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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 기관차와 외연 기관

철도의 상징은 뭐니뭐니해도 산업화의 주역이던 증기 기관차이다.
우리말의 경우 기차(汽車)라는 한자어부터가 증기라는 뉘앙스를 잔뜩 담고 있는 단어이며, 칙칙폭폭 역시 증기 기관차에서 유래된 의성어이다.
철도 건널목 표지판은 연기를 모락모락 내는 증기 기관차의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이다.
증기 기관차가 달리면서 연기를 온 천지에다 뿌려대는 모습을 보면, “기차 화통 삶아먹었나?”란 말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다. 아마 중국어로는 기차를 아예 火車라고 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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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드보르작이 증기 기관차를 보고 철덕이 되었던 반면, 21세기의 철덕은 전자음 옥타브를 들으면서 쾌감을 느낀다.
오늘날의 철도 차량 중에 저렇게 연기를 뿜으면서 칙칙폭폭 하면서 달리는 녀석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억 속에 각인된 철도의 첫 구현체인 증기 기관차에 대한 인상은 너무나 뿌리 깊다. 마치, 플로피 디스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도 3.5인치 디스켓 아이콘은 ‘저장’ 아이콘으로 보편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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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요즘 건설되는 철도는 복선 전철이 기본이요 전부 고가이다. 건널목은 절대 만들지 않으며 무조건 입체 교차이다. 그러니, 철길 건널목 하면 표지판의 증기 기관차가 암시하듯, 옛날의 꾸질꾸질한 기관차형 열차만을 사람들이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일리가 있다.

본인은 디젤 동차인 새마을호 연구 전문이기 때문에, 철덕치고는 열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증기 기관차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증기 기관차에 대해서 한번 좀 기계공학스러운 글을 써 볼까 한다. 역사든 지리든 음악이든 과학이든, 철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학문은 나의 친구이다. ㅋㅋ

물리학에는 열역학이라는 분야가 있으며, 열역학이라는 관점에 따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는 궁극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열로 바뀐다.
하지만 반대로 열을 에너지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며, 모든 열을 에너지로 바꾸지는 못한다. 그 일을 하는 물건을 통상 기관 내지 엔진이라고 부른다.

그 기관 중 증기 기관은 외연 기관이라고 불린다.
증기 기관은 연료를 태워서 물 같은 다른 매개체를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의 힘으로 피스톤이나 터빈을 움직인다. 연소가 동력을 만드는 곳과는 별개의 장소인 보일러에서 행해진다는 점에서 ‘외’(external)라는 말이 붙은 것이다.
밥솥 내지 냄비에서나 나오는 그 연약한 수증기가 평소보다 10수 배로 압축만 하면 집채만 한 무거운 열차를 움직이게도 한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요즘이야 기관차형 열차에는 기관차 뒤에 발전차가 편성되어 있다. 객실 내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발전차가 아니라 석탄을 실은 별도의 화차가 한 량 필요했다. ^^;; 기관사 밑에서 일하는 조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삽으로 석탄을 아궁이에다 열심히 퍼 넣어야 했다. ㅎㄷㄷㄷ;;
그리고 증기 기관차를 굴리기 위해서는 역에는 급수탑이 필요했다. 수원, 영천 등 몇몇 역에 있던 급수탑이 지금은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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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철도 차량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당시 증기 기관차의 특징 중 하나는 바퀴 크기가 큼직했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앞바퀴가 유난히도 큼직한 자전거가 존재하기도 했던 것과 따지고 보면 비슷한 맥락이다. 또한, 증기 기관차는 꼭 둥근 원통형이고 색깔은 새까맸다. 어차피 매연 묻어서 시꺼멓게 되는 걸 가리려고 검은색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듯.
또한 증기 기관차는 20세기 중반에 세상에 컬러 사진이 보편화할 무렵엔 모두 은퇴했기 때문에, 최소한 연기를 뿜으면서 달리는 모습을 컬러 사진으로 보기는 쉽지 않은 물건이기도 하다. 특히 정지 사진이 아닌 컬러 동영상은 더욱 찾기 힘들 것이다.

이에 덧붙여 증기 기관차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특유의 '웨에에엥!' 기적 소리인데.. 이건 어떻게 만들어 낸 소리인지 모르겠다.

증기 기관은 오늘날의 내연 기관에 비해서야 구조가 간단해서 만들기 쉽고, 저속에서도 비교적(언제까지나 '비교적!') 토크가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마차보다야 월등히 더 뛰어난 수송력으로 물류 혁명을 달성한 건 사실임. 그리고 무슨 방법을 써서든 물을 끓게만 만들면 됐으니 옥탄가가 크지 않은 저가의 저질 연료를 써도 괜찮은 점 역시 장점이었다.

그때 증기 기관차에는 별도의 변속기라는 게 없었다. 외연 기관은 태생적으로 연소 따로, 구동 따로인데 어차피 바퀴의 부하가 엔진에 바로 걸리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냥 석탄 열나게 많이 때면 빨리 가고, 적게 때면 느려졌다. 수증기가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유체/유압 변속기 역할을 자연스럽게 했다.
변속기가 없기 때문에 그 대신 기관차의 바퀴 크기 자체가 동력비를 조절하는 역할을 했으며, 바퀴마다 크기가 들쑥날쑥이기도 했다. 여객용 기관차는 속도를 중요시해서 바퀴가 유난히 크고, 화물용 기관차는 견인력을 중요시해서 작은 바퀴 여러 개였던 식.

