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이야기를 성인이 돼서, 특히 정보 보호 보안의 관점에서 현실성을 생각해 보니.. ㄲㄲㄲ

1.
저 시절에 도둑들은 평범한 열쇠나 카드키, 비밀번호 도어락이 아니고, 지문이나 안면· 안구 홍채 같은 생체 인식도 아니고, 무려 음성 인식 기반의 첨단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구나 싶다.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 기술이 동원됐다~~ ^^
특정 인물의 성문을 정교하게 판독하는 건 아닌지, 아무나 "열려라 참깨"라고 외치기만 하면 된다. 두목뿐만 아니라 알리바바나 형 카심까지 다 문을 열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건 주문, 암구호.. 아니 패스워드를 누군가가 엿들을 수 있기 때문에 보안 관점에서는 별로 좋지 않은 시스템이다. -_-;; 그러니 알리바바한테 바로 털렸다.
저 도둑들은 매일은 아니어도 최소한 매주나 매월 암구호를 바꾸기라도 했어야 했다... 들깨건 후추건 다른 단어로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아니, 근본적으로 장물들이 털린 걸 인지한 그 직후에 당장 암구호를 교체했어야 했다. 알리바바의 방문 이후에 카심이 방문하기까지 텀이 하루 이틀보다는 훨씬 더 길었을 텐데 말이다.

2.
알리바바의 형 카심은 도둑들의 기지? 아지트? 소굴 안에서 휘황찬란 금은보화 장물(..)들을 보고는 넋이 나가는 바람에 패스워드를 까먹었다. 그래서 굴 안에 갇혀 버렸고.. 나중에 기지로 돌아온 도둑들에게 곧바로 살해당했다.

문이 안 열릴 때 카심은 얼마나 당황하고 패닉에 빠졌을까? 얼마 후에 반대편 바깥에서 도둑 일행들이 도착해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릴 때는 진짜 바지에 쉬도 지릴 정도로 멘붕했지 싶다.
또한, 이런 일이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졌다면 카심이 저렇게 곱게 깔끔하게 단칼에 죽을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_=;;

저 도둑들은 다른 용어로 표현하자면 산적? 마적이라든가 조폭?? 같은 무시무시한 집단이다.
카심은 온몸이 결박당한 채 손가락이 하나씩 잘리거나.. 하다못해 꼴깍꼴깍 코렁탕이라도 주입 당하면서 "네놈은 누구야? 여길 어떻게 알고 들어왔어? 저번에 없어졌던 우리 장물들도 니가 가져간 거지? 어디로 처분했어? 어서 불어!" 이런 심문과 함께 정말 처참 끔찍하게 죽었을 것이다.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전기 고문은 없었겠지만. ㄲㄲㄲㄲ

동화에서는 오로지 동심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서 곧바로 푹찍악으로 서사가 단순화됐을 뿐이다.

3.
몇 년 전엔 우리나라에서 오피스텔 건물 출입문들에 누군가가 정체 모를 괴표식을 그려 놔서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입주민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이 자기가 범죄 표적이 된 거 아니냐고 질겁을 하고 경비실 내지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게 뉴스에 보도되었다.

자 그런데.. 부자가 된 알리바바 역시 이런 일을 당했었다!
도둑들은 카심의 시체를 꿰멘 업자를 수소문해서 알리바바의 집을 알아냈다. 그래서 일단 저 대문에다가 X표를 그려 놨다.
그 시절에는 GPS도 없고, 오늘날의 도로명주소 같은 행정구역 체계도 없었기 때문이다. 집 주소나 지리 좌표만 간단히 적어 오는 건 가능하지 않았다.

허나, 알리바바의 하녀 모르기아나가 이걸 보고는 수상함을 느꼈다. 그래서 길거리 모든 집들에다가 똑같이 X표를 해서 개인정보 유출 시도를 막아냈다.
X표를 지우는 것보다는 발품 팔아서라도 몽땅 다 그리는 게 차라리 더 쉬웠는가 보다.

알리바바의 집을 알아냈다고 보고했던 부하는 모르기아나의 대처로 인해 임무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판본에 따라서는 개갈굼 당하는 걸로 끝나거나, 아니면 열받은 보스에게 즉결처형 당했다. -_-;;;

4.
도둑들은 삽질 수고를 감내한 끝에 알리바바의 집을 다시 알아내고 이번엔 정확하게 숙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두목이 알리바바를 암살하려고 기름 상인으로 위장하고 알리바바의 집을 찾아갔다.
이때 자기 부하들 40명을 각각 드럼통.. 아, 아니 그에 준하는 기름 항아리에다가 몰래 집어넣어 놓고 낙타에 실었다.

