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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차량의 등판· 회차 요령

Q.
(1) 철도 차량이 급격한 오르막을 오르는 법
(2) 종착역에 도착한 철도 차량이 진행 방향을 돌리는 법 (대칭형 동차가 아닌 기관차+객차형 열차)

철도는 쇠로 된 궤도 위를 쇠바퀴가 구른다는 특성상 마찰이 작다. 그래서 수송 효율이 우수하여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더 길고 무거운 대형 차량이 연료를 적게 들이고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에 철도는 자동차보다 가감속이 더디고, 경사를 오르는 데도 훨씬 더 취약하다. 또한, 길이 없는 곳엔 아예 가질 못하기 때문에 회차를 할 때도 선로 차원에서의 특별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런 크고 아름다운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는 철도 차량은 위와 같은 두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동차에는 없는 대응 방식을 취해 왔다. 그런데, 대응하는 방식의 근본 사상이 서로 비슷한 구석이 있다.

A1. 차량 분리가 필요한 방식

(1) 인클라인: 열차를 한 량씩 별도의 크레인 시설로 끌어올렸다. 한국은 잘 알다시피 영동선 통리-심포리 사이에 딱 한 군데 있었다. 영동선이 갓 개통한 1940년부터 1963년까지 말이다. 아래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유명한 사진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정도 경사의 기울기가 약 270퍼밀이었다고 한다. x축으로 1km (1000m) 이동하는 동안 y축인 위로 270m를 오르는 기울기라는 뜻이다. 일종의 탄젠트값인데, 각도로 환산하면 15도 정도 됐다고.

이건 철도 차량의 등판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기울기였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기관차+객차형 열차가 무리 없이 버티는 오르막의 기울기는 고작 35퍼밀. 각도로 환산하면 겨우 2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시절엔 기관차의 엔진 출력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했을 텐데.

철도를 요 모양으로 만든 덕분에, 당시 영동선은 결국 이 언덕 앞뒤로 쪼개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철도로 통과할 수 없는 철도 구간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기술과 자원으로는 길을 이렇게밖에 낼 수 없었나 보다. 어지간한 요즘 버스의 공인 등판능력이 320~400퍼밀 남짓(약 18~20도)이니, 저 구배는 자동차로도 1단 기어가 필요한 만만찮은 코스이다. 아예 30도가 넘어가는 급경사는 4WD 차량 정도나 오를 수 있다.

인클라인은 통과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 동안 승객은 저기 왼쪽의 행렬에서 보듯, 열차에서 내려서 1km 남짓한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같이 뒤에서 열차를 민 건 아니고.. 요즘 같았으면 차라리 연계 셔틀버스라든가, 스키장처럼 언덕을 오르는 리프트나 에스컬레이터라도 만들었을 텐데 그 시절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고... -_-;;; 정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승객은 그렇다 치고 화물은 어떻게 하려고?

이 악명 높던 인클라인은 이미 반세기 전에 없어져서 아래에서 설명할 루프 터널로 바뀌었다. 1km 남짓한 거리를 8.5km로 우회하여 오른다. 그래도 그렇게 우회하는 게 철도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월등히 낫다.

그런데 어째, 철도의 등판 한계인 35퍼밀은 바닷물의 평균 소금 농도와 같은 값(3.5%)이다. 어?? 경부 고속철의 설계 최대 구배도 이 정도이며, 오늘날 지하철이 지상-지하를 오르내리는 구간(대표적으로 뚝섬유원지-건대입구, 남영-서울역 같은) 역시 그 정도 구배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영동선 옛 인클라인의 구배 퍼밀값 : 일반 철도 차량의 구배 한계 = 사해의 소금 농도 : 일반 바닷물의 소금 농도 = 250~270 : 35 얼추 비슷하다! 세계 지리 상식과 철도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 내는 데 성공했다. ㅋㅋㅋㅋ

(2) 전차대: 턴테이블이다. 열차를 한 량 떼어낸다는 점, 그리고 공간이 가장 적게 든다는 점에서 인클라인과 같은 급으로 분류했다. 옛날 철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골의 종착역--가령, 과거의 장항 역--에서 이런 시설을 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관차만 방향을 바꾸며, 객차는 위치 고정이다.
전차대는 여러 모로 옛날 철도의 유물인 게, 전기 기관차에는 팬터그래프 방식이든 제3궤조 집전식이든, 적용하기가 좀 므흣하다. 왜 그런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기차 스핀
을 만든 용자가 있었다. 100톤이 넘는 기관차가 진짜 저 속도로 뱅글뱅글 돌면 그 원심력은... ㅎㄷㄷㄷㄷ 저기 맞으면 바로 끔살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2. 전진· 후진과 선로 전환이 필요한 방식

(1) 스위치백: 큰 경사를 여러 작은 경사로 쪼개서, 쉽게 설명하자면 Z 자 모양으로 전후진을 반복하며 지그재그로 경사를 오른다.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영동선 흥전-나한정-도계 구간에 유일하게 스위치백이 있다.

이 방식은 인클라인보다야 훨~씬 더 나아졌지만, 열차를 몇 번이나 세워야 하고 진행 방향을 바꾸고 선로 전환도 하는 등, 1차원 교통수단인 철도가 수행하기에는 번거로운 절차가 많아서 불편하다. 선로가 끊어지는 곳까지 후진을 하는 건 기관사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있는 작업이고, 뒤를 봐 주는 승무원도 필요하다.
그래서 스위치백을 아래의 루프 터널로 대체할 거라고 5~6년 전부터 얘기가 있었지만 2010년 현재까지도 영동선의 스위치백은 건재한 실정이다.

(2) 스위치백과 비슷한 발상으로 열차를 회차하는 방식은 바로 삼각선이다. 간단하다. Y자 모양의 선로에서 전진→선로 전환→후진→선로 전환→전진. 자동차로 치면 수직 T자형 주차와 비슷한 동선이다.
이 역시 주행과 정지를 반복해야 하고 선로가 끊어지는 곳까지 추가 진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덩치 큰 철도 차량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A3. 루프

(1) 오늘날 대세가 되고 있는 방식은, 마치 나사처럼 경사를 빙글빙글 돌면서 오르는 루프이다(터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로는 똬리굴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열차의 동선이 마치 뱀이 똬리를 동그랗게 튼 꼴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중앙선에는 금교1터널, 죽령 터널이 이 방식으로 건설되어 있다.
건설하는 데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선로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흠이 있지만, 열차를 세우지 않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통과시킬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2) 회차를 하는 데도 동일한 아이디어가 적용된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응암 순환 구간을 생각하면 바로 이해될 것이다. 루프를 한 바퀴 돌면 자동으로 열차의 방향이 바뀌니 얼마나 좋은가?
부지가 충분히 넓은 일부 철도 차량 기지(지하철 포함)에도 변두리에는 차량을 이렇게 돌릴 수 있는 선로가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08 19:29 2011/11/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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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철도 차량의 팬터그래프

이번 달은 철도 관련 글이 이례적으로 무척 드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짤막한 철도 토막 상식 하나. ㄲㄲㄲ

전기로 달리는 철도 차량은 어떤 형태로든 길에 있는 전차선으로부터 전기 에너지를 공급받는 장치가 있다.
외국의 철도(당장 북한부터 포함) 내지 놀이기구에는 땅에 있는 궤도에 전차선이 나란히 부설되어 있는 제3궤조 집전식이 쓰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전기 철도는 천장에 빨랫줄처럼 전차선이 매달려 있고 이를 차량의 팬터그래프가 끌어다 쓰는 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되어 있다.

