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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분산식과 동력 집중식

철도 차량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동력 집중식· 동력 분산식 같은 용어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근성 있는 철덕이라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이미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이곳 본인의 블로그는 철덕만 오는 곳도 아니고 만인을 위한 보편적인 공간인 만큼, 그게 무슨 용어인지 또 친절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동력차를 편성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은 4종 교통수단 중 오로지 철도 차량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여타 교통수단과는 달리 여러 차량을 한없이 길게 줄줄이 엮어서 다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열차이다.

먼저 동력 집중식이란, 쉽게 말해서 동력을 내는 역할만 하는 한 개의 전용 동력차가 나머지 객차들을 전부 끌어 다니는 차량 편성 형태이다. 그 동력차는 흔히 기관차라고 불린다. 육중한 기관차는 당연히 괴력을 낸다. 가정으로 치면 가장 한 명이 혼자 돈 벌어서 온 가족을 먹여 살리는 형태라고나 할까?

기관차를 앞뒤로 혹은 앞-중간, 앞-앞으로 중련 편성하고 심지어 뒤에서 미는 형태로 편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동력 집중식에서 중요한 것은, 기관차는 오로지 기관차 역할만 하고 그 뒤에 객차를 끌든 화차를 끌든 뭘 엮든 상관없다는 사실이다.

최초의 철도 동력차는 증기 기관차이니 당연히 동력 집중식이었다. 증기 기관 자체가 덩치가 크고 물탱크에 석탄 화차까지 필요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동력 집중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력 분산식은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한 차량에 동력 기관과 접객 시설이 모두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여러 차량이 작은 힘을 동시에 낸다는 것. 동력 분산식을 설명하기 위해 동차에 대해서 먼저 소개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동차라든가 KTX는 동력차 안에도 일부 좌석이 편성되어 있으며, 그 뒤에 이어지는 객차도 아무 차량이나 편성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가 동일한 새마을호 객차라도 동차형 새마을호의 객차와 기관차형 새마을호의 객차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이들은 위의 두 조건 중 첫째만 만족하는 차량이다. 이런 차량은 동차라고 불린다. 하지만 동력차가 겨우 앞뒤로 두 군데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동력 집중식 동차라고 불린다.
요컨대 동력 분산식 차량은 반드시 동차이다. 그러나 모든 동차형 열차가 동력 분산식은 아니다.

그럼 둘째 조건에 대해 살펴보자.
미국의 길고 아름다운 화물 열차처럼 기관차를 중간중간에 여럿 편성하여 움직이는 것은 둘째 조건을 만족하지만, 이걸 동력 분산식이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첫째 조건과 복합하여, 동력 기관과 접객 시설이 모두 있는 차량이 여럿이서 같이 움직이려면.. 결국 동력 기관이 객실 밑바닥에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추가된다.

이런 조건을 정확하게 만족하는 철도 차량은 역시 지하철이다.
사실 지하철뿐만이 아니라 일본 신칸센도 동력 분산식 고속철이며, 동력 집중식 고속철인 KTX와는 다르다.

철도 차량은 왜 이런 식으로 구성의 차이가 발생하며, 동력 분산식과 동력 집중식의 장단점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글을 계속 읽어내려가기 전에 여러분도 생각을 해 보기 바란다.
이런 사색을 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철도 시스템을 이해하고 철덕이 되는 법이다.

동력 분산식은 작은 엔진이 여럿 동시에 힘을 낸다는 특성상 가감속력이 뛰어나다.
밥 먹듯이 정차를 자주 하고도 표정 속도를 높게 유지하려면 빠른 가감속력이 필수이므로, 동력 분산식은 민첩해야 하는 여객 열차에 매우 유리하다. 특히 지하철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고 속력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가감속력이 뛰어나면 지연 만회에도 유리하다.
차량으로 치면 지프 같은 사륜구동 차량이 일반 승용차보다 등판능력 같은 성능이 더 좋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지하철이 보통 초당 2~3km/s 가속이 가능하며, KTX는 2km/h/s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전속력을 내려면 거의 4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시속 100km까지 10초가 안 걸리는 스포츠카와는 다르다. =_=
부산 지하철 1호선 전동차는 8량 1편성 중 앞뒤 차량을 제외한 6량이 모두 동력차...;;여서 전국의 지하철 중 가감속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기관차+객차형 차량의 경우, 객차는 별로 안 무거운 반면 열차의 머리에 해당하는 기관차만 100수십 톤에 달하며 엄청나게 무겁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과적 단속을 하는 게 다 이유가 있어서이듯, 무거운 차량은 선로에 무리를 많이 준다. 철도 교량 역시, 통과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열차의 하중을 기준으로 건설된다.

그 반면 동력 분산식 차량은 작은 동력 기관이 여럿인 형태이므로 개개의 차량이 기관차만치 많은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여러 엔진 중 한두 개가 좀 뻗는다고 해서 열차가 바로 서 버리지도 않는다. 아직까지도 국산 고속철인 KTX 산천이 자주 뻗는 모양이던데, 산천이 동력 분산식 차량이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끝으로, 이건 굳이 동력 분산식이라기보다는 동차형 차량 전체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차량은 기관차+객차형 차량과는 달리 전후 내지 좌우 대칭형으로 편성된다. 그래서 굳이 차량의 방향을 돌리지 않아도 지금 있는 상태 그대로 자연스럽게 전진이나 후진으로 나아갈 수 있다. 회차가 불편한 노선에서는 동차형 차량이 약방의 감초가 된다.

자, 지금까지는 동차형 차량의 장점 위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도 단점이 있으며, 기관차형 열차가 유리한 분야도 있다.
일단 동력 분산식 차량은 객실 바로 아래에 동력원이 있는 만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증기 기관으로는 동차는 아예 만들 수가 없고, 기름으로 달리는 동력 분산식 열차는 소음과 진동이 가히 버스· 트럭 수준이 된다. CDC, NDC가 딱 그 예이다.
그러나 전동차의 소음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그나마 요즘 굉장히 많이 줄어든 것이다. 누리로는 정말 조용하던데!

그리고 동력 분산식 차량은 차량 편성이 기관차형보다 경직된다.
앞뒤로 모두 동력 차량이 있고 동력차와 객차가 일심동체이다 보니, 뒤에 객차나 화차를 자유롭게 추가로 넣었다 끊었다 하기가 어렵다. 기껏해야 이미 해 놓은 편성의 배수 단위 중련 편성이나 가능하다. 이는 화물 수송에서는 꽤 불리한 점이다.

차량의 개수가 n이라 할 때 기관차형 열차의 cost는 15+n쯤 되는 반면, 동력 분산식 동차형 열차의 cost는 3n 정도 되겠다.
기관차는 초기 비용이 크다. 그러니 달랑 1량짜리 열차를 기관차+발전차까지 엮어서 끌고 다니는 건 대단한 낭비이다. 그러나 그 기관차의 출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객차는 얼마든지 저렴하게 추가로 끌고 다닐 수 있다.

그 반면, 동차는 동력차와 객차가 일심동체이다 보니 한 차량의 비용이 일반 객차보다 비싸며, 길게 편성하면 할수록 그 비용도 커져서 결국은 기관차형 객차만 길게 편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앞지르게 된다.
또한 특별히 1량 동차로 설계된 동차가 아닌 이상, 동차는 어차피 1~2량 편성을 하지도 못한다.

이 정도면 동력 집중식과 동력 분산식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글의 논조에서 느끼셨겠지만, 동력 분산식은 결국 속도가 중요한 여객에 유리하며, 동력 집중식은 편성의 유동성이 더 중요한 화물에 유리하다. 철도 선진국인 일본은 진작부터 가히 동차 천국인데, 우리나라도 이 추세를 이어받아 이제 공항 철도나 누리로처럼 동차형 열차가 대세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옛날에 DEC, EEC 같은 동차의 추억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일본에는 아예 화물 열차도 동차형 열차가 존재하며, 이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그런 일본도 아예 바닥에 누워서 편히 자야 하는 침대차는 기관차+객차형 열차로 운행한다고 함. 어차피 빨리 갈 필요도 없고 높은 가감속력이 필요하지도 않으니까.
이를 응용하자면, 시베리아 대륙 횡단 열차에 동차형 열차가 투입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비행기와 경쟁하는 시속 500km짜리 자기 부상형 고속철이 아닌 이상 말이다.

본인이 다니는 교회의 청년부에 있는 모 형제는 혼자 있을 때 Oh Glory Korail을 절로 흥얼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섬식 승강장· 상대식 승강장의 차이에 대해 얘기하고 서울 지하철을 관할하는 회사가 둘로 나뉘어 있다고(서울 메트로 vs 도철) 얘기하더니만 주변으로부터 철덕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게 다 내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러분도 어디 가서 동력 집중식, 동력 분산식 같은 용어를 구사하고 그 차이점까지 설명할 줄 안다면 주변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1/05/15 08:32 2011/05/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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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표(*): 비교적 서울 시내에 가까이 있는 기지임을 뜻한다. (시계나 외곽이 아니라)

※ 코레일

- 구로*: 경부선과 경인선이 분기해 나가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차량 기지이다. 구로 역에 차량 기지 입· 출고 선로가 있으며, 전동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아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하다.
외곽으로 이전한다는 떡밥이 나돌고는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과연 글쎄다.

- 이문*: 여기는 원래 경원선 북쪽 방향에서 중앙선으로 바로 진입하는 삼각선, 일명 망우선이 시작하는 곳이고 망우선의 화물 취급역인 이문 역이 있었다. 그러나 수도권 전철 1호선이 갈수록 길어지고 그에 비례하여 운행 중인 전동차 수도 늘어나면서, 코레일은 이문 역을 폐지하고 여기에 전동차 차량 기지를 추가로 건설하게 되었다. 그게 2004~2005년의 일이다.
바로 옆에 1호선 신이문 역이 있다. 이곳은 차량 기지뿐만이 아니라 코레일 수도권 동부 지사 본부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 병점: 중정비 기능도 없고 그다지 존재감 없는 외딴 기지였으나, 내부에 지선 형태의 서동탄 역이 생기면서 인지도가 살아났다. 수원 일대에서 회차하는 전동차들의 입체 교차를 책임지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임.

