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첫 업데이트

평소에 운전을 하면서 차의 내비가 아주 가끔 오동작으로 의심되는 안내를 하는 걸 보고, 본인은 업데이트의 필요성을 이따금씩 느끼곤 했다.

예를 들어, 마포 대교를 건넌 후 내비가 시킨 대로 강변북로의 동쪽 방면으로 정상적으로 진입하는데도, 내비는 이 무렵에 늘 경로를 벗어났다는 경고음을 내고 경로를 또 수정하곤 했다. 2009~2010년 사이에 그쪽 일대에서 지리 데이터가 바뀌어야 할 변화가 일어나기라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작년 말이 돼서야 개통한 전철 경춘선도 내비에는 당연히 반영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또한 불편한 점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다행히 방법이 있었다. 어차피 보급품, 순정-_- 내비이니 내비의 제조사는 자동차 회사와 연계가 잘 되어 있었고, 간단한 회원 가입 후에 2011년 하반기 기준의 최신 내비 파일을 무료로 곧장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그 용량은 2GB가 약간 넘는 수준. 내비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지도가 여기에 전부 들어있는 셈이다.

이걸 내비에다 주입하는 매체는 USB 메모리 또는 DVD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송하면서 PC로 치면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여 재설치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위해 DVD는 최저 속도로 구울 것을 권하고 있었고, USB 메모리는 더 견고한 금속 접촉식으로 된 것을 쓰는 게 권장되고 있었다.

그 후, 차에 들어가서 USB 메모리를 꽂은 뒤, 시스템 메뉴에 들어가서 업데이트 명령을 내렸다. 이런 작업을 하는 게 완전히 처음이었으니 중간에 오류라도 나면 어쩌나, 아예 내비가 부팅이 안 되고 먹통이 되면 어쩌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는 않으려나 걱정되기도 했다.

업데이트가 되고 있는 중에는 차 시동을 켜는 게 절대 불가능하다(당연히, 켜는 순간에 차에 전원 공급이 끊어지므로). 그러니 미리 시동을 걸어 놓고, 내비가 업데이트되는 동안 자연스럽게 밖에 나가서 주변 드라이브나 좀 하게 됐다. 이 경우, 내비의 기능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이므로 과속 단속 카메라를 스스로 각별히 조심해서 눈여겨봐야 한다. 또한 시동을 꺼뜨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는 제약이 걸린다.

시간은 한 3, 40분쯤 걸렸으려나? USB 메모리는 access 때문에 불빛이 격렬하게 깜빡거렸다. 게이지가 너무 오랫동안 안 올라가고 있는 듯이 보일 때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업데이트는 아무 문제 없이 잘 됐다.
내비는 드디어 경춘선과 신분당선 전철역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뜨는 최신 버전으로 바뀌었다. 야호!

그리고 음성 안내를 하는 아가씨 목소리의 억양이 살짝 바뀌었다.
강변 북로 오동작이 해결되었는지는 나중에 그 구간을 몰 일이 있을 때에나 확인 가능할 것 같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혼자서 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이라면, 서비스센터에 가서 요청만 하면 직원이 내비 업데이트도 해 준다고는 하더라. 그도 그럴 것이 내장형 순정품이니까 말이다. 단, 이 경우 인건비로 돈이 2만원 남짓 깨진다.

업데이트 파일이 담겨 있는 USB 메모리를 살펴보니, 인스톨 프로그램은 PE 파일이었고, 대상 플랫폼은 윈도우 CE이다. target CPU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ARM Thumb이라는 아키텍처. 보아하니 32비트 RISC 체계하에서도 16비트 데이터 버스를 쓰는 임베디드 기기에 맞게 코드를 더 compact시켜서, 메모리를 더욱 절약해 낸 아키텍처 같다. (☞ 더 자세한 설명 클릭)

한편, 1GB가 넘는 다른 지도 데이터는 내부 구조를 전혀 알 수 없는 압축(또는 암호화)된 파일 형태임.

