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TX 근황

말도 많고 탈도 많던 KTX 산천 차량이 어느 샌가 경부선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보기 힘들어져 있다.
심지어 하루 단 한 번 있는 서울-부산 무정차 KTX도 처음에는 산천이 다니던 게 다시 떼제베 차량으로 복귀했다. 타는 승객이 많을 리가 없고, 또 과거의 구특전 새마을호 #1~#4 컨셉인 특급 열차엔 최신형 내장재로 무장한 산천만치 적합한 편성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의외의 결과이다.

이렇게 된 일차적인 원인은, 코레일이 이놈의 산천 차량이 하도 고장이 잦아서 차량 품질을 믿을 수 없다고 차량 제조사를 디스했기 때문이다. 안습한 현실이다.
그럼 이 산천 차량이 다 어디 갔느냐 하면, 호남· 전라· 경전선 같은 마이너 노선으로 갔다. 일종의 좌천 발령인가. ㄲㄲㄲㄲ

사실, 2010년 초에 KTX 산천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새 차량은 호남선에서 집중적으로 베타테스트를 거치곤 했다. 경부선보다 수요가 적고 차량 운행도 뜸하니 위험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서울 도시철도 공사가 옛날에 국산 인버터 전동차(일명 609 편성)를 왜 5~8호선 중 6호선에다가 시범 투입했었겠는지를 생각해 보라.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호남선은 열차의 운행 횟수는 변함없는데 차량이 다 산천으로 바뀜으로써 좌석수가 크게 감소했다. 그래서 승객들이 평일 낮에도 자리를 못 구해 아우성인 지경이 되었다고 한다. 18량 고정 편성인 떼제베는 한 편성에 무려 900명이 넘는 승객을 실어 나르지만, 산천은 8량 1편성이 기본이고 좌석도 더 커서, 수송량이 떼제베의 절반이 채 안 되기 때문이다. 중련을 해도 700명 남짓.

경부선은 2010년에 2단계 공사까지 끝남으로써 광명 이남의 전구간에 전용 고속신선이 부설되었고, 이제 대전과 대구의 시내 구간에만 전용선이 깔리면 된다. 승객 수요도, 선로의 품질도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그 반면 호남선은 아직 대전 이남은 느린 기존선이다. 거기에다 광주-서울, 전주-서울 고속버스가 가히 시내버스를 능가하는 배차간격으로 다니고, 천안-논산 고속도로라는 지름길까지 있어서 철도의 강력한 경쟁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선 KTX도 장사가 그렇게까지 아주 안 되는 건 아닌 게 현실이다.

2010년 말에 경전선 KTX가 개통한데 이어, 이제 전라선도 복선 전철화와 선형 개량이 끝난 관계로 드디어 KTX가 2011년에 소리 소문 없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비록 하루 편도 5회이지만 전주· 남원· 순천도 서울에서 KTX 타고 환승 없이 한번에 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수 엑스포를 염두에 둔 개통이다. 투입된 건 모두 산천 차량이다.

전라선은 한때는 동일 구간을 경유하는 고속도로가 없어서 전통적으로 철도 수요가 많기도 했다. 광주 쪽으로 확 꺾는 호남 고속도로(25)와, 아예 진주· 통영 쪽으로 가는 통영-대전 고속도로(35)의 넓은 공간 사이에 고속도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게 지금은 전주-광양 고속도로(27)가 전라선과 거의 같은 선형으로 생겨서 사정이 나아졌다.

그러나 이런 호남 지방의 수요를 월등히 압도하는 건 역시 영남 지방의 수요임이 드러났다.
말이 경전선이지 사실 '경남선'이라 해야 맞겠다.
경전선 KTX가 개통한 후, 창원· 마산의 여객 수요는 코레일의 예상을 넘어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 역에서 타고 내리는 승객은 가히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그야말로 자리가 없어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부랴부랴 열차를 증편해 주고, 산천이던 차량을 떼제베로 바꾸고, 산천 중련의 경우 동대구에서 한 편성 떼어내던 걸 안 떼고 끝까지 가게 했다.

경전선은 어차피 고속신선은 1차 개통 당시의 구간과 동일한 서울-대구까지밖에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니 1차 개통 시절에 진작에 개통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아직 산천도 없던 시절에 거기까지 투입하기엔 차량이 부족하고, 호남과의 공급 균형(?)과 수요 예측 문제로 인해 아직 개통을 안 했던 것 같다.

2차 개통 후에 영등포와 수원 정차 KTX는 승객이 어떻게 됐나 모르겠다. 듣기로는 영등포보다 수원에서 이용객이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울산은 신경주에서 그리 멀지 않고 당초 계획에도 없었고, 게다가 울산 시내에서 굉장히 멀다는 여러 악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예상 이상의 이용객 대박을 내 주고 있다. “교통 불편하고, 비행기를 타느니 KTX 타지” 라는 비즈니스맨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리라 예상한다. 이는 앞으로 포항으로 가는 KTX에 대한 수요도 희망적일 것임을 시사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경우, 신경주 역은 손님 많이 뺏길 듯.

요컨대 KTX의 흥행 성적은 접근성이 너무 불편한 구미김천(아무리 구미에 공업 단지가 있다 해도 너무 불편..)이나, 병크에 가까운 ㅇㅅ 역을 빼면 전반적으로 최소 중박 이상인 것 같다. 요즘 KTX는 코레일에게 돈 잘 벌어다 주고 있는 cash cow임이 분명하며,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본인보다 더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가 있는 철덕이라면 의견 남겨 주기 바란다.

TRIVIA:

1. KTX 고속신선이나 요즘 복선 전철로 개량되는 철도야 고가와 터널이 정말 밥먹듯이 나오지만, 그야말로 20세기 초에 개통하고 복선화까지 되었으며 지형적으로 원래 평지이기까지 한 경부선 대전 이북 구간은 정말 터널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서울울 출발한 경부선 열차가 처음으로 터널을 만나는 곳은 대전까지 거의 다 와서 내판-부강 역 사이 지점이며, 나중에 부강-매포 사이에도 터널이 나온다. 겨우 몇 초 만에 다 통과해 버리지만, 그래도 열차 내부가 다 깜깜해지고 귀에 이명 현상까지 느껴질 정도이니 엄연한 터널이다.

2. 경부선 기존선에서 KTX 고속신선을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대전 이북에서 고속신선은 기존 경부선과 딱 두 번 마주치고 그나마 대전 북부에서 기존선과 고속신선이 좀 나란히 달린다. 김천 근처에서는 두 선이 자주 마주치는 편.

그런데 양 열차가 비슷한 시간대에 나란히 달려서 서로 상대방 열차를 볼 수 있게 되는 일은 얼마나 발생할까? 이를 예측하고 관측하는 건 마치 특별한 천체 현상의 관측하는 것 같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가끔 본 적이 있다.
혜성의 출현이나 일식· 월식 같은 건 시뮬레이션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까지 다 예측하는데, 이것도 열차 시각표와 지리 데이터를 주면 계산에 의한 예측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2/03 08:19 2012/02/03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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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레일 일반열차 시각표의 경부선 하행을 보면,
아침 9시 40분에 출발하는 서울 발 포항 행 새마을호 1041 열차가 있다.
알 만한 분은 이미 다 아시겠지만, 이 열차의 전신은 그 유명한 울산· 포항 분리(경주에서) 복합 편성 새마을호로, KTX 개통 전에는 번호가 그냥 7x대였다. 그러던 것이 두 계열은 완전히 따로 찢어지면서 제각기 다른 운명을 맞이하였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동선이 괜찮은 편인 울산 행은, 부전으로 운행 거리가 연장되고 약간 증차도 되었다. 그 반면 포항 행은 하루 2회의 희귀열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사실 포항 역을 출발하는 대부분의 서울 방면 열차는 동대구 셔틀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래도 서울-포항 직통 새마을호는 예전처럼 경주 역까지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후진해서 나오는 삽질이 사라지고, 서경주(구 금장) 역만 거치게 동선이 약간 개선되기도 했다.

한편, KTX 2차 개통 후 서울-부전 직통 열차도 모조리 동대구-부전 셔틀로 전락했다. 그러나 포항-서울 새마을호는 포항이 KTX의 혜택을 전혀 못 받는 덕분에 아직까지 건재하다. 2012년 현재, 경주에서 서울로 한번에 가는 새마을호는 서경주 역을 찍는 이 열차 하루 두 편밖에 없다. 신경주 역에 1시간에 1대꼴로 KTX가 정차해 주고 있으니, 재래식 장거리 열차는 경영 방침상으로도 많이 남겨서는 안 될 일이다.

동해남부선의 복선 전철화 이설 공사가 모두 끝나고 현재의 경주 역이 사라지는 날이 오면(아마 2015년 전후해서), 그 새마을호도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그때쯤이면 지금 새마을호 열차들의 내구연한 자체가 끝나 있을 것이다. 아마 마지막 새마을호의 퇴역식 때는 전국에서 철덕들이 바글바글 몰릴 것이다.

이렇게 경부선 경유 동해남부선 방면 새마을호 얘기를 본인이 꺼낸 이유는, 지금 1041의 스케줄이 보기에 참 안습해서이다.
과거에 새마을호는 정차를 좀 하더라도 서울-대전이 보통 1시간 40~45분대였고, 1시간 50분은 가히 마지노선이었다.

