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학에서 원주율 pi와 자연상수 e는 가장 유명하고 친근한 상수임이 틀림없다. 이들은 유리수를 계수로 가지는 대수방정식의 근이 되지 않는 초월수임이 증명되어 있고, 이들의 정의나 다른 특성에 따라 값을 구하는 식이 여럿 존재한다.

pi = 4(1/1 - 1/3 + 1/5 - 1/7 + 1/9 ... )
e = lim (1 + 1/n )^n (n → 무한대)

pi의 저 공식은 정말 이보다 더 쉬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깔끔하고, 저게 도대체 파이와 어떻게 관계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저것은 arctan(tan의 역함수) 함수의 테일러 급수에다가 1을 대입하여 얻은 식이다. 45도일 때 기울기(=탄젠트)가 딱 1이 되니, 저 값은 pi/4가 나오고, 따라서 pi를 구하기 위해 4를 곱한 것이다.

e의 경우, 숫자를 무한대로 띄우는 n승과, 그 지수 연산의 발산 효과를 무효로 만드는 1/n (1에다가는 아무리 큰 지수 연산을 해도 그대로 1..)의 극한이 저렇게 가까워지는 게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위의 두 공식은 둘 모두 n 값이나 항의 개수가 100000이 넘어가도 소숫점 겨우 네댓 자리까지밖에 일치하지 않을 정도로 수렴이 대단히 느린 게 흠이다. 이 방식으로는 소숫점 n째 자리까지 일치하려면 계산량이 n의 지수함수 형태로 증가해야 한다. 알고리즘으로 치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알고리즘이다.
그래서 실제로 pi나 e의 값을 계산할 때는, 매 회에 좀 더 복잡한 계산이 수행되더라도 적은 횟수로도 더 빠르게 수렴하는 다른 식을 찾아 쓴다.

자연상수 e는 exp(x), 즉, 미분해도 자신과 동일한 함수의 테일러 급수로부터 얻은 식을 이용해 값을 구할 수 있다. 바로 n팩토리얼의 역수의 무한합인데, 직관적일 뿐만 아니라 수렴 속도도 아주 빠르다. 물론 팩토리얼이 숫자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연산이긴 하지만, 그만큼 정확도도 커져서 14!까지만 계산해도 소숫점 8~9자리까지 정확한 값이 나온다. 그래서 이걸로 끝이고 다른 계산법을 찾을 필요가 사실상 없다.

자연상수라는 이름엔  '자연'이라는 단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얘는 수학의 입장에서는 특성이 매우 자연스럽고 직관적이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수이기 때문에, 초월수라는 증명도 상당히 초창기에 이뤄졌다. 리우빌 상수--10진법 기준 n!에 속하는 소숫점 자리만 1이고 나머지는 0인 좀 괴랄한 0.110001000… --처럼 초월수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설정된 수가 아닌 수 중에서는 초월수라는 게 증명된 최초의 수가 바로 자연상수이다.

pi는 e보다 더 오묘한 수여서 초월수 증명도 10년 남짓 더 늦게 나왔으며,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유도식들이 존재한다. 특히 컴퓨터가 발명되고 원주율 계산이 컴퓨터의 성능을 측정하는 잣대로 통용되기 시작한 뒤부터는 컴퓨터의 입장에서 더욱 계산하기 쉬운 형태의 식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느 것이든 e만치 형태가 간단하면서도 빨리 수렴하는 식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비록 컴퓨터 시대에 발견된 식은 아니지만,
sqrt(2) / 2 라는 분수에서 시작하여
sqrt( 2+ sqrt(2) ) / 2와 같은 식으로 분자에다가만 x → sqrt(2 + x)로 변환을 하면서 생성된 수들을 계속 곱하면 2/파이 (파이의 역수의  두 배)에 수렴하는데,
이것도 e만치는 아니지만 계속되는 곱셈과 제곱근 버프 덕분인지 수렴 속도가 빠른 편이다.

2.

1부터 n까지 자연수가 있고 이들의 역수를 나열하면 조화수열이 된다. 조화수열의 무한합은 비록 무지막지하게 느리지만 무한대로 발산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한편 n!의 역수의 무한합은 아까 말했듯이 e가 되는데,
그럼 n^2의 역수의 무한합은 무엇이 될까?

