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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에는 using이라고.. class, namespace, template, virtual, operator 이런 것보다는 좀 생소하고 덜 쓰이는 키워드가 있다.
일반적인 프로그래머라면 타이핑 수고를 덜기 위해서 using namespace std; 정도 선언할 때나 사용했던 게 전부일 것이다.

얘는 C의 키워드로 치면 그나마 typedef와 성격이 얼추 비슷해 보인다. typedef는 여러 토큰으로 구성된 복잡한 타입 명칭을 한 단어(식별자) 한 토큰으로 축약해 준다.
타입 명칭이란 건 unsigned long처럼 예약어만으로도 두 단어 이상으로 구성될 수 있으며, 포인터형 *이라든가 const/volatile modifier 등이 붙어서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그러니 이런 걸 축약하는 기능은 단순히 토큰을 기계적으로 치환하는 #define 전처리기 계층이 아니라 컴파일러 계층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가령, PSTR a, b를 char *a, *b로 자동으로 인식되게 바꾸는 것은 #define만으로는 문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함수의 포인터 타입은.. 가리키는 함수가 받아들이는 인자들의 개수와 타입을 일일이 그런 식으로 나열해야 한다~!

C에서는 구조체형 변수를 선언할 때 반드시 struct를 일일이 붙여서 struct ABC 이런 식으로 선언해야 했다. struct를 생략하고 바로 ABC 한 단어만으로 쓰려면 이것조차도 typedef를 해 줘야 됐다.
그러니 C에서는 구조체를 typedef struct _ABC { ... } ABC; 이렇게 두벌일을 하면서 선언하는 게 관행이었으나..

C++에서는 객체지향 이념이 강화되면서 번거롭게 typedef를 안 해도 struct/class를 생략하고 곧바로 그 타입을 쓸 수 있게 됐다. 사실 이게 당연하고 더 자연스러운 조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뭐 아무튼 typedef는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건이다.
typedef를 통해 새로 만들어진 명칭은 사람이 보기에만 서로 다를 뿐, 컴파일러의 입장에서는 서로 완전히 동치이다. 전문 용어로 표현하자면 syntactic sugar이다.

내부적으로 담고 있는 물건은 동일하지만(똑같은 정수??) 서로 다른 타입으로 취급되어서 명시적인 형변환 없이는 서로 덥석 대입되지 않는 파생 타입.. 이런 걸 생성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C/C++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그러니 unsigned short/int와는 미묘하게 다른 wchar_t 같은 타입은 컴파일러가 언어 차원에서 직통으로 지원해 주지 않으면 사용자가 만들어 내기 난감하다.

그리고 HWND, HMODULE처럼 서로 호환되지 않는 다양한 핸들 타입도 내부적으로는 dummy 구조체의 포인터형을 일일이 typedef하는 편법을 동원해야 선언할 수 있다.
마치 include guard 삽질을 대체하기 위해 #pragma once가 사실상의 표준 형태로 등극한 것처럼.. 저것도 앞으로는 C++ 언어 차원에서 개선되어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 정수형에 대해서는 부분적이나마 type safety를 강화하려고 정수와 무작정 호환되지 않는 enum class 같은 것도 2010년대 들어서 도입된 바 있다.

아무튼, typedef는 통상적인 사유로 인해 길어진 type 명칭을 한데 줄이며, 축약된 명칭을 현재의 scope에다 도입해 준다.
그런데 using도 긴 명칭을 줄여 준다는 점에서는 역할이 비슷하다. 단지 그 배경이 typedef와는 완전히 다를 뿐이다.
바로, 지금 문맥과는 다른 namespace에 속한 명칭을 일일이 namespace를 명시하지 않고도 곧장 참조 가능하게 해 준다. 뭐, 개념은 그러하지만 구체적인 세부 문법과 용례는 생각보다 복잡하며, 본인 역시 이를 다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using은 크게 선언(declaration)과 지시(directive)라는 두 형태로 나뉘어서 문법적으로 서로 다르게 취급된다. 전자는..

using std::vector;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명칭을 써 주는 형태이다. 위의 경우 이 scope에서는 이제 앞에 std::를 안 붙여도 vector 클래스를 쓸 수 있게 된다. 사용되는 곳이 클래스의 내부라면 굳이 namespace 말고 기반 클래스 같은 타 클래스의 이름이 들어와도 된다.

std::vector를 vector로 줄여 쓰는 것은 기존의 #define이나 typedef로 가능하지 않다. 특히 typedef의 경우,

typedef std::vector<int> vector; //????

템플릿 인자가 모두 주어져서 온전한 type으로 실현된 놈이라면 저렇게 단축 명칭을 부여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추상적인 명칭을 축약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C++의 상속과 연계를 위해 dynamic_cast가 도입된 것처럼, C++에서 도입된 다단계 scope과의 연계를 위해 예전에는 없던 완전히 새로운 명칭 축약 기능이 필요해진 셈이다.

그리고 후자인 using 지시는.. using namespace라는 두 단어로 시작하여 이 namespace에 속하는 모든 명칭들을 곧장 자동 개방해 버린다.
선언이건 지시건 하는 일은 별 차이가 없다. 이것도 그냥 와일드카드에 속하는 ... 이나 * 를 써서 using std::...; 같은 선언으로 통합해 버려도 될 것 같은데, 미관상 보기 안 좋아서 그렇게 안 했나 보다.

물론 일부러 구분해 놓은 걸 당장 쓰기 편하다는 이유로 몽땅 개방해서 내 명칭과 뒤섞어 버리는 건 전역 변수, friend, public의 남발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적절하게 활용하는 건 auto를 쓰는 것만큼이나 코드를 짧고 간결하게 만드는 약이 될 수도 있다.

C++ 표준 라이브러리의 경우 namespace가 도입되기 전 코드와의 호환을 지키기 위해 <iostream.h>는 std로 감싸져 있지 않고, <iostream>은 감싸져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h 버전은 앞으로 사용을 권하지 않는 deprecated로 철저히 봉인됐고 말이다.

요 두 가지가 using의 전통적인 기능이었다.
그런데 C++11 이후에는 using이 typedef의 기존 기능까지 흡수하여 본격적인 타입 alias 전담 키워드로 등극하기 시작했다. 바로, 등호를 이용해서

using P_INT = int*;
using PF_INT = int (*)();

위와 같이 써 주면 아래의 typedef와 완전히 동치가 된다.

typedef int* P_INT;
typedef int (*P_INT)();

굉장히 참신하다. 새 명칭과 치환 대상 타입이 =를 경계로 딱 분리되어 있다 보니 재래식 typedef보다 깔끔하고 알아보기도 더 쉽다.
using이라는 단어는 파스칼의 use 키워드와 비슷한 느낌이며, using A=B는 파스칼의 type A=B와 뭔가 닮은 것 같다. 또한 이 문법은 namespace에 대한 alias를 만드는 namespace A = B::C 같은 문법과도 일관성이 있다.

Visual C++에서는 한 2013쯤부터 지원되기 시작했다. 2010은 지원 안 하고, 2012는 인텔리센스 컴파일러는 지원하지만 본 컴파일러는 지원하지 않더라.
이름 없는 namespace를 선언해서 C의 static 전역 변수/함수를 표현하듯이, C++의 키워드를 이용해서 기존 C의 기능을 대체하는 예가 하나 더 생겼다. 최신 컴파일러에서는 using을 볼 일이 더 많아지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8/12/15 08:32 2018/12/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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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하면서 클래스 멤버들의 공개 등급이라는 개념을 접한다. 까놓고 말해 public, protected, private은 C++, C#, Java에 모두 공통으로 거의 동일한 용도로 쓰이는 키워드이다.

C++은 이런 공개 등급을 마치 case나 default처럼 뒤에다 콜론을 붙여 일종의 label 형태로 지정하지만, Java/C#은 멤버 함수 및 변수의 선언에 공개 등급이 같이 붙는다. 이 세 등급의 차이는 아래 표와 같다.

출처 \ 공개 등급 public protected private
외부 O X X
파생 클래스 내부 O O X
자기 클래스 내부 O O O

public이야 멤버의 접근에 아무 제약이 없는 등급이지만 pr*로 시작하는 나머지 두 등급은 그렇지 않다. 단지, protected는 파생 클래스의 내부에서 자기에게 접근을 허용하는 반면, private은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상속 관계에서부터 둘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private은 사람으로 치면 자식에게도 물려주거나 공유하지 않는 개인 칫솔, 속옷, 복용하는 약 같은 급의 지극히 '사쩍'인 물건에다 비유할 수 있겠다.

물론 그 어떤 공개 등급이라도 자기가 선언해 놓고 자기 클래스의 멤버 함수에서도 사용하지 못하는 등급은 없다. 심지어 자기 자신 this뿐만 아니라 자기 클래스에 속하는 아무 객체라도 말이다.
즉, 아래의 코드에서 bar(함수)와 priv_member(변수)가 똑같이 Foo의 멤버라면, bar는 o라는 다른 인스턴스의 priv_member에도 저렇게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다.

void Foo::bar(Foo& o)
{
    priv_member += o.priv_member;
}

this 포인터가 아예 없는 static 멤버 함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선언은 자기가 했지만, 접근과 사용은 내가 곧장 못 하고 파생 클래스에서만 가능하다거나 하는 기괴한 개념은 없다.

오히려 반대로 부모 클래스에서는 공개였는데 파생 클래스에서는 부모의 멤버를 감추고, 외부에서는 오로지 파생 클래스가 새로 제공하는 public 멤버만 사용 가능하도록 클래스를 더 폐쇄적인 형태로 바꾸는 건 가능하다.

C++에서는 클래스를 상속할 때 별 생각 없이 파생 클래스의 이름 뒤에다 콜론을 찍고 public Base1, public Base2 이런 식으로 public을 붙이곤 한다. 이때 써 주는 공개 등급은.. 부모 클래스 멤버들의 공개 등급이 파생 클래스에서는 어떻게 되는지를 결정한다. 그 방식은 한편으로는 직관적이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헷갈리고 어렵다.

상속 방식 \ 기존 공개 등급 public protected private
public public protected private
protected protected protected private
private private private private

public 상속은 부모 클래스 멤버들의 공개 등급을 파생 클래스에다가도 원래 지정되었던 형태 그대로 유지시킨다. 부모 때 public이었던 놈은 파생에서도 public, protected는 protected.. 그런 식이다.

그 반면, protected나 private 상속으로 가면 일단 부모 멤버들은 몽땅 private, 또는 잘해야 protected로 등급이 바뀐다. public 속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외부에서 파생 클래스 객체를 대상으로 부모 클래스의 멤버에 접근은 할 수 없어진다. public, protected, private이라는 공개 등급을 각각 3, 2, 1이라는 수라고 생각한다면, 클래스를 상속하는 방식 N은 부모 멤버들의 공개 등급을 N보다 크지 않은 등급으로 재설정하는 셈이다.

다른 예로, 부모 클래스에서 protected였던 멤버가 있는데 자식이 부모를 private로 상속했다고 치자. 그러면 그 멤버는 부모에서의 공개 등급은 protected였기 때문에 자식 클래스의 내부에서 마음대로 접근이 가능하다. (참고로 public 멤버는 부모에서 public이었다 하더라도 non-public 상속을 거치면 파생 클래스에서의 외부 접근이 곧장 차단된다. 내부 접근과 외부 접근의 차단 시기가 서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private 상속된 protected 멤버는 파생 클래스에서의 등급이 private로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얘로부터 상속받은 손자 클래스에서는 이 멤버에 더 접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한번 private/protected 상속으로 인해 작아져 버린 공개 등급은 후속 파생 클래스가 다시 public으로 상속한다고 해서 다시 커지지 않는다. 상속 과정에서 기존 공개 등급을 동일하게 유지하거나 더 낮출 수는 있어도 도로 높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부모 클래스에서 private 상태였던 멤버들은(처음부터 그리 됐든, 상속 방식 때문에 그리 됐든..) public 등 그 어떤 방식으로 상속을 받더라도 파생 클래스에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다. 위의 표에서 그냥 평범하게 private라고 명시된 놈은 현재 private이기 때문에 다음 파생 클래스에서는 감춰진다는 뜻이며, 취소선이 그어져 있는 private은 이미 접근 불가이고 파생 클래스의 입장에서는 그냥 없는 멤버가 됐음을 의미한다.

C++은 언어 차원에서 POD(단순 데이터 더미)와 객체(생성자 소멸자 가상 함수 등..)의 구분이 모호하다 보니, struct와 class의 언어적 구분도 없다시피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냥 디폴트로 지정돼 있는 멤버의 공개 등급이 전자는 public이고 후자는 private이라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처럼, 클래스를 상속할 때 공개 등급을 안 쓰고 그냥 class Derived: Base {} 라고만 쓰면 Base는 private 방식으로 상속된다. C++의 세계에서는 디폴트 공개 등급이 어디서든 private인 셈이다.

class 대신 아예 struct Base { private: int a; } 이런 식으로 클래스를 선언해도 된다. 미관상 보기 좋지 않으니까 안 할 뿐이지.
얘는 클래스 선언 문맥에서는 struct라는 대체제가 있고, 템플릿 인자 문맥에서는 typename라는 대체제가 있으니 위상이 뭔가 애매해 보인다. 전자는 C 시절부터 있었던 키워드요, 후자는 C++98에서 추가된 키워드이다.

코딩을 하다 보면 범용적인 부모 클래스의 포인터로부터 자식 클래스로 static_cast 형변환을 하는 경우가 많다. 파생 클래스가 부모보다 멤버가 더 많고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protected/private 상속을 한 파생 클래스는 자기만의 새로운 멤버/메소드가 있는 한편으로 부모에게 가능한 조작이 금지되어 버린다.

일반적으로 부모와 자식 클래스 관계는 is-a 관계라고 일컬어지고, 자식 포인터에서 부모 포인터로 형변환은 "당연히"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당연한 건 public 상속일 때만으로 한정이다. 비공개 상속일 때는 정보 은닉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자식에서 부모로 가는 게 허용되지 않으며, 심지어 static_cast로도 안 된다! Visual C++ 기준 C2243이라는 고유한 에러까지 난다.

기술적으로는, 객체 내부의 ABI 차원에서는 아무 위험할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객체지향 이념에 위배된다는 이유만으로 자식에서 부모로 못 간다. 무리해서 강제로 부모인 것처럼 취급하려면 reinterpret_cast라는 무리수를 동원해야 한다.

게다가 C++은 다중 상속(=가상 상속) 때문에 일이 더 크고 복잡해진다.

class A { public: int pub_mem; };

class B: virtual protected A {};

class C: virtual public A {};

class D: public B, private C {};

D o; o.pub_mem = 100;

위의 코드에서 저 멤버에다가 100을 대입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걸 판단하기 위해서는 컴파일러는 클래스 D의 가능한 상속 계통을 모두 순회하면서 최대 공개 등급(?)이 public이 되는지 따져 봐야 한다.
(참고로, 둘을 virtual로 상속하지 않았다면, 저 pub_mem이 B에 딸린 놈인지 C에 딸린 놈인지 알 수 없어서 모호하다고 어차피 컴파일 에러가 남..)

B는 A를 protected 상속했기 때문에 여기서 pub_mem이 protected가 되어 버려서 나가리. C는 A를 public으로 상속했지만, 최종 단계인 D에서 C를 private 상속해 버렸기 때문에 private가 된다.
요컨대 A에서 D까지 가는 동안 public이 계속 public으로 유지되는 상속 계통이 존재하지 않으며, 최대 공개 등급은 B 계열인 protected로 귀착된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구문은 컴파일 에러가 나게 되며, pub_mem은 D의 멤버 함수 내부에서나 건드릴 수 있다.

