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에 대해서

1. 자유형 집행할 돈과 공간이 없으면 딴 대안을 찾아야

요즘 우리나라는 교도소에서 죄수 수용할 공간이 없어서 난리이다. 한편으로 늘어나는 고령 노인 죄수들 때문에 교도소가 반쯤은 국립 무료 요양호텔로 전락해 있기도 하며, 또 더 잃을 게 없이 밥만 축내고 있는 사형수들은 제아무리 진상 부리고 깽판을 쳐도 교도관들이 어찌하질 못하는 등, 여러 문제가 많다.

사실, 징역/금고 같은 자유형 자체가 생각보다 최근에 등장한 현대적인 개념이다.
그 전, 전근대 시절의 감옥들은 판결이 날 때까지, 혹은 다른 진짜 형벌이 집행될 때까지만 죄수를 구금하는 '구치소'였을 뿐이다.
물론, 죄수를 가두고는 상부에서 죄수의 존재를 잊어버리는=_= 바람에 그 구금이 사실상 무기징역이 돼 버리는 경우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오늘날의 무기징역 확정 판결과 같은 급이 전혀 아니었다.

일정 기간 구금하는 것 자체를 형벌로 간주하는 건 옛날 행정으로는 집행하기 쉽지 않았다. 그 긴 기간 동안 죄수를 먹이고 재우고 관리하는 비용도 몽땅 다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도소의 과포화 문제가 심각한 지경이고 대한민국의 사법/법무부의 역량으로 이걸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

답은 간단하다.
자유형 대신 사형, 신체형, 재산형, 명예형의 비중을 늘려서 교도소 공간을 확보하는 수밖에. 내 말 틀렸냐?
"신상 비공개로 징역 10년 살래? 아니면 '차카게 살겠습니다' 광화문에서 조리돌림 한번 하고, 이 얼굴과 연락처 다 까발리고 사회에서 평생 고개를 못 들고 사는 대신에 교도소에서는 1년만 살래?" 딜을 제안하든지..

어떤 경우든 집행유예 남발이나 심지어 '교도소에 에어컨' 같은 더 흉악하고 사악한 해결책을 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난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그렇잖아도 나라에서 잘 살던 시절에 내놓았던 의료· 복지 정책을 도저히 시행하지 못하는 때가 수십 년 안으로 들이닥칠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고갈은 말할 것도 없고,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도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이다.

정상적인 일반 시민들 부양할 돈도 없는 지경인데 하물며 죄수들..??? 쟤들 언제까지 공짜로 먹이고 재워 줄까? 이래도 인권충들이 이길까, 아니면 뒤늦게라도 정의의 편이 이길까..?
난 지금 같은 교도소와 형벌 제도도 과연 언제까지 버틸지 눈 부릅뜨고 지켜볼 생각이다.

영어로 life가 생물학적인 생명이라는 뜻도 있고, 인생.. 삶이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성경에서 잠 4:23 issues of life (생명의 근원, 인생의 문제)이나 약 4:14의 life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형은 생명을 앗아가는 형벌이고, 종신형은 인생을 앗아가는 형벌이다. 단, life imprisonment는 종신형이니 life를 인생이라고 본 듯하다. 생명형을 가리키는 단어는 capital punishment라고 따로 있으니 말이다.

난 우리나라 특유의 "가해자 행세하는 피해자, 100을 피해 봤으면 이 기회에 500, 1000을 뜯어내서 신세 고치려는 짓거리" 정서를 매우 싫어한다고 예전에도 글을 썼었다.
그러나 살인에 사형을 요구하는 '생명에 생명'은 정말 정확하게 당한 만큼, 또는 오히려 그 이하를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과잉보복이나 과잉보상이 절대로 추호도 아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늘어나면 무슨 어딜 가나 머리가 되고 1등하고 복 받고 잘살고... 아이고, 그러기 전에 먼저 사회가 건강해져야 할 것이다. 경찰· 검찰이나 법원이나 교도소나 보험사가 할 일이 줄어들고, 접촉사고 하나에 아이고 뒷목 잡는 나일롱 환자 짓거리가 근절되고.. 그러면 병원이나 소방서나 군대, 사회복지사 등이 할 일도 덩달아 줄어들 것이다.

