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부 고속도로 금토 JC

용인-서울 고속도로(171)가 개통한 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2009년 7월이니 서울 지하철 9호선의 1차 개통일과 아주 비슷하다.

근처의 경부 고속도로는 수원 이북으로 서울 TG를 넘어 판교 부근까지 10km가 넘게 곧은 직선이다. (다만, 오르내리막 기복은 이따금씩 있음) 한때 비상 활주로를 표방했을 정도로 직선이며, 게다가 지리적으로도 경도의 변화가 거의 없이 위도만 변하는 그 직선이다.
그에 비해 서쪽의 용인-서울 고속도로는 서수지-서분당 등의 구간도 적당히 구불구불한 곡선인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얘는 길이가 어중간하게 짧아서 휴게소가 전무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분기점이 전혀 없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허나 바로 작년 말에 경부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금토 분기점이 개통되면서 이 역시 옛말이 됐다.

두 고속도로는 X자 모양으로 교차한다. 경부 하행에서 용인 하행으로 갈아탈 수 있고, 반대로 용인 상행에서 경부 상행으로 갈아탈 수 있다. 다시 말해, 헌릉 IC를 거치지 않고도 용인 고속도로를 드나들 수 있게 해 준다.
금토 JC는 이 두 길목만 존재하는 아주 자그마한 분기점이다. 하행이 더 만들기 쉬워서 작년 여름에 먼저 개통하고, 상행은 산을 깎고서 270도 꼬부랑 턴을 해야 하는 관계로 어려워서 반 년 남짓 늦게 개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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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방향이야.. 뭐 상행과 하행을 전환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용인 하행에서 경부 하행으로 간다거나, 경부 상행에서 용인 상행의 헌릉IC 방면으로 가는 길목도.. 딱히 가성비가 맞지 않다고 여겨져서 만들지 않았다. 정말 최소한의 조치만 취한 셈이다.

금토 JC는 외곽순환 고속도로와 교차하는 판교 JC를 제치고, 경부 고속도로의 최북단에 있는 분기점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뭐, 판교 JC는 X가 아닌 +형이며, 경부에서는 상행만이 저쪽으로 갈아탈 수 있고, 외곽순환에서는 경부의 하행으로만 갈아탈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2. 톨게이트가 이원화된 IC

폐쇄식 고속도로에는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를 연결하는 IC(나들목)가 있고, 그 길목에는 톨게이트(요금소)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1IC 1TG가 원칙(?)이며, 고속도로에 진입한 차량은 톨게이트를 통과한 뒤에 상· 하행 방향을 선택하여 분기하게 된다.

그런데 드물게 톨게이트가 둘 달린 IC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한 지역에서 동서남북 접두사가 붙은 IC가 여럿 흩어져 있는 것 말고, 한 IC에 대한 톨게이트가 복수인 것 말이다.
경부 고속도로 수원신갈 IC의 경우.. 교통량의 증가를 감당치 못해서 원래 있던 비스듬한 IC는 고속도로 진입 전용으로 바꾸고, 더 남쪽에 시내 진출 전용 IC를 추가로 만들게 됐다. 즉, 수원신갈 TG 쌍은 각 방향별 일방통행 형태로 바뀌었다. 2010년대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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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중앙 고속도로 제천 IC도 톨게이트가 둘인데, 여기에는 좀 더 기괴한 사연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렵지만, 처음에 중앙 고속도로의 그쪽 구간은 왕복 2차로에다가 '개방식' 요금제 형태로 건설되고 있었다. 장거리 간선 고속도로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만들기 시작했나 모르겠다. 중앙 고속도로가 최초로 만들어지던 모습을 보는 건 마치 스타크래프트나 Doom의 먼 개발 초기 알파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지 싶다.

그러다가 한창 건설을 하던 중에 감사원의 지적으로 인해 법이 바뀌었다. 1992년 4월엔 앞으로 모든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최소한 4차로 이상의 형태로 만들 것이고 지금 당장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고속도로에도 이 원칙을 소급 적용한다는 건설부의 방침이 내려왔다. 그래서 중앙 역시 지금처럼 폐쇄식 4차로라는 정상적인 형태로 뒤늦게 뜯어고치게 됐다.

원래 중앙 고속도로(수직)의 제천 IC 밑으로는 국도 5호선(수평)이 지났으며, 이들은 별다른 톨게이트 없이 평범하게(?) 입체 교차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뒤늦게 확장하고 폐쇄식으로 고치면서, 고속도로와 교차하던 국도의 양 옆에 톨게이트가 설치됐다.

