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전 역이다. 얘는 무슨 등록문화재처럼 작정하고 옛날역 스타일로 꾸며 놓고 보존을 하고 있었다. 민통선 안의 월정리 역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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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학교 건물도 목재로 된 문이나 창틀에 저렇게 에메랄드 도색을 한 게 많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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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선은 중간에 저런 터널을 통과하는 구간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본인은 차량으로 동일 구간을 방문한 뒤 그 터널의 사진을 찍게 되었다.
도로의 양 옆에는 저렇게 철길과 강이 지난다. 2006년에 찍었던 옛날 사진과 비교해 보면, 그때는 강 쪽의 가드레일이 좀 연약한(?) 평범한 가드레일로 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중앙분리대처럼 견고한 콘크리트 벽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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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철길이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었던 덕분에 여기서는 잠시 차를 세우고 물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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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로는 그냥 한 정거장 거리이지만, 동일 구간을 자동차로 지나기 위해서는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정선선 선로를 이렇게 내려다보는 풍경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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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평 역은 시골 마을에 들어가서 뒤쪽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냥 문이 굳게 닫힌 채 휴업 상태였다.
그래도 코레일체의 '맞이방' 간판도 있는 걸 보니 완전히 버림받은 신세는 아닌 것 같다.

정선 역은 그나마 정선 시내에 자리잡고 있고, 아우라지와 더불어 승무원이 상주하는 역이기 때문에 사진 첨부는 생략한다.
그리고 별어곡 역은 유일하게 지방도 길가에 바로 놓여 있긴 하던데, 자그마한 억새 박물관으로 탈바꿈했고 본인의 방문 당시에는 역시 폐쇄돼 있었다. 역시 사진 첨부는 생략한다.

뭐 이렇게 정선선의 답사를 마친 뒤, 본인은 민둥산 역이 아닌 함백선 구간으로 달려갔다. 정선군을 나름 북쪽에서 남쪽으로 종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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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무슨 창자처럼 꼬불꼬불 배배 뒤틀려 있다. 산을 하나 넘느라 경사가 정말 가파르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 일대는 도로뿐만 아니라 철도(태백선)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급경사가 펼쳐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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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면 저렇고 실제로 주변 풍경을 보면 이런 곳이었다~! portrait와 landscape 구도로 각각 한 장씩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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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는 비가 와서 강과 개울이 흙색으로 변한 대신, 그 다음날 가을 같은 파란 하늘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뭐, 강원도뿐만 아니라 서울도 모처럼 하늘이 파랗고 좋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곳 강원도도 뭔가 알프스 산맥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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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선과 함백선이 합류하는 조동 역은 애초부터 여객 취급을 하지 않는 신호장 격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접근하기 힘든 오지에 있었다. 언덕을 한참을 올라가서 무슨 절이나 암자가 있을 법한 곳에 철도역이 떡 놓여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선로가 놓인 고가 아래에도 말발굽 모양의 명백한 단선 철도용 터널이 있었다. 그건 태백선과 함백선이 지금처럼 연결되기 전에 놓였던 옛 선로의 흔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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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미 역에서 분기하는 태백선과 함백선의 선형 구도를 보면, 태백선은 시종일관 쭉쭉 높게 올라간다. 그러나 함백선은 처음에는 고도가 낮다가 나중에 똬리굴 부분에서 고도가 올라가는 편이다.
그래서 함백선에 있는 함백 역은 아까 정선선의 별어곡 역과 마찬가지로 길가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 곳에 있었다. 물론 여객 취급을 하지는 않으며, 이 역도 그냥 등록문화재처럼 보존만 해 놓은 것이다.

참고로 오리지널이 아님. 2006년에 철거됐다가 주민들의 요구로 레플리카를 재건해서 복원한 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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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봐 왔던 조동철교 라멘교 성지에 본인도 드디어 도달했다.
여기 일대를 스스로 답사해 보니까 지리 구조가 어떻고 주변 지형이 어떤 형태로 돼 있는지 감이 잡혔다. 정말 유익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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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미 역 부근에서 분기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태백선과 함백선 선로이다. 멀리 작게 보이는 선로가 태백선이다.