그게 정상인데 교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자기 신자 1명 늘리는 동안 시험 들고 실족한 사람 5명과 개독안티 10명을 추가하는 식으로 움직이니 빛과 소금은커녕 사회로부터 지탄 받는 것이다.

2. 찬송가 가사와의 접점

그러고 보니 찬송가 가사에서 형벌이 아주 분명하게 언급되는 예가 딱 두 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1) "내 주는 강한 성이요"의 3절이던가 후반부. "친척과 재물과 명예와 생명을 다 빼앗긴대도 진리는 살아서 그 나라 영원하리라"가 있다.
Let goods and kindred go, this mortal life also; the body they may kill: God's truth abideth still; his kingdom is forever!

이건 대놓고 재산형, 명예형, 생명형에 너무 정확하게 대응하니... 앞서 형벌의 종류를 나열할 때 머리속에서 바로 떠올랐다.
저건 뒤집어 말하면 사람이 인생 살다가 박탈당할 수 있는 것,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을 분야별로 나열한 셈이다.

그리고 (2) "환난과 핍박 중에도 성도는 신앙 지켰네"의 2절 전반부를 보자. "옥중에 매인 성도이나, 양심은 자유 얻었네"
Our fathers, chained in prisons dark, Were still in heart and conscience free;
이건 신체형과 자유형을 가리킨다. 두 곡의 가사가 상호 보완적인 것 같다.

(1) 루터가 살던 1500년대 시절에는 현대적인 의미의 징역 자유형이라는 게 없었다. 그 시절에 사람이 종교 이단으로 몰려서 공권력에 의해 작살나는 방법은 전재산 몰수에 추방, 가족과 생이별, 목이 뎅겅 짤리거나 화형..이었다. 그 험악한 시대상이 가사에 간접적으로나마 담겼다.
그 반면 (2)는 1800년대 중반, 징역형이라는 게 서구권에서 도입된 뒤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더 점잖게 옥에 갇혔다는 언급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본인이 다니는 교회에서 주제별 성경 공부 시간 때 '마귀론'을 다룬 적이 있었다. (신론, 기독론, 교회론 등에 이어)
그때 맨 첫 시간에도 본인은 준비찬송으로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골랐었는데.. 이때는 끝부분이 아니라 앞부분의 가사 때문이었다.

“옛 원수 마귀는 이때도 힘을 써 ... 천하에 누가 당하랴 / 내 힘만 의지할 때는 패할 수밖에 없도다, 힘 있는 장수 나와서 날 대신하여 싸우네”
그야말로 마귀의 정체와 위력, 놈과 싸우는 방법 등.. 단순히 영적 전투를 넘어 마귀론에 관한 한 정말 최고의 찬송이었기 때문이다.

중간에는 "내 평생에 가는 길" (2절 “저 마귀는 우리를 삼키려고 입 벌리고 달려와도 주 예수는 우리의 대장 되니 끝내 싸워서 이기겠네 ... 내 영혼 평안해”)
"믿는 사람들은 주의 군사니" (장수, 대장 소개를 하고 나서 그 다음에 “앞서 가신 주를 따라갑시다 / 원수 마귀 모두 쫓겨가기는 예수 이름 듣고 겁이 남이라 / 마귀 권세 감히 해치 못함”) 이걸 하고,
마지막 시간에 피날레로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 (영광 영광 할렐루야)”를 골랐었다.

3. 군대의 전역일과 교도소의 석방일

군대는 룰루랄라 집에 가는 만기 전역 당일도 법적으로 군복무 기간에 포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사자는 집에 가는 동안에도 법적으로는 여전히 군인 신분이다. 정확히는 휴가 나온 군인 내지, "전역 귀가"라는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과 비슷한 신분이 된다.

그 날이 지난 자정부터 진짜 진정한 민간인으로 전환된다. 전역 신고하고 군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바로 민간인이 되는 게 절대 아니다.
그러니 너무 감격스러워서 밖으로 나가자마자 안쪽으로 쌍욕을 퍼붓는다거나 도 넘는 경거망동 일탈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아직까지는 경찰이 아니라 헌병에게 잡혀가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말 원칙대로라면.. 혹은 전쟁· 사변 같은 급박한 상황이라면 그 날 일과까지 다 수행하고 나서 저녁에 귀가한다 해도 문제될 게 없다. 그건 너무한 조치이니 어지간해서는 당일 오전 중에 곧장 보내주는 것이다.