마치 헬리콥터에 동축 반전 로터 방식과 테일 로터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듯, 전기 철도도 시설에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셈이다. 제3궤조 집전식은 거추장스러운 전봇대와 전차선이 없어서 미관에는 좋지만, 반대로 철길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잘못해서 감전될 위험이 크다.
뭐, 가장 좋은 꿈의 기술은 무선 송전이겠지만, 에너지의 손실이 커서 아직 실용화는 못 돼 있는 듯하다.

고속으로 열차가 주행 중일 때 팬터그래프는 전차선과 닿으면서 마찰과 마모가 발생하는 부위가 존재하기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하다. 이 부분을 잘 만드는 게 첨단 기술이다. 전차선은 팬터그래프의 모든 부분과 고르게 닿도록, 선로의 진행 방향 기준으로 볼 때 약간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게 배선되어 있다. 무조건 선로와 평행하게 깔려 있지가 않다.

참고로 철도는 비단 팬터그래프뿐만이 아니라 차륜조차도 고르게 마모되게 하기 위해, 굳이 차를 돌릴 필요가 없는 전후 대칭형 동차도 정기적으로 열차 진행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한다.
(한 우진 님의 관련글: http://blog.naver.com/ianhan/120116919855 )

전기 기관차가 팬터그래프를 올리면서 그게 전차선과 닿을 때 불꽃이 팍 튀는 모습이 본인의 기억에 생생하다.
KTX가 고속선에서 시속 250~300km로 전속력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팬터그래프와 전차선이 맞닿은 곳에서 빛이 나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모습을 직접 보기란 쉽지 않다.
천안아산 역을 답사라도 하면서 무정차 통과 열차를 봐야 할 것이고, 아니면 경부선 일반열차를 타면서 기존선과 고속신선이 만나고 때마침 KTX가 지나가는 모습을 우연히 보기를 바라야 할 텐데 그 기회가 그리 만만하게 찾아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의 전철역에서야 KTX도 시속 100 남짓한 속도로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팬터그래프 주변이 그렇게 강한 압박을 받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팬터그래프는 열차의 진행 방향 기준으로 최대한 뒤쪽에 장착하는 것이 상식이며 관례이다.
그렇게 하면 열차의 앞부분이 갑자기 절연 구간이나 전기 규격이 다른 곳에 진입했을 때 그 대처를 할 시간을 벌 수 있으며, 사고로 팬터그래프가 부러지더라도 그 부위는 뒤로 곧장 날아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안전하다.
앞과 뒤의 팬터그래프를 모두 올릴 수 있는데 평소에는 뒷쪽 것만 쓴다. 그러나 뒷쪽 것에 문제가 생기면 스페어로 앞쪽 것을 투입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기 철도 차량이 달리는 사진을 보면, 불빛의 색깔뿐만이 아니라 팬터그래프의 위치만 보고도 이 열차는 비록 전후 대칭형 차량이지만 원래 어느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는 걸 철덕은 금세 유추할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7/27 19:12 2011/07/2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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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분산식과 동력 집중식

철도 차량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동력 집중식· 동력 분산식 같은 용어에 대해서 한 번쯤 들어 봤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근성 있는 철덕이라면 그게 뭘 의미하는지도 이미 다 알 것이다.
그러나 이곳 본인의 블로그는 철덕만 오는 곳도 아니고 만인을 위한 보편적인 공간인 만큼, 그게 무슨 용어인지 또 친절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동력차를 편성하는 방식에 대한 논쟁은 4종 교통수단 중 오로지 철도 차량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여타 교통수단과는 달리 여러 차량을 한없이 길게 줄줄이 엮어서 다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열차이다.

먼저 동력 집중식이란, 쉽게 말해서 동력을 내는 역할만 하는 한 개의 전용 동력차가 나머지 객차들을 전부 끌어 다니는 차량 편성 형태이다. 그 동력차는 흔히 기관차라고 불린다. 육중한 기관차는 당연히 괴력을 낸다. 가정으로 치면 가장 한 명이 혼자 돈 벌어서 온 가족을 먹여 살리는 형태라고나 할까?

기관차를 앞뒤로 혹은 앞-중간, 앞-앞으로 중련 편성하고 심지어 뒤에서 미는 형태로 편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동력 집중식에서 중요한 것은, 기관차는 오로지 기관차 역할만 하고 그 뒤에 객차를 끌든 화차를 끌든 뭘 엮든 상관없다는 사실이다.

최초의 철도 동력차는 증기 기관차이니 당연히 동력 집중식이었다. 증기 기관 자체가 덩치가 크고 물탱크에 석탄 화차까지 필요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동력 집중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력 분산식은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한 차량에 동력 기관과 접객 시설이 모두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여러 차량이 작은 힘을 동시에 낸다는 것. 동력 분산식을 설명하기 위해 동차에 대해서 먼저 소개할 필요가 있다.

새마을호 전후동력형 동차라든가 KTX는 동력차 안에도 일부 좌석이 편성되어 있으며, 그 뒤에 이어지는 객차도 아무 차량이나 편성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가 동일한 새마을호 객차라도 동차형 새마을호의 객차와 기관차형 새마을호의 객차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이들은 위의 두 조건 중 첫째만 만족하는 차량이다. 이런 차량은 동차라고 불린다. 하지만 동력차가 겨우 앞뒤로 두 군데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동력 집중식 동차라고 불린다.
요컨대 동력 분산식 차량은 반드시 동차이다. 그러나 모든 동차형 열차가 동력 분산식은 아니다.

그럼 둘째 조건에 대해 살펴보자.
미국의 길고 아름다운 화물 열차처럼 기관차를 중간중간에 여럿 편성하여 움직이는 것은 둘째 조건을 만족하지만, 이걸 동력 분산식이라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첫째 조건과 복합하여, 동력 기관과 접객 시설이 모두 있는 차량이 여럿이서 같이 움직이려면.. 결국 동력 기관이 객실 밑바닥에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추가된다.

이런 조건을 정확하게 만족하는 철도 차량은 역시 지하철이다.
사실 지하철뿐만이 아니라 일본 신칸센도 동력 분산식 고속철이며, 동력 집중식 고속철인 KTX와는 다르다.

철도 차량은 왜 이런 식으로 구성의 차이가 발생하며, 동력 분산식과 동력 집중식의 장단점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글을 계속 읽어내려가기 전에 여러분도 생각을 해 보기 바란다.
이런 사색을 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철도 시스템을 이해하고 철덕이 되는 법이다.

동력 분산식은 작은 엔진이 여럿 동시에 힘을 낸다는 특성상 가감속력이 뛰어나다.
밥 먹듯이 정차를 자주 하고도 표정 속도를 높게 유지하려면 빠른 가감속력이 필수이므로, 동력 분산식은 민첩해야 하는 여객 열차에 매우 유리하다. 특히 지하철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최고 속력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가감속력이 뛰어나면 지연 만회에도 유리하다.
차량으로 치면 지프 같은 사륜구동 차량이 일반 승용차보다 등판능력 같은 성능이 더 좋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지하철이 보통 초당 2~3km/s 가속이 가능하며, KTX는 2km/h/s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전속력을 내려면 거의 4분 가까이 걸린다고 한다. 시속 100km까지 10초가 안 걸리는 스포츠카와는 다르다. =_=
부산 지하철 1호선 전동차는 8량 1편성 중 앞뒤 차량을 제외한 6량이 모두 동력차...;;여서 전국의 지하철 중 가감속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기관차+객차형 차량의 경우, 객차는 별로 안 무거운 반면 열차의 머리에 해당하는 기관차만 100수십 톤에 달하며 엄청나게 무겁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과적 단속을 하는 게 다 이유가 있어서이듯, 무거운 차량은 선로에 무리를 많이 준다. 철도 교량 역시, 통과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열차의 하중을 기준으로 건설된다.

