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버전 개발 근황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차기 버전 10.5가 현재 거의 완성 직전이다. 목표는 늦어도 다음달 6월 초-중쯤.. 10.4가 나온 지 벌써 1년 반이 돼 간다만.. 이 프로그램은 개발이나 유지 보수가 중단된 게 절대 아니다. ^^
엔진이 바뀐 건 없지만 각종 UI와 기능들이 아주 많이 바뀌고 개선되었다. 거기에다 외부 모듈의 버그 수정과 불편 사항 건의가 반영될 것이다. 특히 크롬+Google Docs에서 조합 중인 한글이 덧나는 문제는 여러 번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10.5 이후의 그 다음 버전에서 더 진지하고 더 무거운 새 기능들이 구현돼 들어갈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프로그램 개발은 즐겁다. 아무쪼록, 어서 새 버전이 완성돼서 지금 작업 완료된 기능들이 사용자에게 제공됐으면 좋겠다.

1. 편집기: 텍스트 import 기능에서 UTF-8 지원

편집기에는 콘솔 프로그램의 실행 결과를 가져오는 기능이 먼 옛날부터 제공되고 있었다. (2004년, 3.0부터.. ㄷㄷ)
실행할 프로그램 파일명과 실행 인자를 따로 줘도 되고, 아니면 파일명은 비워 놓고 실행 인자에다가 파일명과 인자를 한꺼번에 써 줘도 된다.

후자처럼 하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SET, PATH, DIR 같은 도스 명령을 실행해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명령줄을 실행하기 때문이다. 그 명령줄에 프로그램을 실행하라는 명령이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경로와 인자에다가 시스템 기본 코드 페이지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코드 문자를 넘겨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허나, Windows 10 이후로 운영체제의 추세가 잡다한 재래식 multibyte 코드 페이지들에 대한 인지도를 낮추고, multibyte 환경에서는 UTF-8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2017~19?? 그래서 내 프로그램에다가도 Windows 10 이상에서 동작할 때는 명령줄을 UTF-8 인코딩으로 전달하는 옵션을 추가해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옵션을 주면 DIR을 했을 때, 한글판 기준 cp949에 없는 문자가 들어간 파일/디렉터리 이름도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런 파일 이름을 찾도록 지정할 수도 있다. 단, 이 옵션을 주면 명령 프롬프트의 기본 UI가 한국어 같은 지역 언어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통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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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콘솔 프로그램이 아니라 URL 가져오기 모드에서 이 옵션을 켜면.. URL에서 알파벳· 숫자가 아닌 타 문자(한글 등)를 자동으로 UTF-8 기준으로 % encode 하게 했다. euc-kr 같은 타 인코딩으로 encode해야 하면 그건 사용자가 수동으로 해야 한다.

2. 편집기: 다른 대화상자들

(1) 편집 화면 설정의 화면색에 '어두운 회색, 어두운 자주색(우분투), 옅은 파랑'을 추가하고, 완전 백색보다 약간 어두운 '아래아한글 2.x' 색상도 추가했다.
아래아한글은 1.x 시절엔 파란 바탕 흰 글자였지만, 컬러를 지원하기 시작한 2.x부터 흰 바탕 검정 글자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게 완전 순백 화이트가 아니라 회색에 가깝게 어두운 화이트가 디폴트였다. 뭐, 이게 너무 눈부시지 않고 장시간 작업하기에 좋긴 하다. 옛날 생각도 나고.. ^^
Windows와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아래아한글 3.0부터 배경이 순백 화이트로 바뀌었다.

(2) 아울러, 지난 10.4부터 블록의 색깔을 4종류 중 하나로 customize하는 기능이 추가됐는데.. 색상 설정을 바꾸면 블록의 실제 색깔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대화상자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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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쪽 설정 대화상자의 컨트롤들을 "글자 - 문단 - 종이"의 순으로 스케일이 커지게 배치했다. 그리고 머리글과 바닥글의 입력란에서는 & 변수들의 종류가 풍선 도움말로 표시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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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도구 - 분량 계산 메뉴" 명령은 블록을 잡지 않았을 때도 사용 가능하고, 이 경우 텍스트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워드 프로세서에서 제공되는 텍스트 분량 표시 기능을 생각하면 진작에 이렇게 동작 가능했어야 했다.;;

3. 편집기: 메뉴

(1) 단축키로만 존재하던 명령들.. Shift+F3(뒤로 탐색), Alt+K(상용구 치환), Alt+L(탐색기에서 복사한 파일의 이름 삽입)을 모두 메뉴에다 정식 등재했다.
사실, 파일 이름 삽입은 기존 Ctrl+V 붙이기 기능과 통합하는 게 가장 좋긴 한데.. 편집기에서 제공하는 붙이기 기능과, 날개셋 에디트 컨트롤이 자체 제공하는 붙이기 UI가 서로 연계하는 게 쉽지 않아서 그냥 이렇게 놔 뒀다.

(2) 파일 메뉴의 하단에 표시되는 '최근 사용 파일'이 겉으로는 8개까지 표시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 2배에 가까운 14개까지 관리되게 했다. 그래서 지금 메뉴에서 파일 하나가 없어져서 삭제된다 하더라도, 뒤에 밀려나 있었던 9순위 파일이 마지막 8순위로 당겨져 올라가게 된다.

(3) 창 메뉴의 하단에 표시되는 창 목록들에서 현재 활성화된 창은 체크 √가 아니라 ⊙ 불릿 마크로 표시되게 했다. 체크는 복수 개의 on/off이지만 불릿은 n개 중 단 하나만 선택되는 UI 요소이기 때문이다. 저 상황에서는 불릿 마크가 더 적절하다.

4. 에디팅 엔진

(1) home 키를 눌렀을 때 무조건 첫 칸으로 가는 게 아니라, whitespace를 건너뛴 첫 칸으로 가도록 동작을 수정했다. 이미 그 칸에 있을 때 home을 누르면 진짜 첫 칸으로 간다.
이건 워드 프로세서보다는 프로그래머용 텍스트 에디터에 더 특화된 동작이다.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

(2) 저건 당연히 날개셋 편집기 같은 multi line일 때의 동작이다. 반대로 single line일 때는 불필요하게 ctrl+드래그를 해도 multi-selection이 되지 않게 하고, 일본어 문자나 한자에 대한 툴팁도 동작하지 않게 했다. 이건 기능 추가나 개선이 아니라 그냥 사소한 변경이다.

(3) 세로쓰기 모드일 때 일본어에서 길쭉한 전각 장음 부호가 가로줄이 아니라 세로줄로 나오게 폰트 모양을 수정했다. 역시 개발자가 외국어에 대한 식견이 넓어져서 필요를 느껴야 이런 걸 반영하게 된다. -_-
그리고 라틴 알파벳뿐만 아니라 키릴 문자와 그리스 문자도 단어 단위로 wrap이 되게 했다. 아래 그림에서 X이던 게 O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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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어판: 최종 변환 규칙에서 여러 내정값을 한꺼번에 가져오기

제어판 - 편집기 계층 - 최종 변환 규칙을 보면 내정값으로 전각 문자, 호환용 한글 낱자 같은 몇몇 predefined set이 있다. 내정값을 가져오면 지금 있는 설정들은 모두 없어지고, 규칙 전체가 그 내정값으로 대체된다. 즉, A=B처럼 된다.

그러나 새 버전에서는 내정값을 Ctrl이나 Shift를 누른 채 마우스 클릭이나 화살표 키를 이용해서 지정하면.. 규칙을 그 내정값으로 통째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지금 규칙에다 그 내정값을 추가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A+=B와 비슷한 형태가 된다.

이제 "전각 문자 + 호환용 한글 낱자"처럼 여러 내정값 규칙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것도 진작부터 필요를 느끼고 있었는데 간단한 UI 조작만으로 드디어 가능해졌다.
기존 규칙과 새 내정값이 충돌할 수 있다. 현재 A라는 문자를 B로 치환하게 되어 있는데 새 내정값에는 A를 C로 바꾸라는 규칙이 있는 것 말이다. 이때 Ctrl은 새 내정값으로 대체하는 반면, Shift는 그건 대체하지 않고 놔 둔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각종 대화상자에는 ctrl+클릭을 했을 때 동작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게 지금까지 은근히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ctrl을 눌렀을 때 뭔가 시각적인 피드백이 나오는 게 없는 게 좀 아쉽다. 이건 운영체제 차원에서 넣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장기적으로 좀 생각을 해 봐야겠다.

6. 제어판: 나머지

(1) 글쇠배열 편집 화면에서.. 매번 대화상자를 꺼내지 않고 글쇠를 클릭만 해도 그 자리의 수식과 수식값을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 글쇠배열 편집기에도 아이템의 복수 선택, 아이템 이동 등 여러 편의 기능들이 더 구현되고 지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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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력 항목의 순서를 나타내는 이 입력란에서는 위가 아니라 아래 화살표를 눌러야 숫자가 커지고 목록에서 '아래'로 내려가도록.. 더 직관적으로 동작하도록 로직을 수정했다~!!
이거 진작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아주 최근에야 확인했다.

(3) 날개셋문자를 입력받는 대화상자에서 왼쪽을 보면 날개셋문자의 종류(type)가 트리 계층 구조로 표현되어 있다. 이 중에서 그 자체가 독립된 타입이 아니고 하위 타입들을 분류만 하는 명칭인 '한글 조합'과 '비문자'는 진하게 표시되게 했다.

(4) 설명문을 작성하는 대화상자에 '글쇠배열에 대한 설명문, 입력 항목에 대한 설명문, 설정 전체에 대한 설명문'이라고 제목을 더 세분화했다. 그리고 한글 로마자 입력기도 표준 로마자 표기법을 제외한 나머지 방식에 대해서는 "한글 로마자 Qwerty (HWP, 북한, 공진청)" 등 세부 규칙이 이름에 추가되게 했다.

(5) 세벌식 390은 / 자리가 한글을 입력 중일 때만 ㅗ이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가 그대로 입력되는 형태이다. 그런데 이 상태로 복벌식 빠른설정을 적용하고 나면 그 수식이 사라져 버리고 문자가 /로 고정되곤 했다. 이 동작을 개선해서 / 자리는 390 + 세벌식 한글 입력 중일 때 ㅗ, 그 외의 상항에서는 / 로 제대로 처리되게 했다.

7. 보조 입력 도구

(1) '조합 안에 조합 생성' 입력 도구에서 빈 입력 스키마 경고가 쓸데없이 자꾸 출력되지 않게 조치를 취했다. 영문(빈 입력 스키마) 모드일 때는 한번 나타나긴 하지만 한글 모드로 전환하면 없어진다. 그리고 이걸 아예 표시하지 않게 하는 옵션도 추가했다.
이 입력 도구를 유용하게 쓰면서 한자어를 평소에 많이 입력하고 계신다는 분이 건의를 하셨다.