그런데 지금 1041은 서울 9:40에, 대전 도착이 무려 11:44이다! 현재 서울-대전이 2시간을 경과하는 유일한 새마을호이다.
소요 시간이 가히 무궁화호급이며, 이는 지난 2004년에 KTX 개통 직후에 일반열차가 몇 달간 최악의 막장 정차 시각표로 운행되었을 때에나 볼 수 있던 소요 시간이다. 사실은, 1041보다 정차를 더 하는 1023 같은 열차도 그만치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왜 1041만 유난히도 느린 폭탄 열차가 된 걸까? 이럴 때 철덕의 마음에서는 의문이 꽃핀다. “왜??”
아무리 악한 현 세상이고(갈 1:4) 지금이 영적으로 마지막 시대라 해도, 새마을호가 서울-대전이 2시간이 넘는다는 건 죄악에 가깝지 않은지? -_-;;

본인은 그 이유가 KTX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일단 KTX 개통 후, 서울-영등포가 10분이 넘어서 무려 13분까지 걸리는 열차가 시각표에 등장했다. 이건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영등포 역에서 후속 KTX를 기다리고 먼저 보내 주느라 늦는 열차이다. 예전에는 서울-영등포는 통상 8분이면 충분했고, 요즘은 그것도 못 지키겠는지 10분대로 현실화한 듯하다. KTX가 더욱 자주 운행될수록, 이 지점에서의 병목으로 인해 일반열차의 운행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KTX가 지연되면 그게 일반열차에까지 누적된다.

1041은 자기보다 5분 나중에 출발하여 뒤쫓아오는 KTX를 영등포 역에서 먼저 보내 주는 듯하다. 무슨 열차냐고? 서울 9:45, 부산 11:58인 서울-부산 무정차 KTX 제1열차이다.

그런데 KTX를 먼저 보내 주는 열차는 얘만 있는 게 아닌데, 1041은 수원 이남부터도 왜 이렇게 주행 속도가 느릴까?
그 이유는 이제 영등포-수원 경유 KTX의 등장 때문으로 보인다. 즉, 기존선을 달리는 KTX의 주변 열차들은 알아서 대피하고 굽신굽신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반열차의 소요 시간이 더욱 증가한다. 귀하신 KTX님은 끽해야 영등포나 수원에서밖에 정차를 안 하니까.

서울 10:20, 수원 10:48, 대전 11:55인 KTX 353 열차가 있다. 얘는 대전에 도착할 때까지 1041을 중간에 추월을 하는 것도 아니고 1041보다 10분 남짓 뒤에 대전에 도착한다. 하지만 고속선과 기존선 사이의 열차 스레드 동기화 차원에서 부근의 1041도 진행 속도가 늦춰진 걸로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새마을호의 서울-대전 1시간대 붕괴 현상은 이렇게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1041이 얼마나 느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1041은 자신보다 딱 5분 먼저 서울 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 1271 열차를 대전까지 가도록 추월을 못 한다! 무궁화호급 새마을호라는 걸 웅변으로 입증하는 셈이다.

겨우 5분 간격으로 서울에서 무궁화호를 쫓아가는 새마을호는, 정차역수의 차이로 인해 예전 같았으면 평택이나 천안, 정말 못해도 조치원쯤에서 무궁화호를 진작에 추월하는 게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1041은 대전까지 지난 옥천에서야 1271을 간신히 추월하게 된다. 이것도 안습 그 자체이다. 아무래도 KTX 때문에 일반열차들이 운행을 보수적으로 하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이상, 사무엘 님의 철도 평론이었다. 다음은 열차 관련 TRIVIA들.

1. 작년 가을엔 어느 일본인 관광객 여남은 명이, 10분 뒤에 출발하는 서울 9:55발 KTX 303열차를 타고 천안아산 역에 갔어야 했는데 실수로 서울-부산 무정차 1열차를 탄 적이 있었다(서울 9:45 발). 결국 해당 열차 기관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열차를 그들의 목적지인 천안아산 역에다 잠깐 세워 주고 말았다. 이 때문에 열차는 15분 가까이 지연됐고... 다른 승객들 민폐는 얼마나 됐을까? -_-  게다가 후속 KTX들과 주변의 일반열차들의 연쇄 지연은? -_- 그런 분통 터지는 일이 있었다.

KTX는 이 글에서 귀가 따갑도록 언급돼 있듯, 통과 우선순위가 최상이며 KTX가 지연되면 일반열차들까지 지연이 먹이 사슬처럼 쌓이게 된다. 그런 책임감을 생각해서라도 코레일은 공과 사를 구분하고, 저러지 말았어야 했다.
하긴, 우리나라는 승객의 막장짓에 지하철까지 역주행을 한 적이 있을 정도이니, 행정에 너무 우격다짐이 잘 통하고 목소리 큰 놈이 장땡이고 원칙이 없다. 정치와 외교까지 저러니까 북한도 우리나라를 우습게 여기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폭력 시위대에 공권력이 굴복하고,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하고, 북한의 생떼 요구에 굴복하고... 그러는 식.

2. 열차 시각표를 보면 아침 11시와 정오 사이에 KTX가 없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아마 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지 싶은데, 이때는 잠시 고속선 선로를 정비하느라 의도적으로 열차 운행이 없는 것이다. 주말 임시 열차도 없이 열차 운행이 진짜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선로 정비가 심야뿐만 아니라 낮에도 꼭 필요는 한가 보다.

KTX 2차 개통 직후에 서울-부산 새마을호가 완전 전멸하다시피한 적이 있었는데(지금은 반발로 인해 그때보다는 다시 생겨남), 그때 하루 두 편 남았던 새마을호는 하나는 딱 저 시간대에 다니는 놈이었고, 다른 하나는 밤차였다. KTX가 없는 시간대에만 딱 투입한 셈이다.

3. 그래도 아직 천안 역 무정차 통과 열차가 전멸하지는 않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게 용하긴 하다. 예전에는 밤차 새마을호가 하나 천안 통과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서울 8:43 발 동대구 행 1021열차가 천안을 무정차 통과하는 유일한 열차이다.
개인적으로는 대구 역도 좀 한두 개는 통과 열차 좀 넣어 주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동대구 역이 있고 거리도 용산-영등포만큼이나 굉장히 가까운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1/15 08:38 2012/01/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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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관련 여러 잡설

1. 떼제베가 도입되기까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고속철인 KTX에 대해서 적지 않은 양의 글을 썼지만,
차량으로 하필 프랑스 떼제베(TGV)가 선정된 경위에 대해서는 딱히 다룬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고속철을 만들기로 결정을 내린 때는 무려 1989년 5월. 노 태우 정권 시절이며 아래아한글 1.0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던 시절이다.
고속철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는 이미 1983년에 했다. 경부선의 선로 용량 포화는 이미 그때부터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92년 6월 30일, 시험선 구간에 속하던 천안아산 역 건설 예정 부지에서 고속철 기공식이 거행되었다. 참고로 1992년이면 서해안 고속도로와 인천 공항도 갓 건설을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 고속도로와 공항은 완전 개통과 개항이 2001년이었으므로, 고속철도 질질 끌지 않고 2001년에만 잘 개통했다면 21세기가 처음 시작된 2001년은 그야말로 고속도로에, 고속철에, 공항, 게다가 서울 2기 지하철(5~8호선)까지 한국 교통 혁명의 원년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인천 공항과 더불어 단군 이래 최대의 건축 사업이었던 고속철이 순조롭게 추진되기에는 역경도 너무 많았고 정치· 경제적 악재도 너무 많았다.
그나마 서울시 교통 혁명 원년이라 일컬어지는 2004년에 1단계 구간이라도 개통한 게 다행.
다른 건 몰라도 버스 개편의 결과물인 초록-파랑 버스는 이제 여타 지방에서도 유행처럼 다 따라하고 있으며, 오히려 서울 버스와 다른 형태로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는 경기도 버스만이 독자적인 도색을 여전히 쓰고 있다.

이렇게 선로부터 먼저 공사를 시작한 뒤, 도입할 차량은 1993~94년에 결정되었다. 한국이 고속철을 만들겠다고 하자 차량 납품 경쟁에 뛰어든 고속철은 잘 알다시피 일본의 신칸센 300계, 프랑스의 떼제베(TGV)-R, 그리고 독일의 이체(ICE) 이렇게 3종이었다. 이때 워낙 경쟁이 치열했고 저마다 솔루션들의 성능이 호각이었기 때문에, 어쩌다가 하필 떼제베가 선택되었는지는 협상에 관여했던 우리나라 고위 관리가 아니면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일본이 가장 먼저 탈락했다. 한국과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워서 기술 지원 받기도 쉽고 이미 자국 내에서 고속철을 수십 년째 무사고로 잘 굴리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탈락한 이유로는,
한국이 요구하는 것만치 기술 이전에 소극적이어서, 수출 경험이 없어서, 원래 차량 폭이 우리나라의 철도역 규격보다 커서, 아직 시속 300을 못 내는 차종이어서... 같은 것들이 나돌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심지어 반일 감정 루머까지도.. -_-

일본은 기존선에는 작은 협궤 열차가 다니지만 표준궤로 건설된 신칸센은 폭이 오히려 한국의 표준궤 열차보다 더 크다. 또한 당시 신칸센 300계의 영업 표준 속도는 시속 300에 약간 못 미치는 270 남짓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도 규격상의 차이나 한계는 신칸센을 한국형으로 로컬라이즈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극복 가능할 정도로 사소한 것이기 때문에, 기술의 한계가 일본 탈락의 본질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가 구입한 떼제베 차량은 프랑스 내부에서도 신형은 아니고 몇 년 굴린 적이 있는 기종이었다. 그러나 무사고로 안정성이 입증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거기에다 프랑스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문화재 반환 떡밥까지 내세우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외교 로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기술력은 세 나라가 모두 비슷하니 로비가 승부를 가른 듯하다.

