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렁크에 싣는 물건들
차의 접지력을 위해서 일부러 무겁게 만드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지간해서는 트렁크에 쓸데없는 짐을 싣지 말고 차를 가볍게 유지하는 게 연비 운전의 정석이다. 하지만 평소에 차의 트렁크에 늘 실어 놓을 만한 물건도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생각해 보니 다음과 같이 인간 편의용과 차량 비상용으로 범주가 나뉜다.
- 어디 여행 간 뒤, 현장에서의 인간 편의용: 돗자리, 담요(비행기 담요 같은..), 우산, 슬리퍼, 손전등, 식수, 나무젓가락, 종이컵, 상비약, 휴지/티슈
- 차량 비상용: 소화기, 비상 삼각대, 경광봉과 건전지, (간단한 공구류와 스페어 타이어는 당연히..)
평소에는 워낙 조용하게 달리니 잘 모르겠지만, 자동차는 엔진 내부가 매우 뜨거우며 화재의 위험이 상존하는 물건이다. 굳이 냉각수 부족과 엔진 과열 때문이 아니어도, 운 나쁘게 엔진룸 속에 끼어들어간 종이· 나뭇잎 같은 이물질이 발화점 이상의 열을 받아서 불이 붙고, 그게 차량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식당도 굳이 누전이나 가스 누출 같은 일이 없이, 환풍기에 낀 사소한 기름때나 먼지만으로 불이 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큰 교통사고가 난 뒤에는 연료가 새서 케바케로 불이 나기도 한다. 승용차의 경우 엔진이 있는 앞쪽과 연료 탱크가 있는 뒤쪽 모두 안심할 수 없다.
이럴 때 소화기를 신속하게 꺼내서 연기와 불꽃이 최초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곳을 적절하게 초기 진화해 주지 못하면.. 엔진 부분만 교체하고 끝날 것을 발만 동동 구르다가 차량 전체를 홀랑 태워먹고 전체 폐차라는 비극을 야기할 수 있다.
자동차는 뼈대만 쇳덩이일 뿐, 시트나 도색 등은 온통 가연성 화학물질이며, 불타면서 유독가스를 내뿜는 공해덩어리 그 자체다. 불 나서 좋을 것 하나도 없다.
말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PC에 보안 업데이트가 필요한 것만큼이나 차량에는 소화기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고가 난 뒤에 2차 사고를 예방하는.. (나 여기 있소) 도구들은 두 말할 나위도 없고 말이다. 자동차 학원에서도 이런 물건들의 필요성을 더 진지하게 가르쳐야 하지 않나 싶다.
돗자리나 우산, 슬리퍼 같은 수준을 넘어서 아예 낚싯대· 골프채, 커다란 악기, 자전거 같은 걸 차에다 상시 실어 놓는 건...;; 글쎄, 정말 차를 오로지 레저와 여가용으로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면 "화물은 차를 무겁게 할 뿐이야!"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자전거를 차에다 싣는 게 가능하면 차와 자전거의 활용성이 더욱 커져서 상호 win-win이 되긴 하더라. 차 트렁크도 충분히 커야 하고, 자전거도 접을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2. 자동차의 냉각수와 워셔액
자동차의 내부에 집어넣어서 비축하는 액체 중에 연료나 윤활유 같은 기름 계열 말고 '물' 계열 혼합물에 속하는 것은 엔진 냉각수와 와이퍼 워셔액 정도인 것 같다. 전자는 물의 높은 비열이 활용되고 후자는 물의 세척력이 쓰인다.
물론 두 액체의 용도와 성격은 서로 매우 다르다. 워셔액은 유리창이 깨끗하기만 하면 별로 쓸 일이 없는 선택사양이지만, 냉각수는 엔진의 가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필수품이다. 워셔액은 세척용으로 조금씩 소모되고 보충이 필요한 소모품인 반면, 냉각수는 누수 같은 이상 현상이 없는 한, 한번 주입해 준 게 반영구적으로 쓰인다는 차이가 있다.