이것으로 이번 여행 일정을 그럭저럭 마쳤다. 삼척 바다에서 계획했던 것만치 오래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일정이 당겨졌다.
강원랜드라든가 과거의 스위치백 선로 구간도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긴 했지만, 체력과 보급, 도로 정체 등을 감안하여 거기까지 가 보지는 않고 그냥 돌아왔다.

정선에서 영월을 거쳐 제천까지 가는 구간은 철도로 치면 태백선에 대응할 텐데, 비록 고속도로는 없지만 그에 준하는 국도가 잘 닦여 있었다.
거기서 중앙 고속도로(55)를 타고 원주 방면으로 간 뒤, 강원도로 갈 때와는 역순으로 광주-원주 고속도로와 제2 중부 고속도로를 거쳐 집에 돌아왔다. 주말 낮이다 보니 상행은 그럭저럭 원활한 편인 반면 하행은 굉장히 막히고 있었다.

이렇게 북부와 남부로 나눠서 강원도를 다녀왔으니 다음에는 또 어디를 갈지가 고민된다.
예전에 철원을 갔을 때는 철도와 안보가 적당히 섞여 있었고, 작년에는 100% 안보 컨셉이었다. 그 반면 올해는 100% 철도 컨셉이 됐다. 자연 경치 감상은 어느 여행에서나 당연한 공통이었고 말이다.

그럼 관광 도시로서 본인의 고향인 경주는 어떤가 뜬금없는 생각을 늘어놓으며 글을 맺고자 한다.
사실, 남한 지역 전체를 통틀어서 경주는 관광 도시의 독보적인 본좌급이나 마찬가지 대접을 받아 왔다. 오죽했으면 그 옛날 1960년대에 야간 통금으로부터도 특례를 받아 제주도와 충북 내륙에 이어 1966년에 진작에 해제됐으며(시내만.. 외곽의 월성군 지역은 제외), 국립공원 승격도 1968년 12월 말, 이제 막 아폴로 8호 미션이 끝났을 무렵에 지리산에 이어 제2타로 받았다. 그것도 전국 유일의 '도시형 국립공원' 형태로 말이다.

물론 국립공원인 게 특혜만은 아니니, 부동산 주인의 입장에서는 개발 제한 고도 제한이 잔뜩 걸려서 속천불이 났을 수 있다. 작년 가을에 지진 피해를 많이 입었던 황남동 일대는 '역사 문화 미관 지구'라는 명목으로 주택들 지붕을 기와 형태로만 올리게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1960년대 말에 그 전기 먹는 하마요 사치품이던 에어컨이 거의 최초로 가동된 장소는 경주 석굴암이었다. 일제와 남한 정부가 복원을 어설프게 잘못하는 바람에 내부의 온도와 습기를 도저히 자연적으로 제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뭐, 지금과 같은 복원도 당대로서는 악의적인 훼손이 아니라 나름 최선을 다해서 한 것이었으며, 석굴암은 우리 입장에서도 어차피 수백 년간 잊혀진 유물이었기 때문에 딱히 남을 욕하고 탓할 처지는 못 된다. 하지만 해체했다가 도로 조립을 못 해서 밖에 버려진 석재 부품들을 보면 좀 안습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경주는 문화재 유적지빨이지, 자연 경치가 관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강원도보다야 작다. 하지만 경주도 포항이나 부산과 마찬가지로 행정구역상으로 바다를 끼고 있으며, 나름 해수욕장도 몇 군데 보유하고 있다. 시내에서 굉장히 멀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경주가 전방 지역인 강원도와 크게 다른 점은 안보 배경이지 싶다. 경주는 울릉도나 부산 등과 더불어 6· 25 사변 중에 북괴에게 점령당하거나 전투가 벌어진 이력이 없는 지극히 조용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점이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Posted by 사무엘

2017/08/28 08:33 2017/08/2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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