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의사의 메리트와 고충

예로부터 의사는 사람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고도의 전문직으로 여겨져 왔다. 고소득 수요가 마를 일 없고 불황 탈 일 없고 정리해고 구조조정 그딴 거 없으니..
의사는 취업 시장이나 결혼 시장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최상위 랭킹을 자랑하는 깡패이다. 흙수저의 입장에서는 자기 노력으로 의대 들어가서 의사가 되는 건 100% 확실한 신분 상승 수단이었다.

물론 의사에게 이런 부와 지위가 꽁으로 주어지는 건 절대 아니다. 의사는 요구되는 지능과 멘탈로나, 학업량과 업무량과 스트레스로나 결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직업이다.
맨 처음 의대에 가는 것부터.. 의대는 어느 듣보잡 지방대에 소속돼 있더라도 의대라는 학과 그 자체가 SKY 같은 간판이다. 의대에 입학하려면 대학 입시에서 전국 석차 0.x%대의 최상위를 찍어야만 한다. 당연히.. 의대를 선망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슨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 준비하듯이 의학 지식이나 의술을 선행학습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냥 국영수 중등 교육과정을 몽땅 마스터함으로써 자기가 앞으로 고등학교 공부보다 더 혹독한 의대 공부도 암기하고 소화할 능력이 되는 모범생이라는 것만 입증해 보이면 된다.

이러니 서울 어느 동네의 사교육계에서는 코흘리개 7~8살 애들한테도 '의대반'이라는 이름으로 아동학대 급의 선행학습을 시키는가 보다. '의대고시'라는 말까지 있는데, 이건 의대 졸업생들이 치르는 의사 국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과학고니 영재고니 그런 데서는.. 요즘도 그러는지는 모르겠다만 공부 잘하던 똘똘이 제자가 갑자기 평범한 이공계 대신 의대를 선택하면 교사가 공식적으로 진로 지도를 안 해 준다. 심지어 국비로 전액 지원했던 수업료까지 회수한댄다.
하지만 애나 학부모가 겨우 그 정도 페널티 갖고 눈 하나 깜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평생 가져다 줄 넘사벽 급의 보상에 비하면 말이다. 아이고 그놈의 의대가 뭐길래.. -_-;;

그런데 말이다. 이렇게 만인이 염원하는 초 엘리트 코스를 통과한 현직 의사들의 사정은 어떨까? 이제 먹이사슬의 최고 꼭대기에 진입했는데 서울 강남에 개원한 성형외과 원장부터 시골 깡촌의 요양병원 원장까지 누구든지 떵떵거리면서 만족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모든 의사들이 동일하게 생각하는 건 물론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기 자녀는 아무리 똘똘해도 자기 같은 개고생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 의대 보내서 대를 이어 의사를 만들더라도 최소한 대한민국 땅에서는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너무 저렴한 의료숫가라든가, 바이탈 과목에 대한 수련 기피 심화,
수술실에도 CCTV, 권한과 재량은 없이 의무와 처벌밖에 없는 쪽으로 의료법 집행, 고의나 과실 없이 최선을 다했는데도 환자를 못 살린 것만으로 그냥 소송 걸리고 의사 커리어 끝장.;;

오죽했으면 여객기 안에서 어느 의사 승객이 응급환자를 살리기는 했는데.. 다른 건 바라지도 않고 “내가 의사라는 걸 주변에 절대 발설하지 말라” 이것만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겸손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본인이 아는 의사 당사자들은 저런 주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편이다. 그분들은 지금 우리나라 같은 저렴하고 편리한 의료 인프라는 절대로 오래 지속되지 못할 거라고 푸념한다.

결정적으로는 의대 증원 추진 강행.. 이건 의대생들을 몽땅 적으로 돌리고 국가의 의료 인프라까지 반영구적으로 작살낸 최악의 실수였다고 여겨진다.
뭐, 그 당시 대통령은 어차피 탄핵되어 짤렸고, 그 후임 정권도 이 정책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어차피 별 의미는 없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위기에 부딪히기는 할 것 같아서 우려된다.

2.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글쎄, 의대 졸업하고 국시에 합격해서 일반의 면허를 따고, 공공기관 등지에서 월급 받으며 평범한 의술만 베푼다면.. 그 사람은 딱 평범한 대기업 과장이나 비행기 조종사, 대학 조교수 정도로만 번다.