순수한 물은 그리 낮지 않은 온도에서도 금세 얼어 버리며 금속류의 부식(녹)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액체 모두 부동액과 부식 방지 성분이 첨가된다. 동일하지는 않지만 공교롭게도 알코올 계열 화합물이 첨가되는데, 둘 다 인체에 아주 해로운 독극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액의 첨가 성분인 '에틸렌 글리콜'은 물과 혼합될 경우 어는점을 영하 40도 아래로 크게 낮춰 준다. 성능 하나는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이것만 잔뜩 집어넣으면 반대로 물 고유의 냉각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부동액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물보다 많이 넣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에틸렌 글리콜은 독약임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외형에 꽤 달콤한 맛과 냄새가 나서 사람이나 동물이 실수로 마시고 훅 가는 사고가 세계적으로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이거 무슨 농약도 아니고.. 그 맛과 냄새가 어떤지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부동액이란 게 자동차에만 쓰이는 게 아니고 혹한의 건축· 건설 현장에서도 물이 들어가는 곳에 쓰이기 때문이다.
도로의 제설용으로 사용되는 염화칼슘도 물과 섞이면 수용액의 어는점을 역시 거의 영하 52도쯤으로 크게 낮춰 준다. 이 효과로 눈을 녹여 버려서 제설 효과를 낸다. 그러니 나름 제설에다 제습 효과까지 있는 물건인데.. 얘는 이미 짐작한 분도 계시겠지만 부식 문제가 있어서 부동액 용도로는 쓰이지 않는다. 뭐 부동액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와이퍼 워셔액은 비록 사람이 마시는 술 같은 액체는 아니지만 소독(?), 빠른 증발, 부동 효과를 위해 역시 알코올이 들어간다. 그런데 단가가 저렴하고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메탄올이 들어가기도 한단다.
메탄올은 보다시피 극소량만 인체에 들어가도 신경을 마비시키고 눈을 멀게 하고 궁극적으로 생명까지 잃게 만드는 맹독이다. 선박이나 실험실 같은 데서 술 취한 기분 내고 싶어서 메탄올을 에탄올인 줄 알고 물에 섞어서 들이켰다가 골로 간 사람들.. 역시 없지 않다. 정상적으로 팔리는 술을 구할 수 없거나, 세금 안 붙은 저렴한 알코올을 섭취하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2012년에는 워셔액을 술인 줄 알고 마시는 바람에 메탄올 중독으로 숨진 사람이 다윈 상 수상자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고의로 멍청한 짓을 한 게 아닌 단순 실수가 아니냐는 이견과 논란도 있다.
메탄올은 이렇게 입으로 들이키지만 않는다고 해서 장땡이 아니라고 한다. 앞유리에다 워셔액을 분사하는 경우, 메탄올이 소량이나마 기화한 형태로 차내에 유입되기도 한다. 워셔액 제조사들이야 그건 극소량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제 대한 정밀한 임상 실험이 진행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 같다. 정 불안하면 좀 더 비싸더라도 에탄올 성분의 워셔액을 쓰는 수밖에 없다.
3. 차량의 외형과 내부 구조의 차이
트렁크와 객실(cabin)의 구분이 없는 해치백형 차량(SUV 포함)이 공간 활용성이 더 좋은 건 사실이다. 뒷좌석을 완전히 접거나 옮겨서 자전거를 접지 않고 그대로 실을 수 있고, 아니면 사람이 발 뻗고 눕는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무척 부러운 면모이긴 하지만, 이런 실용성과는 별개로 본인의 취향은 그래도 트렁크와 객실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세단이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 들고 좋다.
하루는 회사 업무 때문에 짐을(컴퓨터 본체 여러 대 등..) 승용차의 트렁크와 뒷좌석에 이르기까지 잔뜩 실을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차는 회사의 이사· 사장급인 높으신(...) 분의 소유였고.. 그래서 대형 후륜구동이었다.
후륜구동은 잘 알다시피 뒷좌석 중앙 바닥이 구동축 때문에 위로 봉긋 솟아 있다. 요것 때문에 짐 싣는 데 의외의 어려움을 겪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일을 겪고 나니 뒷좌석 바닥이 그냥 평평한 내 차, 아니 요즘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하긴, 나 완전 어렸을 때 탔던 포니 택시도 뒷좌석 중앙이 봉긋 솟아 있긴 했는데, 저런 차를 참 오랜만에 다시 구경했다. 포니야 소형차 덩치밖에 안 되지만 아직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해서 후륜구동으로 나온 것이다.