그래서 아마 1998년이었지 싶다. 김 대중 정권 때 드디어 KTX 시제차인 1, 2편성이 국내로 반입되었으며, 그렇게 12편성까지는 떼제베 제작사인 알스톰 사에서 만든 차량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러다 13부터 46편성까지는 우리나라의 현대 로템이 면허를 받아 차량을 조립 생산했다. 과거에 방산 업체인 대우 정밀에서 미국의 M16 소총을 면허 생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 도입된 떼제베 차량은 지금까지 한국 철도에서 등장한 적이 없는 무려 20량 1편성에 맞춰져서 전동기의 출력도 더욱 증가되었다. 열차 속도만 톱클래스가 아니라 수송력도 톱클래스. 1편성의 탑승 인원수는 935명인데, 이 역시 수요 예측에 의해 산출된 크기이다. 지금의 KTX 이용객 수를 감안한다면 넉넉하게 잘 잡았다.
200x년, 고속철이 정식 개통하기 전에 이 차량은 경부선에서 간간이 시운전을 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참고로 이 차량 한 편성 전체의 가격은 거의 600억 원이 넘는다. -_-;;

46편성을 편도인 절반으로 나누면 23편성, 그리고 열차가 종점에서 종점까지 넉넉잡아 3시간이 걸린다고 잡으면, 그 회전율을 감안했을 때 열차를 대략 8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투입할 수 있다. 1시간에 대략 7편성의 열차를 내보낼 수 있다는 뜻인데(경부, 호남 모두 합쳐서), 하루에 18시간 동안 이런 식으로 승객을 꽉 채워서 열차를 굴리면 이론적으로 하루에 수송 가능한 승객수는 11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고속철을 도입한 위정자들은 저런 식의 계산을 한 끝에, 도입 편성수와 1편성 승객수를 지금처럼 결정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 당시 이미 새마을호에도 있던 콘센트가 고속철 객차 안에 없던 이유는 당연히... 지금처럼 전자 기기의 수요가 많지도 않았고, 서울-부산을 1시간 58분 만에 주파할 걸로 예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편의 시설의 필요를 고려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콘센트뿐만 아니라 식당칸까지도 과감히 생략하였으나, KTX 산천에서는 다시 생겼다.

2. 가축 수송

KTX가 개통하기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마을호 이미지 때문에, 빠른 열차일수록 호화로운 소수정예 귀족 열차를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철도 선진국들의 철도 운영 방식은 전혀 그렇지 않다. 빠른 열차를 더욱 가축 수송으로 만들어 주류 교통수단으로 굴린다. 오죽했으면 2층 객차까지 만들 정도. 새마을호가 아니라 지하철처럼 운행한다.

일본의 신칸센은 아예 지하철과 동일한 동력 분산식 열차에다가 승강장까지 고상홈이다. 지정석보다는 자유석 위주의 영업을 한다. 일본의 경부고속선이라 할 수 있는 도카이도 신칸센에는 8분 정도가 아니라 아예 5분 간격으로 시속 200이 넘는 괴물이 수시로 굴러다니며, 한 편성당 900명도 아니요 1300명에 달하는 승객을 태우고서 도쿄, 나고야, 오사카를 횡단한다. 이 정도의 승객수와 배차 간격이면, 좌석 지정이 아니라 열차 지정도 무의미하지 않을까? 진짜 속도만 빨라진 지하철이나 마찬가지이다.

집값 살인적으로 비싸고 자가용 몰기 버거운 건 세계 어느 대도시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은 더욱 그렇다. 도저히 도쿄 근처에서 있을 수가 없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지만 매일 도쿄로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신칸센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신칸센이 박리다매 덕분에 운임이 싸기라도 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오히려 동일 노선의 일본 국내선 비행기보다도 더 비싸다는데... 그래도 신칸센은 절찬리에 운행 중이라고 한다. 정기권 같은 할인 제도는 있지 않을까 싶다.

몇 년 뒤에 새마을호 디젤 동차가 완전히 퇴출되고 나면 우리나라의 철도 문화도 일본과 비슷하게 차츰 바뀔 것이다.

3. 독일 고속철의 대형 사고

독일은 잘 알다시피 장인 정신으로 기계를 잘 만드는 나라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U보트, 자동차 포르쉐, 폭스바겐, 벤츠 등 유명한 작품이 많으며 독일은 또 전기 철도의 메카이기도 하다. 독일의 ICE는 앞서 언급했듯이 프랑스 TGV와 끝까지 경합하던 한국 고속철 입찰 후보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8년 6월에 ICE는 세계의 고속철 역사상 최악의 사고를 내서 기술 강국 독일의 명성에 큰 오점을 남긴 바 있다. ‘에세데 사고’라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시길.

우리나라에서는 KTX가 처음 개통하던 당시, 시속 300으로 달리면서도 물컵에서 물이 쏟아지지 않을 정도로 승차감이 좋다고, 경부 고속선의 장대 레일과 KTX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홍보했다.
그런데 ICE 초창기 차량은 주행 중 소음과 진동이 매우 심했던가 보다. 승객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차량 제작 업체에서는 임시방편으로 차량의 바퀴를 교체하고 바퀴에다 외피를 씌우고 여차여차 형태를 바꿈으로써 당장은 소음과 진동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패치’가 불량하여 열차의 고속 주행 중에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 바퀴에다 씌웠던 외피가 금속 피로도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지고, 객차와 선로에다 큰 충격을 주어 이들을 파손했다. 이 여파로 객차들은 줄줄이 탈선하였고, 옆에 있던 다리와 차례로 꼬라박은-_- 후 쌓였다. 육중한 열차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다리는 붕괴.

열차는 박살이 났으며, 400여 명의 승객 중 무려 101명 사망, 88명이 중상을 입었다.
“금속 피로도의 증가로 인한 사고”라는 점에서는 1985년 8월의 JAL123기 추락 사고와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열차의 탈선과 완파, 건축물과의 충돌, 100명이 넘는 사망자”라는 점에서는 일본 철도 역사의 악몽으로 기록된 2005년 4월의 JR 후쿠치야마 선 탈선 사고와 비슷한 것 같다.
하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저 사고도 철도 왕국 일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긴 참사였다. 가혹할 정도로 정시성을 강요하는 업무 강도에 적응 못 하던 어느 젊은 초짜 기관사가, 열차 지연을 만회하려고 급커브를 과속으로 돌다가 사고를 냈고 기관사 자신도 그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기관사는 각종 사고 희생자 추모식에서도 추모 대상에서 제ㅋ외ㅋ되었다는 후문.

그래도 일본의 경우는 통근형 전동차일 뿐이고 신칸센이 사고를 일으킨 적은 없기 때문에, 고속철 사고는 독일의 저 사고가 최악의 기록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사고를 일으킨 차종은 1세대 ICE였고 독일이 한국에 제안한 차종은 아직 알파테스트 중이던 2세대 ICE였다. 만약 우리나라가 ICE를 도입해 있던 와중에 저런 사고가 났다면, 한국의 고속철 개통에도 먹구름이 끼고 애로사항이 활짝 꽃피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괜히 짬 많이 먹고 안정성이 검증된 차량을 선택한 게 아니다.

물론, 이건 다 지나간 일이고 지금 독일 고속철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고속철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한 항공도 198, 90년대엔 하도 사고가 많이 나서 미국에서 공무원들에게 “한국 출장 때 대한 항공을 이용하지 마세요” 권고를 할 정도였으나... 이 역시 옛날 이야기이고 지금은 대외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지 않았던가.

4. 화물 수송

빠른 교통수단이 등장하면 그 전부터 있던 느린(?) 교통수단은 화물 위주로 개편된다.
항공의 경우, 미국은 아음속기인 보잉 747 점보 여객기를 개발하면서, 미래에 초음속기가 여객기의 주류로 등극한다면 보잉 747은 대형 화물기로 개조할 계획도 세워 놓고 있었다.

철도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고속철이 그것도 별도의 고속선에서 영업을 시작하고 나면, 기존선은 단거리 통근 열차나 화물 열차 세상으로 바뀌곤 했다.
땅이 워낙 넓어서 자동차나 비행기가 발달해 있는 미국에서 철도의 주 수요는 역시 화물 수송이다. 길이가 1km가 넘고 다 지나가는 데 3분 가까이 걸리는 화물 열차들을 심심찮게 본다. -_-;;

철도에서 화물 열차는 통과 우선순위가 최하이다. 그러니 특히 단선에서는 속도가 가히 극악일 수밖에 없다. 컴퓨터 용어를 쓰자면, 정규 여객 열차 스케줄을 피해서 남은 선로 용량만으로 다니는 idle time(잉여 시간-_-) processing이다.

