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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에 가면 늘 떠오르는 것

예식장에서 이런 장면을 보면, 본인은 늘~~ 떠오르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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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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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어째 예식장에서 신랑· 신부가 행진하는 단상은 폭이 철도 표준궤간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저 위에다 진짜 레일만 깔면 될 것 같다.

“지금, 신부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객 여러분께서는 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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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잖아도 요즘 코레일· 서울 메트로 전철역에서 흘러나오는 열차 도착 안내 멜로디 중, 하행은 결혼 행진곡 멜로디와 약간 비슷하기도 하다. 결혼 행진곡 + 동요 <앞으로>를 짬뽕한 듯한 느낌.

이는 철도를 알 만한 것이 그들 속에 분명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라. 철도의 권능과 신격은 창세로부터 분명히 보이며 만들어진 것들을 통해 깨달아 알 수 있나니 그러므로 사람들이 변명할 수 없느니라. (롬 1:19-20 패러디)

내가 늘 얘기하지만, 연어를 봐도 민물과 바닷물을 드나드는 것으로부터 직· 교류 겸용 전동차와 절연 구간(dead section)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럼 연어도 과도기 구간에서 잠시 물질대사를 중단하고 관성만으로 이동을 하려나? -_-

부페집을 가면 섬식 승강장에 순서대로 정지했다가 출발하는 지하철 전동차를 떠올릴 수 있다.
여러 컵에다 물을 균일하게 따르는 것은 전동차를 제 위치에 잘 세웠다가 출발시키는 동작을 연상시킨다.
매일 면도를 하는 것은 선로를 연마하고 정비하는 작업의 예표이다.
오, 나의 철도님 사랑합니다.

참고로 사진 출처는 위에서부터 각각,
수 년 전에 지인의 결혼식 때 본인이 직접 찍은 사진, 여기, 그리고 인터넷 신문 기사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1/24 08:43 2012/01/2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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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철

우리나라는 철도 하면 곧 코레일 독점이라는 인식이 아주 강하다. 철도는 전기나 수도 같은 공공재 인프라로서, 경영 효율을 위해 국가가 의도적으로 정부 기관이나 국가 소유 공기업을 통해 독점 관리한다는 식의 관념이 지배적이다. 아직도 철도“청”이라는 용어가 여전히 친숙할 정도이기까지 하고 말이다.

이는 일면 효율적이다. 철도 승차권에는 내가 타는 철도 운송 회사가 따로 찍혀 있지 않으며, 시스템이 완전히 단일화해 있는 덕분에 전국 어디서나 아무 열차의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역에서는 공항과는 달리 자기가 타는 열차의 관할 회사 부스를 또 찾아가야 할 필요도 없으며 환승 역시 아주 매끄럽고 편리하게 가능하다.

철도는 고속버스나 항공과는 달리 터미널 따로(한국 공항 공사, 서울 고속버스 터미날 주식회사;;), 차량 운영사(금호/속리산 고속, 대한/아시아나 항공) 따로가 아니다. 어느 역이나 어느 차량도 그저 코레일 관할일 뿐.
이런 점에서 철도는 한국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인 교통수단인지도 모른다.;; JR을 빼고도 중· 대형 사철 노선이 20여 개에 달하는 일본과는 사정이 얼마나 다른가?

생각해 보아라. 방송국이 KBS와 MBC가 공존하고 항공계에 대한과 아시아나가 공존하듯, 철도에도 코레일과 그에 준하는 제2 철도 회사가 반반씩 경쟁을 시작한다면 어찌 될까? 한 저그 부족이 깔아 놓은 크립이라는 레일 주변으로 여러 저그 부족들이 크립을 공유하여 건물을 만들어 놓은 느낌일 것 같다. ㄲㄲㄲ

물론, 좀 더 세부적으로 가면 코레일도 철도의 백 엔드 계층은 한국 철도 시설 공단이라는 조직에 의존하고는 있지만, 이건 말 그대로 back end인지라 일반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건 없다.

이렇듯 한국은 간선 철도를 코레일이 접수하고 있고, 기껏 지방 지하철이나 각 지방 소유의 공기업이 운영하는 형태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21세기에 와서야 민자라는 이름으로 9호선이나 공항 철도, 신분당선 같은 사철이 도시철도를 위주로 생겨났지만 이들도 한국 정서상 100% 순수한 사철 노릇은 못 하고 있다. 현재 그나마 가장 순수한 사철 같아 보이는 신분당선도 30년 뒤에는 운영권이 국가로 넘어갈 예정이라 한다.

그럼 그런 도시철도 말고, 지방에 있는 단선 비전철 철도 중에는 사철, 아니 정확히 말해 코레일 관할이 아닌 철도가 한국에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장항선 간치 역(충남 보령 소재)에서 분기하는 서천화력선과, 경전선 화순 역(전남 화순군 소재. 광주와 가까움)에서 분기하는 화순선이라고 사철이 딱 두 개가 있다.

다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석탄 수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산업선일 뿐 정기 여객 열차가 다니지는 않으며, 운영 주체도 다 어차피 코레일과 같은 급인 국가 소유 공기업이라는 점이 아쉽다(더구나 교통· 운수와는 전혀 관계 없는 업종).
그래도 두 철도 모두 길이가 10km는 넘으며, 선로가 유지 보수되고 있는 어엿한 철도 노선이다.

서력화력선은 총연장 17.5km이며 운영 기관은 무려 한국 중부 발전 주식회사이다. 이건 그 이름도 유명한 공기업인 한국 전력의 자회사로, 노선의 종점인 동백정 역은 군부대 급의 기밀 시설인 발전소의 내부에 있다.

그러니 서천화력선은 태생상 민간인에게는 접근이 금기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춘장대 해수욕장 관광 연계 상품이 개발되어 이 철도는 그나마 사철 중에서는 철덕들을 중심으로 제법 알려졌다. 중간에 춘장대라는 역이 마치 공항 철도의 용유 역처럼 임시로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제한적으로나마 여행 갈 때 이용할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사철 구간 철도역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관광 열차는 물론 코레일이 굴린다.

다음으로 화순선은 남쪽에 처박힌 사철인데 아예 대한 석탄 공사 소속의 전용 철도이다. 용도는 두말 하면 잔소리. (이거 무슨 강원도도 아니고 특이하다.) 길이는 11km 남짓이다. 중간에 역이 한두 개 있기도 했지만 잉여력을 감당치 못하고 이미 수십 년 전에 없어졌다. 서천화력선보다야 존재감이 훨~씬 덜하다.

이런 철도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생각들:

1. 난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다 사철 깔고(사찰이 아니다! ㅋ), 퇴역한 새마을호 객차 내지 열차 편성을 구입 후 개조해서 사무실이나 카페나 하나 차리고 싶은 소원이 있다. 이런 시설은 영화 촬영용 세트 대여를 해 줘도 좋을 테고.

2. 코레일이 정식 출범하기 2~3년 전부터 철도청의 민영화 떡밥은 나돌고 있었다. 그때 철도 노조에서는 민영화를 극렬 반대하면서 “철도청이 기업으로 바뀌면 한국도 영국처럼 서울-부산 열차 운임이 10만원이 넘어갈 것임” 같은 구호가 담긴 전단지를 뿌리고 다녔다. 본인은 그걸 본 기억이 있다. (사실, 대한 항공도 수십 년 전에 국영 항공사가 민영화한 것이다)

3. 지금은 이미 용산선조차 경의선의 이설과 지하화를 기약하고 사실상 폐선된 상태인데, 옛날에는 그 용산선의 서강 역에서 분기하는 '당인리선'이라는 사철 지선이 있었다. 당인리 화력 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는 통로였으리라.
영화 <튜브>에도 이걸 근거로 지하철이 웬 당인리 화력 발전소로 돌진할 위험에 빠진다는 이상한 설정이 들어가 있다.