나름 증기 기관도 발전을 거듭하여 처음 발명되었을 때보다 더욱 출력이 향상되고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볼 때 이런 동력을 쓰는 열차는 매우 비효율적이고 문제가 많았다.
증기 기관 자체가 물리학적으로 볼 때 태생적으로 미치도록 열효율이 저조하고 열차를 굴리기에는 출력이 부족했다. 가감속이 쥐약이고 고속화 역시 곤란했다.

또한 증기 기관은 보일러가 필요하고 물탱크에 석탄까지 있어야 하다 보니, 구조는 단순하지만 덩치가 커지는 게 불가피했고 소형화하기가 곤란했다. 증기 기관이 자동차의 동력원으로는 실패하고 그나마 철길이라든가 증기선으로 살 길을 찾은 게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비열이 큰 물이 끓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석탄 같은 고체 연료는 취급하기가 번거로워서 여전히 큰 골칫거리였다. 시동 시간이 굉장히 길고, 차를 세우거나 움직이게 하는 게 고역이었다는 뜻. 연탄재 치우는 것만 해도 얼마나 귀찮은데 다량의 석탄재 처리는 어떻게?

마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순전히 관광 목적으로 streetcar (바닥의 전선을 잡고 달리는 legacy 시가지 교통수단)를 운행하듯이, 요즘 일부 국가에서는 관광용으로 일부러 증기 기관차를 굴리는 곳이 있는데, 참고로 말하자면 걔네들은 석탄 대신 석유나 가스로 물을 끓인다. 200년 전의 증기 기관차를 100% 그대로 재연한 건 아니라는 뜻. 사실, 증기 기관이 발명되고 실용화한 시기 자체가 영국의 산업 혁명과 맥을 같이하며, 오늘날처럼 대량의 석유를 값싸게 전세계에 공급하는 인프라가 갖춰지기 전이었다.

환경면에서도 증기 기관차 역시 석탄이든 석유든 엄연히 화석 연료를 태워서 달리는 만큼, 그 큼직한 굴뚝에서는 수증기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달릴 때 방출되는 엄청난 양의 그을음 내지 매연은 친환경과는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존재였다.

18세기에 발명되어 인류의 동력원으로 활동한 증기 기관(핵심 인물: 제임스 와트)은 19세기 중후반이 되어서야 내연 기관에게 자리를 내어 주었다. 최소한 육상 교통수단의 동력원에서는 확실하게 은퇴이다. 내연 기관이야 다임러, 벤츠, 오토 같은 사람이 공헌한 가솔린 기관도 있고 디젤 기관도 있으며 심지어 제트 엔진이나 로켓도 이에 속하지만, 외연 기관은 사실상 증기 기관과 동치나 마찬가지인 개념인 것 같다. (뭐, 스털링 엔진 같은 특이한 엔진도 외연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Posted by 사무엘

2010/11/17 20:18 2010/11/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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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잡설

1.
중앙선 상봉 역은 경춘선 분기를 의식해서인지 복선 선로가 따로 갈라져 나가는 쌍섬식 승강장으로 건설 중인 걸 봤다. 서울 지하철 7호선까지 포함하면 나름 3개 노선의 환승역이 되는데, 다만 상봉-망우는 현재 경의선 디엠시-수색만큼이나 너무 가까운 역이 될 것 같아 우려된다. 두 역 사이엔 딱히 커브나 구배도 없기 때문에, 한 역에서 다른 역 승강장이 보일 정도이다.
DMC는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에 이어 앞으로 공항 철도와의 환승역이 된다는 말이 있던데 과연?

참고로 지금 DMC역은 원래 지하철 6호선의 수색 역이 개명된 것이다. 경의선 수색 역과는 수백 m 떨어져 있어서 환승역으로 연결하기엔 너무 멀고, 별개의 역으로 취급하기엔 마치 동대문-동묘앞만큼이나 가까운 처지가 된 것 같다. 화랑대나 신촌처럼, 지상 철도와 지하철의 역이 비슷하지만 살짝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예에 속한다.

2.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서울 지하철 6호선과 경의선과 공항 철도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좀 복잡하다.
지금 경의선은 서울 시내 구간을 지하화하고 서울 역이 아닌 용산 역으로 가도록 재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지금의 중앙선 전철과 직결 노선을 만들고 이 기회에 용산선은 폐선했다. 기존 경의선을 대신하여 서울 역까지 들어가는 것은 잘 알다시피 공항 철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지금의 경의선 기존 지상 고가 구간은 어떻게 되는지? 가좌 역은 임시역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민자역사까지 새로 만든 신촌 역은 경의선 전철 개통 후 어떻게 되는지?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되어 문산에서 용문까지 거대한 광역전철이 구축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통일을 염두에 두고 경부선의 종점과 경의선이 한데 만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경의선의 종점이 서울에서 용산으로 바뀌는 건 아쉬운 일인 것 같다.

3.
전철의 표정 속도를 알고 싶으면 그 선로에 가뭄에 콩 나듯이 지나가는 '통과 열차'가 어느 속도로 달리는지를 보면 된다.
통과 열차를 비교적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1호선 경부· 경인선으로 치면 급행 선로이다.
성북-회기 구간에서 전동차 선로로 달리는 경춘선 무궁화호 역시 좋은 예이다.
여기뿐만 아니라 경원· 중앙선이나 안산선에도 아주 가끔 화물 열차라든가 기관차 단독 주행을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지하철에서는 통과 열차를 보기가 물론 쉽지 않다. 아주 늦은 시간대나 출근 시간대 직후에 운 좋을 때에나 '회송'이라고 써 놓고 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열차를 볼 수 있을 정도.

