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 교육

1. 경제 원리

이 한국.. 아니 옛날 조선의 밥상머리 경제 교육이라는 건 이런 식이었다.
애가 밥을 남기거나 밥알 하나라도 흘리고 칠칠맞게 굴면 "쌀알 한 톨 생산하기 위해서 농부가 얼마나 땀흘리고 고생하고 노력하는데, 니는 음식 귀한 줄 모르냐~ 어쩌구저쩌구 -_- ㄲㄲㄲㄲㄲㄲㄲ" 이렇게 갈군다.

그러다가 현대에 와서는 농부 얘기는 예전보다 줄었다. 이번엔 밥 못 먹고 굶주리는 소말리아 애들이 어떻고 하는 식으로 선비질 꼰대질의 레퍼토리가 달라지는 편이다. 정~~~말 고지식하기 그지없다.

아 물론 음식은 귀한 것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하고, 허투루 낭비하고 버려서는 안 된다는 말 자체는 맞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반세기 남짓 전까지만 해도 전쟁 폐허 속에서 못살고 굶주리던 시절이 있었으니, 비극적인 역사를 더욱 잊지 말아야 한다.

근데 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고작 저게 전부라면...??
쌀알 한 톨 생산하는 것조차 그렇게 힘들어 갖고는 너무 겁나고 무서워서 밥 한 끼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을까?

농사를 짓는 게 그렇게 힘들고 고생스러우니, 현실에서는 한번 농사를 지을 때 최대한 대규모로 짓는다. 쌀을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왕창 많이 생산해서 쌀알 한 톨당 들어가는 고생을 1/n로 분산시킨다.

애들한테 음식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얘기를 넘어, 저런 경제 원리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렇게 왕창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거대 자본 인프라가 필요하고, 또 인간의 노력을 줄이려면 기계도 필요하고 과학기술도 필요하다는 것..
그렇게 빈부격차와 편차가 어느 정도 있어야 다같이 발전하고 파이가 커질 수 있고.. 부와 세금은 모두 낙수효과가 존재하는 개념이라는 것.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운송하고 유통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거..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투자도 필요하다는 거.
국가간의 통상에서도 수입 없이 수출만 잔뜩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거. 디플레가 인플레보다 안 좋다는 거(물가가 내려가는데도?).

공교육이 이런 관념을 애들한테 일깨워 줘야 하리라 여겨진다.
투기꾼 속물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되도 않은 얼치기 지상락원 공동분배 이딴 것에 현혹되고 선동되지 않기 위해서다!
공교육에서 무슨 성경의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는즉 만족하라,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근원" 이런 신앙 교리를 가르칠 수는 없을 테니, 최소한 worst로 가지는 않게 애들을 이끌어야 한다.

2. 정치인--후보건, 당선자 현직이건 불문--이 뿌리는 돈의 맹점

요즘은 정치판에 복지 포퓰리즘이 하도 유행이고 대세이다.
뭐, 극단적으로 생각해서 재벌들 왕창 쥐어짜고 세금 왕창 걷어서 전국민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현금 1억씩 팍팍 뿌려 줄 수는 있다. 거짓말은 안 한다고 치자.

근데 누구나 1억씩 갖고 있으면 점심밥 한 끼 값도 1만을 넘어 10만이건 100만이건 반드시 오르게 된다.
왜냐고? 1억씩 갖고 있는데 예전처럼 7000원짜리 된장찌개, 8000원짜리 제육볶음만 먹을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모두 다 쏘고기 등심이나 마구로 뱃살을 먹으려 들면 값이 과연 어찌 될까?
결국은 각 개인이 가진 부의 실질적인 수준은 지금과 비슷하게 도로아미타불 평준화되게 돼 있다. 돈의 가치만 더 떨어질 뿐.

이런 부작용은 그 어떤 복지 포퓰리즘 신봉자들도 절대로 얘기해 주지 않을 것이다.
물가는 식품이건 석유건 부동산이건, 본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원자재의 값이 내려가야만 잡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는 것뿐이다! 이것이 진리이다.
그걸 지금까지 상당 부분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이 바로 과학기술이었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예전부터 꾸준히 해 온 말이 하나 더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 사재를 털어서 뿌리는 건 1950년대 자유당 시절 부정선거의 사례도 있고 해서 아주 강경하게 금지하고 단속하고 있다. 뇌물이니 불법 향응이니, 선거법 위반이니 하는 죄목을 씌운다.
시골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마을 잔치에 초대받아 가서 밥 한 끼 얻어먹고 싸구려 경품을 받았던 농부 할배까지 불러다 족칠 정도로 처절하게 응징한다.

근데, 자기 사재가 아니라 세금 풀어서 비슷한 짓을(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하면 이건 복지가 된다.
이 딜레마를 시스템적으로 분간해서 해소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정치판에 만연한 망국적인 모랄 해저드를 결코 근절할 수 없어진다. 정치판의 수준이 싹 다 하향평준화 타락하고 나라의 미래가 없어진다.

제아무리 우파 정당이라고 해도 표 얻으려고 대세를 따라 퍼주네 뭐네 헛소리를 할 수밖에 없어진다. 그거 갖고 SNS에서 백 날 실망이네, 우리나라에 진정한 시장 경제 보수 우파가 없네 한탄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시스템이 이미 요따구가 됐는걸 니가 출마했다고 달리 처신할 수 있겠나?