(2) '수식 계산 기록'에서 오토마타 수식에 대한 계산 기록이 찍힌 경우, 이때의 오토마타 상태와 설명문도 같이 표시되게 했다.

(3) '필기 인식'이 한중일뿐만 아니라 대만 번체 인식기도 인식하여 지원하게 했다.

(4) '부수로 한자 입력'에서 한자를 우클릭하면 이 글자의 간체자/번체자로 바로 이동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그런 한자가 존재하는 경우). 호환용 한자를 찍으면 그 글자의 표준형 글자도 안내해 준다.
단, 이 간체/번체 변환은 운영체제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사용해서 동작하며, BMP 영역 글자만 지원하고 오류도 제법 있다. 그냥 없는 것보다 나은 참고용으로만 사용 가능한 퀄리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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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재 문자표나 한자 부수처럼 테이블 기반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입력 도구들에는 우측 상단에 '↔' 버튼이 있다. 얘를 누르면 문자를 본문에다 삽입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본문의 cursor가 가리키고 있는 문자 그 표에서 찾아서 표시해 준다. 그래서 처음 보는 한자에 대해서 ↔를 누르면 이 한자의 부수와 획수를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능은 cursor의 글자를 얻어 올 수 없는 환경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이때 에러 메시지만 출력하고 끝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환경에서는 ↔ 버튼 자체가 없어지고 표시되지 않도록 동작을 수정했다.

8. 버그 수정

(1) 이전 10.4 버전은 '고급 입력 스키마'의 고급 글쇠 인식 기능을 사용하다 보면 keydown 이벤트에서 앱이 뻗는 경우가 있었다. 이걸 사용하는 분이 계신다면 이 긴 시간 동안 분명히 버그 신고를 하셨을 텐데... 본인에게 지금까지 신고가 들어온 건 없었다. 이건 내가 자체적으로 발견해서 고쳤다.

(2) 편집기에서 문서 줄 수가 32767 줄을 초과해서 32K~64K 사이에 있을 때, Ctrl+G 줄 번호 대화상자를 열면 번호가 음수로 잘못 표시되던 문제가 있었다. 이걸 고쳤다.

9. 도움말

(1) 'I. 일러두기'와 '부록 - 예제 데이터 소개'를 세분화했다.
전자의 경우 '개발 방향', '책임 범위', '사용자의 참여'로 아이템들을 나눴으며, 후자는 '세벌식 한글, 두벌식 한글, 나머지 외국어/특수문자'로 나눴다. 이렇게 해 주니 보기가 훨씬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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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력 도구들 중에 '문자표'와 '부수로 한자 입력'은 지금까지 자신만의 도움말이 없었는데 이번에 추가했다.
사용법이 너무 자명해서 특별히 쓸 게 없다고 여겨져서 생략했던 건데.. 정작 도움말 글을 써 보니 그렇지 않았다. 고유한 동작 방식을 설명하다 보니 한 페이지 정도는 너끈히 분량이 나왔다. =_=;;

10. 예제 데이터의 수정· 보강

(1) 북한 표준 방식에 ㅓ+ㅣ=ㅔ, ㅏ+ㅣ=ㅐ 만 있지, ㅘ+ㅣ=ㅙ, ㅝ+ㅣ=ㅞ 는 빠져 있는 걸 확인해서 보충했다.

(2) 초성 ㄸㅃㅉ과 종성 ㄳㄶㄻ을 동일한 자음 글쇠로 모두 입력할 수 있는 변칙(?) 두벌식 예제를 추가했다. 몇 년 전에 이 블로그에서 다룬 적이 있었는데, 이걸 예제로도 정식으로 추가했다.

(3) 끝으로, Google 단모음은 초· 종성뿐만 아니라 중성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ㅏ+ㅏ=ㅑ, ㅓ+ㅓ=ㅕ처럼 동일한 낱자 연타는 되지 않게 하는 로직을 추가했다.
그러니 얘는 초중종 모든 입력 상태에 타이머가 필요해졌다. 중성의 동일 연타 차단은 오토마타 수식에서 B==E인 경우를 보면 되니 아주 간단히 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29 08:35 2023/05/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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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먹고 키우는 근황

지난 4월 중순쯤에 호박 근황을 올리고서 40일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막간을 이용해 또 짤막하게 본인의 호박 관련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이젠 호박이 내 인생과 내 자아 정체성의 일부가 된 것 같다~~ ^^

1. 6개월 만에 먹은 마지막 호박

집에 비축해 놓고 있던 늙은 호박들을 4월 말~5월 초 사이에 드디어 모조리 먹어치웠다.
늘 보기만 해도 든든하던 큼직한 늙은 호박이 전혀 없으니 허전하고 서운하다. 이제 늙은 호박을 구경하려면 올해의 첫 수확분이 시장에 나올 때까지 3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할 듯하다. (8~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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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남겨 놨던 호박은 지름 26cm짜리 큰 놈, 그리고 지름 18cm짜리 약간 작은 놈.. 이렇게 둘이었다.
얘들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작년 10월~11월쯤에 사 놓은 것이었다. 그걸 그냥 실내 상온에다 무려 6개월 가까이 방치하고는 이듬해 4월에야 먹었다.
한 2월쯤에 먹으려 했지만, 그때는 다른 호박들 중에 물러지려는 게 있었다. 그걸 먼저 처분하느라 쟤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은 먹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안팎으로 그 어떤 변질이나 부패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물러지거나 연해지는 부위가 없었고 모든 부위가 탱탱했으며, 과육의 상태도 양호했다. 한 달쯤 더 놔 둬도 됐을 것 같지만.. 이젠 날씨가 워낙 더워지고 있어서 상태를 더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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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시간이 워낙 오래 지나서 그런지 큰놈은 상태가 그때 그 포천 우수 호박보다는 못했다.
속이 건조하고 과육은 단맛이 덜하고, 씨앗들이 곳곳에서 오발아해 있었다. 그래도 꿀 좀 넣어서 죽을 무난하게 쑤어서 먹었다.
작은놈은 덩치는 작아도 속이 꽉 차 있고 씨앗들도 굵고 튼실해서 상태가 더 좋은 편이었다.

세상에 오로지 호박만이 단순히 '삭았다, 익었다'가 아니라 폭삭 늙었다는 영예로운 칭호가 붙는 채소이다.
동글동글 납작납작 쭈글쭈글.. 게다가 세상에 어느 채소가 저렇게 상온에서 반 년을 버티겠는가? 수박? 오이? 같은 호박이라도 제대로 익지 않은 아이는 당연히 저렇게 놔 두지 못한다.

내가 이래서 호박을 사랑한다. 비주얼과 특성이 모두 매력덩어리이기 때문이다. ^^ 올해의 햅호박을 어서 만나고 싶다.

2. 다시 키우는 호박

오징어 게임에서 오 일남 할배는 "게임을 관람만 하는 것보다 직접 참가하는 게 더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호박도 마찬가지다. 사 먹을 뿐만 아니라 직접 키워도 봐야 직성이 풀린다.
4월 초쯤 언제 심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아무튼 호박씨 수십 개를 퇴비와 함께 흙 속에 파묻고 물을 줬다. 그랬더니 그 달 하순엔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싹이 나기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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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맑고 햇볕 나고 더워지니 이제 애들이 좀 제대로 자라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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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같은 떡잎 딱지를 떼고 그 특유의 허연 힘줄이 그려진 본잎이 쑥쑥 돋아나는 걸 보니 몹시 기쁘다. 씨앗 껍데기는 탯줄의 식물 버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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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다 돼서야 싹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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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 중· 하순이 되니 이제 잎이 제법 커졌다. 이렇게 되기까지 씨 뿌리고 나서 40~50일 정도 걸린 것 같다.

너무 조밀하게 싹이 많이 난 걸 어찌할지가 좀 고민이다.
몇 개를 옮겨 심어 봤는데, 뿌리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그래도 이게 식물에겐 상처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것 같다.
내 경험상 옮겨 심지 않은 애들보다 발육이 훨씬 더 늦어져 있다. 자동차로 치면 전속력으로 직진으로 달리다가 한번 커브를 튼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씨앗은 주변에 물기가 좀 있어야 싹이 튼다는 건 초딩 자연 시간에 강낭콩을 갖고 실험을 하며 배웠다.
쌍떡잎식물은 그물맥(대부분의 식물들 같은 넓적한 잎), 외떡잎식물은 나란히맥이라는 건(파처럼 길쭉한 잎) 중딩 과학 시간에 다 배웠던 건데.. 이제 와서야 다시 복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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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다음 근황 때는 더 길어진 덩굴 줄기와 꽃, 심지어 수분된 열매 사진까지 올라오기를 기대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23/05/27 08:35 2023/05/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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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상 4~5월은 밖에서 자기 너무 너무 좋은 시기이다.
밤 기온 5~10도는.. 새벽엔 좀 쌀쌀하긴 하지만 침낭이나 담요를 덮으면 아주 따뜻해지고 딱 좋아진다. 전자기기가 퍼지지 않고, 모기 없고, 키우는 식물이 얼어 죽을 정도도 아니고.. 정말 최고이다.
요즘이야 밤에도 15~20도 부근이니 얇은 침낭이나 이불 하나만 덮은 채 아예 옷을 벗고 자도 된다. 보온 장비가 전혀 필요하지 않아서 짐 부담이 제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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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난 이렇게 자야 좀 발 뻗고 잔 것 같다.
덥고 갑갑한 콘크리트 건물은 인간이 자라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냥 수도, 전기, 화장실, 빨래, 와이파이 보급하라고 있는 곳일 뿐.
주변 사람들이 내게 하는 아침 인사가 “잘 잤냐”가 아니라 “어젠 어디서 잤냐”로 바뀐 지 오래다. ㅋㅋㅋㅋㅋ 심지어 일요일에 만나뵙는 교회 목사님까지!!

오늘은 지난 한두 달 동안 내 취미와 관련하여 수집한 유튜브 영상과 언론 보도들을 늘어놓아 보련다.

※ 특이한 차박러 아저씨

1. 버스 (EBS, 2021/9/16 방영)

우와 이 아저씨 완전 대박인데..????
혼자 버스를 한 대 구입해서 집으로 개조하고, 시골 공터 자기 아지트에다 세워 놓았다. ㄷㄷㄷㄷㄷ
그리고 텃밭에서 "호박"도 키우고 수박도 키운다.

