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이기는 법

* 예전에 썼던 일본에 대한 생각 글 및 기업 관련 일화 글과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1. 학문· 기술 업적과 제품 시장 점유율로 이긴다. (100점)

2차 대전 이후의 국제화 세계화 자본주의 개방 경쟁 시대에 이거야말로 남의 나라를 합법적으로 제일 수준 높게 이기는 방법이다. 예전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듯이,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를 쳐바르고 기술 종속 관계를 역전시킨 현대 자동차라든가, 반도체 분야에서 이름은 모르겠다만 일본 기업들을 쳐바른 삼성전자, LG전자 등등..
이것만 알아도 되도 않은 이상한 반기업 구호들 반 이상은 필터링된다. 이공계가 세상을 바꾼다.

2. 문화 예술로 이긴다. (50점)

겨우 한류 스타 욘사마가 어떻고 하는 것만 얘기하는 게 아님. 그야말로 사람들 정신 세계 전반을 점령하는 것을 말한다. 위의 100점짜리와는 분야가 굉장히 다르고 별 것 아니어 보이지만 그래도 중요하다. 이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우리나라가 일본과 경제 협력을 위한 재수교는 무려 1965년에 했어도, 대중문화 개방은 90년대 말이 다 돼서야 성사됐다.
내 한글 입력기는 비록 기술 쪽으로 최첨단 극치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나름 이 바닥을 기여하고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술은 아니지만 문화에는 해당한다.

3. 운동 경기에서 이긴다. (30점)

열심히 노오오력해서 한일전에서 일본 이겨 주는 것도 아주 합법적이고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스포츠는 경기 당시에 짜릿함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 외에 우리 일상생활에 딱히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또한, 축구 한일전이 벌어질 때에만 열혈 민족주의 애국자이고 다른 상황에서는 자기 나라를 전혀 사랑하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도 많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나 태극기는 도대체 무슨 의미를 지닌 존재인 걸까?

4. 목소리와 키보드 배틀에서 이긴다. (5점)

국가관 역사관이 이상한 사람을 키배로 제압하고 산업화해 주고, 어디에 일본해가 어떻고 독도가 어떻고 하는 곳에 득달같이 달라붙고, 일본 정치인들 망언을 규탄하는 시위 벌이는 건..;; 들이는 시간에 비해서 그렇게 생산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5. 국민성, 공중도덕 등으로..

이건 이기는 법이라기보다는 지지 않는 법의 범주에 드는 것 같다.

6. 전쟁에서 이긴다? (??)

가능하지도 않고 그래야만 할 필요도 의미도 없음.
한· 일은 정치 이념 프레임이 동일한 나라이며, 예측 가능한 미래에 서로 전쟁 벌일 확률은 남북한이 전쟁 벌일 확률보다는 넘사벽급으로 낮다.

한일전 하니까 옛날 일화가 하나 떠오른다.
뭐, 예전에 비해 반일 감정이 많이 옅어진 편인 지금도 한일전이라 하면 일단 나라의 자존심이 걸려 있고 그야말로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진짜 한일전의 원조는 먼 옛날 1954년, 우리나라가 FIFA 월드컵에 최초로 참가하던 시절에 벌어졌다(그 당시 스위스 개최).
우리로서는 6· 25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됐고, 스포츠 분야에서 해방 후 최초로 앙숙 일본과 맞장을 뜨게 됐다. 1953년에 치러진 아시아 지역 예선전이다.

해방된 지 아직 10년이 채 안 되었으니 분위기가 얼마나 비장했을까?
씅만 리 할배 대통령은 승부에 대한 극심한 중압감과 부담감 때문에 처음엔 이 경기 자체를 원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냥 월드컵 출전을 포기하고 말지, 일본놈들과는 상종을 하고 싶지 않았다.

원래 경기는 우리 홈그라운드에서 한 판, 일본으로 원정 가서 한 판씩 하는데 “쪽발이 왜놈들을 한국 땅에 들어오게 할 수 없다”라는 똥고집, 그리고 그 와중에 일본이 우리를 이겨 버리기까지 했을 때 뒷감당을 할 수 없다는 걱정이 반반씩 할배의 머리를 압박했다.
(하긴,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정부와 협력해서 반인륜 범죄를 저지르는 데 가담하고 부역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입국할 수 없다고 지금까지도 출입국 관리법에 명시돼 있긴 하다. 뭐 이젠 그런 사람들은 거의 다 죽고 없겠지만..)