그 반면 동력 분산식 차량은 작은 동력 기관이 여럿인 형태이므로 개개의 차량이 기관차만치 많은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 여러 엔진 중 한두 개가 좀 뻗는다고 해서 열차가 바로 서 버리지도 않는다. 아직까지도 국산 고속철인 KTX 산천이 자주 뻗는 모양이던데, 산천이 동력 분산식 차량이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끝으로, 이건 굳이 동력 분산식이라기보다는 동차형 차량 전체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차량은 기관차+객차형 차량과는 달리 전후 내지 좌우 대칭형으로 편성된다. 그래서 굳이 차량의 방향을 돌리지 않아도 지금 있는 상태 그대로 자연스럽게 전진이나 후진으로 나아갈 수 있다. 회차가 불편한 노선에서는 동차형 차량이 약방의 감초가 된다.

자, 지금까지는 동차형 차량의 장점 위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것도 단점이 있으며, 기관차형 열차가 유리한 분야도 있다.
일단 동력 분산식 차량은 객실 바로 아래에 동력원이 있는 만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증기 기관으로는 동차는 아예 만들 수가 없고, 기름으로 달리는 동력 분산식 열차는 소음과 진동이 가히 버스· 트럭 수준이 된다. CDC, NDC가 딱 그 예이다.
그러나 전동차의 소음은 기술의 발전 덕분에 그나마 요즘 굉장히 많이 줄어든 것이다. 누리로는 정말 조용하던데!

그리고 동력 분산식 차량은 차량 편성이 기관차형보다 경직된다.
앞뒤로 모두 동력 차량이 있고 동력차와 객차가 일심동체이다 보니, 뒤에 객차나 화차를 자유롭게 추가로 넣었다 끊었다 하기가 어렵다. 기껏해야 이미 해 놓은 편성의 배수 단위 중련 편성이나 가능하다. 이는 화물 수송에서는 꽤 불리한 점이다.

차량의 개수가 n이라 할 때 기관차형 열차의 cost는 15+n쯤 되는 반면, 동력 분산식 동차형 열차의 cost는 3n 정도 되겠다.
기관차는 초기 비용이 크다. 그러니 달랑 1량짜리 열차를 기관차+발전차까지 엮어서 끌고 다니는 건 대단한 낭비이다. 그러나 그 기관차의 출력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객차는 얼마든지 저렴하게 추가로 끌고 다닐 수 있다.

그 반면, 동차는 동력차와 객차가 일심동체이다 보니 한 차량의 비용이 일반 객차보다 비싸며, 길게 편성하면 할수록 그 비용도 커져서 결국은 기관차형 객차만 길게 편성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앞지르게 된다.
또한 특별히 1량 동차로 설계된 동차가 아닌 이상, 동차는 어차피 1~2량 편성을 하지도 못한다.

이 정도면 동력 집중식과 동력 분산식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글의 논조에서 느끼셨겠지만, 동력 분산식은 결국 속도가 중요한 여객에 유리하며, 동력 집중식은 편성의 유동성이 더 중요한 화물에 유리하다. 철도 선진국인 일본은 진작부터 가히 동차 천국인데, 우리나라도 이 추세를 이어받아 이제 공항 철도나 누리로처럼 동차형 열차가 대세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옛날에 DEC, EEC 같은 동차의 추억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일본에는 아예 화물 열차도 동차형 열차가 존재하며, 이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
그러나 그런 일본도 아예 바닥에 누워서 편히 자야 하는 침대차는 기관차+객차형 열차로 운행한다고 함. 어차피 빨리 갈 필요도 없고 높은 가감속력이 필요하지도 않으니까.
이를 응용하자면, 시베리아 대륙 횡단 열차에 동차형 열차가 투입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비행기와 경쟁하는 시속 500km짜리 자기 부상형 고속철이 아닌 이상 말이다.

본인이 다니는 교회의 청년부에 있는 모 형제는 혼자 있을 때 Oh Glory Korail을 절로 흥얼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섬식 승강장· 상대식 승강장의 차이에 대해 얘기하고 서울 지하철을 관할하는 회사가 둘로 나뉘어 있다고(서울 메트로 vs 도철) 얘기하더니만 주변으로부터 철덕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게 다 내 영향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러분도 어디 가서 동력 집중식, 동력 분산식 같은 용어를 구사하고 그 차이점까지 설명할 줄 안다면 주변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1/05/15 08:32 2011/05/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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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환승과 막장 환승

지하철 노선에는 잘 알다시피 여타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역이 있다.
그러나 환승역이라고 해서 다 같은 환승역이 아니다.
비교적 적은 거리만 움직이면 금방 환승이 가능한 '개념' 환승역이 있는가 하면, 가히 욕 나오는 수준의 '막장' 환승역도 있다.

같은 시기에 동시에 건설된 지하철 노선들은 가능한 한 상호 환승이 편리하게 되도록 건설된다. 애초부터 환승역으로 계획됐으니 말이다. 청구(5, 6), 천호(5, 8), 충무로(3, 4) 같은 역이 좋은 예이다. 군자(5, 7)는 앞의 역들보다는 환승 거리가 길지만, 환승객들을 수용할 공간을 내기 위해서 일부러 환승 통로를 길게 만든 것에 가깝다.

그 반면, 서로 다른 시기에 선견지명 없이 건설된 지하철과의 환승은 막장으로 치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도 다음과 같이 여러 유형이 있다. 기계적으로 무슨무슨 역이 막장 환승이라는 식으로 무식하게 암기하기보다는, 막장 환승역의 형성 경위에 대해서 본질적인 맥을 짚어 보기로 하자. (서울 지하철 기준)

첫째, 1기 지하철하고 2기 지하철 사이에 악명 높은 막장 환승역이 많이 생겼다.
그 이름도 찬란한 종로3가(1, 5), 노원(4, 7), 신당(2, 6), 잠실(2, 8), 신길(1, 5) 등. 환승 노선이 생길 거라고 꿈에도 생각 안 하다가, 나중에 억지로 환승 통로를 내다 보니 저렇게 됐다. 2호선 신당은 역간 거리 유지를 위해, 4호선 노원은 창동 기지 입출고선 때문에 교차로에 정확하게 닿는 형태로 역이 지어지지도 못했으며, 이로 인해 환승 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둘째, 2기 지하철은 5~8호선이 모두 동시에 건설된 것에 가까운 반면, 1기 지하철은 1호선과 2호선이 서로 별개이고 또 3-4호선이 1· 2호선하고는 서로 별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끼리도 환승 거리가 꽤 긴 경우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그래서 1호선은 전반적으로 다른 지하철과의 환승 거리가 좀 긴 편이다. 시청(1, 2), 서울역(1, 4), 신설동(1, 2) 등.

셋째, 3기 지하철인 9호선은 한강을 따라 서울의 동서를 지하로 관통하는 반면, 인근 환승역들은 대체로 종축(남북) 노선이며 강을 건너기 위해 역시 지상에 나와 있다. 따라서 이들은 환승 거리가 필연적으로 무척 길어진다. 동작(4, 9)이 아주 좋은 예이고 당산(2, 9)도 마찬가지. 노량진(1, 9)은 아예 아직 환승 통로 자체가 없다. 같은 지하역이지만 고속터미널도 7호선과 9호선 환승은 막장이다.