서버가 아닌 클라이언트 컴퓨터라면 아무래도 사용자가 내리는 반응에 즉각 반응하는 게 최고로 중요하다. 철도로 치면 여객 열차의 속도와 우선순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윈도우 운영체제의 경우, 탐색기 explorer와 작업 관리자 taskman은 최상급(real time priority)까지는 아니어도 스레드 우선순위가 상급(high)으로 설정되어 있다. 사용자의 동작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쉘이다 보니, explorer의 반응성이 곧 시스템 전체의 반응성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 상태가 아무리 막장이더라도 Ctrl+ESC를 눌렀을 때 시작 메뉴는 떠야 하고, 먹통이 된 프로세스를 작업 관리자로 죽일 수 있으려면 작업 관리자 자체도 우선순위가 여느 프로세스들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선순위가 높다고 해서 언제나 이들 프로세스가 CPU 시간을 늘 잡아먹기만 하고 지내는 건 아니다.
서버용 운영체제는 그렇게 쉘보다는 background 프로세스나 서비스에 CPU가 더 우선적으로 배당될 것이다. 철도로 치면 여객 영업을 하지 않는 화물 전용 철도와 비슷한 위상인 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6 08:28 2011/02/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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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흥행 성적 외

1. 흥행 성공한 철도

- 서울 지하철 9호선: 본인은 9호선에 대해서 대박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렇게 올림픽대로를 따라 서울을 동서로 횡단하면서 김포 공항, 노량진 역, 고속버스 터미널, 강남을 잇는 지하철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강을 끼고 다닌다는 특성상, 대부분의 기존 지하철들은 한강 횡단을 앞두고 지상으로 올라와 있기 때문에 9호선과의 환승 거리가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것까지 예측하였으며, 이는 모두 적중했다.

나만 9호선의 성공을 예측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IMF 때문에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이 줄줄이 퇴짜를 맞는 와중에서도 9호선만은 유일하게 살아남아 끝까지 공사가 추진되었다. 지금 9호선의 성공은 여러분이 보시는 것 그대로. 그 황금 노선이 왜 달랑 4량 1편성으로 소심하기 그지없게 운행되나 싶다. 특히 급행은 절찬리에 운행되고 있어서 조만간 전동차가 전량 급행으로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 KTX 울산 역: 울산 시내에서 상당히 멀다는 핸디캡, 그리고 인근의 신경주 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 역은 개통 초기부터 예상치의 1.7배에 가까운 승객이 이용하면서 '만들길 잘한 역' 인증을 받았다. 반대로 울산 공항은 점차 승객 감소. (참고로 울산에서 공항과 KTX 역은 서로 극과 극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메이저 경부선과 경부 고속도로에서 소외됨으로 인해 지금까지 울산 시민들이 겪은 교통 불편 고충이 그만큼 컸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 이런 추세가 되풀이되면 KTX가 신경주 역의 정차보다 울산 역의 정차가 더 늘지도 모른다.

- 경춘선: 무궁화호 시절에 비해 승객이 폭증하였으며 내가 알기로 경의선이나 경원선 같은 다른 어떤 광역전철보다도 이용객이 많다. 통근, 통학뿐만이 아니라 관광 수요 때문에 말이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무임 승객도 문제이긴 하지만) 하루빨리 '웟더헬 가축수송' 사태를 해결해 달라고 다들 아우성이다.

- 대전 지하철: 사람 대신 물통을 집어넣어서 알파?베타테스트를 했던 그 지하철. 개통 초기에는 대전 시민조차도 '저거 얼마나 타겠나' 회의적이었고 돈지랄에 비해서 수익 못 낸다고 언론에서 까대기도 했으나... 시내버스들이 지하철 연계 위주로 조직적으로 잘 재개편되고 2차 구간까지 개통한 뒤 이용객 수는 굉장히 늘었다. 가끔 대전에 가서 지하철 타 보면, 요즘은 앉아 가기 힘들다.
이용객이 증가한 덕분에 배차간격도 처음에 10분에 가깝던 게 지금은 출퇴근 시간엔 5분 이내까지로 단축되었다.

2. 흥행 실패(로 보이는 철도)

아래의 두 철도는 개통 시기도 2006~2007년대로 비슷한데, 철덕들 사이에서 '공기 수송'이라는 비아냥이 되었던 대상이다. 가루를 공기로 수송하는 게 아니라, 빈 공기'를' 수송.. -_-;;;

- 공항 철도: 초창기에 공항 철도는 운행 구간부터가 김포-인천의 양 공항 셔틀에 불과했던지라, 지방 승객과 서울 승객 모두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고 너무 열악했다. 짐 별로 없고 철덕 기질이 있는 서울 거주 개인 승객에게나 매력이 있었던 듯. 시ㅋ망ㅋ은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월, 폭설 때문에 도로 교통이 떡실신하자 공항 철도의 가능성이 재조명을 받기 시작하였으며, 이제 2차 구간이 개통하고 서울 역에 아예 강북 도심 터미널까지 설치되면서 공항 철도는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야 당연히 승객 수도 제법 늘었다. 내륙 구간(영종도 말고 본토)이 대중 교통 환승 할인 대상으로 인정된다면, 강북-공항 익스프레스 내지 인천 북부의 광역 철도 명분으로 이용객은 더욱 늘 것이다. 거기에다 공항 철도는 용유도 관광 연계 교통수단으로도 단장 중이다. (용유 역)

- 광명 셔틀: 용산-광명 10량 전동차가 다니던 시절을 생각하노라면 그저 안구에 습기만 찰 뿐.. -_- 전동차 좌석에 앉는 정도가 아니라, 롱시트 하나 전체를 차지하여 누워서 천장을 보고 갈 수 있다. ㅠㅠㅠ 그래도 이제 천안아산 역마저도 전철 연계가 되는 마당에 엄연히 경기도 수도권의 고속철 역이 전철 연계가 안 되는 건 말이 안 되니 운행 안 할 수는 없고.
지금은 4량 1편성이 되어 승용차로 치면 티코 같은 꼬마 경차가 생각난다. 차라리 인천이나 수원 방면에서 광명 역 연계 셔틀을 만드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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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는 관계가 없으나 문득 든 생각이다.
건물이나 교통수단에서 남녀 공용 화장실은 철도로 치면 단선이요, 남녀 분리 화장실은 복선과 위상이 무척 비슷한 것 같다.
화장실은 무조건 남녀 분리로 만들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건 아니다. 비행기처럼 공간이 부족한 곳의 화장실은 남녀 공용이다. 하지만 분리로 만드는 게 더 위생적이고 불상사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
철도 역시 복선으로 건설하는 게 사고 위험이 줄어들고 단선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열차를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선 병렬은 남녀 공용 화장실이 두 개 있는 격이구나. ^^;;;

Posted by 사무엘

2011/02/06 19:12 2011/02/0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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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서울 지하철 609 편성

서울 지하철 6호선 하면 2기 지하철 중에서 전구간이 가장 늦게, 21세기가 돼서야 개통한 지하철인 동시에 전대미문의 튀는 전동차 구동음으로 유명한 노선이다. 2000년대 초· 중반에 서울 지하철 5, 6호선의 신비로운 구동음은 내 삶의 낙이었다. 5, 6호선 모두 현대 정공이 차량을 제작했는데 어째 인버터 부품은 서로 다른 회사 것이다(5: 스웨덴 ABB, 6호선: 일본 미쓰비시). 그래서 구동음도 제각각임.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철도 차량의 핵심 기술은 일본, 유럽 등 외제 기술의 각축장이었다. 현대는 일본과 거래하고 대우는 유럽과 거래하는 식으로.. 차체 정도야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기 시작했지만, 차량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전동기라든가 동력비 조절 인버터는 여전히 외제. 마치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차이처럼 말이다.

그런 와중에 전동차의 인버터를 국산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시범적으로 탑재된 차량이 바로 서울 지하철 6호선의 609 편성이었다. 제작사는 현대 정공(로템 법인 출범 전). 이 연구는 한국형 고속철 개발과도 관련이 있을 텐데 뭔가 협동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았나 모르겠다.

국산 VVVF-GTO 소자를 탑재한 이 609 편성은 6호선 초기 전동차 중 하나로 바로 도입되어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승객 수가 적고 배차가 길어서 만만했는지 6호선이 시범적으로 선택된 듯하다. (6호선은 역당 승차 인원으로 치면 그 짧은 8호선보다도 이용객 수가 적다.)

그러나 609 편성은 이내 흑역사가 되고 말았다. 기술 미숙 때문이었는지 인버터의 회생 제동 효율이 시원찮고 고장도 잦았다.
그래서 현업에서의 운행 빈도는 차츰 낮아졌으며, 결국 2005년에는 완전히 퇴역하고 인버터가 다시 다른 6호선 전동차와 동일한 외제 VVVF-IGBT로 교체되어 버렸다.

그 당시에 선구자적인 철도 동호인이 레어템인 609 편성 전동차의 구동음을 녹음해 놓은 덕분에 그 자료가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철도 음향 분석의 전문가인 사무엘 님은 자체 감정을 한 결과, 이 609 편성의 구동음과 가장 유사한 구동음을 내는 지하철은 대전 지하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도 구동음의 음높이가 둘이 굉장히 비슷하다. F#~G 사이인데 G에 더 가깝다.

http://blog.naver.com/sj10913/50072280911
http://blog.naver.com/sj10913/50014134335

이 블로그 운영자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음향 연구에 관심이 있는 분 같다. 위의 음향에서는 두 전동차 구동음의 음높이가 좀 차이가 있어서 609의 음높이가 살짝 더 높지만, 본인이 다른 경로로 입수한 609 구동음 중에는 음높이가 대전 지하철의 그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도 있다.
둘의 음향은 굉장히 비슷하게 들리지만 둘은 기술적인 디테일도 다르고 제작사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더욱 신기하다.

이런 609 편성의 흑역사를 간직하고 있어서였을까?
서울 도시철도 공사(SMRT)는 서울에서는 제일 어리고 파릇파릇한 지하철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사와는 달리 전동차 부품의 국산화와 심지어 전동차 자체 개발에 남다른 관심과 의욕을 보여 왔다.