포니 1은 해치백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객실과 트렁크가 분리되어 있었으며, 트렁크를 열 때도 뒷유리는 고정된 채 아래의 몸체만 들려 올라갔다(4도어 일반 모델 기준). 즉, 사실상 세단이나 마찬가지였다. 해치백은 3도어 쿠페 모델에서 처음 적용되었으며, 그리고 후속작인 포니 2에서 완전히 해치백 형태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이런 내부 구조 말고 해치백은 세단과 달리 뒷유리에도 와이퍼가 달려 있는 게 특징이다. 뒷면의 유체역학적 구조상 트렁크가 튀어나와 있는 세단보다 뒷유리에 흙먼지가 더 잘 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4. 자동차의 동력원
(1) 내연기관이 발명되자 처음에는 자동차, 열차, 비행기가 모두 휘발유건 디젤이건 피스톤 왕복 엔진을 동력원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20세기 중반부터 비행기는 제트 엔진이 대세가 되었으며, 철도 차량은 주 동력원이 전기 모터로 바뀌었다.
덕분에 털털털 붕붕붕~ 이러던 엔진음이 다 바뀌었다. 제트기는 그 특유의 공기 뿜는 소리 덕분에 한때 '쌕쌕이'라고 불렸을 정도이며, 전철은.. 뭐 VVVF 인버터가 도입되면서 완전 전자악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날은 자동차만이 왕복 엔진을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
왕복 엔진이 배기가스를 내뿜는 건 그냥 연소가 끝난 잔여 찌꺼기를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엔진 출력과는 무관한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제트 엔진은 배기가스를 엄청난 고압으로 뒤로 내뿜어서 추진력을 낸다. 자동차와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이렇게 동일한 재료나 부품이 한 기술에서는 그저 그런 존재감인 것이, 다른 기술에서는 동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요소인 경우가 있다.
배터리가 기름 자동차에게는 그냥 객실 전원 공급과 시동 모터+점화 플러그 동작용이지만,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차에게는 차를 가게 하는 동력원 그 자체인 것,
그리고 변속기 오일이 수동 변속기에서는 정말 단순 윤활 기능만 하지만, 자동 변속기에서는 엔진과 바퀴 동력을 중재하는 완전 핵심 매체인 것처럼 말이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 싶다.
(2) 그리고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차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전방 엔진, 후륜 구동인 일명 FR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승용차는 준대형급(대략 3000cc) 이하부터는 FF로 바뀌었고, 버스는 준대형급(35인승) 이상부터는 RR로 바뀌었다. FR은 이제 대형 승용차와 소형 승합차, 또는 크기 불문하고 트럭에서만 유지되고 있다.
(3) 전동차에 가변 전압 가변 주파수(VVVF) 인버터 기술이 있다면, 내연기관 자동차 엔진에도 공기를 흡입· 배출하는 밸브에 가변화 기술이 있다. 엔진 회전수에 따라 밸브의 여닫는 깊이를 지능적으로 조절하는 VVL (lift), 그리고 그 개폐 동작의 시점 자체를 조절하는 VVT (time). 흡기측과 배기측에 shaft를 구분한 DOHC 방식에 이어서 밸브 계통에 또 다른 발전이 이뤄졌다.
그리고 어느 분야건 양과 질, 주기와 강도를 조절하는 변수가 있다. 라디오에는 AM(세기)과 FM(주파수)이 있고, VVVF도 V는 전압(세기)이요 F는 주파수이다. 자동차에도 VVL은 강도이고 VVT는 타이밍이니까 동일한 개념이지 않은가?
5. 차량별 변속기 성향
자동차의 동력 변환 계통으로서 물리적으로 큰 바퀴와 작은 톱니바퀴를 맞물리게 돌아가게 하는 '기어'라는 건 꽤 간단하고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수단이다.
