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시내든 광역이든, 고속버스 말고 중간 정차가 잦은 노선)은 냄새 나고 멀미 나는 차 안에서 배기가스 마시면서 주변의 차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고, 개념 없이 운전하는 넘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직업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예이고 요즘은 거의 근절됐긴 하지만, 승객의 운전기사 폭행까지 있었죠. 주변의 차들과 승객이 모두 기사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럼 지하철은? 분위기가 버스와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차량 승차감은 일단 버스보다 월등히 좋습니다. 냄새나 멀미 없고 정체 없고, 배기가스도 없습니다. 철길엔 오로지 나밖에 없으며 기관사는 승객하고는 원천 분리되어 있습니다.
앞차가 빨리빨리 못 가서 신호 받고 서행하는 건 있겠지만, 그건 지상 도로의 신호 내지 정체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지요.
하지만 하루 종일 마주치는 시꺼먼 터널과 깜빡이는 불빛, 열차 특유의 시끄러운 소음은 사람의 눈과 귀와 정신의 건강에 절대로 좋지 않습니다. 버스 기사가 이해하지 못할 지하철 기관사만의 고충이죠. 그리고 지하도 매연은 없을지언정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고, 먼지 때문에 공기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
또한 문을 닫으려는데 무리하게 가방 끼워서 타는 승객들은 지하철 기관사를 굉장히 애먹이는 요인입니다. 선로 투신 자살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전철역 역이 너무 많아서 개집표기는 다 교체를 못 하고 보증금 제도로 갔으면서, 그래도 스크린도어는 그 많은 역에 어느샌가 용케도 다 설치해 버렸지요. 제발 자살 좀 하지 말라고... 제가 사는 집 근처의 지하철 역은 환승역이 아니고 그저 그런 평범한 역인데, 거기도 역사상 2004, 2007, 2008년에 총 세 번이나 투신 자살 사고가 났습니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겠죠.
스크린도어는 승객의 안전보다도 기관사가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설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제 이것 때문에 예전보다 정지 위치를 더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고충은 생겼겠지만 말입니다.
철도는 일단 조향이라는 개념이 없고 차선 바꾸기, 방어 운전 같은 개념도 없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도로 운전보다 쉽습니다. 운전 과정이 상당수 자동화되어 있고 사실 무인 운전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관사 1인이 담당해야 하는 인원이 버스 한 대와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에, 요즘 대세인 '차장을 없애고 1인 승무'에 따르는 부담감이 무척 큽니다. 게다가 시각표를 반드시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스 운전사가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또한 운전 중에도 기관사가 졸고 있지는 않은지, 비상시 대처 요령을 숙지하고 있는지 사령부로부터 불시에 점검 신호가 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늘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 기관사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는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하다고 합니다.
물론 사기업인 버스 회사와는 달리 훨씬 더 고도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된 철도를 운영하는 지하철 회사는 공기업이고 복리후생도 더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버스 운전사와 지하철 기관사 모두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도시로 하여금 존재 가능하게 하는 직업이니만큼, 늘 이용하는 육상 대중교통도 눈여겨 보고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이용하는 게 어떨까요?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