4. 아래 사진으로 유명세를 탔던 희대의 엽기 철도인 세풍제지선(군산화물 역 → 페이퍼코리아 공장)이 있었다. 공장으로 들어가지만 사철은 아니었던 듯. 공장이나 군부대로 들어간다고 해서 다 사철은 아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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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주민대로 열차 때문에 불편하고, 열차는 열차대로 안전 요원을 동반해 가며 정말 엉금엉금 기어가듯 주행해야 했다. 그런데 블로그 검색을 해 보니 2006~2007년 이후의 자료가 나오질 않는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자료를 더 찾아보니 역시나 2008년 6월 26일부로 폐선되었다고.
모르긴 몰라도 인천에도 경인선 남쪽에는 이렇게 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철도가 좀 있다.

5. 의왕에 있는 오봉 역은 경부선의 지선 남부화물기지선에 자리잡은 화물 전용역이어서 일반인에게는 전혀 존재감이 없다. 하지만 이 역과 철도도 엄연한 코레일 관할이고 사철은 전혀 아니다. 다른 여객 철도와 연계할 계획도 없지는 않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여기도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다.

6. 사철 하니까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건 사회· 정치 이슈이다. 난 개인적으로, 사회 구조에 전반적으로 private한 것들이 많고 그런 게 자율적으로 양심껏 깨끗하게 잘 돌아가야 좋은 자유 민주주의 사회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게 놔뒀더니 부조리와 비리, 양극화, 천민 자본주의 폐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다시 국가 정부가 나서서 이것저것 통제하고 감시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먼저 가정부터. 부부 사생활은 하나님도 간섭을 안 할 정도로 은밀하고 소중한 것인데, 오늘날은 이거 뭐 부부간에도 강간죄 판결이 나올 정도로 가정이 막장으로 치달았다(반대로 간통죄는 폐지됐고, 이거 원..ㄲㄲㄲㄲㄲ). 비리 사학 문제는 이미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수준이다. 중소 기업이나 자영업이 파탄 나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젊은이들은 공무원· 공기업에만 목숨 걸고 있다. 이런 것들을 빌미로 국가 체제가 점점 사회주의· 공산주의처럼 가진 않으려나 우려된다..;;

난 부자· 재벌들이 부정부패하고 타락하는 것보다, 걔네들 돈을 강제로 뺏어서 분배해 주는 일을 한다는 계층이 부정부패하고 타락하는 게 훨~씬 더 끔찍하고 참혹한 결과를 야기한다고 굳게 믿는다. 본인의 사회· 정치관은 이 문장으로 충분히 설명이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1/19 19:13 2012/01/1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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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레일 일반열차 시각표의 경부선 하행을 보면,
아침 9시 40분에 출발하는 서울 발 포항 행 새마을호 1041 열차가 있다.
알 만한 분은 이미 다 아시겠지만, 이 열차의 전신은 그 유명한 울산· 포항 분리(경주에서) 복합 편성 새마을호로, KTX 개통 전에는 번호가 그냥 7x대였다. 그러던 것이 두 계열은 완전히 따로 찢어지면서 제각기 다른 운명을 맞이하였다.

계속해서 남쪽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동선이 괜찮은 편인 울산 행은, 부전으로 운행 거리가 연장되고 약간 증차도 되었다. 그 반면 포항 행은 하루 2회의 희귀열차 신세를 면치 못하고, 사실 포항 역을 출발하는 대부분의 서울 방면 열차는 동대구 셔틀 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래도 서울-포항 직통 새마을호는 예전처럼 경주 역까지 깊숙하게 들어갔다가 후진해서 나오는 삽질이 사라지고, 서경주(구 금장) 역만 거치게 동선이 약간 개선되기도 했다.

한편, KTX 2차 개통 후 서울-부전 직통 열차도 모조리 동대구-부전 셔틀로 전락했다. 그러나 포항-서울 새마을호는 포항이 KTX의 혜택을 전혀 못 받는 덕분에 아직까지 건재하다. 2012년 현재, 경주에서 서울로 한번에 가는 새마을호는 서경주 역을 찍는 이 열차 하루 두 편밖에 없다. 신경주 역에 1시간에 1대꼴로 KTX가 정차해 주고 있으니, 재래식 장거리 열차는 경영 방침상으로도 많이 남겨서는 안 될 일이다.

동해남부선의 복선 전철화 이설 공사가 모두 끝나고 현재의 경주 역이 사라지는 날이 오면(아마 2015년 전후해서), 그 새마을호도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아니, 그때쯤이면 지금 새마을호 열차들의 내구연한 자체가 끝나 있을 것이다. 아마 마지막 새마을호의 퇴역식 때는 전국에서 철덕들이 바글바글 몰릴 것이다.

이렇게 경부선 경유 동해남부선 방면 새마을호 얘기를 본인이 꺼낸 이유는, 지금 1041의 스케줄이 보기에 참 안습해서이다.
과거에 새마을호는 정차를 좀 하더라도 서울-대전이 보통 1시간 40~45분대였고, 1시간 50분은 가히 마지노선이었다.

그런데 지금 1041은 서울 9:40에, 대전 도착이 무려 11:44이다! 현재 서울-대전이 2시간을 경과하는 유일한 새마을호이다.
소요 시간이 가히 무궁화호급이며, 이는 지난 2004년에 KTX 개통 직후에 일반열차가 몇 달간 최악의 막장 정차 시각표로 운행되었을 때에나 볼 수 있던 소요 시간이다. 사실은, 1041보다 정차를 더 하는 1023 같은 열차도 그만치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왜 1041만 유난히도 느린 폭탄 열차가 된 걸까? 이럴 때 철덕의 마음에서는 의문이 꽃핀다. “왜??”
아무리 악한 현 세상이고(갈 1:4) 지금이 영적으로 마지막 시대라 해도, 새마을호가 서울-대전이 2시간이 넘는다는 건 죄악에 가깝지 않은지? -_-;;

본인은 그 이유가 KTX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일단 KTX 개통 후, 서울-영등포가 10분이 넘어서 무려 13분까지 걸리는 열차가 시각표에 등장했다. 이건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영등포 역에서 후속 KTX를 기다리고 먼저 보내 주느라 늦는 열차이다. 예전에는 서울-영등포는 통상 8분이면 충분했고, 요즘은 그것도 못 지키겠는지 10분대로 현실화한 듯하다. KTX가 더욱 자주 운행될수록, 이 지점에서의 병목으로 인해 일반열차의 운행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KTX가 지연되면 그게 일반열차에까지 누적된다.

1041은 자기보다 5분 나중에 출발하여 뒤쫓아오는 KTX를 영등포 역에서 먼저 보내 주는 듯하다. 무슨 열차냐고? 서울 9:45, 부산 11:58인 서울-부산 무정차 KTX 제1열차이다.

그런데 KTX를 먼저 보내 주는 열차는 얘만 있는 게 아닌데, 1041은 수원 이남부터도 왜 이렇게 주행 속도가 느릴까?
그 이유는 이제 영등포-수원 경유 KTX의 등장 때문으로 보인다. 즉, 기존선을 달리는 KTX의 주변 열차들은 알아서 대피하고 굽신굽신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반열차의 소요 시간이 더욱 증가한다. 귀하신 KTX님은 끽해야 영등포나 수원에서밖에 정차를 안 하니까.