Visual C++의 경우, 가상 상속이 아닌 일반적인 상속 공개 등급 위반이라면 C2247 Not accessible because .. uses ... to inherit from 이라는 좀 단정적인 문구의 에러가 뜬다.
그러나 가상 상속 체계에서는 "접근 경로가 없다"라는 표현이 들어간 C2249 No accessible path to ... member declared in virtual base ... 에러가 난다. 공개 등급 체크를 위해서 더 복잡한 계산을 한 뒤에 판정된 에러이기 때문에 그렇다. 매우 흥미로운 차이점이다.

아무튼.. 참 복잡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C++ 이후의 언어들은 상속은 그냥 부모 멤버들의 공개 등급을 그대로 유지하는 public 상속만 생각하는 편이다. 다중 상속을 봉인해 버렸다는 건 더 말하면 입만 아플 것이고. C++이 객체지향 언어로서 여러 실험과 시행착오를 많이 했고 거기서 너무 무리수로 여겨지는 개념들이 후대의 언어에서는 짤렸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8/10/31 08:36 2018/10/3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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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 통신 고수준 API

오늘날 운영체제의 GUI API가 qt 같은 별도의 프레임워크가 나온 걸 제외하면 통일된 게 없고(통일이 될 수가 없음..) 그래픽 API가 통합된 게 없듯이..
네트워크, 특히 HTTP/HTTPS 기반 통신 API 역시 내가 아는 한 뭔가 ANSI/ISO 차원의 표준이 나온 게 없이 운영체제마다 다 파편화돼 있는 것 같다. 물론 제일 저수준의 소켓 API는 그럭저럭 표준화가 돼 있지만 오늘날 그것만 써서 밑바닥부터 프로그램을 짜는 건 클라이언트건 서버건 무리이니 말이다. 그러니 Windows, 안드로이드, iOS/macOS마다 또 API를 새로 익혀야 하는 게 다소 번거롭다.

요즘 인터넷에서 다른 프로토콜들은 거의 듣보잡이 돼 가고 HTTP/HTTPS만 남은 것 같다.
통합 라이브러리는 스위치만 달리해서 동일한 정보를 (1) GET와 POST 두 방식으로 간편하게 보낼 수 있으며, 이때 argument를 적절히 배치해 줘야 한다. 전자는 주소에다가 넣고 후자는 헤더에다가 넣어야 할 것이다.

URL 인코딩 처리를 적절히 해 줘야 하며, 바이너리 데이터 덤프를 base64로 인코딩, 또는 디코딩 하는 라이브러리도 덤으로 제공하면 좋을 것이다. post로 보낼 때는 Content-Type, Content-Length 같은 상투적인 헤더를 당연히 자동으로 넣어 줘야 한다.

Windows에서는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 post의 반대가 send인데, HTTP에서는 요청을 보내는 방식이 post의 반대가 get이다. get은 어떤 정보를 얻어 오기만 하는 read-only operation용으로 쓰고, post는 서버다 데이터를 등록하고 변경하고 삭제하는 등 side effect가 남는 요청을 할 때 쓴다. 일단은 그러하지만 홍보가 부족해서 현실에서는 그 용도가 엄밀하게 지켜지지는 않고 있다.

POST 방식 요청의 연장선이겠다만 (2) 다운로드뿐만 아니라 업로드도 당연히 지원해야 할 것이고, 받는 데이터 내지 올리는 데이터는 (3) 메모리, 파일명, 임의의 스트림 형태로 자유롭게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 전부 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주 짤막한 파일을 주고받을 때나 UI 없이 그냥 명령줄 프로그램을 만들 때를 대비해서 그냥 (4) 동기형(응답이 올 때까지 block) + 짧은 대기 시간 형태도 지원하고, 별도의 스레드에서 돌아가는 비동기 방식도 자체 지원해야 한다.
비동기 방식은 결과가 왔을 때 콜백 함수 호출 하나로 끝나는 간편한 것을 생각할 수 있고, 한편으로 수십~수백 MB짜리 파일을 주고 받으면서 전송 상태를 늘 확인할 수 있는 복잡한 형태도 생각할 수 있는데, 둘 다 가능해야 한다.

단순 업데이트 체크 같은 건 굳이 지금 당장 안 돼도 상관 없는 것이니 프로그램의 반응성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될 것이다. 스마트폰 앱 같은 게 비행기 모드이거나 3G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을 때는 괜찮은데 외부의 희미한 와이파이에 접속해 있을 때는 굼뜨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Java는 네트워크 쪽 클래스를 사용할 때는 try catch로 예외 처리가 무조건 돼 있어야 하고 안 그러면 컴파일조차 되지 않는데, 안드로이드에서는 그것도 모자라서 네트워크 통신은 무조건 별도의 스레드에서만 동작하게.. main GUI 스레드에서는 쓸 수도 없게 만들어 놓았다. 네트워크 에러 때문에 프로그램 전체의 동작· 반응이 멎는 걸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인데, 이것 때문에 아주 간단한 소규모 통신에 대해서까지 일일이 스레드 만들고 함수 분리하는 건 번거롭기도 한 게 사실이다.

통신 API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니 이 정도인 것 같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고 크로스 플랫폼까지 지원한다면 훌륭한 통신 API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Windows CE 프로그래밍

회사에서는 이것저것 찝적대느라 안드로이드, macOS 코코아에 이어 근래엔 골동품인 Windows CE까지 만질 일이 있었다.
도스 기반의 Windows (1985), NT 커널(1993)에 비해 CE는 임베디드 환경을 타겟으로 나름 제일 나중에(1996) 등장했다. PC용 OS들과는 달리 CE는 리얼타임 OS이다.

그리고 CE는 훗날 Embedded Compact라고 이름이 미묘하게 바뀌었다가 2010년대부터 Windows Mobile, Windows Phone 등 스마트폰 OS로 변모하는가 싶더니.. 그냥 Windows 10 자체가 ARM용으로도 나오면서 모바일 분야를 흡수해 버렸다. 또한, 스마트폰 OS는 마소가 판단하기에도 Windows가 안드로이드와 iOS의 적수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여겨져서 그냥 접어 버리고.. 그 대신 Visual Studio가 무려 안드로이드 개발도 지원하는 식으로,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화하게 되었다.

아무튼, 이 와중에 지금으로서는 좀 구닥다리가 된 Windows CE를 만져 봤다.
GUI에서 본인에게 아주 익숙한 Windows API로 프로그래밍 가능한 건 좋은 점이었다. 단, 같은 API를 사용하더라도 헤더 파일 구조가 PC와 동일하지는 않았으며, 생성되는 바이너리도 비록 PE 방식의 실행 파일이긴 하지만, PC Windows 버전처럼 kernel32, gdi32, user32 이런 DLL들 import가 있지는 않는 게 흥미로웠다.

그 대신 coredll.dll에 API들이 한데 몰빵돼 있는 듯하다. 그리고 메모리 절약을 위해 함수들은 이름이 아니라 ordinal 번호만으로 import하게 돼 있다.

static 라이브러리 같은 걸 만들어도 PC용과 CE 기기용을 동일 소스 기반으로 유지하기는 좀 어려워 보였다. 글쎄, #include 부분에 조건부 컴파일 로직을 정교하게 잘 짜 놓으면 불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거기까지는 잘 몰라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옛날엔 Visual C++도 Embedded VC++라고 CE 개발 전용 에디션이 있긴 했다가 그건 2000년대 이후로 본가에 흡수됐다.

Visual Basic 6이라든가 Visual C++ 6은 후대 버전과 단절이 커서 꽤 오랫동안 쓰인 개발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Visual C++ 2008도 비슷한 면모가 있다. 바로 Windows Phone이 등장하기 전의 Windows CE 시절, 더 정확히는 Embedded Compact 6.5와 그 이전 버전 레거시 플랫폼의 개발을 지원하는 마지막 버전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내비에서도 이 운영체제가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PC용으로 오랫동안 개발되어 온 C++ 코드를 이 플랫폼과 컴파일러용으로 포팅하려다 보니 지금까지 편하게 써 왔던 auto와 lambda, nullptr 따위를 몽땅 구 문법으로 다시 써 주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저기서는 2010년대 이후에 새로 도입된 C++ 문법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특정 플랫폼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상적인 점은 뭔가 듬성듬성 빠진 함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덩치를 줄이기 위해서 다른 우회 대체제가 있다 싶은 건 몽땅 빼 버린 모양이다.
일례로, DrawText와 ExtTextOut은 있지만 더 단순한 함수인 TextOut은 없다(더 범용적인 대체제가 있으니까..). 파일 시스템도 도대체 뭐 어찌 되는지 GetCurrentDirectory, GetWindowsDirectory 이런 거 없다.

칼질은 C 함수 쪽도 예외가 아니다. 엄연히 ANSI 표준인 time 함수가 없어서 Windows API를 이용한 대체 함수를 직접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FILE* 스트림 기반의 fopen 계열 말고, 정수형 파일 핸들을 주고 받는 저수준 _create, open 계열의 함수도 없더라. PC에서 쓰던 코드를 곧장 포팅하는 건 생각만치 쉽게 되지는 않았다.

제일 압권인 건 CE는 9x와는 정반대로.. API 함수에 W 버전만 있고 A 버전이 깔끔하게 없다는 것이었다.
9x는 W 버전도 껍데기는 있지만 실행이 에러 코드와 함께 몽땅 실패한다. CE에서는 A 버전이 컴파일은 되지만 링크가 되지 않고 곧장 실패했다. 1996년에 첫 개발된 신흥 OS이다 보니, 안 그래도 용량도 부족한데 구닥다리 레거시인 A는 처음부터 배제해 버린 셈이다.

Windows CE에는 W만 있고 A가 없다는 건 먼 옛날에 제프리 릭터 아저씨의 책에서 처음으로 봤는데 실제로 그렇다는 걸 그로부터 10수 년 이상 뒤에야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3. 라이브러리의 형태의 변화

도스 시절에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무슨 라이브러리, API, 또는 SDK라 하면..
어셈블리어로 도스의 각종 특이한 인터럽트를 호출해서 하드웨어를 직통으로 건드리는 마우스 라이브러리, 그래픽/사운드 라이브러리, 심지어 한글 라이브러리 같은 게 많았다. 이런 기능들은 타 언어도 지원했지만 가장 먼저는 C/C++용 헤더와 라이브러리의 형태로 제공되었다.

Windows로 넘어가서는 어지간한 하드웨어 제어는 운영체제의 자체 API만 써도 커버가 되니 3rd party 라이브러리 같은 건 필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그냥 MS Office와 Visual Studio의 외형을 흉내 내 주는 GUI 툴킷이라든가.. 이미지 파일 처리 라이브러리가 쓰였다. 아 그리고, DirectX SDK는 Windows 플랫폼 SDK로부터 완전히 분리 독립했기 때문에 따로 설치해야 하는 물건이 되긴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API, 라이브러리라는 게 용도와 형태가 바뀌고 있다. PC 안에서 혼자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고차원적인 하드웨어 제어 기능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앱에서, (1) 특정 대규모 서버에서 제공하는 각종 실시간 정보 제공 기능(날씨, 버스와 지하철 위치, 지리 정보 등등)이라든가 (2) 아주 고수준의 인공지능 내지 패턴 인식 기능(이미지에서 사람 얼굴 인식, 음성 인식 등) 같은 것을.. 1인 개미 개발자가 자기 앱이나 사이트에서 곧장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방대한 인공지능 데이터 검색과 계산은 서버가 담당한다. 바둑 AI로 치면 AI 코드가 라이브러리에 담겨 있는 게 아니라, 별도로 돌아가는 알파고 서버와 통신만 하는 거다.
언어는 무겁고 부담스러운 C/C++과는 거리가 멀며, JavaScript, Go, 파이썬 같은 것을 곧장 지원한다.
과금 체계도 과거의 전통적인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비싼 라이브러리 제품을 몇만~몇십만 원 일시불로 지불하고 사 오는 게 아니라.. 월 얼마씩~ 사용 트래픽이 얼마까지는 무료이고 그 뒤부터는 한 건당 얼마 이런 식으로 매겨진다. 구매 대신 임대 형태이다.

기술은 그 자체는 온통 오픈소스다 뭐다 하면서 무료에 가깝게 공개되고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Google API의 기능들을 개발하는 데 컴퓨터공학· 전산학 박사들이 얼마나 많이 투입됐을까..? 그 다음으로는 그냥 자본과 데이터 물량전이 대세이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돈 버는 건 기술과 기능 자체가 아니라 그걸로 온통 사용자들의 감성을 사로잡고, 자아· 정체성을 표현해 주는 대가로 형태가 바뀌는 것 같다. 온라인 게임의 부분 유료화라든가 각종 아바타가 대표적인 예이고 말이다.

아, 그렇다고 지금이 전통적인 형태로 판매되는 라이브러리· 미들웨어가 전멸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네트워크 라이브러리, 동영상 캡처 라이브러리 같은 것들은 전적으로 로컬에서 기능이 동작하며, 단품 또는 출시되는 제품 타이틀의 규모 단위로 판매되고 있다. 돈을 한번 지불하고 끝인 것도 있고, 일정 주기로 꼬박꼬박 로얄티를 내는 형태인 것도 있다.

4. 함수 호출과 금융의 관계

좀 엉뚱한 생각을 하자면, 금융을 프로그래밍에다가 비유하고 돈이 오가는 걸 함수 호출과 데이터 전달에다가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현금이 오가는 건 데이터 실물을 통째로 스택에다 얹는 call by value이다. 제일 단순하고 확실하지만 거액의 현금을 매번 들고 다니는 건 번거롭고 귀찮고 위험하다.
그러니 현금, 또는 가까운 미래에 들어올 예정인 돈에 대한 포인터가 등장하는데, 이것들이 바로 수표나 어음이다. call by reference가 현실 세계에도 존재하는 셈이다.
부도는 당연히 잘못된 포인터 접근으로 인한 page fault 내지 access violation과 직통 대응이다.

컴퓨터에는 지금 물리적으로 실제로 있는 메모리보다 더 많은 주소 공간을 끌어다 쓰고, 공간이 없으면 디스크 스와핑이라도 하는 '가상 메모리'라는 개념이 있다. 이게 어찌 보면 '대출'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인다.
물론 컴퓨터의 동작에 경제 용어인 '신용'과 정확히 대응하는 개념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완전 동일하게 대응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비유해 보면 생각보다 그럴싸하고 씽크가 맞아 보인다.

참고로, 성경이 말하는 헌금 원칙은 철저하게 리얼 모드이다. 빚을 내거나, 없는 돈을 미리 작정하는 보호 모드 가상 메모리 같은 개념은 없다.

5. 보안 정책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이 2002년 1월 1일 이전과 이후가 서로 싹 달라졌다. 더 엄격한 보안 정책과 더 일관성 있는 제품 지원 주기 정책이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단, 이때를 기점으로 해서 모든 마소 제품에서 이스터 에그가 사라졌다. 문서화되지 않은 특정 동작을 하면 프로그램 개발자 명단이 나타나고 숨겨진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이 뜨는 것 말이다.

그리고 (a) 일반 지원은 제품 출시 후 몇 년 또는 차기 버전이 나온 지 몇 년 중 짧은 기간까지, (b) 연장 지원은 일반 지원이 종료된 뒤부터 5년간.. 요런 식의 규정이 추가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와 함께 도스, Windows 3.x/95 같은 구닥다리 제품들은 지금까지 알음알음 지원되어 오던 것이 2001년 12월 31일을 끝으로 지원이 완전히 끊겼으며, 공식적으로 abandonware 판정을 받았다.