한때는 여러 병크들 때문에 도철의 음 사장님이 굉장히 많이 까였으나, 병크가 해소되고 또 스크린도어 기술의 국산화를 잘 이끌어 내면서 나름 능력도 인정받았다.
작년 12월 말에는 SMRT에서 드디어 코드명 SR-001이라는 자체 전동차 시제품을 선보이기까지 했는데(한국형 고속철의 코드명이 HSR-350이었던 것처럼), 사장이 직접 나서서 열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http://blog.naver.com/ianhan/120121006513

마침 서울 지하철 7호선의 연장을 앞두고 전동차가 더 필요해지기도 한지라, 양산형 차량은 7호선 3차 도입분 차량으로 곧바로 투입될 것이다.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는 6호선이 아닌 7호선이 혜택을 입을 예정.

역사가 워낙 짧아서 21세기 이래로 단 한 번도 신형 차량이 들어온 적이 없었고 전동차의 내구연한 연장으로 인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낮아진 서울 2기 지하철에, 새로운 바람이 예상된다. 사실 큼직한 통유리에 조용한 VVVF-IGBT 소자라는 오늘날 신형 전동차의 큰 트렌드는 서울 지하철 7·8호선 2차 도입분 전동차에서야 드디어 정착한 셈이다.

아니나다를까 저 행사가 열렸던 장암 차량 기지 한켠에는 SR-001과 나란히 과거의 609 편성 전동차도 함께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인다.

경부 고속철의 경우, 2차 개통을 계기로 일단 KTX가 예전보다 워낙 증편되다 보니 신형 차량인 KTX 산천도 더욱 많이 투입되었다. 산천은 잘 알다시피 프랑스 떼제베가 아닌 국산화 차량인데, 시설은 좋은 반면 아직도 이따금씩 고장을 심심찮게 일으킨다고 들었다.
기술이 살 길이다. 과거 나로 호의 실패도 그렇고 첫술에 배부를 수가 없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국 철도 기술도 점차 성숙해 갈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이 나라에 이공계 엔지니어가 더욱 대접받는 풍토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11/01/15 19:28 2011/01/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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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내 UI 잡설

1. 일반열차: 열차별로 제각기 달라져 있는 안내 방송

최근의 믿을 만한 답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코레일이 운행하는 무궁화호, 누리로, 새마을호, KTX 열차의 정차역 안내 방송의 음원은 모두 제각각 다르다.

KTX야 개통 초기부터 일반열차와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안내 방송 체계를 써 왔다. 그리고 한 2007~8년부터는 KTX 아니면 일반열차(새마을· 무궁화 공통) 이 구도로 인터페이스가 딱 둘로 갈리는 추세인 것 같았다. 열차 운행을 마친 후 Let it be 가야금 연주와 Dreamers가 흘러나오는 것도 똑같고.

그런데 2010년쯤에 새로운 안내 방송이 만들어져 무궁화호에 적용되었다. 그렇다. 일렉 기타로 사가 Oh Glory Korail의 한 소절이 흘러나오는 새로운 방송 말이다. ㅋㅋㅋ 들으니까 엄청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성우 목소리도 조금 바뀌었다.

그 반면, 새마을호는 2008년경에 제작된 조용한 피리 소리 + 기존 무궁화호 성우 기반인 안내 방송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는 듯하다. 명이 얼마 안 남은 열차여서 그런지 대략 투자 중단. -_-;;;

거기에다 누리로가 추가되었다. 누리로는 무궁화호와 동일한 최신 방송 음원이 그대로 적용될 줄 알았는데, 그 예상을 깨고 마치 TTS로 기계가 읽은 듯한 여자 목소리로 녹음된 고유 방송을 그것도 영어는 없이 한국어로만 한다. 타 보고서 굉장히 놀랐다. 위상도 무궁화호와 동일하고 앞으로 무궁화호를 대체할 열차가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지하철들이 정차도 굉장히 잦은 주제에 번거롭게 주요 역에서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가미된 4개 국어 방송을 해 주고 있다. 서울 메트로가 제일 먼저 시작한 트렌드를 나중에 코레일과 도철(SMRT)까지 뒤를 이었다.

철도만치 친절한 녹음 안내 방송 멘트를 지닌 교통수단은 없을 것이다. 비행기만 해도 출발 직후 안전 수칙 안내를 빼고 나머지 방송은 전부 조종사 내지 승무원의 육성이다.

2. 지하철: 서양 클래식 대신 국악 & 회사 CM송으로

언제부턴가 서울 지하철의 환승역 도착과 시· 종착역에서 들을 수 있는 음향에서 클래식 곡은 놀라운 속도로 자취를 감췄다. 시종착 음향은 회사 CM송으로 바뀌고 특히 코레일과 서울 메트로는 이례적으로 퓨전 국악을 환승역 음향으로 채택했다. (김 백찬 씨의 <얼씨구야>)
CM송은 이런 것들이다.. ㅋㅋ

“달려라 코레일~ 에코 레일 푸른 내일”
“국민의 철도 코레일”
“5 6 7 8 서울 도시철도 (‘앗-싸 좋구나!’는 아니고 ㅋㅋㅋㅋㅋ)”
“행복을 나르는 우리 친구 서울 메트로”

이제 클래식은 SMRT의 환승역 음악인 비발디 <조화의 영감>밖에 안 남았다. 이것도 내가 보기엔 몇 년 안으로 교체될 것 같다. 21세기 이래로 환승역 음향을 교체한 적이 없는 회사는 SMRT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메트로가 <얼씨구야>를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그러니까 무려 2005~6년경부터 KTX는 정차역과 종착역 도착 음향으로 국악을 써 왔다. 국악이 요즘 트렌드인가..?

3. 철도와 우리말

믿거나 말거나, 과거의 철도청과 지금 코레일은 우리말 순화에 꽤 옹호적인 것 같다. 2000년경에 조직적으로 순화 운동을 벌여서 그때 대합실을 몽땅 맞이방으로 바꾸고 승강장을 타는곳으로 바꿨다. 1호선 신길 역의 전광판에는 종착역, 행선지도 아니고 '길머리'...;;;라고 적혀 있다!
이런 일련의 노력 덕분인지, 철도청은 민간 우리말 연구 단체에서 주는 무슨 표창도 받았지 싶다. 본인은 우리말 순화 연구가인 이 오덕 선생님의 글을 새마을호 기내지 레일로드에서도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 개정된 안내 방송을 들어 봐도 종착역이라고 안 하고 마지막 역이라고 한다. 우리말 연구가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도착하겠습니다” 대신에 “도착합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겠-’이 미래 시제뿐만이 아니라 추측의 의미도 강하기 때문에 어감상 안 좋다나? 그래서 ‘알겠다’(I see. OK) 대신에 ‘알았다’가 맞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코레일 내부에 뭔가 이런 쪽으로 감각이 있는 직원이 근무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대전 역은 우동이 전통적으로 유명했다.
과거에 호남선은 호남 지방의 곡물을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철도인지라, 선로가 부산 방면으로 이어졌지 서울 방면 선로는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목포로 가는 열차는 호남선 분기 지점인 대전 역에서 기관차를 뒤쪽으로 바꿔 달아야 했다. 지금 대전과 서대전 역을 잇는 ‘대전선’이 호남선의 일부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호남선 열차는 대전 역에서의 정차 시간이 무척 길었으며, 승객들도 이때 내려서 식사를 했고 덕분에 우동이 인기가 많았다.

그랬는데... 철도청 시절에 본인이 대전 역을 이용하던 당시에도 간판에 우동이라고는 절대 적혀 있지 않았다.
‘가락국수’ ^___________^
영어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지엽적인 일본어? 일본식 한자어의 순화에 대해서는 본인도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데, 오히려 철도 당국이 저런 면을 더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근성으로 차라리 스크린도어나 ‘안전문’으로 좀 순화해서 잘 퍼뜨리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은 추가 정보들.

4. 스티브 바라캇의 Dreamers는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도입된 이래로 아직까지도 코레일 열차 운행 종료 후 현역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 중 하나이다. 그 반면 Let it be 가야금 버전은 2008년부터 도입되었음.

5. KTX의 TV 스크린에 뜨는 정차역 안내 자막은 6년 전이나 지금이나 헤드라인체인데, 과거 새마을호가 쓰던 견고딕에 비해 별로 멋있다는 느낌이 안 든다. 견고딕이나 아니면 서울남산 같은 최신 서체를 썼으면 좋겠다.

