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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 태형 씨라고 스타크래프트 경기 해설자로 유명한 분이 있다. 이분은 “(프로토스) 이거 답이 없어요. 캐리어 가야 합니다!” 멘트를 남발하는 걸로 유명해지면서 ‘김캐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심지어 외국에서까지 Kim Carrier라고 불릴 정도로!
그런데 그 정도를 넘어, 캐리어에 대한 이 양반의 애정은 가히 보통 이상인 듯하다.

(그 유명한 동영상 클릭)
스타게이트와 플릿 비콘이 지어지는 걸 보자마자,
여..영광의 캐리어!! 테란을 상대로 프로토스의 상징 아닙니까!!!! ㅠㅠㅠ”
심지어 템플러 아카이브가 올라가 있는 등 선수가 아비터를 준비하는 게 명백한데도 이 양반은 끝까지 “아니에요, 분명 캐리어를 뽑을 겁니다”를 고집하기도..;;

이걸 보고 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말투가 “또다시 대담한 커밍아웃이다!! / 이것도 강하다! / 오바야시 씨 엉망진창 되어 버렸다!”를 떠올리게 한다. -_-;;;
둘째, “여... 영광의 Looking for you! 새마을호, 아니 한국 철도의 상징 아닙니까!!”

이 정도면 이분은 내가 새마을호 좋아하는 것처럼 캐리어 좋아하시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 하긴, 나도 스타 처음 배우던 시절엔, 유닛 조합이고 나발이고는 집어치우고 닥치고 캐리어 좋아했다. ^^;;
인생에서 뭔가를 저 정도로 열정적으로 좋아하고 파고들어서 나쁠 게 없지. ㄳ

2.
오랜만에 교회 친구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간 적이 있다.
철덕이 되고 나니, 역시 놀이기구 중에 궤도 위를 달리는 탈것을 보는 안목이 확 달라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이 롤러코스트는 제3궤조 집전식이구나.
- 동력비 조절은 쵸퍼 방식일까, 저항 방식일까?
- 이 곡선의 반경은 R=10을 간신히 넘겠다.
- 한 바퀴 도는 데 2분도 채 안 걸리는 반면, 승객이 타고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종점에서 지연이 심하군.
- 이 공중(空中)자전거는 뒷차 이용객으로부터의 추돌을 방지하려면 ATS라도 갖춰져 있어야겠는데?

3.
지난 학기엔 학교에서 학생들이 제각기 노트북을 지참하여 실습을 해야 하는 수업이 있었다. 본인은 당시 그 수업의 조ㅋ교ㅋ였기 때문에, 수강생들을 위해 콘센트가 6개씩 달린 멀티탭을 3개 가져와서 한 멀티탭은 벽에 있는 콘센트와 연결하고, 나머지 두 멀티탭도 전기가 들어오는 멀티탭의 한쪽 끝과 일렬로 연결하여 강의실 안에 분산 배치했다. 다른 학생들이 노트북 전원을 연결할 수 있게 말이다.

그런데 이거, 강의실에 멀티탭을 연결해서 기다란 선을 만드는 게 마치 지하철 노선을 만드는 것 같았다. 벽에 붙은 콘센트는 외곽의 차량 기지이다. 길쭉한 멀티탭은 지하철 역이고 멀티탭 선은 노선이다. 가까운 멀티탭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일종의 역세권 주민이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이 오기 전에, “보통 학생들이 어디에 몰려 앉더라? 어떻게 멀티탭을 배치하는 게 좋을까?”를 생각하곤 했다.
이런 사소한 것으로부터도 철도를 생각할 수 있어서 순간 무척 기뻤다. 철도님 사랑합니다.

4.
문득 든 생각인데, 도로와 철도의 관계는 카세트 테이프와 오디오 CD의 관계에다가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 매체인 CD가 아날로그 방식인 테이프보다 더 견고하듯(robust), 철도도 더욱 robust한 육상 교통이기 때문이다.

테이프는 무음부를 재생하고 있어도 hissing noise가 들리지만 CD에는 그런 게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철도는 조용하고 차냄새나 멀미가 없고 승차감이 훨씬 더 좋다. 주행 중에 글씨를 쓰거나 물을 마시는 게 열차와 자동차 중 어느 게 더 쉬울지 생각해 보면 명백하다? 사실 열차는 내부에 안전벨트조차 없을 정도이다.

테이프는 감는 데 시간이 걸리고, 오래 쓰면 늘어나고 엉키고 재생기별로 주행 속도가 미묘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철도는 정체가 없고 승차권에 도착 시각이 찍혀 있으며, 교통수단들 중 날씨를 가장 가리지 않는다.

일반적인 CD 재생기는 테이프 재생기보다는 진동에 취약하다. 이는 철도가 선로의 상태에 굉장히 민감해서 선로 보수를 꾸준히 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몇 가지만 생각해 봤는데 그럴싸하지 않은지? ㄲㄲ
그래서 열차는 똑같은 시간을 차내에 있어도 버스를 탔을 때보다 훨씬 덜 피곤하다. 길 자체의 상하좌우 굴곡이 자동차 도로보다 훨씬 완만하기도 하고.

5.
엔젤하이로 위키에서 철도 관련 글을 읽다가 본인은 깜짝 놀랐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서 세 명의 노인이, 운행 중이던 동일한 전라선 상행 새마을호에 치여 숨진 굉장히 괴이한 사고가 난 적이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내 홈페이지에 HTML 문서로도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02년 5월 1일이다. 카드빚 갚으려고 자가용을 택시로 위장해 여자 승객 6명을 살해한 강도 소식과 더불어 그 당시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었다.

그런데 엔젤하이로 위키에는 2003년이라고 잘못된 정보가 버젓이 적혀 있다.
그래서 건널목 사고가 숫제 수원-병점 전철 개통(2003년 4월 30일) 바로 다음날에 발생한 사고로 완전히 왜곡되어 버렸다.

2003년이 절대로 아니며, 2002년이 맞다. 이건 신문 기사를 검색해 봐도 알 수 있고 본인의 그 당시 일기에도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엔젤하이로 위키의 본문이 어서 수정되길 바랄 뿐이다.
참고로, 2003년 4월 30일은 영화 <나비>가 개봉한 날이기도 함.

Posted by 사무엘

2011/08/06 19:29 2011/08/0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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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시철도 공사 이모저모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관할하는 서울 도시철도 공사(SMRT; 일명 도철)는 1994년에 설립되었다. 경쟁사(?)인 코레일이나 서울 메트로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서울에서 가장 방대한 지하철망을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은 운영하는 구간이야 길지만 대부분 광역전철들이니, 서울 ‘안’으로 범위를 한정했을 때 말이다.

서울 메트로는 120개역 137.9km
도철은 148개역 152.0km
(출처: 해당 기관 홈페이지의 운행 현황 자료)
서메의 경우는 1호선의 운영 구간이 10km도 채 안 되는 서울역-청량리뿐이고, 도철은 8호선이 아주 짧은 노선인 게 특징이다. 8호선은 노선 길이가 17.7km로, 공항 철도의 검암-운서 구간보다도 짧다.

도철은 역대 사장들의 이름이 꽤 특이했다는 것도 아주 인상적이다.
지하철 회사 사장 중에서 가장 튀는 행적으로 가장 압도적인 인지도를 보유했던 음 성직 씨야 그렇다 치더라도, 전임 사장도 제 타룡 씨.. =_=;; 귀화 외국인인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코레일 사장은 허 준영· 이 철 이렇게 나름 알려져 있는데 도철과 코레일에 비해서 서울 메트로는 사장이 딱히 언론을 탄 적도 없고 알려진 게 거의 없는 듯. 마치 삼성이 까이는 정도와 LG가 까이는 정도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오늘은 이 도철과 도철 구간 지하철역의 특이점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도철은 경쟁사에서는 찾을 수 없는 이런 흑역사가 과거에 있었다.

1. 국산 전동차 609편성: 국산 인버터를 탑재한 전동차를 도입하여 처음으로 시범 운행한 적이 있다. 비록 그 결과가 시원찮아서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으나, 이 근성을 이어받아 도철은 훗날 또 SR-001이라는 국산 전동차를 만들어 냈다.

2. 무려.. 무인 운전: 서울 2기 지하철 전동차는 생각보다 무척 똑똑한 신형 차량이다. 1990년대의 새로운 기술 트렌드라 할 수 있는 VVVF 인버터(저항/쵸퍼 대신), LED 표시판(롤지 대신), ATS보다 더 뛰어난 ATC 체계. 그리고 승무원도 2인이 아닌 1인으로 최초로 감소했는데, 사실 이 전동차는 완전 무인 운전도 가능하다. 실제로 5호선 개통 초기에는 무인 전동차를 잠시, 그것도 몰래 운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자동으로 운행된 열차는 승객에게 심리적인 불안만 준 게 아니라 정지선을 못 맞추고 정차한다거나 사고도 여러 번 일으켰다고 한다. 그래서 무인 운전 떡밥은 쑥 들어갔다. 지금은 부산 지하철 4호선이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는 중.

