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올해 초의 국내 철도 동향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 사이에는 전국 곳곳에서 여러 철도들이 신규 개통하거나 리마스터링(!!) 됐다. 오랫동안 공사가 진행됐던 게 이렇게 결실을 맺으니 기쁘다. 종축 간선들의 개통 내역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얼추 시간 순으로 정렬되는 게 절묘하다는 느낌도 든다.

1. 서해 노선들

(1) 2024년 11월 2일부로 장항선의 신창-홍성 약 36km 구간이 복선화에 이어 전철화까지 완료됐다.
장항선이야 뭐 10년도 더 전부터 대대적인 선형 개량과 복선 전철화가 진행돼 왔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은 천안을 넘어 신창까지만 가지만, 더 아래의 일반열차 구간들도 자동차 도로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 과업이 지금도 완전히 끝난 건 아니다. 과업 구간을 홍성 이북과 이남으로 나눠서 이북부터 먼저 개통하고, 나머지 구간은 2~3년 뒤에 끝내려는가 보다.

예로부터 장항선은 수요가 제법 있어서 1시간에 1대꼴로 열차가 다녔다. 단선으로서는 선로 용량의 한계에 가깝게 열차를 운행시킨 것이었는데 이 때문에 지연도 아주 잦았다. 장항선이 리마스터링 되면 이런 불편이 많이 해소될 것이다.
장항선은 옛날에 새마을호가 다닌 가장 짧은 노선이었으며, 구특전 새마을호가 투입됐고 새마을호가 퇴역(객차형, 2018)한 최종 노선이기도 했다.

(2) 그리고 같은 날 서해선 서화성-홍성 약 90km에 달하는 구간이 완공되어 개통했다. 아까 장항선의 복선전철화를 홍성 이북부터 먼저 완공한 이유가 바로 이 서해선과의 연계를 위해서였다. 차량은 ITX-마음이 투입됐다.

그런데!! 수도권 전철 서해선은 대곡에서 원시까지 다니지만.. 원시에서 서화성을 잇는 6km짜리 구간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북쪽의 수도권 전철 서해선과, 남쪽의 일반열차 서해선이 아직 연결되지 않고 따로 노는 상태이다. 서해선 역시 장항선의 전구간 리마스터링과 비슷한 시기에 완공될 것 같다.

(3) 끝으로, 평택에서 서쪽으로 분기하는 지선 철도인 일명 ‘평택선’도 변화를 겪었다. 여기는 평택항과 미군 기지 때문에 진작부터 철도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는데 정작 철도가 너무 늦게 만들어진 것 같다.

2015년 2월에 평택에서 창내까지 8km 구간이 개통했고, 2024년 11월엔 이 선로가 더 연장되어 서쪽의 서해선 안중 역까지 연결됐다. 그리고 전 구간이 복선화는 아니어도 전철화됐다. 이런 과업이 이뤄졌으니 장항선과 서해선뿐만 아니라 평택선까지 다같이 합동 개통식을 할 만도 하다.

평택선은 서해선보다도 더 서쪽으로 뻗어서 평택항+아산 국가산업단지 부근의 ‘포승 역’까지 이으려는 연장 계획이 있다. 이것도 굉장히 오래된 계획이긴 하지만 아직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안중에서 포승까지 갈 길이 멀다.

2. 중부내륙선

다음으로 2024년 11월 30일.
중부내륙 고속도로(45)의 철도 버전인 중부내륙선이 건설 중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021년 말에는 경강선 부발 역에서부터 충주 역까지가 개통됐고 차량은 KTX-이음이 투입됐는데.. 그로부터 거의 3년 뒤엔 충주-문경이 추가로 개통했다.

원래 문경선은 경북선의 지선으로서 사실상 망해 가는 로컬 지선이었지만 이렇게 신흥 간선 철도와 만나면서 완벽하게 소생했다. 저 동쪽 끝의 삼척선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됐는데, 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 또 언급하도록 하겠다.
중부내륙선은 리마스터링이 아니라 신규 건설이다. 그리고 일단은 복선이 아니라 단선이라고 한다. 요즘 정말 알게 모르게 새로 생기는 철도들이 많다.