스타 의사 병원장으로 명성을 떨치면서 돈을 빗자루로 쓸어담는 건 당사자가 사업 수완 공부도 의대 공부하듯이 추가적으로 집요하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적극적인 방송 출연이나 유튜브 활동, 자기 병원 홍보 등..
이건 너무 당연한 이치이다. =_=;; 뭐든지 다 잘하고 다른 분야로 무슨 사업을 해도 성공할 만한 애들이 의사라는 진로를 선택했을 뿐..

심지어는 서울대 치대를 나와서 병원을 운영하다가 관두고 아예 사업을 해서 여느 치과 의사보다 훨씬 더 떼돈 번 사람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창업자라든가, 원로 배우 신 영균.. 의사만으로도 대단하지만 의사만 장땡인 건 아니어 보인다. 그 밖에..

- 자우림 김 윤아는 남편이 치과 의사인데, 남편이 자기보다 돈을 더 많이 번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 조 현아(현재 개명하여 조 승연)의 남편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성형외과 의사였다. 하지만 저런 스펙조차도 아예 재벌가에 비할 바는 못 되니=_= 남편이 인성파탄 분노조절장애 마누라에게 많이 치이고 시달리면서 살았다고 한다.
결국 도저히 견디다 못해 이혼했지 않은가. 뭐 이건 많이 극단적인 케이스이긴 했다.

- 드물게 의사 면허와 변호사 면허를 동시에 소지한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뭐 공부의 신이고 그냥 병원에서 환자나 돌보면서 썩기(?)에도 아까운 사람인 걸까? ㄷㄷㄷㄷㄷ

- 안 철수는 직업 의사의 길에서 이탈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엄연한 의사 면허 소지자이다.
남에게 의료행위 가능하고 자기 자신이나 남에게 약 처방전을 써 줄 수 있고 사망 진단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수 년 전 코로나19 시절에 지방 내려가서 의료 봉사도 할 수 있었다.
이 사람이 갑부가 된 건 회사(안랩..)를 차려서 사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의 소득만으로 저렇게 된 게 아니었다.

3. 무면허와 돌팔이

(1) 10여 년 전, 가수 신 해철 씨를 의료사고로 죽게 한 의사 ㄱ 씨는 그냥 의대도 아니고 서울대 의대 학벌을 자랑하는 괴수였다.
그 사람은 개원해서 각종 언론에도 나오면서 잘나가는 스타 의사로 명성을 떨쳤으나,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실력 부족인지 인성이 쓰레기였는지, 중대한 의료사고를 연이어 내면서 여러 환자들을 죽였다.

끝내는 톱스타 유명인사까지 골로 보내는 바람에 구속도 되고 손해 배상 때문에 완전히 몰락하고 의사 면허도 뺏겼다.
뺏긴 면허는 자숙 기간 후에 재취득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뒤에 이 사람 근황은 딱히 전해지지 않는다. 이젠 도저히 얼굴 팔아서 의료행위를 할 수가 없겠지.

서울대 의대를 나오고도 저런 돌팔이가 예외적으로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따름이다. 환자 성추행 같은 거 말고 다른 쪽으로 막장이랄까.. 법조인과 비교하자면 그 미친 '노쇼 변호사 아줌마' 정도와 견줄 수 있겠다.

(2) 한편, 지난 2023년에는 무려 27년 동안이나 무면허로 봉직의로 재직했던 어느 의사호소인이 60대 나이가 다 돼서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수억에 달하는 연봉을 받으며 평생을 승승장구 했으나 그 끝은 징역 7년.. 교도소에서 은퇴식을 하게 됐다.;;

저 사람은 1993년에 모 지방 의대를 졸업했지만 국시에서 계속 떨어졌는가 보다. 이 때문에 정식 면허는 받지 못한 채로 면허증을 위조해서 의사 커리어를 시작했다고 한다. Catch me if you can 영화 스토리처럼 말이다.

의사 국시는 변호사 시험이나 교사 임용시험 같은 게 아니라.. 운전면허나 고졸 검정고시 같은 절대평가이다. 과락 없이 일정 점수 이상만 만족하면 다 합격이다.
그러니 그것만으로는 텍도 없어서 요즘 의사들의 세계는 정말 어중이떠중이 다 무슨 전문의, 어디 임상강사니 펠로우니 하면서 학벌과 간판 인플레가 장난이 아니다.