3. 미개통이었던 마곡 역: 최고의 흑역사. 현재는 9호선의 마곡나루 역도 미개통 무정차 통과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된 경위라든가 상황이 마곡 역과는 여러 모로 다르다.

4. 총신대입구-이수 싸움: 덕분에, 환승역 주제에 관할 기관별로 명칭이 다른 초유의 역이 생겨 버렸다. 서울 메트로(4호선)는 학교 측의 요청에 따라 역명을 즉각 총신대입구로 복귀하였으나, 도철(7호선)은 그렇잖아도 총신대와 훨씬 더 가까운 남성 역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교의 요청을 거절하고 그냥 이수라는 역명을 미는 중이다. 서로 역명을 다르게 쓰고 있는 건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사이버 스테이션(=노선도)을 보면 알 수 있다.

5. 코레일과의 명칭 충돌로 인한 역명 개명: 7호선 광명사거리(광명이던 게 KTX 광명 역 개통으로 인해), 그리고 6호선 DMC(경의선 수색 역 개통으로 인해)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5호선 양평 역은 중앙선 양평 역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개명하지 않고 있다. 위의 두 사례와는 달리, 서울 양평동과 경기도 양평군은 완전히 다른 명칭이기 때문이다.
마치 2호선 신촌과 경의선 신촌이 따로 놀듯이 6호선 화랑대 역도 한때는 경춘선 화랑대 역과 충돌의 여지가 존재하였지만, 경춘선 화랑대 역은 선로가 이설되면서 없어져 버렸기 때문에 그쪽 충돌은 없어졌다.:

도철에는 현재 ‘테마역’이 존재한다.
6호선 녹사평 역은 웬 ‘발명테마역’으로 단장되어 있고, 8호선 몽촌토성 역은 ‘평창 동계 올림픽 홍보역’으로 지정되었다. 테마명이 마치 부역명처럼 역명판에까지 등재되었을 정도. 도철이 철도와 관련된 뭔가 창의적인 운영은 지금까지 제일 잘 했다. 다들 음 사장님의 아이디어겠지.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두 역은 당시 구상 중이던 미래의 3기 지하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공간이 좀 넉넉하게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몽촌토성은 승강장의 벽에 아예 환승역 색깔띠를 추가할 공간까지 대놓고 그려 놓은 상태인데...

코레일의 광역전철 구간과 서울 메트로의 지하철 구간이 구분되어 있는 1~4호선과는 달리 5~8호선은 완전히 도철 독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도철의 운영 구간에 서울 시외 구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7호선은 툭 튀어나온 광명시 구간을 잠깐 지나며, 8호선은 아예 성남시 마을 전철 같은 선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재미있는 문화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서울 지하철에는, 관할 회사를 불문하고 ‘인서울’ 전철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서울 전용 정기권이 있다. 그런데 도철은 자기 관할의 역들은 모두 ‘인서울’로 인정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7호선 광명사거리 같은 역에서도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분당선과 8호선의 환승역이며 성남시에 있는 모란 역은, 8호선의 게이트에서는 서울 정기권을 쓸 수 있지만 분당선의 모란 역에서는 그럴 수 없다. 물론, 8호선 게이트로 들어가서 환승 통로를 이용해 분당선 전동차를 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분당선이 9호선이나 공항 철도처럼 별도의 운임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는 노선도 아닌데, 이건 꽤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설 분리의 필요성 때문에, 모란 역은 복정 역과 달리 두 역이 꽤 떨어진 채로 지어진 것 같다. 복정처럼 두 노선의 역이 완전히 포개져서 한 대합실과 게이트를 공유한다면 관할 회사별로 승객 집계가 안 될 테니까 말이다. 충무로 역은 이런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3호선 이용객이 집계되지 않고 무조건 4호선으로 간주되지만, 어차피 두 노선 모두 100% 서울 메트로 관할이니 문제될 건 없다.

도철의 세력은 7호선의 부천· 인천 연장 구간이 개통하면 더욱 커질 것이며 이때는 운영 구간 재조율의 필요성이 더욱 진지하게 논의될 것이다. 이제 도철도 서울만의 지하철인 시대는 끝나는 셈. 하다못해 9호선도 앞으로 공항 철도와 직통 운행이 계획되어 있는데 2기 지하철에도 직· 교류 겸용 차량까지는 몰라도 2개 이상의 기관과 직통 운영하는 노선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이것저것 말이 많았는데, 어쨌든 본인에게 도철 하면 역시 구동음 독특한 전동차가 많은 노선이라는 게 가장 인상적이다. 앞으로 한 10년, 20년 뒤에도 이 전동차를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8/02 08:30 2011/08/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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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철도 차량의 팬터그래프

이번 달은 철도 관련 글이 이례적으로 무척 드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짤막한 철도 토막 상식 하나. ㄲㄲㄲ

전기로 달리는 철도 차량은 어떤 형태로든 길에 있는 전차선으로부터 전기 에너지를 공급받는 장치가 있다.
외국의 철도(당장 북한부터 포함) 내지 놀이기구에는 땅에 있는 궤도에 전차선이 나란히 부설되어 있는 제3궤조 집전식이 쓰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전기 철도는 천장에 빨랫줄처럼 전차선이 매달려 있고 이를 차량의 팬터그래프가 끌어다 쓰는 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되어 있다.

마치 헬리콥터에 동축 반전 로터 방식과 테일 로터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듯, 전기 철도도 시설에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제3궤조 집전식은 거추장스러운 전봇대와 전차선이 없어서 미관에는 좋지만, 반대로 철길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잘못해서 감전될 위험이 크다.
뭐, 가장 좋은 꿈의 기술은 무선 송전이겠지만, 에너지의 손실이 커서 아직 실용화는 못 돼 있는 듯하다.

고속으로 열차가 주행 중일 때 팬터그래프는 전차선과 닿으면서 마찰과 마모가 발생하는 부위가 존재하기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 이 부분을 잘 만드는 게 첨단 기술이다. 전차선은 팬터그래프의 모든 부분과 고르게 닿도록, 선로의 진행 방향 기준으로 볼 때 약간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게 배선되어 있다. 무조건 선로와 평행하게 깔려 있지가 않다.

참고로 철도는 비단 팬터그래프뿐만이 아니라 차륜조차도 고르게 마모되게 하기 위해, 굳이 차를 돌릴 필요가 없는 전후 대칭형 동차도 정기적으로 열차 진행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한다.
(한 우진 님의 관련글: http://blog.naver.com/ianhan/120116919855 )

전기 기관차가 팬터그래프를 올리면서 그게 전차선과 닿을 때 불꽃이 팍 튀는 모습이 본인의 기억에 생생하다.
KTX가 고속선에서 시속 250~300km로 전속력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팬터그래프와 전차선이 맞닿은 곳에서 빛이 나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모습을 직접 보기란 쉽지 않다.
천안아산 역을 답사라도 하면서 무정차 통과 열차를 봐야 할 것이고, 아니면 경부선 일반열차를 타면서 기존선과 고속신선이 만나고 때마침 KTX가 지나가는 모습을 우연히 보기를 바라야 할 텐데 그 기회가 그리 만만하게 찾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전철역에서야 KTX도 시속 100 남짓한 속도로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팬터그래프 주변이 그렇게 강한 압박을 받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팬터그래프는 열차의 진행 방향 기준으로 최대한 뒤쪽에 장착하는 것이 상식이며 관례이다.
그렇게 하면 열차의 앞부분이 갑자기 절연 구간이나 전기 규격이 다른 곳에 진입했을 때 그 대처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으며, 사고로 팬터그래프가 부러지더라도 그 부위는 뒤로 곧장 날아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안전하다.
앞과 뒤의 팬터그래프를 모두 올릴 수 있는데 평소에는 뒷쪽 것만 쓴다. 그러나 뒷쪽 것에 문제가 생기면 스페어로 앞쪽 것을 투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 철도 차량이 달리는 사진을 보면, 불빛의 색깔뿐만이 아니라 팬터그래프의 위치만 보고도 이 열차는 비록 전후 대칭형 차량이지만 원래 어느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는 걸 철덕은 금세 유추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7/27 19:12 2011/07/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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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철도역

요즘 지어지는 철도역은 온통 ‘유리궁전’이 대세이다. 유리궁전은 일단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인천 공항, 서울 역부터 시작해서 요즘은 전철역과 심지어 관공서 건물까지 두루 유행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지역에는 의도적으로 한옥으로, 혹은 완전 한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기와지붕을 얹은 형태로 역이 지어지기도 한다.

