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나간 개, 라이카

2003년에 콩코드 여객기가 퇴역한데 이어 2011년엔 미국의 우주 왕복선들도 전량 퇴역했다. 이제는 천조국 미국도 우주 정거장으로 사람을 보내려면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택시 삼아 얻어 타야 한다. 그래도 우주 왕복선이 소유즈보다 더 커서 사람이나 짐을 더 많이 실을 수 있었는데, 아쉬운 점이다.

오로지 학술 목적으로만 우주선을 띄우던 미국 NASA와는 달리, 돈맛을 알아 버린 러시아는 세계의 민간인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우주 관광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이 소연 씨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우주 관광객들도 다 미국이 아니라 러시아를 통해서 우주에 갔다 온 사람이다.
누구든 한 200억 원 정도만 주면 갈 수 있다. 참 쉽죠?

요즘은 그래서 다시 러시아의 우주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는 추세인데, 그 러시아, 아니 구소련은 냉전 시절에 얼마나 공돌이들을 갈아 넣으면서 빡세게 기술을 개발했을지 상상이 되겠는지?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겠다.

전산학계에 앨런 튜링이나 폰 노이만 같은 괴수가 있었다면, 항공 우주 공학계에는 로버트 고더드(액체 연료 로켓의 근간을..)부터 시작해 미국에는 폰 브라운, 소련에는 세르게이 코룔로프 같은 진짜 우주덕, 우주 괴수들이 있었다. 일반 항공기처럼 하늘에 잠깐만 떴다가 다시 내려오는 게 아니라 아예 지구 중력을 벗어나서 궤도에 진입하려면 가히 넘사벽급의 동력이 필요하고 이를 제어하는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거기에다 '재돌입 성공' + '사람까지 태우고' 같은 단서가 추가되면 흠..;;

그런 우주 시대의 서막을 연 것은 1957년 10월,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이다. 이에 고무된 소련은 우주에 생명체를 보내는 게 가능하겠는지를 실험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 1호가 지구를 돌고 있을 때에 소련은 1호보다 훨씬 더 크고 무거워진 스푸트니크 2호를 뒤이어 발사했는데, 이때는 개를 한 마리 실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라이카'라는 암캐이다.
약을 하나 새로 개발해도 임상실험은 먼저 동물에게 하지 않던가. 라이카는 지구 궤도로 나간 최초의 포유류가 되었다.

원래 라이카는 모스크바 길거리에서 주인을 잃고 배회하는 '똥개'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소련의 과학자들의 눈에 띄여서 나름 우주의 상황을 상상한 여러 훈련을 시켰다. 물론 얘만 수집한 건 아니지만 여러 후보들 중에서 라이카가 훈련 성적이 가장 좋았다. 사람 말을 잘 듣고 험악한 환경에서도 돌발행동 안 하고, 좁고 어두운 곳에서 얌전히 잘 견디는 성격이었던지라 최종 실험 대상으로 선택되었다.

전해지는 일화에 따르면, 라이카를 맡아서 훈련시키는 일을 한 모 과학자는, 그 개를 발사체에 태워서 공중에 잠시 띄웠다가 다시 돌아오게 하는 줄로만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중에 알려진 사실은 예상과 달랐다. 그 당시 소련은 우주 발사체를 무사히 재돌입시켜서 귀환시키는 기술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스푸트니크 2호는 1호와 마찬가지로 지구를 빙빙 돌다가 대기권으로 떨어져서 마찰열로 인해 유성처럼 불타 없어질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주선에 탄 개에게는 발사 1주일 후에 독극물이 든 마지막 식사를 제공하여, 인공위성이 아직 지구 궤도에 있을 때 먼저 안락사시킬 계획이었다.
이 사실을 안 과학자는 통곡했지만, 국가의 프로젝트 계획이 그러한데 딱히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한다.