6. Oh! Glory Korail 뮤직비디오의 2011년도 개정판이 나왔다. 신경주 역 같은 KTX 2차 개통 구간과, 공항 철도 2차 개통 구간이 영상에 추가되었으며, 2절 '고객과의 만남을' 대목에서는 서비스 정신-_-을 더욱 부각시킨 영상이 들어간 게 인상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1/14 08:08 2011/01/1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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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남기는 요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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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 벌써 2010년이 한 달도 안 남았다.
옆의 회사 동료의 책상을 보니 2011년도 달력이 비치되어 있는데,
‘힘차게’부터 시작해서 글씨체가 심하게 낯익다. 이거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그렇다. ‘힘차게 땅을 딛고 날아오르다’는 신명 세명조이고, 달력의 숫자와 영문은 신명 중고딕이다. 딱 보면 안다.
도스용 아래아한글의 전성기이던 1990년대 중후반을 풍미하고서 지금은 유행이 완전히 지난 글꼴인데 그걸로 2011년도 달력을 만드는 인쇄소가 있다니! 반가웠다. 내 사랑 신명 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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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TX 산천을 대전-서울 구간에서 드디어 시승하다.
한눈에 봐도 구형 떼제베 기반 KTX보다 좌석이 더 큼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역방향 좌석이 없다.
이 날은 주말에 밤 11시 20분에 서울에 도착하고도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까스로 들어갈 수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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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TX 2차 개통 후 어느 토요일 오후의 서울 역은 명절을 방불케 하는 인파로 북새통이었다. (그럼 진짜 명절엔 얼마나 혼잡할까?) 하긴, 비슷한 시간대에 고속버스 터미널을 가 봐도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만 10~20분씩 걸리기도 했던 것 같다.
유인 매표소 창구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많은 무인 자동 발권기에다가도 저렇게 사람들이 줄서 있는 건 처음 봤다. 나처럼 홈티켓이나 SMS 티켓을 이용하면 줄설 필요가 없을 텐데!
주말엔 사람들이 어딜 그렇게도 많이 돌아다니는지 열차마다 꽉꽉 차서 갔다. 이틀 전에 예매한 주말 KTX는 영락없이 역방향 좌석에 걸려 있었고, 이미 서울에서부터 입석 승객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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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말로만 듣던 신경주 역에 드디어 발을 디뎠다.
집에서 신경주 역까지는 기존 경주 역에 갈 때보다 차로 시간이 15분 정도 더 걸린다.
그러나 일단 여기서 KTX를 타면 경주에서 서울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2시간! 시간 단축의 폭이 월등하다. 과거 경주-서울 새마을호는 4시간 40분, 그리고 경주-동대구 환승 KTX는 총 3시간 정도는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경주 시내에서 가깝다고 신경주 대신 경주-동대구 환승을 선택하기엔 대구로 가는 재래식 열차가 너무 느려서 시간 손실이 크다.
특히 신경주-동대구는 16분 남짓밖에 안 걸린다는 게 더욱 충격이다. 보통 경주-대구는 최하 40분이고 재래식 열차로도 1시간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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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통사론 공부하다가 내 기분을 활짝 펴게 만든 예문. (남 기심· 고 영근 지은 <표준 국어 문법론>)
수업을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 전산학계뿐만이 아니라 언어학계에도 천재들이 너무 많다. -_-;;;
그나저나 이제 고속철은 전구간 개통했으니 다음에 개정판을 낼 때는 예문의 시제를 과거형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2004년 말에 잠깐 등장했다가 자취를 감춘 서울-부산 무정차 KTX가 이번 12월부터 산천 차량으로 하루 딱 1회 재등장하여 서울-부산을 2시간 8분 만에 주파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 두자.

(1~5의 사진들은 모두 서로 다른 날짜와 시간대에 찍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9 19:49 2010/12/09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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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도로의 커브

교통수단이 지나다니는 길은 도로든 철도이든 곧은 것이 건설하기도 쉽고 고속 통과도 가능하니 여러 모로 좋다. 하지만 산이나 강 같은 지형상의 이유로, 또 사람이 사는 지역을 이곳저곳 경유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굴곡이 생긴다.

그리고 철도야 가능한 한 최대한 곧게 건설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사람의 수작업 운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도로의 경우, 과속과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일부러 커브를 좀 만들기도 한다. 커브의 크기와 간격은 그 도로의 설계 제한 속도에 의거하여 정해진다.

핸들을 한쪽으로 꺾은 채로 차를 몰면 차는 원운동을 한다. 그 특성상, 도로의 커브를 나타낼 때도 커브의 궤적이 이루는 가상의 원의 반지름으로 표현한다. R300이라고 하면 커브의 굴곡이 반지름이 300m 되는 원의 호와 같은 급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숫자가 작을수록 급커브가 된다. 너무 급격한 커브는 차량이 빨리 통과하기 힘들며,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자동차의 경우, 주행 중에 커브를 도는 정도를 넘어 주차를 할 때라든가 차의 방향을 돌릴 때는 가히 R 값이 10도 채 안 되는 극단적인 코너링을 하기도 한다.
그 반면 철도 차량은 자동차보다 덩치가 큰 만큼 훨씬 더 큰 회전 반경이 필요하다. 국내의 대형 전동차의 최소 회전 반경은 40~80m가량으로, 이런 선로는 차량 기지 내부에서 차의 방향을 돌리는 고리에서나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종각-시청 사이는 극악의 90도 드리프트 구간으로 철도 동호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회전 반경은 겨우 R140. 동아일보 사옥을 피해 가느라 이렇게 되었다. 이 구간에서 전동차는 시속 겨우 30~40km밖에 내지 못하고 거친 쇳소리를 내면서 무척 힘겹게 커브를 돈다. 지하철로 이 구간을 이용할 일이 있을 때 주변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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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의 동작 대교 북단도 인근의 아파트를 피해 가느라 R200의 급커브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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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의 마장-답십리, 그리고 김포공항 역 일대도 급격한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구간이며, 신길 역은 1호선과 5호선 모두 승강장 자체가 곡선이다.

지하철 말고 일반열차가 달리는 철도의 회전 반경은 선형이 좋은 구간은 1000~1200대이고, 굉장히 열악한 곳이 400~600 정도 된다고 한다. 굉장히 열악한 곳이 어딘지를 묻는다면 호남선의 서대전-논산 같은 구간. 특히 개태사-계룡이 ‘킹왕짱’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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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반지름 400m짜리 원에 정확하게 맞게 떨어지더라. ㄲㄲㄲ

열차가 커브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의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선로 노반 자체를 커브 바깥쪽이 더 높게 건설하는 경우가 있다. 그 높이 차이를 철도 업계에서는 캔트(cant)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값을 너무 높게 주면 승차감이 떨어지고, 고속과는 반대로 동일 구간을 저속으로 통과하는 완행 내지 화물 열차가 커브 안쪽으로 전복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커브를 돌 때 선로가 아니라 열차 객실을 기울여서 무게중심을 조정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를 갖춘 열차를 바로 틸팅(tilting) 열차라고 한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유리할 거라고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곧은 길인 경부 고속선의 회전 반경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고속철은 가히 세계구급 클래스로 건설되어 있다. 무려 R7000이며, 늦게 건설된 만큼 이 정도로 품질 좋은 선로는 세계 어느 나라 고속철에도 뒤지지 않는다. 설계 속도가 괜히 시속 350km로 설정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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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2차 개통 구간인 신경주-울산 사이가 그나마 고속선 중에서 급커브에 속한 구간인데, 여기조차도 반지름 7km짜리 원의 궤적과 정확히 포개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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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두 사진은 경부선 KTX와 호남선 KTX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므로 눈여겨보시라. 시속 300으로 달리는 곳과, 시속 100도 낼까말까인 곳의 차이이다. 전자는 경부 고속선 중에서 유명한 곡선 교량인 대전-천안 사이의 풍세교 구간이며(고속철의 로망!!), 후자는 호남선에서 악명 높은 저 최악의 곡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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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 KTX 한 편성의 길이는 거의 380m에 달한다.
코레일에서 KTX를 광고할 때 뭔가 빠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고속선 고가 구간을 보여주고, 친환경적이고 인간-_-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꼭 호남선 커브 구간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이제 나는 4월 1일 하면 만우절보다도 2004년 KTX 1차 개통일이 먼저 떠오른다. 철덕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5 08:24 2010/12/0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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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2차 개통 관련 심층 분석

지난 11월에 끝난 고속철 2단계 공사의 의의는 첫째 동대구-부산 신선의 개통, 그리고 기존 고속선 구간 사이의 중간역(김천구미와 오송)이다.
특히 이번 신규 개통은 20km에 가까운 부산 시내를 죄다 지하 터널로 통과한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서울 쪽은 KTX도 광명 역까지 거의 20km를 기존 경부선으로 천천히 달리는 반면, 부산에서는 곧바로 신세계가 펼쳐지게 됐다는 뜻이다.

과거 경부선 대구-부산 기존선상에는 KTX 정차역으로 밀양과 구포 역이 있었던 반면, 고속신선에는 경주와 울산 역이 개통했다. 2차 개통 후에도 '일부' KTX는 현행처럼 밀양과 구포를 지나는 열차가 유지된다.

※ 선로 용량 문제

이번 2차 개통을 계기로 KTX가 예전보다 더욱 증편되었는데, 문제는 KTX가 전국의 (거의) 모든 열차들과 합류하는 금천구청 역(구 시흥 역) 이북 구간은 선로 용량이 이미 극도의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등장했다. 아예 금천구청 이북 구간을 다니지 않는 광명 시종착 KTX와 영등포 정차 및 수원 시종착 KTX.

광명은 처음에 시종착역으로 의도되었던 역이었다고 치지만 수원 시종착은 뜻밖이다. 과거 전동차가 시종착하던 시절에는 평면교차 때문에 악명 높았던 그 역에 KTX가 다니고 시종착까지 하게 될 줄이야. 영등포 역이 셔틀 전동차의 시종착역이 되었듯이 수원 역도 제한적이나마 시종착역의 지위를 얻었다.

사실, KTX가 영등포 역에 정차하는 것은 선로 용량의 확보에도 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모든 열차들이 순차적으로 한 역에 정차하면 괜찮은데, 통과 열차가 존재하여 대피와 추월이 필요할 경우, 그 시간대의 앞뒤로 다른 열차들은 꼼짝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추월 예정인 후속 열차가 지연을 먹고 있다면, 대기하던 열차들까지 연좌제로 줄줄이 지연되어야만 하게 된다.