서울 10:20, 수원 10:48, 대전 11:55인 KTX 353 열차가 있다. 얘는 대전에 도착할 때까지 1041을 중간에 추월을 하는 것도 아니고 1041보다 10분 남짓 뒤에 대전에 도착한다. 하지만 고속선과 기존선 사이의 열차 스레드 동기화 차원에서 부근의 1041도 진행 속도가 늦춰진 걸로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새마을호의 서울-대전 1시간대 붕괴 현상은 이렇게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1041이 얼마나 느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있다. 1041은 자신보다 딱 5분 먼저 서울 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 1271 열차를 대전까지 가도록 추월을 못 한다! 무궁화호급 새마을호라는 걸 웅변으로 입증하는 셈이다.

겨우 5분 간격으로 서울에서 무궁화호를 쫓아가는 새마을호는, 정차역수의 차이로 인해 예전 같았으면 평택이나 천안, 정말 못해도 조치원쯤에서 무궁화호를 진작에 추월하는 게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1041은 대전까지 지난 옥천에서야 1271을 간신히 추월하게 된다. 이것도 안습 그 자체이다. 아무래도 KTX 때문에 일반열차들이 운행을 보수적으로 하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이상, 사무엘 님의 철도 평론이었다. 다음은 열차 관련 TRIVIA들.

1. 작년 가을엔 어느 일본인 관광객 여남은 명이, 10분 뒤에 출발하는 서울 9:55발 KTX 303열차를 타고 천안아산 역에 갔어야 했는데 실수로 서울-부산 무정차 1열차를 탄 적이 있었다(서울 9:45 발). 결국 해당 열차 기관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열차를 그들의 목적지인 천안아산 역에다 잠깐 세워 주고 말았다. 이 때문에 열차는 15분 가까이 지연됐고... 다른 승객들 민폐는 얼마나 됐을까? -_-  게다가 후속 KTX들과 주변의 일반열차들의 연쇄 지연은? -_- 그런 분통 터지는 일이 있었다.

KTX는 이 글에서 귀가 따갑도록 언급돼 있듯, 통과 우선순위가 최상이며 KTX가 지연되면 일반열차들까지 지연이 먹이 사슬처럼 쌓이게 된다. 그런 책임감을 생각해서라도 코레일은 공과 사를 구분하고, 저러지 말았어야 했다.
하긴, 우리나라는 승객의 막장짓에 지하철까지 역주행을 한 적이 있을 정도이니, 행정에 너무 우격다짐이 잘 통하고 목소리 큰 놈이 장땡이고 원칙이 없다. 정치와 외교까지 저러니까 북한도 우리나라를 우습게 여기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폭력 시위대에 공권력이 굴복하고, 테러리스트에게 굴복하고, 북한의 생떼 요구에 굴복하고... 그러는 식.

2. 열차 시각표를 보면 아침 11시와 정오 사이에 KTX가 없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아마 전에도 글을 쓴 적이 있지 싶은데, 이때는 잠시 고속선 선로를 정비하느라 의도적으로 열차 운행이 없는 것이다. 주말 임시 열차도 없이 열차 운행이 진짜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선로 정비가 심야뿐만 아니라 낮에도 꼭 필요는 한가 보다.

KTX 2차 개통 직후에 서울-부산 새마을호가 완전 전멸하다시피한 적이 있었는데(지금은 반발로 인해 그때보다는 다시 생겨남), 그때 하루 두 편 남았던 새마을호는 하나는 딱 저 시간대에 다니는 놈이었고, 다른 하나는 밤차였다. KTX가 없는 시간대에만 딱 투입한 셈이다.

3. 그래도 아직 천안 역 무정차 통과 열차가 전멸하지는 않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게 용하긴 하다. 예전에는 밤차 새마을호가 하나 천안 통과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서울 8:43 발 동대구 행 1021열차가 천안을 무정차 통과하는 유일한 열차이다.
개인적으로는 대구 역도 좀 한두 개는 통과 열차 좀 넣어 주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동대구 역이 있고 거리도 용산-영등포만큼이나 굉장히 가까운데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1/15 08:38 2012/01/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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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선 연장 개통

신분당선이 개통한 지 딱 두 달 뒤, 구(舊) 분당선도 보정 아래로 세 역--구성, 신갈, 기흥--이 연장 개통했다. 분당선이 이제 거의 민속촌 근처까지 내려갔다.

분당선!
노 태우 정권 시절에 건설된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성남시 분당구를 서울과 잇기 위해 건설된 광역전철이다.
직통 운행하는 여타 지하철이 없이 100% 코레일 관할인데 지상이 없는 100% 지하 구간이고, 생긴 건 지하철처럼 생겼으면서 직류가 아닌 교류 전기를 쓴다는 점에서 옛날부터 굉장히 이색적인 전철 노선이었다.

맨 처음에 1994년에 수서-오리 구간이 개통한 게 원조이다. 그러던 것이 2003년에 서울 시내의 수서-선릉이 개통하였고, 200x년대 중후반엔 오리 이남으로 죽전과 보정 역이 찔끔 개통했다. 그리고 보정은 차량 기지 내부에 있는 임시역이었다.

그 후 1994년으로부터 무려 17년이 지난 2011년에 그나마 연장다운 연장이 이뤄졌다. 이거 뭐 김 일성이 죽은 해에 1차 구간이 개통하고, 그의 아들이 죽은 해에 또 이렇게 대규모 연장 구간이 개통한 건 그냥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우연이고말고. ㄲㄲㄲㄲ

임시 보정 역은 진짜배기 지하 보정 역으로 이설되었고, 이제 분당선의 지상역은 죽전 역만 유일하게 남게 되었다. 하지만 분당선의 북쪽 말단으로 계획되어 있는 왕십리 역은 지상에 중앙선과 나란히 만들어질 예정임. 죽전 역은 분당선의 20세기 구간(수서까지만)과 21세기 구간을 가르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죽전은 보정보다도 나중에 개통한 역인데 어째 존재감이 커졌다.

직통 운행을 하는 전철 노선 구간에 무려 17년의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뭐, 전철 1호선은 워낙 역사가 길고, 또 지상이니까 제외한다 치지만 지하철은 1기 지하철과 3기 지하철이 공존하는 3호선(수서-오금) 내지 앞으로 개통할 7호선 연장 구간에서나 그 정도 간극을 체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분당선은 오리 이북과 보정 이남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분당선은 개통 초기부터 시끄러운 소음철로 악명을 떨쳤다. 그나마 지금은 노력을 해서 옛날보다 많이 감소한 것이다.
20세기 구간은 장대 레일도 아니어서 레일의 덜컹거림과 터널 소음이 다 들리는 반면, 21세기에 개통한 신규 구간은 조용함 그 자체이다. 타 보면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다. 철덕이라면 “분당선이 이렇게 조용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라 경의선이나 중앙선에서나 볼 수 있던 컬러 모니터(단순 저색상 LED가 아니라) 달린 최신형 동글이 전동차가 이제 분당선에도 활약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를 위해 기존 중앙선 전동차가 8량이던 게 소리소문 없이 6량으로 더 줄어든 것 역시 감안할 점임. 분당선도 20세기 구간은 역들이 아예 10량 기준으로 맞춰져 있었지만 21세기 구간은 많아야 8량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다.