이런 열차들은 절대로 승강장을 '쌩~' 하고 전속력으로 통과하지 않는다.
오히려 건장한 사람이 전속력으로 달리면 따라잡을 수 있을 느린 속도로 슬금슬금 통과한다. 시속 한 30km대? (사람은 전속력으로 늘 그렇게 달릴 수는 없는 게 한계일 뿐이지)
이것은 단순히 안전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게 아니다. 스크린도어가 있더라도 어차피 통과 열차는 그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렇다. 그게 바로 전철의 표정 속도이다.
무정차 열차의 앞뒤로는 전속력으로 찔끔 달리다가 금방 섰다가.. 또 달리기를 반복하는 일상적인 전동차가 다니고 있다.
그러므로 무정차 열차 역시 앞 열차를 추돌하지도, 뒤 열차에 추돌 당하지도 않을 평균 속도로 달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늘 이용하는 전철이 빨리 달릴 때는 막힘 없이 시속 7~80km대까지 가니까 빠른 것 같지만, 정차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겨우 저런 회송 열차 같은 속도밖에 안 나오는 셈.
전철이 아무리 교통 정체가 없어 빠르다고 해도, 정차가 잦은 관계로 의외로 느리다.
물론 시내 도로의 표정 주행 속도는 더 느리지만 말이다. ^^;;

4.
식당에 가서 뜨끈뜨끈한 국 같은 음식을 시키면, 처음에는 정말 펄펄 끓어서 거품이 보글보글하고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가는 혀를 델 것 같은 뜨거운 상태로 음식이 나온다. 우리는 그걸 후후 불어서 식혀서 먹는다.
철도 전기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어거지 비유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식당에서 음식을 최대한 뜨거운 상태로 제공하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더라도 음식을 갓 조리된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류 전기는 수만 V에 달하는 굉장한 고압이다. 장거리 송전에 따른 전력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전동차가 자체적으로 이를 저전압 직류로 변압해서 사용하는 것은 뜨거운 국물을 불어서 떠먹는 것에 해당하겠다.

물론 애초부터 직류 전기를 내보내는 단거리 지하철은, 장거리 유통이 필요하지 않고 나온 즉시 바로 떠먹는 간편한 음식에다 비유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0/10/14 08:59 2010/10/1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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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별 복복선

철도에서 선로가 하나나 둘도 아니고 무려 네 개(두 쌍)나 있는 것을 ‘복복선’ 내지 ‘2복선’이라고 일컫는다. 정말로 열차 통행량이 많고(수 분에 한 대꼴-_-) 성격이 극단적으로 다른 열차가 상대방을 간섭하지 않고 다양하게 다녀야 한다면 복복선이 필수적인 선택이다.

우리나라에서 복복선 구간은 잘 알다시피 경부선 수도권 전철 구간과 경인선이다. 수원-서울 구간이 1980년대에 일찌감치 복복선으로 확장된 데 이어 90년대에는 경인선이 차츰차츰 복복선화했다. 그리고 경인선이 동인천 역까지 전구간 확장이 완료된 것과 비슷한 시기인 21세기 초에 와서야, 경부선도 수원-천안 구간이 추가로 복복선화했다.

경인선은 추가 선로를 이용해 급행 전동차를 운행하며, 급행을 운행하고 남는 선로 용량으로는 이따금씩 화물 열차나 비정기 관광 열차도 운행한다. 하지만 급행은 평균 겨우 2개역 간격으로나 무정차 통과하는 패턴이기 때문에 그렇게 빠르지는 않다. 속도 증가보다는 수송력 증대에 두는 의미가 더 크다.

한편 경부선은 똑같이 복복선이지만 수원 이북과 이남은 위상 면에서 살짝 차이가 있다. 전자는 이미 복선 상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가 2복선으로 선로가 늘어난 관계로 전철역에 쌍섬식 승강장이 많은 편이다. (폼 || 폼 → 양옆으로 |폼| |폼| )
하지만 나중에 건설된 후자는 선로를 확장한 후에 그에 맞춰 전철역을 지었기 때문에 그냥 상대식 승강장 ‘폼 |||| 폼’의 형태가 대세이며, 심지어 병점 역처럼 양 옆에 대피선까지 둔 경우도 있다.

경부선은 비록 복복선이지만 한 쌍은 일반열차가 사용하기 때문에 전동차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선로는 여전히 복선 하나뿐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역내에 대피선이 없는 수원 이북 구간은 급행이 제대로 운행되기--증차 내지 정차역 증가-- 매우 어렵다. 천안 급행이 무려 1시간에 한 대꼴로 운행되는 게 수요가 없기 때문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천안-수원 구간만 운행하기도 하행 방면의 회차 시설의 부재 때문에 곤란하다. 골치 아픈 문제임이 틀림없다.

