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압축 프로그램으로 7zip과 압축시대-_-를 써 보다가 다시 빵집으로 복귀했다.
빵집!
한창 알집이 불안정함, 버그, 황당한 독자 포맷 때문에 파워 유저들을 중심으로 까이고 있던 무렵에, 개인 명의로 순수 공개로 개발된 프로그램인지라 한동안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개발자의 개인 사정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버전업이 못 되고 있어서 차츰 사용자가 다시 줄고 있다.
하긴, 빵집이 나오기 전에 알집이 국내 압축 유틸리티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엎긴 했다. 알집이 없었으면 본인도 WinZIP이나 WinRAR 같은 것이나 어렵게 크랙판 구해서 썼을테니 말이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초보자의 관점에서는 압축 포맷 나부랭이를 떠나서 아무 포맷이나 원큐에 압축을 풀고 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을 원했을 것이고 알집은 수요 분석 하나는 잘 했다. (그보다 더 옛날엔, 아예 A, E, X 같은 옵션을 익혀서 온갖 어려운 명령행 유틸리티로 압축을 했으니 더욱 암울했다)
과거 WinZIP이 압축하기/풀기 마법사에다가 완벽한 쉘 통합(탐색기 우클릭)까지 환상적인 인터페이스 껍데기를 선보였다면, 알집은 ‘새 폴더’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빵집은 ‘알아서 풀기’, 복사해서 붙여넣기 등을 추가하여 더욱 편리한 기능을 제공했다. 요즘은 압축 프로그램이 액세서리로 심지어 CD 이미지 파일까지 열 수 있다. 압축 파일은 아니지만, 파일 시스템 정보를 포함한 아카이브 파일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압축 프로그램에게 또 필요한 덕목이 생겼으니, 바로 64비트+유니코드 지원이다. 그야말로 필수가 됐다. 64비트 OS에서는 우클릭 메뉴가 안 나온다거나, 요즘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일본어로 된 영화 자막 파일의 압축을 못 푼다거나 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빵집은 안타깝게도 저게 되지 않는다. 시스템 코드 페이지가 한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프로그램 UI가 죄다 깨진다. 또한, 정확한 재연 조건을 잘 몰라서 빵집 잘못이라고 100% 단정은 못 내리지만, 빵 폴더 같은 쉘 통합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아주 가끔 explorer가 죽는 현상을 경험한다.
왜 빵집을 ‘의심’하는가 하면, 첫째, exception 상황을 알리는 에러 메시지 박스가 델파이로 개발된 프로그램이 죽었을 때 뜨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빵집이 설치되지 않은 컴에서는 그런 현상을 지금까지 전혀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본인도 빵집에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아타려고 대안을 찾아봤는데..
회사에서만은 도로 빵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이유는 단 하나.
다른 모든 압축 프로그램들은 tar.gz 파일을 열면 내부의 tar 파일 하나만 달랑 보여주는 반면,
빵집은 사용자에게서 확인 질문을 받은 후 친절하게도 tar 내부까지 자동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거 정말, 너무 편하다.
리눅스 환경에서 그냥 tar로 압축하여 백업한 파일을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윈도우 환경에서 손쉽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능보다도 저게 무엇보다도 마음에 들고 꼭 필요한 기능인 것이다.
흠, 이런 건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개발자에게 건의를 해 봐야겠다. 본인은 특정 분야의 공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다 보니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그 신고와 건의를 많이 듣는 편이지만, 본인도 역시 아주 가끔은 다른 소프트웨어에 대한 버그 신고와 건의도 직접 한다.
※ 덧.
윈도우 비스타나 7에서 Aero를 사용하고 있을 때 창을 최소화하면, 대부분의 표준 윈도우들은 작업 표시줄 쪽으로 멋있게 사그라든다.
하지만 경험상 델파이로 개발한 프로그램들은 아래로 멋있게 사그라들지 않고, 그냥 창을 닫을 때와 동일하게 그냥 fade-out으로 사라진다. AcroEdit라든가 WinM, 빵집 모두 마찬가지임. 뭔가 특별한 방식으로 윈도우를 다루는 것 같다.
그 반면 완전 자체 스킨을 사용하는 아래아한글이나 알집-_- 같은 프로그램은 그런 효과가 전혀 적용되지 않고 그냥 없어진다.
또한 비스타 이상에서 정상적인 실행이 보장되지 않는 비주얼 C++ 2003 같은 프로그램은, 최소화될 때 빈 창틀만 사그라들면서 다른 어느 프로그램과도 다른 이상한 애니메이션을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