3. 중앙선 전구간 복선전철화

중앙선은 서울과 경주.. 그야말로 경부선에 준하는 장거리 간선임에도 불구하고 20세기까지는 너무 차별 대우를 받고 낙후해 있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부터 수도권 전철 구간이 생기고 선형 개량과 증속, 복선 전철화가 야금야금 진행됐고.. 그 과업이 2024년 12월 20일, 2020년대 중반이 돼서야 끝을 보게 됐다.

이제 2025년의 중앙선은 전구간 복선 전철 준고속선이다. 우리가 쌍팔년도 시절에 알던 그 낙후된 단선 비전철 중앙선과는 완전히 다른 철도로 바뀌었다!
중앙선에서 제일 수요가 없고 널널한 구간이 중간의 영천-의성-안동 사이이다 보니, 복선전철화도 여기가 제일 늦게 마지막으로 끝났다. 차량은 역시 KTX-이음이 들어갔다.

4. 동해선 전구간 완공

그리고 2025년 1월 1일부로 동해선이 영덕에서 삼척까지 120km가 넘는 구간이 드디어 완공됐다. 덕분에 강릉에서 동해까지 영동선, 동해에서 삼척까지 삼척선, 그리고 영덕과 포항을 지나는 기존 동해남부선 구간이 모두 한데 연결됐다.
7번 국도의 선형에 대응하는 간선 철도가 깔끔하게 완공됐다. 마치 분당선과 수인선이 한데 연결된 것처럼, 구 군산선이 장항선과 연결되고 통합된 것처럼 말이다.

이 동해선은 1940년대에 일제가 한반도에 ‘마지막’으로 건설하던 철도이기도 했다. 전쟁 시국에 돈 안 되는 로컬 철도들은 선로를 뜯어 갔지만, 그래도 중국 가는 데 필요한 경부선과 경의선은 기어이 복선화를 완공했다. 그리고 러시아로 가는 데 필요한 동해선은 새로 건설까지 했던 것이다. 물론 도중에 일제가 패망하는 바람에 그걸 실제로 완공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동해선의 잔여 구간(포항-삼척)은 중부내륙선과 마찬가지로 복선 노반만 확보해 놓고 일단 단선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전철화가 됐기 때문에 전구간을 전동차나 전기 기관차로 다닐 수 있다.
동해선은 서울과 멀리 떨어졌고 서울 쪽으로 가지도 않는 철도이지만 수요가 예상 이상으로 많고 인기도 많다고 한다. 울진에서 철도 구경을 하는 날이 오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바람직한 일이다.

5. GTX A선

자, 서쪽에서 동쪽까지 종축 간선을 쭉 훑고 나서 이제 수도권으로 돌아온다.
수도권 전철은 단순 도시철도나 광역전철을 넘어서 더 작은 경전철, 아니면 더 깊고 빨라진 고심도 급행전철을 만드는 지경에 도달했다.
도로가 너무 막혀서 지하철을 만들었는데 기존 지하철은 역이 너무 많아서 느리고.. 이미 만들어진 지하 구조물을 더 확장할 수도 없어서 말이다.

여러 노선 중에서 파주, 서울, 수서, 동탄을 얼추 \ 모양으로 잇는 A선이 제일 먼저 추진됐다. 거기서도 동남쪽의 수서-동탄이 2024년 3월에 개통했는데, 이건 그냥 이미 있는 SRT용 고속선에다가 전철을 추가로 운행시키는 형태이니 제일 먼저 개통 가능했다.
그 뒤, 지난 2024년 12월 20일에는 서북쪽의 서울-운정 구간이 개통했다. 경의선 상에 속하는 서울 역과 대곡 역이 GTX의 버프를 받았으며, 특히 대곡은 바로 다음에 소개할 교외선까지 탈 수 있는 교통 허브로 발전했다.

다만, 아까 서해선이 북쪽과 남쪽이 단절됐던 것처럼 이 GTX도 북쪽과 남쪽의 서울 시내 구간이 단절돼 있다. 이거 연결은 2026년 이후에나 가능할 듯하며, 그 사이에 삼성 역은 또 수 년은 더 기다려야 개통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지하 깊숙한 곳까지 온통 미어 터진 동네인데 거기를 비집고 공사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6. 교외선

끝으로, 2025년 1월 11일부터는 교외선에 정규 여객열차의 운행이 재개됐다. KTX 개통과 함께 여객열차의 운행이 무기한 중단된 지 무려 21년 만의 일이다.
지금의 교외선처럼 서울 북부를 지나는 철도 노선은 일제도 만들고 싶어하기는 했다. 하지만 얘의 실질적인 건설과 개통은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했다.