복복선은 ‘상1 하1 상2 하2’처럼 복선 선로가 평행하게 배열되어 있는 것을 ‘선로별 복복선’이라고 부른다(회기, 도봉산 타입). 그 반면 ‘상1 상2 하2 하1’로 배열되어 있는 것을 ‘방향별 복복선’이라고 부르며(금정 타입), 위의 예에서 2선은 ‘내선’, 그리고 1선은 ‘외선’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로 이남부터는 경인선과 경부선 모두 방향별 복복선이며 그 북쪽의 서울 시내 구간만이 선로별 복복선이다.

승객의 입장에서는 방향별 복복선이 당연히 환승에 유리하다. 하지만 운임 등급별로 열차 이용객을 분리해야 할 때는 선로별 복복선이 유리하며, 사실 이게 열차를 회차하기도 더 쉽기 때문에 시설을 더욱 간소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방향별 복복선에서 어떤 열차를 내선에 두고 어떤 열차를 외선에다 두는 게 좋을까?
우리나라 철도의 전통적인 관행은, 더 빠른 열차를 내선에다 둬 왔다. 그래서 경인선에서 급행은 내선에서 다니며, 경부선 역시 일반열차가 내선을 쓰고 전동차는 외선을 쓴다.

이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통념상 그리 나쁜 방법이 아닌 건 맞다. 하지만 시설 면에서는 “먼저 회차하는 열차”를 내선에다 두는 게 합리적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하지 않은가? 외선 열차가 내선 열차보다 먼저 회차하여 반대편으로 가려면 내선을 모두 침범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체 교차 시설이 반드시 필요해지며, 그런 게 없으면 외선 열차는 회차 과정에서 과거 수원 역과 같은 흑역사를 겪게 된다.

그러나, 철도의 보편적인 건설과 선로 확장 과정을 살펴보면 내선이 빠른 열차가 다니기에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도시의 발전과 열차 수요 증가라는 것은 아주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가 처음부터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무려 복복선으로 건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엔 복선이었다가 나중에 확장된다는 얘기인데...

처음 건설된 선로(훗날 내선이 되는)는 승강장 위치에 딱 맞춰 곧게 놓이지만, 나중에 양 옆에 놓이는 외선은 승강장을 감싸느라 역마다 선형상 굴곡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외선은 이 역에 반드시 정차하는 느린 열차에게 유리하고, 내선은 이 역을 통과하는 빠른 열차에게 유리하다. 이것은, 먼저 회차하는 단거리 완행 열차에게는 외선이 유리하다는 먼젓번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론인 셈이다.

경부선이야 수원이나 천안에 도착한 외선 전동차가 일반열차보다 먼저 회차하지만, 경인선은 내선인 급행 전동차가 동인천에서도 먼저 회차하고 용산에서도 먼저 회차한다. 속도가 더 빠른 열차가 멀리까지 한번에 가 주는 게 이치에 맞거늘, 우리나라는 급행을 주류가 아니라 뭔가 아주 특별 서비스로 간주하는 경향이 커서 아쉽다. 그래서 차라리 경인선의 내선과 외선 용도를 교환하여 완행을 일찍 회차시키는 게 더 좋겠다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선로를 네 가닥으로 깐 뒤에도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대해서는 이런 우여곡절이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3/29 09:53 2010/03/2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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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전사와 지하철 기관사

버스 운전(시내든 광역이든, 고속버스 말고 중간 정차가 잦은 노선)은 냄새 나고 멀미 나는 차 안에서 배기가스 마시면서 주변의 차들과 하루 종일 부대끼고, 개념 없이 운전하는 넘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직업입니다. 물론 극단적인 예이고 요즘은 거의 근절됐긴 하지만, 승객의 운전기사 폭행까지 있었죠. 주변의 차들과 승객이 모두 기사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럼 지하철은? 분위기가 버스와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차량 승차감은 일단 버스보다 월등히 좋습니다. 냄새나 멀미 없고 정체 없고, 배기가스도 없습니다. 철길엔 오로지 나밖에 없으며 기관사는 승객하고는 원천 분리되어 있습니다.
앞차가 빨리빨리 못 가서 신호 받고 서행하는 건 있겠지만, 그건 지상 도로의 신호 내지 정체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지요.

하지만 하루 종일 마주치는 시꺼먼 터널과 깜빡이는 불빛, 열차 특유의 시끄러운 소음은 사람의 눈과 귀와 정신의 건강에 절대로 좋지 않습니다. 버스 기사가 이해하지 못할 지하철 기관사만의 고충이죠. 그리고 지하도 매연은 없을지언정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고, 먼지 때문에 공기가 안 좋기는 마찬가지.

또한 문을 닫으려는데 무리하게 가방 끼워서 타는 승객들은 지하철 기관사를 굉장히 애먹이는 요인입니다. 선로 투신 자살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전철역 역이 너무 많아서 개집표기는 다 교체를 못 하고 보증금 제도로 갔으면서, 그래도 스크린도어는 그 많은 역에 어느샌가 용케도 다 설치해 버렸지요. 제발 자살 좀 하지 말라고... 제가 사는 집 근처의 지하철 역은 환승역이 아니고 그저 그런 평범한 역인데, 거기도 역사상 2004, 2007, 2008년에 총 세 번이나 투신 자살 사고가 났습니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겠죠.

스크린도어는 승객의 안전보다도 기관사가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설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제 이것 때문에 예전보다 정지 위치를 더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고충은 생겼겠지만 말입니다.