- 월곶(시흥): 안산선의 종점인 오이도 역에서 북쪽으로 더 진행하면 나온다. 영동 고속도로의 인천 기점 근처인 월곶 분기점 일대에 있으나, 찾아가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오이도 역 이북으로 수인선 전철이 완공되면, 이 기지 내부에도 달월 역이 생길 예정이며 전동차 안에서 기지 주변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 분당: 분당선의 종점에서 이어지는 차량 기지로, 용인에 있다. 2004년엔 보정 역이 기지 내부에 개통했다. 그러나 분당선이 남쪽으로 더욱 연장되고 나면 보정 역 역시 이설될 예정이라 한다.

문산(경의선), 용문(중앙선), 평내(경춘선) 차량 기지도 있으나, 자료가 없기 때문에 설명 생략.

한편,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광명시 소하2동 일대를 지나면, 차량 기지처럼 보이는 선로들이 근처에 보인다. 이건 광명 셔틀 전동차를 취급하는 기지이지 싶다. 광명 역이 당초 계획대로 KTX의 시종착역으로 운영되었다면 이 부지가 KTX가 주박하는 곳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 서울 메트로

- 군자*: 용답 역 바로 옆에 있고 쉽게 보인다. 옛날에는 용답 역의 역명 자체가 기지 역이었으나, 이름이 너무 촌스러웠는지 용답으로 개명. 공교롭게도 근처에 도시철도 공사 본사도 있지만, 이 기지는 도철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서울 메트로의 관할이다.
다음에 설명할 신정 기지의 경우도 그렇지만, 서울 지하철 2호선의 지선은 차량 기지 입출고선이나 마찬가지이다. 아니, 2호선이 맨 처음 개통한 구간이 신설동-종합운동장이었으니, 그때는 지금의 지선이 아예 본선 노선으로 포함돼 있었다!
성수 역에서 진입한 2호선 전동차뿐만이 아니라, 동묘앞-신설동 사이의 비밀 연결 선로를 이용한 1호선 서울 메트로 소속 전동차도 이곳으로 들어와 정비를 받는다. 어차피 1호선에 다니는 서울 메트로 차량은 코레일 차량의 1/6이 채 안 되니까 말이다.

- 신정*: 용답에 이어 2호선의 또 다른 지선인 양천구청 역의 바로 옆에 있다. 하지만 저 역은 지하에 있는 관계로 전동차 안에서는 기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기지의 지붕 위로 아파트가 잔뜩 세워져 있는 특이한 구조이다. 요즘은 버스 터미널도 지하화하는 게 유행인데, 그런 것처럼 전동차 차량 기지가 만들어진 부지를 나름 입체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이 지선은 까치산 역까지 이어진 덕분에,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개통 당시, 전동차의 반입 경로로도 이용되었다.

- 지축: 서울 지하철 3호선의 북쪽 지상 구간에서 전동차를 타고 쉽게 볼 수 있는 기지이다. 여기서부터 서울 메트로 구간이 끝나고 코레일 일산선이 시작된다. 3호선 전동차와 4호선 전동차를 취급한다.

- 수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의 남동쪽 외곽에 존재하고, 3호선 전동차와 분당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하지만 위치가 수서 역에서 좀 먼 편이고 수서 역 자체도 지하에 있기 때문에, 전동차 안에서는 이 기지를 볼 수 없다.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다 보면 어렴풋이 이곳을 볼 수 있다.

- 창동*: 4호선 창동-노원 사이에 있는 기지이고 4호선 전동차의 경정비만을 담당한다. 이곳은 4호선이 고가로 달리는 곳이다 보니, 기지의 모습을 전동차 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4호선이 처음 생기던 당시에는, 이곳이 전철 노선을 지하로 건설할 필요도 전혀 없고 대놓고 차량 기지까지 지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으며, 코레일 관할의 구로 기지와 마찬가지로 창동 기지를 더 외곽으로 이전해 달라는 주민들 요구가 많다고 한다.

※ 서울 도시철도 공사

기지가 모두 상당한 외곽에 있다.
그래도 5호선이나 7호선 같은 긴 노선은 차량 기지가 양 끝에 두 개씩이라도 있지, 더 나중에 개통한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기지가 하나씩밖에 없다.

- 고덕: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최초 개통 구간인 왕십리-상일동과 더불어 영업을 시작한 역사 깊은 차량 기지로, 도철(SMRT) 관할의 차량 기지 중에서는 7호선 도봉 기지와 더불어 차량 중정비를 담당하는 양대 기지 중 하나이다. 서울 지하철을 통틀어 최고 동쪽에 있음.
이름과는 달리, 고덕-상일동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종점인 상일동 역에서도 좀 멀리 더 가야 나온다. 그래서 현재 정규 전철 노선만으로는 기지 모습을 구경할 수 없으며, 외곽 순환 고속도로의 강일 나들목 근처에서 접근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지 내부에 강일 역이 신설될지도 모른다.

- 방화: 5호선의 서쪽 종점인 방화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역시 일반적인 여객용 전철 노선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올림픽 대로의 서쪽 끝인 개화 IC 근처에서나 구경할 수 있다.

- 신내: 6호선의 동쪽 종점인 봉화산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온다. 현재 이 기지 근처로 가는 방법은 신내-남양주 도시 고속화도로 정도밖에 없으나, 앞으로 이곳에 신내 역이라고 경춘선과의 환승역이 건설되면 얘기가 또 달라질 것이다. 차량 기지 내부에 있는 시종착역이 환승역인 사례는 이게 최초가 되지 싶다?

- 도봉: 7호선의 북쪽 끝에 있다. 이 기지는 애초부터 내부에 장암 역이 건설된 덕분에, 도철 관할 차량 기지 중에서는 전철로 가장 접근하기 쉽고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이건 원래는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차량 기지를 건설할 부지를 의정부시로부터 제공받는 대가로 선심성으로 만들어 준 역에 가깝다.
차량 기지 내부(옆이나 근처가 아닌!)에 단선 승강장 형태로 지어진 역으로는 장암 역이 최초이며, 나중에 개통한 분당선 보정 역은 장암 역의 스타일을 물려받은 사례라 하겠다.

- 천왕: 7호선 담당이지만, 도봉 기지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정말 존재감이 없다. 7호선의 서쪽은 여타 2기 지하철 노선들과는 달리, 차량 기지가 있는 쪽으로 노선이 끝나는 게 아니라, 거기는 놔두고 경인선 온수 역 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즉, 다시 말해 서동탄 역 같은 신세가 되었다는 뜻.
이 기지는 천왕이나 광명사거리 같은 인근역과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고, 주변에는 유명한 고속도로나 고속화도로도 없기 때문에 이쪽으로 찾아가기도 더욱 쉽지 않다.

- 모란: 8호선 남쪽 종점인 모란 역에서 더 나아가면 나오지만 이 기지가 있는 곳은 모란 역에서 지하철 두세 정거장 거리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오히려 성남 시청 내지 분당선 야탑 역에서 더 가깝다. 수서 기지와 마찬가지로 분당-수서 고속화도로를 달리면서 잠깐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8호선의 특이한 선형과 주변 지역의 특성상, 기지 내부에 역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량 기지는 철도 덕후의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본인은 결혼도 저런 곳에서 하고 싶다. 공항 철도 용유 차량 기지에서 결혼식을 한 후 곧장 공항 가서 신혼여행 고고씽..;;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볼링장의 모습을 보고도 전동차 차량 기지가 바로 연상된다.
공이 우르릉~ 굴러가는 소리는 전동차 굴러가는 소리요,
점수가 뜨는 모니터는 열차 도착 안내 전광판이로구나.

Posted by 사무엘

2011/04/24 19:31 2011/04/24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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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환승과 막장 환승

지하철 노선에는 잘 알다시피 여타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 있다.
그러나 환승역이라고 해서 다 같은 환승역이 아니다.
비교적 적은 거리만 움직이면 금방 환승이 가능한 '개념' 환승역이 있는가 하면, 가히 욕 나오는 수준의 '막장' 환승역도 있다.

같은 시기에 동시에 건설된 지하철 노선들은 가능한 한 상호 환승이 편리하게 되도록 건설된다. 애초부터 환승역으로 계획됐으니 말이다. 청구(5, 6), 천호(5, 8), 충무로(3, 4) 같은 역이 좋은 예이다. 군자(5, 7)는 앞의 역들보다는 환승 거리가 길지만, 환승객들을 수용할 공간을 내기 위해서 일부러 환승 통로를 길게 만든 것에 가깝다.

그 반면, 서로 다른 시기에 선견지명 없이 건설된 지하철과의 환승은 막장으로 치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도 다음과 같이 여러 유형이 있다. 기계적으로 무슨무슨 역이 막장 환승이라는 식으로 무식하게 암기하기보다는, 막장 환승역의 형성 경위에 대해서 본질적인 맥을 짚어 보기로 하자. (서울 지하철 기준)

첫째, 1기 지하철하고 2기 지하철 사이에 악명 높은 막장 환승역이 많이 생겼다.
그 이름도 찬란한 종로3가(1, 5), 노원(4, 7), 신당(2, 6), 잠실(2, 8), 신길(1, 5) 등. 환승 노선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생각 안 하다가, 나중에 억지로 환승 통로를 내다 보니 저렇게 됐다. 2호선 신당은 역간 거리 유지를 위해, 4호선 노원은 창동 기지 입출고선 때문에 교차로에 정확하게 닿는 형태로 역이 지어지지도 못했으며, 이로 인해 환승 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둘째, 2기 지하철은 5~8호선이 모두 동시에 건설된 것에 가까운 반면, 1기 지하철은 1호선과 2호선이 서로 별개이고 또 3-4호선이 1· 2호선하고는 서로 별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끼리도 환승 거리가 꽤 긴 경우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그래서 1호선은 전반적으로 다른 지하철과의 환승 거리가 좀 긴 편이다. 시청(1, 2), 서울역(1, 4), 신설동(1, 2) 등.