뭐, 진짜 급박한 상황이라면 전역이 통째로 연기돼서 그날 아예 집에 못 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군복무 기간이 통째로 연장될 수 있다.
지금 육군의 복무 기간인 1년 6개월은 진짜 법적인 기간이 아니라 "원래는 2년인데 그냥 편의상 6개월 깎아 주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병역법 제18조) 수틀리면 얼마든지 원래대로 되돌리고, 심지어 더 연장도 할 수 있다.

전역 당일 11시 59분 59초까지가 군인 신분인 것과 동급으로.. 입영 장정도 법적으로는, 원칙적으로는 보충대로 갓 입소하는 당일 0시 0분부터가 이미 군인 신분이다. 그것도 이병으로 말이다. 우리나라 군대에는 훈련병이라는 계급이 따로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간부는 양성 중에는 후보생이고 정식 임관을 한 뒤에야 군인인 반면, 병은 훈련소에 들어갔을 때부터 곧바로 정식 군인이다. 징병제인 데다 병은 훈련소에서 짤릴 위험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이런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소에 있을 때라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전사· 순직이라도 하면 일병으로 추서된다.

요즘 우리나라는 군복무 기간 대비 병은 계급이 너무 많고 부사관은 계급이 너무 적은 편이다.
이등병을 그냥 훈련병으로 그대로 치환해 버리고, 훈련소를 수료하면 바로 일병부터 시작.. 이렇게 계급을 단순화시키는 게 가장 이질감 없고 현실적이지 않겠나 싶다.

갑자기 군대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이런 군대와 달리 교도소는 만기 출소일 0시 자정이 형기가 완전히 끝나는 시점이다. 이때부터는 저 사람은 수감자· 죄수가 아니라 일단 시민 신분이 된다. 단지, 전과자일 뿐인 거지.

그렇기 때문에 형기를 마친 죄수는 원래는 0시 새벽에 칼같이 석방 방면이 가능하다.
허나, 귀가 교통편이나 인근 주민들의 반응 같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실제로는 최소한 해가 뜨고 대중교통이 다니는 아침에 출소하게 된다. 물론 출소 준비는 전날 한참 전부터 시작되지만 말이다.
이런 차이가 있다.;;

예전에도 몇 번 말했듯이, 일부 나라들은 군인의 탈영은 처벌하는 반면, 죄수의 탈옥은 따로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군인이야 애초에 근무 중에 탈영은커녕 긴급피난조차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극한직업이며(경찰· 소방처럼), 모병제 국가라면 자기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 직무를 저버려서는 더욱 안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죄수는 처지가 다르다.

죄수가 기회만 되면 최대한 탈출하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기본 보편적인 욕망이고, 그것 자체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마치, 범죄자의 직계가족이 그의 도피를 도와준 건 도의적으로 형사처벌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탈옥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탈옥 과정에서 교도소 시설을 파손하거나 교도관을 폭행하는 사이드이펙트...를 남겼다면 그건 여전히 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6/07/01 08:35 2026/07/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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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이야기

요즘은 사회 전반에 비밀이라는 게 갈수록 없어지고 내부가 개방되고 있다. 어떤 폐쇄적인 집단에 대해서 직접 소속된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던 내부 사정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진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내부의 오랜 비리나 부조리가 폭로되고 시정되기도 한다. 그러니 비밀이 없어지고 투명해지는 것 자체는 대체로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굳이 북한 주민 인권 같은 거창하고 정치적인 얘기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폐쇄적인 조직 중 대표적인 예인 군대를 예로 들면.. 2000년대 중후반에 연재되었던 주 호민 씨의 웹툰 <짬>이 미필자나 여성을 상대로 군대의 내부 사정을 대중적으로 잘 알렸다. 그저 긍정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관제언론인 국방일보 같은 것 말고 말이다.
그 뒤로 2010년대에는 군대 안에서도 더욱 희소한 병과를 소재로 한 <DP 개의 날> 같은 웹툰까지 발표되었다. <짬>의 주인공이 평범한 육군 운전병인 반면, 저건 주인공이 탈영병 체포조 소속인 헌병이다.