인터넷 덕분에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는 데 물리적인 장벽은 사라지다시피한 반면, 원격으로 프로그램을 조종하고 컴퓨터를 장악할 수 있는 보안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소프트웨어라는 건 한번 만들고 나서 끝인 게 절대 아니라 계속해서 지원을 해야 하며, 굳이 기능과 컨텐츠에 아무 변화가 없더라도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면 계속해서 고치고 지원해 줘야 하는 반제품 정도로 위상이 바뀌었다.

그러니 소프트웨어의 판매 비용에는 이런 잠재적 사후 지원 비용도 포함되어야 하며, 지원을 한도 끝도 없이 영원무궁토록 해 줄 수는 없으니 구체적인 기간이 법적으로 명시될 필요도 생긴 것이다.

그 뒤로 마소에서는 2000년 중반에 프로그램 개발의 기본 블록이라 할 수 있는 C 라이브러리에서부터 보안 결함을 잡겠다고 strcpy, gets 같은 함수들에 칼질을 가했으며, Visual Studio 2005에서 이를 최초로 적용했다. 컴파일러에 /GS 같은 검사 기능도 추가했다.
재래식 도움말인 WinHlp32 엔진은 너무 구닥다리 기능으로 전락한 데다, 이런 새로운 보안 기준을 충족하게 개량을 하기에는 가성비가 너무 안 맞는 관계(시간과 예산..)로 Windows Vista에서부터는 짤렸다.

Vista에서는 프로그램의 실행 주소를 그때 그때 랜덤화하는 보안 기능이 추가되기도 했다. Windows는 애초에 position independent code를 쓰지도 않는 운영체제인데, 오로지 보안을 위해 그 이념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성능을 희생하는 기능을 넣은 것이다.

이렇게 런타임 환경에다가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일부러 가미한 반면, 빌드 타임 환경에는 정반대의 정책이 적용되고 있다. 같은 소스 코드를 같은 컴파일러 제품으로 빌드했으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바이너리 수준에서 언제나 완전히 동일한 실행 파일이 나오게 하자는 것이다. 이름하여 Reproducible builds이다.

단순히 생성되는 기계어 코드를 넘어서 객체들의 명칭과 배열 순서라든가 내부적으로 생성되는 각종 시그니처까지 완전히 똑같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환경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테스트· 디버깅 할 때 문제를 재연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화 요인를 털끝만치라도 줄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시범타로 예전에 실행 파일의 헤더 차원에서 timestamp가 들어가던 곳에도 Windows 10에 들어가는 바이너리들은 그냥 고정된 hash값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시간이야 난수의 씨앗으로도 쓰일 정도로 매번 달라지는 값이니 말이다.
이렇게 21세기 들어서 세월이 흐를 수록 마소는 내부의 보안 정책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그 와중에 실행 주소 랜덤화와 Reproducible builds라는 두 이념이 본인이 보기에 흥미로운 대조를 이루는 듯해 보였다.

Posted by 사무엘

2018/04/13 08:25 2018/04/1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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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을 하다 보면 한 자료형(타입)에 속하는 값 내지 개체를 다른 타입으로 변환해야 할 때가 있다. 아주 직관적이거나(C에서 정수와 enum), 작은 타입에서 큰 타입으로 가기 때문에 정보 손실 염려가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해당 언어의 문법 차원에서 대입이나 함수 인자 전달이 곧장 허용되곤 한다. 바이트 수가 대등하더라도 signed보다는 unsigned가 더 큰 타입이고, 정수보다 실수가 더 큰 타입으로 여겨진다.

그렇지 않고 정보 소실의 여지가 있거나 서로 호환되지 않는 타입에다 값을 집어넣는 건 컴파일러의 경고나 에러를 유발한다. 이 상황에 대비하여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여러 형변환 함수들을 제공하는데, 씨크하게 괄호 안에다가 타입 이름만 달랑 쓰면 형변환 연산자로 인식되는 C/C++이 여기서도 참 유별난 면모를 보이는 것 같다.

형변환이란 건 값의 초기 타입과 목적 타입이 무엇이냐에 따라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 매우 다양한 편이다.

(a) 없음: LPARAM에서 void*, void*에서 char* 같은 무식한 형변환은 소스 코드상의 의미만 매우 과격하게 바뀔 뿐, 내부적으로 행해지는 일은 전무하다! (클래스 상속 관계를 신경쓸 필요 없는 간단한 것 한정으로)

(b) 그냥 뒷부분 짜르거나 늘리기: int와 char 사이의 변환

(c) 정수와 실수 사이를 변환: 내부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분명 간단하지는 않지만, 요즘은 이런 건 CPU 명령 한 줄이면 바로 끝난다. x86 기준으로 cvtsi2sd이나 cvttsd2si 같은 인스트럭션이 있다.

(d) 고정된 오프셋 보정: 단순한 형태의 다중 상속에서 제n의 부모 클래스 포인터를 얻으려면 이런 보정이 필요하다.

(e) 함수 호출: 해당 클래스에다 사용자가 구현해 놓은 operator 함수가 호출된다. 사실, 100과 "100"처럼 숫자와 문자열 사이의 변환도 컴퓨터의 관점에서 보면 이 정도의 cost가 필요한 작업이다.

(f) 상속 계층 관계 그래프 순회: 이건 객체지향 이념 때문에 형변환 연산이 언어 차원에서 가장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위의 1~5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가상 상속 체계에서 부모 클래스를 찾아가거나 dynamic_cast 형변환을 하려면 자기의 타입 정보 metadata를 토대로 주변 클래스 계층 그래프를 O(n) 시간 동안 순회해야 한다(n은 상속 단계).
사용자의 코드가 아닌 컴파일러의 코드만 실행됨에도 불구하고 런타임 가변적인 반복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객체와 메모리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서 형변환 결과가 dynamic하게 달라질 수 있다!

내부적으로 벌어지는 일은 대략 저렇게 분류 가능하고, 겉으로 소스 코드의 의미 차원에서도 형변환의 성격을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처음에 C++에는 그냥 C-style cast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랬더니 형변환 연산이 발생하는 부분만 검색으로 뽑아내는 게 어려웠고, 또 단순한 형변환과 좀 위험한 형변환 같은 걸 따져 보기도 어려웠다. 표현 형태가 괄호와 타입 이름이 전부이니까..

그래서 1996~97년경, C++98의 발표를 앞두고 C++에는 길고 굉장히 기괴해 보이지만 용도별로 세분화된 형변환 연산자가 4종류나 추가되었다. namespace, bool, explicit, mutable 이런 키워드들과 같은 타이밍에 도입되었다. C++이 숫자는 몽땅 machine-word int로 어영부영 때우려던 C스러운 사고방식을 탈피하고, 예전에 비해 나름 type-safety를 따지기 시작한 그 타이밍이다. (예: C와 C++에서 sizeof('a')의 값의 차이는?)

새 연산자들은 모두 *_cast로 끝난다. 옛날의 재래식 형변환은 (NEWTYPE)value라고 썼고 C++ 문법으로는 NEWTYPE(value)도 허용되는 형태였다(NEWTYPE이 딱 한 단어 토큰으로 떨어지는 경우에 한해서).
그에 비해 새 연산자들은 *_cast<NEWTYPE>(value)라고 쓰면 된다. < > 안에다가 타입 이름을 쓰는 것은 템플릿 인자 문법에서 유래되었는데 나름 직관적이고 적절한 활용 같다.

1. static_cast

얘는 일상적으로 가볍고 큰 무리 없이 일어나는 일반적인 형변환을 거의 다 커버한다. (1) 큰 타입에서 작은 타입으로(실수에서 정수, UINT에서 int, long long에서 int 등..), 그리고 (2) 범용적인 타입의 포인터에서 더 구체적인 타입의 포인터로(void*에서 타 포인터, 기반 클래스*에서 파생 클래스 포인터) 말이다. 이게 대부분이다.

그리고 형변환 operator 호출이라든가, 다중· 가상 상속으로 인한 포인터 보정도 언어에서 보장돼 있는 메커니즘이므로 알아서 처리해 준다. 정말 대부분의 상황에서 앞서 나열했던 (a)에서 (f)까지, C-style cast를 대체할 수 있는 무난한 연산자이다. 단, f에서 typeid와 RTTI까지 동원되는 제일 비싸고 난해한 기능은 없으며, 이건 나중에 설명할 dynamic_cast가 전담하는 영역이다.

2. const_cast

얘는 값이 아니라 포인터/참조자형에서 C/C++ 특유의 한정자(qualifier) 속성만을 제거해서 더 범용적인 포인터로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용도가 아주 제한적인 형변환 연산자이다.
C++에서 공식적으로 제공되는 qualifer는 const와 volatile이 있다. 이런 한정자는 가리키는 대상 타입과는 아무 상관 없고, 포인터를 이용해 그 메모리를 접근하는 방식 차원에서 제약을 부여할 뿐이다. 전자는 읽기 전용 속성이고, 후자는 멀티스레드에 의해 값이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대비하라는 최적화 힌트이다.

Visual C++에는 __unaligned라는 확장 키워드도 저것들과 동급인 한정자이다. 이 포인터는 machine word 단위의 align이 맞춰지지 않은 주소가 들어올 수도 있으니 그렇더라도 뻗지 말고 보정하라는 뜻이다(성능 오버헤드 감수하고라도). align 보정을 알아서 너무 잘 해 주고 있는 x86 계열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고, 과거에 IA64를 지원하던 시절에 필요했던 키워드이다. 이것도 포인터 한정자 속성으로서는 굉장히 적절한 예이며, 이런 속성들을 const_cast로 제거할 수 있다.

3. reinterpret_cast

이건 의미론적으로는 제일 무식하고 생뚱맞고 위험하지만 내부 처리는 제일 할 것 없는 형변환 전문이다. (1) 정수와 포인터 사이를 전환하는 것, 그리고 (2) 서로 관련이 없는 타입을 가리키는 포인터끼리 전환하는 것.. 어디 범용적인 함수나 메시지로부터 아주 polymorphic한 데이터를 전달받아서 처리할 때에나 불가피하게 쓰일 법하다.

void*를 char*로 바꾸는 건 static_*으로도 되고 reinterpret_*으로도 된다. 하지만 const char*를 char*로 바꾸는 것은 static_*나 심지어 reinterpret_*로도 안 되고 반드시 const_*로만 해야 한다.
그런데 그래 봤자 reinterpret_*과 const_*는 어떤 경우에도 실질적인 내부 처리는 (a)뿐인(= 없음).. 참 허무한 연산자이다. 실질적인 처리가 없지만 이 숫자값을 해석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이유는 분야별로 여럿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래식 C-style cast는 따지고 보면 1~3을 그냥 싸잡아서 구분 없이 수행해 준다. 그런데 가끔 드물게 다중· 가상 상속 관계의 타입 포인터끼리 형변환을 할 때 정석대로 보정 연산을 거친 포인터를 원하는지(static_*), 아니면 이것도 아무 보정 없이 동일한 메모리 주소에서 타입만 바꿔서 해석하고 싶은지(reinterpret_*) 모호해질 때가 있다.

이런 문제도 있고, 또 C++에다가 좀 제대로 된 객체지향 언어의 기능을 뒤늦게 갖추려다 보니 새로운 형변환 메커니즘이 필요해졌다. 이쯤 되니까 형변환 연산자도 별도의 예약어로 도입해서 구분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그럼 다음으로 제일 괴물인 형변환 연산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4. dynamic_cast

가상 함수를 쓰면 기반 클래스의 포인터를 주더라도 자신이 실제로 속한 파생 클래스에 해당하는 멤버 함수가 알아서 호출된다.
그리고 다중 상속 때 가상 상속을 쓰면, 여러 부모 클래스들이 동일한 조부모 클래스로부터 상속받았을 때 공통 조부모가 한 번만 상속되는 마술(?)이 일어난다. 물론 객체지향 언어에서 유연한 코드 재사용성을 보장하는 모든 마술에는 그에 상응하는 성능 오버헤드가 대가로 따른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과거의 C++은 상속과 함수 호출에서 이렇게 언어 차원의 동적 바인딩이 지원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형변환에는 "동적 바인딩 + 무결성"을 보장하는 메커니즘이 딱히 없었다. 이놈이 A의 파생 클래스이긴 하지만 더 구체적으로 A의 자식들 중에 B가 아닌 C의 파생 클래스가 진짜로 맞는지, 이 멤버에 접근하고 이 함수를 호출해도 안전하겠는지 말이다.

C++은 void*가 있을지언정, 언어 차원에서 모든 클래스들의 공통 클래스(Java의 Object 같은)라는 개념이 없다. 그리고 클래스 내부의 vbtl에 직접 접근한다거나, 가상 함수의 포인터 값을 보고 클래스 종류를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C++이 ABI가 몽땅 왕창 노출돼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겉에는 공통의 썽킹 함수의 주소만 노출돼 있기 때문). 뭔가 어정쩡하다.

그러니 MFC 같은 옛날 라이브러리들은 자체적으로 CRuntimeClass 같은 타입 메타정보를 구비하고, 이놈이 CObject의 파생이긴 하지만 특정 클래스의 파생형이 정말 맞는지 런타임 때 확인하는 함수를 자체적으로 구현해야 했다.
C++이 아무리 C의 저수준 고성능 제어 이념을 계승했다 해도 명색이 객체지향 언어인데 그런 기능조차 없는 건 좀 아니라 여겨졌는지, 훗날 언어 차원에서 타입 식별 정보와 전용 형변환 연산자가 도입됐다. 그 결과물이 바로 dynamic_cast이다.

함수도 virtual, 상속도 virtual인 걸 감안하면 얘의 이름은 기술적으로 virtual_cast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static_* 이라는 단어가 이미 있으니 그것보다 더 값비싼 형변환이라는 의미로 dynamic_*이라는 이름이 최종적으로 붙었다. static_*은 이놈이 진짜 조상 관계가 맞는지 확인하지 않고 그냥 O(1) 복잡도짜리 기계적인 오프셋 보정만 해서(필요한 경우) 파생 클래스로 형변환해 주는 반면, dynamic_*은 타입 식별자를 직접 확인까지 한다는 것이다.

가상 함수의 구현을 위해서는 함수 포인터 테이블과 테이블의 포인터(멤버)가 필요하고, 가상 상속의 구현을 위해서는 기반 클래스의 포인터(멤버)가 필요하다. 그것처럼 동적 바인딩 형변환을 구현하려면 클래스 이름과 계층 관계를 기술하는 메타데이터와 함께 그놈의 포인터(멤버)가 필요하다.

가상 함수와 가상 상속 지원을 위한 데이터는 비공개로 꽁꽁 감춰져 있는 반면, 동적 바인딩 형변환을 위한 타입 식별자 데이터는 공식적으로 스펙이 공개돼 있고 일반 프로그래머들이 언어 요소를 통해 접근할 수 있다. 일명 RTTI (run-time type info)이다.
#include <typeinfo>를 한 뒤 typeid() 연산자로 const type_info&라는 구조체, 아니 클래스를 들여다보면 된다. typeid는...

  • sizeof와 마찬가지로 오버로딩 할 수 없다.
  • sizeof와 마찬가지로 타입 이름과 일반적인 값을 모두 받을 수 있다. 단, sizeof는 값이 올 때는 괄호를 생략할 수 있는 반면, typeid는 그렇지 않아서 언제나 뒤의 피연산자를 괄호로 싸야 한다.
  • sizeof는 결과값이 무조건 정적 바인딩으로 구해지는 반면, typeid는 바인딩이 정적과 동적 사이에서 어정쩡하다. 피연산자가 타입 이름이거나, 값이더라도 int 같은 primitive type 내지 상속이고 가상 함수고 아무것도 없는 구조체라면.. sizeof와 마찬가지로 수식을 실제로 evaluate하지 않는다. 그러나 뭔가 상속 관계 규명이 필요하다 싶은 개체라면 런타임 계산이 행해진다.