20세기의 코레일 광역전철들은 특히 지하 구간의 경우 승강장 벽면에 벽화(?)가 많은 편이었는데(과천선, 일산선 구간 등을 보라) 요즘 개통하는 역들은 그런 건 없고 그냥 평이한 코레일체+석재 인테리어이다. 기존 지하철 인테리어도 아니고, 9호선 같은 서울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신분당선 같은 파격적인 디자인은 더욱 아니다.
경춘선· 경의선에서 보던 그런 느낌이 분당선의 지하 구간에서 그대로 재연됐다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한때 오리 역은 수도권 전철의 지하 구간에 있는 국내 유일의 쌍섬식 역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쪽 종점인 기흥 역도 쌍섬식이다. 분당선은 아래로 계속 더 연장될 것이기 때문에 이 역도 2폼 3섬식으로는 안 하고 아예 쌍섬식으로 만든 듯하다. 그러니 이 역을 보면서 옛날에 분당선의 남쪽 종점이 오리 역이던 시절을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분당선에 부분적이나마 급행 전동차가 다닐지는 미지수이다. 철도 동호계에서 유명한 떡밥이다. 하지만 선릉 이북의 서울 시내 구간은 도로가 비좁은 관계로 대피선(= 쌍섬식급 승강장)이 확실하게 없을 것으로 보이니 아쉽다. 전통적으로 지상 도로도 횡축보다는 종축이 좁기도 하고 말이다.
참고로 신분당선은 역 자체가 적을 뿐이지 딱히 완급 운행은 없으며 운행 계통은 단순하다. 완급 결합까지 다 무인 운전으로 해낸다면 운영 시스템이 칭송받아도 좋을 듯하다.

분당선의 남쪽 연장 구간은 신분당선의 승객을 늘리는 데도 일조할 것이고, 또 용인 경전철과의 연계도 해내는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후자는 흑역사화의 위기에 처해서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여담이다만, 이 분당선 연장 개통 때문에 어차피 노선도가 업데이트되어야 할 타이밍에 맞춰, 경원대 역이 드디어 가천대 역으로 개명되었다. 경원 대학교가 가천 대학교 경원 캠퍼스로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1/03 19:27 2012/01/0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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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철도의 ‘마지막’ 기록

1. 지하철, 광역전철, 기존선의 개량· 복선화· 고속화 등을 모두 제외하고,
순수하게 비수도권의 지역과 지역을 잇는 간선 철도가 마지막으로 건설된 것은?

믿어지지 않겠지만 무려 박통 시절, 1973년의 태백선이 마지막이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1960년대 말의 경전선이라든가, 1963년의 서울 교외선도 일제가 아닌 한국 정부가 만든 철도이긴 한지만.. 이건 도대체 언제적 얘기냐?

고속도로는 경부 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이 되기까지 그야말로 거미줄처럼 얼마나 많이 건설되었던가. 서해안, 중앙, 중부, 영동 등등~ 그에 반해 철도는 공주를 경유하는 철도가 생겼다거나, 포항과 울진이 철도로 연결되었다거나, 대구에서 광주로 가는 철도가 건설되었다거나 하는 소식이 전-_-혀 없었던 것이다.

일제 강점기가 계속되었고 2차 세계대전 같은 이변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일본처럼 자동차도 좌측통행을 하게 됐을 것이고, 일본 본토가 그런 것처럼 전국을 촘촘히 연결하는 철도가 잔뜩 건설되었을 것이다. 사철도 엄청 많이 생겼을 것이고. 사실, 선로의 질을 떠나서 철도 노선의 양이 한반도에서 가장 풍부하던 시절은 역설적이게도 일제 강점기이다. 게다가 그때는 남북 분단 같은 게 없었으니, 철도로 중국이나 러시아로도 갈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일제 강점기가 좋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니 오해 마시길. 그래도 한국과 일본의 위정자들이 철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런 식으로 차이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2. 우리나라에 기름으로 달리는 철도 차량이 마지막으로 도입된 것은?

1996~1998년 사이에 도입된 통근형 디젤 동차, 일명 CDC가 마지막이다.
CDC는 구닥다리 비둘기호 객차를 대체할 목적으로 도입되어 과거엔 경의· 경원선과 각종 비전철 지선(군산선, 동해남부선 등)에서 요긴하게 운행되었으나, 지금은 기름값 폭등 + 통일호 폐지 + 전철화 트렌드에 밀려 찬밥 신세가 됐다. 경의· 경원선의 말단 북쪽 구간을 제외하면 완전히 씨가 말라 있는 상태. 나머지 CDC들은 무궁화호로 개조되었다. 일명 RDC임.

3. 기관차-객차형 열차가 마지막으로 도입된 것은?

2003년에 디자인리미트(현 SLS 중공업)와 현대 로템에서 제조한 신조 무궁화호 객차가 마지막이다.
그 뒤로는 한국 철도계에도 기관차-객차 대신, 전기 동차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더구나 비전철 구간에는 CDC로부터 격상된 RDC 무궁화호도 있으니 추가 객차를 도입할 필요가 더욱 없어져 있는 것도 사실임.

EEC 이래로 대가 끊기는 듯했던 좌석형 전기 동차는 공항 철도 직통 열차를 통해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으며, 다음으로 누리로가 전성기를 열어 놓았다. 통근형 광역전철과 일반열차의 성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경춘선에는 앞으로 2층 좌석형 전동차도 도입될 예정이니 더욱 흥미롭다.

1994년에 마지막으로 도입된 새마을호가 몇 년 뒤에 없어지고, 이렇게 도입된 무궁화호도 모두 퇴역하고 나면 1970~80년대 이래로 대한민국에 존재해 온 새마을-무궁화호 체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될 것이다. 통근형 완행 등급은 운임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른 전동차가 대신하고 있으며, 새마을호처럼 내장재가 비정상적으로 너무 호화로운 열차는 이제 필요하지 않으니... 간선 철도에는 고속철 + 로컬 같은 단순한 구도만이 살아남을 듯하다.

그럼, 우리나라 철도의 '최후/마지막 기록'에 속하는 것을 몇 가지 더 살펴보도록 하자.

1. 증기 기관차: 1967년 8월 31일에 서울 역에서 종운식을 함으로써 한국 철도의 현업에서는 완전히 은퇴했다. (관광용으로 일부러 증기 기관차나 그 비슷한 걸 깜짝쇼 차원에서 투입하는 건 제외)

2. 수인선: 우리나라의 최후의 협궤 철도이던 수인선은 원래 인천에서 수원, 여주까지 이어져 있던 게 무려 40년 전인 1972년에 수원까지로 구간이 단축되었으며(수원-여주 폐선크리), 나머지 구간도 점점 역이 폐역하고 열차 운행이 줄더니 1995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운행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이유는 당연히 도로 교통에 밀려 수지타산이 너무 안 맞았기 때문.

오늘날까지도 경기도 동남부의 성남, 광주, 이천, 여주 쪽은 이렇다 할 간선 철도가 없는 철도 사각 지대이다. 하지만 수인선이 복선 전철로 다시 건설될 뿐만 아니라, 수원이 아닌 판교에서 시작하여 여주까지 가는 복선 철도도 건설되고 있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분당선 이매 역은 무려 2004년에 야탑과 서현 사이에 새로 생긴 역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성남-여주선의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판교는 신분당선에다 이 철도와의 환승역이 됨.

3. 비둘기호: 1914년 9월 1일 오후 1시 무렵에, 미국의 모 동물원에 남겨져 있던 최후의 여행비둘기가 번식에 실패하고 죽음으로써 완전히 멸종하고 말았다. 한글이 이례적으로 창제자와 창제 목적· 시기가 알려져 있는 유일한 문자인 것만큼이나, 여행비둘기는 인류 역사상 멸종의 정확한 시기와 장소가 알려져 있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여행비둘기가 죽었슴다..--;

바로 이런 느낌이랄까? 대한민국의 정선선에 남아 있던 마지막 비둘기호 열차는 2000년 11월 14일을 끝으로 운행을 중단하였고, 이로써 당시 최하등급이던 비둘기호라는 열차 자체가 없어졌다. 똑같이 비둘기라는 단어가 있다니, 게다가 그냥 비둘기도 아니고 여행비둘기!! ㅋㅋㅋ 비둘기호가 사라진 날은 공교롭게도 2001년도 수능 시험 바로 전날(2000년 11월 15일)이었다. 그 당시 고등학생 철덕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앞서 언급한 수인선 협궤를 마지막 순간까지 달리던 디젤 동차도 운행 등급은 응당 비둘기호였다.
동물을 철도 이야기에다 이렇게 연결시키다니, 내가 쓴 글에 내가 감탄하고 말았다. 나 천재인가 봐. ㅋㅋㅋㅋㅋㅋ 철덕은 열차의 퇴역에 대해 특정 동물의 멸종을 보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움과 연민을 느끼는 법이다.