뭔가 내가 동경하는 형태의 삶을 몸소 실천하고 계신다.
이런 덕질도 돈이 없으면 못 할 텐데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내력이 있는 분인지 궁금하다.
나도 저런 데서 글 쓰고 코딩 하고 호박과 멧돼지를 간간이 키우고 있으면 참 행복할 것 같다. ^^

2. 새한 덤프 트럭 (MBN, 2019/9/27 방영)

전라도 어딘가에 초록색 새한 8톤 덤프 트럭이 2010년대에도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차주가 저런 분이었구나~~!!!!
최대한 차 번호를 가린 채로 촬영했지만 저 차 번호는 이미 진작부터 다 알려지고 퍼져나가 있다. =_=;;

저 아저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가족을 떠나서 혼자 저 차에서 산댄다.
밤에 차에서 자고, 짐받이 위에서 라면 끓여 먹고, 비 오면 위에 천막도 치고..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골라서 하고 계시는구나~!!
산에서 텐트 치고 사는 거 아니면, 저렇게 살아 보는 것도 좋지.
그것도 1977년에 구입해서 등록한 40년 넘게 묵은 등록문화재급 올드카에서 말이다.;;; (저 다큐는 2019년에 촬영)

주변에서 사람들이 하도 몰려다니며 "이 차 시동은 걸려요? 가기는 가요? 부품은 어디서 구해요?" 달라붙는 사람이 많아서 제발 관심 끄고 그런 거 묻지 말라고, 기웃거리면서 구경하지 말라고 차 문에다가 경고문을 써 붙여 놨댄다.
강원도에서 제무시 트럭 끌면서 통나무 나르는 분 중에는 이런 특이한 분이 없는지 궁금하다.

※ 텐트

3. 여고생 기숙사 앞, 밤마다 교장이 텐트 치는 사연 (☞ 링크)

지방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경비 인력을 못 구해서 심야 시간대엔 교감과 교장이 직접 경비를 시작했댄다.
그런데 교장은 여학생 기숙사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기 때문에..;; 밤엔 기숙사 입구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게 됐다고.. ㅠㅠㅠㅠㅠ

어디 명품이나 최신 스마트폰, 어린이집이나 주차 자리처럼 예약 접수가 폭주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죽치고 앉아 기다리는 경우는 있다. 아침 일찍 창구가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가려고 전날 밤부터 돗자리 깔거나 심지어 텐트까지 치고 진을 치는 거다.
그런데 저 경우는.. 좀 웃프달까;; 그런데 건물 주위에다 텐트 숙직실을 세팅해 놓고 당직을 선다니.. 나도 해 보고 싶다~~ ^^

※ 사건 사고

4. '비바크' 하던 50대의 참변…멧돼지 착각한 엽사 총에 사망 (☞ 링크)

파주에 산다는 어떤 50대 남성이 전국 각지를 떠돌면서 자연 속에서 텐트 없이 노숙 비바크를 즐겼다.
그는 지난 3월 말엔 멀리 의성까지 가서 공터에서 잘 자고 있다가 멧돼지의 공격을 당한 게 아니라...
자신을 멧돼지로 오인한 엽사의 총에 맞아 죽었다. =_=;;

엽사는 목표물을 놓친 줄로만 알고는 현장을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 버렸다. 저 사람 시체는 나흘이나 지나서야 다른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
와 살다 살다 별 희한한 소식을 다 듣네. ㅠㅠㅠㅠㅠㅠㅠ 얼마나 장거리 사격을 했길래? 산탄총이 아니라 무슨 군용 소총을 쐈냐?
엽총 쏘는 게 무슨 미사일이라도 날리는 거냐? 자기 눈으로 확인이 안 되는 곳에다가 오사· 오폭을 하게?

정말 공감 가는 취미 활동을 하다가 비명횡사한 저 아재분을 추모하는 바이다.
멧돼지 그렇게 많이 잡아도 ASF는 근절되지도 않고 갈수록 남하하고 있더구만.. 이제는 애꿎은 멧돼지는 그만 잡고 백신이나 만들어서 뿌려야 된다는 주장이 관련 학계에서 제기되는 중이더라.
힘내라, 귀여운 멧돼지들아~! 너흰 죄가 없단다.

딱 1년 전, 작년 4월 29일엔 서울 구기 터널 인근 북한산 기슭에서 멧돼지 오인 총기 인명 사고가 났었다.
70대 택시 기사가 잠시 소변을 보던 중에 근처의 엽사에게 사살 당했다. =_=;;

5. 강가에서 차박하려던 부부 폭우에 실종‥결국 숨진 채 발견 (☞ 링크)

아이고~ 혼자도 아니고 부부가 자연을 즐기는 참 훌륭한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 무슨 참변이냐..ㅠㅠㅠㅠ
미래가 창창한 30대 젊은 부부가 그 오지인 울진, 봉화를 일부러 찾아가서 맑은 물 맑은 공기를 즐기려 했는데 말이다.
저 비박 아재만큼이나 안타까운 사연이 아닐 수 없다.

계곡 물 코앞에다 차를 대고 옆에 텐트를 쳤는데.. 다들 기억하시다시피 지난 어린이날 연휴 주말엔 전국에 비가 많이 내렸다.
저기도 물이 많이 불어나자 저 사람들도 뒤늦게 위험을 느끼고 텐트를 걷고 현장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오가는 길목에 계곡물을 가로질러야 하는 구간이 있었고, 거기도 물이 왕창 불었다. 결국 거기를 건너던 중에 물이 급류에 휩쓸렸던 것 같다.

지난 2014년 8월에 이런 부류의 차량 급류 사고가 청도(승용차)와 창원(마을버스)에서 각각 한 건씩 났던 게 생각난다. 그때도 차량 탑승자들이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이건 무슨 터널 안 화재처럼.. 차량을 탈출해도 어차피 목숨 부지할 방법이 없었다.

이 사고의 경우, 남편 시체가 하필이면 영동선 철길 교량 아래에 놓이는 바람에 열차 타고 창밖 바라보던 승객이 발견을 하고 경찰에 신고했댄다.
비 많이 내릴 때 그것도 물에 잠기는 길까지 거쳐서 계곡 바로 코앞까지 차를 끌고 간 건 많이 위험하긴 했다. ㅠㅠㅠㅠ

Posted by 사무엘

2023/05/24 19:35 2023/05/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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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영화 이야기

1. 후속편 암시

요즘 영화는 악당이 확실하게 죽고 속편이 나올 여지가 도저히 없을 정도로 결말을 맺어 버리기보다는..
악당이 완전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와 떡밥을 여기저기 남겨 두는 경향이 옛날보다 더 짙어진 것 같다.

철도 건설에다 비유하자면.. 추후에 연장 공사가 가능하게 복선 노반을 미리 확보해 둔다거나, 심지어 환승역을 미리 건설해 놓는 것과 같다.
예정에 없던 환승 계획이 잡혀서 환승역을 부랴부랴 만들게 되면 힘들게 복구했던 땅을 또 파헤치면서 고생할 뿐만 아니라, 환승 거리도 엄청난 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처럼 예정에 없던 후속작을 만들다 보면 기존 작품의 설정을 건드려야 하고, 없는 개연성을 억지로 만들어 넣느라 스토리가 삐끗하게 된다.
가령, 페르시아의 왕자 1편의 엔딩은 "악당 쟈파가 완전히 죽었고 왕자와 공주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였는데, 2편의 시작은 "악당이 완전히 죽지 않았고, 왕자와 공주는 딱 11일 동안만 행복하게 살았다"로 바뀌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후속편 떡밥을 던져 놓기만 하고는 후속편이 나오지 못하는 것 말이다.
1700? 1800년대 프랑스가 배경인 안젤리크(2013), 현대 첩보물인 모멘텀(2015)은 둘 다 미국이 아닌 유럽 영화이고 예쁜 여주인공이 나오고,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아서 2편이 나와야만 하는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결국 후속편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 유명한 쿵 퓨리(2015)는 일단은 히틀러를 제압한 것 같지만 놈이 완전히 죽지 않은 듯이 끝났다. 얘 역시 속편을 염두에는 두고 있지만 결국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속편이 나오지 않으면 황 인호라든가 성 기훈이 뿌린 떡밥을 수습할 수가 없다. 결국 2편의 제작이 확정됐다고는 한다.
범죄도시는 2편이 잘 만들어져서 후속편이 흥행에도 성공했다.

2. 반전

솔트(2010), 모멘텀(2015), 아토믹 블론드(2017).
다들 여성 요원이 구르고 고생하는 액션 첩보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솔트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만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중간첩 보내면서 엄청 대립하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솔트도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고 후속작 떡밥 좀 날리면서 끝나는 것 같았다만..??

아토믹 블론드는 1980년대 말 베를린에서 어쩌구 하는 게 <출국>(2018)이랑 비슷한 배경이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모멘텀은 소련이나 공산당 얘기는 없이 더 판타지 스럽고..

저 영화들의 공통점으로 느끼는 건 피아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반전이 많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실수로 잡힌 게 아니라 일부러 잡혀 준 거다", "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 동료는 알고 보니 적에게 매수당한 상태였다"
이런 게 현실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아 그러고 보니 테이큰 3도 이런 구성을 어중간하게 흉내 냈던 것 같다. 러시아 악당이 나오는 것도 똑같고..

3. 군대에서 금녀의 벽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간 흉기급 여성이 특수 요원이 아니라 군대 특수부대에서 차별과 편견을 견뎌내며 어쩌구저쩌구 하는 줄거리인 영화가 몇 편 있었다.
옛날에 데미 무어가 머리 밀고 출연했던 "G.I. 제인" (1997)..
그리고 "잠망경을 올려라" (1996)는 여군이 무려 잠수원 승조원으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존재감 없이 망한 듯하지만 "대한민국 1%" (2010)라는 영화가 있었다. 해병대에 여군 하사가 간부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잠망경을 올려라"를 소개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있는데 옆에 관련 동영상으로 "대한민국 1%"가 같이 뜰 정도이니.. 유튜브의 AI는 사람의 마음과 컨텐츠의 의미를 다 파악하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 틀림없다.

대한민국 1%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여배우는 '이 아이'인데.. 뭔가 아이유 IU처럼 EI라고 표기 가능한 참 특이한 이름이다. 현재는 활동을 중단한 듯하다.

아무리 군대에서 짬 찬 병이 초짜 간부를 골탕먹이고 심지어 하극상까지 저지른다 해도.. 저 정도는 영화적 허용일 뿐,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어떤 국산 영화 중엔 남자 교도관이 여자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말이다.

현실에서는 특전사에도 당연히 여군이 있고 유튜버 '은하캠핑'처럼 베어 그릴스의 한국 버전이요, 툼 레이더, 킬 빌, 악녀, 언니, 임 한림 등등등의 실사판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
국군의 날 기념식 때 도복 입고 무술과 격파 시범 보이는 특전사 요원들 중에 가끔 뒷머리 묶은 여군들도 보이는데 다 그런 사람들이다.