이런 식으로 사회 복지 음지, 소록도, 무슨 특수부대, 극한 직업, 원양어선, 국정원 내부, 대성동 주민 등등..
이 좁은 대한민국 땅에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나 싶은 이야기들에 본인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군대 체험으로도 모자라서 교도소 내지 그에 준하는 피의자· 피고인 신분 체험기까지 인터넷에 종종 올라와서 유명세를 탄 게 있다. 직접 범죄를 저질러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고, 유경험자는 부끄러워서라도 공유를 꺼리니 대중적으로 알려질 일이 극히 드문 아이템인데도 말이다.

예전에 '마사토끼'라는 웹툰 작가가 "마사토끼 아청법에 걸리다"라고.. 기소되어 재판을 거쳐 벌금형을 받기까지의 실화 각색 만화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 이분에 대해서 다른 만화 작품은 모르겠고 "물은 답을 알고 있다"를 풍자하여 탐정 만화를 그린 걸 개인적으로 아주 재미있게 봤었다. (그러고 보니 <빵점동맹>에서는 그림 말고 스토리 작가이기도 했구나.)
그랬는데 자신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원에 출두하고 벌금형을 받은 체험기까지도 선뜻 웹툰 소재로 선택해서 공개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스펙 없던 어떤 지방대 문과 계열 졸업생이 노량진에서 죽어라고 공부한 끝에 영어, 국어, 국사 등의 맥을 차례로 잡고 국가직· 지방직 공무원 시험 합격 3관왕을 달성했다. 누군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사람은 전문 웹툰 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 준수한 그림 실력으로 자신의 시험 준비와 시간 관리 요령을 만화로 그려서 연재했으며, 본인은 이걸 본 적이 있다. 이런 성공 자랑 스토리에 비해 법원 다녀 온 이야기는 다시 떠올리고 싶은 유쾌한 경험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마사토끼보다 더 수위가 센 만화도 나왔다. 바로 "교도소 일기"로, '엄격 진지 근엄' 짤방의 근원지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의 그림은 교도소 내부에서 군기를 잡는 헌병뻘 되는 교정직 공무원을 묘사한 것이다. 무슨 나치 시절 SS 요원처럼 검은색 제복 차림이다.

주인공은 제목과는 달리 교도소에서 실형을 산 건 아니고, 구치소에만 있다가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걸 크게 구분하지 않으며, 구치소와 교도소 무슨 용어를 선택하건 만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달라질 건 없으니(이런 데에 절대 와서는 안 된다. 범죄 저지르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제목을 편의상 교도소 일기라고 뽑았다고 한다. 미결수들은 관대한 처분을 받기 위해 일과 시간에 판사에게 '앙망문'ㅠㅠ을 많이 써서 보낸댄다.

저기를 전근대 용어로는 '감옥'이라고 하고 '형무소'는 일본 본토에서는 지금도 쓰이는 일본식 한자어다. 오늘날 우리말의 공식 명칭은 '교도소'. 죄인을 가둬서 벌을 준다는 의미 대신 얘들을 바르게 교화한다는.. 뭔가 긍정적인 뉘앙스를 넣어서 말을 다시 만든 것이다. 가격을 인상하는 게 아니라 합리화, 재조정하듯이 말이다. -_-;;
영어로는 prison 또는 jail이라고 하는데, 한국어 같은 유치장-구치소-교도소를 영어로 정확하게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jail은 prison보다 동사로 활용도 더 잘 되는 것 같다. "I could have jailed you for doing/saying that!"처럼.

요즘 워낙 교도소의 사정이 좋아지고 공권력의 위상도 땅에 떨어진 덕분에 그냥 차라리 "깜빵이나 갈래요" 심정으로 범죄 저지르는 간 큰 사람까지 등장할 정도라지만..
근본적으로 개인 사생활과 자유가 없는 곳은 아무리 생물학적인 생존이 보장되는 곳이라 해도 사람이 갈 곳이 못 된다.
화장실 이용이 저 따위로 극도로 불편한 거 하나만 봐도 오금이 저릴 것 같다. 저기가 진짜로 국립 호텔이라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다.

군대에서 짬밥을 먹는다면 교도소에서는 콩밥을 먹는다. (여담이다만, 왜 '짬밥'만 사이시옷/사잇소리가 적용되어 '짬빱'이 되고 '콩밥'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다. '볶음밥'과 '비빔밥', '물고기'와 '불고기'의 차이처럼 말이다. 이건 국어학계에서도 "그냥 케바케. 정말 원칙이 없다"로 귀착되고 있는 문제이다.)