경주(동해남부선): 경주는 왕년에 신라의 수도이지 않던가. 경주 역은 기와지붕 모양인 대표적인 역이다. 하지만 동해남부선의 이설이 끝나면 지금의 신경주 역에게 모든 지위를 내어 주고 철거될 예정이니 대략 안습임.

영월(태백선): 지붕뿐만이 아니라 건물이 완전히 한옥 인테리어를 하고 있고 역명판도 아예 한자로 써진 무척 독특한 역이다.

전주(전라선): 경주 역과 비슷하지만 더 한옥 느낌이 든다. 여기는 아예 관광 명소인 한옥 마을이 있기도 하니까. 참고로 전주는 경주와 위도가 비슷하기도 하다.

김유정(경춘선): 경춘선의 복선 전철화와 함께 이설된 이 역은 작정하고 영월 같은 본격 한옥으로 지어졌다. 역명판의 글자는 코레일체 대신 궁서체로 인쇄되었다. 전철역 중에서는 최초의 사례이니 무척 흥미롭다.

이외에 남원, 곡성 역도 기와지붕을 한 역으로 알려져 있다. 더 있으려나? 특히 곡성 역은 탑리 역처럼 성곽 형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14 08:44 2011/06/1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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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철 경원선(중앙선)의 모든 것

서울 강북에는 예전부터 '국철'이라고 불리는 이상한 전철 노선이 있었다.
경인선이나 경부선과는 달리, 이 전철은 나름 서울 중심부 구간에서 한강을 따라 미려한 경치를 선사하면서 지상으로 달렸다. 딱히 이름도 없이 그냥 국철이었고, 배차 간격이 12~15분대로 다른 지하철보다 꽤 길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 국철의 명목상 노선색은 군청색으로, 마치 1호선의 지선처럼 취급되었다. 그런데 지선은 본선에서 뻗어나가서 제 갈 길을 가는 형태가 보통인 반면, 얘는 용산에서 분기하여 한남, 옥수 따위를 지난 뒤에 다시 청량리에서 합류하여 일종의 고리를 형성했다. 여러 모로 특이한 노선이 아닐 수 없었다. 정식 명칭도 없는 이 국철의 정체에 대해 본인은 어릴 때부터 굉장한 호기심을 품어 왔다.

이것은 오늘날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라고 불리는 코레일 광역전철 노선의 옛날 모습이었다.
물론 용산-한남-옥수-청량리 구간 자체는 원래 경원선이라고 하여 일제 강점기 초창기인 무려 1911년부터 있던 철도이다. 그 경원선이 청량리와 성북과 그 이북으로 올라가서 신탄리까지 가고 북한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남북이 분단되면서 경원선은 경의선과 더불어 반쪽짜리 노선이 되었다.

수도권 전철이 개통하기 전에 경인선과 경부선(수원 이북)이 그랬던 것처럼, 경원선에는 용산에서 신탄리까지 디젤 동차가 다녔다(아마 비둘기호급?). 1974년의 광복절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하고 경부선· 경인선과 심지어 경원선의 일부 구간이(성북까지) 1호선에 편입되어 전동차가 직결 운행하기 시작했지만, 그때 경원선에는 아직 변화가 없었다. 다시 말해 회기-성북은 1호선 전동차와 기존 경원선 디젤 동차가 선로를 공용했다.

오히려 경원선은 철거당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1969년, 박통 시절에 서울의 유명한 자동차 도로인 강변북로가 건설되었는데, 경원선을 그냥 철거해 버리고 그 부지를 이용해 도로를 손쉽게 건설하자는 제안이 채택될 뻔했던 것이다. 그렇잖아도 경원선 서울 시내 구간은 도시 개발에 방해가 되고 잉여력만 펄펄 넘쳐 보였으니 말이다. 그 당시엔 용산과 청량리 사이에 어차피 역도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나 이때 사명감 있는 철도 관계자들은 경원선을 절대로 철거해서는 안 된다고 그 의견에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우리나라 철도 건설사의 산 증인인 정 진우 박사의 저서 <평생 인연 철도 건설>을 보면 그 일화에 대해 잘 소개돼 있다. 저분은 경원선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경부 고속철 건설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쓰고 우리나라에 고속철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한 고속철 전도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 책은 철덕들에게 강추인 아주 유익하고 귀한 문헌이니, 일독을 권한다.

저런 분들 덕분에 경원선은 철거와는 반대의 운명을 갔으며, 1978년 12월, 서울 지하철 1호선에 이어 별도의 복선 전철 노선으로 거듭났다.
비록 1974년 8월만치 유명한 날짜는 아니지만 철덕이라면 저 날짜도 잊지 말자. 이를 계기로 성북 역은 지하철 1호선과 국철의 동시 종점이 되었으며, 그 이남은 두 노선이 공히 디젤 동차가 완전히 퇴출되었다. 그리고 강변북로는 철길을 건드리지 않고 강변과 더 가까이로 건설되었다.

경원선 용산-이촌 사이에는 절연 구간(사구간; dead section)이 있다. 직류· 교류가 바뀐다거나 변전소가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니다. 철길 위로 지나는 어느 노후한 교량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전차선을 설치할 수가 없기 때문에 잠시 전력 공급이 중단된다. 그런데 거기는 그렇잖아도 급커브 때문에 열차가 굉장히 천천히 달려야 하는데, 관성으로 무동력 운행까지 해야 하니 좀 불안하다.

서빙고 역 근처에는 아예 평면교차 건널목이 있고 열차가 지나가기 전에 차단기가 내려온다. 덜덜~ 전동차가 지나는 길목에 건널목이라니. 1호선도 북쪽 어느 구간에 딱 하나 아직 입체화가 되지 않은 건널목이 있다. 건널목 있지, 일반열차도 가끔씩 취급하지, 1호선과 공용하는 선로가 있지... 이런 여러 이유 때문에 국철 경원선은 지하철 수준의 증차가 곤란하다.

게다가 경원선 국철은 옛날엔 사람과의 평면교차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용산 이남으로는 어차피 운행을 안 하니까 별 문제될 게 없는 반면, 청량리-회기에서는 1호선과 합류해서 같이 성북으로까지 가야 하는데 여기에도 평면교차가 존재했다. 용산에서 출발한 경원선 전동차가 1호선의 상행(=원래 경원선인) 선로로 합류하기 위해서는 1호선 하행의 선로를 필연적으로 침범해야 했다.

예전에 성북, 의정부 방면으로 가는 1호선 상행 전동차들이 청량리-회기 구간에서 심심하면 정체· 서행을 반복했던 주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말이다.
과거엔 1호선의 남쪽 끝인 수원 역에도 전동차가 아예 일반열차 선로를 침범하여 회차하느라 평면교차 장애가 있기도 했으니... 1호선은 이렇듯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병목 지점들이 존재했다. 덧붙이자면, 인천 역은 평면교차 지장은 없지만 인상선도 없는 열악한 두단식 승강장이어서 회차 성능이 영 안습이었고.

그러다 국철 경원선에 봄이 찾아온 것은 2005년, 덕소 역까지 수도권 전철 중앙선이 개통하고부터이다. 이 국철은 운행 계통상 경원선이 아닌 중앙선으로 편입되었고, 청량리-성북 구간에 더부살이를 하지 않는 별개의 노선으로 독립해 나갔다. 평면교차 장애가 없어진 것은 보너스. 과거에 안산선이 수도권 전철 1호선의 경부선 지선처럼 운행되기도 하다가 결국은 4호선으로 운행 계통이 완전히 분리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중앙선은 고유 노선색(옥색)까지 부여받았다! 더는 이름 없는 국철이 아니다.
옛날에는 이 노선에 이름도 없어서 안내방송조차 “옥수· 청량리 행 열차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였는데 이제는 다 지나간 얘기. 이미 수 년 전부터 '중앙선'이라는 당당한 이름이 생겼다.