4. 오징어 게임과 타 영화 장면의 유사점

<오징어 게임>이 대히트를 친 게 벌써 2년 가까이 전 일이 됐다.
데쓰 게임이라는 게 막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니, 감독이 이걸 만드는 과정에서 "배틀로얄"과 "라이어 게임", "도박 묵시록 카이지"라는 기존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었다.
그런 플롯이나 스토리 말고 내 개인적으로 그냥 '느낌상'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지는 관련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라이터를 켜라"(2002)의 어리버리 봉구 허 봉구
극초반부에서 주인공 성 기훈이 그 나이 되도록 부모 돈이나 손대는 상찌질이인 것, 그래도 근본 성품은 착한 것=_=;; ,
어느날 일이 드럽게 안 풀려서 의기소침하다가 극적인 사건을 겪는 것, 결말부에서 뭔가 목표를 극적으로 이뤄내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 성 기훈은 소매치기랑 부딪혀서 돈다발을 털리고, 허 봉구는 야비군 훈련장에서 양 철곤과 부딪혀서 점심 우동 그릇을 엎지른다. 이거 비슷하고..
  • "내 돈 내놔!!!" (기훈이 새벽에게, 철곤이 용갑 국회의원에게)도 비슷하고... =_=
  • 처음과 끝이 반복되는 것도 비슷하다..!! 오겜은 딱지치기 게임이지만, 라이터...는 동창회다.. ^^

(2) "자토이치"(2003)에서 최종 반전 흑막이던 술집 종업원 노인
오 일남이 인상 좋은 동네 할아버지가 아니라 돈이 썩어빠지는 오징어 게임 기획자였던 것과 아주 비슷한 심상이다~!!
마지막 화에서 "당신의 깐부로부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처음 볼 때부터 난 자토이치 결말부가 같이 떠올랐다.

(3) "복수는 나의 것"(2001)
오징어 게임처럼 돈 때문에 범죄 저지르는 불우이웃에다, 밑도 끝도 없이 피칠갑 살인이 이어진다는 게 비슷하다.
그리고 오겜에서 강 새벽이 덕수를 극딜할 때 '혁명적인 개XX'라는 명대사가 튀어나왔는데..
"복수는.."에는 혁명적인 무정부주의 동맹-_-이란 게 있다.

결말부에서 여주인공인 영미가 동진에게 전기 고문을 당한 끝에 죽는다. 그런데 영미는 일제 시대로 치면 무슨 사회주의 성향 항일 운동 단체 같은 이상한 단체의 멤버였다. 영미가 살해당하자 거기 동무들이 또 동진에게 칼빵을 놔서 보복한다. 게다가 "네놈을 사형에 처한다"라고 판결문까지 만들어서 가슴팍에 칼과 함께 꽂아 준다.. =_=;;
두 영화는 혁명적인 게 있다는 정말 병맛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보니 강 새벽을 배 두나가 연기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 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3/05/22 08:35 2023/05/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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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세계

1. 색 나열

가시광선이라는 전자기파는 파장에 따라서 빨주노초파남보... 이런 경이로운 색깔을 인간의 눈에다가 꽂아 준다. 이런 색깔 나열은 여러 분야에서 유형이나 등급을 구분하는 용도로 쓰인다.

단적인 예로, 태권도 띠는 "하양 - 노랑 - 초록 - 파랑 - 빨강 - 검정" 순으로 등급이 올라간다. 내 기억으로 옛날에 카트라이더 게임의 면허증 색깔도 이와 같은 순서로 쪼렙에서 만렙으로 올라갔었다. 만렙은 무지개색이던가..??
서울 버스의 색깔도 "노랑 - 초록 - 파랑 - 빨강"의 순으로 단거리-지선 지향이 장거리-간선 지향으로 달라진다.
이런 것 말고도..

전쟁터에서 발생한 대량의 부상병을 분류하는 표식(트리아지)에는 파랑이 없다.

  • 하양: 전문 의료진이 없이 간단한 응급처치만 하고 내보내면 됨
  • 초록: 하양보다는 더 크게 다쳤지만, 그래도 위급하지 않음. 좀 방치해도 생명에 지장 없음.
  • 노랑: 초록보다는 좀 더 주의 관찰이 필요하고 조만간 제대로 치료를 해 줘야 됨
  • 빨강: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환자. 관심과 치료 최상위.
  • 검정: 이미 사망했거나 치료 불가능/무의미/가망없음.

자동차 번호판은 이런 식으로 색깔 구분이 있다.

  • 하양: 자가용..?
  • 노랑: 영업용 (바사아자 + 배)
  • 옅은 파랑: 순수 내연기관이 아닌 친환경 자동차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 수소..)
  • 남색: 외교

번호판에는 반대로 초록색이 없구나..;; 오히려 옛날에는 자가용의 번호판이 죄다 초록색 배경이었는데 요즘은 싹 없어졌다.
다음으로 죄수복은.. 옷 자체의 색깔뿐만 아니라 명찰(번호표)의 색깔에 의미가 담겨 있다. 어찌 보면 부상병 분류 트리아지와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 하양: 특이사항 없는 일반적 잡범, 또는 미결수
  • 노랑: 살인· 강간 급의 흉악 중범죄자, 혹은 교도소 내부에서 요주의 인물
  • 파랑: 마약사범. 약쟁이;;
  • 빨강: 사형수

끝으로, 불 끄는 소화기도 용도별 색깔 구분이 있다.

  • 하양(A): 일반 화재용
  • 노랑(B): 유류 화재
  • 파랑(C): 전기 화재

요즘 시판되는 어지간한 소화기들은 ABC 세 유형에 모두 대응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빨강은..?? 소화기 자체가 시뻘겋기 때문에 저 유형 표시에는 빨강이 없다. 이거 뭐 전기가 마약사범에 대응하는 건가..?? -_-;;;

어떤 경우든 흰색은 특이사항이 없는 가장 쉽고 일반적이고 무난한 상황을 나타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전쟁터에서 백기가 "교전 의사 없음 / 항복"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유치장이 비어 있으면 경찰서에서 백기를 걸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노랑은 약간 특수한 경우, 그리고 파랑은 많이 특이한 경우를 가리키는 용도인 것으로 보인다.

2. 각각의 색

(1) 하양

세계사를 통틀어 볼 때 정말로 조선만 유난히 흰색과의 접점이 컸는지 궁금하다.
평민 백성들이 농사 지을 때도 흰 옷, 양반 선비들 두루마기도 흰 옷.. 물론 임금은 빨강 같은 컬러풀한 복장이며, 다른 벼슬아치들이나 포졸, 군인들 옷 역시 유색이지만 말이다.

백의민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며, 도자기도 고려 때 청자이다가 조선에서는 백자로 바뀌었다고 그런다.
국까· 국혐 진영에서는 가난해서 염색을 할 여유조차 없어서 흰 옷으로 때우던 걸 무슨 순결이니 고결이니 정신승리 하는 거라고 비아냥거린다. 하지만 누런 베이지나 아이보리도 아니고 쌩 화이트야말로 옷이건 도자기건 구현하기가 더 어려운 고난이도인데, 이건 문화 수준이 상승한 거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근데 한편으로는.. 무슨 청색 LED도 아니고 백색이 뭐가 그리 대수이겠나? 진실이 무엇이건 조선이 문화 차원에서 백색을 의도적으로 선호하기는 했던 것 같다.

(2) 초록

이거 좀 놀라운 사실인데.. 인간은 원색들을 다 균일하게 인식하는 게 아니다. 초록색을 더 많이 편향적으로 인식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산술적으로는 균일하게 가시광선의 파장을 변화시켜 보면.. 빨-주-노는 작은 영역의 변화만으로 굉장히 금방 지나가는 반면, 중간 초록색은 더 많은 영역에서 오랫동안 비슷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파-남-보는 또 금방 지나가는 편..

그래서 각종 그래픽 툴에서 색깔 팔레트 내지 색깔 선택 대화상자, 색공간 차트를 보면.. 초록색이 다른 색보다 영역이 더 넓은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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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RGB 값을 흑백으로 디더링 할 때, G에 부여되는 가중치가 가장 크다. 공식이 하나로 딱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거의 3:6:1로 분배되는 게 일반적이다. 초록색이 가장 밝은 색으로 취급된다는 뜻이다.

옛날에.. 24비트나 32비트 트루컬러가 등장하기 전에 16비트 하이컬러라는 게 잠깐 등장한 적이 있었다.
팔레트가 쓰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든 천연색을 몽땅 자유자재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뭔가 특이한 모드인데..
RGB를 각각 5비트씩 할당하고 1비트는 남겨 놓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니면 초록색에다가만 1비트를 더 줘서 5-6-5를 구성하곤 했다. 초록색이 특별 취급을 받은 게 이 때문이다.

(3) 빨강

우리나라 태극기는 건국 이래로 수십 년 동안 동일한 형태가 쓰이다가 1997년 9월경에 살짝 개정된 바 있다. 태극 무늬의 청색· 홍색이 좀 더 산뜻한 색조로 바뀌었다.
옛날 태극기의 빨강은 주홍 scarlet에 더 가까웠다(왼쪽). 그러나 지금은 진홍 crimson에 더 가까워졌다(오른쪽). 빨강이 다 똑같은 빨강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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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옛날 태극기는 우리나라가 아직 못 살던 시절 내지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을 나타내고, 새 태극기는 말석 끄트머리나마 선진국 진영에 들어간 위상을 나타내는 것 같다. OECD 가입만 해도 1년 남짓 전인 1996년 가을이지 않던가?

그리고 성경에서 이렇게 주홍과 진홍을 나열하면서 빨간색을 대비시킨 유명한 구절이 떠오른다. 바로 사 1:18이다. "{주}가 말하노라. 이제 오라. 우리가 함께 변론하자. 너희 죄들이 주홍 같을지라도 눈같이 희게 될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되리라."

3. 염색

색을 내는 액기스라고 해야 하나.. 이런 물질은 다른 매개유체에 녹는 염료, 아니면 그 자체를 바르는 안료로 나뉜다.