이미 입체교차로 자체는 건재하고 있으니 방향별로 단일 톨게이트로 안내하는 길을 따로 또 만드는 수고를 하지는 않은 것이다. 국도의 일부 구간이 톨게이트로 가로막혀 버렸기 때문에 국도 5호선의 기존 구간은 장평천 이남으로 살짝 이설되었다.

뭐, 당연한 말이지만 서쪽과 동쪽의 어느 톨게이트로 진입하더라도 중앙 고속도로의 상· 하행 아무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진출 역시 상· 하행 어느 쪽에서도 동쪽과 서쪽 아무 톨게이트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인터체인지가 사통팔달 통하는 전형적인 클로버형인데, 서남쪽만(3사분면..;; ) 장평천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서인지.. 고속도로 하행에서 국도 동쪽으로 진출하는 연결선의 선형이 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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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교통량 증가 때문이든, 출생의 비밀 때문이든 톨게이트가 2개 이상이 된 고속도로 나들목이 또 있는지 궁금하다.

  • 중부(35): 꽤 옛날에 만들어졌지만 서울· 수도권과 가까운 위치 덕분에 2차로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애초부터 4차로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것마저도 너무 비좁아져서 제2중부(37)를 또 만들게 됐을 뿐이다.
  • 중부내륙(45)/통영대전(35)/서해안(15): 역시 처음부터 4차로로 만들어졌거나, 타이밍의 특성상 도중 설계 변경의 타격을 별로 입지 않은 듯하다.
  • 옛 88 올림픽(12): 전구간 2차로로 당당히 만들어졌으며, 알다시피 도로의 저퀄리티와 높은 사고율 때문에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큰 악명을 떨쳤다. 영동 고속도로도 마찬가지였지만 얘는 88보다는 훨씬 일찍 새 도로로 대체됐다.
  • 중앙(55): 얘만 타이밍이 영 좋지 않았는지 거의 혼자 독박 쓰고 낭패를 본 듯하다. 1990년대 초까지 2차로로 길을 한창 닦고 있던 중에 대판 뜯어고쳐야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 처음부터 6, 8차로급으로 지어진 고속도로는 생각보다 드문 것 같다.
경부 고속도로 서울-수원 구간은 4차로이다가 6을 거치지 않고 곧장 8차로로 확장되고 그 뒤에 서울 구간은 10차로로까지 확장되긴 했지만, 오리지널은 4였다.

외곽순환 고속도로도 지금이야 전구간이 8차로이고 동남쪽의 중부 고속도로와 만나는 일부 구간은 10차로이기까지 하다만.. 먼 옛날에 판교-구리 고속도로 형태로 처음 만들어질 때는 당시 대한뉴스 화면을 보면 역시나 4차로(...)였다. 그나마 용인-서울은 비교적 최근에 그것도 수도권에 건설된 덕분에 처음부터 6차로였다.
철도를 처음부터 복복선으로 부설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만큼이나.. 기존 도로를 연장· 확장하는 게 아닌 이상 처음부터 왕창 거대하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도, 흔한 일도 아닌 듯하다.

다만, 요즘 세상에 어지간한 오지가 아닌 이상이야 고속도로를 겨우 2차로로 만드는 건, 요즘 세상에 철도를 꼴랑 단선으로 만드는 것과도 같은 소탐대실 단견일 것이다.
가령, 고속도로는 아니지만 '대교'라는 이름이 붙었으면서 왕복 2차로인 교량으로 내가 아는 건, 민통선 안의 교동도를 연결하는 교동대교가 유일하다. 그 정도라면 교통 수요 대비 원가 절감을 위해 2차로로 만든 걸 납득하겠다.;;

3. 천안에 있는 휴게소와 나들목

천안은 철도에서는 장항선이 분기하는 곳이며, 고속도로에서는 호남 방면의 논산천안 고속도로가 분기하는 곳이다.
그리고 북부의 북천안 IC 인근은 수원-신갈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비상 활주로 공용 구간이었기 때문에 도로가 곧은 직선이기도 하다.

경부 고속도로의 행정구역상 천안 구간에는 북쪽에서 남쪽 순으로 나열했을 때 입장, 망향, 천안삼거리, 천안이라는 4개의 휴게소가 있다.
그런데 얘들은 그 순서대로 각각 상행, 하행, 상행, 하행에만 있다. 양방향에 모두 존재하는 휴게소는 없다.
또한, 각 휴게소들 사이에 입장-(북천안)-망향-(천안)-천안삼거리-(목천)-천안의 순으로 IC(나들목)가 등장한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입장 휴게소는 자가용보다는 대형 화물차의 운전자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서 주차 공간이 넉넉하며, 주변의 다른 휴게소들보다 인지도가 낮은 덕분에 상대적으로 덜 혼잡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건물과 주차장이 도로와 일렬로 나란히 배치되어 있곤 한데, 얘는 휴게소 부지가 도로와는 수직으로 확보되어 있다. 휴게 시설들이 고속도로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망향 휴게소는 인근에 '망향의 동산'이라는 일종의 국립묘지가 있어서 이름이 저렇게 붙었다. 저기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묘지일 뿐, 현충원은 아니기 때문에 꼭 국가유공자나 군· 경만 묻혀 있는 건 아니다. 그 대신 타지에서 죽은 재외 동포가 묻히는데, 이런 이유로 인해 1983년 대한 항공 007편 격추 사고 희생자 위령비도 저기 안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양재 시민의 숲에 있는 건 1987년의 858편 폭발 사고 희생자 위령비)