4. 통일호: 비둘기호가 사라진 지 4년이 채 지나기 전에, 통일호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KTX 개통과 함께 과거의 구닥다리 객차형 통일호는 모조리 퇴출되었으며, 이와 함께 서울 교외선도 지나친 잉여력을 못 이기고 정규 여객 열차의 운행이 중단되었다. 살아남은 것이라곤 일부 지선에 디젤 동차의 형태로만 명맥을 유지하던 통근열차 뿐.

KTX 개통 하루 전이던 2004년 3월 31일엔 철도계에서 워낙 유명하던 청량리-부전 전역정차 통일호가 종운식을 했는데, 당시 전국 각지에서 철덕들이 모여 이 열차를 타면서 통일호의 퇴역을 아쉬워했었다. 이 날은 가히 성경이 말하는 엄숙한 명절(solemn feast)이 아닐 수 없었다.

경춘선을 달리던 객차형 통일호가 모조리 무궁화호로 승격되는 바람에, 이는 사실상의 열차 운임 인상 효과를 야기하여 승객들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자전거처럼 바퀴로 전기를 생산하고, 정화조도 없이 배설물이 선로 밖으로 곧바로 배출되는 낡아빠진 열차를 21세기에 언제까지나 굴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불가피한 변화인 것도 있다. 그러다 지금은 경춘선은 무궁화호도 없어지고 온통 전철만 다니고 있으니, 참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06 08:14 2011/12/0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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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당선의 특징

자칭 철도 분석 전문가 사무엘 님이 진단한, 신분당선의 특징.

1. 눈에 확 띄는 홍색 노선색

1990년대엔 서울 지하철 1호선이 회색(국철) + 홍색(순수 지하철 구간)으로 구분하여 노선도에 표기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관행이 없어지면서 수도권 전철에서는 한동안 홍색을 볼 수 없었다. 인천 지하철, 공항 철도, 경의· 경춘· 중앙선 등등은 모두 청색이나 옥색 계열을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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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혹시 9호선이 홍색을 쓰지는 않을까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9호선의 노선색은 금색이라고 쓰고 커피색, 황토색, 똥-_-색이라고 읽는, 6호선과 비슷한 색깔로 정해졌다. 공교롭게도 6호선과 9호선은 각각 강북과 강남 전용으로 서로 환승이 되지 않으니 딱히 혼동될 우려는 없긴 함.

대구 지하철이 1호선에서 홍색이라기보다는 적색에 가까운 붉은 색을 처음으로 시도한 후, 수도권에서는 신분당선이 붉은 노선색을 물려받았다. 어쨌든 튀는 건 사실이다.

2. 무인 운전

예전 글에서 언급했듯, 신분당선 전동차는 국내 최초로 운전실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완전 무인 운전인 중전철이다. (무인 운전 “경전철”은 부산에 이미 있음) 그래서 열차를 타면 앞과 뒤의 전망이 훤히 보여서 너무 좋으며, 맨 앞 칸에 승객이 몰린다. 인천 공항 내부의 무인 운전 셔틀 전철인 스타라인을 타면서 느꼈던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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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기관사가 없을 뿐이지 승무원 자체는 한 명이 객실 내부에 상주하며, 상황에 따라 차내 육성 안내방송도 한다.

열차 안의 모니터에서는 현재 열차의 주행 속도와 다음 역까지 남은 거리가 미터 단위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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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철도들의 폐색 방식이 큼직한 구역 단위로 열차의 위치를 파악하고 1폐색 1열차 통제를 하는 반면, 신분당선은 발달된 RF-CBTC (무인 운전 + 무선 통신 기반 이동 폐색식) 신호 시스템을 채택하여, 모든 열차의 위치가 미터 단위로 세밀히 파악되기 때문이라고. 덕분에 동일 구간 사이에 열차를 더욱 촘촘이 배치할 수도 있다.

이 신호 시스템이 후지고 똑똑하지 못하면, 앞 열차가 출퇴근 시간 때 조금만 지연되어도 뒤 열차는 걸핏하면 “열차 신호 대기 관계로 천천히 운행 중입니다” 크리를 먹는다. 일반 자동차도 GPS로 내비에서 위치가 m 단위로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궤도 위밖에 달리지 않는 철도는 더 똑똑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3. 지하철체와 형형색색 컬러 테마

신분당선의 비주얼 UI는 우릴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서울 디자인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덕분에,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3호선 연장 구간과는 역 내부 인테리어가 전혀 다르다(난 개인적으로 그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안 좋아한다-_-). 어차피 신분당선은 우측통행도 아닐 정도로 서울+지하철과는 뿌리가 다르긴 하다만, 이 정도로 파격적일 줄은 몰랐다.

신분당선에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재래식 서울 지하철 전속 서체(초롱테크 개발)가 다시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의 서울 2기 지하철 이래로 전국의 지하철에서 찾을 수 없던 그 추억의 서체 말이다.
그리고 노선색이 홍색이랍시고 모든 역에 다홍색 띠만 도배한 게 아니라, 각 역마다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에 맞는 서로 다른 색깔을 부여했다. 게다가 각 역마다 온갖 기하학적인 인테리어까지! 철도역을 마치 예술 작품처럼 꾸며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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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지금 있는 각 역마다 개성을 너무 많이 부여해 놓으면, 나중에 역을 추가하기가 힘들 텐데.

4. 요즘 대세는 사철, 급행화

신분당선은 구 분당선보다 역 수가 훨씬 더 적다. 그리고 노선의 선형도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곧게 나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근처인 정자에서 강남까지 겨우 16분밖에 안 걸린다.

쏟아지는 차들로 인해 만성적인 정체 몸살을 앓고 있는 경부 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 - 양재IC 사이를 생각하면, 이는 정말 시간 혁명이 아닐 수 없다. 도심 한복판의 서울 역에서 김포 공항까지 딱 20분 주파를 달성해 낸 공항 철도의 위엄에 필적할 만하다.

신분당선의 1차 개통 구간을 공항 철도의 1차 개통 구간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재미있지 않은가?

- 강남(환승) → 양재(환승) → 양재 시민의 숲 → 청계산입구 → (꽤 긴 거리) → 판교(본사가 있는 곳) → 정자
- 김포공항(환승) → 계양(환승) → 검암(본사가 있는 곳) → (꽤 긴 거리) → 운서 → 공항 화물 청사 → 인천 공항

신분당선은 건설과 운영이 100% ‘싸제’인 최초의 철도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건설이 아닌 운영만 싸제인 경우인데, 지금은 운임도 기존 지하철과 완전히 동일하게 매겨지고 있다. 자기네만 따로 비싼 운임을 부과하려 했으나, 서울시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깨갱 한 후 저렇게 운영하는 것임.

공항 철도는 처음엔 100% 싸제였으나, 쌓이는 적자 때문에 운영 주체가 코레일로 인수되면서 요금 체계도 좀 하이브리드 형태가 됐다. 서울 포함 내륙 구간은 기존 지하철 운임 체계에 흡수된 반면, 영종도로 가는 곳은 그렇지 않다.