(1)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실용적인 안료로 개발된 색은.. '프러시안 블루'라고 한다. 1700년대 프로이센 왕국 사람이 발견해서 저런 이름이 붙었는데.. 철이 산화철이 되면 보통 붉은색이 되는데, 저렇게 시안(CN) 화합물과 결합하면 파란 계열이 되는가 보다. 다만, cyan이라는 청록색이 저 물질과 관계가 있지는 않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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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시안 블루는 색깔도 예쁘고 저렴하고 만들기 쉽고 독성도 없어서 실생활에서 아주 널리 쓰였다. 프로이센 육군의 제복으로도 당장 이 색깔이 들어갔고, 작은 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한 염색용으로도 쓰고..
옛날에 '청사진'이라는 걸 만들 때 입혀지는 파란색도 이 안료와 관계가 있다. 다만, 청바지의 청색은 이 안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2) 한편, 영국군은 전통적으로 '레드 코트', 즉 빨강이 유명하다.
이 색은 깍지벌레로부터 얻은 '코치닐' 색소 기반이다. 즉, 인공이 아닌 천연 안료인 셈인데, 저 시절에는 그게 적당히 간지 나면서 값도 저렴해서 대량 생산이 가능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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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인공 무기물 안료 중에서는 산화철뿐만 아니라 카드뮴이 들어간 '카드뮴 레드'가 빨간색 물감으로는 고급으로 쳐진다고 들었다.
허나, 카드뮴이 잘 알다시피 인체에 아주 해로운 금속이기 때문에 이 정도면 미술 전공자나 쓰지 초-중등 교육 수준에서는 볼 일이 없을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19 08:35 2023/05/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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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경과 과학이라는 케케묵은 논쟁거리에 대해서 또 오랜만에 다뤄 보고자 한다. 수 년 전에 이미 늘어놨던 지론도 있지만 이 기회에 또 복습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과학과 신학(혹은 성경? 종교?)은.. (1)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가르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접근하는 관점과 영역이 서로 완전히 다를 뿐이다.

과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바이러스가 있고 양성자 중성자 전자가 있다고 가르친다. 그에 비해 성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뿐만 아니라 천사, 마귀가 있고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가르친다.
성경은 예수님이 인성과 신성을 모두 갖춘 분이라고 가르치지만, 과학에서는 빛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가르친다.

뭐, 인간이 과학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지금으로서는 정말 믿어지지 않지만 왜 꼭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야 위생적인지를 현업 의사들조차 납득을 못 했다. 심지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소수의 의사가 역으로 의료인들 사이에서 왕따 아싸 취급을 당했을 정도였다.

옛날 동의보감에 미개하고 황당한 내용이 있다고 한의학을 싸잡아 욕하는 경우가 있던데.. 비교하려면 동시대를 비교해야지? 1600년대에는 서양 의학도 사돈 남말 할 처지가 절대 아니었다.

길거리에 침을 함부로 뱉어서는 안 된다는 것, 여러 사람이 같이 식사를 할 때 국자를 써서 각자 덜어 먹어야 위생적이라는 것.. 이런 것도 거의 비타민의 발견에 비견될 정도로 문명 사회에서 굉장히 늦게 자리잡은 관행이다. 우한 폐렴 창궐 시절엔 그걸로도 모자라서 사람들 입을 전부 마스크로 틀어막기도 했었고 말이다. (비말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이런 건 과학적 발견을 통해 인간이 이 자연 세계의 규모를 측정하고 자연이 돌아가는 내부 디테일을 알게 되면서 정착된 사례이다. 가령, 지구의 크기를 알게 된 것, 광속이란 게 유한하며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게 된 건 대단하지 않은가? 이 덕분에 인간의 생활이 크게 편리해졌음은 물론이고 인간의 건강과 수명까지 향상될 수 있었다.

나도 학교에서 과학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다면.. 뭔가 불에 타는 물질과 그렇지 않은 물질은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고, 생명체의 구성 물질과 나머지 무생물 물질은 절대 극복할 수 없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연 발생설(모기는 도대체 어디 있다가 뿅 튀어나오는지!)이나 플로지스톤설을 어느 정도 지지했을 수도 있다. 지구가 둥글다고는 차마 실감하지 못했을 수 있고, 만물에 대해 피타고라스나 돌턴 정도로만 생각했을 수 있다.
물체는 원래 자기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관성) 정지해 있으려는 게 본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마찰..), 자연은 진공 상태를 싫어한다고도 생각했을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이 눈부시게 개척해 놓은 과학이라는 걸 맛보고 나니..

  • 세상 만물은 정적으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넘사벽 급의 거시세계인 천체와 은하들도 끊임없이 돌고 돌고 팽창하고 밀려나고 있고.. 미시세계의 입자들도 팽그르르 돌면서 넘사벽 급의 힘으로 상대방을 꽉 붙잡아서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의 경계를 형성한다.
  • 이 투명한 공기 중에도 눈과 귀로 당장 보이거나 들리지는 않지만 별별 희한한 파동들이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이걸 뭘 어떻게만 해 주면 자연 현상과 자연의 산물로부터 초월적인 엄청난 에너지· 동력을 얻을 수 있고, 정보를 저장하고 보낼 수도 있다.
  • 세상 만물은 이 이상 절대로 더 쪼개거나 분석 불가능한 단단하고 관념적인 놈이 아니다.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도.. 흠~
  • 유기물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고 이제는 없는 원소도 아주 제한적이나마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정말 100년, 200년 전 사람들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실들을 알게 되고, 상상도 못 했던 문명의 이기들을 값싸고 풍부하게 누리고 있다.
과학이라는 학문은 마찰이 없고 공기 저항도 없는 깔끔한 강체 내지 이상 기체에서 시작해서는.. 갈수록 엄청나게 더 복잡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를 분자· 원자 레벨에서 설명하고 수식으로 딱 떨어지게 기술하고 예측한다. 보통은 미시적으로 가지만 천문학/천체물리학 하나만 예외적으로 엄청난 거시세계를 다루는 듯.

그러니 학교 시험 문제 같은 데서도 "공기의 저항은 무시한다, 마찰은 무시한다" 이게 얼마나 엄청난 말인지..
애들을 그저 문제 푸는 기계로만 키울 게 아니라면, 자기가 상대하는 복잡한 개념과 원리, 숫자들이 실생활에서 어떤 위력을 나타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걸 우리가 과학이라는 도구 덕분에 얼마나 간편하게 취급하고 쓸데없는 삽질을 안 하게 됐는지를 과학 교육에서 잘 일깨워 줘야 하리라 여겨진다.
(공기의 저항이 없다는 건 깃털과 쇠구슬과 심지어 흙먼지조차 같은 속도로 툭 떨어지며, 사람이 빗방울에 맞아서 다칠 수도 있는 상태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세계엔 과학 기술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있고, 분야가 달라서 애초에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가령, 인간의 사후 세계 같은 건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탐구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영역이다.

과학 교육이 세상을 보는 눈을 저렇게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것처럼.. 본인은 성경을 공부하고 나니 인간이 죽는다고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과학 관찰이나 기술 발달만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적인 공허함과 불안함, 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영적 세계라는 게 존재하며, 이건 세상에서 굴러다니는 이상한 설화나 귀신 이야기 같은 것과는 급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 성경이 기본적으로는 논리나 증거 대신 믿음을 요구하는 책이지만, 그래도 도를 넘게 황당한 막장 판타지나 이상한 반지성주의 음모론을 강요하는 건 아니다!! 세상 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급으로 예언들이 정확하게 문자 그대로 적중한 건 또 어떻고?
  • 성경에 기록된 각종 사건과 스토리들이 정말로 다 실제로 있었다고 세상 역사와도 교차검증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제일 중요하게 다루는 예수님의 실존 여부조차 미스터리인 건 아니다. 부활도 세상에서 차마 받아들이지 못해서 "제자들의 부활 체험 사건 / 영적으로 부활" 이딴 식으로 부르긴 하지만, 사도들의 이런 엄청난 변화 자체는 명백한 역사적 팩트인 것이다.
  • 인간의 과학 지식으로 설명이 안 되는 기적 얘기가 있긴 하지만, 일부 디테일 내용은 오늘날의 자연 과학의 관점에서도 맞고 타당하고 시대를 명백히 앞서 있기도 하다.

과학은 인간은 자연 세계라는 게 굉장히 보수적이고, 물질이나 에너지가 뜬금없이 우연히 뿅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배운다. 그럼 그게 맨 처음에 우연히 생기려면..?? 기원은 과학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인 방식일 수밖에 없다.

  • 질량 보존의 법칙, 에너지/운동량 보존의 법칙
  • 열역학 제1, 제2 법칙. 영구기관은 절대로 존재할 수 없음.
  • 자연 발생설은 사실이 아님.
  • 후천적인 획득 형질은 후손에게 유전되지 않으며, 돌연변이는 십중팔구 생물에게 해로움. 한번 정해진 종의 특성이 호락호락 바뀌지는 않음
  • 연금술 따위 기술로 금을 만들 수는 없음 (입자 가속기 풀로 돌려서 만들까말까.. 게다가 가속기 돌리는 비용이 금을 시장에서 직접 사는 비용보다 더 비쌈)

그러니 이 정도면 과학의 범위를 벗어난 곳에 신의 기적 정도는 있을 수 있고 믿을 만하다는 결론을 개인적으로 내린 것이다.
정치와 종교가 다른 것만큼이나 성경과 과학은 주로 다루는 영역이 서로 별개이다. 성경은 인간의 온갖 추악한 마음 상태에 대해서 죄를 지적하고 회개를 촉구하지만, 딱히 자연의 신비를 밝혀 내는 걸 금지하고 죄라고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활동은 성경의 관심사가 아니다.

성경에 솔로몬의 재판이라는 엄청난 이야기가 기록돼 있지만, 현실 인간의 세계에서 솔로몬의 재판 같은 재판이 매번 벌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이 만들어 낸 CCTV와 유전자 감식 기술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범죄자들을 잡아내고, 애매한 사람을 고문하면서 취조할 필요를 없게 해 주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 줬는가? (물론, DNA라는 초월적인 메커니즘을 이용하여 생명체의 흔적과 유전자 정보를 기록한 신에게 감탄하는 건 옵션..)

의료 쪽만 해도 성경을 쭉 읽어보면 세상 의사의 필요성을 명백히 인정하는 논조이다. 신자들은 닥치고 기도만 하면서 손 빨고 있으라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병 고치는 기적은 평소에는 좀체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기적이라고 불리는 거다.

이런 식으로 영역을 구분하고 지내면 만사가 편안할 텐데.. 두 분야가 크게 대립한 건 아무래도 기원(origin) 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본인이 생각하는 방법론을 적용하면 충돌을 전부는 아니어도 대부분 상당수를 자연스럽게 해소하고 넘길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 여러 번 얘기한 적이 있으니 이 자리에서 또 언급하지는 않겠다.

내가 보기엔 진화도 맞고 창조도 서로 다른 영역에서 맞다. 진화론은 특정 조건과 범위 하에서 생물 종의 분화 과정을 설명하는 과학 이론이 당연히 맞다.
하다못해 예수님의 지상 재림 이후에 육식동물들이 다시 초식으로 돌아갈 거라는 예언(사 11:7, 65:25) 말이다.  만약 그런 변화가 문자적으로 발생한다면 그것조차도 생물학적으로 보면 진화이다. 딴 게 진화가 아니다~!