넷째, 막장 환승의 결정타를 찍은 것은 최근에 개통한 공항 철도 서울 도심 구간이다. 일단 이 노선 자체가 서울 시내의 어느 지하철보다도, 심지어 경의선보다도 밑으로 지나기 때문에 미치도록 깊다. 홍대입구의 2호선-공철 환승은 충정로보다 더 나쁘면 나쁘지 더 좋지 않다. 계획 환승역인 김포공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역과의 환승은 과연...;;

현재 막장 환승의 최고봉은 노원도 아니고 서울역이다. 경의선, 공철, 1호선, 4호선이 각각 서울 역의 네 꼭지점을 차지하고 있는데, 공철에서 4호선 환승은 그렇잖아도 막장 환승의 극치이던 경의선과의 환승조차도 버로우 타게 만든다..;;
지하 7층인 공철 승강장에서 지상 2층(지하 2층이 아니다!)까지 올라간 후, 그 큰 서울 역 건물을 동서로 횡단한다. 그 후 다시 지하로 내려간 후 1-4호선 환승 통로를 지나고, 또 계단을 내려가면 4호선 승강장..;; 10분 족히 넘게 걸어야 한다. ㅎㄷㄷㄷ;;

다음은 본인의 관련 코멘트들.

1. 어떤 지하철 역과 수직인 노선이 나중에 건설될 때는 T나 L자 모양으로 역이 지어지는 게 보통이다. +(십자형)자 모양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영업 중인 기존 지하철 역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역을 건설하려고 해서 그런가 보다.

2. 이런 막장 환승역들을 거울삼아, 서울시에서는 2기 지하철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나름 선견지명을 발휘했다. 훗날 추가로 건설될 3기 지하철과 환승역이 될 걸로 예상되는 역들은, 지름길 환승 통로를 쉽게 건설할 수 있게 공간을 확보하고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5호선 여의도, 6호선 녹사평, 7호선 논현, 8호선 몽촌토성 같은 역들이 그 대상이었으나 오늘날은 5호선 여의도 역만이 9호선과 연결되어 나름 개념 환승을 실현해 냈다.

3. 서울 말고 다른 광역시들은 여러 지하철 노선이 동시에 건설되는 일 자체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 지하철은 환승역들이 전반적으로 개념 환승에 가깝게 편리하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막장 환승이 있다면 응당 개념 환승도 있다. 발전 양상은 다음과 같다.

4위 회기(1호선, 중앙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타 노선으로 갈아타려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된다.
덧붙이자면 계양(인천1· 공철)도 회기와 완전히 동일한 위상의 환승역이다.

3위 복정(8호선, 분당선): 각 노선별로 섬식 승강장이 복층으로 평행하게 둘 놓여 있다. 환승하려면 계단을 한 번만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된다. 이 정도만 돼도 무척 편하다. 천호 역도 이 정도로 편리한데, 이 역은 두 노선 모두 상대식 승강장이고 평행형이 아니라 수직형이라는 차이가 존재한다.

2위 금정(1호선, 4호선): 섬식 승강장이 평행하게 둘 놓였다는 점에서는 회기와 비슷하지만, 입체 교차 시설까지 동원하면서 머리를 좀 썼다. 두 노선이 수직이 아닌 예각으로 만난다는 특성상, 1호선 상행(서울 방면)과 4호선 상행(당고개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고, 1호선 하행(천안 방면)과 4호선 하행(오이도 방면)이 한 승강장을 공유한다.

그래서 안산에서 구로 쪽으로 가는 사람, 과천에서 수원으로 가는 사람은 계단을 전혀 오르내릴 필요 없이 동일 승강장의 반대편 열차를 타면 된다. 일명 평면 환승이다. 마치 경인선에서 완행과 급행을 갈아타듯이 말이다.
물론, 안산에서 수원 쪽으로 가는 사람이라면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가야 하나, 안산에서 금정까지 찍었다가 수원으로 가는 건 굉장한 우회이기 때문에 이용 승객이 적다.

1위 김포공항(9호선, 공항 철도): 계단을 한 번만 이용하면 되는 복정과, 같은 방향이 한 승강장을 공유하는 금정의 장점만 취합한 국내 최초의 환승역이다. 개념 환승의 최종 완전체이다.

이 글 전체 내용을 요약하자면, 늦게 생긴 9호선과 공항 철도는 계획 환승역은 극단적으로 환승이 편한 반면, 그렇지 않은 역과는 극단적으로 환승이 불편해져 있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8 18:42 2011/04/18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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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되는 지하철역

지하철을 타다가 졸기라도 해서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쳐 버렸다면, 반대 방향 열차로 갈아타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때, 지나쳐서 내린 역이 섬식 승강장이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역이라면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갈 때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 보면 개집표기가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역이 간혹 있다. 이럴 때는 역무원에게 양해를 구한 후, 급기야는 집표기나 울타리를 타넘어서 반대 방향 승강장으로 가야 한다.
반대 방향 열차를 섬식 승강장처럼 손쉽게 갈아타기 어려운 것부터도 큰 불편인데, 집표기를 뛰어넘기까지 해야 하는 역은 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런 불편한 역이 생기기 위한 필요조건은, 섬식 승강장이 아니면서(주로 상대식) 환승역도 아닌 얕은 지하역이다.
지하철역 내부에서 출구들을 연결하는 중간 통로는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도 횡단보도 대용으로 많이 이용하며, 특히 지상 도로의 교차로에 건설된 역은 이런 수요가 더 많다. 그 통로에 대한 이동 수요가 충분히 많다면, 집표기가 설치된 층을 또 만들지 않는 이상 결국 승강장 사이의 이동 통로를 집표기로 막을 수밖에 없다.

2기 지하철들은 대체로 깊어서 중간 통로와 집표 구역을 층을 따로 둔 경우가 많다. 그 반면 1기 지하철들은 터널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층을 또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 ... 는 아니고, 하지만 환승역이 되면 어떨까?
환승역은 환승 통로를 이용해서 집표기를 통과하지 않고도 100%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다. 2호선 선릉 역은 분당선이 개통되면서 반대편 승강장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2호선 잠실 역도 비슷한 사례이긴 하나, 환승 통로가 워낙 막장으로 길기 때문에 8호선은 몰라도 2호선은 사실상 여전히 집표기 타넘기가 필요하다.

2호선 용답 역은 지하가 아닌 지상역으로서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된다. 그렇잖아도 2층에서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을 정도로 높이가 낮은 데다, 지하철 비이용객이 역무실에 접근할 수 있게 하려고 통로 양 옆에다 개집표기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7호선 고속터미널 역은 원래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됐는데 한 2006~2007년쯤에 개집표기 위치를 더 위로 일찌감치 옮기면서 가능해졌다.

얕은 상대식 승강장 비환승역이라고 해서 모든 역이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개집표기를 지하철의 진행 방향과 평행으로 양 옆에 설치하는 게 아니라, 수직으로 앞뒤로 설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떠오르는 예는 분당선 야탑 역, 경인선 송내 역 등.

자, 그럼 2011년 현재 서울 지하철에서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을 본인이 아는 한도 내에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호선은 놀랍게도 없다(지하철 구간만). 아마 원래는 안 되는 역도 있었는데 나중에 개선되었지 싶다.
2호선은 좀 많다. 을지로입구, 한양대, 뚝섬, 구의, 신천, 종합운동장, 역삼, 신촌을 조심하자. 지선 중에서도 용답과 신정네거리는 횡단이 안 된다.

3호선은 도심에 워낙 섬식 승강장 역이 많다 보니 의외로 적다. 일산선 구간에 삼송, 그리고 남쪽의 압구정, 대청, 일원밖에 없다.
4호선은 강북 구간에 그런 역이 좀 많아서 당고개, 쌍문, 수유, 미아, 미아삼거리, 혜화, 숙대입구, 신용산. 그리고 과천선과 그 이남으로 선바위, 범계, 산본이 있다.