진짜로 의대 졸업장과 의사 면허증 하나만 달랑 갖고서 의료계라는 무림에 발을 딛는 건.. 갓 운전면허 따고 나서 현실의 대한민국 도로에 내던져지고 택시나 버스 회사에 취업하려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근데 저 사람은 그 혹독한 의대 공부를 버티고 졸업할 깡으로 정말 최소한의 요건인 국시 하나 통과를 못 했나 싶다.

그래도 저 사람은 무면허로도 딱히 의료사고를 낸 건 없었나 보다. 그러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안 들켰던 게 아닐까?
(1)과 (2)는 의료 사건 사고와 관련해서 서로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극단적인 사례인 것 같다.;;

4. 제도 관련 나머지 얘깃거리들

(1) 병원 의료진은 자기가 맡은 환자의 몸에서 총상(!!) 또는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되었을 경우, 경찰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이것은 법적 의무이다. 뭐, 아동학대 정도는 119 구급대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라도 발견 즉시 신고하지만 말이다.
웹하드 업체가 데이터 중에 아동 포르노 같은 선 넘는 불온물을 발견했을 경우, 고객의 사생활 보장이고 계약 조건이고 나발이고 없이 무조건 신고하게 돼 있다. 업종별로 이런 신고 의무가 법에 명시돼 있는 듯하다.

(2) 예식장에서 혼인 신고를 해 주지는 않듯, 산부인과에서 신생아의 출생 신고를 원래는 자동으로 해 주지 않았다. 좀 떳떳하지 못하게 출산을 하는 산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더라도 위생적으로 열악한 곳에서 덥석 출산을 하지 말고, 일단 병원에 오라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서류상으로 파악되지 않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아이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병원에서 출생 신고를 곧장 하는 걸로 방침이 바뀌었다.

(3) 의사와 한의사는 그야말로 견원지간이다. 의사 쪽에서는 한의학이 과학적으로 검증받지 못해고 미개하다고 왕창 깐다만.. 그래도 몸이 미묘하게 아픈데 양의학(?)에서 진단과 치료를 제대로 못 하는 일은 요즘 세상에 아주 흔하다. 그런 틈새시장 때문에 한의학은 어지간해서는 하루아침에 망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깔려면 동시대를 까야지? 동의보감 내용을 갖고 깐다면.. 서양 의학도 1610년대에는 만만찮게 미개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서양에서도 비타민의 존재를 모르고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4) "푹 쉬고 잘 요양하세요" 의사가 환자들에게 지시하는 원론적인 건강 지시는 의사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지만 정작 의사 본인들도 안 지키거나 현실적으로 '못'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카더라.
성경에 나오는 "그들의 말은 듣고 하는 행동은 본받지 마라"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의사는 바리새인 서기관처럼 악의적인 이중잣대 위선자인 건 아니다.
한편으로, "몸 망치며 무리해서 돈 벌어 놓고는 나중에 골병 들어서 병원비로 도로 토해 버리는 것"은 인간이 아주 대표적으로 저지르는 뻘짓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5) 우리나라는 여전히 법대가 있기는 하지만 법조인이 되려면 반드시 로스쿨을 졸업해야 하는 것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었다. 그러나 의전원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다들 도로 재래식(?) 의대 시스템으로 복귀했는데..
그렇다고 의전원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차병원/차 의과대학 한 곳만이 의전원을 운영하고 있다.
차병원은 뭐고 길병원은 뭔지.. 아무튼 흥미로운 일이다.

(6) 치과는 안과, 내과, 이비인후과 등.. 여러 진료과와는 좀 다르게, 따로 취급되는 감이 있다. 마치 다른 여러 생선회 vs 참치회 같은 느낌이다. ㅎㅎ
환절기 감기에 걸리면 처방전 없이 걍 약국 레벨로 때울지 아니면 병원을 갈지? 그리고 내과로 갈지, 이비인후과로 갈지.. 고민된다.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병원 약값이 정말 엄청나게 싸기는 하다. 의사 진료뿐만 아니라 약도 의료보험인지 건강보험인지 보험빨을 많이 받는다.

Posted by 사무엘

2025/06/09 19:35 2025/06/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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