단지, 종의 분화가 아니라 생명 자체의 갑툭튀 원리, 기원, 근원을 이런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이 정도 진화를 관측하고 재현했다고 해서 그게 인간까지 진화의 산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에 얘기한 적이 있던가..? 다윈은 근성의 관찰 덕후여서 지렁이가 땅을 갈고 뒤엎고 기름지게 만들어 준다는 걸 인류 역사상 거의 최초로 알아낸 과학자였다. 구더기가 파리의 유충이라는 것도 모르던 시절에 도대체 어떤 할 일 없는 사람이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 지렁이나 관찰하고 있었겠는가? 다윈도 당대엔 "저 양반, 진화론이나 주장하더니 이젠 인류의 조상이 지렁이라고까지 말할 기세로군!" 이런 비웃음이나 실컷 당했었다.

평범한 창조론자(?)라면 이런 지렁이의 오묘한 행동 패턴도 절대 우연히 생길 수 없고 다 지적설계 어쩌구 하는 결론으로 갈 것이다. 본인도 그런 심증을 잘못됐다고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당연히 신이 지렁이를 그런 용도로 창조하신 게 맞지.. 하다못해 스타크래프트의 종족별 밸런스조차도 수학에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 치밀하게 연구해서 정하거늘, 더 정교한 게 어떻게 우연히 저절로 생기겠는가? 게다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인데, 다윈도 나름 신학 공부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다윈은 과학자로서 생물들을 관찰해 보니.. 타락한 현 자연 세계에는 그저 "보기 좋았더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 매정· 냉정함, 죽음, 환경 적응.. 그 어떤 예수쟁이 창조론자라도 저걸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윈은 이런 부정적인 면모를 더 주목하면서 common designer라는 면모까지 common ancestor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신이 저런 걸 일부러 만든 매정 잔혹 잔인 사악한 성품의 보유자가 아니라면 저건 그냥 생물 진화의 산물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관점을 잘 생각해 보자..! 그저 창조론자들이 단순하게 매도하는 것처럼 하나님을 인정하기 싫은 사탄적인 심보로 진화론을 만든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 과학계가 굳이 앞장서서 신을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과학 관찰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까지 신을 일부러 배제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대폭발 vs 정상 우주론"이 대표적인 예이다.

다음으로..
그러고 보니 과학뿐만 아니라 성경도 (2) 쓸데없는 미신을 배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별로 안 그럴 것 같고 계산 과정도 서로 딴판인데 계산 결과는 어쩌다 보니 동일한 셈이다. 사실, 기독교 사고방식이 입력되면 죽은 사람 갖고 도 넘게 장난 치는 농간에 휘둘리지 않게 돼서 뒤가 굉장히 깔끔해진다.

한편, 과학 말고 수학은 사실상 성경 급의 절대적인 진리를 가르치고 논하긴 한다. 단지 그건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참인 것만으로 한정이지, 영적인 가치 판단과는 전혀 무관할 뿐이다. 과학은 '법칙(law)'이라고 부르지만 수학은 '정리'라고 부르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16 08:35 2023/05/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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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을 사모하는 찬양

0.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 내지 영적 노래들의 상당수는 주제가 "거룩하신 하나님 찬양, 우리를 구원하신 주께 감사, 예수님의 보혈~~" 이렇게 하나님의 성품 아니면 그분이 베푸신 위대한 구원 쪽이다.
그런데 드물게 예수님의 재림 내지 내세, 종말을 염원하는 미래 지향적인 곡도 있다. "그 날은 오리라, 예수님 이 땅에 어서 오시옵소서".. 이것도 과거나 현실 지향적인 기존 교리들과 대등한 핵심 교리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건 은사주의 진영에서 "성령님이여 어서 뜨거운 불처럼 내 심령에 임하시옵소서" 이러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니 오해 마시기 바란다. 예수 믿고 구원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령이 당연히 임하니 걱정할 필요 없고, 뜨거운 체험을 하고 싶으면 그냥 사우나에 가면 된다.

그 이상으로 오순절 때 일회적으로 일어났던 표적, 혹은 예수님이 재림하시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지금 일어나게 해 달라고 간구하는 건 교리적으로 무의미하고 맞지 않는다는 게 본인의 소신이다. 더 자세한 건 이 글의 주제와 벗어나는 얘기이므로 여기서 더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1992년에 발매되었던 주찬양 8집 "Hosanna! 이 땅을 고치소서" 앨범에서는 마지막 트랙이 이런 재림 염원과 관련된 짤막한 찬양곡들의 메들리였다. "누가 아는가 / 마라나타 / 고개 들어 주를 맞이해"인데.. "누가 아는가"는 송 명희 작사인 국산곡이고 뒤의 두 곡은 외국곡 번역이었다.

1.
그리고 본인도 옛날에 이런 구조를 염두에 두고 청년부 특송용 메들리를 만들어 봤었다. 2014년 10월이었으니 정말 옛날이구나~
바로 "나의 사랑 나의 생명 - 우리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서 -- 보라 그 날이 곧 다가오리라" 이다. 세 곡 다 국산 창작곡이다.

첫 곡은 시 18:1을 염두에 둔 어린이 찬송 스타일의 사랑 고백이다.
둘째 곡은 구 정민 목사가 작사· 작곡한 창작곡으로, 가사 내용은 열심과 헌신 결단이다. 단, 2절 가사가 '썩어져 죽는' 게 아니라 그냥 떨어져서 죽는다고만 묘사해도 될 것 같다(요 12:24).
그 뒤 마지막 곡이 종말과 재림 소망이다. 가사를 보면 예수님의 지상 재림뿐만 아니라 천년왕국과 영원(새 하늘과 새 땅) 얘기까지 종말 장면이 다 나온다.

세 곡은 가사 내용으로나 멜로디로나 이어서 부르기에 큰 무리가 없다.
또한 첫째 곡과 셋째 곡은 파트가 둘로 나뉘어서 서로 돌림노래 부르듯이 제각기 재잘거리는 효과가 있다. "영원토록 정성 다해 사랑합니다"도 그렇고, "보라 그 날이"는 더 심하게 서로 따로 논다.
이런 건 회중 찬송으로는 살려서 부르기 어려우니 특송으로 실제 효과를 구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렇게 메들리를 만들었던 노하우를 살려, 그로부터 3년 반 뒤인 2017년에는 "맑고 밝은 날 / 변찮는 주님의 귀한 약속 / 사랑해요 목소리 높여" 메들리를 만들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가장 감미로운 곡들 조합이었다고 생각한다.
2014년작은 맨 첫 곡 "나의 사랑 나의 생명"이 사랑 고백이었는데, 2017년작은 마지막 곡 "사랑해요 목소리 높여"가 사랑 고백이었다.

2.
그 다음으로 본인 기억에 남는 특송 편성은 "그 날 다가오네"이다. 2018년 10월작. (☞ 링크)
이 곡은 우리 청년부 내부에서 꼭 불러 보고 싶다는 제안이 있었고, 또 이런 작은 교회 여건에서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리마스터링을 해서 부르기에 굉장히 적당한 곡이기도 했다. 그래서 곧장 잘 추진되었다.

이 곡은 가사부터가 "그 날 다가오네"로 시작하니, 히 10:25를 1초 만에 바로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함께 모이는 일을 폐하지 말고, '그 날이 다가옴'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라는 말씀 낭송을 전주 때 넣었다. 목소리 굵직한 형제를 통해서.. 전주는 원곡 첫 소절의 끝부분을 살짝 변형하는 형태로 본인이 만들어 넣었다.

처음엔 남녀 듀엣으로 시작한 뒤, "얼마나 기쁠까, 구주 예수 만날 때" 후렴에서 합창이 들어간다. 그리고 2절에서는 조를 G에서 A플랫으로 반음 올린다.

2절 뒷부분에서는 잠시 무반주 후렴 반복도 넣었다.
진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격스러운 장면을 생각하면서 목놓아 크게 외쳐 부르라고 친구들에게 주문했다.
그 뒤 맨 마지막 소절 "얼마나 영광스런 날일까"도 반복하다가 자매 솔로로 최종 마무리를 짓게 순서를 짰다.
별다른 고민을 안 해도 개조는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곡을 보자마자 곧바로 척 들었다.

예배 때 회중 찬송으로 큰 기복 없이 밋밋하게 부르던 곡을 분석해서 각종 파트, 순서 추가, 관련 성구 낭송, 관련곡 메들리로 가공 후 특송 형태로 부르는 것.. 개인적으로 굉장히 즐겁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꼭 너무 웅장하고 어렵고 화려하고 복잡한 별도의 특송용 곡을 찾을 필요 없이 말이다.

앞서 소개했던 "고개 들어"라든가 "보라 그 날이"는 엄격 진지 근엄 웅장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그 날 다가오네"는 막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가 아니며, 좀 삐딱하게 보면 슬프고 한풀이 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고 고달픈데 어서 주님 오셨으면 좋겠다~~ 같은 징징거림 말이다.
뭐, 하지만 이런 부류의 곡도 진짜로 슬프고 힘들 때 부르면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그 날 다가오네"는 Jim Hill (full name: James Vaughn Hill 1930-2018)이라는 사람이 1955년에 지은 곡이다. 실제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나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영감을 받아서 저 곡을 썼다고 한다.
그는 6 25 사변 때 참전한 적이 있고, 또 빌/글로리아 게이더와도 같이 찬양 사역을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2018년 1월에 80대 후반의 나이로 소천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14 08:35 2023/05/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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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보호에 대해서

1. 다음은 아주 정상적이고 건전하고 바람직한 동물 보호 사례일 것이다.

  • 진짜 처벌하고 잡아내야 할 밀렵이나 잔인한 동물 학대 현장을 고발함
  • 길고양이 상습 살해범을 집요하게 추적해서 잡음
  • (우리나라 얘기는 아니지만) 다른 맹수들이 무차별 보복 학살당하는 걸 막기 위해, 소수의 알려진 식인 맹수 개체를 먼저 앞장서서 잡아 없앰

2. 다음은 좀 논란거리에 가깝다.

(1) 개고기 반대
내 개인적으로.. 개고기를 막 좋아하고 즐겨 먹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 잡는 것만 특별히 더 잔인하다고 보는 건 역시 반대다. 돼지나 소도 생물학적으로 그 정도 감성과 지능은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이 개나 고양이를 인간과 더 친밀한 애완동물이라고 여기는 정서 그 자체가 잘못된 것 역시 아니다. 그건 나도 이해하고 존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고기는 저 두 이념이 충돌해서 발생하는 논란거리이다.