5호선은 김포공항, 발산, 우장산, 오목교로 서쪽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가 사실 얕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 딱 하나 답십리 역만 예외적으로 반대편 횡단이 안 된다.
7호선은 먹골, 상봉, 어린이대공원과 더불어 학동, 장승배기, 신대방삼거리, 철산이 해당하여 강북과 강남 구간의 비율이 그럭저럭 맞는 것 같다.

6호선과 8호선은 반대편 횡단이 불가능한 역이 “없다.” 단선 구간은 당연히 논외로 하고.
9호선은 신방화 역만이 안 되며,
분당선은 2004년에 신설된 이매 역만 유일하게 안 된다. 분당선은 전속 지하철 회사 관할도 아닌 것이 국내 최초의 지하 쌍섬식 승강장(오리), 국내 최초로 지하 구간에 신설역 개통(이매) 같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유난히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역이 많은 형태로 건설되었으며, 횡단 가능 여부가 지하철 노선도에 표기되어 있을 정도였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 역은 서울 지하철에서 시종착역 중에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매우 드문 역이었다. 초기에는 횡단이 가능했으나 2번 출구의 공사로 인해 매표소 위치를 옮긴 관계로 불가능해졌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다시 가능해졌음.

아울러, 광명 역(광명 셔틀 전철)도 반대편 승강장 횡단이 안 되는 시종착역이므로 주의하자. 여느 지선 셔틀과는 달리 열차가 들어오는 곳과 출발하는 상강장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으며, 양 승강장은 꽤 멀리 떨어져 있고(KTX가 다니는 고속선을 수직으로 횡단해야 하므로) 이동 통로는 개집표기로 막혀 있다.

반대편 횡단이 안 되는 역이 있는 것만큼이나, 모든 출입구가 free area로 사통팔달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 역도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이나 종로3가 역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런 역이 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1/04/14 18:56 2011/04/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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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강장 형태의 종류

복선으로 건설되는 지하철 승강장은, 기본적으로 상대식 아니면 섬식이라는 두 형태는 일단 먹고 시작한다.
우측통행 기준으로 오른쪽 문이 열리는 역은 상대식이요, 왼쪽 문이 열리고 반대 방향 열차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역은 섬식이다.

지하철 건설자의 관점에서는 상대식이 제일 베이직하고 무난하다. 건설할 때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상대식 승강장 역이 수도 제일 많다. 1980년대에 우리나라의 지하철 역들(서울 1· 2호선, 부산 1호선) 트렌드는 지하 1층에 대합실 겸 게이트(반대편 승강장 횡단 불가), 지하 2층에 상대식 승강장이었다. 지하철이 아직 그렇게 깊지도 않던 시절이니까.
상대식은 선로를 전혀 건드리지 않고 밖에 승강장만 만들면 된다는 특성상, 전철 개통 후에 기존 선로상에 추가로 생기는 역들은 당연히 상대식이 된다. (1호선 동묘앞, 2호선 용두, 분당선 이매, 4호선 수리산 등)

그 반면 섬식 승강장은 다음과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 주박역: 승강장 앞뒤의 여분 공간에다 주박 열차를 세워 두기 위해서이다. 상대식 승강장 일색인 구간에 가끔씩 가뭄에 콩 나듯이 존재하는 섬식 승강장의 목적은 대체로 이것 때문이다. 1호선 서울역, 2호선 삼성과 홍대입구, 5호선 화곡, 7호선 보라매 등.

- 지상의 도로가 좁을 때: 3· 4호선의 경우 좁은 종축을 따라 건설되었기 때문에 횡축 대로를 지나는 1· 2호선에 비해서 시내에 섬식 승강장 구간이 많다. 아무래도 섬식이 승강장을 하나만 만들면 되니까 공간 효율이 상대식보다는 더 좋을 것이다. 3호선 종로3가 역은 굉장히 좁은 섬식 승강장인데, 지상의 도로를 살펴보면 왜 이렇게 건설되었는지 수긍이 갈 것이다.

- 애초에 선로가 단선 쌍굴일 때: 심도가 매우 높거나 기존 건축물 아래로 지나는 지하철은, 지표면에서부터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이 아니라 터널식으로 건설되며, 이때 비용이나 지형상의 이유로 인해 복선 터널 하나가 아니라 단선 터널 둘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특히 하저 터널). 두 터널이 간격이 좀 있으면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섬식 승강장을 만들 수 있다. 5호선 서울 시내 구간은 이런 이유로 인해, 지상의 도로 폭도 넓고 주박역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섬식 승강장으로 만들어진 역이 많다. 대구 지하철 2호선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덧붙여, 드물지만 선로가 둘이 아니라 세 개 있는 역이 있는데, 그 형태는 1상대 1섬식(폼||폼|), 아니면 2폼 3선식(|폼|폼|)으로 나뉜다. 철도에서 잉여 선로의 용도는 뻔하다. 추월· 대피가 아니면 열차 주박· 입출고용인데, 서울 지하철은 일반적으로 급행 운행을 하지 않으므로 그 용도는 후자밖에 남지 않는다.

1상대 1섬식은 3호선 수서, 5호선 강동, 6호선 새절, 7호선 광명사거리에만 존재하는 레어템이다. 강동은 상일동-마천 분기역이다 보니, 양방향에서 오는 열차를 수월하게 처리하기 위해 예외적인 이유로 1상대 1섬식으로 건설되었다. 나머지 역들은 위치부터가 해당 노선의 차량 기지와 아주 가까우며 보조 선로는 차량 기지 입출고선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새절 역은 6호선의 선형이 응암 순환 형태로 결정되면서 보조 선로가 완전히 잉여로 전락한 케이스. 지금은 이따금씩 주박 열차를 세워 두는 역할만 하는 듯하다. 노량진 역에 존재하는 잉여 선로를 보는 느낌이다.

분당선 오리 역은 지하에 드물게 무려 쌍섬식 승강장(선로가 4가닥!)으로 만들어진 역으로, 이런 형태는 본격적인 완급 결합 운행을 염두에 둔 서울 지하철 9호선이 개통하기 전까지는 전국에서 유일했다.
이 역도 보조 선로의 역할은 동일하다. 그러나 이제 오리 역은 시종착역 지위를 보정과 죽전에다 내어 줬기 때문에, 이 선로들은 차라리 추월· 대피용으로 써야 할 것이다. 1상대 1섬식도 아닌 무려 쌍섬식으로 넉넉하게 만들었는데 말이다.

끝으로 주목할 만한 것은 2폼 3선 승강장이다. 이런 형태의 승강장은 서울 2기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시도되었는데, 단순히 주박뿐만이 아니라 중간 종착 내지 회차가 매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슨 말인지 다시 풀어서 설명하겠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상행의 경우, 청량리까지만 갔다가 하행으로 빠지는 열차가 있는가 하면 의정부, 소요산 방면으로 더 가는 열차도 있다. 그러면 청량리 종착 열차는 1, 2, 3 세 선로 중 센터인 2번 선로로 진입해서 왼쪽 문을 열어서 승객을 내려 준 뒤, 그 문을 닫고 오른쪽 문을 열어서 오른쪽 플랫폼으로부터 하행 승객을 받는다. 열차는 그대로 있는 채로 말이다... 그리고 출발하면 된다.
인상 선로로 들어갔다가 상행과 하행 차선을 바꿔서 다시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더 멀리까지 가는 열차는 양 끝의 승강장을 이용하여 계속 진행하면 될 것이고.

2폼 3선식은 늦게 등장한 방식인지라 5호선 방화· 상일동, 6호선 상월곡· 봉화산, 7호선 온수· 청담· 수락산에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게 시종착 열차를 취급하는 데 아주 좋은 구조라는 게 입증되면서 지방 지하철들도 시종착역에 앞다퉈 이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3/05 18:55 2011/03/0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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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상행과 하행

교통수단에는 상행과 하행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것은 철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두 방향 중 어디를 상행으로 볼 것인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순환선에서는 상하행이라는 개념 구분이 없으니 ‘시계 방향’이라고 모든 논란을 종식시키는 좋은 기준이 있긴 하나, 순환이 아닌 노선에서는 어느 방향을 ‘상행’이라고 하는 게 좋을까?