시흥 이북뿐만이 아니라 대전과 대구 일대에서도 아직은 KTX와 일반열차들이 기존선을 공유하기 때문에 잠재적인 병목 현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대구-동대구 사이는(하행 기준) 내가 열차를 타 본 경험상, KTX와 일반열차 가릴 것 없이 주말엔 열차가 신호 대기 때문에 정지 서행을 안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새마을호야 KTX를 기다려 주느라 멈춰선다고 치는데, 우선순위가 최상위인 KTX는 도대체 왜 멈추냐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라도 대전과 대구의 고속철 시내 통과 구간이 빨리 완공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단순히 열차의 주행 속도만 더 빨라지는 게 아니라, KTX와 일반열차들 사이의 신호 대기와 정체· 서행이 없어짐으로써 정시성도 더욱 올라갈 것이다.

이로써 경부선 KTX는 이제 전구간 신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전-서울은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혹은 대구-부산을 기존선으로 달리는 열차 이렇게 세 계보가 존재하게 됐다. 영등포 역은 이제 일부 KTX를 취급하게 됐지만 여전히 고속신선 주행 KTX를 취급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 필요가 있다.
참고로 이번 2차 개통에서 호남선 노선이 바뀐 건 없다. 오히려 일부 열차가 오송 역에도 정차하다 보니 평균적으로 더 느려지기만 했을 것이다.

※ 경주 역과 울산 역

경부 고속철 2차 개통의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입은 곳은 단연 경주와 울산이라 할 수 있다.
새마을호로 무려 4시간 40분이 걸리는 서울-경주가 단 2시간(optimal한 경우, 이론상 1시간 56분)대로 좁혀졌으니, 비록 운임이 매우 비싸고 역이 시내에서 꽤 멀다 해도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기존 경주 역에서 대구까지 가서 KTX로 환승을 하는 경우, 경주-대구 기존선 열차의 주행 속도가 워낙 느려서 시간 메리트를 상당수 까먹는다.)

경주의 경우 기존 동해남부선 경주 역은 그대로 있으면서 고속철 역은 신경주 역이다.
그 반면, 울산은 기존 동해남부선 울산 역은 태화강 역이라고 이름이 바뀌고, 고속철 역이 울산 역이 됐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조치가 취해졌냐 하면 잘 알다시피 두 역의 미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동해남부선의 복선 전철화와 이설 공사가 모두 끝나면 기존 경주 역은 "없어진다." 그 일대 선로가 죄다 시 외곽으로 이설되기 때문이다. 없어질 역에다 '서라벌'이라고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투자를 또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때서야 신경주 역이 KTX뿐만이 아니라 동해남부선상의 일반열차까지 취급하는 통합 경주 역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그 타이밍은 호남 고속철의 개통이라든가, 대전· 대구 시내 구간 고속신선의 개통과 비슷한 시기일 것이다.

울산은 좀 사정이 다르다.
고속철은 경부 고속도로와 비슷한 선형으로, 울주군 언양읍 일대를 지나면서 울산 서쪽 변두리만을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기존 울산 역(태화강 역)은 바다와 가까운 동쪽 끝에 있고 사실은 울산 공항도 동해남부선 호계 역 근처이니까 동쪽이다. 둘은 서로 워낙 멀기 때문에 서로 따로 놀게 될 수밖에 없는 위치인 것이다. 실제로 KTX 개통 후에도 울산 공항은 예상한 것만치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KTX의 개통으로 인해 근 20년 가까이 운행되어 온 서울-경주(포항, 울산, 부전 행) 새마을호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동대구-부전 새마을호로 강등임. 이미 서울-부전 밤차 무궁화호도 행선지가 부산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 옛 경주 역은 중앙선 테크를 타는 소수의 청량리, 강릉 행 열차를 제외하면 대구, 포항, 부전 행의 근거리 열차밖에 취급하지 않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레일은 새마을호와 KTX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를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이에서 편하게 타고 싸고 좌석 캡 편하지만 느린 새마을호 vs 멀리서 타고 비싸고 좌석도 불편하지만 일단 타면 졸라 빠른 KTX
거의 1시간에 1대꼴로 신경주 역에서 서울, 울산, 부산 행 KTX가 정차해 주고 있는데 하루 네댓 번 있던 서울 행 새마을호를 살려 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경주· 울산과의 재미있는 대조군으로는 대구가 있다. 대구는 대구 역보다 반세기도 더 늦게 생긴 동대구 역이 대구 역보다 훨씬 더 커지고 KTX 정차역까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대구 역을 대구 역으로 개명한다거나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비록 대구 역이 철도 위상에서의 중요도는 동대구 역에게 밀렸지만 대구 역이 있는 위치가 대구 시내에서 훨씬 더 중심부이기 때문이다.

※ 김천구미 역과 오송 역

올 11월부터 김천구미 역이 개통함으로써, 6년째 중간 정차역이 없고 최장거리 구간을 유지하던 대구-대전 사이에 역이 하나 생겼다. 이건 그나마 이해를 하겠는데, 지금도 간격이 충분히 촘촘하다고 생각한 대전-천안아산 사이에도 역이 하나 더 생긴 건 좀..;; 두 역은 평균 거의 50분에 한 대꼴로 KTX가 정차하며, 기존 천안아산이나 광명만치 열차가 자주 서지는 않는다.

천안아산 역이 장항선 아산 역과의 환승역인 것처럼 오송 역은 충북선과의 환승역이다. 단, 천안아산처럼 두 노선의 이름이 서로 다른 건 아님. 천안아산 역이 경부선 천안 역과 가깝다면 오송 역은 경부선 조치원 역과 가깝다.
그런데, 천안아산 역은 기존 경부선보다 서쪽에 있는 반면, 오송 역은 경부선보다 동쪽에 있다. 이거 신기하지 않은가?

대구-대전 구간에서는 소백 산맥을 넘느라 꼬불꼬불한 기존 경부선이, 곧게 뻗은 고속선과 수 차례 교차하는 걸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평지가 많은 대전-서울 구간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교차가 딱 두 번밖에 없다. 그 중 하나로, 경부선 소정리 역 근처에서 고속선이 기존선을 타넘어 서쪽으로 이동한다.

언젠가 KTX를 탈 일이 있으면 이 구간 아래로 지나가는 복선 철도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그게 경부선이다. 경부 고속철 시험선 구간으로 가장 먼저 건설된 고가인 풍세교가 이 일대이기도 하다(천안 동남구 풍세면). 옛날에 KBS <신화 창조의 비밀> 다큐멘터리에서 고속철 시험선 건설에 대해 다룬 걸 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구나!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313469_1035.html (시험선 건설)
http://www.kbs.co.kr/1tv/sisa/sinwha/vod/1225464_1035.html (한국형 고속철 차량)
오송 역 일대는 고속철 공사가 가장 먼저 시작된 만큼, 인근에 궤도 및 차량 주박 기지가 있기도 하다.

한편, 같이 새로 생긴 김천구미 역은 비환승역이며 앞으로도 환승역이 되지 않을 역이다. 앞으로 신설 동해남부선과 승강장까지 공유하는(수도권 전철 금정 역처럼) 환승역이 될 '예정'인, 신경주 역과는 대조적이다.
구미보다는 김천으로부터 훨씬 더 가까이 있다. 그러나 김천 시내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외곽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김천과 구미 모두로부터 접근하기 어려운 역이 돼 버렸다. 구미 시내에서 이 역으로 가려면 산을 빙 둘러서 꽤 고생해야 할 듯.

사실은 경부 고속선 자체가 구미를 경유하지 않는다. 김천에서 금오산을 뚫고 들어가 나오면 이내 칠곡군이고 대구 인근이지, 구미 시내에서 KTX는 너무나 먼 존재이다. 현실적으로는 김천보다는 각종 공단이 입주해 있는 구미 쪽에서 고속철 수요가 더 많을 텐데, 이제 대전-대구 구간을 기존선으로 다니는 KTX는 없어졌기 때문에 이게 애로사항으로 작용할 것 같다.

※ 기타 잡설

KTX 건설 전부터 정차역으로 확정된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 같은 터줏대감 역은 승강장이 지상인 반면, 중간에 생긴 천안아산, 오송, 신경주, 울산 같은 역들은 응당 승강장이 고가이다. 시내 구간 신선이 건설되고 나면 터줏대감 역들의 승강장도 좀 바뀌려나?
거의 유일한 예외로 광명 역만 승강장이 지하이다. 광명 역 일대와 경부 고속선은 서해안 고속도로와 굉장히 자주 만나는 편인데, 이때 고속선은 전부 지하에 있다. 특히 서해안 고속도로와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만나는 조남 JC 바로 아래로 KTX가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신기하지 않은가?