셋째, 3기 지하철인 9호선은 한강을 따라 서울의 동서를 지하로 관통하는 반면, 인근 환승역들은 대체로 종축(남북) 노선이며 강을 건너기 위해 역시 지상에 나와 있다. 따라서 이들은 환승 거리가 필연적으로 무척 길어진다. 동작(4, 9)이 아주 좋은 예이고 당산(2, 9)도 마찬가지. 노량진(1, 9)은 아예 아직 환승 통로 자체가 없다. 같은 지하역이지만 고속터미널도 7호선과 9호선 환승은 막장이다.

넷째, 막장 환승의 결정타를 찍은 것은 최근에 개통한 공항 철도 서울 도심 구간이다. 일단 이 노선 자체가 서울 시내의 어느 지하철보다도, 심지어 경의선보다도 밑으로 지나기 때문에 미치도록 깊다. 홍대입구의 2호선-공철 환승은 충정로보다 더 나쁘면 나쁘지 더 좋지 않다. 계획 환승역인 김포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역과의 환승은 과연...;;

현재 막장 환승의 최고봉은 노원도 아니고 서울역이다. 경의선, 공철, 1호선, 4호선이 각각 서울 역의 네 꼭지점을 차지하고 있는데, 공철에서 4호선 환승은 그렇잖아도 막장 환승의 극치이던 경의선과의 환승조차도 버로우 타게 만든다..;;
지하 7층인 공철 승강장에서 지상 2층(지하 2층이 아니다!)까지 올라간 후, 그 큰 서울 역 건물을 동서로 횡단한다. 그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간 후 1-4호선 환승 통로를 지나고, 또 계단을 내려가면 4호선 승강장..;; 10분 족히 넘게 걸어야 한다. ㅎㄷㄷㄷ;;

다음은 본인의 관련 코멘트들.

1. 어떤 지하철 역과 수직인 노선이 나중에 건설될 때는 T나 L자 모양으로 역이 지어지는 게 보통이다. +(십자형)자 모양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영업 중인 기존 지하철 역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역을 건설하려고 해서 그런가 보다.

2. 이런 막장 환승역들을 거울삼아, 서울시에서는 2기 지하철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나름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훗날 추가로 건설될 3기 지하철과 환승역이 될 걸로 예상되는 역들은, 지름길 환승 통로를 쉽게 건설할 수 있게 공간을 확보하고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5호선 여의도, 6호선 녹사평, 7호선 논현, 8호선 몽촌토성 같은 역들이 그 대상이었으나 오늘날은 5호선 여의도 역만이 9호선과 연결되어 나름 개념 환승을 실현해 냈다.

3. 서울 말고 다른 광역시들은 여러 지하철 노선이 동시에 건설되는 일 자체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하철은 환승역들이 전반적으로 개념 환승에 가깝게 편리하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막장 환승이 있다면 응당 개념 환승도 있다. 발전 양상은 다음과 같다.

4위 회기(1호선, 중앙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타 노선으로 갈아타려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덧붙이자면 계양(인천1· 공철)도 회기와 완전히 동일한 위상의 환승역이다.

3위 복정(8호선, 분당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복층으로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환승하려면 계단을 한 번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된다. 이 정도만 돼도 무척 편하다. 천호 역도 이 정도로 편리한데, 이 역은 두 노선 모두 상대식 승강장이고 평행형이 아니라 수직형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2위 금정(1호선, 4호선):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였다는 점에서는 회기와 비슷하지만, 입체 교차 시설까지 동원하면서 머리를 좀 썼다. 두 노선이 수직이 아닌 예각으로 만난다는 특성상, 1호선 상행(서울 방면)과 4호선 상행(당고개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고, 1호선 하행(천안 방면)과 4호선 하행(오이도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한다.

그래서 안산에서 구로 쪽으로 가는 사람, 과천에서 수원으로 가는 사람은 계단을 전혀 오르내릴 필요 없이 동일 승강장의 반대편 열차를 타면 된다. 일명 평면 환승이다. 마치 경인선에서 완행과 급행을 갈아타듯이 말이다.
물론, 안산에서 수원 쪽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가야 하나, 안산에서 금정까지 찍었다가 수원으로 가는 건 굉장한 우회이기 때문에 이용 승객이 적다.

1위 김포공항(9호선, 공항 철도): 계단을 한 번만 이용하면 되는 복정과, 같은 방향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는 금정의 장점만 취합한 국내 최초의 환승역이다. 개념 환승의 최종 완전체이다.

이 글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늦게 생긴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계획 환승역은 극단적으로 환승이 편한 반면, 그렇지 않은 역과는 극단적으로 환승이 불편해져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8 18:42 2011/04/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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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급행 전동차

우리나라의 수도권 전철에서 가장 먼저 운행된 급행은 바로 경부선의 서울-수원 급행이다.
이 급행은 전철의 급행 운행이 무척 소극적이고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우리나라에서 의외로 꽤 오래 전부터 운행되어 왔다.
2복선화 공사와 함께 거의 2000년대가 돼서야 등장한 경인선 급행보다도 시기적으로 더 앞섰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운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1990년대에 이 급행의 존재감은 매우 미미했다.
운행을 하루에 출퇴근 시간 겨우 3회밖에 안 하는 극 레어템인 데다 이런 운행 계통이 있다는 게 제대로 홍보도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열차는, 동일 선로 + 대피선/본선을 활영하면서 지능적으로 완급 결합 운행에 참여하기보다는, 그냥 일반열차 선로만 쭉 주행하는 예외적인 전동차에 더 가까웠다. 서울 역에서 출발은 한다지만 타는곳도 지하철 승강장이 아니라 별도의 특이한 지상 승강장에 있었다.

본인은 이 열차를 상행과 하행 모두 일부러 시간 맞춰 찾아가서 타 봤다.
전동차가 일반열차 선로를 달리면서 노량진-대방 사이의 지하 꽈배기굴을 지나고, 일반열차들이 죄다 정차하는 영등포 역을 포함해 서울 시내 역들을 거의 다 무정차 통과하고, 심지어 구로에서도 교각을 안 타고 일반열차 선로로 커브를 돌다니!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은가? ㄲㄲㄲ
이 이색적인 기분은 타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급행은 하행은 영등포 역에 서지 않고, 상행만 선다.
물론 하행보다야 상행이 서울 시내에서 정차를 더 하는 게 더 합리적인 정책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된 더 큰 이유는 승강장 때문이다. 일반열차 승강장에서 전동차 승객을 주고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영등포 역 내부의 일반열차 선로에서 비교적 가깝게 전동차 플랫폼의 한쪽 면에 닿을 수 있는 곳은 상행 방면이기 때문에--선로별 복복선 배선 형태와 좌측 통행의 특성상-- 상행만 영등포 역에서 정차한다. 거기가 바로 5번 승강장으로, 평소에는 광명 셔틀 전동차가 대기하는 곳이다. ^^;;

완행과 급행이 같이 다니는 전철역의 경우 승강장과 선로가 상하행*완급행 = 4개 있는 게 보통이지만,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중요한 역이라든가 시종착· 기지 입출고 역할을 하는 전철역은 여분의 선로를 더 갖고 있는 경우가 보통이다. 용산은 중앙선 전동차 때문에 승강장이 하나 더 있다가 그것도 방향별로 승강장이 분리되어 총 6개가 되었으며, 구로는 상하행*완급행*경인/경부 = 8개의 승강장에다가도 당역 시종착 승강장이 하나 더 있어서 총 9개이다.

그리고 노량진 역도 마찬가지. 현재 일반열차 승강장만 잉여인 게 아니라 사실 전동차 승강장도 남아도는 게 하나 있어서 개수가 총 5개이다. 노량진은 차량 기지가 있지도 않고 딱히 시종착역도 아니지만, 한강을 건넌 직후 처음으로 등장하는 역이기 때문에, 상전인 서울이나 용산 역이 사정이 있거나 선로 용량이 부족할 때 급행 전동차의 시종착역 역할을 잠깐 한 적이 있다.

따지고 보면 노량진 역도 일반열차 선로에서 전동차 승강장에 닿을 수가 있기 때문에 서울-수원 급행의 정차가 불가능하지는 않아 보인다. 얘는 영등포와는 반대로 하행이 닿기가 좋다. 일반열차의 배선이 아까 언급했듯이 노량진-대방 사이에서 꽈배기굴을 통해 뒤바뀌기 때문이다.

서울-수원 급행 하니까 전철역의 승강장 및 선로 배치 얘기가 안 나올 수가 없어서 잠깐 다뤘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급행 얘기를 하자면...

급행이라고는 서울-수원 급행이 유일하던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에 본격적으로 급행의 대중화(?)를 이끈 것은 경인선이다. 경인선이 2복선화가 끝나면서(서울 시내는 아예 3복선) 용산에서부터 부평, 주안, 동인천의 순으로 급행이 상시 운행되기 시작했다. 그때는 급행열차를 직통열차라고 불렀다. 하지만 경인선에 운영 주체나 건설사가 찢어진 구간이 있기라도 한 것도 아닌데 직통은 그리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전동차가 종점과 종점만 찍는 서울-인천 셔틀인 건 더욱 아니고... 그러니 그냥 급행일 뿐이다.