이 주제에 대해, 우리나라 철도 덕후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한 우진 님께서 개념을 명확하게 잘 정리해 놓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철도역이든 지하철 역이든 역마다 다 번호가 붙어 있는데, 철도 노선에서 역 번호가 감소하는 방향이 상행이다. 그리고 열차 운행 번호도 하행은 홀수, 상행은 짝수로 매긴다. 최소한 우리나라 업계는 그렇다.

일단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하고, 한국 철도는 그 텃새가 더욱 심하다.
해발 수백 m에 달하는 강원도 고산 지대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z축),
또 우리나라 최북단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y축 -_-)
서울로 가는 건 무조건 ‘올라간다’고 표현하지 않던가? 그래서 가장 큰 원칙으로는, 서울로 가까이 가는 방향이 상행이 된다. 심지어 경의선이나 경원선은 서울 방면이 지리적으로 남쪽이지만 그 방향이 상행이다.

그럼, 경전선이나 충북선처럼 시종점 어느 것도 서울과 연결되지 않은 노선은 어디가 상행이 될까?
그리고 아예 서울 안만 돌아다니는 서울 시내의 지하철은? (그리고 여타 광역시의 지하철들도?)

일단 나름대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간선 철도의 경우, 더 가중치가 높은 간선과 이어지는 종점 방면이 상행이다. 더 큰 도시가 가중치가 높고, 경부선이 다른 철도보다 더 가중치가 높다. 그래서 경전선은 목포가 아닌 부산 방면이 상행이 되고, 충북선은 제천이 아닌 대전 방면이 상행이다.
양 끝의 노선 직결이 없는 지선이라면 당연히 간선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하행이고, 간선과의 합류 지점과 가까워지는 게 상행이다. 정선선의 경우 민둥산 역 방면이 상행이고 아우라지 방면이 하행.

지하철처럼 저런 식의 가중치 지정이 무의미한 노선에서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북쪽이나 서쪽으로 가는 게 상행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은 남북이 우선적으로 감안되어 대화나 당고개 행이 상행이다. 이 정도면 쉽다? 8호선 역시 북쪽 암사 행이 상행.
5호선은 동서가 감안되어 서쪽의 방화 행이 상행이요, 6호선 역시 서쪽의 응암 쪽이 상행이고 9호선도 개화 방면이 상행이다.

문제는 일종의 ┘자 모양으로 동서와 남북 방향을 모두 골고루-_- 갖춘 7호선.
남북 방향인 강북 구간이 훨씬 더 먼저 개통했다는 점으로 인해 북쪽이 상행이 되었다. 그래서 9호선과 5호선의 서쪽 종점인 개화와 방화는 901, 510 같은 작은 번호인 반면, 7호선의 서쪽 종점인 온수는 750이라는 큰 번호가 부여되어 있다. 어차피 7호선은 더 서쪽으로 부천까지 연장되고 있기도 하고..;;

대구, 대전 같은 어지간한 지방 광역시 지하철들도 이런 원칙을 지키고는 있으나, 정반대의 예외를 고집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부산이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앞서 언급한 것 같은 보편적인 통념을 깨고, 남쪽의 신평 방면이 상행이다. 2호선도 마찬가지이며, 심지어 횡축인 3호선마저도 동쪽으로 가는 게 상행이다!
부산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동남쪽에 있는 도시이고, 부산 최남단에 자리잡은 부산 역에 가까운 방향, 바다 때문에 막혀서 더 확장할 여지가 없는 방향을 상행으로 본 게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가 철도와는 달리 고속도로는, 통일을 염두에 두고 서울이 아닌 부산을 시점으로 설정했듯이 말이다.

철도의 상행, 하행만 갖고도 이렇게 얘깃거리가 많다.
한때 서울 지하철은 승강장에 상행 방면 열차가 들어올 때는 '때르르르릉' 경보음이 나오고, 하행 방면 열차가 들어올 때는 '땡땡땡땡...' 경보음이 나왔다. 그게 관례였다.
다만, 순환선인 2호선은 시청 역의 번호가 201이고 을지로입구가 202. 다시 말해 시계 방향으로 도는 내선 순환이 하행이요 반시계 방향의 외선 순환이 상행처럼 된 셈이나, 경보음은 반대로 내선 순환이 땡땡땡땡, 외선 순환이 때르르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은 경보음은 다 없애는 추세인 듯하다. 도철(SMRT)이 최초로 안내 방송을 교체하면서 경보음을 없앴다. “지금 XX, XX 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항상 5 6 7 8 서울 도시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뿐만이 아니라 2호선도 경보음을 없앤 대신, 멘트가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뿐이던 게, “XX 방향으로 가는 내/외선 순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로 바뀌었다.
하긴, 스크린도어가 생겼으니 한 걸음 물러서 달라는 멘트뿐만이 아니라 경보음(alarm) 자체도 필요가 없어지긴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18 09:01 2011/02/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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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의 폐선, 폐역, 임시 승강장 개념

철도는 궤도를 따라 앞 아니면 뒤로만 다닐 수 있는 1차원 교통수단이라는 특성상, 다른 교통수단에는 없는 재미있는 특성을 몇 가지 지닌다.
조향이 필요하지 않은 덕분에 비행기 다음으로 빠르게 주행할 수 있지만, 길 위에 차 한 대가 뻗어 버리면 그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는 교통수단도 철도이다.

또한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노선 설정의 제약이 무척 크다.
다른 교통수단들은 '폐선'이라고 하면 그냥 운영자 마음대로 교통수단을 그 노선대로 굴리지 않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통수단이 평소에 다니던 그 주변 환경이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철도 노선이 하나 폐선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프로 치면 정류장이라는 vertex뿐만이 아니라 선로라는 edge까지 이제 관리를 포기하고 선로를 걷어내고 부지를 매각하는 일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철도는 edge 차원에서의 변화는 쉽지 않다. 21세기 들어서 장항선, 경춘선, 전라선 등이 일제 강점기 시절의 구닥다리 티를 벗고 복선 전철 + 고가 직선(선형 개량) + 장대 레일화 등으로 변신 중이지만, 이제 이렇게 한번 집중적인 투자를 받고 변화를 겪은 철도는 또 앞으로 100년 이상은 변화 없이 그대로 갈지도 모른다. ^^;;;

그러나 철도에 vertex 차원의 변화는 이따금씩 있어 왔다.
지금 사라지고 있는 수많은 간이역들은--교행 내지 신호장 말고 순수하게 여객용--, 옛날에 철도가 구불구불 느리고 개인 교통수단이라고는 없던 시절의 유물이다.
그나마 인구가 워낙 많은 대도시 주변에 있는 작은 역들은 전철역으로 탈바꿈이라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역들은 전적으로 자가용이나 버스에 승객을 빼앗기고 폐역크리를 먹었다.

신호나 교행, 기관차 교체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임시역은 선로가 아예 복선화하거나, 기관차 교체 이유가 사라지거나(전철화 구간 확장, 스위치백 이설 등...), 입체 교차로가 신설되는 등 철도 시설이 더 좋아지면서 존재 목적을 상실하여 없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번거로운 관행은 오늘날은 다 없어지는 추세이다. 열차를 중간에 번거로운 조치 없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달리게 해야 도로에 비해 경쟁력을 얻을 테니까 말이다. 요즘은 중련 편성 열차의 중간 합체· 분리도 다 없어졌다.