그러나 200~300마력짜리 자동차를 넘어서 열차나 거대 건설기계 수준이 되면 미세한 출력 조절을 위해서는 가히 어마어마한 크기의 기어비와 다양한 단계가 필요해지는데, 이건 톱니바퀴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바퀴가 너무 커지거나 개수가 늘고 무겁고 복잡해진다.
(1) 그래서 철도 기관차는 동력을 일단 변압이 자유로운 교류 전기로 바꿔서 전동기를 돌려서 움직이는 디젤 전기 기관차가 대세이며, 드물게 자동 변속기 같은 유체 토크 컨버터로 동력을 변환하는 차종도 있다. 과거에 다녔던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디젤 동차가 이 범주에 속한다.
물론 이것들은 광원에다 비유하자면 직접조명에서 간접조명으로 바뀐 것과 같기 때문에 연비는 톱니바퀴 기어만치 좋지 못하다.
(2) 대형 버스와 트럭은 저 정도로 불가피한 상황도 아니고, 또 연비와 옵션 가격 같은 경제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여전히 수동 변속기 차량이 대세이다.
(3) 그런데, 이 와중에도 예외적으로 자동 변속기가 기본인 대형 상용차도 있으니 바로 “저상버스”이다.
바닥이 워낙 낮아서 버스 엔진 출력 정도의 동력비를 감당할 기어박스 내지 굵고 긴 샤프트조차(운전석에서 뒤쪽의 엔진까지)도 장착할 수가 없는 관계로 불가피하게 자동 변속기를 쓴다. 변속 명령은 기계 조작이 아닌 전기 신호로 전하고, 실제 변속 역시 톱니바퀴가 아닌 토크 컨버터로 행한다.
사실, 옛날에 버스가 트럭과 별 차이 없는 전방 엔진 방식으로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바닥이 왕창 높았을 뿐만 아니라, 아예 구동축이 차체의 아래 중앙을 관통했다. 그래서 고속버스의 경우 바닥 아래의 화물칸까지도 좌우로 서로 단절돼 있을 정도였다.
그때에 비하면 버스가 바닥이 정말 낮아지고 사람이 타고 내리기 좋아진 셈이다. 철도로 치면 고상홈이 도입된 것과 비슷한 변화이다. 이런 차들에 비해 대형 트럭을 타는 건 지금도 거의 등산 수준으로 힘들다..;;
(4) 끝으로, 저런 대형차와는 상극의 체격인 오토바이는 또 반대로 수동이 대세이다.
글쎄, 리터급의 고성능 대형 오토바이라면 모를까 100~300cc대의 그저 그런 모델의 경우.. 그런 엔진 출력과 차체 크기에다가 크고 무거운 토크 컨버터를 장착하는 것부터가 삽질이고, 전통적인 기어박스를 장착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아주 쬐그만 스쿠터는 차라리 CVT가 달리면 달렸지, 어떤 경우든 통상적인 자동차용 자동 변속기 같은 물건이 달리는 일은 없다.
똑같이 공간이 없는데 그 양상이 저상버스와는 다르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 대류권에서는 고도가 오를수록 기온이 내려갔다가 성층권에서는 다시 기온이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6. 동력의 취합과 분산
자동차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엔진이 죽어라고 피스톤 왕복운동만 한다고 장땡이 아니라..
여러 개의 피스톤이 균등하지 않은 주기로 만들어내는 불연속적인 힘을 한데 부드럽게 합쳐 주는 플라이휠 같은 부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힘을 실제로 회전하는 바퀴에 부드럽게 분산해서 전달하는 주는 차동 기어도 변속기와는 별개의 계층으로서 필요하다. 커브를 틀 때는 커브 안쪽의 바퀴와 바깥쪽의 바퀴가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컴퓨터에다 비유하면 CPU와 램뿐만 아니라 파워 서플라이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자전거 중에는 크랭크가 둘 달려서 앞뒤 사람이 모두 페달을 밟을 수 있는 물건이 있다. 이런 자전거는 개인이 구입해서 굴리기보다는 관광지 같은 데에서 대여하는 형태로 사용되는 편이다.
거기에서도 두 사람의 힘이 어떤 형태로 취합되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사실 자전거는 페달을 뒤로 밟았을 때 후진하지 않는 것도 신기하고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