다만, 오늘날 개고기는 특별히 반대 운동을 할 필요도 없이 더욱 수요가 줄고 사양 산업이 되고 도태하는 중이기도 하다.;; 다양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오늘날, 굳이 이런 보신탕을 찾아 먹으면서 몸보신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합법화나 규모의 경제의 혜택을 받지 못해서 막 저렴하지도 않으니, 가성비조차 별로 맞지 않다.

(2) 갑각류나 어류도 고통 없이 잡아야 된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물고기를 산 채로 바닥에 패대기쳐 잡는다거나, 낙지나 조개조차 산 채로 불에 올려서 먹는 건 비위에 거슬린다. 차라리 바로 단칼에 썰어서 즉사시키고 회를 만든다면 모를까..
그런데 저것들을 일체의 고통 없이 잡느라 맛이 떨어지거나 수산물 값이 왕창 오르게 된다면 그건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난 거기까지는 선뜻 공감이 되지 않는다.

3. 끝으로, 이건 동물 보호라고 볼 수 없으며, 공권력으로 물리 치료나 금융 치료, 아니면 아예 정신 감정을 시켜야 할 미친 짓일 것이다.

  • 개 물림 사고나 갑툭튀 교통사고를 유발해 놓고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식으로 우기기
  • 아예 고깃집 앞에서 육식 반대 시위 (극단적인 채식주의)
  • 브리짓 바르도 아지매의 망언 (동물 보호도 아니고 그냥 인종 우월주의에 입각한 거의 정신병임-_-.. 개고기는 그냥 구실일 뿐)

이상.. 이 주제는 이렇게 등급이 딱 정리되지 않겠나 싶다. ㄲㄲㄲㄲㄲ
동물을 잡을 때 잡더라도 살아 있을 때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복지를 보장해 주고, 유흥 쾌락용으로 학대하지 말며, 식용이나 연구 목적으로 죽일 때는 단칼에 빨리 보내 주고, 동족이 보는 앞에서 죽이지 말라..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이다. 곤충 이상으로 빨간 피가 흐르는 고등한 동물 정도라면 말이다.

단지,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일체의 살생을 하지 말라느니, 아예 동물을 인간과 동급으로 취급해서 단위조차 '마리'가 아니라 '명'이라고 하라느니.. 그건 미친 정신병임이 틀림없다. -_-;;;
난 그냥 애완동물이지, 반려동물이라는 말도 개인적으로 좀 거북하게 느낀다. 동물이 무슨 배우자 반려자와 같은 급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 나머지 얘기들

1.
맹인 안내견 같은 동물은 애완용이 전혀 아니며, 얘야말로 진짜로 반려동물에 가까운 필수품이다.
얘는 자동차로 치면 긴급자동차나 장애인 탑승 차량과 같으며, 생명 직결 개인 의료기기에 준하는 취급을 받는다. 법적으로 온갖 특례를 받기 때문에 어지간한 동물이 못 들어가는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에 다 들어갈 수 있다.
고양이나 돼지를 이런 식으로 훈련시킬 수는 없고, 개의 특정 품종만이 이렇게 육성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런 안내견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공공장소에 들여보내는 것은 운전 연습 도로 연수 중인 차량만큼이나 배려와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

2.
매스컴 타고 형사 처벌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동물 학대를 저질러서 처벌받는 사람들의 범행 동기는 대체로 다음 중 하나로 정리되는 것 같다.

  • 감정형: 지 기분 꼴리는 대로. 마침 앞에 연약한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으니까 때리고 밟고 던지고 죽이면서 화풀이
  • 경제형: 위의 경우와 달리, 딱히 감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냥 동물을 처리하는 시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인도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주로 농촌 얘기이다.
  • 신념형: 캣맘 같은 동물 보호 운동하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경고하려고..

경제적인 이유를 뺀 나머지 이유는 진짜 그냥 싸이코패스이다. 동물한테 그런 짓을 할 정도이면 사람도 그렇게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을 상대로 흉악한 범죄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어떤 사회의 선진화 척도를 보려면 최상이 아니라 최하가 어느 수준인지를 확인해 봐라. 화장실 위생을 살펴보고, 동물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보아라" 부류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다만, 나치 독일이 히틀러 총통의 주도 하에 세계에서 거의 최초로 현대적인 동물 보호법을 제정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동물을 보호하면서 인간은 가스실로 보낸 건 특별하게 비뚤어진 신념이 작용했기 때문에 벌어진 좀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다.

3.
동물은 자기 한 끼를 해결할 만큼만 다른 동물을 죽이고는 그치는 반면, 인간은 먹지도 않을 거면서 전쟁을 벌여 수많은 동족을 잔인하게 죽인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식량을 저장· 축적할 줄을 알고 또 식욕보다 더 고차원적인 욕심도 잔뜩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보다 더 크게 살륙을 저지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전쟁을 벌일 때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이나 항복한 포로, 어린아이는 어지간해서는 죽이지 않고 보호한다. 사냥꾼도 최소한의 윤리 의식이 있다면 새끼 밴 암놈은 도의적으로 잡지 않는다.

반대로 야생동물의 세계에서는 그런 배려 따위 없다. 오히려 연약하고 사냥하기 더 쉬운 새끼를 더 집중적으로 잡아먹는다. 임신한 암놈이 잡아먹히면 안의 태아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 보너스이다.;;;
물론 짐승이야 오로지 본능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이니, 여기에 무슨 가치 판단을 하고 선악을 따지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짓이다.. 오히려 인간도 너무 굶주리면 천륜이고 인륜이고 뭐고 다 저버리고 생존을 위해 닥치는 대로 잡아먹게 되는데, 야생동물의 저런 행동은 딱 그런 유형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동물 보호 이념이 이런 생태에 개입할 필요는 없으며 그럴 수도 없다.

4.
하나님의 말씀과 뜻이 담긴 성경이야 사람과 짐승은 다르며 육식도 당연히 적극 인정하는 논조이다. 구약 시대에는 심지어 식용이 아니라 속죄제 명목으로 어린양을 잔뜩 잡아서 피를 뽑아내고 고기를 불태우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구약 성전의 뒷마당에 어린양들을 기리는 위령비 같은 거 만들라는 말은 하지 않으셨다. 그런 어린양이 불쌍하면 진짜 어린양이신 예수님 믿고 죄나 짓지 않고 살면 된다.

동물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동정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성경에도 어느 정도 동물에 대한 복지와 배려는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소가 구덩이에 빠져서 못 나온다면 안식일에라도 즉시 사람을 동원해서 건져내야 할 것이고(눅 14:5), 어미의 젖으로 새끼 염소를 삶지 말며(출 23:19, 34:26; 신 14:21).. 곡식 밟는 일을 하는 소의 입에다 마개를 씌우지 말라는 명령도 있다. (신 25:4)

곡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일하게 할 정도이면 다른 분야에 대한 배려가 어느 정도일지도 인간의 지능으로 유추가 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이 명령은 이례적으로 신약 성경에서 말씀 사역자· 목회자가 받는 보수를 논할 때도 비유로 인용돼 있을 정도이다. (고전 9:9, 딤전 5:18)

Posted by 사무엘

2023/05/11 19:35 2023/05/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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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토가 분단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철도의 변화

우리나라 인서울에서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거대한 시종착역은? 서울, 용산, 청량리이다.
영등포는 저런 역들에 밀려서 고속열차(KTX, SRT)는 취급하지 않게 됐다. '대구' 역이 동대구에 밀려서 KTX를 취급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노량진은 한때는 소수의 일반열차를 취급했지만 2000년대 초부터 이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일반열차를 취급하지 않지만 굉장히 큰 부지를 갖추고 있는 역으로는 경의선 방면의 수색, 경원선 방면의 광운대(구 성북), 그리고 중앙선 방면의 망우 정도가 있다. 수색과 망우는 애매하게 가까운 곳에 환승역이 또 놓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DMC, 상봉).

만약 우리나라가 분단되지 않았다면.. 망우는 몰라도 수색과 광운대 역은 뭔가 강북의 영등포처럼 일반열차가 다니는 큰 역이 됐지 싶다. 경의선과 경원선은 일제 시대의 복선이 그대로 유지되고, 서울 부근은 아예 2복선도 됐을 것이다.
아울러, 경의선 개성과 경원선 철원은 수원이나 춘천 같은 아주 중요한 역이 됐을 것이다. 특히 철원은 금강산선이 분기하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상상만 해도 흥미롭지 않은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예로부터 춘천 사람, 정확히는 춘천의 지주· 유지들이 한 근성 했다.
경춘선은 일제 말기에 만들어진 사철인데.. 일본인이 아닌 조선인 자본으로 만들어졌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일제가 강원도청을 춘천에서 철원으로 옮기려 하자 춘천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사재를 털어서 서울에서 춘천으로 가는 철도를 뚝딱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이것이 경춘선의 유래이다.
난 강원도청은 원주에 있다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춘천이 뺏어 버린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2. 1988년

지난 쌍팔년도 1988년은.. 서울 올림픽이 열렸을 뿐만 아니라, 철도나 안보 관광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제법 있었던 해이다.

(1) 경북 청도에는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1967년에 직접 건립했던 '신거'라는 이름의 간이역이 있었다. 하지만 수요 저조로 인해 1988년경에 비록 완전 폐역은 아니지만 역 건물이 헐렸다. (날짜 불명)
그런데 공교롭게도, 경북 봉화에서 주민들이 직접 건립하고 철도청에다 열차 좀 세워 달라고 민원을 때렸던 영동선 '양원' 역이 이 해 4월 1일에 정식 개업했다~!
오지에 사는 주민들이 직접 세운 간이역이 비슷한 시기에 하나는 없어지고 하나는 새로 생긴 셈이다.

(2) 1974년 11월경엔 연천 고랑포에서 북괴의 남침 땅굴이 최초로(제1) 발견됐는데.. 얘는 1976년부터 한동안 일반인에게 공개돼 오다가 1988년부터 비공개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른 땅굴들과 달리 너무 얕고 전방과 가깝고, 단면적이 너무 작아서 다니기 힘든 점이 감안된 듯하다.
지금까지 발견된 남침 땅굴 4개 중에 1호인 얘만 유일하게 비공개이다. 그런데.. 1988년에 정확하게 언제부터 비공개로 바뀌었는지에 대한 기록이나 신문· 방송 보도 자료를 전혀 못 찾겠다.

(3) 아울러, 1988년에는 철원에서 안보 관광지를 크게 정비했다.
우리가 아는 그 월정리 역 건물을 처음으로 만들고 구 철원 역 터에다가 승강장을 꽂은 때가 이때라고 한다.
이것도 1988년의 정확히 언제 있었던 일인지 자료를 못 찾겠다. 올림픽 때문에 정신 없었을 하반기는 아니고 정황상 상반기에 있었던 일 같다.
이 철원의 이벤트와 제1땅굴의 봉인이 서로 연계해서 같이 발생한 사건인지는 잘 모르겠다.