쉽게 말해 typeid는 MFC로 치면 obj->GetRuntimeClass()와 RUNTIME_CLASS(classnam)의 역할을 혼자 모두 수행한다는 뜻이다.
그럼 관련 타입들에 대해 DECLARE_DYNAMIC 내지 IMPLEMENT_DYNAMIC도 어딘가에 행해져야 할 텐데, 그건 C++ 컴파일러가 typeid 연산자가 쓰인 곳을 총체적으로 따져서 알아서 처리해 준다.

이런 RTTI 기능은 대다수의 C++ 컴파일러에서 사용 여부를 옵션으로 지정할 수 있게 돼 있다.
RTTI를 사용한 상태에서 dynamic_cast를 사용하면 실제 타입이 그게 아닌데 그 파생 타입으로 형변환을 시도하는 경우.. 피연산자가 포인터였다면 NULL이 날아오고, null이 가능하지 않은 참조자를 줬다면 예외(exception)를 날리게 된다.
이것도 다중 상속까지 생각한다면 상속 관계 그래프를 타고 오프셋을 보정하는 알고리즘이 가히 판타지가 될 것 같다.

이상.
객체지향 언어라는 게 그냥 구조체에다가 this가 자동으로 전달되는 함수가 같이 딸려 있고, 상속에 다형성 정도 지원되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 알 것 같다.
PC 환경에서 C를 초월하여 C++이 보급된 게 1990년대 초쯤인데, 이 무렵에 템플릿과 다중 상속도 도입됐다.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C++은 뭐랄까, 괴물 같은 복잡도를 자랑하는 치떨리는 언어로 변모한 것 같다.

구리고 지저분한 면모가 많지만 그래도 그 정도 객체지향 이념에다가 고성능 저수준 제어까지 이만치 잡은 건 얘가 C++이 가히 독보적인 것 같다.
그러니 형변환 연산자도 언어를 따라 이렇게 복잡해진 것이다. 일례로, Java는 final이 있을지언정 포인터도 없고 const니 volatile 같은 건 신경 쓸 필요도 없는데 뭐 저런 구분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니 지금도 여전히 C-style cast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03/25 08:30 2018/03/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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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Java 언어가 쓰이는 곳

Java는 C++과 달리 로컬 환경용으로는 그다지 재미를 못 본 언어 및 런타임 환경이다.
콘솔(게임기 말고, 명령 프롬프트..)용 프로그램이 Java로 만들어진 건 거의 못 봤다. 오히려 Java는 한때는 표준 입력으로부터 숫자 한 줄 입력받는 것조차도 온갖 패키지를 import하고 예외 처리 try catch까지 갖춘 뒤에야 가능한 불편한 언어였다.

GUI(프레임워크 이름이 Swing이던가?)로 넘어오면 VirtualBox나 OpenOffice처럼 일부 크로스 플랫폼 프로그램이 GUI 껍데기를 Java로 만든 경우가 좀 있다. (Windows 한정으로는 C#의 Windows Form와 경쟁?) 아, 직장에서 일정 관리 용도로 사용하는 ProjectLibre도 흔치 않은 Java 기반 로컬 GUI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Java가 제공하는 GUI는 외형이 네이티브 GUI에 비해 이질적이고 느리고 런타임 오버헤드가 커서 범용성 말고는 가성비가 좋지 않았다.

한편, Java는 애플릿(Applet)이라는 이름으로 웹(클라이언트)에서 돌아간 적도 있다. 웹에서 꽤 고차원적인 수학 그래픽, 화면 왜곡과 전환 애니메이션, 시뮬레이션(특히 교육용) 등을 출력할 목적으로 플래시와 경쟁하는 구도로 한때 쓰였으나.. 그것도 다 지나간 일이다. 현재는 망했으며, 개발사로부터 지원도 끊긴 지 오래다.

오늘날 Java는 로컬 PC가 아닌 안드로이드 앱, 그리고 jsp 기반 서버사이드 언어(웹 서버)로 회생해 있다.
뭐, Java 런타임을 컴퓨터에 설치해 보면 설치 중에 '전세계 수십억 개의 기기가 Java를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라고 자랑하는 문구가 뜨기도 하는데, 그것도 임베디드보다는 모바일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Java는 오늘날 그렇게 됐고 로컬 PC 환경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난립해 있지만, 웹에서는 그야말로 Java에서 이름만 빌려온 JavaScript로 대동단결 천하통일이 이뤄진 게 신기하기 그지없다.

2. 새로운 언어

애플에서 Objective-C에 한계를 느끼고 Swift라는 언어를 만들었더니,
그에 질세라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Java 대신 '코틀린'이라는 완전히 다른 언어를 만들었다. 왕년에 C++ 컴파일러를 열심히 만들었던 사람이 D 언어를 개발했듯, Java 기반 안드로이드 개발 환경을 열나게 만들었던 JetBrains라는 회사에서 전용 언어도 만들고 이를 Google에서도 채택한 것이다.

오늘날 베이직은 마소에서밖에 만들지 않는 언어가 됐고, 파스칼은 그냥 델파이의 전유물이 됐고 이제는 델파이라는 이름 자체가 RAD 툴 겸 프로그래밍 언어의 이름으로 등극했다. 언어가 워낙 많이 마개조됐기 때문이다. 또한 옵씨의 경우는 애초부터 애플이 언어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언어 고안자로부터 사 버려서 사유화했다.
저런 언어들에 비해, C/C++은 너무 심하게 파편화가 됐을지언정--언어 문법 자체보다는 라이브러리나 ABI 계층에서--, 특정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 든다.

Visual Studio 등 요즘 IDE들은 프로젝트 전체에 존재하는 클래스들을 쭉 보여주는 기능이야 당연히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그런데 클래스들을 namespace 계층 + 이름의 알파벳 순으로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기반 클래스별로 분류해서 보여주는 기능이 있으면 프로젝트들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면 그 클래스들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으니 말이다.

3. 간단한 자료형과 복잡한 자료형 or 클래스 객체

오늘날 객체지향을 표방한다는 많은 고급 언어들이 int 같은 (1) primitive type과 (2) 클래스 객체, 혹은 (1) 스칼라와 (2) 복합 자료형(리스트 같은)을 서로 구분해서 다루고 서로 다르게 취급한다. 함수 인자와 리턴값을 주고받을 때 (1)은 값을 그대로 전달하고 (2)는 메모리에 한 인스턴스만 둔 뒤 주소값만 주고받고 레퍼런스 카운팅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차이점 되겠다. Java, 파이썬 등 여러 언어들이 이런 정책을 사용한다.

순수 극한 객체지향 언어 중에는 1과 2의 구분조차 없애고 모든 것을 객체로 취급하여 타입 식별자라든가 기반 클래스 소속을 부여하는 물건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속도와 메모리 오버헤드가 너무 크고 실용성도 떨어지니 많은 언어들이 최소한의 primitive type 정도는 허용하는 타협을 한다.

C++이야 어느 타입이건 어느 방식으로 전달할지(값, 주소/참조)를 몽땅 명시적으로 수동 지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포인터를 노출하지 않는 언어에서는 그런 구분이 프로그래머의 지정 없이 자동으로 행해진다. 포인터가 없는 언어라고 해서 포인터가 원래 하던 일 자체를 안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1과 2의 얼추 중간쯤에 속하는 물건은 문자열, 그리고 단순 구조체 정도다.
문자열이야 언어 차원에서 상수 리터럴도 존재하고 정말 기본 자료형과 복합 자료형의 중간에 속하는 독특한 물건인지라, 각 언어와 라이브러리마다 구현 형태가 제각각이다.

그리고 생성자, 소멸자, 상속, 가상 함수 따위 전혀 없고 레알 int 같은 primitive type의 묶음으로만 이뤄진 레알 C 스타일 구조체를 프로그래밍 용어로는 POD(plain old data)라고 한다. C++의 경우 POD 구조체만이 중괄호 { }를 이용한 멤버 별 값 초기화가 가능하다.
물론 POD도 개당 수십~수백 바이트를 차지하는 덩치 큰 놈이 될 수도 있지만 이는 논외로 하고..

단순 구조체를 클래스와 구분시킨 것은 C#의 신의 한수로 보인다. 사실, POINT, SIZE, COMPLEX(복소수)처럼 숫자 둘로만 달랑 이뤄진 간단한 구조체는 상속이 뭐고 없고 함수 인자도 그냥 값 형태로 전달하고 싶은 그런 물건들이니 말이다.

4. sizeof 연산자가 없음

개인적으로 Java를 쓰면서 C++에 비해 굉장히 특이하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점은..
가장 먼저, (1) int를 함수에다 주소/참조로 전달을 할 수 없어서 swap 함수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int는 무조건 값으로만 전달되니 말이다.

(2) 클래스에 소멸자라는 게 없다 보니, 메모리는 GC 덕분에 뒷일 생각할 필요 없이 new만 늘어놔도 되는데 파일은 닫는 코드를 수동으로 매번 써 줘야 하는 게 처음엔 아주 웃기게 느껴졌었다.

(3) 그리고 끝으로.. sizeof 연산자가 없는 것에서 한번 더 경악했다. 수동 메모리 할당이 없고 포인터도 없고, sizeof마저 없다는 건 어떤 개체의 메모리 내부 덤프 같은 건 꿈에도 생각하지 말라는 얘기다.
primitive type이야 개별 크기가 어떤 기기의 JVM에서도 불변 동일하니(가령, int 4바이트, long 8바이트..) 굳이 sizeof에다 요청하지 않아도 되고..

하긴, 특정 개체의 메모리 주소 같은 걸 어디에다 낼름 누설해 줄수록 프로그램의 엔트로피가 커지고 Garbage collector가 추적해야 하는 영역이 넓어지고, 메모리 누수와 잘못된 포인터 에러가 날 확률이 높아지니.. 그런 건 최대한 애초에 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바이너리 덤프를 바로 못 하면 파일을 읽고 쓰는 작업도 좀 불편할 것 같다. 하다못해 과거에 베이직조차도 포인터는 없어도 숫자의 binary dump를 문자열 형태로 얻거나 그걸 디코딩하는 함수는 있었거늘 말이다.

C#은 Java처럼 가상 머신 기반에 자동 메모리 관리가 제공되는 언어이지만 이런 것들이 Java보다는 융통성이 있다. ref라는 키워드가 있어서 primitive type도 call by reference가 가능하다.
그리고 sizeof 연산자가 제한적으로 지원된다. primitive type과 단순 구조체 한정으로만 사용 가능하며, 자동 관리를 받는 자기 객체(managed class)에 대해서는 sizeof를 여전히 할 수 없다.

C#의 초창기 구버전에서는 아예 unsafe 코드 안에서만 sizeof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 제약이 완화되었다.
그래도 C#과 Java 어느 경우든, sizeof라는 건 저수준 메모리 접근과 관계가 있는 기능이지, 가상 머신 고수준 코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건 공통인 듯하다.

5. 객체의 배열

그러고 보니 Java는 클래스 객체들이 다 기본적으로 포인터 단위로 취급된다는 특성상, 객체의 동적 배열을 만드는 것도 좀 불편하다.

MyObject[] arr = new MyObject[n];

이건 MyObject들을 담을 배열 객체부터 하나 만드는 것이다. 그 뒤에 arr[0]부터 arr[n-1]에다가 MyObject의 인스턴스를 new로 할당하는 건 사용자가 또 직접 해야 한다.
C++이야 Java처럼 행동하고 싶으면 MyObject **arr을 하면 되고, 아니면 MyObject가 default 생성자만 있다면 곧장 MyObject *arr = MyObject[n]으로 객체의 배열을 만들 수 있으니 융통성이 있다.

그리고 한 객체가 여러 클래스들을 돌아다니면서 쓰이다 보면, 이 오브젝트가 값만 일치하는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그 오브젝트가 맞는지.. C++로 치면 주소값이 같은지, Java조차도 문자열은 equals 대신 ==를 써서 행하는 그 비교 대상값이 일치하는지.. 주소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C/C++은 & 연산자가 있으니 일도 아닌 반면, Java는 디버거 창이 아닌 로그 확인을 위해서는 toString을 일일이 해 줘야 하는 것이 불편한 점으로 남는다.
포인터라는 게 위험하다고 직접 노출을 금기시하다 보니, 포인터로 직통으로 할 수 있는 일까지 좀 불편하게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6. 클로저

C++은 수동 메모리 관리뿐만 아니라 pointer-to-member(더 나아가 함수 포인터라는 것 자체까지)라는 것도 오늘날의 타 언어들이 제공하는 깔끔한 클로저와는 전혀 관계 없는 원시적이고 지저분한 물건이다. C/C++은(정확히는 C가) machine word를 정말 좋아하는 언어이며, '포인터' 하나만으로 간편하게 구현 가능하지 않은 요소는 쿨하게 제공 안 하는 게 전통적인 설계 철학이었다.

그러니 함수 안에 함수를 만드는 걸 지원하지 않으며(당대의 경쟁 언어이던 파스칼과 달리), C++도 클래스 안에 클래스, 함수 안에 지역 클래스 같은 건 전적으로 접근성 scope 구분만 할 뿐, 자기 밖에 있는 클래스 멤버나 함수 지역변수에 자동으로 접근하는 메커니즘 같은 건 제공하지 않는다. 즉, Java 용어로 말하자면 static class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C++만 쓰다가 Java나 Objective-C 같은 타 언어에서 this 내지 상부 클래스 멤버에 접근 가능한 함수를 스레드 콜백 등으로 자유자재로 넘겨줄 수 있는 걸 보니 아주 신기했다. 요즘은 함수형 언어 영향을 받아서 함수 몸체를 이름조차 안 붙이고 바로 넘겨줘도 되니 더 편하다.

이것도 타 언어들이 더 객체지향 철학에 따른 것이고, C++이 기괴하고 경직된 구조의 언어인 셈이다. 물론, C++의 사고방식은 저런 유연한(?) 함수 포인터(C++ 용어), 셀렉터(옵C 용어), 클로저(???)를 구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부과되는 시공간 성능 오버헤드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하다.

C++은 저게 없는 대신에 P2M을 갖고 있는 셈인데.. C++의 또 다른 괴물 기능인 다중 상속과 연계하려다 보니 P2M도 도저히 '날포인터' 하나만으로 간편하게 구현할 수가 없어졌으니 참 아이러니이다. 이건 언어 설계 차원에서의 결함이나 마찬가지라고 봐도 할 말 없을 정도이며, 이와 관련하여 본인이 몇 년 전에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나저나 Java의 상속 "extends A"는 C++로 치면 ": public A", 다시 말해 언제나 public 상속과 같은 것이겠지?
난 부모 멤버들에 대한 접근에 더 많은 제약을 가하는 private, protected 상속은 사용해 본 적이 없다.

7. 자동 메모리 관리, 동적 배열 등, 나머지 생각들

뭐, 직장에서 Java 개발도 좀 해 보니 깔끔한 1파일 1클래스 구조에다 헤더와 소스 구분이 없고 코드 파싱과 빌드가 정말 광속인 것(C++ 외의 타 언어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throw IllegalArgumentException("value must be >=0") 예외 처리가 사실상 assertion failure이나 마찬가지이니 assert(0 && "error") 이런 테크닉이 없어도 되는 것들은.. 마음에 든다.

ABI 계층이 파편화 없이 딱 잘 통합돼 있고, 무식한 헤더 파일 대신 패키지로부터 추출· 복원된 프레임워크 소스와 코딩 컨벤션.. 매번 다시 컴파일 되면서 특정 타입과 완전히 결합해 버리는 C++의 템플릿 대신에, 진짜로 유연한 void*를 캡슐화했다고 볼 수 있는 제네릭.. 이런 건 부럽기도 하고 현대의 프로그래밍 언어와 프로그래밍 환경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뒷북으로나마 느낀다.

