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도 더 작은 모바일로 바뀌고, 철도도 더 작은 경전철로 바뀌는 게 트렌드인지..
지금까지 산책삼아 다녀 온 작은 언덕들의 주요 탐험 기록을 사진으로 남기도록 하겠다.
1. 천장산
서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구소들이 가득하고 남쪽에도 산림 과학원, 카이스트 경영 대학원 등이 있어서 왠지 지적인 느낌이 드는 산이다. 그런 쪽 말고도 동남쪽에는 경희 대학교가 있고 동쪽에는 의릉과 한국 예술 종합 학교(일명 한예종)이 있다.
게다가 산의 이름부터가 '하늘 아래 명당'이라는 뜻인데 이런 산을 오르는 느낌은 어떨지 궁금해서 지하철 6호선 상월곡 역에서 내려서 산책로를 올라 봤다.
군인 아파트도, 교수 아파트도 아닌 과학자 아파트다. ㄷㄷㄷ 하긴, 과학자들은 국가를 먹여 살리는 기간 인력이지.
그런데 지금 '과학자 아파트'라는 단어로 구글링을 하면 온통 북한 소식만 검색된다... ^^
숲은 이렇게 빽빽한 나무들로 가득해서 산림욕을 즐기기 좋았다.
단, 천장산은 앞서 말했듯이 산기슭에 여러 연구소와 심지어 문화재까지 있는 관계로 접근이 통제된 곳이 아주 많았다. 사방팔방 등산로가 뚫려 있는 봉화산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일단 국립 산림 과학원이 관리하는 '홍릉숲' 영역은 전부 펜스가 쳐져서 막혀 있었다. 서쪽의 연구소 방면도 접근 불가이며 거기 있는 건물들을 구경도 할 수 없다. 그리고..
해발 141m짜리 낮은 산이니 정상에는 아주 금방 도달한다. 그런데 홍릉숲 말고 맞은편 쪽도 전부 펜스가 둘러져서 막혀 있다. 펜스 건너편은 '의릉' 쪽에서 올라와야만 갈 수 있다.
즉, 그냥 동네 뒷산 오르듯이 오르면 천장산은 거의 셰어웨어 데모 수준만 구경할 수 있었다. 갈 수 있는 경로가 단 한 곳뿐이다.
전망대는 북서쪽을 바라보는 딱 한 곳에만 있었다. 북부 간선 도로를 넘어 가까이 있는 언덕은 북서울 꿈의 숲 내지 오패산이고, 저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은 그냥 북한산이다.
여기를 지난 뒤부터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냥 계단을 따라 꼭대기에서 하산하며, 산기슭 둘레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한예종의 입구에 도달하게 되었다. 의릉을 가려면 한예종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의릉은 서울 동대문구· 성북구 주민, 제복 입은 현역 군인, 한복 착용자 등등이 무료 입장 가능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입장료 1000원을 내야 들어갈 수 있었다. 풀밭이 참 깔끔하게 닦여 있던데.. 본인은 여기서 천장산을 다시 올랐다.
그래서 이제 산의 진짜 꼭대기에 도달했다. 위의 사진에서 연두색 펜스 왼쪽이 처음 들렀던 곳이고, 지금은 의릉 쪽에서 산을 다시 올라 있다. 의릉 쪽 등산로는 정상까지 나무 판자 내지 시멘트로 마치 협궤 철길 같은 등산로가 닦여 있었다.
그리고 의릉 방면에서 산을 한 바퀴 도는 쪽으로 하산했다. 저 멀리 경희 대학교 평화의 전당이 보였지만 길이 봉인돼 있어서 그쪽으로 직접 갈 수는 없었다. 여기는 통제 구역이 많아서 산을 종단할 수 없으며, 들어왔던 의릉 입구로 되돌아가야 했다.
저 나무들에 둘러싸인 초록색 지붕의 건물이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지도와 대조해 보니 저건 한예종 미술원 건물이었다. 본캠 건물과는 약간 떨어진 곳에 있다.