경찰서 유치장은 무슨 입소대대요, 구치소는 훈련소나 보충대, 진짜 형이 확정되어 가는 교도소는 자대뻘 되려나 모르겠다.
군대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군대가 교도소와 다를 바 없네 하는 말이 있다. 군대와 교도소는 개인의 자유가 없거나 지극히 제한된다는 공통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존재 목적이 서로 매우 다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큰 차이도 있다.

  • 군대에서는 휴대와 관리 효율을 위해서 식당에서 포크 겸용 숟가락 하나만 쓰는 반면, 교도소에서는 끝이 아주 뭉툭한 플라스틱제 숟가락과 젓가락이 쓰인다. (자해 내지 탈옥 도구로 활용 못 하게. 죄수들에게 금속류를 줘서는 위험하다)
  • 군대에서는 병사들의 체력 단련을 강조하고 권장하지만, 교도소에서는 실내에서 신체 운동이 절대 금지다. 하다가 걸리면 징계 받는다. (가혹행위 못 하게)
  • 전투복은 야외 활동 능률을 위해 상의와 하의 곳곳에 주머니가 많다. 그러나 죄수복은 정반대로 주머니 같은 거 없다. 신발에도 명백한 이유로 인해 전투화와는 달리 끈이 일체 없다.
  • 군대에서는 병사들의 선거권이 보장되지만 교도소 수감자들은 그렇지 않다.
  • 군대는 비록 몰래 목 매달아 자살하는 사람도 나올지언정, 영창 화장실이 아닌 이상 화장실 안만큼은 사용 중 완전한 폐쇄를 보장해 준다.
  • 그나마 교도소는 불침번 같은 건 없구나. 일과 시간이 끝나면 다같이 푹 자는 게 보장된다. 다만, 밤중에 화장실 이용은 여전히 편하게 못 한다.

수저조차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교도소뿐만 아니라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줄 때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음을 생각해 보자. 실제로 9· 11 테러 때 테러범들은 스테이크 써는 용도의 플라스틱 나이프만 갖고도 승객과 조종사들을 제압했다고 하니까. 그 뒤 미국에서 운용되는 여객기들은 액체 반입 제한에다 스테이크는 미리 다 썰어 놓은 채로 주는 등, 별별 보안 제약이 더 생겼다.

다음으로, 집단 내 서열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군대에서 훈련소는 같은 날 들어와서 같은 날 나가는 동기들만으로 구성돼 있어서 형태가 제일 단순하다. 자대부터는 병들이 들어온 날이 제각각이어서 짬과 서열과 계급 차이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으로 복무 기간은 다들 동일하다. 또한 장교인 소대장 아래로 병 중에서도 완장 찬 분대장이 있어서 후임들을 통제한다.

그에 반해 교도소는 한 방의 수감자들이 들어온 날과 나가는 날에 아무 개연성이 없다. 연령대도 전혀 비슷하지 않다. 그러니 동기는 전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참과 말년 서열도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해서도 절대 안 된다. 감방 내부에서 죄수들끼리 군대놀이가 행해지고 일진 같은 조직과 '짱'이 존재하고 간수 끄나풀이 존재하는데 그걸 간수들마저 죄수 관리의 편의라는 미명 하에 묵인· 동조· 방치한다면 교도소가 얼마나 개판이 되겠는가?

물론, 아예 사형수나 극도의 흉악범 또는 죄질과 별개로 멘탈에 문제가 있는 위험 죄수는 독방에 따로 수용되거나 더 엄한(= 햇빛 구경하기가 더욱 어려운) 교도소로 옮겨지긴 한다.
군대에 소규모 징계 시설인 영창이 있듯이, 교도소도 그런 목적으로 독방이 있다. 보는 눈이 없이 혼자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지만 하루 종일 아무 행동도 못 하고 벽만 쳐다보고 지내야 하니 그건 그것대로 고문이라고 한다. 독방이 무슨 왕중왕도 아니고 교도소 안의 교도소 역할을 한다.