얘도 완전히 별개의 급행 선로를 새로 까는 것이기 때문에 동일 선로에서의 대피· 추월 같은 개념은 없었다. 완행이나 급행이나 그냥 서로 제 갈 길 가면 끝이었다. 사실, 급행열차의 운행 목적 자체도 딱히 경인선의 표정 속도 증가보다는 수송력 분담과 증가에 비중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일반열차에 쫓겨 운행해야 하고 고상홈· 저상홈 문제까지 존재하는 경부선 급행과는 달리, 경인선 급행은 애시당초 일반열차가 없이 전동차 천국인 경인선에서 정차역을 더욱 많이 설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서울 시내 구간에 급행 전동차만 다니는 별도의 선로가 생기고, 경부선도 무려 천안까지 2복선화 및 수도권 전철화가 끝나면서 뭔가 경인선 급행스러운 느낌이 나는 새로운 등급의 급행 전동차가 경부선에 추가로 도입되었다. 그게 바로 용산-천안 급행이다. 기존하던 서울-수원도 구간이 수원-천안으로 그대로 확장되었다. 이제야 동일 선로에서의 추월+대피가 일어나는 급행이 등장했다.

용산-천안이 서울-천안과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서울 시내에서는 급행 전동차 선로를 다니면서 구로까지 각역 정차한다는 것이다. 이 두 급행을 구분하기 위해 코레일 내부에서는 용산-천안을 A급행(빨간선), 서울-천안을 B급행(초록선)으로 부른다.

용산-천안 급행은 1시간에 1대꼴밖에 안 다니니 배차가 경인선 급행에 비하면 안습한 수준이지만, 과거에 경부선 급행은 아예 하루 3회였으니 그것보다는 낫다고 해야겠다. 경부선은 일반열차가 수시로 지나다니기 때문에 급행 전동차가 저 정도로밖에 못 다닌다. 또한 사용하는 선로의 문제 때문에(대피선 부재 포함ㅋ) 안양-수원 사이는 정차역을 넣고 싶어도 못 넣는다. 환승역인 금정 역에도 못 서고 그냥 통과.

현재는 전철이 천안도 모자라서 장항선 신창까지 남하했지만, 경부선 급행 전동차의 노선은 천안보다 더 남쪽으로 가지는 않고 있다. 만약 갔다면 장항선 수도권 전철 구간은 복선+대피선만으로 일반열차+급행+완행 전동차가 모두 다니는 초유의 구간이 됐을 텐데 말이다.
그 대신 잘 알다시피 '누리로'라는 새로운 전동차가 등장해서 서울(용산이 아니라)에서 신창(천안이 아니라)까지 1호선을 쫙 찍어 주고 있다. 얘는 무척 신기한 열차인게, 기술적으로는 전동차이지만 운영상으로는 무궁화호 수준의 완전한 일반열차이다.

그런데 서울 역에서 누리로를 타는곳은 예전의 서울-수원(천안) 급행을 타는 그 잉여 승강장이다. 결국 이 승강장은 서울 지하철 집표 구간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으면서 일반열차 서울 역 내부에서도 접근할 수 있게 구조가 고쳐졌다.

누리로는 고상홈과 저상홈에 모두 정차 가능하며, 버튼 조작 하나로 모든 좌석들의 방향도 한번에 바꿀 수 있다. 게다가 조용하고 성능 좋아서 아주 실속 있는 열차이다. 2009년 이래로 야금야금 굉장히 증차되어 왔고 충북선처럼 수도권 전철 이외 구간에도 이미 투입되고 있다. 하지만 운임 체계의 차이 때문에, 예상과는 달리 누리로가 경부선 B급행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았으며, B급행은 지금도 건재하다.

참고로 B급행은 토요일에도 정상 운행을 하므로, 한번 시승하고 싶으신 분은 주말에 나가서 타도 된다. 단지 빨간 날에 쉴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6 19:19 2011/04/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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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되는 지하철역

지하철을 타다가 졸기라도 해서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버렸다면, 반대 방향 열차로 갈아타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때, 지나쳐서 내린 역이 섬식 승강장이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역이라면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갈 때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 보면 개집표기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역이 간혹 있다. 이럴 때는 역무원에게 양해를 구한 후, 급기야는 집표기나 울타리를 타넘어서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가야 한다.
반대 방향 열차를 섬식 승강장처럼 손쉽게 갈아타기 어려운 것부터도 큰 불편인데, 집표기를 뛰어넘기까지 해야 하는 역은 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런 불편한 역이 생기기 위한 필요조건은, 섬식 승강장이 아니면서(주로 상대식) 환승역도 아닌 얕은 지하역이다.
지하철역 내부에서 출구들을 연결하는 중간 통로는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횡단보도 대용으로 많이 이용하며, 특히 지상 도로의 교차로에 건설된 역은 이런 수요가 더 많다. 그 통로에 대한 이동 수요가 충분히 많다면, 집표기가 설치된 층을 또 만들지 않는 이상 결국 승강장 사이의 이동 통로를 집표기로 막을 수밖에 없다.

2기 지하철들은 대체로 깊어서 중간 통로와 집표 구역을 층을 따로 둔 경우가 많다. 그 반면 1기 지하철들은 터널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층을 또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 는 아니고, 하지만 환승역이 되면 어떨까?
환승역은 환승 통로를 이용해서 집표기를 통과하지 않고도 100%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다. 2호선 선릉 역은 분당선이 개통되면서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2호선 잠실 역도 비슷한 사례이긴 하나, 환승 통로가 워낙 막장으로 길기 때문에 8호선은 몰라도 2호선은 사실상 여전히 집표기 타넘기가 필요하다.

2호선 용답 역은 지하가 아닌 지상역으로서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된다. 그렇잖아도 2층에서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낮은 데다, 지하철 비이용객이 역무실에 접근할 수 있게 하려고 통로 양 옆에다 개집표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7호선 고속터미널 역은 원래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됐는데 한 2006~2007년쯤에 개집표기 위치를 더 위로 일찌감치 옮기면서 가능해졌다.

얕은 상대식 승강장 비환승역이라고 해서 모든 역이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개집표기를 지하철의 진행 방향과 평행으로 양 옆에 설치하는 게 아니라, 수직으로 앞뒤로 설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떠오르는 예는 분당선 야탑 역, 경인선 송내 역 등.

자, 그럼 2011년 현재 서울 지하철에서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을 본인이 아는 한도 내에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호선은 놀랍게도 없다(지하철 구간만). 아마 원래는 안 되는 역도 있었는데 나중에 개선되었지 싶다.
2호선은 좀 많다. 을지로입구, 한양대, 뚝섬, 구의, 신천, 종합운동장, 역삼, 신촌을 조심하자. 지선 중에서도 용답과 신정네거리는 횡단이 안 된다.

3호선은 도심에 워낙 섬식 승강장 역이 많다 보니 의외로 적다. 일산선 구간에 삼송, 그리고 남쪽의 압구정, 대청, 일원밖에 없다.
4호선은 강북 구간에 그런 역이 좀 많아서 당고개, 쌍문, 수유, 미아, 미아삼거리, 혜화, 숙대입구, 신용산. 그리고 과천선과 그 이남으로 선바위, 범계, 산본이 있다.

5호선은 김포공항, 발산, 우장산, 오목교로 서쪽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가 사실 얕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 딱 하나 답십리 역만 예외적으로 반대편 횡단이 안 된다.
7호선은 먹골, 상봉, 어린이대공원과 더불어 학동, 장승배기, 신대방삼거리, 철산이 해당하여 강북과 강남 구간의 비율이 그럭저럭 맞는 것 같다.

6호선과 8호선은 반대편 횡단이 불가능한 역이 “없다.” 단선 구간은 당연히 논외로 하고.
9호선은 신방화 역만이 안 되며,
분당선은 2004년에 신설된 이매 역만 유일하게 안 된다. 분당선은 전속 지하철 회사 관할도 아닌 것이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오리), 국내 최초로 지하 구간에 신설역 개통(이매) 같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유난히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많은 형태로 건설되었으며, 횡단 가능 여부가 지하철 노선도에 표기되어 있을 정도였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 역은 서울 지하철에서 시종착역 중에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매우 드문 역이었다. 초기에는 횡단이 가능했으나 2번 출구의 공사로 인해 매표소 위치를 옮긴 관계로 불가능해졌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다시 가능해졌음.

아울러, 광명 역(광명 셔틀 전철)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시종착역이므로 주의하자. 여느 지선 셔틀과는 달리 열차가 들어오는 곳과 출발하는 상강장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양 승강장은 꽤 멀리 떨어져 있고(KTX가 다니는 고속선을 수직으로 횡단해야 하므로) 이동 통로는 개집표기로 막혀 있다.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이 있는 것만큼이나, 모든 출입구가 free area로 사통팔달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 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이나 종로3가 역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역이 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4 18:56 2011/04/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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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철도

※ 미국 철도의 부흥과 쇠퇴

본인은 한국 철도 얘기는 이 블로그에다 지금까지 귀가 따갑게 해 댔고, 이따금씩 일본 신칸센 얘기도 하고 예전엔 시베리아 대륙 횡단 철도 얘기도 했다.
그에 이어 오늘은 미국 철도 얘기를 좀 하겠다.
일본이나 유럽 같은 나라와는 달리, 미국이라는 나라는 철도와 웬지 좀 안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렇지만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자동차와 비행기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처음으로 산업화라는 걸 경험하던 시절엔 철도가 소중한 친구였다.