2000년도에 서울시에서 기존 지하철과 직통 운행을 하는 국철들은 다 지하철 호선 번호로 노선명을 통합했다. 그런데 용산-성북 국철은 지하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면서 1호선에 또 붙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분당선만치 독립적인 노선도 아니다 보니, 꽤 오랫동안 낙동강 오리알 신세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중앙선부터 시작해 경의선, 경춘선 등 워낙 국철들이 많이 개통하다 보니 국철이라는 말은 조용히 사라지고 각 노선명을 따로따로 부르는 게 대세가 되어 있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2009년에 드디어 수도권 전철로 탈바꿈한 경의선도 옥색 노선색을 쓰고 있고,
경의선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수도권 전철로 탈바꿈한 경춘선은 마치 중앙선에서 분기하는 지선 같은 위상으로 동일한 옥색을 쓰고 있다.
옛날에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선은 빨강, 국철들은 다 회색을 쓰던 노선 배색이, 회색이 옥색으로만 탈바꿈하여 되돌아온 게 아닌가 모르겠다.

다만, 경의선과 경원선은 궁극적으로 상호 직통 운행을 하여 파주에서 양평까지 한큐에 가게 하겠다는 계획이 잡혀 있으니, 지금부터 동일한 노선색을 쓰는 게 합리적인 정책이긴 하다. 오오~ 40년 전에 철거 위기까지 맞았던 경원선이 이 정도면 가히 장족의 발전을 한 게 아닌지?

이들에 이어 다른 국철인 분당선은 왕십리까지 올라가고 수원까지 내려가서 수인선하고까지 직결이 계획되어 있다! 노랑 국철과 옥색 국철의 거대한 발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경의선과 경원선이 만날 때쯤엔 건널목도 입체화하고, 특히 용산-이촌 사이의 절연 구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경원선상에 있는 용산과 회기 역이 6, 7년 전에 비해 얼마나 드라마틱하게 변했는지가 아직까지 기억에 선하다. 특히 용산은 KTX 정차역으로까지 지정되었으니, 비록 광장은 서울 역보다 좁지만 건물 덩치는 서울 역보다 더 커졌다.
왕십리와 청량리 역은 크고 아름다운 민자역사로 바뀌었고 청량리의 경우 역시나 거의 30년 만에 지하철과 국철역 사이의 환승 통로도 드디어 생겼다.

왕십리 역은 민자역사가 생기기 전에는 마치 신도림 역처럼 코레일 관할의 역사 자체가 없어서 이것도 2호선과 동시 개통한 최신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그렇지는 않다. 경원선의 이 지점에 역 자체는 이미 일제 강점기 때부터 있었기 때문에 역사가 아주 길다.
저런 메이저 역들과는 달리 응봉, 한남 같은 역은 서울 도심의 시골 간이역 같은 정취가 여전히 물씬 풍긴다. 직접 가 보면 안다. 응봉과 옥수 역은 굉장한 곡선 승강장역으로도 유명하다.

성북 역은, 경원선 국철이 없어지고 최근엔 경춘선 무궁화호도 없어지면서, 역의 규모에 비해 이제 1호선 전철만 탈 수 있는 평범한 역이 되어 버렸다. 경원선이 북한으로까지 뻗어나갔으면 가히 강북의 영등포 같은 역이 됐을 텐데 아쉬울 뿐. 그래도 국철과 경춘선으로 인해 야기되던 고질적인 평면교차는 완전히 사라졌으니 앞으로는 1호선 하나만이라도 쌩쌩 운행 잘 해 주길 기대하겠다.

중앙선이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 동안 1호선이 접수하고 있는 경원선 북쪽 구간도 전철의 세력이 커져서 지금은 무려 소요산까지 가 있다. 디젤 동차인 CDC가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짤막한 단선 비전철 구간을 생각하면 그저 안습뿐. 거기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1시간에 한 대꼴 열차보다는 차라리 20분에 한 대꼴 셔틀버스를 굴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경원선을 접수하고 있는 용산 역하고, 우리나라 킹왕짱 역인 서울 역과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서울 역은 지금의 민자역사 말고 옛날 건물 시절부터 거의 공항 수준으로 크고 아름다웠고, 이름에 걸맞게 경부· 호남· 전라· 장항선에 심지어 경의선과 교외선까지 혼자 다 취급하던 역이었다.
그랬는데 고속철이 개통하면서 뭔가 서남쪽으로 가는 호남· 전라· 장항선 노선은 용산 역으로 이사를 갔다. 이것 때문에 지역 차별이라고 굉장히 불만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행선지별로 역이 이원화하는 것은 결코 나쁜 현상이 아니다. 청량리 역이 중앙· 경춘· 영동· 태백선 열차를 취급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강원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아무 불만 없었는데. -_-
역을 이원화하는 주 이유는 두말 할 나위도 없이 회차 용량과 취급 가능한 열차수를 늘리기 위해서이다. 거의 10분 간격으로 운행 가능한 그 많은 KTX 열차들을 서울 역 부지에다가만 세워 두기엔 공간이 부족하잖아? -_-;;

더구나 용산 역은 앞으로 경의선까지 뺏어 와서 경의· 경원· 중앙선 횡축에다 1호선 종축의 연계 전철망까지 구축하게 된다. 서울 역에서 출발하는 경의선은 회송 열차 트래픽도 있고, 또 신촌 같은 역도 있다 보니 아주 없애지는 못하지만 여객 전철은 여전히 1시간에 1대꼴로 아주 뜸하게 운행된다. 경의선이 비주류인 대신 서울 역은 잘 알다시피 공항 철도를 확보해 있다.
이렇듯, 서로 일장일단이 있으니
서울· 용산 구분이 무슨 지역 차별이라는 식의 말은 없었으면 한다. 용산구도 의심의 여지 없이 서울의 중심부이다.

생각해 볼 문제:
국철을 탈 때와 지하철 1호선을 탈 때 용산-회기까지 소요 시간의 차이는 어느 정도 날까?
비슷한 문제로 공덕-청구(5, 6), 영등포구청-왕십리(2, 5), 도봉산-온수(1, 7)의 경우도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03 08:43 2011/06/0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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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분산식과 동력 집중식

철도 차량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동력 집중식· 동력 분산식 같은 용어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근성 있는 철덕이라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이미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이곳 본인의 블로그는 철덕만 오는 곳도 아니고 만인을 위한 보편적인 공간인 만큼, 그게 무슨 용어인지 또 친절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동력차를 편성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은 4종 교통수단 중 오로지 철도 차량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여타 교통수단과는 달리 여러 차량을 한없이 길게 줄줄이 엮어서 다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열차이다.

먼저 동력 집중식이란, 쉽게 말해서 동력을 내는 역할만 하는 한 개의 전용 동력차가 나머지 객차들을 전부 끌어 다니는 차량 편성 형태이다. 그 동력차는 흔히 기관차라고 불린다. 육중한 기관차는 당연히 괴력을 낸다. 가정으로 치면 가장 한 명이 혼자 돈 벌어서 온 가족을 먹여 살리는 형태라고나 할까?

기관차를 앞뒤로 혹은 앞-중간, 앞-앞으로 중련 편성하고 심지어 뒤에서 미는 형태로 편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동력 집중식에서 중요한 것은, 기관차는 오로지 기관차 역할만 하고 그 뒤에 객차를 끌든 화차를 끌든 뭘 엮든 상관없다는 사실이다.

최초의 철도 동력차는 증기 기관차이니 당연히 동력 집중식이었다. 증기 기관 자체가 덩치가 크고 물탱크에 석탄 화차까지 필요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동력 집중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력 분산식은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한 차량에 동력 기관과 접객 시설이 모두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여러 차량이 작은 힘을 동시에 낸다는 것. 동력 분산식을 설명하기 위해 동차에 대해서 먼저 소개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동차라든가 KTX는 동력차 안에도 일부 좌석이 편성되어 있으며, 그 뒤에 이어지는 객차도 아무 차량이나 편성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가 동일한 새마을호 객차라도 동차형 새마을호의 객차와 기관차형 새마을호의 객차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이들은 위의 두 조건 중 첫째만 만족하는 차량이다. 이런 차량은 동차라고 불린다. 하지만 동력차가 겨우 앞뒤로 두 군데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동력 집중식 동차라고 불린다.
요컨대 동력 분산식 차량은 반드시 동차이다. 그러나 모든 동차형 열차가 동력 분산식은 아니다.

그럼 둘째 조건에 대해 살펴보자.
미국의 길고 아름다운 화물 열차처럼 기관차를 중간중간에 여럿 편성하여 움직이는 것은 둘째 조건을 만족하지만, 이걸 동력 분산식이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첫째 조건과 복합하여, 동력 기관과 접객 시설이 모두 있는 차량이 여럿이서 같이 움직이려면.. 결국 동력 기관이 객실 밑바닥에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추가된다.

이런 조건을 정확하게 만족하는 철도 차량은 역시 지하철이다.
사실 지하철뿐만이 아니라 일본 신칸센도 동력 분산식 고속철이며, 동력 집중식 고속철인 KTX와는 다르다.