병역 의무가 있는 나라에서 누구든지 가능한 한 군대에 안 가려고 애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허나, 질이 지나치게 안 좋아서 통제가 안 되는 단점이 신체 능력이 뛰어난 장점보다 더 큰 사람은 군대에서도 아무리 사람이 부족해서 난리라 한들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만한 게 죄수들이니까 얘들을 삼청교육대 식으로 인간흉기로 개조시켜서 공작원으로 투입하거나 선원으로 부려먹는 건 인권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부려먹는 갑의 입장에서도 영화· 소설에서 보는 것만치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언제 딴마음 품고 사고 칠지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믿고 덥석 위험한 무기나 도구를 쥐어 주고 일을 시킬 수 있겠는가? 일례로, 박통 시절에 실미도에서 몰래 양성되었던 북파 공작원들도 사형수· 죄수 출신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일제 강점기 때도 조선인을 상대로 징병제는 갈 데까지 다 간 말기인 1938년이나 돼서야 시작됐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군대 안 가려고 장애인으로도 모자라서 전과자가 되는 것까지 불사할 정도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은 요즘 같은 평시에야 많지 않다. 하지만 옛날에 정말 나라가 전쟁에 휘말려서 위태롭고 병사들의 사망률이 높던 시절에는 "군대 가느니 차라리 감옥 가고 만다, 배째!"도 당연히 있었다.

사람이란 살면서 병원에 갈 일이 없어야 하듯이 법원이나 경찰서 같은 곳에도 정말 갈 일 없고 마주칠 일이 없는 게 제일 좋을 것이다. 피해 신고자나 증인 신분으로 가는 거면 최소한 자기 마음은 부끄러울 것 없고 떳떳하겠지만, 그래도 골치 아픈 일에 엮인 상태인 건 변함없지 않은가?

군인과 민간 공무원의 하이브리드인 군무원이라는 직종이 있듯이, 군대와 교도소의 하이브리드인 '국군 교도소'도 있다. 군인 신분으로서 영창보다는 크고(빨간 줄 그이고), 그렇다고 군번 즉각 말소에 민간인 싸제 교도소로 옮겨질 정도까지는 아닌 규모의 죄를 지은 사람이 가는 곳인데.. 이곳 역시 가서 좋을 건 전혀 없는 곳이다.

반대로 그런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에 비례해서 고소득 전문직이다.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스트레스와 책임감이 크고 재미없는 일을 하니까. 영적으로 보자면 저런 직업은 인간의 죄의 결과를 수습하는 직종에 속하기 때문에 저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수요가 절대 없어질 수가 없다. 옛날에 그 고상한 청교도들이 신대륙으로 건너가서 미국을 세운 뒤에도 교도소는 거의 곧장 필요해졌다지 않는가?

가령, 검사라 하면 얼마나 머리가 비상하고 공부 많이 한 사람일 텐데, 그 좋은 머리로 맨날 하는 일이 뭔가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게 아니라 남을 일단 의심하고 나쁘게 보고 기소하고 형량을 판사에게 청구하는 일이다. 정신 건강에 좋은 일은 아니어 보인다. 저것만 하다가 맛이 가 버려서 인격 파탄 막장 싸이코 검사가 나오는 것도 본인은 이해는 할 것 같다. (피의자에게 막말, 가혹행위..;; )

우리나라에 10월 28일은 '교정의 날'이라고 법정 기념일이다. 저건 9월 18일 철도의 날만큼이나 교정 분야의 궂은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날이다. 우리나라가 민간 싸제 교도소가 막 발달한 나라는 아니니, 이 바닥 종사자들은 사실상 다 공무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교도소만 찾아 다니면서 포교· 선교 활동을 하는 종교인들도 있다. 군대보다도 저런 곳이 복음이 더 절실히 들어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니까. 개인 활동을 못 하는 곳에 있으면서 성경이라도 제대로 읽고, 인생과 죄 문제와 죽음 이후 세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보라는 것이다.

사람이란 게 꿈에도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덜컥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비슷한 이치로 욱 하다가 정말 사소한 실수 때문에 은팔찌 득템에 경찰서 정모를 할 수도 있다. 굳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말이다. 사람이 죽는 급의 큰 교통사고를 내거나 경제 사범으로 몰리는 바람에 철창 신세를 질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애초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야겠지만 세상엔 이런 바닥도 있다는 걸 미리 염두에 둔다면 나중에 예상치 못한 비극이 찾아왔을 때 좀 덜 당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17/02/03 08:34 2017/02/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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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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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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