스푸트니크 2호는 1957년 11월, 1호가 발사된 지 거의 정확히 한 달 뒤에 발사되었다. 라이카는 온몸이 묶여 감금되다시피하고, 생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전달하는 장비가 부착되었다. 이거 무슨 카미카제 특공대에 출격하는 전투기 조종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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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자체는 성공적으로 발사되어 지구 궤도에 잘 진입했다. 1호도 모자라서 1개월 간격으로 2호까지 성공하자 미국은 가히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불리는 충격과 공포를 경험하면서 소련의 발달된 우주 기술에 전율하게 되었다.
이에 기세등등해진 소련은, 스푸트니크 2호가 성공적으로 잘 발사되었으며 안에 태운 라이카는 잘 살아 있다가 (유감스럽지만 그래도) 계획대로 1주일째에 안락사를 당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나서야 폭로된 비밀 문서에 따르면, 라이카는 며칠 못 가 더 일찍 죽었다는 것이 드러났으며, 궁극적으로는 발사된 지 겨우 5~7시간을 못 넘기고 고온· 고압과 굉음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꼼짝도 못 한 채 고통스럽게 죽었음이 드러났다.

고온이라는 게 화상을 입을 정도의 뜨거운 온도이다. 수 시간 후부터 라이카의 심장 박동은 이미 감지되지 않았으니, 그때 진실을 알고 있었던 과학자들의 상심이 컸겠다. 그 원인으로는 선실에다 산소를 공급하고 온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때는 라이카의 심장 박동수는 평소의 3배가 가깝게 뛰었다고 한다. 죽기도 그렇게 죽었을 뿐만 아니라 시체도 재돌입 과정에서 인공위성과 함께 공중분해되었을 터이니 확실한 끔살 인증이다.

라이카는 비록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했으나, 이 실험을 통해 지구 생명체가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과 무중력 상태에 견딜 수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과학자들에게 우주공간에서 생명체 반응에 대한 귀중한 데이터를 제공하였다. (출처: 위키백과) 라이카의 죽음은 '개죽음'으로 그치지 않았다.
짧게나마 그래도 궤도에 진입하여 무중력 상태가 될 때까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람이 아니라 동물부터 먼저 보내 보길 잘한 것이다.

라이카에 대한 비화가 알려지면서 라이카는 일약 영웅이 되었다. 좀 감수성 예민한 사람이 들으면 눈물이 핑 돌 정도의 스토리이지 않은지? 노래나 만화 같은 매체에도 등장하였으며 외국의 어느 동물 보호 단체에서는 이런 식으로 우주 개발을 강행한 소련 정부를 비판하는 한편으로 라이카의 기일에 맞춰 묵념까지 했다고 한다.

인류의 우주 개발을 위해 희생된 개 한 마리에게도 사람들이 이렇게 연민과 동정을 아끼지 않는다.
그 반면,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서 희생된 어린양을 믿는 게 성경의 기독교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다음은 추가 설명들.

1. 인간을 우주에 보내기 위해서 진공 상태가 생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무중력 상태에서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은 필수였다. 이 분야는 인류 역사상 정말로 경험 데이터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하긴, 과거에 일본군 731 부대가 행한 생체 실험 중에도 진공 실험이 있긴 했다. ㄷㄷㄷ

2. 소련의 도발에 다급해진 미국은 자기네도 황급히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 뱅가드(Vanguard) 로켓을 몇 차례 발사하였으나 발사 2초 만에 폭발해 버리는 등,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그 뒤에 공돌이들을 더 갈아 넣으면서 연구한 끝에 1년 남짓 뒤인 주노 로켓으로 1958년에야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를 띄운다..

3. 소련에서는 그 뒤 1960년 8월 스푸트니크 5호에 스트렐카와 벨카라라는 2마리의 우주견을 태웠는데, 이들은 지구궤도를 17바퀴 돈 다음 귀환함으로써 지구 궤도 비행 후 살아 돌아온 최초의 생명체가 되었다.

4. 라이카처럼 저렇게 사람을 살리고 자신은 죽은 유명한 개로 한국에는 군견 헌트가 있다. 1990년 3월, 현재로서는 마지막으로 발견된 북한의 남침용 땅굴인 제4 땅굴이 발견되었다. 당시, 헌트는 갱도 내에서 화약 냄새를 맡고 뛰어가다가 땅굴 내부의 목함 지뢰를 밟고 산화하였다. 소대원들의 목숨을 구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군대에서 선임병이 후임을 놀릴 때 “군견이 너(졸병)보다 계급이 높기 때문에, 보면 경례해라”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말은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헌트는 사후에 진짜로 소위 계급이 추서되었으며, 땅굴 입구에 무덤과 동상, 추모비까지 건립되었다.

5. 라이카는 참고로 사막의 인간 식인범인 라이’타’하고는 관계 없다. 혼동하지 말 것.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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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2/06/04 08:24 2012/06/0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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