이런 전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분당선은 진짜 자신만의 운임 방식을 최초로 시행하였으며, 기본요금도 900원보다 훨씬 더 비싼 1600원에서 시작한다. 버스로 치면 진짜 빨간색 광역 버스 같은 위상. 이런 독자적인 요금 체계를 쓰는 전철이 자꾸 등장하면서 정기 승차권의 위상이 좀 애매해져 있다. 공항 철도와 신분당선은 현재 자기만의 정기권 체계를 따로 세워 놓은 상태이다.

5. 기타 잡설

- 양재 시민의 숲 역은 인근에 윤 봉길 의사 기념관과 서울 교육 문화 회관 같은 주요 장소가 존재하며,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희생자 위령탑도 거기 근처에 있다. 부역명이 ‘매헌’인데, 이는 아주 이례적으로 지역명이나 근처의 기관명이 아니라, 윤 의사의 호이다.
경춘선 김유정 역과, 안산선 상록수 역(최 용신)에 이어 셋째로, 위인을 컨셉화한 전철역이 또 등장했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걸로 알려진 유명한 문구가 역 승강장에 새겨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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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산입구 역은 신분당선의 역들 중 역세권이 가장 없고 가장 한적하고 잉여력이 강한 서울 교외의 역이다. 인테리어도 산과 숲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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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분당선 전동차는 6량 1편성이며, 구동음은 요즘 새로 도입되는 전동차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 역 내부엔 역 주변 안내도가 없는 것 같다. 모니터로만 표시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 스크린도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가 도착할 때 요즘 트렌드인 멜로디 대신 재래식 경보음이 들린다.
게다가 이때 화면에 뜨는 문구는.. “열차가 곧 도착하니, 승객 여러분은 스크린도어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아놔 이건 좀 시대에 맞지 않은 과잉 안내 같은데? 개통 후 나중에 다시 가 보니, 과잉 안내 멘트는 없어졌다.

Posted by 사무엘

2011/12/03 08:35 2011/12/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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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성경 드립

1.
창세기 48:13-14를 읽으면서 주인공의 자세로부터 우리나라의 유명하고도 기괴한 어느 철도 시설을 떠올릴 수 있다면, 당신은 성경과 철도에 모두 통달한 용자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바로 지하철 4호선 남태령-선바위 사이의 꽈배기굴 되시겠다.
궁금하신 분은 본문을 직접 읽어 보시길.
실제로, 본인은 남에게 꽈배기굴이 뭔지 설명을 할 때 저 야곱 같은 포즈를 취하기도 하기 때문에 저 묘사가 아주 친숙하다.

2.
유모레스크를 작곡한 체코의 낭만파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작(드보르자크)은 잘 알다시피 타의 귀감이 되는 극렬 철도 덕후였다. (당시는 증기 기관차 열차 시대!)
차량 계보와 열차 시각표를 줄줄 외운 건 물론이고, 음대 교수가 된 뒤에도 열차가 들어오는 시각이 되면 인근의 철도역으로 달려가서 서성거렸으며 대륙 횡단 열차 타 보러 미국까지 갔다는 흠좀무스러운 일화가 전해진다.

당대의 유명인사가 이런 기괴한 행각을 벌이니, 동시대를 살았던 프로이드 파 심리학자들이 이런 개드립을 쳤던가 보다. “당신이 철도 덕질을 하는 이유는, 열차 바퀴의 피스톤 왕복 운동으로부터 성행위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에 빡친 드보르작은 “그럼, 열차가 터널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건 고래의 성행위이기라도 하냐, 이놈아?”로 일갈했다고 한다.

예수님도 이 땅에 계실 때 딱 저런 스타일의 모함을 받은 적이 있다. 마 12:24, 막 3:22, 눅 11:15를 읽어 보시라!
바리새인들의 개드립이 저 심리학자들의 개드립과 완전히 똑같은 차원이지 않은가? ㄲㄲㄲㄲ

3.
본인은 교회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형제가 철도 덕질을 할 때마다 성령님은 탄식한다”, “철도냐 주님이냐 하나만 고르라” 이런 식의 드립(?)을 듣는다. 마치 철도와 신앙이 모순되는 듯한 가정이 잘못된 질문을 받을 때면 본인의 공식적인 답변은 언제나 동일하다.

너희가 철도도, 철도의 권능도 알지 못하므로 잘못하느니라. (마 22:29, 막 12:24)

저건 마 22:23-28만큼이나 의미가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ㅋㅋㅋ
실제로 본인의 교회 청년부 친구들도 저 답변에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_-;; 그저 “네가 나를 설득하여 거의 철도 덕후가 되게 하는도다”(행 26:28)로 쉴드를 칠 뿐. ㄲㄲ

4.
다만, 요 21:15를 읽어보면 예수님께서 식사를 마친 뒤에 구로 차량 기지에 있는 수많은 전동차들을 보면서 베드로에게 “요나의 아들 시몬아, 네가 철도보다 나를 더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시는 장면이 연상되지 않는 건 아니다. -_- 졸지에 베드로가 철덕이 되어 버렸군.

Posted by 사무엘

2011/11/23 08:28 2011/11/2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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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출입구 이야기

성경 66권 중에는 장(chapter)이 하나밖에 없는 책이 있다. 구약 중엔 오바댜서가 유일하고 신약에는 요한이서, 요한삼서, 빌레몬서, 유다서가 있어서 총 다섯 권이다. 그래서 그런 책의 구절을 표시할 때는 장의 표기를 생략하기도 한다. 창 10:1은 창세기 10장 1절이지만, 유 7은 유다서 (1장) 7절 같은 식.

자, 그런데 지하철역 중에도 그런 레어템이 있다. 바로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역이다.
보통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을 때는 'xxx역 n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고 말하는데, 이런 역에서 위치를 설명할 때는 'xxx역에서 내려서 나오라'고만 말해도 된다.

지하역보다는 지상역이, 그리고 한적하고 접근하기 영 좋지 않은 지형에 만들어진 역일수록, 또 단순 시종착역일수록 출구 수가 적어지고 심지어 1개밖에 없는 경향이 있다.
다만 요즘은 지상의 일반 철도역도 선로 이쪽편과 저쪽편에서 모두 접근 가능하게 출입구를 최소한 2개 이상 만드는 게 관례가 되었기 때문에 이런 법칙도 잘 통하지 않는다. 동부와 서부 출입구가 모두 존재하는 오늘날의 서울· 대전 역을 생각해 보자. 바다를 끼고 막다른 곳에 지어진 인천 내지 부산 역 정도나 출입구가 하나뿐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 2호선 신답: 한적한 지선의 지상역이기도 하고, 뒤로는 청계천이 지나기 때문에 출구가 한 쪽밖에 없다. 인근의 용답 역은 청계천을 건너는 다리가 연결되어 있어서 출구가 2개이지만 이 역은 그렇지 않다.
- 3호선 학여울: SETEC때문에 만든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종의 잉여역. 출입구도 거기 들어가는 통로밖에 없고, 주변역과의 거리도 600m 남짓이다. 하지만 코믹월드가 열리는 날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급이 된다고 함.
- 5호선 마곡: 주변 도로는 국도 6호선이자 크고 아름다운 8차선짜리 공항로. 주변이 개발되면 출구가 더 생길 여지는 있다.
- 6호선 독바위: 언덕 위이고, 주변은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 -_-

가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는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덧붙여 7호선 장암, 분당선 보정, 경인선 인천, 경원선 소요산 같은 말단의 지상 종착역들도 출구가 하나뿐이다.