저기는 그야말로 서울 바깥의 그린벨트 지대만 작정하고 다니는가 싶다.
생각 같아서는 경의선의 마이너 아웃라이너인 신촌과 가좌(지상)를 연계해서 교외선을 다니는 열차를 넣으면 좋을 것 같다만..

문제는 교외선은 비전철 구간이고 코레일이 현재 디젤 동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딱 2량짜리 NDC나 3량짜리 CDC/RDC를 굴리면 될 걸.. 그게 없어서 꼴랑 객차 2량을 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디젤 기관차 2량 앞뒤에다가 발전차까지 연결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정말 삽질 삽질 캐삽질이다. 무궁화호 운임 받으면서 열차를 저렇게 굴리면 기름값조차 못 건지는 적자가 장난이 아니지 싶다. 7x00호대 특대형이 아니라 4400호대 입환기 수준의 작은 기관차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효율적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교외선이 수요가 왕창 많아서 당장 전철화 공사 명분이 서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어서 문제다.

그러고 보니 지난 1994년엔 철도청에서 증기 기관차를 하나 수입해 와서 교외선에 투입시켜 관광열차로 굴렸었다(901호). 석탄까지는 아니고 석유로 물을 끓이긴 하지만 엄연히 증기 기관차이다.
교외선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뭔가 특이한 기관차를 볼 수 있는 관광 노선인 것 같다.

이렇듯, 교외선은 복선화· 전철화나 선형개량 같은 리마스터링 없이, 그저 완전 폐선만을 면하고 아주 소박하게 개통했다. 수인선의 경우 협궤가 폐선되고 나서 20여 년 만에 복선전철로 부활하고 심지어 분당선과도 통합됐던 반면.. 교외선은 항동 철길이나 경기화학선 꼴이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다. 수도권의 정선선 같은 느낌...??

현재 풍기 역에서 정태보존 중인 901호 증기 기관차는 현재 심하게 낡고 부식돼서 운행은커녕 전시도 못 할 지경이 됐다. 옛날 장단 역 비무장지대에 버려졌던 녹슨 기관차 꼴 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5/03/08 12:32 2025/03/0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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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철도

※ 동해중부선

우리나라에 최초로 건설된 철도는 잘 알다시피 1899년에 개통한 경인선이다. 우리나라는 이 경인선이 개통한 9월 18일을 철도의 날이라는 법정 기념일로 지키고 있기도 하다. 1899년은 봄에 서울 노면 전차도 처음 개통하고 가을에 경인선도 개통하였으니, 한반도에 궤도 교통수단이 두 종류나 등장한 해인 셈이다.

그로부터 40년이 넘게 지난 후, 일제가 한반도에다 최후에 건설하던 철도는 바로 동해중부선이었다. 포항에서 끝나던 동해남부선을 연장하여, 흥해· 영덕· 울진을 지나 삼척까지 철도로 연결하려 했다. 쉽게 말해 지금의 국도 7호선과 비슷한 노선이다. 노선 연장은 약 191km. 그리고 일제는 그 당시 노반 확보까지 다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1940년대는 일본이 전쟁으로 미쳐 날뛰던 때였고, 이미 있는 멀쩡한 철도 선로도 전쟁 물자 명목으로 뜯어 갈 정도였다. 이전의 중앙선부터가 굉장한 날림으로 겨우 건설을 마친 마당에 동해중부선의 공사는 지지부진했으며, 이마저도 일제가 패망하면서 공사가 그대로 중단되고 말았다. 동해남부선은 만들다 말고 interrupt된 채 한반도에 남아있는 일제의 유일한 토목 공사가 아닌가 싶다.

☞ 한 우진 님의 답사기 http://blog.naver.com/ianhan/120002097872 클릭.

그랬는데 그로부터 무려 70년이 넘게 지난 21세기가 돼서야 우리나라가 동해중부선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 면모에서 본인을 매우 설레게 한다.