철도는 일단 조향이라는 개념이 없고 차선 바꾸기, 방어 운전 같은 개념도 없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도로 운전보다 쉽습니다. 운전 과정이 상당수 자동화되어 있고 사실 무인 운전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기관사 1인이 담당해야 하는 인원이 버스 한 대와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에, 요즘 대세인 '차장을 없애고 1인 승무'에 따르는 부담감이 무척 큽니다. 게다가 시각표를 반드시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스 운전사가 이해하기 힘들 것입니다.

또한 운전 중에도 기관사가 졸고 있지는 않은지, 비상시 대처 요령을 숙지하고 있는지 사령부로부터 불시에 점검 신호가 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늘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지하철 기관사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는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하다고 합니다.

물론 사기업인 버스 회사와는 달리 훨씬 더 고도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된 철도를 운영하는 지하철 회사는 공기업이고 복리후생도 더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버스 운전사와 지하철 기관사 모두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도시로 하여금 존재 가능하게 하는 직업이니만큼, 늘 이용하는 육상 대중교통도 눈여겨 보고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이용하는 게 어떨까요?

Posted by 사무엘

2010/03/19 09:18 2010/03/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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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차량의 수송 원가

http://blog.naver.com/mhangulo/20054140906
여기서 본인의 눈길을 끈 정보는
"서울-부산간 KTX 전기 요금은 100만원 남짓."
열차 주행뿐만 아니라 객실 내부의 전기 공급까지 다 포함한 비용이겠죠.

본인은 어디선가 다른 출처를 통해, 서울 지하철 5호선급의 노선에서 전동차 한 편성이 편도 운행하는 데 드는 전기 요금이 10몇 만원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울-부산간 거리는 약 408km에 약 100만원. KTX는 18량에 최대 935명이 타고.
지하철 노선 길이는 약 40~50km에 약 10몇 만원. 전동차는 8~10량에 초만원일 때 1600~2000명까지 탈 수 있음.

※ 408km는 곧게 뻗은 고속신선으로 달려서 산출된 거리에요. 기존선으로 달리면 서울-부산은 440km가 좀 넘습니다.

요금과 거리의 비율이 얼추 맞죠.
KTX는 빠르게 운행하느라 힘들지만, 지하철 전동차는 고가감속으로 시도 때도 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역시 만만찮게 힘듭니다.

정확한 비교가 되긴 어렵지만 그래도 얼추 짐작해 보면 굉장히 수긍이 가는 결과인 것 같습니다.
서울-부산 KTX 편도 운임이 거의 5만원에 육박하니 935명이 타는 열차에 겨우 20여 명, 객차 딱 한 량의 1/3밖에 안 되는 인원만 타도 "수송원가"는 건진다는 황당한 얘기가 나옵니다.

또한 상일동-방화 교통카드 운임이 요즘 1600원이니, 지하철 한 칸에 성인이 좌석 승객(40여 명)과 입석 승객이 비슷한 양만치만 타도 "수송원가" 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전기가 얼마나 저렴한 동력원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 캡숑 짱 만쉐이입니다.

서울-부산을 기름으로 달린다면?
<과학 기술로 달리는 철도>란 책을 보면 우리나라 특대형 디젤 기관차는 1km 주행에 경유를 3.32리터 쓰는 기름 먹는 하마라고 합니다. 1리터로 3.32km가 절대 아님. 운행 조건이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무척 부정확한 통계가 될 수밖에 없긴 하지만.. 감만 잡도록 하죠.

여기에다 408이든 440이든 곱하면 소모되는 기름 양은 약 1460리터에 달합니다.
철도에 무슨 비닐하우스나 어선처럼 면세유 쓴다는 말은 못 들었으므로, 세금이 그대로 붙은 자동차 경유값 리터 당 1800을 곱하면... 네, 무려 이미 260만원이 넘습니다.

그 디젤 기관차 하나로는 객차도 최고 많아야 8~9개까지만 끌 수 있습니다. 그 반면 KTX는 한번에 18개에 달하는 객차를 끕니다.
수송량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디젤은 거기에다 발전차 가동에 드는 기름값도 추가해야겠죠? 발전차의 연료 및 유류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으니 제끼더라도, 이런 것들을 감안하면 전기는 디젤보다 수송원가가 비교가 안 될만큼 무지막지 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철화가 되고 나서 철도 수송원가가 거의 1/3이나 그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기름값 비싼 나라에서는!

Posted by 사무엘

2010/02/03 17:33 2010/02/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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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차가 움직이는 과정

전동차는 내연 기관 대신 전동기(모터)로 달리다 보니, 자동차와는 달리 시동이라는 게 없고 자동차와 같은 식의 변속이라는 개념도 없다.
내연 기관은 달랑 기름만 있는 상태에서 스스로 작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에 전기 불꽃으로 점화를 해 줘야 하고, 엔진에 갑자기 큰 부하가 걸리면 시동이 꺼져 버리기 때문에 동력비 조절을 외부에서 해 줘야 한다. 이런 과정이 전동차에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건 생각해 보면 무척 신기한 사실이다. 차 키를 꽂는 곳을 보면 ON까지만 있고 START가 없다는 뜻이다. 어차피 외부로부터 동력과 전력을 공급 받으니, 생각해 보면 카오디오나 동작하는 임시 ACC 모드도 필요하지 않다. 전원을 켜고 컴퓨터의 소프트웨어적인 부팅 초기화만 끝나면 곧장 달릴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지하철은 대부분의 경우, 냉방기나 송풍기를 가동하면서 달리기 때문에 그런 거 돌아가는 소음이 밖으로까지 들리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그런 걸 전혀 가동하지 않는 아주 추운 날에 지하철을 타 보면, 열차가 역에 정차해 있을 때는 그 어떤 엔진나 기계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달리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구동음이 들린다. 이래서 전기 차량은 디젤 차량과는 비교할 수 없이 조용하다.