학교에서 중등 과학 시간엔 열역학 이론을 동원해서 영구기관이란 건 존재 불가능하다는 걸 가르친다.
그것처럼 사회· 경제· 윤리 시간엔 비슷하게 다같이 공평한 부자인 세상이라든가 공산주의의 이상향 따위는 절대 존재 불가능하다는 걸 세뇌에 가깝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또한, 소말리아에서 애들이 굶주리는 게 당연히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잘못 때문인 건 아니다. 우리가 걔네들한테 괜히 '미안해하면서' 밥을 먹을 필요는 없다. -_-;; 이건 서울대나 의대에 합격한 애들이 자기 때문에 떨어졌을 이름 모를 경쟁자에게 '미안해하면서'(!!?) 다닐 필요는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지금 온갖 과학기술을 동원해서 자연을 쥐어짜고 착취해서 식량 생산 자체는 모든 사람이 먹을 만치 풍족하게 하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근데 그게 분배가 안 되어서 소말리아 애들이 굶주리고 있으니, 탐욕스러운 다국적 기업 농장을 조져서 강제 분배해야 된다..??

이게 바로 사악한 공산주의가 교묘하게 친 함정이고 삼천포 결론인 것이다.
그 다국적 기업 농장들이 자기 이윤과 탐욕을 추구하기 위해 열나게 농산물을 생산하고 품종개량을 하고 밖으로 수출하지 않았으면 소말리아가 아닌 다른 굶지 않는 나라 국민들도 지금 같은 가격으로 밥을 먹는 게 과연 가능할까?? 분배할 거리가 생기기라도 할까?

그 함정에 속지 않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생산성의 일을 했는데도 잘사는 나라에서 받는 급여의 가치와 못사는 나라에서 받는 급여의 가치가 왜 이리 차이가 나는가? 어째서 미국의 하루 생활비로 소말리아에서는 한 달을 사는 걸까? 못사는 나라 사람들은 개 취급을 받는 한이 있어도 왜 기를 쓰고 잘사는 나라로 들어가려 하는가?" 이 원리를 알아야 할 것이다.

굶주리는 소말리아 애들을 구제하는 건 그 동네의 정치적 상황까지 감안해서 다른 관점에서 본질을 파헤쳐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껏 도와줘 봤자 성금이나 구호물자가 굶주리는 애들한테 애초에 가지도 못할 테니 말이다. (열악한 도로로 세월아 네월아 실어 나르는 도중에 다 상하고 썩거나, 아니면 그냥 횡령되고 빼돌려짐)
이건 북한을 도와주는 문제에 대해서도 99% 이상 그대로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원리라 하겠다.

그나저나, 가정이 거짓인 명제는 무슨 결론이 나오든 무조건 참이라는 것은.. 듣보잡 군소후보의 공약집이 딱 정확한 예시인 것 같다. 허 경영처럼 말이다.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자기가 만약 당선된다면 전국민에게 1억씩을 뿌리든 10억을 뿌리든 얼마를 뿌리겠다고 말해도 알 게 뭔가?? 거짓말은 안 하는 거다.

그래도 3억인지 5억인지 출마 공탁금만은 전적으로 자기 사재여야만 되는가 보다. 세상엔 도대체 뭔 밑천으로 대선에 군소후보로라도 출마하는지 모를 사람도 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27 08:35 2022/02/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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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셀레인 2022/02/27 20:58 # M/D Reply Permalink

    1. 생산성 증가를 위해 과학기술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파이 자체가 커지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한 것임을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 적극 동의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자기가 어떤 분야의 파이를 키우는데 일조를 할 수 있는지 찾아보라는 얘기까지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파이를 만들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그런 기본적인 경제관념이 거시적인 개념으로 나와 동떨어진 얘기가 아니라 내 삶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요셉이 파라오에게 7년 풍년과 7년 흉년이 있을 것에 대한 꿈 해몽에 더하여 7년 흉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의견을 제시했듯이,
    정말 제자를 걱정하는 선생이라면 현실이 그러하니 어떻게 그런 현실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까지 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다만, 그런 얘기까지 하려면 경험도 많고 지식도 많아야 할 것 같습니다...

    2. 남을 '진정' 돕는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대로, 기껏 도와줘 봤자 성금이나 구호물자가 굶주리는 애들한테 애초에 가지도 못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니까요..
    성금이나 구호물자 있어서 착한 마음으로 주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죠. 말씀하신대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그것을 유효한 수단/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남을 돕는 일에도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도와주다가는 소위 말해 '호구'되기만 하는 일들도 현실 세계에는 많으니까요..

    1. 사무엘 2022/02/28 11:27 # M/D Permalink

      글 내용에 공감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

      요셉도 단순히 미래 예언만 한 것이면 정말로 이렇게 될지 그 당시에 판단할 수 없었겠죠.. 하지만 대처하는 법을 얘기하는 걸 들어 보니 이집트 관료들이 보기에도 말이 되고 보통사람의 지력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요셉은 단박에 총리로 진급하게 됩니다.

      아울러, 아프리카 원조의 경우, 역효과에 대한 비판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랍니다. dead aid를 중단해야 한다는 반성과 비판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고 책도 나왔습니다.
      이건 제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도착 실패나 횡령 문제가 아니라 멀쩡히 '잘 도착하더라도 문제'인 경우를 다룹니다.
      호의를 베풀어 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을 제대로 잘 돕기란.. 참 쉽지 않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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