철도 차량은 왜 이런 식으로 구성의 차이가 발생하며, 동력 분산식과 동력 집중식의 장단점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글을 계속 읽어내려가기 전에 여러분도 생각을 해 보기 바란다.
이런 사색을 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철도 시스템을 이해하고 철덕이 되는 법이다.

동력 분산식은 작은 엔진이 여럿 동시에 힘을 낸다는 특성상 가감속력이 뛰어나다.
밥 먹듯이 정차를 자주 하고도 표정 속도를 높게 유지하려면 빠른 가감속력이 필수이므로, 동력 분산식은 민첩해야 하는 여객 열차에 매우 유리하다. 특히 지하철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고 속력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가감속력이 뛰어나면 지연 만회에도 유리하다.
차량으로 치면 지프 같은 사륜구동 차량이 일반 승용차보다 등판능력 같은 성능이 더 좋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지하철이 보통 초당 2~3km/s 가속이 가능하며, KTX는 2km/h/s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전속력을 내려면 거의 4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시속 100km까지 10초가 안 걸리는 스포츠카와는 다르다. =_=
부산 지하철 1호선 전동차는 8량 1편성 중 앞뒤 차량을 제외한 6량이 모두 동력차...;;여서 전국의 지하철 중 가감속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기관차+객차형 차량의 경우, 객차는 별로 안 무거운 반면 열차의 머리에 해당하는 기관차만 100수십 톤에 달하며 엄청나게 무겁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과적 단속을 하는 게 다 이유가 있어서이듯, 무거운 차량은 선로에 무리를 많이 준다. 철도 교량 역시, 통과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열차의 하중을 기준으로 건설된다.

그 반면 동력 분산식 차량은 작은 동력 기관이 여럿인 형태이므로 개개의 차량이 기관차만치 많은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여러 엔진 중 한두 개가 좀 뻗는다고 해서 열차가 바로 서 버리지도 않는다. 아직까지도 국산 고속철인 KTX 산천이 자주 뻗는 모양이던데, 산천이 동력 분산식 차량이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끝으로, 이건 굳이 동력 분산식이라기보다는 동차형 차량 전체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차량은 기관차+객차형 차량과는 달리 전후 내지 좌우 대칭형으로 편성된다. 그래서 굳이 차량의 방향을 돌리지 않아도 지금 있는 상태 그대로 자연스럽게 전진이나 후진으로 나아갈 수 있다. 회차가 불편한 노선에서는 동차형 차량이 약방의 감초가 된다.

자, 지금까지는 동차형 차량의 장점 위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도 단점이 있으며, 기관차형 열차가 유리한 분야도 있다.
일단 동력 분산식 차량은 객실 바로 아래에 동력원이 있는 만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증기 기관으로는 동차는 아예 만들 수가 없고, 기름으로 달리는 동력 분산식 열차는 소음과 진동이 가히 버스· 트럭 수준이 된다. CDC, NDC가 딱 그 예이다.
그러나 전동차의 소음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그나마 요즘 굉장히 많이 줄어든 것이다. 누리로는 정말 조용하던데!

그리고 동력 분산식 차량은 차량 편성이 기관차형보다 경직된다.
앞뒤로 모두 동력 차량이 있고 동력차와 객차가 일심동체이다 보니, 뒤에 객차나 화차를 자유롭게 추가로 넣었다 끊었다 하기가 어렵다. 기껏해야 이미 해 놓은 편성의 배수 단위 중련 편성이나 가능하다. 이는 화물 수송에서는 꽤 불리한 점이다.

차량의 개수가 n이라 할 때 기관차형 열차의 cost는 15+n쯤 되는 반면, 동력 분산식 동차형 열차의 cost는 3n 정도 되겠다.
기관차는 초기 비용이 크다. 그러니 달랑 1량짜리 열차를 기관차+발전차까지 엮어서 끌고 다니는 건 대단한 낭비이다. 그러나 그 기관차의 출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객차는 얼마든지 저렴하게 추가로 끌고 다닐 수 있다.

그 반면, 동차는 동력차와 객차가 일심동체이다 보니 한 차량의 비용이 일반 객차보다 비싸며, 길게 편성하면 할수록 그 비용도 커져서 결국은 기관차형 객차만 길게 편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앞지르게 된다.
또한 특별히 1량 동차로 설계된 동차가 아닌 이상, 동차는 어차피 1~2량 편성을 하지도 못한다.

이 정도면 동력 집중식과 동력 분산식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글의 논조에서 느끼셨겠지만, 동력 분산식은 결국 속도가 중요한 여객에 유리하며, 동력 집중식은 편성의 유동성이 더 중요한 화물에 유리하다. 철도 선진국인 일본은 진작부터 가히 동차 천국인데, 우리나라도 이 추세를 이어받아 이제 공항 철도나 누리로처럼 동차형 열차가 대세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옛날에 DEC, EEC 같은 동차의 추억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일본에는 아예 화물 열차도 동차형 열차가 존재하며, 이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그런 일본도 아예 바닥에 누워서 편히 자야 하는 침대차는 기관차+객차형 열차로 운행한다고 함. 어차피 빨리 갈 필요도 없고 높은 가감속력이 필요하지도 않으니까.
이를 응용하자면, 시베리아 대륙 횡단 열차에 동차형 열차가 투입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비행기와 경쟁하는 시속 500km짜리 자기 부상형 고속철이 아닌 이상 말이다.

본인이 다니는 교회의 청년부에 있는 모 형제는 혼자 있을 때 Oh Glory Korail을 절로 흥얼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섬식 승강장· 상대식 승강장의 차이에 대해 얘기하고 서울 지하철을 관할하는 회사가 둘로 나뉘어 있다고(서울 메트로 vs 도철) 얘기하더니만 주변으로부터 철덕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게 다 내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러분도 어디 가서 동력 집중식, 동력 분산식 같은 용어를 구사하고 그 차이점까지 설명할 줄 안다면 주변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1/05/15 08:32 2011/05/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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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표(*): 비교적 서울 시내에 가까이 있는 기지임을 뜻한다. (시계나 외곽이 아니라)

※ 코레일

- 구로*: 경부선과 경인선이 분기해 나가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차량 기지이다. 구로 역에 차량 기지 입· 출고 선로가 있으며, 전동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아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하다.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떡밥이 나돌고는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과연 글쎄다.

- 이문*: 여기는 원래 경원선 북쪽 방향에서 중앙선으로 바로 진입하는 삼각선, 일명 망우선이 시작하는 곳이고 망우선의 화물 취급역인 이문 역이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 전철 1호선이 갈수록 길어지고 그에 비례하여 운행 중인 전동차 수도 늘어나면서, 코레일은 이문 역을 폐지하고 여기에 전동차 차량 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게 되었다. 그게 2004~2005년의 일이다.
바로 옆에 1호선 신이문 역이 있다. 이곳은 차량 기지뿐만이 아니라 코레일 수도권 동부 지사 본부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 병점: 중정비 기능도 없고 그다지 존재감 없는 외딴 기지였으나, 내부에 지선 형태의 서동탄 역이 생기면서 인지도가 살아났다. 수원 일대에서 회차하는 전동차들의 입체 교차를 책임지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임.

- 월곶(시흥): 안산선의 종점인 오이도 역에서 북쪽으로 더 진행하면 나온다. 영동 고속도로의 인천 기점 근처인 월곶 분기점 일대에 있으나, 찾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오이도 역 이북으로 수인선 전철이 완공되면, 이 기지 내부에도 달월 역이 생길 예정이며 전동차 안에서 기지 주변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 분당: 분당선의 종점에서 이어지는 차량 기지로, 용인에 있다. 2004년엔 보정 역이 기지 내부에 개통했다. 그러나 분당선이 남쪽으로 더욱 연장되고 나면 보정 역 역시 이설될 예정이라 한다.

문산(경의선), 용문(중앙선), 평내(경춘선) 차량 기지도 있으나, 자료가 없기 때문에 설명 생략.