옹.. 도둑들은 평소에 활동할 때는 말을 타고 다녔을 텐데 낙타도 그만치 보유하고 있었구만.
그런데 칼을 든 성인 남자가 들어가려면 항아리가 얼마나 커야 했으며 부하들은 꼼짝달싹 못 하면서 얼마나 개고생 했을까?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때도 알리바바의 하녀 모르기아나는 정말 현명하게 대처했다. 처음엔 도둑들 정체를 간파하고는 저 40개에 달하는 항아리에다가 끓는 기름을 차례로 부어서 부하들을 혼자서 몰살시켜 버렸다!!!
사람 40명을 그렇게 죽이고도 태연하게 써빙을 계속했으며.. (고기 요리랍시고 죽은 도둑들 인육을 냈던가??? ㄷㄷㄷㄷㄷ)
나중에 칼춤으로 도둑 두목까지 저격했다니... 모르기아나는 일개 하녀가 아니라 거의 살인 기계 공작원 수준의 멘탈을 보유한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을 그런 방식으로 즉사· 무력화시키려면 무슨 쇳물이나 황산· 염산이라도 부었어야지, 겨우 튀김용 기름 정도로 사람이 순식간에 끽 소리 못 하고 순식간에 무력화될 것 같지는 않다. 그 정도면 화상만 입은 채 항아리 깨고 튀어나올 수 있고, 무엇보다 옆의 동료들이 비명을 듣고 튀어나와서 모르기아나에게 얼마든지 역공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튼 여러 모로 동화는 동화로만 알고 봐야 할 것 같다. 디테일이 거 참... ^^
모르기아나의 저런 초인적인 행적 정도면.. 하녀가 뭐야, 진짜 알리바바의 양녀가 되기에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어떤 동화책은 머리말에 "세상에 모든 계모들이 다 (이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이렇게 편찬자의 코멘트가 붙어 있곤 했다. 콩쥐팥쥐, 장화홍련, 신데렐라 등등등..
알리바바의 경우, "단, 알리바바도 정직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건 아닙니다." 이렇게 쓰인 책이 있었다. ㅎㅎ

* 참고로 참깨와 들깨는 깨라는 열매의 형태와 용도만 비슷할 뿐, 근본적으로는 서로 다른 농작물이다. 깻잎을 고기쌈 용도로 생으로 먹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들깨잎을 먹지 참깨잎은 그 대상이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19 08:35 2025/06/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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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동옥 2025/07/04 08:00 # M/D Reply Permalink

    1. 반갑습니다. 모르기아나 오랜만에 듣는 이름인데 친숙하네요.
    잡설하자면 항아리 38개에 똘마니 37명, 나머지 하나는 기름장수인척 기름이.

    2. 혹시 표준킹제임스 성경과 관련한 QnA가 활성화되어 있는 곳을 아시는지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욥 34 : 23 이는 그분께서 옳은 것이 아닌 것을 사람에게 부과하지 아니하실 것이기 때문이니이다. 이로써 그는 하나님과 함께 심판으로 들어가야 하나이다. -표준역

    욥기 34 : 23 그분께서는 정당한 것 이상의 것을 사람에게 두지 아니하사 그가 하나님과 함께 심판 자리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시며 -마제스티

    이런 질문을 하고싶은데, 표준역을 옹호하는 입장인 분들에게 답변을 얻고 싶어서요.

    1. 사무엘 2025/07/04 10:24 # M/D Permalink

      안녕하세요?
      1. 아~ 그러고 보니 항아리 중 딱 한 개는 진짜 기름이 들어있었군요. 그리고 똘마니 항아리는 40보다는 몇 개 더 적긴 했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2. 글쎄요, 표준역 진영은 유튜브 채널이나 교회 공식 홈페이지 말고 커뮤니티나 질문 응답 채널이 있는지는 저는 아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답변을 드릴 수 없구요.

      3. 욥 34:23의 결론을 "심판에 들어가지 않게 한다"라고 부정으로 번역한 역본은 세상에 흠정역밖에(+ 흠정역 영향을 받은 근본역) 없는 것 같습니다.
      해당 본문이 전부 하나님의 주권과 사람의 인과응보 심판 문맥인데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오는 건 좀 어색하게 들리네요.

      아마 영어 문장의 that 구를 "하나님은 사람이 아니니 거짓말하지 않는다"(부정-부정) 구조라고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정도 규모에서는 "세상일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기를 군사로 뽑은 분을 기쁘게 하려고"(부정-긍정)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구분자가 콤마가 아니라 세미콜론이기도 하구요.

      즉, 저건 표킹의 번역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표킹이 여기서는 흠정역 대신 한킹의 번역을 참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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