 이런 저런 식으로 언뜻 보기에 까다로운 제약 조건이 많긴 하지만, 군인 정신 투철하고 육사까지 갈 정도로 심신이 건강한 사람이 못 할 수준은 물론 아니다.

이런 학교 시스템에 적응을 못 하고 퇴교하는 사람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것은 국가로서는 예산 낭비이고 손실이다. 성적 미달(능력 부족-_-)이나 질병(불가피) 이외의 사유로 퇴교하는 사람은--특히 자퇴하거나 사고 치고 짤리면-- 이제 국군에서 어떤 형태로든 장교가 영원히 될 수 없다. 그리고 1학년은 병-_-으로, 2~3학년은 하사로, 4학년은 중사로 곧바로 군 복무를 하게 된다. 뭐, 연장자도 자기가 원한다면 부사관 대신 병으로 복무할 수도 있긴 하지만.. 왕년의 짬밥이 있으니 군사 훈련은 물론 면제이고 바로 자대 배치이며, 육사에 다녔던 기간이 감안되어 복무 기간은 다소 짧아진다고 한다.

여자 생도야 퇴교와 동시에 군대와의 인연은 그대로 끝이다. 단, 남자든 여자든 가입교 기간에 뛰쳐나간 것은 애시당초 정식 입학이 아니기 때문에 추후의 장교 복무 지원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된 4년간의 생도 생활을 마치면 이들은 군사학 학사와 더불어 자기 전공에 따라 문학사나 공학사, 이렇게 두 개의 학사 학위를 받고 소위로 임관한다. 이들이 방학도 없이 얼마나 빡세게 지냈는지를 감안하면, 학위를 둘 받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 듯. 임관식 때는 잘 알다시피 대통령을 비롯한 높으신 분들도 많이 온다. 이들의 의무 군복무 기간은 10년이나, 아마 5년차에 단기 전역 신청도 가능은 하지 싶다.

일단 중위에서 대위로 넘어가면 정말 군대가 단순 통과 경로가 아니라 삶의 목적이며 생계 수단인 사람들인데, 10년보다도 더 오래 남아 있으려는 사람은, 대령에 장군까지도 넘보는 군대 고위 간부요 만렙 지망생인 셈이다. 중령 이상 되면 전역 후에도 연금까지 나올 걸?

사관학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작은 학교여서 전교생이 몇백 명, 천 명이 될까말까이다. 그러니 실제 복무 중인 장교들은 사관학교뿐만이 아니라 학사 장교, ROTC 등 다른 출신이 더 많다.

하지만 이들 중에 사관학교 출신이야말로 성골이며, 진급이 가장 유리함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딱히 전쟁이 안 나고 누가 북한군을 몇 명 더 잡았다는 식으로 눈에 띄는 공적 기록이 없는 군인들의 세계에서는, 저런 출신으로 랭크가 생기는 게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다만, 이들이 더 힘들고 위험한 전방 부대의 전투 병과로 더 우선적으로 배치되며, 그런 곳에서의 근무 경력이 진급에 당연히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큰 사고 안 치면 중령까지는 거의 확실하고 대령부터가 갈라진다고 보면 된다.

생도와 일반 병사와의 관계는 어떨까? 사관학교는 학교인 동시에 일종의 군부대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잡일 근무하는 병사도 소수 존재한다. 사관학교 내부에 근로 장학생을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나 병사와 생도는 서로 다른 구역에서 생활하며, 마주치더라도 상종을 안 하는 게 불문율이다. 덧붙이자면, 육사 출신이 그런 병사들을 통솔하는 간부로 발령 나지도 않는다.

다만, 육사에는 생도들에게 승마를 가르치는 군마조교병이라는 특기병이 있는 건 특이점이라 하겠다. 병사가 생도를 가르친다니! 이곳에서 근무하는 병사의 인터뷰를 본인은 본 적이 있다.
또한 여기가 비록 군사 시설이라 해도, 민간인의 사관학교 방문은 국정원을 방문하는 것만치 까다롭지는 않다.

사관학교는 잘 알다시피 해병대처럼 학번 대신 기수로 서열을 매긴다. 군대가 무슨 민영화-_-를 해서 다른 경쟁 사관학교가 있기라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사관학교 출신들은 순혈주의-_- 동문 문화가 굉장히 발달해 있고, 교수들도 당연히 육사면 육사, 공사면 공사 등 동일 학교 출신이다. 군 복무 기간 동안 군에서 보내 주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한 케이스라 하겠다.

사관학교 출신은 비록 군대에 오래 몸담지 않고 일찍 예편한다 하더라도, 앞서 말했듯이 나름 명문대 출신으로 사회에서도 응당 인정을 받고 있다. 회사에서도 사람 뽑을 때 같은 값이면 병보다는 장교 복무 경력이 있는 사람을 더 쳐주지 않던가? 게다가 공사 졸업한 전투기 조종사 출신은 민간 항공기 조종사라는 마법의 진로까지 있다. 군대보다 보수가 훨씬 더 좋고, 민항사에서 공사 출신 인재를 적극 원하기도 하니 윈윈 게임인데 정작 공군 측에서는 인재 유출 때문에 고민이라고 한다. (과학고/카이스트에서 국비로 공부한 이공계 인재가 그래 봤자 다 의대로 빠져나가는 것과 비슷한 차원의 고민쯤으로 생각하면 됨 ㄲㄲㄲㄲ)

사관학교는 명목상 국립 특수 대학교이긴 하지만, 대표자의 직함이 총장이 아니라 교장이다. 얘네들은 이상하게 '교'짜를 좋아한다. 역시 국립 특수 대학교인 카이스트는 한때 대표자의 직함이 원장이었는데, 한 2004년 무렵부터 총장으로 바뀐 케이스에 속한다.
요즘은 사관학교 교장은 중장, 다시 말해 쓰리스타의 보직으로 여겨지고 있다. 군 지도자를 양성하는 최정예 교육기관을 대표하는 보직이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육· 해· 공을 막론하고 역대 사관학교 교장들의 재임 기간을 보면, 임기가 굉장히 짧다. 교장이 거의 2년 주기로 바뀌며, 생긴 지 길어야 70년도 안 된 학교가 교장의 대수가 3, 40대에 육박해 있다. 왜 그럴까?
이는 하루가 멀다하고 수시로 바뀌는 장군들의 보직 이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사관학교 교장은 일반 대학교의 총장과는 신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군은 인사적체가 아주 심해서 장군 수에 비해 보직 수는 부족하니, 번갈아가면서 교장 자리 앉혀 준 뒤, 빨리 군단장 거쳐서 더 진급할 사람은 포스타 사령관, 합참의장 자리까지 가는가 보다. 잘 알다시피 군대 장교 시스템이라는 것은, 부사관과는 달리 일정 나이 때까지 진급 못 하면 짤리는 피라미드 구조이기 때문.

이상으로 본인이 우리나라의 사관학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쭉 memory dump해 보았다. 참고로 이 글을 쓴 필자는 밀덕이 전혀 아니며, 군대 체질하고는 영 안 맞는 1人이다. -_-;;;

영천에는 3사관학교라고 하여 또 다른 육군 장교 양성 학교가 있다. 생도는 다른 2년제 대학을 마치고 입학해서는 2년 교육 후 여기서 4년제 대학 졸업으로 나오고 임관하는 만큼, 이게 학사 장교나 ROTC보다는 높게 평가되는 듯하다. 하지만 성골인 육사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교장도 쓰리가 아닌 투스타더라.

Posted by 사무엘

2012/02/21 08:45 2012/02/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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