한편,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광명시 소하2동 일대를 지나면, 차량 기지처럼 보이는 선로들이 근처에 보인다. 이건 광명 셔틀 전동차를 취급하는 기지이지 싶다. 광명 역이 당초 계획대로 KTX의 시종착역으로 운영되었다면 이 부지가 KTX가 주박하는 곳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서울 메트로

- 군자*: 용답 역 바로 옆에 있고 쉽게 보인다. 옛날에는 용답 역의 역명 자체가 기지 역이었으나, 이름이 너무 촌스러웠는지 용답으로 개명. 공교롭게도 근처에 도시철도 공사 본사도 있지만, 이 기지는 도철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서울 메트로의 관할이다.
다음에 설명할 신정 기지의 경우도 그렇지만,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지선은 차량 기지 입출고선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니, 2호선이 맨 처음 개통한 구간이 신설동-종합운동장이었으니, 그때는 지금의 지선이 아예 본선 노선으로 포함돼 있었다!
성수 역에서 진입한 2호선 전동차뿐만이 아니라, 동묘앞-신설동 사이의 비밀 연결 선로를 이용한 1호선 서울 메트로 소속 전동차도 이곳으로 들어와 정비를 받는다. 어차피 1호선에 다니는 서울 메트로 차량은 코레일 차량의 1/6이 채 안 되니까 말이다.

- 신정*: 용답에 이어 2호선의 또 다른 지선인 양천구청 역의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저 역은 지하에 있는 관계로 전동차 안에서는 기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기지의 지붕 위로 아파트가 잔뜩 세워져 있는 특이한 구조이다. 요즘은 버스 터미널도 지하화하는 게 유행인데, 그런 것처럼 전동차 차량 기지가 만들어진 부지를 나름 입체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 지선은 까치산 역까지 이어진 덕분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개통 당시, 전동차의 반입 경로로도 이용되었다.

- 지축: 서울 지하철 3호선의 북쪽 지상 구간에서 전동차를 타고 쉽게 볼 수 있는 기지이다. 여기서부터 서울 메트로 구간이 끝나고 코레일 일산선이 시작된다. 3호선 전동차와 4호선 전동차를 취급한다.

- 수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의 남동쪽 외곽에 존재하고, 3호선 전동차와 분당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하지만 위치가 수서 역에서 좀 먼 편이고 수서 역 자체도 지하에 있기 때문에, 전동차 안에서는 이 기지를 볼 수 없다.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어렴풋이 이곳을 볼 수 있다.

- 창동*: 4호선 창동-노원 사이에 있는 기지이고 4호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이곳은 4호선이 고가로 달리는 곳이다 보니, 기지의 모습을 전동차 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호선이 처음 생기던 당시에는, 이곳이 전철 노선을 지하로 건설할 필요도 전혀 없고 대놓고 차량 기지까지 지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으며, 코레일 관할의 구로 기지와 마찬가지로 창동 기지를 더 외곽으로 이전해 달라는 주민들 요구가 많다고 한다.

※ 서울 도시철도 공사

기지가 모두 상당한 외곽에 있다.
그래도 5호선이나 7호선 같은 긴 노선은 차량 기지가 양 끝에 두 개씩이라도 있지, 더 나중에 개통한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기지가 하나씩밖에 없다.

- 고덕: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최초 개통 구간인 왕십리-상일동과 더불어 영업을 시작한 역사 깊은 차량 기지로, 도철(SMRT) 관할의 차량 기지 중에서는 7호선 도봉 기지와 더불어 차량 중정비를 담당하는 양대 기지 중 하나이다. 서울 지하철을 통틀어 최고 동쪽에 있음.
이름과는 달리, 고덕-상일동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종점인 상일동 역에서도 좀 멀리 더 가야 나온다. 그래서 현재 정규 전철 노선만으로는 기지 모습을 구경할 수 없으며, 외곽 순환 고속도로의 강일 나들목 근처에서 접근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지 내부에 강일 역이 신설될지도 모른다.

- 방화: 5호선의 서쪽 종점인 방화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역시 일반적인 여객용 전철 노선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올림픽 대로의 서쪽 끝인 개화 IC 근처에서나 구경할 수 있다.

- 신내: 6호선의 동쪽 종점인 봉화산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현재 이 기지 근처로 가는 방법은 신내-남양주 도시 고속화도로 정도밖에 없으나, 앞으로 이곳에 신내 역이라고 경춘선과의 환승역이 건설되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차량 기지 내부에 있는 시종착역이 환승역인 사례는 이게 최초가 되지 싶다?

- 도봉: 7호선의 북쪽 끝에 있다. 이 기지는 애초부터 내부에 장암 역이 건설된 덕분에, 도철 관할 차량 기지 중에서는 전철로 가장 접근하기 쉽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이건 원래는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차량 기지를 건설할 부지를 의정부시로부터 제공받는 대가로 선심성으로 만들어 준 역에 가깝다.
차량 기지 내부(옆이나 근처가 아닌!)에 단선 승강장 형태로 지어진 역으로는 장암 역이 최초이며, 나중에 개통한 분당선 보정 역은 장암 역의 스타일을 물려받은 사례라 하겠다.

- 천왕: 7호선 담당이지만, 도봉 기지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정말 존재감이 없다. 7호선의 서쪽은 여타 2기 지하철 노선들과는 달리, 차량 기지가 있는 쪽으로 노선이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는 놔두고 경인선 온수 역 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 서동탄 역 같은 신세가 되었다는 뜻.
이 기지는 천왕이나 광명사거리 같은 인근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고, 주변에는 유명한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도 없기 때문에 이쪽으로 찾아가기도 더욱 쉽지 않다.

- 모란: 8호선 남쪽 종점인 모란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오지만 이 기지가 있는 곳은 모란 역에서 지하철 두세 정거장 거리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오히려 성남 시청 내지 분당선 야탑 역에서 더 가깝다. 수서 기지와 마찬가지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달리면서 잠깐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8호선의 특이한 선형과 주변 지역의 특성상, 기지 내부에 역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량 기지는 철도 덕후의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본인은 결혼도 저런 곳에서 하고 싶다. 공항 철도 용유 차량 기지에서 결혼식을 한 후 곧장 공항 가서 신혼여행 고고씽..;;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볼링장의 모습을 보고도 전동차 차량 기지가 바로 연상된다.
공이 우르릉~ 굴러가는 소리는 전동차 굴러가는 소리요,
점수가 뜨는 모니터는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로구나.

Posted by 사무엘

2011/04/24 19:31 2011/04/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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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환승과 막장 환승

지하철 노선에는 잘 알다시피 여타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 있다.
그러나 환승역이라고 해서 다 같은 환승역이 아니다.
비교적 적은 거리만 움직이면 금방 환승이 가능한 '개념' 환승역이 있는가 하면, 가히 욕 나오는 수준의 '막장' 환승역도 있다.

같은 시기에 동시에 건설된 지하철 노선들은 가능한 한 상호 환승이 편리하게 되도록 건설된다. 애초부터 환승역으로 계획됐으니 말이다. 청구(5, 6), 천호(5, 8), 충무로(3, 4) 같은 역이 좋은 예이다. 군자(5, 7)는 앞의 역들보다는 환승 거리가 길지만, 환승객들을 수용할 공간을 내기 위해서 일부러 환승 통로를 길게 만든 것에 가깝다.

그 반면, 서로 다른 시기에 선견지명 없이 건설된 지하철과의 환승은 막장으로 치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도 다음과 같이 여러 유형이 있다. 기계적으로 무슨무슨 역이 막장 환승이라는 식으로 무식하게 암기하기보다는, 막장 환승역의 형성 경위에 대해서 본질적인 맥을 짚어 보기로 하자. (서울 지하철 기준)

첫째, 1기 지하철하고 2기 지하철 사이에 악명 높은 막장 환승역이 많이 생겼다.
그 이름도 찬란한 종로3가(1, 5), 노원(4, 7), 신당(2, 6), 잠실(2, 8), 신길(1, 5) 등. 환승 노선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생각 안 하다가, 나중에 억지로 환승 통로를 내다 보니 저렇게 됐다. 2호선 신당은 역간 거리 유지를 위해, 4호선 노원은 창동 기지 입출고선 때문에 교차로에 정확하게 닿는 형태로 역이 지어지지도 못했으며, 이로 인해 환승 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둘째, 2기 지하철은 5~8호선이 모두 동시에 건설된 것에 가까운 반면, 1기 지하철은 1호선과 2호선이 서로 별개이고 또 3-4호선이 1· 2호선하고는 서로 별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끼리도 환승 거리가 꽤 긴 경우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그래서 1호선은 전반적으로 다른 지하철과의 환승 거리가 좀 긴 편이다. 시청(1, 2), 서울역(1, 4), 신설동(1, 2) 등.

셋째, 3기 지하철인 9호선은 한강을 따라 서울의 동서를 지하로 관통하는 반면, 인근 환승역들은 대체로 종축(남북) 노선이며 강을 건너기 위해 역시 지상에 나와 있다. 따라서 이들은 환승 거리가 필연적으로 무척 길어진다. 동작(4, 9)이 아주 좋은 예이고 당산(2, 9)도 마찬가지. 노량진(1, 9)은 아예 아직 환승 통로 자체가 없다. 같은 지하역이지만 고속터미널도 7호선과 9호선 환승은 막장이다.