미국의 철도 전성기는 19세기 초였다. 1820~30년대의 서부 개척 시대 때부터 철도가 그 넓은 대륙에 미친 듯이 깔렸다. 마차만으로는 그 많은 이민자와 화물을 수송하기 벅찼기 때문이고, 또 철도를 땅따먹기 하듯 넓게 길게 깔아야 “여긴 미국 땅”이라는 인증도 확실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억의 고전 게임인 <남북 전쟁>(1860년대)을 봐도, 기차가 달리는 장면이나 기차에서 벌어지는 미션을 볼 수 있다.
이때 다닌 철도 차량은 당연히 증기 기관차. 오늘날의 기름이나 전기로 달리는 열차에 비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는 느림보였지만, 그게 그래도 마차에 비하면 가히 교통 혁명 물류 혁명이었다. 그 당시엔 미국에도 협궤(주로 914mm)가 많이 부설되었으나, 20세기에 대부분 표준궤로 개궤되었다.

그러다가 20세기 초· 중반에 미국에 대대적인 석유 공급 시설과 함께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고, 한국의 고속도로 뻘 되는 프리웨이가 거미줄처럼 깔리면서 철도는 대략 쇠퇴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한국의 마이카 시대인 1980~90년대와 비교하면 시기가 거의 반세기 가깝게 앞선 셈이다.

참고로, 1930년대 중반의 미국 하니까 생각이 나서 사족을 덧붙인다. 그때는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 승만도 자가용을 굴리면서 미국 방방곡곡을 돌며 강연과 독립 운동을 했다. 그는 왕년에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희대의 난폭 운전(하지만 무사고)으로 유명했다는 후문이다.

more..


다시 철도 얘기로 돌아오면..
우리나라가 6· 25 당시에 미국으로부터 디젤 기관차를 최초로 기증 받은 적이 있으므로, 미국 역시 증기 기관차는 자동차의 보급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현역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허나, 1970년대부터는 자동차뿐만이 아니라 본격적인 항공기 시대까지 도래하면서, 철도는 단거리뿐만이 아니라 장거리에서도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여러 모로 우울한 소식이다.

우리나라도 철도 시설이 낙후해 있긴 하지만 미국은 철도의 역사가 더 길고 낙후한 정도가 정말로 더하기 때문에, 장거리 여객으로서의 철도는 실용적인 이동 수단보다는 레저나 관광, 여행 컨셉으로 바뀌어 있다. 이 정도면 진짜로 legacy 교통수단으로 전락인가? 하루에 열차가 한두 번 운행하거나 심지어 무슨 비행기 노선처럼 1주에 n 번 다니는 노선도 있다.

다만, 여객이 아닌 화물에 관한 한... 미국 철도는 지금도 전혀 우울하지 않다. 그 넓은 미국 대륙에 그 많은 물자를 싸고 편리하게 실어나르는 교통수단으로 철도보다 더 효율적인 건 없기 때문에 말이다. 기관차를 2중 3중 이상으로 중간 중간에다 중련 편성한 후 화차를 무려 100~200량씩 끌고 가는 게 다반사. 10량에서 기껏해야 20량 사이인 한국· 일본 따위와는 가히 차원을 달리한다. ㅜ.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과연 대륙의 기상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의 중련 편성 전용으로, 운전실이 없이 순수하게 엔진만 달린 기관차도 별도로 만들어서 쓴다. 이런 열차가 건널목에 한번 등장하면, 다 지나가는 데 3분에서 5분은 족히 걸린다. 운전자라면 아예 차 시동 끄고 기다리는 게 나을 정도. 본인도 미국 가서 건널목에서 3분 정도 기다린 적은 있다.

흔히 전철화율은 철도의 현대화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하지만, 미국 철도의 전철화율은 매우 낮다. 그렇게도 화물 수송의 비중이 높은 미국에 화물 수송용 전기 기관차가 전혀 없으며, 모두 기름으로 달리는 디젤 기관차에 의존하고 있다. 철도의 전철화라는 게 초기 투자 비용이 아주 높고 힘든 일이다 보니 그건 미국도 포기한 모양이다. 마치 미터법 도입과 가정용 전기 승압을 포기했듯이 말이다. ㄲㄲㄲㄲㄲ
길이가 9000km를 넘는 시베리아 대륙 횡단 철도의 전철화 사업이 거의 1930년대에 시작했는데, 무려 2002년에야 100% 끝났다는 걸 생각해 보자.

※ 암트랙

한국에 코레일이 있고 일본에 JR이 있다면, 미국을 대표하는 여객 철도 회사는 단연 암트랙(또는 앰트랙; Amtrak)이다.
미국은 회사 이름을 그 회사 상품에다가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용언화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서류를 xerox 해 오너라”라고 하면 그게 곧 복사라는 뜻이다.
고속버스를 탄다고 안 하고 그냥 그레이하운드를 탄다고 말한다. 포토샵, 구글도 비슷한 방식으로 보통명사화하는 중이다. 이런 맥락으로 미국에서는 암트랙이 열차와 거의 동급인 대명사로 통용되고 있다. National이 붙지 않은 애칭이어서 이색적이다.

암트랙은 자동차와 비행기의 발달로 인해 쇠퇴하고 있던 미국 내부의 철도 회사들을 연방 정부가 인수하여 전국구 급으로 공영화한 회사이다. 하지만 아무리 쇠퇴했다고 해도, 미국이 어떤 나라인데, 35000km에 달하는 방대한 철도망을 소유하고 있고, 그렇게까지 오로지 세금 먹는 하마 식의 막장은 아니라고 한다.

암트랙이 담당하는 것은 전적으로 '여객'뿐이다. 미국에는 화물을 주로 운행하는 유니온 퍼시픽 같은 다른 철도 회사도 많기 때문에, 역에 게시된 열차 운행 스케줄을 보면, 마치 다양한 회사의 여객기를 취급하는 공항처럼 철도 회사를 식별하는 코드들도 볼 수 있다. 또한 캐나다-미국간 국제 열차도 있다. ^^;;

앞서 말했듯이 미국에는 화물이 차지하는 트래픽이 워낙 너무 많아서, 통과 우선순위가 단연 최상위여야 할 암트랙 여객 열차조차도 수시로 지연된다고 한다. 550마일(약 900km) 이상을 운행하는 장거리 열차는 예정 시각보다 30분만 안 넘기면 정시 도착이라고 인정하고 지연으로 치지도 않는다. 그렇게 암트랙 홈페이지에 명시되어 있다.

자, 그럼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진다.
미국에는 화물용 전기 기관차가 없다. 그럼 미국에 고속철은 있을까?
넓은 의미에서 답은 '예'이다.
미국도 철도 노선도를 보면, 역시 서부보다는 동부가 더 역사 깊고 더 번화하고 '미국스러운' 곳이다 보니, 그쪽에 철도도 더 빽빽하게 건설되어 있다.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발티모어, 워싱턴 DC를 경유하는 동북 간선(NEC; 약 734km)에는 아셀라(Accela) 익스프레스라고, 차량 자체는 시속 266km까지 낼 수 있는 미국 유일의 고속철(전철)이 있다. 2000년 말에 개통했고, 운영 주체는 물론 암트랙이다.

아셀라 차량은 틸팅 열차이다. 봄바르디에와 알스톰이 공동 제작하여 공급했는데 전자의 기여도가 더 높다.
다만, 차량은 나름 좋은 걸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선 위주의 영업이어서 그런지 차가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 로드 아일랜드(Rhode Island)와 매사추세츠 사이의 구간만 영업 최고 시속인 240km로 달리고 나머지 대부분의 선로는 160km대가 한계. 참고로 새마을호가 경부선 천안-평택 구간을 영업 최고 시속인 140km로 달린다.

정차까지 감안하여 아셀라의 전구간 운행 표정 속도는 시속 110km대라고 한다. 과거 서울-대전-동대구-부산 4시간 10분짜리 최고급 새마을호의 표정 속도가 시속 107km였으니 결국은 새마을호급이다. ^^;;;
현재 동부에 이어 서부의 캘리포니아 주가 고속철 도입을 검토 중인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리콘 밸리도 있고 로스앤젤레스도 끼고 있고 여건이 나을 테니까 말이다.

끝으로, 미국 LA에서 2005년 1월(Glendale)과 2008년 12월(Chatsworth district)에 벌어졌던 대형 열차 사고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이때 사고가 난 열차는 모두 메트로링크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통근열차로, 암트랙과는 관계가 없다는 걸 먼저 알아 두자.

2005년 사고는 차라리 외부 요인 때문이었다. 어떤 사람이 자살을 할 목적이었는지 자기 차에다가 석유를 끼얹은 후 그걸 철길 건널목에다 세워 놨다. 통근열차는 그 차를 들이받은 후 탈선했는데, 그 상태로 맞은편에서 오던 열차와 2차 충돌을 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차주는 차에서 탈출하여 죽지 않았다.
이 사고는 11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의 승객이 다친 대형 참사가 되었으며, 사건의 장본인은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2008년 사고는 메트로링크 소속의 통근열차와 유니온 퍼시픽 소속의 화물 열차가 신호 착오로 인해 단선상에서 정면 충돌하고 탈선한 ㅎㄷㄷ한 사고로, 25명이 사망하고 135명이 다쳤다. 자세한 디테일은 잊어버렸으나, 철도 신호 체계가 어지간히 후지지 않고서는 도무지 일어날 수 없는, 황당한 후진국형 사고였다고 본인은 기억한다. 마치 활주로에서 여객기 두 대가 충돌한 테네리페 참사처럼 말이다.
이건 3년 주기(혹은 거의 4년)로 동일 철도 회사 관할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일 뿐만이 아니라, 2005년 사고에서 생존했던 어떤 사람이 2008년 사고를 또 당해서 결국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상.
뉴욕 지하철 설명은 지면과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생략해야겠다.