전동기가 내연 기관보다 on/off가 얼마나 자유로운지는 절연 구간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남영-서울역 같은 구간은 자동차로 치면..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시동을 끄고 관성으로 달리면서 휘발유 엔진을 경유 엔진으로 교체한 뒤, 다시 시동을 걸어 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구간이다. 그래도 전동차는 그냥 전원 공급을 끊었다가 다시 공급만 하면 기계에 별 무리가 없이 잘 달릴 수 있는 것이다.

관성으로 달리다가 강한 역풍이나 장애물 때문에 서 버리면... 그 전동차는 꼼짝없이 디젤 기관차로 끌려가는 "구원 운전"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런 일은 전혀에 가깝게 발생하지 않는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철도 차량이 얼마나 무겁던가. 운동 에너지도 이미 상상을 초월하게 갖고 있다. 어지간한 자동차하고 충돌해도 자동차만 박살 난다. 철도 차량 안에 안전 벨트가 괜히 없는 게 아니다.

그 무거운 철도 차량을 서 있는 상태에서 그 정도 가속도로 움직이는 힘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1단 기어 정도의 기어비로는 어림도 없다. 전기가 아니면 그런 가속력을 얻기 어렵다. 단순히 매연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전기는 지하철(철도)과 이 정도로 궁합이 잘 맞는 에너지인 것이다. 물론 비행기는 기름을 이용해서 일반 4행정 내연 기관이 아닌 제트 엔진 같은 다른 방법으로 매우 큰 힘을 얻지만, 연료 소모가 심하다.

어디서 본 통계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서울에서 다니는 대형 중전철의 경우, 한 칸당 최대 적재 하중을 20톤으로 잡고 설계된다고 한다. 즉, 이를 초과할 정도로 너무 차가 무거워지면 힘이 겨워서 버벅대고 가속이 떨어지겠지만, 그 이하에서는 차는 완전히 동일한 가속력으로 출발 가능하다는 것. 아침 시간 초만원일 때 지하철 한 칸에 거의 200~220명의 인원이 탄다는 것을 감안하여 충분하게 잡은 수치임이 틀림없다.

덧,

1. 이걸 생각하면 자살-_-을 해도 지하철 투신 같은 처참한 같은 방법은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뭐, 이제는 코레일 구간 빼고 서울 지하철은 사실상 전부 스크린도어가 완비됐지만 말이다.

2. 열기관은 그 태생상 일단 구조적으로 효율이 매우 낮은 기계이다(내연 기관은 열기관의 일종). 뭐, 화력 발전소와 심지어 원자력 발전소 역시 전기를 그런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생산하긴 하지만, 다른 열기관들에 비해서는 효율이 높은 편일 것이다.

3. 우리나라 전철이 교류 전기의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25000V짜리 전압은.. 정말 말 그대로 초고압이다. 신체가 선에 완전히 접촉하기도 전에 불과 몇 cm 앞으로만 접근해도 펑! 연기와 함께 불이 붙는다. 당연히 전신에 화상을 입고 감전사한다. (물론 사람을 죽게 만드는 요인은 사실 전압이 아니라 전류이지만)
정말 조심해야 한다. 2006년 동대구 역 어린이 감전사를 비롯해 최근까지도 사고가 몇 건 난 적이 있다. 일반열차가 아닌 전철도 교류 전기를 쓰는 구간은 그 전기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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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3 07:32 2010/02/0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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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

빙판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도로를 철도와 매우 비슷한 여건으로 만들었다.

1. 길이 원래 아무리 넓었어도 눈이 잔뜩 쌓인 곳으로는 다닐 수가 없고 차선조차 보이지 않는 지경이 됐으니, 눈이 옴푹 패인 곳, 바퀴 자국이 있는 곳이 궤도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게 됐다.
사람이 다니는 길도 마찬가지. 제설이 된 비좁은 오솔길을 따라서만 통행을 해야 하다 보니, 서로 부딪치지 않으려면 일관된 좌측/우측 통행이 필요해졌고, 사람이 마주오면 기다렸다가 대피하는 지점까지 생겼다. 도로의 위상이 2차원에서 1차원으로 감소했다.

2. 마찰이 매우 작아져서 차량의 등판 능력이나 제동 성능이 크게 떨어졌고, 바퀴가 헛도는 현상이 생겼다. 축중 하중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 이 또한 철도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번에 FR 차량은 제아무리 수입차 고급차라 해도 제대로 굴욕을 당했지 싶다.

철도가 눈· 비에 끄떡없는 교통수단인 이유는, 태생부터가 원래 마찰이 매우 작은 상태로 운영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진정 철도 덕후라면, 이 눈길을 보면서 철도를 바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2:50 2010/01/1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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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속도를 올리는 방법 외

- 차량: 더 성능이 좋은 동력차를 도입한다. 특대형 디젤 기관차와 새마을호 디젤 동차는 1980년대에 열차 고속화의 선두 주자였다. 특히 역에 자주 정차하고도 표정 속도가 높으려면 가감속이 높은 차량이 필요한데, 이런 형태에는 동력 집중식보다는 동력 분산식이, 기름보다는 전기 차량이 훨씬 더 유리하다.
- 동력차의 기어비를 바꾼다. 8200호대 전기 기관차의 경우, 스펙상의 최고 속도는 시속 150이지만, 기어비를 바꾸면 시속 200을 넘길 수도 있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전기 기관차는 산업선 화물 위주로나 많이 쓰여서 속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 있다.