천안삼거리 휴게소는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다른 특이점은 딱히 없는 것 같다. 저기가 무슨 계기로 언제부터 호두과자로 유명해졌나 모르겠다.

경부 고속도로 천안 북부 구간은 마치 수원-신갈-죽전 일대처럼 도로가 북쪽으로 곧게 쫙 뻗어 있어서 과거에 비상 활주로로도 쓰이던 구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속도로를 활주로로 공용하던 관행이 없어졌으며, 거기에는 북천안 IC까지 생겼기 때문에 비행기가 뜨고 내릴 가능성은 더 확실하게 없어졌다.

끝으로.. 영동 고속도로의 마성 IC가 에버랜드를 위한 IC라면, 남쪽에 있는 목천 IC는 독립 기념관을 위한 IC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마성은 1976년에, 그리고 목천은 1986년에 해당 시설들이 생긴 뒤에 추가로 만들어졌다.

4. 중앙 고속도로 단양 휴게소

지난 추석에 고향을 다녀올 때는 정체 구간을 우회하느라 모처럼 중앙 고속도로를 실제로 달려 보게 됐다.
그 와중에 화장실(급똥...;;ㄲㄲㄲ) 때문에 단양 휴게소를 우연히 들렀는데, 마침 얘도 공교롭게도 평범한 휴게소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본선상에서 휴게소 건물이 전혀 보이지 않으며, 휴게소 진입로가 무슨 어지간한 나들목/톨게이트의 진입로 같았다. 거의 ? 모양으로 한참을 꼬불꼬불 올라간 뒤에야 휴게소 건물이 나타났다.
휴게소를 언덕을 깎아서 옆에 가까이 만든 게 아니라, 그냥 언덕 위에다 만들었다. 그래서 본선과의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출입로가 불가피하게 길어진 것이다. 이런 휴게소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휴게소를 굳이 그런 형태로 힘들게 만든 이유는? 여기 일대는 주변이 온통 산이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상행과 하행이 서로 7km에 가깝게 떨어져 있으며, 둘 다 형태가 저렇다.;; (특히 경부 고속도로 입장 휴게소처럼 휴게소 건물이 고속도로와는 수직으로 배치) 이럴 거면 얘도 상· 하행 통합으로 큼직한 놈 하나만 만들지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단양 휴게소는 접근하기가 조금 힘든 대신, 다른 여느 휴게소에는 없는 유니크템을 보유하고 있다.
하행 방면의 경우, 건물 뒤에 넓은 풀밭과 '힐링 테마 공원'이라는 게 있다. 자그마한 야외 민속 박물관 컨셉으로 물레방아, 절구, 장승, 각종 뚝배기 같은 게 꾸며져 있어서 쉬어 가기 좋다.

그리고 상행은.. 아예 인근의 언덕 꼭대기에 있는 국보 제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에 다녀올 수 있다. 휴게소 내부에 저렇게 언덕을 오르는 길과 안내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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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한때 신라가 여기까지 영토를 확장했었다는 땅밟기 인증 표식이다.
경부 고속도로의 휴게소에서 고속도로 개통 관련 기념비와 위령비를 답사할 수 있다면, 이 휴게소에서는 저런 걸 잠시 보고 올 수 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공교롭게도 이 휴게소에는 중앙 고속도로 개통 기념비도 있다!
본인은 동선과 스케줄 때문에 깜깜한 밤에야 여기를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러니 주변 풍경은 다른 블로그의 링크로 대체하도록 하겠다.

이렇듯.. 중앙 고속도로는 단순 아우토반 이상으로 재미있는 사연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험준한 산악 지형이라 하면 영동 고속도로가 떠오르는 편이지만, 영동 고속도로에서 진짜 영동 산악 지형은 동쪽 끝에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나머지 경기도 구간에서는 넓은 평지가 더 많다.
하지만 중앙 고속도로야말로 온통 산이다. 오르막엔 저속 차량용 전용 차로가, 내리막엔 구간 단속 카메라가 도대체 몇 개가 나오나 모른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01 08:38 2019/12/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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