미국에도 철도의 날이 있다. 암트랙이 아주 최근인 2008년부터, 5월 10일과 가장 가까운 토요일을 철도의 날(National Train Day)로 제정해서 각 역에서 자체적으로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
한국의 철도의 날이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개통 기념이듯(1899년 9월 18일), 미국은 자기네 나라 최초의 대륙 횡단 철도가 개통한 1869년 5월 10일을 기념한 것이다.

나중에 미국으로 유학 가더라도 우려한 것만치 심심하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무슨 미국 시민도 아닌데 이런 철도 정보들을 현장에서 직접 얻었을 리는 만무하고... 이 글에 인용된 정보의 주된 출처는 영문 위키백과임을 참고로 밝힌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02 07:46 2011/04/0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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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철도

※ 동해중부선

우리나라에 최초로 건설된 철도는 잘 알다시피 1899년에 개통한 경인선이다. 우리나라는 이 경인선이 개통한 9월 18일을 철도의 날이라는 법정 기념일로 지키고 있기도 하다. 1899년은 봄에 서울 노면 전차도 처음 개통하고 가을에 경인선도 개통하였으니, 한반도에 궤도 교통수단이 두 종류나 등장한 해인 셈이다.

그로부터 40년이 넘게 지난 후, 일제가 한반도에다 최후에 건설하던 철도는 바로 동해중부선이었다. 포항에서 끝나던 동해남부선을 연장하여, 흥해· 영덕· 울진을 지나 삼척까지 철도로 연결하려 했다. 쉽게 말해 지금의 국도 7호선과 비슷한 노선이다. 노선 연장은 약 191km. 그리고 일제는 그 당시 노반 확보까지 다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1940년대는 일본이 전쟁으로 미쳐 날뛰던 때였고, 이미 있는 멀쩡한 철도 선로도 전쟁 물자 명목으로 뜯어 갈 정도였다. 이전의 중앙선부터가 굉장한 날림으로 겨우 건설을 마친 마당에 동해중부선의 공사는 지지부진했으며, 이마저도 일제가 패망하면서 공사가 그대로 중단되고 말았다. 동해남부선은 만들다 말고 interrupt된 채 한반도에 남아있는 일제의 유일한 토목 공사가 아닌가 싶다.

☞ 한 우진 님의 답사기 http://blog.naver.com/ianhan/120002097872 클릭.

그랬는데 그로부터 무려 70년이 넘게 지난 21세기가 돼서야 우리나라가 동해중부선을 건설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 면모에서 본인을 매우 설레게 한다.

첫째, 서해안에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있으나, 고속도로가 없이 국도만 있는 동해안은 철도가 드디어 먼저 접수하게 된다.

둘째, 서울을 전혀 경유하지 않으면서 경전선에 필적하는.. 최소한 100km 이상의 완전히 새로운 장거리 간선 철도가 생기게 된다.
솔직히 해방 이후 우리나라 정부가 기존 철도의 복선화, 선형 개량 같은 거 말고, 또 수도권 광역전철이 아니면서 완전히 새로운 철도를 만들어 지도 모양을 바꾼 건 태백선 정도밖에 없었다. 경북선이나 경전선은 이미 있는 철도들 사이에다 길어야 수십 km 남짓 신설선을 깔아서 연결해서 이은 수준에 머물렀으며, 경부 고속선은 속도만 빨라진 경부선일 뿐이니..;;

광역전철이나 고속철하고도 전혀 관계 없던 새로운 곳에 이렇게 긴 철도가 새로 생긴다고 하니까 그 역엔 어떤 열차가 다니고 운행 계통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 동해중부선은 옛날에 일제가 계획했던 동해중부선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으며, 21세기답게 시속 200km는 낼 수 있는 최신식 고가 선로로 건설된다. 직선화 덕분인지 길이도 더 짧아진 171km 남짓.

요즘 건설되는 철도라고 해서 무조건 복선 전철은 아닌 듯. 일단은 복선 노반만 확보하고 단선으로 건설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있는 포항 역의 이북으로 계속 연장되는 건 아니다. 포항 역은 포항 시내로부터 북서쪽 외곽으로 이설되고 거기서부터 동해중부선이 시작될 예정. 포항 공대 곁을 지나는 효자 역과 인근 선로도 다 이설된다.

공사가 다 끝나면 남부와 중부를 구분할 필요도 없으니, 철도의 전체 이름이 그냥 동해선으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주는 부산과 서울 방면으로 가는 KTX 신경주 역, 아니면 포항과 강릉 방면으로 가는 동해선 또는 영천과 안동 방면으로 가는 중앙선 이렇게 무려 세 가지 카드가 생기게 된다.

※ 동해북부선

동해남부선이 있고 동해중부선도 있는데 동해북부선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휴전선은 서부는 38도선보다 남쪽에 있고(북한에게 더 많이 빼앗겼고), 동부는 38도선보다 더 북쪽에 가 있다(남한이 더 많이 수복). 그래서 6· 25 이전에는 황해도의 개성이 남한에 있었지만 지금은 북한으로 넘어갔고, 강원도의 속초는 전에 북한 땅이었으나 지금은 남한 땅이 됐다. 물론 전반적으로는 우리가 더 많이 되찾았지만..

강릉보다 북쪽으로 양양, 속초를 넘어 말 그대로 진짜 최북단에 있는 고성군으로 가면 7번 국도의 북쪽 종점이 나오고 휴전선이 코앞이다. 그리고 거기에 짤막한 철도가 있는데, 이것이 동해선 복원 사업에 따라 만들어진 일명 동해북부선이다. 남북 분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철도로는 서울과 가까운 경의선과 경원선만 생각하기 쉬우나, 강원도 쪽에도 원래는 끊어진 철도가 있었던 것이다.

동해북부선은 남한의 여타 철도와 아직 연결되어 있지 않고 역도 제진 역 딱 하나밖에 없다. 2007년 5월 17일엔 북한의 감호 역까지 셔틀 운행이 시범적으로 행해졌다. 끊어진 철도이다 보니, 운행용 열차는 배와 크레인으로 실어다 날라야 했다. 그리고 그 열차는 정비 명목으로 2008년 6월에 도로 철수되었다.

투입된 열차는 기관차형 새마을호 4량 편성이었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비전철 구간인 데다 북한을 상대로 우리나라의 최고급 열차를 뽐내는 것이었으니까.. 그렇잖아도 본토 내에서 기관차형 새마을호는 갈수록 입지가 좁아져 잉여 취급을 받고 있는데, 이런 데에다 투입하는 게 적격이었다.

북한까지는 몰라도, 하루빨리 남한 안에서라도 동해북부선+영동선+동해중부선+동해남부선이 한데 연결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속초와 양양까지도 기차로 가면 좋잖아? (그럼 양양 공항의 명은 더욱 짧아질 듯. ㄲㄲ)

Posted by 사무엘

2011/03/31 08:56 2011/03/3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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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강장 형태의 종류

복선으로 건설되는 지하철 승강장은, 기본적으로 상대식 아니면 섬식이라는 두 형태는 일단 먹고 시작한다.
우측통행 기준으로 오른쪽 문이 열리는 역은 상대식이요, 왼쪽 문이 열리고 반대 방향 열차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역은 섬식이다.

지하철 건설자의 관점에서는 상대식이 제일 베이직하고 무난하다. 건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상대식 승강장 역이 수도 제일 많다. 1980년대에 우리나라의 지하철 역들(서울 1· 2호선, 부산 1호선) 트렌드는 지하 1층에 대합실 겸 게이트(반대편 승강장 횡단 불가), 지하 2층에 상대식 승강장이었다. 지하철이 아직 그렇게 깊지도 않던 시절이니까.
상대식은 선로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밖에 승강장만 만들면 된다는 특성상, 전철 개통 후에 기존 선로상에 추가로 생기는 역들은 당연히 상대식이 된다. (1호선 동묘앞, 2호선 용두, 분당선 이매, 4호선 수리산 등)

그 반면 섬식 승강장은 다음과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 주박역: 승강장 앞뒤의 여분 공간에다 주박 열차를 세워 두기 위해서이다. 상대식 승강장 일색인 구간에 가끔씩 가뭄에 콩 나듯이 존재하는 섬식 승강장의 목적은 대체로 이것 때문이다. 1호선 서울역, 2호선 삼성과 홍대입구, 5호선 화곡, 7호선 보라매 등.

- 지상의 도로가 좁을 때: 3· 4호선의 경우 좁은 종축을 따라 건설되었기 때문에 횡축 대로를 지나는 1· 2호선에 비해서 시내에 섬식 승강장 구간이 많다. 아무래도 섬식이 승강장을 하나만 만들면 되니까 공간 효율이 상대식보다는 더 좋을 것이다. 3호선 종로3가 역은 굉장히 좁은 섬식 승강장인데, 지상의 도로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건설되었는지 수긍이 갈 것이다.

- 애초에 선로가 단선 쌍굴일 때: 심도가 매우 높거나 기존 건축물 아래로 지나는 지하철은, 지표면에서부터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이 아니라 터널식으로 건설되며, 이때 비용이나 지형상의 이유로 인해 복선 터널 하나가 아니라 단선 터널 둘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특히 하저 터널). 두 터널이 간격이 좀 있으면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섬식 승강장을 만들 수 있다. 5호선 서울 시내 구간은 이런 이유로 인해, 지상의 도로 폭도 넓고 주박역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섬식 승강장으로 만들어진 역이 많다. 대구 지하철 2호선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덧붙여, 드물지만 선로가 둘이 아니라 세 개 있는 역이 있는데, 그 형태는 1상대 1섬식(폼||폼|), 아니면 2폼 3선식(|폼|폼|)으로 나뉜다. 철도에서 잉여 선로의 용도는 뻔하다. 추월· 대피가 아니면 열차 주박· 입출고용인데, 서울 지하철은 일반적으로 급행 운행을 하지 않으므로 그 용도는 후자밖에 남지 않는다.