선형 개량으로 인해 역 자체가 이설되는 경우가 있다. 이 역이 원래부터 수요가 있었다면 '이설'로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그렇잖아도 퇴출 0순위 역이었는데 어차피 선로 이설로 인해서 옮겨질 운명이라면 새 선로에다 옛 역의 자취를 남겨 놓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 말고, 철도 내부 사정이 아닌 외부적인 특수한 이유로 인해 정규 여객역 외의 임시 승강장이 만들어졌다가, 그 이유가 없어진 후에 없어지기도 한 사례가 있다. 그런 요인으로는 첫째 대규모 행사가 있을 수 있고, 둘째로 유명 장소가 있을 수 있다.

경부선에는 1968년 9월 9일부터 10월 20일까지, 40일 남짓한 기간 동안 '박람회'라는 역이 있었다.
이건 지금의 가산디지털단지 역 근처에 있었는데(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음), 당시 구로공단에서 개최된 '제 1회 한국 무역 박람회'의 참관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임시로 만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거기 근처에 경부선 철길을 타넘는 자동차 다리의 이름은 무려 ‘수출의 다리’! 딱 저 시절에 박정희스러운 이름으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ㄲㄲ

1968년이면 한국 철도사의 관점에서는 가히 상상도 못 할 까마득한 옛날임을 알아야 한다. 서울에 아직 지하철이 없으며 경부선 영등포-시흥(현 금천구청) 사이에 역이 하나도 없던 시절이었다! 선로도 2복선이 아닌 그냥 복선. 승객들은 시끄러운 디젤 기관차나 털털거리는 디젤 동차를 타고 박람회 역을 이용했을 것이다.

저렇게 행사를 목적으로 만든 임시역 중에 유명한 예는 역시 '엑스포' 역이다. 이건 맨땅에 승강장을 설치한 건 아니고, 여객 열차를 취급하지 않으면서 엑스포 장소와 가까이 있던 대전조차장 역 내부에다 여객 시설을 임시로 설치하여 역을 만들었다. 1993년 8월 7일부터 11월 8월까지 살아있던 역이었다. ^^;;

지금은 서울과 수도권에 워낙 도로 교통편과 전철망이 발달한 덕분에 특정 행사를 위해서 임시 철도역이 생길 일은 거의 없어졌지만, 우리나라에 간선 철도망이 강남으로도 잘 발달해 있었다면 '올림픽' 역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었을 것이다. 올림픽이 개최되던 당시에 서울 지하철 9호선 전구간 같은 간선 철도나 지하철이 있었다면, 공항, 고속버스 터미널, 종합운동장이 철도로 한데 연결되어서 가히 금상첨화였을 텐데!

박람회와 엑스포(어 그러고 보니 둘이 어차피 비슷한 의미이다.-_-)가 일시적인 행사를 위해 만든 역이라면,
인근 장소로의 접근성을 위해 철도 당국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임시역을 만들어 준 경우가 있다.
본인이 당장 생각나는 예로는 충북선의 청주공항 역, 그리고 경전선의 진주수목원 역.
이런 역은 존재 가치가 일회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해당 시설이 안 없어지고 이용객을 많이 이끌어 준다면 정규역으로 승격되기도 한다. 뭔가 철도역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_-;;

즉, 이 글의 결론은.. 비록 철도가 선로를 따라 원천적으로 무척 경직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지만, 그 선로 위에서 어떤 역을 살리거나 죽이는 일은 생각보다 나름 유동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차량 기지 내부에 시종착역 명의로 작은 역을 만드는 테크닉은 이미 2기 지하철 무렵부터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서 7호선 장암, 분당선 보정뿐만 아니라 9호선 개화와 심지어 공항 철도 용유까지 물려받아 있으나, 중간에 이런 임시역이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라 하겠다.

그나저나 가산디지털단지(구 가리봉) 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 즉 경부선 서울-수원 구간이 2복선으로 확장되기 전에 생긴 역이라는데 어째 양 승강장 사이로 선로 네 가닥이 있는지 궁금하다. 승강장 시설 자체가 대대적으로 확장된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1/02/04 21:17 2011/02/0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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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도로의 커브

교통수단이 지나다니는 길은 도로든 철도이든 곧은 것이 건설하기도 쉽고 고속 통과도 가능하니 여러 모로 좋다. 하지만 산이나 강 같은 지형상의 이유로, 또 사람이 사는 지역을 이곳저곳 경유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굴곡이 생긴다.

그리고 철도야 가능한 한 최대한 곧게 건설하는 게 유리하겠지만, 사람의 수작업 운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도로의 경우, 과속과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일부러 커브를 좀 만들기도 한다. 커브의 크기와 간격은 그 도로의 설계 제한 속도에 의거하여 정해진다.

핸들을 한쪽으로 꺾은 채로 차를 몰면 차는 원운동을 한다. 그 특성상, 도로의 커브를 나타낼 때도 커브의 궤적이 이루는 가상의 원의 반지름으로 표현한다. R300이라고 하면 커브의 굴곡이 반지름이 300m 되는 원의 호와 같은 급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숫자가 작을수록 급커브가 된다. 너무 급격한 커브는 차량이 빨리 통과하기 힘들며,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자동차의 경우, 주행 중에 커브를 도는 정도를 넘어 주차를 할 때라든가 차의 방향을 돌릴 때는 가히 R 값이 10도 채 안 되는 극단적인 코너링을 하기도 한다.
그 반면 철도 차량은 자동차보다 덩치가 큰 만큼 훨씬 더 큰 회전 반경이 필요하다. 국내의 대형 전동차의 최소 회전 반경은 40~80m가량으로, 이런 선로는 차량 기지 내부에서 차의 방향을 돌리는 고리에서나 볼 수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종각-시청 사이는 극악의 90도 드리프트 구간으로 철도 동호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이곳의 회전 반경은 겨우 R140. 동아일보 사옥을 피해 가느라 이렇게 되었다. 이 구간에서 전동차는 시속 겨우 30~40km밖에 내지 못하고 거친 쇳소리를 내면서 무척 힘겹게 커브를 돈다. 지하철로 이 구간을 이용할 일이 있을 때 주변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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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의 동작 대교 북단도 인근의 아파트를 피해 가느라 R200의 급커브를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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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의 마장-답십리, 그리고 김포공항 역 일대도 급격한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구간이며, 신길 역은 1호선과 5호선 모두 승강장 자체가 곡선이다.

지하철 말고 일반열차가 달리는 철도의 회전 반경은 선형이 좋은 구간은 1000~1200대이고, 굉장히 열악한 곳이 400~600 정도 된다고 한다. 굉장히 열악한 곳이 어딘지를 묻는다면 호남선의 서대전-논산 같은 구간. 특히 개태사-계룡이 ‘킹왕짱’ 드리프트가 존재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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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반지름 400m짜리 원에 정확하게 맞게 떨어지더라. ㄲㄲㄲ