- 선로: 당연히 선형을 직선화하고 개량함으로써(필요하다면 고가, 터널 건설) 열차의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이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 레일을 더 무겁고 튼튼한 재질로 교체하고, 덜컹거리지 않는 장대 레일을 쓰면 된다. 그래야 레일이 빠르게 달리는 육중한 열차를 견딜 수가 있다. 물론 요즘 건설되는 철도는, 굳이 고속철이 아니더라도 m당 60kg 이상의 최고급 장대 레일은 기본이다.

- 선진적인 신호 시스템도 알게 모르게 열차의 고속(빠르게 운행), 고밀도(자주 운행) 운행에 매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똑같은 복선이지만 지금의 경부선은 별다른 하드웨어 투자 없이도, 일제 강점기 때보다 허용 선로 용량이 5배에 가깝게 증가해 있다. 신호 시스템이 낙후해 있으면 안전상의 이유로 인해, 단위 구간에 대해서 열차를 매우 띄엄띄엄 보수적이고 소극적으로 운행할 수밖에 없어지며, 구간별로 진입 허가를 받기 위해 수시로 열차 속도를 줄여야 하게 된다.
교통수단들 중에 오로지 철도만이 ATS, ATC 같은 잘 통제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지하철의 경우는 신호 시스템만 치면 기술의 첨단성이 고속철 뺨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부선 열차가 1970~80년대에 들어서 서울-부산이 6시간이 넘다가 4시간 50분대로 진입하고, 나중에 4시간 10분으로까지 단축된 것은 그 당시에 위의 모든 분야에서 시설 투자와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바퀴를 굴리는 육상 교통수단은 축중 하중이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본인은 운전 경험이 아직 거의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같은 차라도 FF(전륜구동), FR(후륜구동)은 핸들에 전달되는 느낌부터 시작해서 차가 움직이는 감각이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흠 난 FF 승용차를 몰 때나, 자동차 학원에서 FR 트럭을 몰 때나 별 차이를 못 느낀 걸로 기억하는데.

일단 기술적으로 FF가 FR보다 부품 수는 줄일 수 있지만, 만들기는 좀더 어렵다고 들었다. FR은 앞바퀴의 조향 반경이 FF보다 더 클 수 있고 핸들링 성능이 좋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뒷부분이 지나치게 가벼울 경우 바퀴가 헛도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FR은 뒤에 화물로 인한 충분한 하중이 실릴 수 있는 트럭 같은 차에 적합하다.
FF는 역시 작은 승용차에 적합하지만 차체가 커질수록(=엔진 무게보다 훨씬 더 큰 하중이 실린다는 보장이 있는) 점점 FF보다는 FR이 더 유리해지는 것 같다. 반면 버스는 엔진까지 뒤에 있는 RR 방식이 동력 전달에도 유리하고 앞부분이 가벼워져 핸들 조작에도 좋다.

철도 차량은 조향이라는 개념도 없고 그런 구동축 위치도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마찰이 작다는 특성상, 축중 하중이 더욱 중요하다. 쇠로 된 길 위에 쇠로 된 바퀴가 구르다 보니, 차가 지나치게 가벼우면 바퀴가 헛돌기 쉽다. 8200호대 전기 기관차라든가 새마을호 디젤 동차도 엔진 자체의 성능은 훌륭하지만, 이런 현상 때문에 선형이 안 좋은 곳에서 도입되지 못해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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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1 10:54 2010/01/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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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선과 복선의 차이

철도에서 단선과 복선은 선로 용량 면에서 서로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단선은 잘 알다시피 마주 오는 열차의 정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일부역에서 교행을 해야 합니다. (기다렸다가 맞은편 열차를 먼저 보내고 진행)
그렇기 때문에 열차가 근본적으로 빠르게 통과할 수 없으며 선로 용량에 매우 큰 제한이 걸립니다.
옛날에 신호 설비마저 열악했을 때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비효율적인 열차 운행 시각표를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열차 속도는 더욱 느렸고 배차간격은 더욱 길어야만 했습니다.

정확한 선로 용량은 대피선이 얼마나 자주 있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아무리 고가감속 차량에 최첨단 신호 설비를 갖추더라도 단선에서 편도 기준 30분 이하의 배차간격은 도저히 무리입니다. 그 이하는 어차피 복선화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그 짧고 열차 운행도 뜸한 편인 지선 구간도 괜히 복선으로 건설된 게 아닙니다.

현재 한국 철도에서 단선 구간인 경춘선, 장항선의 평균 편도 배차간격이 4, 50분대인데, 이게 단선으로서는 거의 한계에 달하는 선로용량으로 운행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연도 밥 먹듯이 하고 있으며, 현재 복선 전철화 공사가 한창인 것입니다.
요즘 건설되는 철도는 도로와 경쟁하려면 쫙 펼쳐진 직선 고가 터널에 장대레일, 복선 전철은 필수입니다.