1상대 1섬식은 3호선 수서, 5호선 강동, 6호선 새절, 7호선 광명사거리에만 존재하는 레어템이다. 강동은 상일동-마천 분기역이다 보니, 양방향에서 오는 열차를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해 예외적인 이유로 1상대 1섬식으로 건설되었다. 나머지 역들은 위치부터가 해당 노선의 차량 기지와 아주 가까우며 보조 선로는 차량 기지 입출고선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새절 역은 6호선의 선형이 응암 순환 형태로 결정되면서 보조 선로가 완전히 잉여로 전락한 케이스. 지금은 이따금씩 주박 열차를 세워 두는 역할만 하는 듯하다. 노량진 역에 존재하는 잉여 선로를 보는 느낌이다.

분당선 오리 역은 지하에 드물게 무려 쌍섬식 승강장(선로가 4가닥!)으로 만들어진 역으로, 이런 형태는 본격적인 완급 결합 운행을 염두에 둔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기 전까지는 전국에서 유일했다.
이 역도 보조 선로의 역할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제 오리 역은 시종착역 지위를 보정과 죽전에다 내어 줬기 때문에, 이 선로들은 차라리 추월· 대피용으로 써야 할 것이다. 1상대 1섬식도 아닌 무려 쌍섬식으로 넉넉하게 만들었는데 말이다.

끝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2폼 3선 승강장이다. 이런 형태의 승강장은 서울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는데, 단순히 주박뿐만이 아니라 중간 종착 내지 회차가 매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슨 말인지 다시 풀어서 설명하겠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상행의 경우, 청량리까지만 갔다가 하행으로 빠지는 열차가 있는가 하면 의정부, 소요산 방면으로 더 가는 열차도 있다. 그러면 청량리 종착 열차는 1, 2, 3 세 선로 중 센터인 2번 선로로 진입해서 왼쪽 문을 열어서 승객을 내려 준 뒤, 그 문을 닫고 오른쪽 문을 열어서 오른쪽 플랫폼으로부터 하행 승객을 받는다. 열차는 그대로 있는 채로 말이다... 그리고 출발하면 된다.
인상 선로로 들어갔다가 상행과 하행 차선을 바꿔서 다시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더 멀리까지 가는 열차는 양 끝의 승강장을 이용하여 계속 진행하면 될 것이고.

2폼 3선식은 늦게 등장한 방식인지라 5호선 방화· 상일동, 6호선 상월곡· 봉화산, 7호선 온수· 청담· 수락산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게 시종착 열차를 취급하는 데 아주 좋은 구조라는 게 입증되면서 지방 지하철들도 시종착역에 앞다퉈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05 18:55 2011/03/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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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철도 2차 개통

※ 공항 철도, 드디어 완전체가 드러나다

지난해 12월 말에 잘 알다시피 경춘선 복선 전철이 개통하고, 그로부터 1주일 남짓 뒤엔 공항 철도가 서울 강북의 2차 구간이 마저 개통함으로써 전구간이 개통했다. 1차 구간인 김포-인천 공항 사이가 개통한 지 거의 3년 반 만의 일이다.
이로써 공항 철도는 반쪽짜리 공기 수송이라는 오명을 씻고, 서울 도심에서 김포와 인천 공항을 연계하는 제대로 된 공항 철도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철도가 개통했으니 사무엘 님이 또 심층분석 리뷰를 써 줘야겠지? ㄲㄲㄲ

김포든 인천이든, 서울 서쪽에 있는 메이저 공항에 가려면 서울 강남에서는 9호선을 타면 되고, 강북에서는 서울 역에서 공항 철도를 쭉 이용하면 된다. 이제 홍대입구에서 15분 남짓한 시간 만에 김포 공항에 갈 수 있다니, 이건 승용차로도 엄두를 못 낼 교통 혁명이 아닐 수 없다.

공항 철도가 완전히 개통하면서 서울 역에는 도심 공항 터미널이 생겼다. 그리고 소위 직통열차라고 불리는 급행은 김포 공항마저도 무정차 통과하고 오로지 서울 역-인천 공항 셔틀이 되었다. 각 열차의 이용 승객의 분리도 더욱 엄격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완행열차 승차권을 사 놓고는 직통열차를 탄다거나 하는 것)

김포공항 역이 공항 철도의 시종착역이던 과거엔, 두 층에 9호선과 나란히 걸쳐 있는 승강장 중 윗층은 완행열차 타는 곳, 아랫층은 직통열차 타는 곳이었다. 그러던 게 지금은 윗층이 서울 역· 신논현 방면이고, 아랫층은 인천 공항· 개화 방면으로 바뀌었다. 물론 완행만 탈 수 있다.

2차 구간이 개통한 뒤부터 공항 철도의 열차 배차간격은 더욱 짧아졌고, 내륙인 검암까지만 가는 열차와 영종도의 공항까지 다 가는 열차가 번갈아가면서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은 공항 철도도 수도권 통합 요금에 편입되어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굳이 비행기 타러 가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공항 철도가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여러 모로 더욱 가깝게 다가오게 된 것이다.

환승할 때 별도의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지만 추가 요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항 철도의 위상은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얼추 비슷해졌다.
그러나 지하철처럼 생긴 게 지하철 회사가 아닌 별도의 철도 회사가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그 위상이 분당선과 비슷하다. 그렇잖아도 공항 철도는 운영 기관이 코레일의 자회사로 인수되어 회사명이 ‘코레일 공항철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하철의 통념을 깨고 직류 전기+좌측통행을 한다는 점까지도 분당선스러운 면모이다.

※ 공항 철도 서울 시내 구간의 구조

공항 철도는 마치 일산선만큼이나 고도가 지상-지하 짬뽕이다. 서울 역부터 김포 공항까지 서울 시내 구간은 모두 굉장히 깊은 지하이다. 그러나 한강을 건너는 곳 주변에서는 지상으로 잠깐 나오기도 한다.
서쪽으로 공항 고속도로와 나란히 달리면서 영종도로 가는 곳은 모두 지상이다가 다시 공항 근처에서는 지하로 들어간다.

그리고 공항 철도는 서울 시내 구간의 상당수가 경의선과 겹치는 구도로 만들어져 있다. 이 점에서는 4호선 안산선 한대앞-오이도와 노선을 공유하는 구도로 건설될, 수인선 일부 구간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수인선과 안산선의 경우 노선뿐만이 아니라 아예 동일한 복선 선로를 같이 공유하는 반면, 경의선과 공항 철도는 복층의 별도 선로에서 운행된다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공항 철도가 더 깊다. 그 복잡한 서울 시내에 언제 또 이런 지하철 터널을 뚫었는지 모르겠다. 거기는 이제 지표면을 파헤칠 수도 없고 개착식이 아닌 터널식으로 지하철을 건설하느라 공사가 더욱 힘들기도 했을 텐데 말이다.

경의선은 지하화한 용산선 구간을 이용해 용산 역을 출발하고, 공항 철도는 서울 역을 출발하여 서울 지하철 6호선과 비슷한 선형으로 효창공원앞-공덕 구간부터 둘이 나란히 달리기 시작한다. 그 후 이들은 6호선 노선을 벗어나 홍대입구 역으로 가고, 거길 지나서 DMC 역까지 간다. DMC 일대가 나라에서 서울 부도심으로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곳이어서 말이다. 상봉 역이 7호선에다가 중앙선, 경춘선의 환승역이 되었듯, DMC 역은 6호선에다가 경의선과 공항 철도의 3개 노선 환승역이 되었다.

그 이후부터 경의선과 공항 철도는 따로따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한다.
경의선이 공항 철도와 결부지어 이렇게 바뀔 예정인데, 이 와중에 제일 처지가 '난감'하게 된 건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연세대· 이화여대 사이에 있는 지상 신촌 역이다. 1시간에 1대밖에 열차가 안 다니는 주제에 역이 민자역사로 너무 화려하게 바뀌어 있다. -_-;; 이것 때문에, 제아무리 경의선 노선이 용산으로 옮겨 가고 경의-경원-중앙선 직통 열차가 다닌다 하더라도, 지금 같은 서울-신촌 경유 경의선 열차를 그리 쉽게 없애지는 못할 것 같다.

※ 공항 철도 환승역

1990년대 중반에 개통한 서울 지하철 5호선은 3개 노선 환승역 시대를 열었다. 종로3가, 왕십리, 동대문역사문화공원.
그러나 공항 철도는 그것도 모자라 경의선 콤보 덕분에 무려 4개 노선 환승역을 만들어 냈다. =_=;; 서울 역(1, 4, 경의, 공철). 아직은 미개통이지만 공덕 역도 4개 노선 환승역으로 바뀐다(5, 6, 경의, 공철).

(첨언하자면, 비록 공항 철도와는 관계가 없지만 왕십리 역도 분당선이 완공되고 나면 4개로 확장될 예정.
아울러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고속터미널 역을 3개 노선 환승역으로 만들었는데, 코레일 냄새가 전혀 없이 순수하게 1, 2, 3기 지하철만으로 하나씩 구성된 환승역이 되었다는 점에서 아주 큰 의의를 지닌다.)

단, 환승 편의에 대해서는 딱히 기대를 하지 말자. -_-;;
홍대입구에서 2호선-공철 사이의 환승은 수평· 수직 이동량이 충정로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다. 다른 역들도 마찬가지이다.

강북에 이렇게 공항 철도가 깊숙이 들어왔으니 강남 쪽에서 꺼내드는 카드는 바로 서울 지하철 9호선과 공항 철도의 열차 직통 운행이다. ㄷㄷㄷ;;; 이미 지금 김포 공항에서의 환승도 3초 평면환승으로 되어 있지만 직통 열차가 다니면 환승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이 경우 1기 지하철 이래로 거의 20년 만에 직· 교류 겸용 전동차가 다시 도입될 것이다. 금방 실현되기는 어렵겠지만, 요금까지 통합되고 있는 마당에 언젠가 결국은 되겠지.
이것도 모자라서 지금은 경의선과 공항 철도를 직결하는 연결선의 건설도 검토되고 있다.