첫째, 서해안에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있으나, 고속도로가 없이 국도만 있는 동해안은 철도가 드디어 먼저 접수하게 된다.

둘째, 서울을 전혀 경유하지 않으면서 경전선에 필적하는.. 최소한 100km 이상의 완전히 새로운 장거리 간선 철도가 생기게 된다.
솔직히 해방 이후 우리나라 정부가 기존 철도의 복선화, 선형 개량 같은 거 말고, 또 수도권 광역전철이 아니면서 완전히 새로운 철도를 만들어 지도 모양을 바꾼 건 태백선 정도밖에 없었다. 경북선이나 경전선은 이미 있는 철도들 사이에다 길어야 수십 km 남짓 신설선을 깔아서 연결해서 이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경부 고속선은 속도만 빨라진 경부선일 뿐이니..;;

광역전철이나 고속철하고도 전혀 관계 없던 새로운 곳에 이렇게 긴 철도가 새로 생긴다고 하니까 그 역엔 어떤 열차가 다니고 운행 계통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 동해중부선은 옛날에 일제가 계획했던 동해중부선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며, 21세기답게 시속 200km는 낼 수 있는 최신식 고가 선로로 건설된다. 직선화 덕분인지 길이도 더 짧아진 171km 남짓.

요즘 건설되는 철도라고 해서 무조건 복선 전철은 아닌 듯. 일단은 복선 노반만 확보하고 단선으로 건설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있는 포항 역의 이북으로 계속 연장되는 건 아니다. 포항 역은 포항 시내로부터 북서쪽 외곽으로 이설되고 거기서부터 동해중부선이 시작될 예정. 포항 공대 곁을 지나는 효자 역과 인근 선로도 다 이설된다.

공사가 다 끝나면 남부와 중부를 구분할 필요도 없으니, 철도의 전체 이름이 그냥 동해선으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주는 부산과 서울 방면으로 가는 KTX 신경주 역, 아니면 포항과 강릉 방면으로 가는 동해선 또는 영천과 안동 방면으로 가는 중앙선 이렇게 무려 세 가지 카드가 생기게 된다.

※ 동해북부선

동해남부선이 있고 동해중부선도 있는데 동해북부선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휴전선은 서부는 38도선보다 남쪽에 있고(북한에게 더 많이 빼앗겼고), 동부는 38도선보다 더 북쪽에 가 있다(남한이 더 많이 수복). 그래서 6· 25 이전에는 황해도의 개성이 남한에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으로 넘어갔고, 강원도의 속초는 전에 북한 땅이었으나 지금은 남한 땅이 됐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우리가 더 많이 되찾았지만..

강릉보다 북쪽으로 양양, 속초를 넘어 말 그대로 진짜 최북단에 있는 고성군으로 가면 7번 국도의 북쪽 종점이 나오고 휴전선이 코앞이다. 그리고 거기에 짤막한 철도가 있는데, 이것이 동해선 복원 사업에 따라 만들어진 일명 동해북부선이다. 남북 분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철도로는 서울과 가까운 경의선과 경원선만 생각하기 쉬우나, 강원도 쪽에도 원래는 끊어진 철도가 있었던 것이다.

동해북부선은 남한의 여타 철도와 아직 연결되어 있지 않고 역도 제진 역 딱 하나밖에 없다. 2007년 5월 17일엔 북한의 감호 역까지 셔틀 운행이 시범적으로 행해졌다. 끊어진 철도이다 보니, 운행용 열차는 배와 크레인으로 실어다 날라야 했다. 그리고 그 열차는 정비 명목으로 2008년 6월에 도로 철수되었다.

투입된 열차는 기관차형 새마을호 4량 편성이었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비전철 구간인 데다 북한을 상대로 우리나라의 최고급 열차를 뽐내는 것이었으니까.. 그렇잖아도 본토 내에서 기관차형 새마을호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져 잉여 취급을 받고 있는데, 이런 데에다 투입하는 게 적격이었다.

북한까지는 몰라도, 하루빨리 남한 안에서라도 동해북부선+영동선+동해중부선+동해남부선이 한데 연결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속초와 양양까지도 기차로 가면 좋잖아? (그럼 양양 공항의 명은 더욱 짧아질 듯. 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1/03/31 08:56 2011/03/3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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