출구 개수 얘기를 좀 더 하자면,
환승역은 출구 개수가 늘어날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출구가 무지무지하게 많은 역의 대표적인 예로 종로3가 역이 잘 알려져 있다. 왕십리 역도 드디어 코레일의 민자역사까지 건설되면서 출구 수가 크게 늘었다.
7호선 청담 역은 한 역이 두 역 역할을 하게 만들려고 역을 이례적으로 쫙 늘어뜨려서 건설한 관계로, 단일 노선역치고는 출구 개수가 굉장히 많다.

다만, 현재 전국의 지하철 중에서 출구 수가 가장 많은 역은 무려 23개의 출구를 자랑하는 대구 지하철의 1· 2호선 환승역인 반월당 역이다.
지표면으로부터 가장 깊은 역 기록도 이제는 서울· 수도권 전철이 아니라 부산 지하철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3호선 만덕)

환승역이라고 해도 두 역이 동시에 건설되어서 환승 거리가 짧고, 한 역이 다른 역의 중심에 완벽하게 포개지기라도 하면 지상의 출구 개수가 그렇게 늘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첫 사례가 충무로 역이고, 복정 역도 환승역임에도 불구하고 출구가 4개밖에 없다.

끝으로, 지하철역은 응당 자동차가 씽씽 다니고 사람이 많이 보이는 번화가와 큰길에 건설되는 것이 통념일진대, 그 통념을 깨는 사례가 존재한다.

신길 역은 애초에 역세권이 아니라 오로지 환승을 위해서 억지-_-로 건설된 만큼, 1호선과 5호선 모두 원래 역이 있을 만한 곳에 있지가 않다. 1호선 신길 역만 해도 신길 역 주변과, 인근의 영등포· 노량진 역 주변의 도로 선형이 어떤가 차이를 생각해 보자.
더구나 5호선 신길 역은 전용 출입구가 하나밖에 없고(3번 출구), 게다가 나가 보면 승객을 반기는 것은 엄한 주택가와 골목뿐이다.

비슷한 예로 3호선 잠원 역도 유명하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겼지만 아파트 단지 내부의 2차선 도로 아래에 역이 만들어져 있다. 아파트 거주민 말고는 이용할 사람이 없는데다, 인근의 신사와 고속터미널 역에 밀려서 이용객 수는 매우 적음. 게다가 인근역과 거리도 아주 가깝다..

* 뭐 어쨌든... 이런 식으로 출입구뿐만이 아니라 서울 시내에서 역간 거리가 1.5km가 넘는 역, 지하 통로로 상호 연결되어 있는 역(종각-종로3가, 고속터미널-반포 등) 등 글쓸 거리는 많은데 시간이 없다. -_-;; 오 나의 철덕 근성이여. -_-

Posted by 사무엘

2011/11/19 08:35 2011/11/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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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차량의 등판· 회차 요령

Q.
(1) 철도 차량이 급격한 오르막을 오르는 법
(2) 종착역에 도착한 철도 차량이 진행 방향을 돌리는 법 (대칭형 동차가 아닌 기관차+객차형 열차)

철도는 쇠로 된 궤도 위를 쇠바퀴가 구른다는 특성상 마찰이 작다. 그래서 수송 효율이 우수하여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더 길고 무거운 대형 차량이 연료를 적게 들이고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에 철도는 자동차보다 가감속이 더디고, 경사를 오르는 데도 훨씬 더 취약하다. 또한, 길이 없는 곳엔 아예 가질 못하기 때문에 회차를 할 때도 선로 차원에서의 특별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런 크고 아름다운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는 철도 차량은 위와 같은 두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동차에는 없는 대응 방식을 취해 왔다. 그런데, 대응하는 방식의 근본 사상이 서로 비슷한 구석이 있다.

A1. 차량 분리가 필요한 방식

(1) 인클라인: 열차를 한 량씩 별도의 크레인 시설로 끌어올렸다. 한국은 잘 알다시피 영동선 통리-심포리 사이에 딱 한 군데 있었다. 영동선이 갓 개통한 1940년부터 1963년까지 말이다. 아래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유명한 사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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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경사의 기울기가 약 270퍼밀이었다고 한다. x축으로 1km (1000m) 이동하는 동안 y축인 위로 270m를 오르는 기울기라는 뜻이다. 일종의 탄젠트값인데, 각도로 환산하면 15도 정도 됐다고.

이건 철도 차량의 등판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기울기였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기관차+객차형 열차가 무리 없이 버티는 오르막의 기울기는 고작 35퍼밀. 각도로 환산하면 겨우 2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시절엔 기관차의 엔진 출력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했을 텐데.

철도를 요 모양으로 만든 덕분에, 당시 영동선은 결국 이 언덕 앞뒤로 쪼개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철도로 통과할 수 없는 철도 구간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기술과 자원으로는 길을 이렇게밖에 낼 수 없었나 보다. 어지간한 요즘 버스의 공인 등판능력이 320~400퍼밀 남짓(약 18~20도)이니, 저 구배는 자동차로도 1단 기어가 필요한 만만찮은 코스이다. 아예 30도가 넘어가는 급경사는 4WD 차량 정도나 오를 수 있다.

인클라인은 통과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 동안 승객은 저기 왼쪽의 행렬에서 보듯, 열차에서 내려서 1km 남짓한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같이 뒤에서 열차를 민 건 아니고.. 요즘 같았으면 차라리 연계 셔틀버스라든가, 스키장처럼 언덕을 오르는 리프트나 에스컬레이터라도 만들었을 텐데 그 시절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고... -_-;;; 정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승객은 그렇다 치고 화물은 어떻게 하려고?

이 악명 높던 인클라인은 이미 반세기 전에 없어져서 아래에서 설명할 루프 터널로 바뀌었다. 1km 남짓한 거리를 8.5km로 우회하여 오른다. 그래도 그렇게 우회하는 게 철도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월등히 낫다.

그런데 어째, 철도의 등판 한계인 35퍼밀은 바닷물의 평균 소금 농도와 같은 값(3.5%)이다. 어?? 경부 고속철의 설계 최대 구배도 이 정도이며, 오늘날 지하철이 지상-지하를 오르내리는 구간(대표적으로 뚝섬유원지-건대입구, 남영-서울역 같은) 역시 그 정도 구배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영동선 옛 인클라인의 구배 퍼밀값 : 일반 철도 차량의 구배 한계 = 사해의 소금 농도 : 일반 바닷물의 소금 농도 = 250~270 : 35 얼추 비슷하다! 세계 지리 상식과 철도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 내는 데 성공했다. ㅋㅋㅋㅋ

(2) 전차대: 턴테이블이다. 열차를 한 량 떼어낸다는 점, 그리고 공간이 가장 적게 든다는 점에서 인클라인과 같은 급으로 분류했다. 옛날 철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골의 종착역--가령, 과거의 장항 역--에서 이런 시설을 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관차만 방향을 바꾸며, 객차는 위치 고정이다.
전차대는 여러 모로 옛날 철도의 유물인 게, 전기 기관차에는 팬터그래프 방식이든 제3궤조 집전식이든, 적용하기가 좀 므흣하다. 왜 그런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기차 스핀
을 만든 용자가 있었다. 100톤이 넘는 기관차가 진짜 저 속도로 뱅글뱅글 돌면 그 원심력은... ㅎㄷㄷㄷㄷ 저기 맞으면 바로 끔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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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전진· 후진과 선로 전환이 필요한 방식

(1) 스위치백: 큰 경사를 여러 작은 경사로 쪼개서, 쉽게 설명하자면 Z 자 모양으로 전후진을 반복하며 지그재그로 경사를 오른다.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영동선 흥전-나한정-도계 구간에 유일하게 스위치백이 있다.