프로그래밍에서 "네이티브 코드 + 메모리 100% 수동 관리"(C/C++) 아니면 "가상 머신 + garbage collector 기반의 메모리 자동 관리"(C#/Java)의 차이는, 자동차 운전으로 치면 수동 vs 자동 변속기와도 비슷할 정도로 큰 차이인 것 같다. 자동차에서는 면허 조건이 달라질 정도로 큰 차이를 만들며, 프로그래밍에서도 뒷일 생각 안 하고 마음대로 new를 남발해도 되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는 매우 크다.

(그럼 메모리가 자동 관리되는 언어에서는... 무슨 서버나 GUI 프로그램이 아니고 일체의 아이들 타임이 없이, 자기 할 일만 일괄 처리하고 끝나는 콘솔(명령 프롬프트)+단일 스레드 프로그램이라면 GC가 언제 어떻게 개입하여 동작하는지 의문이 든다. 뭐 그냥 메모리 할당 부분에서.. 자원 반납 없이 지금까지 메모리를 사용한 양이 도를 넘어선다 싶으면 그때 동작할 수도 있긴 하겠다.)

C++을 까는 사람들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C++이 그렇게 지저분하고 자비심이 없는 대신에 어떤 넘사벽급의 강력한 네이티브 코드를 생산할 수 있는지, 그리고 Java가 편한 대신에 내부적으로 성능을 얼마나 많이 희생했고 런타임 오버헤드가 더해졌는지를 전부 논하지 않고 단편적인 비교만으로 언어 호불호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여겨진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고유한 주 용도가 있는 법이다.

옛날에 잠깐 써 봤던 파스칼은 포인터도 있고 자유로운 call by reference도 지원했지만 그 포인터가 C처럼 막강하고 배열과 연계되는 건 절대 아니며, 동적 배열을 못 만들었다. 아무리 파스칼이 교육용 언어를 표방하고 만들어졌다 해도 베이직으로도 가능한 기능이 없는 건 말이 안 되니 저건 후대의 파생 언어에서 개선되었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8/03/13 08:34 2018/03/1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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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다중 상속 생각

날개셋 한글 입력기 같은 Windows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다 보면 여러 개의 COM 인터페이스를 한꺼번에 상속받아 구현한 단일 클래스를 구현하게 된다.

그런데 하루는 이런 의문이 들었다. 각각의 인터페이스들이 다 IUnknown을 상속받았는데 어떻게 어느 인터페이스로 접근하든지 AddRef, Release 같은 공통 인터페이스들은 중복 없이 동일한 함수 및 동일한 숫자 카운터 인스턴스로 연결될까? 데이터 멤버 없이 인터페이스 상속만 하면 this 포인터 보정이 필요 없이 다중 상속과 관련된 문제들이 상당수 깔끔하게 해결될까?

그래서 클래스 A, 이로부터 상속받은 B와 C, 그리고 B와 C를 다중 상속한 D 이렇게 네 개의 클래스가 있을 때 일명 ‘죽음의 다이아몬드’ 현상을 해소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를 정리해 봤다. C++의 다중 상속과 관련해서는 이제 더 글을 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요소들이 더 있었다.

1. 가상 상속

클래스에서 상속이라는 건 기술적으로 어떤 구조체에다가 부모 클래스의 컨텐츠(데이터 멤버)들을 앞에 쭉 늘어놓고 나서 그 뒤에 나 자신의 컨텐츠를 추가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부모 클래스와 자식 클래스 포인터를 형변환 하는 건 그냥 프로그래밍 언어 차원에서의 의미 변환일 뿐, 메모리 주소가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아주 쉽다.

그런데 가상 상속은 부모 클래스의 컨텐츠를 그렇게 나 자신의 일부로서 고정된 영역에 배치하는 게 아니라, 포인터로 참조하는 것과 같다.
부모 클래스를 ‘가상’이라는 방식으로 상속한 자식 클래스는 부모 클래스와 자식 클래스가 굳이 메모리 상에 연속된 형태로 있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동일 부모를 공유하는 다수의 클래스가 다중 상속되더라도 이들이 공통의 유일한 부모 하나만을 가리키게 하면, 한 부모 클래스의 데이터들이 불필요하게 여러 번 상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D가 B, C를 ‘가상’ 상속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인 B와 C가 A를 미리 가상으로 상속해 놔야 한다.
가상 함수도 자식이 아닌 부모 클래스에서 미리 지정해 놔야 하듯 말이다.

그러니 클래스 라이브러리 개발자는 공통 부모를 공유하는 여러 클래스들이 사용자에 의해 다중 상속되겠다 싶으면 그 공통 부모를 virtual로 상속하도록 설계를 미리 해 놔야 한다. 특히 그 클래스(공통 부모 말고)가 순수 가상 함수 같은 걸 포함하고 있어서 상속이 100% 필수라면 더욱 그러하다.
앞의 A~D의 경우, 혹시 A가 default constructor가 없어서 B, C의 생성자에 모두 A를 초기화하는 인자가 들어있었다 하더라도, D의 A는 D의 생성자에서 제공된 인자만으로 딱 한 번만 초기화된다.

가상 상속을 한 자식 클래스는 굉장히 이색적인 특징을 하나 갖게 된다.
자식 클래스의 포인터에서 부모 클래스의 포인터로 형변환을 하는 것이야 너무 당연한 귀결이며, 반대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가는 건 좀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가능하다. 단일 상속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고, 다중 상속이라 하더라도 그냥 고정된 크기만큼의 포인터 덧셈/뺄셈만 하면 된다.
그에 반해, 부모 클래스에서 자신을 virtual 상속한 자식 클래스로 형변환은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A *pa = new D; //자식에서 부모로 가는 건 당연히 되고
B *pb = new D;
D *pd;
pd = static_cast<D*>(pb); //부모에서 자식으로 가는 건 요건 괜찮지만
pd = static_cast<D*>(pa); //요건 안 된다는 뜻..

그 자식 클래스의 주소와 부모 클래스의 주소 사이에는 컴파일 타임 때 결정되는 관계 내지 개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자식에서 부모로 거슬러 올라가는 게 단방향 연결 리스트를 타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됐는데, 저런 형변환은 단방향 연결 리스트를 역추적하는 것과 같으니까 말이다.

물론, 가상 상속이라 해도 현실에서는 D라는 오브젝트 내부에서 A가 배치되는 오프셋은 고정불변일 것이고 컴파일러가 그 값을 계산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자식 클래스들과 연속적으로 배치되지만 않을 뿐이다.
static_cast를 어거지로 구현하라면 구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A가 반드시 D에 속한 A라는 보장도 없고, 포인터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데.. C++ 컴파일러가 그런 어거지 무리수까지 구현하지는 않기로 한 모양이다.

2. 가상 함수로 이뤄진 추상 클래스(인터페이스)들만 상속

죽음의 다이아몬드를 해소하기 위해서 요즘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C++ 같은 우악스러운 수준의 다중 상속을 허용하지 않고, 잘 알다시피 데이터 멤버 없고 가상 함수로만 구성된 추상 클래스들의 다중 상속만 허용하곤 한다.
그러면 문제의 복잡도가 크게 줄어들긴 한다.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 장땡은 아니다.

명시적인 데이터가 없는 클래스라 하더라도 가상 함수가 들어있는 클래스를 상속받을 경우, 2개째와 그 이후부터는 클래스 하나당 vtbl (가상 함수 테이블 v-table) 포인터만치 클래스의 덩치가 커지게 된다.

단일 상속 체계에서는 this 포인터의 변화가 전무하니 상속을 제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한 vtbl의 크기만 커질 뿐, 그 테이블을 가리키는 포인터의 개수 자체가 늘어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다중 상속에서는 D 같은 한 객체가 상황에 따라 클래스 B 행세도 하고 클래스 C 행세도 하면서 카멜레온처럼 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A, B, D일 때의 vtbl, 그리고 C일 때의 vtbl 이렇게, 테이블과 테이블 포인터가 둘 필요하다.

클래스 D에 속하는 인스턴스 포인터(가령, D *pd)를 부모 C의 포인터로 변환해서 전달할 때는 pd는 A, B, D 같은 직통 상속 계열 vtbl이 아니라 C의 vtbl을 가리키는 형태로 오프셋이 보정된다. 그리고 여기서 가상 함수를 호출하면.. this 포인터가 C가 아닌 D를 기준으로, 보정 전의 형태로 복구된 채로 함수에 전해진다. 이 함수는 애초부터 C가 아닌 D에 소속된 함수이기 때문이다.

즉, 다중 상속에서 가상 함수를 호출하면 비록 겉으로 this 포인터는 바뀐 게 없지만 내부적으로 vtbl을 찾는 것을 부모와 자식 클래스가 완전히 동일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보정이 일어나고, 그걸 함수에다 호출할 때는 보정 전의 값을 전하도록 일종의 thunk 함수가 먼저 수행된다.
한 클래스 오브젝트에서 여러 인터페이스 함수를 자유자재로 호출하는 polymorphism의 이면에는 이런 비용 오버헤드가 존재하는 셈이다. 무슨 숫자나 문자열로 메시지를 전하는 게 아닌 이상, 서로 다른 클래스에 존재하는 가상 함수는 vtbl의 종류와 오프셋으로 구분할 수밖에 없다.

3. 멤버로만 갖기

다중 상속의 지저분함을 회피하는 방법 중 하나는.. 원하는 기능이 들어있는 클래스를 내 아래로 상속하지 말고 그냥 멤버 변수로 갖는 것이다. 상속하더라도 걔만 따로 상속해서 확장 구현을 한 뒤에 그걸 멤버 변수로 갖는다. 이 개념을 유식한 용어로는 aggregation이라고 한다.

이 방법은 다중 상속의 각종 오버헤드는 피할 수 있지만 그만큼 다른 방면에서 불편을 야기한다. 그 클래스가 동작하는 과정에서 내 클래스의 함수 및 데이터를 빈번하게 참조해야 한다면(결합도 coupling가 높은 관계..) 그 통로를 억지로 트는 게 더 불편하며 코드를 지저분하게 만든다. 또한 서로 다른 클래스 간에 중복 없이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일관된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게 다중 상속이 아니면 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게 경험상 딱 떨어지는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복잡한 클래스 계층이 필요한 대규모 개발을 한 경험이 없는 프로그래머라면 이런 부류의 문제는 배경을 이해하는 것조차 난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중 상속이 무조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며, 그걸 억지로 우회하다 보면 결국 다른 형태로 불편함과 성능 오버헤드가 야기될 거라며 다중 상속을 옹호하는 프로그래머도 있다.

이상.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다중 상속은 사람마다 취향 논란이 많은 주제이다. 비록 C++이 이걸 지원하는 유일한 언어는 아니지만, 네이티브 코드 생성이 가능한 유명한 언어 중에서는 C++이 사실상 대표격인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

어떤 기능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만 아니다면야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을 것이다. 상술했다시피 다중 상속이 가능해서 아주 편리한 경우도 물론 있다. 한 오브젝트로 다수 개의 기반 클래스 행세를 자동으로 하는 것과, 그 오브젝트 내부의 구현 함수에서는 여러 기반 클래스를 넘나드는 게 동시에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중 상속은 가성비를 따져 보니 그 부작용과 오버헤드, 삽질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구현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나 하는 게 PL계의 다수설 대세로 흐르고 있다. this 포인터의 보정이라든가, 복수 개의 기반 클래스들이 또 공통의 기반 클래스를 갖고 있을 때 발생하는 모호성의 처리 등.. 템플릿 export만치 막장은 아니지만 컴파일러 개발자와 PL 연구자들의 고개는 설레설레 저어지곤 했다.

그래서 C++ 이후에 등장한 더 깔끔한 언어인 D, C#, Java 등은 다중 상속을 지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다중 상속을 우회하고 복잡도를 완화하기 위해, 적어도 가상 상속만은 할 필요가 없게끔 static 내지 가상 함수 선언만 잔뜩 들어있는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만 다중 상속을 허용하는 것이다. Java는 두 종류의 상속을 extends와 implements라고 아예 구분까지 했다.

물론 이런 패러다임 하에서는.. 프로그램 구조가 간단해서 가상 함수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까지 일단은 인터페이스부터 만들어 놓고 구현 클래스를 내부적으로 또 만드는 식의 오버헤드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Java는 final이 아닌 함수는 기본적으로 몽땅 가상 함수일 정도로.. 디자인 이념이 애초에 성능 대신 극도의 유연성이니, 그 관점에서는 그건 별 상관이 없는가 보다.

가장 대중적인 기술이 알고 보면 레거시 때문에 굉장히 지저분하고 기괴하기도 하다는 것은 CPU계에서 x86이 그 예이고, 프로그래밍 언어에서는 C++이 해당되지 싶다. 전처리기(+생짜 파일 기반 인클루드), 다중 상속, 클로저 없이 특유의 pointer-to-member 기능 같은 것 말이다. 후대 언어에서는 저런 게 결코 도입되지 않고 있다.

본인은 다중 상속을 굳이 의도적으로 기피하면서 코딩을 하지는 않는다. 다중 상속이 필요하고 당장 편하겠다 싶으면 한 클래스에다 막 엮었다. 그 상태로 막 복잡한 pointer-to-member나 람다를 구사하면서 컴파일러를 변태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고, 컴파일러가 그냥 this 포인터 보정을 알아서 해 주는 것만 원했으니까 말이다.

하루는 ", public"라고 검색을 해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소스 코드 내부에도 혹시 다중 상속을 쓴 부분이 있나 찾아 봤는데.. 그래도 2017년 현재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소스 코드에는 데이터 멤버가 존재하는 클래스를 둘 이상 동시에 상속받은 부분은 없었다. 추가적인 상속처럼 보이는 것은 COM 인터페이스 내지, 내가 콜백 함수를 대신해서 내부적으로 만들어 놓은 추상 클래스 인터페이스들이었다.

한두 번 썼을 법도 해 보이는데.. 이 정도 규모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도 실질적인 다중 상속을 사용한 부분이 없다면 그건.. 정말로 가성비 대비 불필요하게 지원할 필요는 없을 법도 해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7/12/26 08:37 2017/12/2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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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버로딩과 오버라이딩의 관계

요렇게 Func라는 함수를 2개로 오버로딩한 A라는 C++ 클래스가 있다고 치자. 그리고 B는 A로부터 상속을 받았다.

class A {
public:
    virtual void Func(int x) {}
    void Func(int x, int y) {}
};

class B: public A { (...) };

B *ptr = new B;

그렇다면 B는 일반적으로야 너무 당연하게도 A가 갖고 있던 Func라는 함수에 곧장 접근 가능하다. ptr->Func라고 치면 요즘 개발툴은 사용 가능한 함수 후보 2개를 자동으로 찾아서 제시까지 한다.

그런데 B가 Func 중 하나를 오버라이드 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class B: public A {
public:
    void Func(int x) {}
    (...)
};

이전에는 Func라는 이름은 전적으로 부모 클래스의 전유물로 간주되었지만, 오버로딩 형태 중 하나라도 파생 클래스가 오버라이드 한다면 이 이름은 부모의 것과 자식의 것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생기더라.
이제 ptr->Func를 하면 오로지 B에서 갖고 있는 것 하나만 제시된다. 이제는 ptr->Func(1, 5)를 한다고 해서 부모 클래스가 갖고 있는 인자 2개짜리 함수가 자동으로 정적 바인딩 되지 않는다. ptr->A::Func(1, 5)라고 써 줘야 된다.