거듭제곱의 지수가 1보다 커지는 순간부터 역수의 무한합은 유한한 값으로 수렴하긴 한다. 그러나, 그 수렴값의 특성을 알아내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어서 지금까지도 알려진 게 그리 많지 않다.
n^x의 역수의 무한합을 일반적으로 x에 대한 리만 제타 함수값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x가 짝수일 때는 놀랍게도 pi와 관련이 있는 값으로 수렴한다는 것이 천재 수학자 오일러에 의해 밝혀졌다. 가령, 2일 때는 이렇다.

1 + 1/4 + 1/9 + 1/16 + 1/25 ... = pi^2 / 6

그러니 이것도 응당 파이를 구하는 데 쓸 수 있는 공식이다.
비록 이것 역시 아까의 1/3 1/5 1/7 공식 만만찮게 수렴 속도가 몹시 느리기 때문에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말이다.

여기서 갑자기 pi가 튀어나오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 수의 진짜 놀라운 면모는 또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이 수는 자연수에 존재하는 소수의 분포와 관계가 있다.

1부터 N 사이에 있는 임의의 두 자연수를 뽑았을 때 이것이 서로 소일 확률은 N이 커질수록 바로 저 수, 다시 말해 (pi^2)/6의 역수로 수렴한다! 그 확률은 대략 60.8%이다.

아니, 리만 제타 함수에서 파이가 왜 조건부로 튀어나오며, 게다가 미적분· 해석학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 정수론과 관련된 의미가 왜 이런 데서 발견되는 걸까? 이걸 알아 낸 사람도 오일러이다.

2를 포함해서 리만 제타 함수의 짝수승의 값은 그래도 pi가 얽혀 있으니 초월수라는 건 확실히 인증이다만 홀수승의 값들은 무리수인 것만 알려져 있지 다른 특성은 알려진 바가 없다. 초월수일 게 거의 확실시되고 있긴 하나, 그조차도 정식으로 증명되지는 못했다.

3일 때의 값은 '아페리 상수'라 하여 일부 공학 분야에서도 쓰인다. 이 수가 무리수라는 증명을 1978년에 한 프랑스의 수학자 아페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정의대로 각 자연수들을 3승한 뒤 역수를 구해서 더하면 값을 구할 수 있지만, FM 방식은 역시 수렴이 더디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하지만 더 빨리 수렴하는 별도의 급수 전개를 써서 값을 구한다.

그런데 이 값의 역수는 임의의 세 자연수가 서로 소일 확률이라고 한다. 마치 가위바위보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무승부가 나올 확률이 치솟듯, 세 자연수는 두 자연수일 때보다 서로 소일 확률이 올라가서 그 값은 약 83.1%에 달한다.

작은 범위에서라도 정말 얼추 그렇게 되는지는 프로그램을 짜서 간단히 확인해 볼 수 있다.
1부터 N까지 3중 for 문을 작성해서 모든 숫자 조합에 대해서 최대공약수를 구해서 1이 나오는 경우를 세면 되는데, N이 몇천 정도만 돼도 3중 for 문은 오늘날의 최신 컴퓨터에서도 버벅대는 작업량이다.

3.

그래서 본인, 이 기회에 멀티코어 프로그래밍을 실습해 봤다.
i5 쿼드코어답게 CreateThread 함수로 스레드를 4개 만들어서 뺑뺑이를 돌리는 분량을 인위로 분할한 뒤, 계산 결과를 취합했다. 그랬더니...

809615629/973620600 0.831551 (7753)
809615629/973620600 0.831551 (3448)

코어 하나밖에 못 쓰고 고로 CPU를 최대 25%만 쓰던 싱글스레드 오리지널 코드는 7.8초가 걸린 반면,
스레드를 여러 개 만드는 코드는 CPU를 95% 가까이 점유하면서 제 속도를 내더니, 싱글스레드의 절반이 채 안 되는 3.5초 남짓한 시간 만에 처리를 다 끝내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서로 소인 조합이 전체의 83.1%가량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요즘 세상에 CPU를 70% 이상 한꺼번에 점유하는 프로그램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일은 없었는데 참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요즘은 단일 프로그램이 CPU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런 식의 테크닉을 동원해야 한다는 걸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됐다.

Posted by 사무엘

2012/06/07 08:21 2012/06/0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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