이 방식은 인클라인보다야 훨~씬 더 나아졌지만, 열차를 몇 번이나 세워야 하고 진행 방향을 바꾸고 선로 전환도 하는 등, 1차원 교통수단인 철도가 수행하기에는 번거로운 절차가 많아서 불편하다. 선로가 끊어지는 곳까지 후진을 하는 건 기관사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있는 작업이고, 뒤를 봐 주는 승무원도 필요하다.
그래서 스위치백을 아래의 루프 터널로 대체할 거라고 5~6년 전부터 얘기가 있었지만 2010년 현재까지도 영동선의 스위치백은 건재한 실정이다.

(2) 스위치백과 비슷한 발상으로 열차를 회차하는 방식은 바로 삼각선이다. 간단하다. Y자 모양의 선로에서 전진→선로 전환→후진→선로 전환→전진. 자동차로 치면 수직 T자형 주차와 비슷한 동선이다.
이 역시 주행과 정지를 반복해야 하고 선로가 끊어지는 곳까지 추가 진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덩치 큰 철도 차량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A3. 루프

(1) 오늘날 대세가 되고 있는 방식은, 마치 나사처럼 경사를 빙글빙글 돌면서 오르는 루프이다(터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로는 똬리굴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열차의 동선이 마치 뱀이 똬리를 동그랗게 튼 꼴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중앙선에는 금교1터널, 죽령 터널이 이 방식으로 건설되어 있다.
건설하는 데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선로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흠이 있지만, 열차를 세우지 않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통과시킬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2) 회차를 하는 데도 동일한 아이디어가 적용된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응암 순환 구간을 생각하면 바로 이해될 것이다. 루프를 한 바퀴 돌면 자동으로 열차의 방향이 바뀌니 얼마나 좋은가?
부지가 충분히 넓은 일부 철도 차량 기지(지하철 포함)에도 변두리에는 차량을 이렇게 돌릴 수 있는 선로가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08 19:29 2011/11/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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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철도 개통 트렌드

※ 부산 4호선 (2011. 3. 30. 개통)

부산은 표준궤 중전철인 지하철 1~3호선도 제각각 차량의 규격이 완전히 다른데, 전국 최초로 경전철 시대도 열었다. 원래 3호선의 지선으로 계획되었다가 4호선으로 승격(?)된 이 노선은 철바퀴가 아닌 고무 바퀴+무인 운전+제3궤조 집전 방식을 도입하여 여타 중전철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궤도가 차량을 지탱하는 방식부터가 기존 철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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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8량, 2호선 6량, 3호선 4량으로 편성 당 차량수가 꾸준히 감소한 것과는 달리, 이 4호선 경전철은 6량 1편성이다. 그리고 노선은 지상과 지하가 거의 반반씩 섞여 있다.

용인 에버라인과는 달리 비수도권에서 신규 경전철 사업을 개통으로 골인까지 잘 이끌어내어 잘됐다.

※ 김해-부산 경전철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11. 9. 9. 겨우 개통)

2량 1편성의 경전철이지만 부산 4호선과는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표준궤와 철바퀴인 것은 기존 철도와 동일하나, 무인 운전과 제3궤조 집전 시스템은 요즘 경전철 트렌드를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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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간 지상 고가이다. 경전철치고는 노선 길이는 20km를 넘어서 약간 긴 편이며, 이례적으로 도시와 도시를 넘나드는 광역 성격이 강한 것도 특징이다. 게다가 중간에 김해 공항도 경유하니 공항 철도의 성격까지!

부산 4호선은 건설과 운영이 공기업인 부산 교통 공사에 100% 관할인 반면, 이 노선은 여러 기업의 손길이 컨소시엄 형태로 닿아 있다. 위탁 운영 회사 중에는 심지어 서울 메트로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듣자하니, 이 노선은 현재 전국에서 노인 무임 우대가 없는 유일한 철도라고 한다.

※ 신분당선 (2011. 10. 28. 개통)

대구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분당선이 경부 고속도로라면, 신분당선은 대구-부산 민자 고속도로쯤 되겠다. 다만, 신분당선의 선형은 상당수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그대로 밑으로 지난다는 게 흥미로운 점. 전구간 지하이고, 광역전철의 특성상 좌측통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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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경전철이 아니다. 표준궤 6량 1편성, 교류 25000V짜리의 대형 전동차로, 기존 분당선 전동차와 동일한 스펙이다. 집전 방식 역시 전통적인 팬터그래프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철이 여타 전철과 크게 다른 점은, 전동차에 운전실조차 존재하지 않는 무인 운전인 최초의 중전철이라는 것!

경전철이 아닌 중전철의 완전 무인 운전은 이미 1990년대의 서울 2기 지하철이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차마 아직까지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때는 2인 승무를 1인 승무로 줄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파격적이었으니까.;;
이런 첨단 신호 시스템을 첫 도입한 덕분에, 신분당선은 비록 다른 선로 스펙이 일치한다고 해도 여타 광역전철과의 직결 운행은 곤란할 것이다.

신분당선은 건설과 운영 모두 100% 싸제이다. 공항 철도는 코레일에 인수되었고 9호선은 사철로 간주되기는 하지만 건설 주체는 싸제가 아니기 때문.
신분당선의 노선색으로는,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지하철 구간에서만 과거에 쓰던 색이었으며 9호선이 쓸 수도 있었던 색인 붉은색을 물려받았다.

‘싸제’ 철도여서 그런지 역내 인테리어도 서울 디자인 가이드라인과는 무관한 형형색색의 파격적인 독자 노선을 갔다. 초롱테크 지하철체가 21세기에 다시 부활한 것은 굉장한 충격이다. 여러 모로 흥미롭다.

※ 용인 경전철 에버라인 (??)

예정대로 개통했으면 한국 최초의 경전철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수익성 보장 문제 때문에 개통이 끝없이 연기되어 나락으로까지 추락해 있는 비운의 노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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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간 지상 고가이다. 부산 4호선 경전철과는 달리, 바닥에 표준궤 선로는 놓여 있는 형태. 고무 바퀴도 아니고, 그러면 선로와 차륜은 김해-부산 경전철과 비슷한 수준인가 보다(더 기술적으론 선형 유도 모터(LIM) 방식이라 함). 경전철이 다 그렇듯이 등판능력과 가감속력은 중전철을 압도한다.

에버라인에 도입되는 차량은 좀 특이한 게, 편성이란 게 없이 그냥 1량 1편성이고, 그 차량 하나가 거의 중전철 이상으로 폭과 길이가 큼직하다. =_=;; 물론 무인 운전이고.

이례적으로 역에 스크린도어는 설치되지 않았다. 선로 추락 사고가 나도 겨우 1량짜리 차량 정도면 충분히 금방 비상 정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본 모양.

※ 결론

-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국내 메이저 경전철에 대해 잘 정리를 해 주신 한 우진 님의 글 클릭하여 참고하라.
- 이렇듯 경전철들은 스펙이 완전 제각각이다. 요즘 개통하는 전철은 무인 운전이 대세이다 보니, 앞뒤 모습을 훤히 볼 수 있다.
- 표준궤 기반의 재래식 철도가 C++ 기반 native 코드라면 경전철은 자바/C#의 바이트코드 기반 managed 코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이다만, 올해 중· 후반을 기점으로 도철(SMRT)은 전동차 내부의 전광판과 역 승강장 내부의 전광판이 구형 LED이던 게 다 컬러 LCD 모니터로 교체가 끝난 모양이다. 다만, 승강장 내부의 LED 전광판을 제거하지는 않은 상태.
신형 모니터는 오고 있는 열차 위치를 표시하는 기능이 상당히 부정확한데 이건 언제쯤 개선되려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04 19:18 2011/11/0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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