한예종이 있던 이곳에는 잘 알다시피 안기부 청사가 있기도 했다. 남산 청사와 더불어 이렇게 천장산 청사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다 합쳐져서 내곡동으로 간 것이다. (의릉 근처에 있던 것이 지금은 헌릉 근처로 바뀌었다는 게 흥미롭다.) 사실 아까 그 미술원 건물도 과거에는 안기부 건물의 일부였다고 함. 그러니 그 시절엔 민간인이 이렇게 천장산에 자유롭게 접근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안기부 강당 건물은 리모델링되거나 철거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하나 남아 있었다. 별로 볼 건 없이 썰렁해서 사진 첨부는 생략하지만, 그 강당에서 지난 1972년에 남북 7· 4 공동 선언이 발표됐다고 한다.
이렇게 의릉과 천장산 구경을 한 뒤, 본인은 무작정 한예종 캠퍼스를 지나서 큰길을 찾아 쪽문 밖으로 나갔다. 초행길이었지만 이렇게 나가는 게 맞았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자 이내 버스가 다니는 길이 나오고, 상월곡 역의 다음 역인 돌곶이 역이 나왔다. 이렇게 여행을 마쳤다.
2. 낙산
낙산은 안습한 높이 때문에 온통 아파트와 건물로 뒤덮인지라, 항공 사진을 봐도 산 같아 보이지가 않을 정도이다. 그래도 지형상 엄연히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는 산이며, 꼭대기에 도달하고 나면 서울의 중심부에서 번화한 대학로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산이라고 하면 보통 2차원 공간이 연상되지만 낙산에서 공원에 속하는 영역은 한양 도성을 따라 길쭉한 '길'이라는 1차원적인 성격이 강하다.
동대문(흥인지문)이 있는 교차로에서 북쪽을 보면 한양 도성이 시작되고 땅의 고도가 높아진다. 평소에 여기를 종종 자동차를 몰며 지나가기도 하는데, 저 성곽 공원에는 무엇이 있을지 언젠가 한번 땅밟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은 지난번에 남산에서 한양 도성 구간을 지나면서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 지하철 동대문 역에서 내린 뒤, 실제로 성곽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낙산을 올라 봤다.
북대문은 너무 외진 곳에 있어서 존재감이 없었고, 동대문과 남대문은 왕년에 임진왜란 때 왜군이 통과하기도 한 뜻깊은(?) 곳이어서 존치. 그 반면 서대문은 다른 명분이 없어서 일제 강점기 당시에 노면 전차 복선화를 구실로 헐림...;; 뭐 이런 말이 있던데.
어쨌든 동대문은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다. 동대문의 양 옆으로는 동소문(혜화문), 그리고 남소문(광희문)이 있다. 비록 성곽은 동소문 방면 것만 남아 있지만.
계속 오르막을 오르자 주택은 뜸해지고 고급 카페와 전망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주거지 대신 공원 티가 나기 시작했다.
성벽 너머 건너편도 굉장한 고지대인 것 같은데 저기에도 집들이 빽빽하다. 흐음..;;
알고 보니 정상까지 시내버스도 다니고 있었다.
예전에 교회 친구들과도 낙산 공원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남쪽의 동대문 쪽에서 안 오고 서쪽의 대학로 쪽에서 오르느라 성곽이 있는 이곳까지 올라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성 밖으로 나가니 한성 대학교가 바로 내려다 보였고, 그 밖에 경치는 대략 이랬다.
제2인가 제3 전망광장까지 가니 성곽이 잠시 끊어졌고, 본인은 여기서 산을 내려갔다. 요런 계단을 내려가니 또 빽빽한 빌라촌이 나왔고, 거기를 지나자 각종 극장들이 보였다. 방통대 건물이 멀리 보이길래 거기와는 90도 수직인 방향으로 이동하여 큰길을 찾았고, 이내 지하철 혜화 역에 도달하여 산책을 마쳤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