넷째, 막장 환승의 결정타를 찍은 것은 최근에 개통한 공항 철도 서울 도심 구간이다. 일단 이 노선 자체가 서울 시내의 어느 지하철보다도, 심지어 경의선보다도 밑으로 지나기 때문에 미치도록 깊다. 홍대입구의 2호선-공철 환승은 충정로보다 더 나쁘면 나쁘지 더 좋지 않다. 계획 환승역인 김포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역과의 환승은 과연...;;

현재 막장 환승의 최고봉은 노원도 아니고 서울역이다. 경의선, 공철, 1호선, 4호선이 각각 서울 역의 네 꼭지점을 차지하고 있는데, 공철에서 4호선 환승은 그렇잖아도 막장 환승의 극치이던 경의선과의 환승조차도 버로우 타게 만든다..;;
지하 7층인 공철 승강장에서 지상 2층(지하 2층이 아니다!)까지 올라간 후, 그 큰 서울 역 건물을 동서로 횡단한다. 그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간 후 1-4호선 환승 통로를 지나고, 또 계단을 내려가면 4호선 승강장..;; 10분 족히 넘게 걸어야 한다. ㅎㄷㄷㄷ;;

다음은 본인의 관련 코멘트들.

1. 어떤 지하철 역과 수직인 노선이 나중에 건설될 때는 T나 L자 모양으로 역이 지어지는 게 보통이다. +(십자형)자 모양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영업 중인 기존 지하철 역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역을 건설하려고 해서 그런가 보다.

2. 이런 막장 환승역들을 거울삼아, 서울시에서는 2기 지하철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나름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훗날 추가로 건설될 3기 지하철과 환승역이 될 걸로 예상되는 역들은, 지름길 환승 통로를 쉽게 건설할 수 있게 공간을 확보하고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5호선 여의도, 6호선 녹사평, 7호선 논현, 8호선 몽촌토성 같은 역들이 그 대상이었으나 오늘날은 5호선 여의도 역만이 9호선과 연결되어 나름 개념 환승을 실현해 냈다.

3. 서울 말고 다른 광역시들은 여러 지하철 노선이 동시에 건설되는 일 자체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하철은 환승역들이 전반적으로 개념 환승에 가깝게 편리하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막장 환승이 있다면 응당 개념 환승도 있다. 발전 양상은 다음과 같다.

4위 회기(1호선, 중앙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타 노선으로 갈아타려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덧붙이자면 계양(인천1· 공철)도 회기와 완전히 동일한 위상의 환승역이다.

3위 복정(8호선, 분당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복층으로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환승하려면 계단을 한 번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된다. 이 정도만 돼도 무척 편하다. 천호 역도 이 정도로 편리한데, 이 역은 두 노선 모두 상대식 승강장이고 평행형이 아니라 수직형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2위 금정(1호선, 4호선):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였다는 점에서는 회기와 비슷하지만, 입체 교차 시설까지 동원하면서 머리를 좀 썼다. 두 노선이 수직이 아닌 예각으로 만난다는 특성상, 1호선 상행(서울 방면)과 4호선 상행(당고개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고, 1호선 하행(천안 방면)과 4호선 하행(오이도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한다.

그래서 안산에서 구로 쪽으로 가는 사람, 과천에서 수원으로 가는 사람은 계단을 전혀 오르내릴 필요 없이 동일 승강장의 반대편 열차를 타면 된다. 일명 평면 환승이다. 마치 경인선에서 완행과 급행을 갈아타듯이 말이다.
물론, 안산에서 수원 쪽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가야 하나, 안산에서 금정까지 찍었다가 수원으로 가는 건 굉장한 우회이기 때문에 이용 승객이 적다.

1위 김포공항(9호선, 공항 철도): 계단을 한 번만 이용하면 되는 복정과, 같은 방향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는 금정의 장점만 취합한 국내 최초의 환승역이다. 개념 환승의 최종 완전체이다.

이 글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늦게 생긴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계획 환승역은 극단적으로 환승이 편한 반면, 그렇지 않은 역과는 극단적으로 환승이 불편해져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8 18:42 2011/04/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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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급행 전동차

우리나라의 수도권 전철에서 가장 먼저 운행된 급행은 바로 경부선의 서울-수원 급행이다.
이 급행은 전철의 급행 운행이 무척 소극적이고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우리나라에서 의외로 꽤 오래 전부터 운행되어 왔다.
2복선화 공사와 함께 거의 2000년대가 돼서야 등장한 경인선 급행보다도 시기적으로 더 앞섰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운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1990년대에 이 급행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했다.
운행을 하루에 출퇴근 시간 겨우 3회밖에 안 하는 극 레어템인 데다 이런 운행 계통이 있다는 게 제대로 홍보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열차는, 동일 선로 + 대피선/본선을 활영하면서 지능적으로 완급 결합 운행에 참여하기보다는, 그냥 일반열차 선로만 쭉 주행하는 예외적인 전동차에 더 가까웠다. 서울 역에서 출발은 한다지만 타는곳도 지하철 승강장이 아니라 별도의 특이한 지상 승강장에 있었다.

본인은 이 열차를 상행과 하행 모두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가서 타 봤다.
전동차가 일반열차 선로를 달리면서 노량진-대방 사이의 지하 꽈배기굴을 지나고, 일반열차들이 죄다 정차하는 영등포 역을 포함해 서울 시내 역들을 거의 다 무정차 통과하고, 심지어 구로에서도 교각을 안 타고 일반열차 선로로 커브를 돌다니!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ㄲㄲㄲ
이 이색적인 기분은 타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급행은 하행은 영등포 역에 서지 않고, 상행만 선다.
물론 하행보다야 상행이 서울 시내에서 정차를 더 하는 게 더 합리적인 정책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된 더 큰 이유는 승강장 때문이다. 일반열차 승강장에서 전동차 승객을 주고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영등포 역 내부의 일반열차 선로에서 비교적 가깝게 전동차 플랫폼의 한쪽 면에 닿을 수 있는 곳은 상행 방면이기 때문에--선로별 복복선 배선 형태와 좌측 통행의 특성상-- 상행만 영등포 역에서 정차한다. 거기가 바로 5번 승강장으로, 평소에는 광명 셔틀 전동차가 대기하는 곳이다. ^^;;

완행과 급행이 같이 다니는 전철역의 경우 승강장과 선로가 상하행*완급행 = 4개 있는 게 보통이지만,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중요한 역이라든가 시종착· 기지 입출고 역할을 하는 전철역은 여분의 선로를 더 갖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용산은 중앙선 전동차 때문에 승강장이 하나 더 있다가 그것도 방향별로 승강장이 분리되어 총 6개가 되었으며, 구로는 상하행*완급행*경인/경부 = 8개의 승강장에다가도 당역 시종착 승강장이 하나 더 있어서 총 9개이다.

그리고 노량진 역도 마찬가지. 현재 일반열차 승강장만 잉여인 게 아니라 사실 전동차 승강장도 남아도는 게 하나 있어서 개수가 총 5개이다. 노량진은 차량 기지가 있지도 않고 딱히 시종착역도 아니지만, 한강을 건넌 직후 처음으로 등장하는 역이기 때문에, 상전인 서울이나 용산 역이 사정이 있거나 선로 용량이 부족할 때 급행 전동차의 시종착역 역할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노량진 역도 일반열차 선로에서 전동차 승강장에 닿을 수가 있기 때문에 서울-수원 급행의 정차가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얘는 영등포와는 반대로 하행이 닿기가 좋다. 일반열차의 배선이 아까 언급했듯이 노량진-대방 사이에서 꽈배기굴을 통해 뒤바뀌기 때문이다.

서울-수원 급행 하니까 전철역의 승강장 및 선로 배치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어서 잠깐 다뤘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급행 얘기를 하자면...

급행이라고는 서울-수원 급행이 유일하던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에 본격적으로 급행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경인선이다. 경인선이 2복선화가 끝나면서(서울 시내는 아예 3복선) 용산에서부터 부평, 주안, 동인천의 순으로 급행이 상시 운행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급행열차를 직통열차라고 불렀다. 하지만 경인선에 운영 주체나 건설사가 찢어진 구간이 있기라도 한 것도 아닌데 직통은 그리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전동차가 종점과 종점만 찍는 서울-인천 셔틀인 건 더욱 아니고... 그러니 그냥 급행일 뿐이다.