본인은 이런 기초적인 동작을 보고도 내 직감과는 일치하지 않는 걸 보고 약간 놀랐다. 마치 함수의 리턴값만으로는 오버로딩이 되지 않는 것처럼 저것도 C++이 제공하는 유도리의 한계인가 싶다.
내 의도는 동일한 이름의 함수를 인자의 형태를 달리하여 가상 버전과 비가상 버전으로 둘 다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비가상 함수는 부모 클래스 한 곳에다가만 정의해 놓은 뒤, 받은 인자를 보정하여 가상 함수 버전을 호출해 주는 고정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름을 동일하게 해 놓으니 파생 클래스에서는 직통으로 호출할 수가 없어서 결국 이름을 다른 걸로 바꾸게 됐다. 이런 것도 마치 생성자나 소멸자에서 가상 함수를 호출하려 한 것과 비슷한 차원의 디자인 실수가 아닌가 싶다.

2. pointer-to-member의 우선순위

C++에서 pointer-to-member 연산자인 .* 내지 ->*는 데이터 멤버를 참조할 때는 별 문제될 게 없지만, 함수를 참조해서 호출할 때는 앞부분을 따로 괄호로 싸야 한다. 즉, (obj.*ptrfn)(a, b) 내지, (pObj->*ptrfn)(x, y)처럼 말이다.
괄호 없이 pObj->*ptrfn(x, y) 이런 식으로 바로 호출이 가능하면 더 깔끔하고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문법이 왜 이렇게 만들어지게 됐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우선순위 때문이다. 일반적인 구조체 멤버 참조 연산자인 .와 -> 그리고 함수 호출을 나타내는 괄호 연산자는 모두 우선순위가 최상이며, 좌에서 우로 결합한다. 그렇기 때문에 a.b()는 토큰들이 아주 직관적으로 순서대로 해석된다.
그러나 pointer-to-member (이하 P2M) 연산자들은 곱셈 같은 이항 산술 연산자보다만 우선순위가 높을 뿐, 다른 단항 연산자나 괄호 연산자보다 우선순위가 낮다. 그렇게 자신만의 독자적인 우선순위가 있다.

이런 구조 하에서 괄호 없이 a->*b(x,y)라고 쓰면.. ->* 뒤의 b(x,y)가 먼저 해석된다. b는 뭔가 a에 적용 가능한 P2M을 되돌리는 함수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P2M 자체도 쓰임이 굉장히 드문 물건인데 하물며 P2M을 되돌리는 함수라..? 일상생활에서 좀체 볼 일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저렇게 a->*b를 괄호로 싸지 않고 곧장 함수 호출을 하는 표현도 볼 일이 없어진다.

만약 P2M 연산자의 우선순위가 일반적인 . -> 의 순위와 대등하다면 a->*b(x,y)만으로 (a->*b)(x,y)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아까처럼 b 자체가 따로 P2M을 되돌리는 함수라면, 그쪽을 a->*(b(x,y)) 라고 괄호로 싸야 할 것이다.

그런데 b가 데이터가 아닌 함수 P2M을 되돌리는 함수이고, 리턴값으로 또 함수 호출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저렇게 가상의 우선순위 체계에서는 a->*(b(x,y))(X,Y)와 같은 형태가 된다.
그러나 지금의 우선순위 체계로는 (a->*b(x,y))(X,Y)가 된다. 이렇게 비교를 하니 아무래도 b만 괄호로 싸는 것보다는 a까지 다같이 괄호로 싸는 형태가 그나마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요컨대 . ->는 오른쪽 피연산자로는 끽해야 고정된 멤버 이름밖에 오지 못한다. 임의의 변수, 상수, 값이 올 수 없다. 성격이 ::와 비슷하며, 애초에 C++ 말고 오늘날의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아예 . -> ::를 전부 구분 없이 . 하나로 간소화하는 게 트렌드일 정도이다. 오른쪽 피연산자 자체에 함수 호출이 있는지, 전체 결과값을 또 함수로 호출하는지 그런 걸 구분할 일은 없다.

그 반면, .* ->*는 생긴 건 단순 멤버 식별 연산자와 비슷하게 생겼어도 피연산자로는 사실상 아무 값이나 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뒷부분에 함수 호출 () 파트가 중구난방으로 나열되는 일을 막으려면 P2M은 . ->, 그리고 ()와 동일한 우선순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a->*b)(x,y)에서 a와 b를 싸는 괄호에는 이런 사연이 숨어 있다. 그래서 얘들은 기존 연산자들보다 우선순위가 한 단계 낮아진 것이지 싶다. 클래스에서 함수 포인터를 되돌리는 operator 함수를 선언할 때 발생하는 다소 난감한 상황과 비슷하다. 저것도 결국은 정석적으로는 안 되고 typedef나 decltype의 도움을 받아야만 선언 가능하니 말이다.

파스칼은 비트 연산자가 논리 연산자의 역할까지 하고 있고 얘가 C/C++과는 반대로 산술 연산자보다 우선순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if 문 안의 (A=B) and (C>5) 이런 항들을 일일이 전부 괄호로 싸야 해서 일면 불편하다. C++의 P2M 연산자의 우선순위는 마치 이런 사연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3. MFC와 C 라이브러리의 충돌

C/C++에는 빌드 과정에서 컴파일 에러뿐만 아니라, 현대의 언어에서는 찾기 힘든 개념인 링크 에러라는 게 있다.
이게 단순히 '요 명칭을(주로 함수) 선언만 해 놓고 정의를 안 했네요' 같은 간단한 것만 있으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 보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C/C++은 바이너리 인터페이스 수준에서 파편화가 매우 심한 걸로 악명높은 언어이다. C++ 함수 인자의 decoration은 말할 것도 없고, 당장 언어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C/C++ 표준 라이브러리부터가 그러하다. 디버그/릴리즈, 32/64비트 같은 거야 섞일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configuration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static/DLL, 컴파일러의 제조사와 제품 버전까지도.. 그냥 전부 제각기 따로 논다고 봐야 한다.

표준 라이브러리에 malloc, qsort 같은 영원불변의 간단한 물건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말이다. 그러니 다양한 출처에서 빌드된 라이브리러들을 한데 엮다 보면 별의별 링크 에러를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컴파일러를 Visual C++로 한정한다 하더라도, 대표적으로 MFC와 C 라이브러리(CRT)부터가 특정 상황에서 서로 부딪칠 수 있다.

MFC와 CRT는 구조적으로 둘 다 DLL 형태로 쓰거나 둘 다 static 링크하는 것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DLL 링크를 할 때는 괜찮은데 static 링크를 하다 보면 가끔 operator new / operator delete라는 메모리 할당/해제 함수가 MFC에도 들어있고 CRT에도 들어있다고.. 심벌 중복 정의라는 LNK2005 에러가 뜬다.

본인의 경우는 MFC를 사용하는 C++ 프로젝트에다가 precompiled header를 사용하지 않는 타 C 코드를 프로젝트에다 넣은 채로 MFC/CRT는 static 형태로 빌드를 시도했을 때 이런 상황에 놓이곤 했다.
operator new/delete 나부랭이야 내가 짠 코드도 아닌데 저 충돌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이건 그래도 많이 알려지고 유명한 문제인지라 간단히 구글링만 하면 해결 방법이 수십 페이지씩 쭈루룩 뜬다.
/NODEFAULTLIB 옵션을 줘서 링커가 라이브러리들을 암시적으로 자동 공급하지 않게 하고, MFC의 static 링크용 라이브러리인 uafxcw.lib를 다른 라이브러리들보다 먼저 링크되게 하면 된다.

예전에 마소에서 제공했던 Windows 9x 유니코드 API 호환 layer인 unicows 라이브러리를 사용할 때도 링커 옵션을 비슷하게 특이하게 고쳐야 했던 걸로 기억한다. kernel32, user32 같은 통상적인 라이브러리보다 unicows가 먼저 공급 되어야 Windows API 호출이 훅킹 DLL로 갈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C/C++은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 써야 하는 피곤한 언어이긴 하다. Visual C++의 차기 버전에서는 이런 문제는 자동으로 충돌을 감지하고 해결했으면 좋겠다.

4. 맥용 swscanf의 꼬장

표준 C 함수밖에 쓰지 않은 멀쩡한 x64용 C 코드가 Windows에서는 잘 돌아가던 것이 맥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이 경우 원인은 대부분 사소한 곳에 있었다. 파일을 읽고 쓰는 곳에 long이 들어가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Windows는 long도 int와 동급의 32비트로 보지만 맥에서는 이걸 64비트로 키웠기 때문이다. C/C++은 long도 그렇고 wchar_t도 그렇고.. 파편화가 너무 심하다..;;

단순히 기본 타입의 크기에 대해서는 본인이 예전에도 언급한 바 있다. 그것 말고 최근에는 또 다른 괴상한 사례를 발견했다.
long 문제와도 무관하고 도대체 안 돌아갈 이유가 전혀 없는 코드에서 오류가 발생하고 있었다. 어디에서부터 변수에 잘못된 값이 들어와 있는지를 추적해 보니 문제는 swscanf이었다. wchar_t 크기쯤이야 이미 감안하고 보정을 다 했기 때문에 문제될 여지가 없었다.

"설마 이게 문제이겠나" 싶었는데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읽어야 하는 문자열 뒤에 한글· 한자처럼 U+100 이후의 문자가 들어가 있으면 swscanf의 실행이 무조건 실패하고 있었다. 나는 "%X"라고 인자를 줬기 때문에  "FF00 가나다"이라는 문자열이 있으면 프로그램은 '가나다'는 전혀 신경쓸 필요 없고 0xFF00만 읽어 오면 된다. 게다가 'FF00'과 '가나다'의 사이에는 멀쩡히 공백까지 있어서 확인사살을 하고 있다.

그런데 확인을 해 보니 그냥 평범한 'ABC', '^&*%' 따위가 있을 때는 괜찮은데 '가나다'가 있을 때는 실패하더라. FF00의 값을 읽는 것과는 1도 아무 상관 없으며, Windows에서는 당연히 이런 현상 없이 값을 잘 얻어 온다.
이 때문에 swscanf를 쓰던 것을 wcstol로 바꿔서 %X의 역할을 대신하게 해야 했다. wide string 기반의 유니코드이니 무슨 로케일이나 인코딩 같은 설정을 할 필요도 전혀 없는데 swscanf가 왜 쓸데없이 꼬장을 부리는지, 더구나 맥만 왜 이러는지는 알 길이 없다. 살다 보니 별 일을 다 겪었다.

5. 정적 분석 써 본 소감

여느 프로그래머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은 요즘 개발툴들이 제공하는 정적 분석 기능을 잘 사용하고 있다. 방대하고 복잡한 코드에 존재하리라고 꿈에도 생각을 못 했던 실수들이 걸려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 초기화되지 않은 변수가 사용될 가능성, 메모리 내지 리소스 leak이 발생할 가능성 같은 것 말이다.
역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실수란 걸 늘 저지르는 동물이다. 기계가 이런 걸 안 잡아 줬으면 개발자들이 얼마나 고생하게 됐을까? 더구나 내가 직접 만들지도 않고 남이 짠 지저분한 코드를 인계받아서 유지 보수해야 하는 처지라면 말이다.

심지어 내가 머리에 총 맞기라도 했는지, 왜 코딩을 이 따구로 했었나 자괴감이 드는 오류도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은 처음에 코드를 그렇게 작성한 것은 아니다. 나중에 해당 코드가 변경되고 리팩터링이 됐는데 그게 모든 곳에 적용되지 않고 부분적으로 편파적으로만 적용되면서 일관성이 깨진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리턴값의 타입이 BOOL이다가 나중에 필요에 따라 int로 확장됐는데, 마치 Windows API의 GetMessage 함수처럼 체크 로직은 >0으로 바뀌지 않고 여전히 !=0이 쓰인다면 그런 부분이 잠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먼 옛날, Visual C++ 4~6 시절에는 프로그램을 빌드할 때 부가 옵션을 줘서 browse 정보를 추가로 생성할 수 있었다. 빌드 시간과 디스크 용량을 매번 추가로 투자해서 이걸 만들어 둬야만 임의의 심벌에 대해서 "선언/정의로 이동, 함수의 Calls to/Called by 그래프 조회" 같은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랬는데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C++ 같은 문맥 의존적인 언어조차 심벌 browse 기능 정도는 IDE의 백그라운드 컴파일러로 실시간으로 다 가능하고 최신 정보가 수시로 갱신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대신 지금은 빌드 때의 추가적인 액세서리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소스 정적 분석'이 된 거나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기계어 코드를 생성하는 빌드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대신, 통상적인 너무 뻔한 경고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꼼꼼하게 소스 코드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을 지적해 주는 것이다.

6. C++ 디버깅

하루는 회사에서 Visual C++ 2015로 개발하던 C++ 프로그램을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더 낮은 버전인 Visual C++ 2012로 빌드할 일이 있었다.
빌드는 별 문제 없이 됐지만, 그 프로그램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초반부에서 바로 뻗어 버렸다.

디버거로 들여다보니 원인이야 어처구니 없는 실수 때문이었고 금방 밝혀졌다. 클래스의 생성자에서 멤버들이 ABC~XYZ 순으로 초기화되는데, A~C의 초기화 과정에서 아직 초기화되지 않은 뒤쪽 멤버들을 참조하는 멤버 함수를 호출했던 것이다.
컴파일러가 지역 변수 int를 초기화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 정도는 곧장 지적해 주지만, 저런 실수까지 찾아내는 건 정적 분석의 경지로 가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버그가 오랫동안 존재했던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2015로 빌드할 때는 왜 잘만 돌아갔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디버그가 아닌 릴리즈 빌드로 말이다. 이 객체는 new로 heap에다가 할당하는 것이어서 전역변수와는 달리 초기에 내부 메모리가 언제나 0초기화라는 보장도 없는데..
더구나 C++은 성능 덕후 언어이기 때문에 파생 클래스 부분까지 기본적인 초기화를 다 해 준 뒤에 기반 클래스의 생성자를 호출하는 것도 아니고, 생성자에서 자신의 초기화되지 않은 부분을 건드려서 순수 가상 함수 호출 같은 각종 문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데... 언어 디자인이라는 구조적인 차원에서 말이다.

프로그램의 빌드 configuration을 바꾸면 한 환경에서는 없던 문제가 금세 튀어나올 수 있다. 디버그에서 릴리즈, 혹은 반대로 릴리즈에서 디버그로 양방향이 모두 가능하다.
또한, 평소에는 탄탄한 최신 NT 계열 Windows에서 개발하다가 프로그램을 더 불안하고 연약한 환경인 9x에서 돌리면 숨겨진 버그나 리소스 누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 요즘 컴파일러에서는 이렇게 할 수조차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컴파일러의 버전을 더 낮췄더니 숨겨진 문제가 튀어나온 경험은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7/11/29 08:32 2017/11/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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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레거시 부동소수점 MBF

컴퓨터에서 쓰이는 2진법 기반의 부동소수점이라는 개념이야 컴공· 전산에서 기본 중의 기본에 속하는 내용이며 본인 역시 이에 대해서 거의 7년 전에 글을 한번 쓴 적이 있다.
본인은 GWBASIC으로 프로그래밍에 처음 발을 내디딘 세대이다. 그런데 베이직이 PC와는 따로 노는 고유한 부동소수점 체계를 갖춘 언어였다는 사실을 30대 나이가 될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쉽게 말해 같은 컴퓨터에서 실행한 다음 프로그램의 실행 결과가 GWBASIC과 QuickBasic이 서로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참고로 MKS$, MKI$는 해당 숫자들의 binary representation을 문자열 형태로 되돌리는 저수준 함수이다. C++라면 reinterpret_cast<char *>(&num) 한 방이면 끝났을 일이다.

