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차량 가속음 트렌드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철도 동력차가 움직일 때 나는 음향은, 동력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1. 기름으로 달리냐 전기로 달리냐

요즘은 철도는 다 전철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에 기름(디젤 엔진)으로 달리는 차는 아래의 딱 세 계보밖에 없다.
디젤 기관차(정확히 말하면 디젤 전기 기관차), 새마을호 PP 동차, 통근형 디젤 동차 내지 이를 개조한 무궁화호
내구연한이 경과하면 이런 차들은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제일 마지막에 남는 건 비전철 구간을 달리고 화물 수송도 가능한(다목적) 기관차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전기로 달리는 차는 굉장히 다양한 계보가 존재한다.

2. 일반열차 타입이냐 전동차 타입이냐

전자에 속하는 건 전기 기관차, KTX, 누리로이다. 사실 누리로는 엄밀히 따지면 전동차에 속할 수도 있지만, 현재 코레일 일선에서 일반열차 체계로 분류되어 있으니 전자에 넣었다.
이제 다음부터 등장하는 건 전부 소위 지하철 전동차들이다.

3. VVVF냐 아니냐

전동차는 VVVF 방식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음색이 크게 차이가 난다.
VVVF란 ‘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의 약자’인데, 쉽게 말해서 이게 더 기술적으로 더 발달한 좋은 방식인 반면, 변속할 때 위이잉~ 신시사이저 같은 소리가 크게 들린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음향이다.
VVVF 이전에는 전동차의 동력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저항 내지 쵸퍼 방식이 있었다. 2010년 현재 전국에서 VVVF 차량을 전혀 볼 수 없는 지하철은 부산 1호선이 유일하다. (시 재정도 부족하고, 그나마 차량 내구연한도 40년으로 늘렸으니 더욱 오래 볼 듯. ㅋㅋ)
이제는 구형 차량의 최후의 보루라 여겨지던 서울 지하철 1~3호선에도 신형 차량이 놀라울 정도로 많이 들어와서 구형 차량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4. 초기 VVVF (90년대) 혹은 후기 VVVF (21세기 이후)

우리나라에 VVVF 전동차 시대가 개막된 것은 1990년대 초, 지하철로 치면 서울 2기 지하철(5~8호선), 그리고 수도권 광역전철로 치면 과천선 내지 분당선 정도의 시기로 보면 정확하다.
이때는 정말 춘추 시대처럼 전동차를 도입한 회사마다 유럽제, 일제 등 제각각의 인버터를 도입하여 노선마다 차량의 구동음이 제일 다채로웠다. 그래서 서울 지하철 5~8호선(1996~2000)은 노선별로 음악 소리 같은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통한 부산 2호선(1999), 인천(1999), 대구 1호선(1997) 전동차도 서로 구동음이 제각기 다르고 서울 지하철 차량하고도 다르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서는 구동음의 변화가 멈추고, 뭔가 획일화 추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본인은 이것을 ‘후기 VVVF’ 시기라고 분류한다. 이 시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먼저 코레일 전동차도 2002년인가 2005년도 도입분부터는 더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하철은 2005년부터 도입된 2호선 신형 전동차 구동음이 대세가 되었다.
2호선 신차, 그리고 2009년부터 도입된 3호선 신차와 9호선 전동차는 구동음이 모두 동일하다. 구동음의 첫음이 C#이다.

그런데, 부산 3호선(2005), 대구 2호선(2005), 그리고 공항 철도 전동차(2007)는 동일한 인버터 구동음인데 첫음의 높이만 다르다. 직접 타 보고 녹음한 음향과 대조해 본 끝에 동일함을 확인했다. ^^ 구동음의 첫음이 E인데, 앞의 것보다 약간 더 높다.
대전(2006)도 동일한 계보이며 첫음만 G로 차이가 있다. (앞의 것보다 낮은 옥타브)
광주 지하철(2004)은 직접 확인은 못 했지만 대전과 같은 구동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런 트렌드를 한데 뭉뚱그려서 21세기부터 시작된 ‘후기 VVVF’로 묶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또 철도 차량에 관하여 말하되 디젤 기관차로부터 대도시를 다니는 지하철에 이르기까지 하고 그가 또 저항과 쵸퍼와 VVVF 전동차에 관하여 말하였으므로 (묵왕상 4:33) 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 구동음이 너무 멋있다고 느껴서 5호선과 6호선만 골라 가며 타던 시절이 무려 2003년이다. 그로부터 5~6년 뒤, 본인은 철도 차량 음향은 다 마스터를 해 버렸다.
여기가 무슨 일본 같은 철도 왕국도 아니고, 땅도 좁고.. 얼마 되지도 않는 단순한 차량 계보인데 딱히 힘든 게 없다.

우리나라는 겨우 2004년에 고속철로 프랑스 떼제베 차량이 도입된 단일 계보인 반면, 일본은 이미 1964년부터 자체 기술로 개발된 신칸센이 다니기 시작했고, 고속철 차량 계보만 해도 0계부터 시작해서 열몇 종 가까이 되니, 그 복잡도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일본은 도쿄에 지하철도 이미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말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첨단 철도 기술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지하철과 고속철 모두 한국보다 반세기 가까이 앞선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2 09:41 2010/01/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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