얘도 완전히 별개의 급행 선로를 새로 까는 것이기 때문에 동일 선로에서의 대피· 추월 같은 개념은 없었다. 완행이나 급행이나 그냥 서로 제 갈 길 가면 끝이었다. 사실, 급행열차의 운행 목적 자체도 딱히 경인선의 표정 속도 증가보다는 수송력 분담과 증가에 비중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일반열차에 쫓겨 운행해야 하고 고상홈· 저상홈 문제까지 존재하는 경부선 급행과는 달리, 경인선 급행은 애시당초 일반열차가 없이 전동차 천국인 경인선에서 정차역을 더욱 많이 설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울 시내 구간에 급행 전동차만 다니는 별도의 선로가 생기고, 경부선도 무려 천안까지 2복선화 및 수도권 전철화가 끝나면서 뭔가 경인선 급행스러운 느낌이 나는 새로운 등급의 급행 전동차가 경부선에 추가로 도입되었다. 그게 바로 용산-천안 급행이다. 기존하던 서울-수원도 구간이 수원-천안으로 그대로 확장되었다. 이제야 동일 선로에서의 추월+대피가 일어나는 급행이 등장했다.

용산-천안이 서울-천안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서울 시내에서는 급행 전동차 선로를 다니면서 구로까지 각역 정차한다는 것이다. 이 두 급행을 구분하기 위해 코레일 내부에서는 용산-천안을 A급행(빨간선), 서울-천안을 B급행(초록선)으로 부른다.

용산-천안 급행은 1시간에 1대꼴밖에 안 다니니 배차가 경인선 급행에 비하면 안습한 수준이지만, 과거에 경부선 급행은 아예 하루 3회였으니 그것보다는 낫다고 해야겠다. 경부선은 일반열차가 수시로 지나다니기 때문에 급행 전동차가 저 정도로밖에 못 다닌다. 또한 사용하는 선로의 문제 때문에(대피선 부재 포함ㅋ) 안양-수원 사이는 정차역을 넣고 싶어도 못 넣는다. 환승역인 금정 역에도 못 서고 그냥 통과.

현재는 전철이 천안도 모자라서 장항선 신창까지 남하했지만, 경부선 급행 전동차의 노선은 천안보다 더 남쪽으로 가지는 않고 있다. 만약 갔다면 장항선 수도권 전철 구간은 복선+대피선만으로 일반열차+급행+완행 전동차가 모두 다니는 초유의 구간이 됐을 텐데 말이다.
그 대신 잘 알다시피 '누리로'라는 새로운 전동차가 등장해서 서울(용산이 아니라)에서 신창(천안이 아니라)까지 1호선을 쫙 찍어 주고 있다. 얘는 무척 신기한 열차인게, 기술적으로는 전동차이지만 운영상으로는 무궁화호 수준의 완전한 일반열차이다.

그런데 서울 역에서 누리로를 타는곳은 예전의 서울-수원(천안) 급행을 타는 그 잉여 승강장이다. 결국 이 승강장은 서울 지하철 집표 구간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으면서 일반열차 서울 역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구조가 고쳐졌다.

누리로는 고상홈과 저상홈에 모두 정차 가능하며, 버튼 조작 하나로 모든 좌석들의 방향도 한번에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조용하고 성능 좋아서 아주 실속 있는 열차이다. 2009년 이래로 야금야금 굉장히 증차되어 왔고 충북선처럼 수도권 전철 이외 구간에도 이미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운임 체계의 차이 때문에, 예상과는 달리 누리로가 경부선 B급행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으며, B급행은 지금도 건재하다.

참고로 B급행은 토요일에도 정상 운행을 하므로, 한번 시승하고 싶으신 분은 주말에 나가서 타도 된다. 단지 빨간 날에 쉴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6 19:19 2011/04/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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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되는 지하철역

지하철을 타다가 졸기라도 해서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버렸다면, 반대 방향 열차로 갈아타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때, 지나쳐서 내린 역이 섬식 승강장이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역이라면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갈 때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 보면 개집표기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역이 간혹 있다. 이럴 때는 역무원에게 양해를 구한 후, 급기야는 집표기나 울타리를 타넘어서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가야 한다.
반대 방향 열차를 섬식 승강장처럼 손쉽게 갈아타기 어려운 것부터도 큰 불편인데, 집표기를 뛰어넘기까지 해야 하는 역은 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런 불편한 역이 생기기 위한 필요조건은, 섬식 승강장이 아니면서(주로 상대식) 환승역도 아닌 얕은 지하역이다.
지하철역 내부에서 출구들을 연결하는 중간 통로는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횡단보도 대용으로 많이 이용하며, 특히 지상 도로의 교차로에 건설된 역은 이런 수요가 더 많다. 그 통로에 대한 이동 수요가 충분히 많다면, 집표기가 설치된 층을 또 만들지 않는 이상 결국 승강장 사이의 이동 통로를 집표기로 막을 수밖에 없다.

2기 지하철들은 대체로 깊어서 중간 통로와 집표 구역을 층을 따로 둔 경우가 많다. 그 반면 1기 지하철들은 터널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층을 또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 는 아니고, 하지만 환승역이 되면 어떨까?
환승역은 환승 통로를 이용해서 집표기를 통과하지 않고도 100%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다. 2호선 선릉 역은 분당선이 개통되면서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2호선 잠실 역도 비슷한 사례이긴 하나, 환승 통로가 워낙 막장으로 길기 때문에 8호선은 몰라도 2호선은 사실상 여전히 집표기 타넘기가 필요하다.

2호선 용답 역은 지하가 아닌 지상역으로서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된다. 그렇잖아도 2층에서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낮은 데다, 지하철 비이용객이 역무실에 접근할 수 있게 하려고 통로 양 옆에다 개집표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7호선 고속터미널 역은 원래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됐는데 한 2006~2007년쯤에 개집표기 위치를 더 위로 일찌감치 옮기면서 가능해졌다.

얕은 상대식 승강장 비환승역이라고 해서 모든 역이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개집표기를 지하철의 진행 방향과 평행으로 양 옆에 설치하는 게 아니라, 수직으로 앞뒤로 설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떠오르는 예는 분당선 야탑 역, 경인선 송내 역 등.

자, 그럼 2011년 현재 서울 지하철에서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을 본인이 아는 한도 내에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호선은 놀랍게도 없다(지하철 구간만). 아마 원래는 안 되는 역도 있었는데 나중에 개선되었지 싶다.
2호선은 좀 많다. 을지로입구, 한양대, 뚝섬, 구의, 신천, 종합운동장, 역삼, 신촌을 조심하자. 지선 중에서도 용답과 신정네거리는 횡단이 안 된다.

3호선은 도심에 워낙 섬식 승강장 역이 많다 보니 의외로 적다. 일산선 구간에 삼송, 그리고 남쪽의 압구정, 대청, 일원밖에 없다.
4호선은 강북 구간에 그런 역이 좀 많아서 당고개, 쌍문, 수유, 미아, 미아삼거리, 혜화, 숙대입구, 신용산. 그리고 과천선과 그 이남으로 선바위, 범계, 산본이 있다.

5호선은 김포공항, 발산, 우장산, 오목교로 서쪽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가 사실 얕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 딱 하나 답십리 역만 예외적으로 반대편 횡단이 안 된다.
7호선은 먹골, 상봉, 어린이대공원과 더불어 학동, 장승배기, 신대방삼거리, 철산이 해당하여 강북과 강남 구간의 비율이 그럭저럭 맞는 것 같다.

6호선과 8호선은 반대편 횡단이 불가능한 역이 “없다.” 단선 구간은 당연히 논외로 하고.
9호선은 신방화 역만이 안 되며,
분당선은 2004년에 신설된 이매 역만 유일하게 안 된다. 분당선은 전속 지하철 회사 관할도 아닌 것이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오리), 국내 최초로 지하 구간에 신설역 개통(이매) 같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유난히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많은 형태로 건설되었으며, 횡단 가능 여부가 지하철 노선도에 표기되어 있을 정도였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 역은 서울 지하철에서 시종착역 중에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매우 드문 역이었다. 초기에는 횡단이 가능했으나 2번 출구의 공사로 인해 매표소 위치를 옮긴 관계로 불가능해졌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다시 가능해졌음.

아울러, 광명 역(광명 셔틀 전철)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시종착역이므로 주의하자. 여느 지선 셔틀과는 달리 열차가 들어오는 곳과 출발하는 상강장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양 승강장은 꽤 멀리 떨어져 있고(KTX가 다니는 고속선을 수직으로 횡단해야 하므로) 이동 통로는 개집표기로 막혀 있다.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이 있는 것만큼이나, 모든 출입구가 free area로 사통팔달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 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이나 종로3가 역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역이 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4 18:56 2011/04/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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