열차가 커브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의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선로 노반 자체를 커브 바깥쪽이 더 높게 건설하는 경우가 있다. 그 높이 차이를 철도 업계에서는 캔트(cant)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 값을 너무 높게 주면 승차감이 떨어지고, 고속과는 반대로 동일 구간을 저속으로 통과하는 완행 내지 화물 열차가 커브 안쪽으로 전복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커브를 돌 때 선로가 아니라 열차 객실을 기울여서 무게중심을 조정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를 갖춘 열차를 바로 틸팅(tilting) 열차라고 한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 유리할 거라고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곧은 길인 경부 고속선의 회전 반경은 어떨까?
우리나라의 고속철은 가히 세계구급 클래스로 건설되어 있다. 무려 R7000이며, 늦게 건설된 만큼 이 정도로 품질 좋은 선로는 세계 어느 나라 고속철에도 뒤지지 않는다. 설계 속도가 괜히 시속 350km로 설정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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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2차 개통 구간인 신경주-울산 사이가 그나마 고속선 중에서 급커브에 속한 구간인데, 여기조차도 반지름 7km짜리 원의 궤적과 정확히 포개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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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두 사진은 경부선 KTX와 호남선 KTX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므로 눈여겨보시라. 시속 300으로 달리는 곳과, 시속 100도 낼까말까인 곳의 차이이다. 전자는 경부 고속선 중에서 유명한 곡선 교량인 대전-천안 사이의 풍세교 구간이며(고속철의 로망!!), 후자는 호남선에서 악명 높은 저 최악의 곡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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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 KTX 한 편성의 길이는 거의 380m에 달한다.
코레일에서 KTX를 광고할 때 뭔가 빠르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고속선 고가 구간을 보여주고, 친환경적이고 인간-_-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때는 꼭 호남선 커브 구간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이제 나는 4월 1일 하면 만우절보다도 2004년 KTX 1차 개통일이 먼저 떠오른다. 철덕이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12/05 08:24 2010/12/0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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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기 기관 이후 철도 차량의 동력원

(앞의 증기 기관차 글에서 계속됨)

내연 기관은 연료를 연소시켜서 폭발한 연소 가스의 힘을 곧바로 동력으로 활용하는 기계이다. 외연 기관보다 더 만들기 어려우며, 외연 기관보다 훨씬 더 화력이 좋은 고품질 연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내연 기관은 외연 기관보다 효율이 더 좋고 더 큰 동력을 낼 수 있으며, 오토바이나 기계톱 같은 기계에도 들어갈 정도로 소형화까지 가능하다. 증기 기관 정도의 출력으로는 열차를 굴리고 배까지는 움직여도, 비행기를 띄우는 건 어림도 없다.

그러고 보니 내연 기관의 선구자들이 다 독일 엔지니어들이구나. 자동차계의 앨런 튜링, 폰 노이만 같은 사람들이다. 난 내연 기관 하니까 컴퓨터로 치면 프로그램 내장 방식이 생각난다. 원동기를 지닌 동력 기관을 무슨 튜링 기계처럼 추상적으로 모델화할 수는 있을까? ^^;;

오늘날의 디지털 컴퓨터에 fetch, decode, execute 같은 기본 동작이 존재하듯, 내연 기관 중에서 피스톤 왕복 운전식 엔진에는 흡입, 압축, 폭발, 배기 같은 동작이 그런 기본 개념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2행정 엔진이 4행정 엔진보다 가볍고 간단하고 출력도 더 세지만, 부품의 수명이 짧고 연료와 함께 엔진 오일이 같이 연소되어 대기 오염도 더 심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오늘날은 극소수 소형 엔진이 아니면 전부 4행정 엔진만 쓰인다.

증기 기관도 피스톤 왕복 운동으로 바퀴를 굴리긴 하나, 내연 기관의 행정 사이클 같은 개념은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내연 기관 중에는 피스톤 운동보다 효율이 더 좋은 로터리 엔진 같은 것도 개발되었으나, 아직까지 별로 실용화는 못 된 듯.

내연 기관은 그 특성상 연료 공급 방식을 자동화했으며(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사람이 삽으로 석탄을 퍼다 아궁이로 직접..;; ), 오늘날의 자동차에서 당연시되고 있는 '시동 상태 유지'와 '변속'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엔진이 최저 회전수 이상으로 돌지 못하거나 갑자기 너무 큰 부하가 직접 걸리면 시동이 꺼져 버린다. 그래서 동력비를 조절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덩치가 작은 차량은 톱니바퀴를 쓰고, 그보다 훨씬 더 큰 동력비가 필요한 철도 차량이나 선박에서는 엔진 효율을 좀 희생하고라도 유압 변속기를 쓰거나 아예 엔진으로는 발전기만 돌린 후, 동력비 조절이 용이한 전기로 차량을 움직이기도 한다.

오늘날 소위 디젤 기관차라고 불리는 철도 차량은 실은 '디젤 전기 기관차'이다.
비행기라든가 제트 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는 역시 동력을 구동축에다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압축 공기를 분출하면서 나아가니, 일반적인 자동차와 같은 변속이라는 개념은 필요하지 않다. 제트 엔진은 큰 힘을 낼 수 있는 대신, 4행정 엔진보다 연료 소모가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

철도 차량의 동력의 만렙 완전체요 최후의 목적지는 단연 전기라 할 수 있다.
요즘이야 하도 환경 따지고 화석 연료의 고갈을 두려워하여 전기 자동차 내지 최소한 하이브리드 차량이 재조명을 받고 있지만, 20세기 초중반에도 전기 자동차라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성능과 충전 시간 등에서 기름 자동차와는 도저히 경쟁이 안 되니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버로우를 타게 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배터리 충전이 필요한 자동차와는 달리, 철도 차량은 길만 따라 다니기 때문에 길을 따라 전차선을 설치함으로써 전기를 실시간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내연 기관의 선구자가 독일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 철도의 선구자도 독일이었다. 이름하여 지멘스.

전동차는 시동을 걸 필요가 없고 별도의 변속기도 필요하지 않다. 자동차에다 비유하자면 키를 꽂아서 ON 모드로만 옮기면 곧바로 주행이 가능하며 START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서울역-남영, 청량리-회기 같은 곳은 자동차로 치면 시동을 끈 후 디젤 엔진을 휘발유 엔진으로 교체하고서(혹은 그 역순) 시동을 다시 켜는 건데, 전동차는 그걸 아주 자연스럽게 OFF-ON을 해낸다. ^^;;

지하철 전동차는 겨울에 냉방기 소리가 전혀 나지 않을 때 가만히 지켜보면, 소리가 전혀 안 나다가 그 상태 그대로 주행을 시작한다. 조용하다. 엔진 공회전 나부랭이 같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동차의 동력 부품은 전동기(모터)라고 할 뿐, 엔진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전기 자동차는 내연 기관에서 필요하던 변속기, 엔진 오일 같은 여러 부품들이 필요 없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욱 경량화, 소형화가 가능하다.

물론 전동차도 자동차 엔진의 변속기처럼 전압과 전류 조절을 통해 동력비를 제어하는 부품이 있긴 하다. 처음에는 옴의 법칙 V=IR에 의거, 열을 엄청 많이 뿜던 저항 소자가 쓰이다가 나중에는 쵸퍼 방식이 등장하고, 지금은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VVVF 인버터가 이쪽 바닥을 평정했다. 마치 쿼츠 시계가 태엽 시계를 떡실신시켰듯이 말이다. 전동차 부품이나 시계 부품이나 역시 대세는 반도체인 듯.

VVVF는 다 좋은데 주파수가 바뀌는 과정에서 윙윙~~ 우우웅~ 환상적인 전자음이 난다는 게 특징이다. 물론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요즘 VVVF 소자는 옛날 것에 비해서는 확실히 많이 조용해진 건 사실이나, 그 환상적인 소리가 철덕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사실이다. 다른 전동차들 중에서도 특히 서울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은 인간이 발명한 교통수단에서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소리가 날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훗날 이렇게까지 철덕이 될 줄 알았으면 학창 시절에 물리 공부 좀 더 열심히 해 놓는 건데. -_-;; 그러질 못해서 더 자세한 디테일을 서술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기계나 전자 쪽 공돌이였다면 컴퓨터보다도 이 바닥으로 갔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지금 본인의 현실은 취미와 직업이 독립된 형태로 가는 추세인데,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

Posted by 사무엘

2010/11/25 09:37 2010/11/2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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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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