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왕자는 개발된 지 벌써 25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 불멸의 명작 고전 게임이다.
개발자의 이름을 가히 전세계적으로 알린 물건이다. 로토스코핑 기법으로 주인공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그 옛날에 만들어 냈다는 걸 생각하면 그 천재성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게임 엔진도 충분히 기술적으로 뛰어나지만, 제작자인 Jordan Mechner는 방송· 연출 쪽으로도 조예가 있는 사람이다 보니 게임을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굉장히 웅장하게 만들고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돌아오는 시청각 피드백의 디자인에 세심한 신경을 썼으며, 스토리를 탄탄하게 짜 넣은 것도 인상적이다.

가령, 적이나 주인공이 죽었을 때 매번 짤막한 멜로디가 나오는 게임, 적이 칼에 맞았을 때와 내가 칼에 맞았을 때의 소리가 서로 다른 게임은 지금 생각해 봐도 흔치 않다. (당연히, 내가 칼에 맞았을 때의 소리가 더 불쾌하고 위급하게 들린다. 이런 것까지 다 신경 썼다)
또한, 같은 엔진으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맵만 집어넣은 게 아니라, 중간에 해골이라든가 영혼 탈출, 그리고 공주가 생쥐를 보내서 왕자를 구출하는 것 같은 이벤트도 집어넣어서 사용자가 지루하지 않게 배려했다. 괜히 명작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제작자는 네이티브 뉴요커이며 예일대 출신이라는 건 덤이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20대 중반의 나이로 그가 대학을 졸업한 거의 직후부터 개발을 시작한 것이지만 대학 재학 중에도 프로그래밍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컴공 전공자도 아닌데 말이다.
게다가 오리지널 1편 기준으로 모션 촬영은 제작자의 동생을 뛰고 오르고 이리저리 구르게 하면서 촬영했으며, 음악은 제작자의 아버지가 만들었다 하니 이 정도면 가히 엄친아 집안이 따로 없다. 아버지 Francis Mechner는 심리학 박사 학위 소지자이다.;;

이 게임은 1989년에 최초로 애플 II 용으로 개발되었지만 이듬해에 PC용으로 이식되면서 대박을 터뜨렸으며, 여타 PC나 게임기용으로도 널리 이식되었다. 오늘날에는 3D 형태로 리메이크된 작품이 나오고 심지어 모바일용으로 이식되기도 했다.
어디 그 뿐인가? 게임 mechanic이 간단하다 보니 플래시로도 비스무리한 게임이 있다. 그리고 전세계의 양덕후들이 LEVELS.DAT 파일을 임의로 고친 custom level들까지 즐비하다. 이 정도면 페르시아의 왕자가 비디오 게임계에 끼친 영향은 가히 지존의 경지라 하겠다.

어휴, 말이 길어졌는데.. 이 글에서 소개하려 하는 것은 그 페르시아의 왕자 1 PC 버전에서 MEGAHIT 치트만 안 쓰고 프로그램 상의 모든 버그와 꼼수를 활용한 궁극의 타임어택이다.
어지간한 고퀄이 아니었으면 내가 굳이 내 블로그에다가 소개까지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말 프레임 단위로 삽질 없이 시간을 아껴 쓰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ZvlNppHraWs
http://www.youtube.com/watch?v=U8Kw2pA6hb8

레벨 1: 게임 시작 직후에 왕자가 엎드렸을 때 음악과 함께 살짝 랙이 있으니 이것은 Ctrl+A로 곧바로 스킵. (경악)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그리고 이 레벨의 경우, 정석대로 칼을 먹고 돌아오면 깨는 데 2분이 걸리지만, 잘 알다시피 칼 든 악당을 꾀어낸 뒤 칼을 먹지 않고 깨면 1분대로 시간이 줄어든다.
그러나 저 고수의 플레이 영상은 그마저도 초월했다. 칼을 먹으러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체의 우회가 없이, 칼 든 악당을 그대로 정면돌파하여 통과한다. -_-;; 이로써 1분도 걸리지 않고 깬다. 프로그램의 미묘한 버그를 활용해서 말이다.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니 영상을 직접 보시라.

레벨 2와 3은 그냥 그럭저럭 보면 되고...

레벨 4: 포인트는 시작 후에 오른쪽 방에 있는 악당을 움직이게 하여 닫힌 문을 곧바로 열게 만드는 것이다. 버그 활용임.
출구가 있는 방에는 악당이 있다. 출구를 개방한 뒤에 다시 이쪽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악당은 시간 소요를 감수하고라도 보통은 어쩔 수 없이 싸워서 죽이는 것이 정석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그 악당마저도 죽이지 않고 매번 도망쳐서 통과한다.

레벨 5: 역시 악당을 이용한 버그를 활용하여, 왼쪽 방의 닫힌 문을 그대로 워프로 통과한다. (빙빙 돌 필요가 없다!)

레벨 6: 이 레벨에는 일반적인 도움닫기 점프로는 통과할 수 없는 간격으로 가시가 놓여 있다. 그러나 딜레이 없이 빠르게 타넘는 점프 패턴이 있는데, 이것은 본인도 경험상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레벨 7: 중간에 공간 워프 버그를 하나 활용한다.

레벨 8: 역시 우주괴수는 출구를 개방한 뒤에 철문에 갇혀서 생쥐가 발판을 밟아 주러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최고다.
톱날이빨과 악당을 동시에 마주치는 곳에서는 악당을 죽이는 게 불가피한 듯. 문닫힘 발판을 통과하려면 뛰어야 하는데 도움닫기도 못 하고(바로 다음 방에서 절벽이 있기 때문에), 그러면서 악당의 공격을 당하지도 않아야 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레벨 9: 중후반에 톱날이빨을 동작하지 않게 하는 버그는 나도 알고 있었다.

레벨 10과 11은 특이사항 없음.

레벨 12: 그 공간 워프 버그도 유명하며, 나 역시 스스로 발견했었다.

일반적으로 레벨을 깨는 출구는 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까지는 왕자가 들어갈 수 없다. ↑ 키를 눌러도 왕자는 말 그대로 펄쩍 뛰기만 한다.
단, 최종 보스인 Jaffar를 죽이고 나서 자동으로 열리는 출구는 예외. 완전히 열리기 전에도 왕자가 쏙 들어가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동영상을 보면 왕자는 여기서도 출구가 완전히 열릴 때까지 약 1초 남짓 기다렸다가 들어간다.
물론 어차피 Jaffar가 죽은 뒤부터는 게임 내부의 타이머가 정지하긴 하지만, 게임 시작 직후의 앉음 딜레이조차 건너뛰려고 Ctrl+A를 누른 타임어택의 취지에 비춰 보면 살짝 옥의티라면 옥의티 같다.

이 게임은 Shift+L을 누르면 레벨 4까지 레벨을 건너뛸 수가 있다. 물론 이 경우 60분이던 시간이 15분으로 1/4토막나기 때문에 게임을 제대로 더 진행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프로 타임어태커는.. 그 상태로 시작해서도 게임 엔딩을 볼 수 있다. 경악. =_=;;:

단, 후편인 왕자 2는 저런 게임 메카닉 상의 버그가 거의 다 사라졌으며, 악당도 움직임이 굉장히 빨라져서 자리 바꾸고 튀는 게 불가능해진 관계로 1과 같은 궁극의 타임어택이 나오지는 못한다. 결정적인 시간 절약 요인 버그 exploit들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8/02 19:20 2013/08/02 19:20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862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862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447 : 1448 : 1449 : 1450 : 1451 : 1452 : 1453 : 1454 : 1455 : ... 2204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042141
Today:
1768
Yesterday: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