※ 공항 연계를 위한 추가 노선의 필요성

이렇게 서울은 9호선과 공항 철도라는 양 축이 갖춰졌다. 그러나 지도만 보면 금세 알 수 있듯, 서울 역에서 공항으로 가는 건 지방 사람에게는 그리 효율적인 동선이 못 된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고속철은 서해안 고속도로가 보일 정도로 서쪽으로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한참을 틀어서 서울 역으로 향한다. 그런데 공항이 있는 곳은 서쪽 극단.

그 비효율을 감수하고도 부산에서 KTX+공철(직통열차 기준)로 인천 공항 가는 게 공항 리무진 버스만 타는 것보다 빠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잖아도 KTX와 공철의 운임은 굉장히 비싼데, 거기엔 안 내도 될 돈의 낭비가 너무 심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서울 서남부에 자리잡은 광명 역에서 인천 대교(영종 대교 말고)를 경유하여 공항으로 가는 철도가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는 그게 제일 효율적인 동선이기 때문이다. 영등포 셔틀에 이어 공항 셔틀까지... 이거야말로 광명 역을 기사회생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아울러, 서울과 비슷한 위도인 강원도나 경기도 일대는, 서울 역에서 출발하는 지금의 공항 철도 노선을 이용하여 공항으로 가는 게 승산이 있다. 비록 그 방면의 철도 노선은 서울이 아닌 청량리 역이 이미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공항 철도와의 효율적인 연계를 위해서는 더 융통성 있는 직통 열차의 운행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KTX가 서울-부산만 죽도록 왔다갔다 해서는 안 되고 다양한 노선이 갖춰져야 하듯, 공항 철도도 마찬가지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04 08:47 2011/03/0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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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잡설 컬렉션 2

1. 녹사평 역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 역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명품역이다. 도철(SMRT)이 CF를 찍을 때 도봉산(7호선)과 더불어 간판 주자로 늘 내세우는 역이다. (도봉산은 삼각형 글라스 인테리어가 독특하니까.)

녹사평 역은 승강장 바로 위층에 크고 아름다운 공터가 있는 한편으로, 지상까지 층이 없이 뻥 뚫린 공간이 있고 자연 채광이 아래로 그대로 들어온다. 꼭대기에서 아래층을 한데 내려다볼 수 있는 이런 구조는 지하철역보다는 차라리 백화점을 떠올리게 한다. 환승역도 아니고 이용객이 바글바글한 역도 아닌데(인근에는 아예 미군 부대가 있다!) 공간이 언뜻 보기에 낭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역은 원래 서울 3기 지하철(아마 11호선)과의 환승역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만약 환승역이 지어지면 위의 뻥 뚫린 공간/공터에 곧장 승강장과 선로가 또 만들어졌을 것이다.
또한 그 당시에는 녹사평 역 인근의 미군 기지는 조만간 이사를 가고, 서울 시청 신청사가 이 자리에 지어진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기대감으로 역이 아주 호화롭게 만들어졌으나, 이들 계획이 모두 흑역사로 돌아갔으니 그저 안습.
이래서 선견지명이 제대로 발휘되기란 쉽지 않다. 2기 지하철이 건설되던 당시에만 해도 IMF 같은 걸 상상조차 할 수 있었겠는가?
5호선 마곡 역만 해도 마곡 지구의 개발에다 심지어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설레발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현실은...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한다”급이 되지 않았던가. 그 대신 월드컵 경기장 특수는 6호선에게 돌아가게 된다.

일개 지하철 역에도 이런 내력과 우여곡절이 다 있다.
한때 도철에서는, 이 공간을 활용하고 지하철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한동안 녹사평 역 구내를 각종 행사나 영화 촬영, 심지어 예식 공간으로 무료로 대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이런 대인배적인 제도는 없어졌다.
그 대신 지금 이 역은 '발명 테마역'(부역명까지 붙었다!)으로 변모하여, 잉여 공간에는 온갖 중소기업들의 신제품 전시 부스가 들어서 있다.

2. 신도림-강변, 대림-건대입구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신도림-강변, 그리고 대림-건대입구는 아주 재미있는 대조를 이룬다.
일단 이 두 쌍의 역들은 순환선인 2호선에서 북극과 남극만큼이나 서로 완전 극과 극인 위치에 있는데,
신도림-강변은 테크노마트가 나란히 들어서 있고, 대림-건대입구는 각각 신도림과 강변에서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 7호선과의 환승역이다. 전자는 영등포 역 근처여서 철도가 유리하며, 후자는 동서울터미널 근처여서 버스가 유리하다는 것도 좋은 대조 사항이다.

환승역들을 살펴보면, 공교롭게도 2호선 역은 강변입구와 대림 모두 지상 고가이고 7호선은 모두 지하이기 때문에, 환승할 때 수직 이동 거리가 긴 편이다.
또한 두 역 모두 L자형 환승역이며, 7호선은 2호선으로 빨리 갈아타는 방향이 온수(하행) 방면 맨 앞이다.
단, 2호선은 고리의 위치상의 차이 때문에 건대입구는 내선순환 방면 맨 앞이, 그리고 대림은 외선순환 방면 맨 앞이 7호선 방면으로 가장 빨리 갈아타는 방향이다.

3. 보라매 역

서울 지하철 7호선 보라매 역과 그 주변 지역은, 서울 남서부 중에서도 내 기억에 무척 독특하게 남아 있다.
일단 보라매 역은 온통 상대식 승강장 일색인 7호선 강남 구간에서 유일한 섬식 승강장이다. (청담과 온수는 2폼 3선) 이 점에서는, 5호선 서쪽 구간으로 치면 화곡 역과 비슷한 위상이라 하겠다. 주박역이며 아침엔 아주 드물게 보라매 시종착 열차를 본 적도 있는 것 같다. 도봉산· 장암도 아닌 수락산 시종착 열차만큼이나 레어템인 셈.

보라매 역 인근에는 기상청 본부가 있고 농심 본사도 있다. 또 과거 공군 사관학교의 부지에 조성된 보라매 공원이 있으며, 서울 지방 병무청도 있어서 남자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장소이다. (서울 지방 병무청임. 병무청 본부는 대전 정부 청사에 있으며, 심지어 대전· 충남 지방 병무청은 대전 안에서도 서대전네거리 일대에 또 따로 있다.)
영등포· 동작 일대는 다른 부촌-_-들에 '비해서'는 집값이 싸고, 2, 7호선과 9호선이 연계되고 철도, 고속버스 터미널, 공항 등과도 가까워서 교통이 무척 편리한 게 좋아 보인다. 서울대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금상첨화.

다만 그쪽 지역이 남쪽이 산으로 막혔다는 특성상, 종축 이동은 전철로 기대하기 힘들고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게 아쉬운 점이다. 아니면 최소한 노량진 역까지는 다른 교통수단으로 알아서 이동해야 할 것이다.
7호선은 북쪽의 1, 9호선 및 남쪽의 2호선과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편이지만, 유독 장승배기 역과 노량진 역은 1km 남짓으로 서로 약간 인접했다는 특징이 있다.

4. 광명 공항

2004년, KTX 1차 개통과 함께 영업을 시작한 광명 역은 무진장 크고 아름답기만 할 뿐 연계 교통도, 이용객도 없이 안습함 그 자체였다. 사실, 이 역이 시종착역 지위를 상실했을 때부터 비극은 예고돼 있었다. 허허벌판에 지어진 “n천억 원짜리 간이역”이라고 숱하게 까였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야 분위기가 많이 살아나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철덕들 사이에서 애정어린 떡밥이 나돌았다. 이름하여 “광명 공항”. 그런데 이거 은근히 잘 어울린다!
그렇잖아도 광명 역은 공항처럼 으리으리한 규모를 자랑할 뿐만 아니라, 허허벌판 교외라는 입지 조건도 공항을 떠올리게 한다. 역 주변의 연계 버스를 보면 영락없이 공항 리무진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어떤 공항이 생각나냐 하면, 인천이나 김포, 제주 같은 공항이 아니라 파리만 날리는 양양 공항 같은 공항.. ㅠㅠㅠㅠㅠㅠ
게다가 광명 셔틀 전철과 공항 철도는 비슷하게 2006년 말과 2007년 봄에 차례로 개통했는데, 이들조차 역사에 길이 남을 공기 수송을 자랑하고 있었던지라 더욱 동질감을 자아낸다.

그래서 백괴사전 같은 곳에서는 이를 비꼰 '광명 공항' 같은 표제어가 진작부터 등록되어서 온갖 괴담을 퍼뜨리고 있었는데...
실제로 흠좀무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MBC가 2010년 11월에 방영한 모 드라마에서 공항 씬을 광명 역에서 촬영하고, 각종 안내 표지판과 비행기 드나드는 모습을 CG로 처리해 넣었다나? =_=;; 이제 진짜로 광명 공항 인증이다! ㄲㄲㄲㄲ

당시 G20 정상 회의 때문에 인천 공항의 보안이 급격히 강화된 관계로, 거기서 촬영을 못 하고 광명 역을 대신 이용한 거라고 한다.
하긴, 타이밍이 좋아야지. 영화 <튜브>(백 운학 감독)를 찍을 때는, 마침 김포 공항이 인천 공항의 개항에 맞춰 청사 하나를 용도 변경 리모델링하던 중이었던 덕분에... 오히려 공항 청사 전체를 빌려서 총격전도 찍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2002년 5월경의 일. 이런 절호의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20 08:23 2011/02/2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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