독립된 기기로서 내비의 위상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잘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이미 어지간한 품질의 사진과 동영상은 즉석에서 만들어 내니 기존 디카들은 훨씬 더 전문적인 화질을 만들어 내는 영역으로 이동했다.
그것처럼 스마트폰이 길 안내와 내비 역할까지 다하다 보니, 요즘은 내비도 이에 맞서 뭔가 개인용 종합 정보 처리 시스템처럼 바뀌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내비는 정말 다익스트라의 길 찾기 알고리즘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직선 거리뿐만이 아니라 시내 도로 상황, 상하 구배, 유료 및 자동차 전용 도로 여부, 지금 자동차의 진행 방향 등 온갖 변수들이 그래프의 weight에 감안되지 않았을까? ㅋ

Posted by 사무엘

2011/12/19 19:45 2011/12/1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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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범준 2011/12/21 17:44 # M/D Reply Permalink

    1. (글과는 쫌 무관한 얘긴뎁) 오늘 자동차 학원에 연수 신청을 하고 왔습니다.
    한 달 정도를 대기해야 한다는데, 거기에 설 연휴가 끼는 바람에 1월 말경에나 하게 되었습니다.

    2. 차 안에서 내비를 업데이트 하신다니, 그게 스마트폰에 앱 식으로 내장되어 있어서 그렇군요.
    그 상황으로 말할 것 같으면, 교리적으로 FM적인 상황이 발생해서 생고역이겠군요. 심하면 뛰쳐 나가고도 싶으셨겠습니다.

    3. 스마트폰을 이용하나, 외장형 내비를 이용하나 다 장단점이 있군요.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2. 삼각형 2011/12/22 22:13 # M/D Reply Permalink

    1. 저희 집 차 내비게이션 업데이트 할 때 보니 반대로 SD 카드가 뽑혀서 PC에서 USB로 연결해 데이터를 업데이트 해주고 SD 카드를 다시 넣기만 하면 업데이트가 끝이더군요. SD카드 성능이 좋지 않은 지 시간은 엄청 걸렸지만 말입니다. 펌웨어 업데이트 같은 건 한 적이 없던 것 같고요. 그러고 보니 네비게이션이 Windows CE겠군요.

    2. 요즘은 일종의 PDA에 전화기능을 추가한 격인 스마트폰이 MP3, 전자사전, DVD 플레이어, TV, 보급형 카메라/캠코더 등의 왠만한 기기를 하나로 통합하고 있는지라 내비게이션 시장도 더욱 더 전문적으로 가지 않으면 안될것입니다. 저도 스마트폰을 사고 나선 스냅용으로는 카메라를 들고다니지 않네요. 아직은 반반인데, 좀 더 좋은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면 카메라는 거의 쓰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3. 바이너리 파일만 보면 분석하고 싶어지시는 모양이네요. ^^ 제가 새로운 웹서비스를 보면 소스보기, 스니핑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네요. 법으로도 공부를 위한 디스어셈블리가 허용되어 있는 것 만큼 제가 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 그게 싫으면 암호화를 잘 하던지. ㅋ

    1. 사무엘 2011/12/23 20:20 # M/D Permalink

      아, 그렇게 업데이트가 되면 참 편할 텐데 말이에요.

      아무래도 저로서는 컴퓨터 프로그램 내부는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게 직업병이죠.

  3. 김재주 2011/12/24 11:16 # M/D Reply Permalink

    아마 다익스트라보다는 에이스타 같은 알고리즘을 변형해서 쓰고 있겠지요. 다익스트라는 O(N^2)의 시간복잡도를 가지고 있고 메모리를 희생해서 최적화한다 해도 O(N lg N)이나 되니 우리나라 지도처럼 N이 큰 경우에는 쓰기가..

    1. 사무엘 2011/12/24 18:13 # M/D Permalink

      네, 당연히 전국의 모든 point들을 단일 그래프로 나타낸 뒤에 다익스트라 같은 정공파(?) 알고리즘을 돌린다는 건 말도 안 되지요.
      그래서 저는 고속도로 및 국도 노선망 다음으로 해당 지역 안의 작은 도로망 같은 식으로, 각 단계의 작은 그래프에 대해서 다익스트라를 쓰는 게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해 왔습니다.
      순환 외판원 문제를 brute force로 풀지 않듯이 말입니다.

      에이스타 정말 얼마 만에 듣는지 모르겠습니다. 스타크래프트에서 지상 유닛의 길 찾기 알고리즘이 어떻게 구현돼 있을까 개인적으로 궁금해해 왔습니다만, 다들 그런 휴리스틱 방식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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