광명 역을 출발한 하행 KTX는 산을 뚫고 만든 터널을 달리며 열심히 고도를 올린 뒤, 반월 저수지 인근에서 지상으로 나와 고가를 달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면 수도권 전철 안산선 반월-상록수 구간 철길도 내려다볼 수 있다.
이렇듯 광명 역 일대에서는 고속선과 기존선과의 연결 지점이 어차피 지하에 있지만, 대전이나 대구는 연결 교차 지점이 지상에 있기 때문에 거기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대전 북부는... 배선이 워낙 복잡해서 아무리 열차 안에서 밖을 눈여겨봐도 잘 모르겠다.;;

아.. KTX 하나만 갖고 강의를 줄줄 하고 싶다. 입이 근지러워 죽겠어 ㅋㅋㅋㅋ
요즘 KTX를 타면 6년 전에 비해 고속 주행 중 차량 내부의 진동이 더 커진 것 같다. 그때는 시속 300km로 달리면서도 컵에 담긴 물이 흔들리질 않는다고 선전을 했는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1/28 16:15 2010/11/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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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1차 개통 시절에 대한 회상

지금으로부터 6년 반 전이던 2004년 4월, KTX가 1차 개통하던 시절의 기억이 본인에겐 아직도 생생하다.
본인은 아직 대전에 있고 학부도 졸업하기 전.
지하철 기본요금이 700원이고 서울에 아직 4색 GRYB 버스가 등장하기 전.
아직 코레일이 아닌 철도청 시절이고 바로타라는 사이트가 있던 시절. (우와!)
수도권 전철은 아직 천안이 아닌 병점까지만 가던 시절.

http://info.korail.com/ROOT/news/board_view.jsp?boardType=&bbs=bbs5&seq=94
그 당시 철도청은 정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KTX 광고를 해 댔다. 장대 레일과 관절 대차 자랑은 가히 침이 마르도록 했던 듯. 그땐 ktx.korail.go.kr 이런 사이트도 있었다.
사실, 고속철의 등장은 극도로 정체해 있던 한국 철도계에 획기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사건이긴 했다.
위의 링크는, 그때 철도청에서 제작한 홍보 동영상 중 하나인 <KTX 이젠 우리가 뜬다>로, 나름 인상적으로 봤다.
오프닝 음악이 참 역동적이지 않은가? “빰빰!”
“KTX, 이젠 우리가 뜬다. Let's speed up Korea” ㄲㄲㄲㄲㄲㄲㄲㄲ

KTX가 자기 부상 열차라는 루머가 그 당시엔 굉장히 많아 나돌았으나, 기존선을 달리는 구간이 엄청 많다는 것만 생각해 봐도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냥 재래식 바퀴식 열차이다.

그런데, 동영상의 기술 수준을 보면 KTX가 1차 개통하던 시절이 얼마나 까마득한 옛날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동영상 보기 위해 전용 ActiveX 설치해야 된다. 게다가 이 녀석은 윈도우 비스타/7의 Aero를 꺼 버린다. 이런~ ㅠ.ㅠ
참고로 저 때는 아직 유튜브도 없었고, 플래시 7이 이제 갓 flv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 그게 대중화는 못 돼 있던 시절이다.
저 동영상도 파일로 뽑아내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KTX 개통 때문에 본인은 한편으로는 심란했다.
“난 전적으로 새마을호 Looking for you 때문에 철덕이 됐는데, 앞으로 새마을호는 몰락의 길을 가는구나.” 때문이었다.
그래도 프로게임계도 언제까지나 스타 1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듯, 우리나라 철도 역시 언제까지나 재래식으로나 머물러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철도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KTX에다 사운을 걸고 일반열차들은 KTX 연계용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런데 새마을호는 KTX의 하위 열차로 굴리기에는 내장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좋아서 오히려 KTX의 경쟁 상대가 될 여지가 있는 열차이다.

KTX 개통 당시엔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2004년 4월 1일은 KTX 개통에 발맞추어 서울교외선 정기 열차가 폐지되었고 통일호가 없어졌다.
경춘선 통일호가 모두 무궁화호로 승격되었고(=비싸졌고), 특히 국내 최장시간 운행 열차이던 청량리-부전 전역정차 통일호도 없어졌다. 이로써 청량리 밤차를 제외하고는 중앙선을 전구간 직통 운행하는 열차가 없어졌다.
물론 당시 통일호 객차는 내구연한도 거의 끗발 수준이었고, 화장실 오물이 정화조 없이 곧바로 밖으로 배출될 정도로 정말 낡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버릴 때가 되긴 했다.

전라선의 기관차형 새마을호에 있던 전무후무한 2:1 특실도 고속철 개통과 함께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거 기억하시는 분은 정말 철덕 인증. ㅋ (KTX 특실도 2:1이긴 하지만 KTX 특실의 좌석은 새마을호 일반실보다도 훨씬 못하다.)
또한 전객차가 특실 좌석이고 대전과 대구에만 정차하던 ‘구특전 새마을호’도 경부선에서 물러나 장항선에 대체 투입되었다. 장항선은 운행 거리가 짧아서 지금까지 카페 객차 같은 각종 일반열차 서비스들의 베타테스트가 우선적으로 적용되어 온 노선이기도 하다.

KTX 개통과 더불어 새마을호는 갑작스럽게 정차역이 무궁화호 수준으로 늘어서 서울-부산이 5시간 20분대까지 가기도 했고, 무궁화호는 과거 통일호가 정차하던 안양, 부강 같은 역까지 무차별 정차함으로써 서울-부산이 6시간대에 달했다. 게다가 일반열차의 운행 횟수 자체가 갑작스럽게 너무 줄었다. 소요시간의 증가보다도 더욱 나쁜 점이었다.
그 반면 KTX는? 내가 늘 강조하지만.. 서울-부산 무정차 직통 2시간 32분짜리 엽기 열차까지 있었다. 한국 철도 역사상 서울-부산 셔틀이 다닌 적이 2004년 저 때이다. ㅎㄷㄷㄷ;;; 서울-부산 4시간 10분 새마을호만큼이나 역사 속의 추억이며, 저 열차는 2004년 말의 1차 다이아 개편 때까지 다녔다. ㅋㅋㅋ

게다가 기술적으로 미비했던 점, 잦은 지연과 고장 때문에 KTX는 언론에 대차게 까였고, 광명 역도 3천억짜리 간이역이라고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2004년 가을이던가 그때쯤 열차 다이아가 1차 패치를 겪으면서 서울-부산 셔틀 KTX는 사라지고 새마을호도 서울-부산이 5시간은 안 넘게 일말의 개선이 이뤄졌다. KTX의 평균 정차역 수도 그때부터 야금야금 늘어 갔다. 그때는 아직 대전 통과 KTX는 있었으나, 2005년 11월 다이아 패치 때부터는 대전 통과도 없어져서 동대구나 대전은 무조건 정차하게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이아는 점점 똑똑해졌다. KTX 이용객은 충분히 늘었고, 국민들 의식도 성숙했으며 열차를 ‘골라 가며 갈아 탄다’는 관념이 정착했다. 경춘선은 이제 곧 수도권 전철로 부활하고, 중앙선 전구간 직통 열차는 무궁화호 형태로 2008년쯤에 다시 생겼다.
그리고 2010년 11월, 우리나라 철도계는 다시 변혁을 겪을 예정이다. 6년 전보다는 더 스마트한 모습으로 국민을 맞이하길 기대한다.

* * * * * * *
크리스천이 아니거나 성경 교리에 관심 없는 분이라면 이 단락은 읽지 말고 skip하라.
본인의 철덕 기질 중에 Looking for you 연구와 더불어 전세계에서 거의 나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을 거라 추정되는 똘끼가 뭐냐 하면, 철도와 성경의 융합-_-이다.

2004년은 고속철의 초림, 2010년은 고속철의 재림에다가 비유를 해 봤다. 그 6년간은 교회 시대 되겠다. ㄲㄲㄲㄲㄲㄲㄲ

성경에서 사 61:1-3은 예수님에 대한 예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초림하신 예수님도 훗날 그 구절을 읽으시면서 자기 입으로 그 예언이 드디어 성취된 거라고 선언을 하셨다(눅 4:16-19).
그런데 문제는 그 구절을 다 읽은 게 아니라 앞부분만 읽고 끊었다는 것. 보복하고 원수 갚는 건 초림 때 이루어진 일이 아니며 재림으로 미뤄졌다. 저 예언은 다 성취된 게 아니며, 사실 구약 성경에는 예수님의 초림 행적 덕분에 성취된 예언보다는 아직 안 이뤄진 예언이 더 많다.

사실, 구약 성경 시절에는 ‘주의 날(Lord's day)’이라는 개념만 있었지 그게 예수님의 초림과 재림이라는 선로 분기가 이뤄질 거라는 걸 생각할 수 없었으며, 그 과도기에 존재할 교회라는 개념도 있을 리 없었다.
콤마 하나로 쭉 나열된 예언들이 어떤 건 무려 2천 년 뒤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명되고 인간이 달에 갔다 온 뒤에야 성취될 거라는 사실이 정말 엄청나지 않은가?

성경에서 이런 간극을 아주 평이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은, 창 1:1-2 사이의 간극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재창조 간극 지지자들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이건, 철도 예언-_-으로 치면 이렇다.
“21세기에 한국에 고속철이 건설되어 서울-대전이 50분, 대전-대구가 50분, 대구-부산이 40분 걸리는 날이 오리라.”
이렇게만 써 놨다면, 이 예언은 아직까지는 부분 성취이며, 1차와 2차 개통이라는 개념(6년간의 간극)이 들어가 있지 않은 문장이다. 1990년대에 고속철 기공식 하던 당시에는 공사 예상 기간도 실제로 걸린 것보다 훨씬 더 짧게 잡았다. 인천 공항 개항과 비슷한 시기에 서울-부산을 2시간대에 왕래하는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게 질질 끌다가 실제로 대구-부산은 아직 미완성인 채로 1차와 2차로 나누어 개통하게 된 것이다.

물론, 하나님의 경륜이 무슨 인간 사업의 진척처럼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말은 아니지만, 뭔가 비슷한 맥락의 비유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상, 헛소리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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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10/30 19:57 2010/10/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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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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