뭐 어쨌든, 일본 선수들이 한국으로 올 수 없으니 우리 선수들이 두 판 모두 일본에 가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출정식 때 할배 각하는 친히 선수들에게 “이기지 못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마라 / 졌다가는 국민 세금으로 배 탈 생각일랑 말고 대한해협을 헤엄 쳐서 귀국해라” 이런 급의 공포스러운 막말 훈화를 했다는 카더라가 전해진다. 아니면 축구 협회 대표와 선수팀 감독이 각하를 끈질기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저런 맹세를 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저런 처절한 배수진 하에서 스포츠계의 합법 도핑인 반일로이드가 약발이 제대로 적중했다..;; 우리나라는 1차전에서 5:1로 일본을 압도적으로 꺾었으며, 2차전에서도 2:2 무승부를 달성해서 무난히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때야 스포츠 분야의 극일 가중치가 지금 같은 30점이 아니라 당연히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독립 주권 국가로서 한국이 일본을 당당히 이겼으니까.

뭐, 본선 가서는 헝가리에게 9:0, 터키에게 7:0으로 지고 광탈하긴 했지만, 그건 너무나 열악한 여건 하에서 첫 출전을 하고도 정말 혼신을 다해서 얻은 결과였다. 10몇 대, 20대 0으로 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했던 값진 투혼이요 성공적인 실패, 위대한 패배였다. (그리고 일본만 이겼으면 됐고 그것만으로 목표 달성이지, 나머지 결과는 어차피 아오안이었을 것이다..;; )

이 승만은 정말 쥐뿔도 힘 없는 가난한 나라 처지에서도 그래도 미국을 최대한 이용해서 일본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반일 노선을 고집했다. 평화선에, “대마도 내놔”에, 재일 교포 북송에 결사 반대하여 일본 적십자사 테러 시도에, 그것도 모자라서 왜관 발언은 최고의 압권이었다.
“지금 우리가 아무리 전쟁 중이고 위급하다지만, 감히 일본놈들이 우리 집안 내부 싸움에 개입하려 든다면(심지어 남한을 돕는 것도 포함) 우린 일본놈들부터 죽이고 나서 괴뢰군을 쏘겠다.

하긴, 이 할배의 입장에서는 일본이 유엔군 병참기지가 돼서 경제적으로 어부지리 덕을 보고 있는 것조차도 차마 눈꼴 시려 못 볼 지경이었을 게다.

저 때야 해방된 지 얼마 안 됐으니 그렇다 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 2002년 월드컵은 개최 장소도 이례적으로 한일 공동 개최로 귀착됐었다. 20여 년 전에 이거 개최지 결정하던 과정도 내 기억으로 분위기가 장난 아니게 험악했다. 둘 중 한 나라 단독 개최로 결정 났다면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그래, 한국과 일본은 뭐 그런 사이이다.

하지만 감정은 감정이고, 이성적으로 분별할 건 따로 분별해야지..
까놓고 말해서 일본이 평화 헌법을 건드리거나 심지어 자위대를 군대로 승격하는 것보다, 당장 코앞에 있는 미친 또라이 국가의 핵탄두가 실험을 거듭하면서 위력이 더 강력해지고, 미사일의 사거리가 갈수록 더 길어지는 게 훨씬 더 위험한 일이다!

지금은 20세기 초 같은 제국주의 군국주의 이념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다. 일본의 작은 또라이짓에 대해서는 난리를 치고 발광을 하면서, 바로 옆에 현존하는 훨씬 더 직접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고 방어 체계를 구축하지 말라고 X랄인 것은 정말 머리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쟤들은 종북들을 이용해서 남조선을 살살 삥뜯거나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떼어 놓기 위해서 핵을 만들 뿐이다. 터뜨려서 자폭하거나 심지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서 핵을 만드는 게 절대로 아니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걔네들도 잘 알 것이다.

본인 역시 지금 당장 더 절박하고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종북 쪽을 더 비판하고 까며 지낸다. 하지만 우파가 반일· 극일 분야도 좌향좌들보다 훨씬 더 건전하게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본인은 행동으로 입증하고 싶다. 사상과 행적 모든 면이 우월하다는 것을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12/05 08:33 2017/12/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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