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실업자

- 이 사람들은 나이가 많고 가방끈도 너무 길다 보니 일단, 일반 직장의 고용주의 입장에서는 싸게 이것저것 시키고 갈구면서 굴릴 수가 없으며, 그들 역시 그런 일은 못 한다. 박사까지 마치느라 투자한 돈과 시간이 얼만데..;;
- 그런데 그런 까다로운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은 얼마 많지 않고 수요도 아주 한정돼 있다. 대학 같은 경우,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 정교수한테 주는 어마어마한 보수를 빼고 나면 남는 건... ㅎㄷㄷ

결국 도출되는 결론은 무엇인가?
월 100도 못 버는 시간 강사 신세가 되는 것이다. 흠좀무.
외국에서 박사 학위 받은 뒤 한국에서 도저히 취업을 못 하고, 이거 뭐 수 년 뒤에도 도무지 미래가 안 보이니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까지 생긴다.

노는 물만 다를 뿐 88 세대와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진짜 말 그대로 잉여 인간으로 전락.
특히 인문학 같은 쪽은 정말 답이 안 보이는 모양이다.
(하다못해 아무리 IT계가 야근과 박봉에 시달린다고 해도, 어지간한 스킬과 경력만 있으면 월 100도 못 버는 직종은 절대 아니다. 몸 쓰는 힘든 노동에 비하면 정말 편한 환경에서 일하는 좋은 직종이다.)

물론, 극소수 잘 배운 부유층 지식인들만 경쟁 없이 쉽게 교수가 되어 평생 떵떵거리던 옛날에 비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다 나쁘기만 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도 문제라면 문제이다.
이런 부조리가 해결되려면 교수 내부의 시스템도 바뀌어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학력 인플레가 좀 진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 수부터 구조조정 되어야 하고 입학이 아니라 졸업이 어렵게 바뀌어야 할 것이며,
대학 이상은 경제력을 떠나서 정말로 공부에 뜻이 있는 친구들만 가고, 고졸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직업에는 고졸이(또는 '만') 종사하는 세상이 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제 와서 그렇게 바뀔 수 있을지는... 글쎄다.

지난 2009년에는 연간 배출된 '국내 대학 출신 박사 학위 소지자'가 1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이제 토익 몇 점, 학부 간판과 평점, 어학 연수 같은 단순 스펙 나부랭이에 연연하는 레벨이 아니다. 자기 논문과 연구 실적으로 승부해야 한다.

워낙 박사가 많아지면, 앞으로는 박사도 그냥 박사가 아니라 그 안에서도 계급이 나뉠 것이다.
박사 세계에서도 요즘 학부가 그렇듯이 학교 간판을 따지게 될 것이고,
또 그냥 교수가 정해 준 주제로 수동적으로 떠먹여 주는 연구만 하다가 박사가 된 사람인지, 아니면 진짜로 창의적이고 실용적이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연구를 자기 노력으로 이뤄낸 박사인지 따지게 될 것이다.
마치 IT업계에서 단순 글자판때기 스크립트 코더냐, 아니면 진짜배기 전산학 고수이냐가 갈리듯이.

앞으로는 의사와 변호사 세계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본 논리와 시장 경제가 통용될 것이다. 옛날처럼 철밥통이 보장되는 시절은 없을 것이다.
일단 이 좁은 땅덩어리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는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전문직도 임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계약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형태가 늘어나고 고용과 해고가 무척 유동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러니 결국은 어느 분야를 종사하든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고 자기 실력이 뛰어나야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요즘 무슨 분야가 뜨든지, 남들이 지금 몰리는 곳에 줏대 없이 따라가지 말고 이 세상에서 나와 내 적성의 객관적인 좌표를 직시하여 내가 일류가 됨으로써 사회에 뭔가 공헌을 할 수 있는 분야에 올인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부와 명예라든가 학위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내가 그런 활동을 하면서 덤으로 따르는 부산물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

Posted by 사무엘

2010/05/15 15:47 2010/05/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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