그 반면 복선에서는 30분이 아니라 3분 간격으로 열차를 통과시킬 수도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이 좋은 예이죠. 물론 그 정도라면 복선으로도 감당 못 할 선로 용량이긴 하지만 이론적으로 그만치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아주 일반적으로는 복선의 선로 용량은 단선의 5~7배에 달한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복선 철도는 간단하게 한 선로가 한 방향으로만 운행 가능하게 신호를 정하는 게 매우 직관적이고 용이한지라, 전통적으로 좌측통행 또는 우측통행 이런 한 방법만으로 선로를 이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필요에 따라 건넘선을 따라 선로를 바꿔 가며 어느 방향으로도 열차가 운행 가능하게 좀더 융통성 있는 신호 체계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한 쌍의 선로가 아니라, 단선 병렬이라는 개념으로 바뀌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복선화한 철도는 물론 경부선입니다. 일제 강점기엔 경부선이 경의선과 직결하여 중국까지도 갔기 때문에 경의선도 복선화해 있었지만, 이내 국토가 분단되면서 경의선은 단선으로 줄었다가 (전쟁물자 -_-) 지금 다시 복선 전철화 공사 중입니다. 경부선은 이미 80년대에 수도권 전철 구간이 2복선으로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경인선은 60년대에 복선화해서 전동차 운행이 시작됐다가 21세기에 들어서야 전구간 2복선으로 확장됐습니다.

충북선은 여객이 아닌 화물 수송 때문에 일찌감치 복선 전철화했습니다.
호남선은 KTX 개통에 발맞춰 복선 전철화했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0 23:03 2010/01/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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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류와 교류가 바뀌는 전동차 사구간

※ 교류 전기

양 극, 즉 전류의 방향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전기. 건전지는 +, -에 맞게 제대로 넣어야 하지만 콘센트 꽂을 때는 방향 같은 개념이 없는 게 이것 때문이죠.
교류 전기는 변압이 자유롭습니다. 전기 활용의 자유도를 직류보다 훨씬 더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변압기를 통해 고압 송전이 가능하고, 고압 송전이 가능하다는 말은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장거리 송전이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교류 전기는 그 특성상 송전선 부근에 전자파로 인한 유도 장애가 발생하여 취급이 까다로우며(지하에 매설된 인근 전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음), 전동차마다 제각기 별도의 변압 시설을 갖춰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노트북의 전원 어댑터뻘 되는.
여러 모로 교류는 지상의 장거리 철도에 적합합니다. 한국의 표준궤 전기철도는 60Hz 25000V짜리 교류 전기를 씁니다. 광역전철 전동차, 전기 기관차, KTX 포함.

※ 직류 전기

직류는 언제나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단순한 전기입니다. 시내 지하철처럼 운행거리가 짧아서 송전 손실을 걱정할 필요가 별로 없고, 많은 열차가 조밀하게 운행하는 상황이라면,
대형 중앙 변압기 한 대가 미리 변압해 놓은 저전압을 보내 주는 게 시설 면에서도 값싸고 그 많은 전동차가 제각기 별도로 변압기를 갖출 필요도 없어서 좋습니다. 그래서 대도시 중전철형 지하철은 1500V 직류 전기를 표준으로 씁니다.

※ 수도권 전철의 주요 사구간

1호선 남영-서울역, 청량리-회기
직류와 교류 전기가 바뀌는 구간이어서 잠시 객실 내부의 불이 꺼집니다.
1호선은 10km가 채 안 되는 서울역-청량리 구간만 직류이고 나머지는 전부 지상 교류 구간이죠.

사실 분당선처럼 지하까지 전구간 교류로 만드는 노선까지 있는 마당에, 제 생각에 1호선은 아예 전구간 교류로 만드는 게 더 편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1호선은 이미 천안에서 소요산까지 약 150km에 달하는 초장거리 노선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거기까지는 기술이 안 됐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1호선이라 꽤 얕은 지하에 25000볼트짜리 고압선을 설치하는 건..;; ㅎㄷㄷ
이 지점에서는 전기만 바뀌는 게 아니라 잘 알다시피 코레일 구간과 서울 메트로 구간이 갈리기도 합니다.

4호선 남태령-선바위
1호선과는 달리 지하에 존재하는 사구간입니다. 역시 전기 종류가 바뀌고, 관할 구간과 통행 방향(좌측, 우측)까지 꽈배기굴로 바뀌는 유명한 지점입니다.

한편 1호선은 지하철도 좌측통행을 하고 있죠.
그 반면, 3호선은 90년대 말에 늦게 건설된 국철 일산선 구간이 지하철에 맞춰서 우측통행 직류 전기까지 같이 쓰기 때문에 사구간이 없습니다. 즉, 현재 전국에서 가장 ‘지하철’스러운 광역전철 구간이 일산선인 셈입니다.
1호선과 4호선에는 전기 종류가 다른 구간 때문에 교· 직류 겸용 전동차가 다닙니다. 겸용 전동차는 당연히 교류나 직류 전용 전동차보다 단가가 비쌉니다.

중앙선 용산-이촌
중앙선은 전구간 교류이긴 하지만 아마 상(phase)이 달라서 사구간이 존재한다고도 하고, 또 이 구간을 타 보셨다면 알겠지만 전차선을 설치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다리 아래를 통과하기 때문에 잠시 전기 공급이 중단됩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0 22:44 2010/01/1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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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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