3. 우주 개발과 각종 토목 건설

철덕과 우주덕이 결합하면.. 취소된 아폴로 18, 19, 20호 얘기를 읽으면서 취소된 구 서울 3기 지하철 10, 11, 12호선 계획이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흠, 미국의 우주 탐사 계획에 제동을 건 게 베트남 전쟁이었다면, 한국의 3기 지하철 계획에 제동을 건 것은 IMF였구나.;;

그리고 역덕/밀덕과 우주덕이 결합하면.. 아폴로 8호와 함께 미드웨이 해전 정도가 떠오를 수 있을 듯하다.
미드웨이 해전은 2차 대전의 딱 중반이던 1942년 6월에, 미국이 기가 막힌 첩보를 통해 일본의 대형 항공모함 4척을 몽땅 격침시키고 태평양 전쟁에서 미국이 일본을 역전하는 첫 계기를 마련한 전투이다.

그것처럼 아폴로 8호는 1968년 말, 유인 달 착륙 경쟁의 중반쯤 되던 시기에, 미국이 소련을 역전하는 첫 계기를 마련한 미션이다. 시간에 너무 쫓긴 나머지, 처음 시도하는 여러 위험한 실험들을 한꺼번에 과감하게 추진했는데, 그게 다행히 전부 멋지게 성공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지구 대기권뿐만 아니라 지구 중력까지 벗어난 우주에 역사상 처음으로 나가 본 것, 일부 윤곽이 아니라 완전히 동그란 지구의 전체 모습을 최초로 목격한 게 아폴로 8호 때이다~!

그리고 요즘은 고속도로나 지하철 모두, 국가가 주도해서 국비만으로 주요 굵직한 간선을 건설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젠 여기저기 자잘한 지선이나 경전철을 만들고 있고, ‘민자’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것처럼 오늘날은 우주 개발도 옛날 냉전 시절처럼 국가가 육성하고 체제 우월성 경쟁을 위해 인간을 달에 보내려고 미친 돈지랄을 하는 형태는 진작에 끝났다.
이제는 철저히 민간 기업 위주로, 실용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1세계와 2세계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여러 나라들이 힘을 합치고 협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남한보다 1년 더 먼저, 1973년에 평양 지하철 천리마선을 개통한 것에도 체제 경쟁 입김이 분명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엔 운동 경기 기록은 말할 것도 없고, 뭐든지 먼저 만들고 건물도 더 크게 올리고, 깃대를 올려도 더 높게 올려야 직성이 풀리던 정말 오글거리고 유치한 시절이었다.

남한과 북한은 겨우 대성동 기정동 깃대라든가 63빌딩 VS 류경호텔을 갖고 경쟁했지만, 미국과 소련은 우주를 갖고 경쟁했다는 스케일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남한은 그때 이후로 그야말로 눈부신 서울· 수도권 지하철과 광역전철망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반면, 북한 평양은 저 때 이후로 시간이 정지해 버렸다는 차이가 있을 뿐..

Posted by 사무엘

2023/05/09 08:35 2023/05/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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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우한 폐렴 방역이 풀리고 일상이 사실상 다 회복된 것 같다. 버스· 지하철을 탈 때 귀찮은 마스크를 챙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지..? 요즘은 외국 여행 떠나는 비행기 표도 없어서 못 구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내년의 프랑스 파리 올림픽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 것 같다. 하필 도쿄 하계와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만 타이밍이 더러워서 관중을 못 받아들이고 제대로 쪽박을 찼다. =_=;;

본인은 근로자의 날을 낀 지난번 연휴 때 서울 근교의 성남-광주-양평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자연을 즐겼다. 완전히 새로운 곳을 찾아간 건 아니고 수 년 전(거의 4~5년쯤??)에 등산이나 다른 여행을 통해 찔끔찔끔 개척했던 곳들을 한데 몰아서 답사했다. 이때 마침 봄비가 내리고 있어서 옛날과는 사뭇 다른 경치가 펼쳐졌으며,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다.

처음에는 분당이나 경부 고속도로 서쪽의 오지를 생각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거기보다 더 동쪽으로 가게 됐다.
남한산성은 여행 경로에서 아주 가까이 있는 장소이긴 하지만, 이번 여행 때 들르지 않았다. 거기 근처와 주변만 돌아다녔다.

1. 성남 사기막골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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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목적지는 여기였다. 직장에서 퇴근한 뒤에 곧장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여기엔 깜깜한 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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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막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독대가 많이 전시돼 있고, 사기그릇 굽는 가마를 재현해 놓은 모형도 있었다. 자그마한 민속촌 한옥 마을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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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기대 이상으로 아주 대박이었다.
비 내리는 밤이다 보니 이 넓고 황량한 공원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고, 주차 걱정 없이 차를 공원 안까지 몰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정자가 있어서 이렇게 혼자 비를 피하며 유흥을 즐길 수 있었다. 무료 와이파이도 아주 빵빵하게 잘 터졌다.
주변에 다른 풀밭과 공터도 많았지만 이때는 정자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3시간 정도 머물고 잠깐 눈도 붙였다가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2. 이배재 고개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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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의왕-성남 사이에 하오 고개가 있다면, 동쪽의 성남-광주 사이에는 이 고갯길이 있다.
한때는 이배재 고개의 정상에 시내버스 정류장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요 몇 년 전에 근처에 산을 곧게 관통하는 터널이 뚫렸기 때문에 현재는 대중교통이 사라졌으며, 여기를 이런 험한 산길로 일부러 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그러니 여기도 혼자 캠핑을 하기에 환상적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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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에 비는 그치는 듯하면서도 그치지 않고 꾸준히 많이 내렸다. 특히 여기 있는 동안에 비의 출력이 가장 강했다.
벤치와 평상이 있긴 했지만 천장이 있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평상 위에다 텐트를 쳐 봤는데 바닥이 아니라 텐트의 입구에서 빗물이 많이 새어 들어와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차 안에서 한숨 자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간밤에는 자연을 즐기면서 밤을 다 새우다시피했다.

3. 팔당 물안개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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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진짜 관광은 광주시에 시작됐다. 경안천을 건너서 퇴촌면· 남종면의 '광주섬'에 오랜만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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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아침에 팔당 물안개 공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화선지에 그려진 수묵화처럼 운치 있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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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정말 넓고 조용하고 적막했다. 천장과 탁자가 있는 벤치가 있어서 거기서 비를 피하면서 컴퓨터 작업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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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km가 넘게 걸으면서 공원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시간이 흐르자 나 말고도 이 날씨에도 여길 찾아와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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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종면은 서울에서 가기가 몹시 힘들지만.. 간 만큼의 경치 풍경 보상이 있었다.
물안개 공원을 나와서는 강 따라 광주섬을 쭉 돌았다. 여기도 몇 년 만에 오지만 지리가 별로 낯설지 않았다. 좁고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산길 운전이 나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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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 주변은 그 이름도 유명한 상수원 보호 구역이다. 언어유희를 하자면 수도권의 수돗물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래서 여기는 하천법이 아니라 수도법이 적용되는 극악의 개발 제한 구역이다.
글쎄, 군사 시설 보호 구역이라는 것도 있고 대도시 외곽의 단순 그린벨트도 있고, 경주 시내엔 문화재 보호 때문에 개발 제한이 걸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상수원 보호에는 이들과 급을 달리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규제가 걸린댄다.

그러니 상업 시설이 전혀 없고 주택이나 농산물 직판장밖에 없었다. 그나마 딱 하나 '갤러리 추광'이라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서 잠시 쉬면서 폰과 노트북을 잔뜩 충전했다. 사막을 횡단하다가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다.

카페 주인과 잠시 말을 섞었는데.. 여기에 카페를 정말 힘들게 어렵게 간신히 허가 받아서 만들었다고 하더라. 수질오염과 아무 관계도 없는 별 희한한 규제 때문에 여기 주민들은 세차도 마음대로 못 하고 집 앞 문짝도 마음대로 못 단다고..
이제 여기도 엄연히 하수도 인프라가 깔려서 분뇨나 생활 하수가 팔당호로 흘러들지도 않는데 법이 도대체 언제적 기준으로 만들어진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광주 이 동네는 한강뿐만 아니라 경안천도 팔당호와 합류하는 하류 구간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다. 그래서 광주섬이 만년 미개발 오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쪼기 남양주 조안면과 양평 양수리는 똑같이 팔당호 주변이고 거리도 가까운데.. 남양주는 완전 시골 자연 오지인 반면, 양평 쪼기는 카페가 넘쳐나는 관광지인 것 같다.
그리고 남양주는 한강이나 팔당호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첩첩산중까지 상수원 보호가 너무 넓게 묶여 있는 것 같다.

이런 저런 부동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비는 오전 내내 내리다가 오후 2시쯤부터 완전히 그치고 하늘이 맑아졌다. 지금까지 봄 가뭄이 심했는데 이거 나름 고마운 단비인 것 같았다.

4. 엄미리 계곡 마을

여기도 지금까지 두어 번 정도 들른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캠핑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전에 여기서 오후 시간을 보내면서 쉬었으며, 저녁을 먹고 찻집에 들러서 폰과 노트북도 충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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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가 내리고 나니 엄미천엔 물이 콸콸 잘 흐르고 있었다. 여기는 경치가 특별한 건 없으니 사진을 많이 남기지 않았다.
밤에는 얇은 점퍼와 침낭만으로 버티기에는 좀 추워서 역시 텐트 대신 차에 들어가서 잤다.

5. 양평 양수리 - 서종면

지금까지 한강 이남을 돌아다녔으니 이튿날 아침에는 당일치기로 한강 이북을 탐방했다.
하남 IC - 팔당대교 이후 국도 6의 구도로(다산로)를 타고 남양주 조안면과 양평 양수리를 찍었다.
그 뒤 북한강의 동쪽 북한강로(지방도 352)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서종 IC에서 고속도로 60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구리 시내를 찍고 강변북로를 이용했다.

이때는 날씨가 아주 맑아서 며칠 전과 아주 대조적이었다. 사진은 생략한다.
이렇게 좀 달리고 나니까 좀 살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 팔당 물안개 공원 말고는 사진이 많지 않으니 글도 둘로 나누지 않고 그냥 하나에다 몰아서 작성했다.

오는 현충일과 7~8월 여름에는 더 멀리 강원도 전방이나 동해안 바닷가에 또 갈 계획이다. 지난 우한 폐렴 시국 동안에는 이런 장거리 여행을 못 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05/06 08:35 2023/05/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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