10 INPUT A!
20 IF ABS(A!)<.01 THEN END
30 C$ = MKS$(A!)
40 FOR I = 1 TO 4: PRINT ASC(MID$(C$, I, 1)): NEXT
50 GOTO 10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긴, 옛날에 베이직은 DEFINT A-Z 같은 걸 하지 않으면 변수의 기본 자료형이 정수가 아니라 실수였다. 언어를 설계할 때 성능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더 추구해서 그렇다. (5/3을 구하면 매정하게 1이 아니라 알아서 1.6666..이 나오게..) 그러니 구조적으로 실수를 지원하는 건 필수였다.

때는 무려 1975년, 빌 게이츠가 폴 앨런과 함께 알테어 베이직을 개발하던 시절에 동료들과 함께 뚝딱 해서 2진법 기반의 부동소수점 표기 방식을 만든 게 Microsoft Binary Format, 일명 MBF라는 스펙이 됐다. 32비트와 64비트 두 형태로 말이다.
이 부동소수점은 알테어뿐만 아니라 BASICA, GWBASIC 등 온갖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베이직 인터프리터에 두루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GWBASIC은 IEEE754가 아닌 MBF 고유 방식으로 부동소수점을 처리한다.

그랬는데 훗날 1984년경에 IEEE754라고 공신력이 더 높은 표준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급격히 그쪽으로 기울었다. 게다가 PC에서는 인텔 80x87이라고 오늘날로 치면 하드웨어 가속에 해당하는 수치 연산 보조 프로세서(코프로세서)도 응당 IEEE754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마소는 일찍부터 자체적인 부동소수점 포맷을 먼저 제정해서 이를 퍼뜨려 왔지만 이런 시국에서는 자기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게 되었다. GWBASIC의 후신인 QuickBasic도 80년대 중반에 나왔던 1, 2까지는 MBF를 사용했지만 3.0부터는 IEEE 방식으로 갈아탔다. 그 대신 기존 MBF 방식은 별도의 옵션을 줬을 때에만 지원하게 동작이 바뀌었다. (/MBF) MBF 형태로 저장된 부동소수점을 읽어들이는 레거시 프로그램들과의 호환성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럼 IEEE와 MBF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몇 가지가 있다.
똑같은 32비트 또는 64비트 공간에다 지수와 유효숫자와 부호 비트를 어느 순서대로 어떻게 분배할지 문제는 한 마디로 그냥 정하기 나름이고 대동소이하다. 마치 철도 궤간을 정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수 전체의 부호 1비트는 IEEE나 MBF든 공통일 수밖에 없고, 32비트의 경우는 지수 8비트, 유효숫자(mantissa) 23비트라는 비율 역시 동일했다. 다만,

(1) IEEE는 2의 보수 기반인 정수의 관행을 존중해서 부호 비트가 수 전체의 최상위 비트에 있는 반면, MBF는 지수와 유효숫자 사이에 존재했다. 다시 말해 mantissa의 최상위 비트에 있는 셈이다. 이렇게 배치를 함으로써 MBF는 IEEE와는 달리 지수와 유효숫자가 딱 8비트와 24비트로 byte padding이 맞춰지게 했다.

(2) 64비트 실수의 경우 이 비율도 달라진다. IEEE는 지수의 공간도 딱 3비트 더 늘어서 11비트이지만, MBF는 여전히 8비트이다. 그래서 32비트 single 실수를 쓰다가 64비트 double 실수를 쓰면 정밀도는 왕창 심지어 IEEE보다도 더 올라가지만 수의 표현 가능 자리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 대신 바이트 경계는 여전히 1:7 비율로 지켜진다.

(3) 다음으로, MBF는 IEEE처럼 denormal number나 NaN, 무한대/무한소 같은 개념도 없다. denormal이야 숫자 표현과 관련된 내부 디테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베이직 언어로 수학 함수를 사용하면서 NaN이나 무한대/무한소 같은 걸 접한 경험은 없다. 그런 숫자가 생성될 상황이라면 그냥 "Illegal function call" 에러가 나고 말지.
어쩐지 이런 것들은 본인이 훗날 C/C++로 갈아타면서 처음으로 접했다. 이게 엄밀히 말하면 언어 차이가 아니라 이런 부동소수점 표현 방식 때문에 생긴 차이점이다.

세계적으로 문자들은 언어와 문화권마다 제각각이지만 아라비아 숫자만은 세계 공통이다. 컴퓨터 세계도 사정이 얼추 비슷했는데 그나마 유니코드라는 규격 덕분에 동일한 문자는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방식으로 통용 가능해졌다. 그에 반해 숫자가 부동소수점 한정으로 표현 방식이 파편화돼 있었다는 건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롭게 와 닿는다.

C, 파스칼 같은 언어 이름은 함수 호출 규약 명칭에 등장하는데 베이직은 MBF라는 레거시를 보유하고 있구나. IEEE754의 등장 이전에는 MBF 말고 다른 부동소수점 표현 방식은 존재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남으며, 파스칼에만 있던 6바이트 실수가 규격이 어떠했는지도 다시 보게 된다. 스펙을 검색해 보니 파스칼도 지수부는 8비트이고 나머지가 부호부(1비트)와 가수부(39비트)이다.

2. MOTOR의 정체는?

이 블로그에서 GWBASIC에 대한 추억들 중에서 지금까지 이걸 거론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GWBASIC의 대화식 환경에는 코딩 중에 자주 사용하는 키워드들을 곧바로 입력하는 일종의 키매크로가 있었다. F1부터 F10까지 기능키에 배당된 매크로는 LIST, RUN, LOAD...의 순으로 화면 밑줄에 표시되었으며 KEY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사용자가 재정의도 할 수 있었다. 후대의 QuickBasic 계열에서는 없어지기도 할 법도 한 키워드인데 KEY에 그 기능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긴 하다.

그리고 매크로가 거기에만 있는 게 아니라 Alt+알파벳에도 있었다. A부터 Z 중 J, Q, Y, Z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알파벳에는 AUTO, BSAVE, COLOR ... WIDTH, XOR까지.. 키워드가 즉시 입력되었다. 이 키워드들은 딱히 재정의 가능하지 않았다. RUN과 SCREEN은 Alt에도 있고 F 기능키에도 있었다. (후자는 엔터까지 자동으로 입력된다는 차이가 있음)

그런데 본인이 주목한 것은 M 자리에 배당되어 있던 MOTOR라는 단어였다. 이거 도대체 뭘까? 경험상 숫자 인자를 하나 받는 것 같던데 도대체 하는 일이 뭘까? 두툼한 GWBASIC 매뉴얼/키워드 레퍼런스를 뒤져봐도 의외로 딱히 제대로 설명돼 있지 않았다. 그러니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전세계에 존재하거나 존재했던 모든 것들에 대한 정보가 손끝 하나로 검색되는 세상이 온 뒤에야 그게 그런 용도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MOTOR는 카세트 테이프 장치의 헤더를 올리거나 내리는 명령문이었다. 0부터 255 사이의 숫자를 인자로 받긴 하는데 실질적인 의미는 그냥 zero냐 non-zero냐, 쉽게 말해 그냥 bool이었다. 카세트 테이프가 퇴출된 16비트 이상의 IBM-PC급용 베이직에서는 이 명령은 구현되지 않고 아무 동작도 안 하는 레거시 잉여가 되었다.

옛날에 카세트 테이프에다 소스 코드 저장을 SAVE"FILE" 한 뒤 '녹음' 버튼을 눌러서 쭈루룩 하고, 불러오려면 저장되었던 위치로 정확하게 되감기를 하고 LOAD"FILE"한 뒤, '재생' 버튼을 눌러서 했다던데.. MOTOR는 그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나 유의미한 기능을 했다는 뜻 되겠다.

그런데 왜 이런 잉여가 한때에는 그 시절에는 자주 쓰이기라도 했는지 Alt+M 매크로에 떡 등재돼 있었다. 현실에서는 모터 따위보다는 MOD 연산자 또는 부분문자열을 구하는 MID$ 함수가 훨씬 더 자주 쓰일 텐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실제로 Alt+M에 MOTOR 대신 쿨하게 MID$가 배당돼 있던 GWBASIC 구현체가 있기도 했던 것 같다. 베이직은 바리에이션 구현체가 워낙 많으니.. 아니면 그건 그냥 내 기억력의 한계로 인한 착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 기타

(1)
이 외에도 GWBASIC은 그러고 보니 소스 코드의 저장도 고유 방식으로 했고 심지어 후대의 QuickBasic에도 비슷한 관행이 있었다(디폴트 옵션). 베이직 언어들은 그 옛날에도 일종의 가상 기계나 독자적인 개발 환경까지 다 짬뽕으로 추구했던 것 같다.
비주얼 베이직의 중후반대(4정도?) 넘어가서 COM 기반의 BSTR 방식으로 갈아타기 전에는 베이직은 문자열도 자기만의 독자적인 이중 포인터 참조 방식으로 구현돼 있었다. 일단 null-terminate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C와는 다름. 이것도 아마 MBF만큼이나 역사가 왕창 오래 된 독자적인 관행이 아닐까 싶다. (문자열에 대해서도 옛날에 한번 글을 쓴 적이 있다.)

(2)
난 C/C++ 파스칼 같은 타 언어로는 도스에서 텍스트 모드에서 색깔을 바꾸고 표준 VGA 그래픽, 특히 mode 13h를 바꾸는 코드를 작성해 본 적이 없다. 베이직에서는 COLOR 내지 SCREEN으로 곧장 됐을 일이 타 언어에서는 표준 라이브러리에서 지원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GWBASIC에서 Q(uick)Basic 계열로 바뀌면서 정말 좋은 것 중 하나가 본격적인 VGA 그래픽이 지원된다는 것이었는데, 16진수를 10진수로 바꿔 버릴 생각을 어째 했나 모르겠다. 실제로는 0x13인데 그걸 그냥 13만 써도 되게..;; 그것까지 초보자를 배려한 것이었나 궁금해진다. 그 초보자가 숙련자로 등급이 바뀌는 순간부터 문화 충격을 경험할지도 모르는데..

(3)
베이직이라는 언어 자체는 다트머스 대학의 컴공 교수가 고안한 것이지만, 저런 구현체는 빌 게이츠 같은 괴짜가 아니면 생각해 낼 사람이 별로 없을 물건이다.마소에서는 처음에는 다양한 8/16비트 컴퓨터를 대상으로 베이직 인터프리터를 개발했지만, 사실 IBM PC용으로는 베이직 컴파일러도 DOS 1980년대부터 만들어 오고 있었다.
그래서 Quick이라는 브랜드를 붙여서 QuickBasic 1.0을 1985년에 내놓았다. 이때 퀵베이직은 지원하는 문법은 GWBASIC과 별 차이가 없지만 대화식 환경이 아닌 명령줄에서 컴파일 + EXE 생성만 가능한 베이직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1년 주기로 버전 2와 3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구닥다리 행번호 위주가 아닌 구조화 문법이 차근차근 도입되었다. 베이직이라는 언어가 이때(1980년대 중반) 1차로 마개조된 셈이다. 그리고 4.0에 와서야 비로소 함수의 재귀호출이 가능해지고, 즉석 문법 체크와 실행이 지원되는 IDE가 추가되었다. 사실, IDE 자체는 2에서부터 도입됐고 그때 이미 퀵라이브러리도 도입됐다고 하지만, 그때는 지금과 같은 IDE가 아니었다.

그 뒤 1988년 가을에 출시된 QB 4.5가 장수만세 안정판이 되었다. 퀵베이직은 1990년에 어쩐 일인지 버전 5와 6을 건너뛰고 QuickBasic Extended 내지 MS Basic PDS (전문 개발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7과 7.1 버전까지 개발된 뒤, Visual이라는 브랜드로 바뀌었으며 이때부터 플랫폼도 Window로 바뀌었다. 5, 6을 건너뛴 이유는 퀵베보다 먼저 개발되어 온 그 전신 컴파일러의 버전 번호를 맞췄기 때문이다. (참고로 Visual C++도 IDE의 버전보다 컴파일러의 버전이 더 높음. 전신인 MS C 의 버전을 계승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1991년에 출시된 MS-DOS 5.0에서는 QuickBasic에서 컴파일 기능을 떼어낸 QBasic이라는 물건을 만들고, 이 엔진으로 MS-DOS 4.0까지 내장하고 있던 GWBASIC과, EDLIN 텍스트 에디터를 동시에 대체했다. 무척 흥미로운 점이다. MS-DOS가 전체 화면 형태로 제공하던 유틸리티는 4.0에서 도입됐던 DOS Shell 이후로 이게 둘째가 아닌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7/04/28 08:38 2017/04/2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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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언어는 가히 프로그래밍 언어계의 라틴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대중적인 언어가 돼 있다. 얘는 알골(Algol), 그 다음으로 B라는 언어의 뒤를 이어 단순하게 C라고 명명되었으며 1972년에 만들어졌다. 이걸 보면 컴퓨터계에서 3.0 버전이 흥행 대박 친다는 법칙은 언어 분야에서도 유효한 것 같다.

C 언어의 고안자는 '데니스 리치'이다. 이 사람은 지난 2011년 가을에 마침 스티브 잡스와 거의 1주일 간격으로 나란히 작고했다(잡스가 먼저). 그래서 컴퓨터쟁이들 사이에서는 둘 중 덜 유명한 사람이 사실은 컴퓨터계에 훨씬 더 큰 공헌을 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곤 했다.

C는 기본적으로 컴파일 형태로 빌드되는 언어이며, 1990년대를 전후해서 16비트 도스 시절엔 볼랜드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터보 C 컴파일러가 아주 대중적으로 쓰였다.
그러나 터보 C보다 이전에 IBM PC용으로 최초로 등장한 C 컴파일러는 Lattice C라고 다른 회사 제품이었다. 1982년인가 그렇다. 이게 그 먼 옛날에 타 플랫폼용으로 개발된 프로그램들을 도스용으로 포팅하는 데 중요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얘가 당대의 다른 후속 경쟁사 컴파일러들에 비해 코드 생성 성능도 좋았다고 한다.

사실은 Microsoft C도 Lattice C를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그러다가 1985년에 개발된 MS C 3.0부터 마소가 완전히 독자적인 컴파일러 개발 라인을 구축했다고 영문 위키백과를 보면 나온다. 브라우저에다 비유하자면 IE의 소스에서 모자이크의 소스를 완전히 떼어낸 것과 비슷한 격이겠다.

Windows의 경우 1.0은 처음에 파스칼로 개발되었으며, 이거 영향으로 실행 바이너리들을 들여다보면 export 심벌들의 명칭은 대소문자 구분이 없고 문자열도 앞에 길이가 기록된 형태로 저장되었다고 한다. 대소문자 구분이 없는 건 확실하게 본 기억이 있는 반면, 후자는 잘 모르겠다.

물론 초창기에도 파스칼이 아닌 C언어 기반의 Windows SDK가 있긴 했다. Windows 1.0 SDK의 경우 바로 저 초창기의 MS C 3.0까지는 아니고 4.0과 연계해서 동작했던 걸로 기억한다. 운영체제(?)의 개발과 컴파일러의 개발이 나름 병행되었던 셈이다. 그래도 뭐, 파스칼의 흔적이 어떤 형태로든 과거에 존재했기 때문에 PASCAL이라는 calling convention 명칭도 오늘날까지 legacy로 버젓이 전해지는 아닌가 싶다.

