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V1, V2 로켓

V1, V2..;;
안 철수가 지금으로부터 30년 가까이 전에 만들었던 안티바이러스 유틸 V3의 전신(백신 1, 백신 2)의 명칭이었고,
비행기 파일럿에게는 이륙 결심 속도, 이륙 안전 속도라고 더 익숙한 용어일 것이다.

그런데 이건 나치 독일이 2차 세계 대전 말, 패색이 짙어져 갈 때 영국을 한방 먹이기 위해 거의 발악을 하며 개발했던.. 초창기 순항/탄도 미사일의 상품명(?) 코드명이기도 했다. 거기서 V는 승리가 아니라 보복 무기(Vergeltungswaffe)라는 뜻의 단어의 이니셜이다.;;

V1은 구조적으로 볼 때 날개 달린 비행기이고 무인 비행 폭탄이었다. 길고 복잡한 전용 발사대에서 양력을 이용해서 이륙하는 방식으로 발사됐다. 비행 속도는 600~700km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에 당시의 유인 전투기로 접근해서 날개를 툭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떨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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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V2는 날개 없이 추력만으로 수직 발사되고, 마하 5에 달하는 속도로 우주까지 날아갈 수 있는 로켓이었다. 얘는 당시 연합군의 기술로도 요격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날아오면 그냥 맞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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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과 V2 모두 1944년부터 45년 초까지 몇천 발씩 발사됐다. 하지만 그 당시 기술로는 비행체를 목표물을 향해 정밀 정확하게 무인 조종하고 유도하는 기술이 심하게 메롱이었기 때문에 적에게(=연합군) 유의미한 타격은 별로 못 줬다고 여겨진다.

오죽했으면 그때는 정말 위험천만한 급강하 폭격기까지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귀한 조종사를 써서 적함을 향해 그렇게까지 무모하고 위험한 기동을 해야만 폭탄을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유인 초음속기 같은 게 없고 전투기조차 프로펠러 왕복 엔진이던 시절에, V1은 나름 초보적인 수준의 제트 엔진(펄스 제트)을 내장하고 있었다. 쌔애액~ 피융 하고 날아갔지, 붕붕붕 털털거리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나치 독일은 패망했지만, V1/V2의 연구 개발을 담당했던 폰 브라운은 미국으로 스카웃 돼 갔다. V2의 구조는 훗날 인류를 달로 보낸 새턴 V 로켓에까지 계승됐다. (이때 V는 그냥 5의 로마 숫자 표기.. 맥OS X처럼.)

전후인 1946년 10월 24일, 브라운 박사 연구팀은 미국에서 V2 로켓을 다시 생산 후, 폭탄이 아니라 카메라를 장착해서 쏴 올렸다.
로켓은 성층권과 중간권을 벗어난 열권이며, 여객기 순항 고도의 10배에 달하는 105km 부근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이 로켓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에서 지구의 둥근 윤곽을 찍은 흑백 사진을 남겨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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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이야 연료가 고갈된 뒤엔 다시 땅으로 자유 낙하했기 때문에 기체고 카메라고 뭐고 다 박살 났다. 허나, 철제 케이스에 담긴 필름은 다행히 손상 없이 무사히 지상에서 회수되어서 현상됐다. 그 덕분에 사진이 찍힌 게 전해질 수 있었다~! 한 장만 찍은 것도 당연히 아니고, 수 초 간격으로 수십, 수백 장을 찍었다.

이렇게 부분적인 모습 말고, 동그란 지구 전체가 한 화면에 담긴 최초의 사진은.. 지구의 대기권뿐만 아니라 중력까지 벗어난 먼 우주로 나간 뒤에야 찍을 수 있었다. 1968년 12월 말, 아폴로 8호에서 찍은 게 최초이다.
이렇듯, 우주 발사체와 군사 무기 미사일은 정말 발효와 부패의 차이만큼이나 본질이 완전히 동일하고 종이 끗발 하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치 독일은 2차 대전 당시에 미사일 비스무리한 거 만들었지, 잠수함 만들었지, 야전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탱크도 만들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열차포도 만들었다.
독일의 과학 기술은 정말 대단하다. 단지, 그게 미국 같은 풍부한 자원과 체계적인 품질 관리 및 제품 양산 시스템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뿐이다.

그 동안 일제는 해전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전함을 만들었다(야마토). 일제는 독일 같은 미사일까지는 미처 못 만들고, 소박하게 폭탄 풍선을 띄워서 미국 서부의 상공까지 날려 보내고 터뜨리려 한 적은 있다.;;;

그때 일본이 대형 전함과 항공모함, 함재기를 만든 것은 임팩트가 굉장히 크지만, 잠수함을 만들고 이걸로 미국 군함을 격침시키기도 했다는 것은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진다. 같은 시기에 잠수함은 아무래도 일본이 아니라 독일의 유보트가 본좌였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여담: 머피의 법칙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필 내가 관람을 하는 경기는 꼭 지더라, 세차를 하고 나면 반드시 비가 오더라"처럼.. 세상 만사가 꼭 재수없는(?) 쪽으로만 골라서 일어난다는 징크스를 표현한 경험 법칙이 있다.
그런데 자기 이름을 따서 이 법칙을 최초로 제안한 미국의 에드워드 머피(1918-1990)라는 사람은 심리학자나 사회학자가 아니었다. 군 소속의 항공우주 공학자였다~!

그는 1949년, 비행기가 왕복 엔진에서 제트 엔진으로 넘어가던 그 시절에 최첨단 기술의 산물이던 초음속기를 연구 개발하는 팀에 소속돼 있었다. 레일 위에서 로켓 엔진이 달린 수레 열차를 굴리면서 인체가 강한 중력가속도를 얼마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측정했는데, 결과값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원인을 조사해 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별 통제 없이 넘겼던 조건들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수준으로 몽땅 다 엉망진창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머피의 법칙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방심하면 일이 꼬이고 사고가 반드시 난다" 6-sigma라든가 하인리히 1:29:300 법칙처럼 공동 작업을 하는 현장에서 품질 내지 산업 안전 쪽으로 적용 가능한 건전한(?) 법칙이다.
그저 자조적인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더라 /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같은 염세 허무주의 메시지를 의도한 게 아니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머피 아재는 자기 법칙이 자기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의미로 주변에서 너무 오남용되는 걸 보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본인은 DJ DOC 노래를 통해서 저런 법칙이란 게 있다는 걸 처음으로 접했다.;; 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0/10/13 08:35 2020/10/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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