그러다 Lattice C는 1980년대 후반에 개발사가 타사에 인수되었으며 물건 역시 MS, Borland 같은 후발주자 대기업(?) 제품에 밀려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C를 제외하면 볼랜드는 파스칼을 민 반면, 마소는 빌 게이츠의 입김과 추억이 담긴 Basic을 밀었다. 베이직이 Quick-을 거쳤다가 나중에 폼 디자인 기능이 탑재된 Visual Basic이 되었다면, C 계열은 Quick-을 거쳤다가 C++ 언어에 MFC까지 탑재하여 Visual C++이라는 공룡으로 거듭났다. 물론, 그래도 VC에 지금과 같은 IDE의 프로토타입이라도 갖춰진 물건은 또 한참 뒤인 4.0 (1995)부터이다.

도스 시절에는 Turbo/Borland라는 브랜드로 볼랜드 컴파일러가 심지어 마소의 컴파일러조차도 따돌리며 리즈 시절을 구가했다. 1990년대 중반이 되면서 32비트 도스라는 틈새시장을 겨냥해서 Watcom, DJGPP 같은 제품이 꼽사리로 꼈을 뿐이며, 정작 마소와 볼랜드는 32비트 도스 플랫폼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허나, Windows 95/NT가 널리 퍼지면서 주력 C/C++ 컴파일러는 Visual C++로 판도가 급격히 기울었다. Lotus 1-2-3이 하루아침에 급격히 밀리고 Excel이 천하를 평정했으며, 넷스케이프가 90년대 말에 정말 급격히 몰락한 뒤 IE 세상이 된 것처럼 말이다. 컴파일러는 브라우저처럼 무슨 끼워팔기 독점 같은 게 있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상황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옛날엔 플랫폼 SDK와 함께 제공되던 공짜 컴파일러는 상용 Visual C++와 동급의 고성능 컴파일러가 아니었음)

자, 그럼 다음으로 C에 이어 C++도 언어와 컴파일러 역사를 회고해 보겠다. C++은 1970년대 말에 C with Classes라는 가칭으로 개발되었다가 1983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첫 발표되었다. C++의 고안자는 덴마크 사람이다. 그리고 초기의 몇 년 동안(1980년대 중반) C++은 인지도가 안습했던 관계로 독자적인 컴파일러가 존재하지 않았다.

오늘날 C++의 위상과 지위를 생각하면 저런 시절이 존재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만, 그때는 C++ 코드를 C 코드로 변환해 주는 Cfront라는 전처리기 형태로 C++의 구현체가 명맥을 이었다. 말은 전처리기라고 했지만 소스 코드를 완전히 분석하고 변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 수준은 엄연히 전처리기를 넘어 컴파일러의 front end급은 된다.

그러다가 C++ 직통 컴파일러가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이다. 메이저한 개발사인 볼랜드와 마소에서 C++ 컴파일러를 내놓은 것은 역시나 빨라도 1990년과 그 이후부터이지만, 1980년대 말에.. 그래픽 카드로 치면 VGA의 등장과 비슷한 시기에 C++ 직통 컴파일러를 내놓은 제조사도 있었다.
IBM PC/도스용으로는 Zortech C++가 그런 선구자 축에 든다. 딱 우리나라가 올림픽 하던 시절과 얼추 비슷하게 첫 작품이 나왔다.

Zortech C++은 훗날 1993년경에 Symantec C++ 이라고 브랜드 이름이 바뀌어서 6~7.x 버전까지 개발되었다. 도스와 OS/2, Windows (16/32비트)를 모두 지원하는데 역시나 볼랜드, 마소, 왓컴 같은 다른 브랜드에 밀려서 인지도는 그리 높지 못했던 듯하다.
본인은 먼 옛날에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이 컴파일러 자체는 접한 적이 있다. Hello, world!만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빌드해 봤는데 exe의 크기가 꽤 작게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Zortech / Symantec C++ 컴파일러의 개발자는 Walter Bright이라고.. 프로그래밍 언어 연구와 컴파일러 개발에만 뼈를 묻은 유명한 아저씨이다. 원래 전공은 전산· 컴공도 아닌 기계공학인데 프로그래머로 전업 후, 컴공에서 최고로 어려운 분야 축에 드는 컴파일러를 곧장 파기 시작했다는 게 대단하다.
이 사람이 D 언어의 고안자이기도 하다는 걸 본인은 최근에 알게 됐다. D에 대해서는 개발자 개인이 아니라 Digital Mars라는 개발사의 이름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C++ 컴파일러를 개발하는 현업에 수십 년 종사했으니 그는 C++의 언어 구조와 빌드 과정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비효율과 단점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집약해서 네이티브 코드 컴파일 언어이면서 C/C++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언어를 직접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D의 지지자· 사용자들이 어떻게든 똘똘 뭉쳐서 언어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목숨을 걸어도 시원찮을 판에, 런타임 라이브러리가 Phobos와 Tango로 분열되고 커뮤니티가 폭파되는 큰 악재를 겪기도 한 모양이다.

거기에다 C++ 자체도 2010년대부터는 부스터를 단 듯이 언어와 라이브러리가 모두 하루가 다르게 미친 듯이 발전하는 중이다. 이게 과연 내가 알던 그 C++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지경이며, 오죽했으면 같은 C++로도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을 잔뜩 도입해서 코딩을 하는 걸 Modern C++이라는 비공식 명칭으로 따로 일컬을 정도이다. 이대로 가면 인클루드의 단점을 개선하는 import/패키지 기능까지 가까운 미래에 C++에 도입될 추세다. 그러니 "호환용 레거시가 너무 지저분하다"처럼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 빼고는 단점들이 의외로 많이 해소되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다른 대기업이나 오픈소스 진영에서도 Rust처럼 네이티브 기반이면서 독특한 패러다임을 담고 있는 언어를 내놓고 있으니 D 역시 자신만의 메리트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직 먼 것 같다.
C에서 파생형 언어 명칭을 만든 게 C++, C#뿐만 아니라 D라니 참 재미있다. C++뿐만 아니라 C#도 고안자가 덴마크 사람이라니 저 나라도 의외로 전산 강국인 듯하다.

(여담이지만 Walter Bright 아저씨는 컴파일러 개발자 겸 PL 연구자로 이름을 날리기 전인 1970년대부터 이미 Empire이라는 턴 기반 전략 시뮬 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워낙 너무 옛날이니 오늘날과 같은 컴퓨터에서 컬러 그래픽이 나오는 형태의 게임은 아니었겠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정말 비범한 분이었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게다가 저 작품은 전략 시뮬 장르에서 맵의 전체 시야를 노출해 주지 않는 fog of war라는 개념을 첫 도입한 선구자이기도 하다고 한다.)

Walter Bright 말고, 또 볼랜드나 마소 계열도 아니면서 C++ 골수 덕후인 컴파일러 제조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Comeau. C++98이던가 03 시절에 그 악명 높은 템플릿 export 키워드를 유일하게 손수 다 구현한 이력도 있는 대단한 용자이다. 얘들 역시 1989년 초에 곧장 C++ 컴파일러를 내놓았으며, 그때부터 도스와 OS/2 등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했는데, 거기 내부엔 또 어떤 출신과 배경을 가진 컴파일러/PL 괴수가 기업을 이끌고 있나 궁금해진다.

Comeau 컴파일러는 오늘날은 프런트 엔드로는 Edison Design Group의 제품을 사용하여 동작한다. 그럼 저 업체와는 어떤 관계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프런트가 그런 관계이면 쟤들은 최적화와 타겟 코드 생성 같은 백 엔드 쪽에 차별화 요소가 있어야 할 텐데.. 백 엔드로는 아예 CPU 제조사라는 결정적인 텃새가 있는 인텔 컴파일러도 강세 아니던가? 그런 제품과 경쟁이 되려나 모르겠다.

이상. 이 글은 볼랜드나 마소 같은 유명 대기업 계열이 아니고 그렇다고 gcc 같은 오픈소스 진영도 아니면서 C/C++ 컴파일러를 상업용으로 제일 먼저 PC에다 구현했던 선구자들이 누군지를 문득 생각하면서 끄적여 보았다.

Posted by 사무엘

2017/03/24 19:25 2017/03/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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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잘 알다시피 C언어는 원래 '이식성 있는 어셈블리'를 표방할 정도로 고수준 언어의 탈을 쓴 뭐랄까.. 안에서 돌아가는 모든 내부 과정이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노출되고, 프로그램이 메모리 내부에서 다루는 모든 물건들은 비트와 바이트 단위로 접근 가능한 식으로.. 모든 것을 프로그래머 재량에 맡기는 가볍고 이상야릇한 언어라는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static/global을 제외하면 변수값의 초기화도 몽땅 수동으로 해야 하고, 배열 첨자 체크가 없고 심지어 문자열 타입도 없고.. 뭐 그랬다.
그 대신 공용체와 비트필드 같은 변태스러운 물건은.. C 말고 도대체 다른 어떤 언어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단적인 예로, 부동소수점을 부호, 지수, 가수부별로 쪼개서 내부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C 말고 다른 언어로 만드는 건 직관적이지 못하고 꽤 귀찮은 일이 될 것이다.

내가 직접 코드를 작성하지 않았는데 C가 언어 차원에서 자동으로 해 주는 일이라고는 환경변수 세팅이라든가 main 함수에 전달되는 argument의 파싱 같은 정말 최소한의 초기화밖에 없다시피했다.

하지만 C++은 언어 차원에서 몰래 하는 일이 더 있다. 우리가 빌드하는 프로그램에 코드가 추가되기 때문에 그 존재감과 오버헤드에 대해서 최소한의 인지는 하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종종 있다.
생성자와 소멸자, 임시 R-value 오브젝트, 암시적인 형변환 같은 건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이고.. 가상 함수가 호출되는 원리도 아주 흔한 예다. C로 표현하자면 pData->vptr->pfnFuncXXX(pData, ...) 과 같은 급의 다단계 포인터 참조 오버헤드가 발생한다. 이런 건 C++ 한다는 사람이 아무리 초짜라도 절대로 몰라서는 안 된다.

가상 상속 정도면 가상 함수보다는 훨씬 볼 일이 없는 물건이다. 컴파일 타임 때 미리 계산된 오프셋으로 기반 클래스를 참조하는 게 아니라 기반 클래스의 위치 자체를 포인터를 통해 런타임 때 얻어 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더 어려운 걸로 내려가자면 pointer-to-member가 구현된 원리가 있는데, 이것도 forward 선언된 클래스 + 다중 상속이라는 변수를 만나면 내부 구현이 더럽게 복잡해지며 컴파일러간의 바이너리 호환성도 깨진다. C++에서 한번 홍역을 치른 뒤에 다른 언어에서는 별로 도입할 생각을 안 하고 있다.

global scope에 속한 객체들이 생성자와 소멸자가 호출되는 타이밍, 순서와 원리도 알아두면 좋다. 이식성을 위해서는 global 객체를 만들지 말고, 번거롭지만 차라리 포인터만 만들어 놓고 new와 delete를 프로그램이 수동으로 하는 게 권장되고 있다.

Exception이라는 것도 아주 요상한 물건이고...
끝으로, 언어 차원에서 지원되기 시작한 RTTI(런타임 시점에서의 타입 정보 인식) 기능도 있다. 하지만 이건 제대로 쓰이지는 않는 것 같다. dynamic_cast, typeid 같은 연산자 말이다. 가상 함수가 존재하는 모든 클래스들에는 자동으로 언어 차원에서의 타입 식별 정보가 추가된다.

얘는 구현 오버헤드가 만만찮으며, 언어의 기능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RTTI를 구현한 레거시 코드도 많기 때문에 결국 컴파일러 옵션이 지정되었을 때만 지원되는 기능이 되었다. Visual C++의 경우 /GR 옵션이다.
개발 역사가 오래 됐고 다중 플랫폼을 지원하는 어지간한 프로젝트들은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 마치 문자열 클래스만큼이나 파편화와 중복 구현이 난립해 있다.
사실, RTTI가 제대로 지원되려면 가상 함수가 존재하는 모든 오브젝트들이 공통으로 상속하는 베이스 클래스라는 개념도 있어서 그 베이스 클래스에서 타입 식별과 관련된 멤버들을 제공해야 하지 않나 싶다.

C++은 언어 차원에서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철학을 가진 언어에서 출발했는데 점점 기능이 비대해지고 언어 차원에서의 개입이 늘고 있다.

2.
포인터는 CPU가 메모리 위치를 식별할 때 사용하는 숫자로, 일반적으로는 machine word와 다를 바 없는 아주 가볍고(= 함수 인자로 값을 그대로 넘겨줄 수 있는) 단순한 자료형이다.
여느 자료형의 포인터는 정수와 reinterpret_cast로 형변환이 가능하다. 함수의 포인터는 + - 산술 연산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역시 정수와 교환이 된다.

하지만 포인터가 machine word 하나와 딱 대응하지 않을 때도 있다.
과거 16비트 시절에는 64KB보다 더 큰 영역의 메모리에 접근하기 위해 세그먼트 번호를 추가로 묶은 far pointer라는 게 있었으며 far은 예약어였다. 뭐 그래 봤자 이 포인터는 32비트 long 정수 하나에 대응했으니, Windows 프로그래밍에서는 L이라는 접두어로 원거리 포인터를 표현했다. LPSTR, LPVOID, LPCWSTR 등.

32/64비트로 오면서 그런 구분이 없어졌기 때문에 접두어 L은 불필요한 잉여가 되었다. 본인 역시 PSTR, PVOID, PCWSTR이라고만 쓴다.
단, PVOID는 winnt.h에 typedef로 정의돼 있는데 const void *는 왜 PCVOID라고 정의돼 있지 않고 여전히 LPCVOID만 있는지는 본인이 알 길이 없다. 믿어지지 않으면 한번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정말 없다.

그리고 다음으로 machine word 하나와 딱 대응하지 않는 대표적인 기괴한 포인터는 아까도 잠깐 언급됐던 C++의 멤버 포인터이다. 다중 상속은 포인터간의 형변환이 일어났을 때 단순 언어적인 semantic뿐만 아니라 주소값 자체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었으며, pointer-to-member는 이를 보정하는 정보를 담느라 크기가 언제나 machine word 하나에 딱 들어가는 게 보장되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멤버 포인터는 신기하게도 reinterpret_cast나 C-style 캐스트로도 결코 숫자로 형변환이 되지 않는다. 숫자 하나가 아니라 구조체 같은 완전 생뚱맞은 자료형으로 취급된다. 크기와 내부 구현이 어떻게 가변적으로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것만은 C의 철학과는 정반대로 내부 구현과 접근을 프로그래머로부터 싹 감추고 숨겨 버렸다. 이거 굉장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신가?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구조체에서 어떤 멤버가 구조체의 시작 지점으로부터 정확하게 몇 바이트째 오프셋에 있는지 알고 싶을 때가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컴파일 타임 때 값이 결정되는 상수이다.
이럴 때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STRUCTURE *)0)->member이다. 이렇게 해도 동작은 잘 하지만 그래도 더 깔끔한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STRUCTURE::member가 제일 직관적이고 깔끔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이건 pointer-to-member에 대입 가능한 멤버 주소를 얻을 때 사용하는 문법이다.
member가 static 데이터 멤버라면 저 값은 그놈 자신의 주소가 될 것이고, non-static이라면 메모리 주소가 아니라 자신의 오프셋이 된다. 비록 pointer-to-member(데이터 멤버)가 단순 오프셋의 superset으로서 그 이상의 추상적인 자료형이긴 하지만, 결국은 내부적으로도 오프셋을 갖고 있는 꼴이기 때문에 int형으로 reinterpret_cast도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STRUCTURE *)0)->member을 안 써도 되게 말이다.

요즘 C++이 캡처가 없는 람다에 한해서 람다를 함수 포인터로 캐스트하는 것도 지원하듯이, 저것도 같은 맥락에서 정수형과 호환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osted by 사무엘

2016/11/22 08:33 2016/11/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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