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비용 치르기
자동차의 불법 주차 문제는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문제와 좀 비슷한 구석이 있어 보인다.
눈에 현물이 보이는 컴퓨터 하드웨어나 자동차야 당연히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물건이라는 것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돌아가는 무형의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도 돈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상품이라는 것, 그리고 땅값 왕창 비싼 곳에서 자동차가 상당한 공간을 점유하는 데도 비용 지출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단속만 없다면 불법을 저지르기도 훨씬 더 쉽다. 간단히 프로그램 파일을 복사하는 것이나 길가에 슬쩍 차를 세워 버리는 건.. 가게에 침입해서 컴퓨터나 자동차를 훔쳐서 튀는 것에 비해서는 난이도가 가히 비교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 결국은 이건 시민 의식이나 법 집행 시스템이 얼마나 성숙했느냐에 따른 문제로 귀착되는 것 같다.
2. 본보기
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법을 어겼을 때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의를 응징하고 바로잡기 위해서 사람들이 당장 자기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수고도 얼마든지 감수하며, 그게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관념이 있어야 하리라 여겨진다.
가령, 내 돈 100원을 꿀꺽 먹은 공중전화나 자판기를 시정하기 위해서 1천, 1만 원의 시간과 노력과 금전 비용을 소모하며 민원 넣고 난리 치는 비합리적인(?) 사람이 일상적으로 배출되는 게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리암 니슨이나 차 태식 같은 아재가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유괴범들은 징역보다 무서운 전기/네일건 고문과 사적 보복이 두려워 범죄를 꺼리게 되며, 덕분에 그 아재 같은 피지컬을 갖추지 못한 아빠들도 덤으로 안심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된다. 백신만 집단면역 효과를 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을 넘어 국가로 가면 이 원칙이 더 절실해진다. 이러니 정상적인 나라라면 소말리아 해적한테는 인질 몸값을 호락호락 주면서 타협 거래를 하지 않는 거다. 반대로 소말리아 해적도 러시아 같은 무지막지한 나라의 선박은 안 건드린다.
동일한 맥락에서, 북괴하고도 돈 퍼주는 거래를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거다. 법과 상식이 안 통하고 힘에 굴복하는 것밖에 모르는 놈들한테는 저렇게 하는 게 정의 구현이다.
3. 불가피한 상황
세상의 보편적인 법은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이라는 걸 인정한다.
자기가 목숨을 부지하려고(= 죽지 않으려고) 정말 어쩔 수 없이 남을 해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으며, 비슷한 맥락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서 억지로 범죄에 떠밀려서 가담한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를 법률 용어로는 '위법성 조각 사유 성립'라고 말하는 듯한데.. 물론 이런 극단적인 예외를 입증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질병을 입증해서 군 면제 받는 게 쉽지 않듯이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너무 배고프고 굶어 죽기 직전이어서 눈이 뒤집힌 나머지, 남의 음식을 집어먹은 사람도 이론적으로는 용서될 수 있다.
하지만 평시에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나라에서는 그 정도로 막장 상황에 몰린 사람 자체가 극도로 드물며, 또 절도죄를 저지를 체력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이 진짜로 굶어 죽기 직전 상태는 아님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이건 여느 정당방위 긴급피난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하겠다. 허나, "사흘 굶고 도둑질 안 하는 사람 없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니, 이렇게 진짜로 굶주린 좀도둑은 정상이 참작되기는 할 것이다. 마치 "긴 병에 효자 없다"처럼 말이다.
4. 신고의 의무, 불고지죄
의사는 자신이 맡은 환자의 신체· 건강 상태 같은 개인 정보를 외부에 절대로 누설하지 말고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직업 윤리이고 법적 의무이다.
단, 환자에게서 총상이나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했다면 이를 경찰에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 이 또한 의무이다.
비슷하게.. 웹하드· 클라우드 사업자라면 업로더가 보관하는 데이터를 절대로 검열하거나 유출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온갖 음란물· 불온물 등등을 제치고 아동 포르노는 발견 즉시 무조건 신고하게 되어 있다. 이건 너무 선을 넘는 막장짓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들에서 법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 이건 마치 서류 복사를 하는 기계나 사람이 위조지폐를 만들려는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 같다.
그 외에, 술이나 음란물이나 마약 같은 물건은 소지만 해도 죄, 소지는 자유이지만 판매· 유통하면 죄(미성년자에게 술) 등, 나라마다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민주 인권 국가에서라도 죄질이 악랄하고 매우 안 좋은 일부 죄에 대해서는 무죄 추정 원칙을 포기하고 그냥 걸리면 무조건 처벌, 미수도 처벌을 넘어서 신고하지 않고 묵인한 것만으로도 '불고지죄'로 처벌.. 이렇게 독하게 취급하는 게 있다. 그런데 시민들을 감시· 통제를 많이 하는 사회주의 비민주 국가에서는 국가 존립이 아니라 단순 정치와 관련된 별 희한한 행위까지 이런 식으로 검열하고 감시하기도 한다.
5. 죄를 지은 동기
같은 살인죄로 감방에 들어왔어도.. 신입 죄수가 이런 식으로 신고를 한다면 어떨까..??
- 중증 치매/자폐 앓는 부모/자식을 10년을 간병하다가 도저히 참다못해서 차라리 교도소 가기로 작정하고 목 졸라 죽였다
- 내 딸 죽인 데이트폭력 살인범을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니 억울해서 밤에 찾아가서 차로 치고 밀어버렸다
- 김 구 선생 암살범을 내 손으로 패 죽였다
- 우리 나와바리를 침범하는 상대방 조직원들을 몽땅 칼빵 놓고 보스의 목을 땄다
감방 분위기는 싸~해질 것이고 주변 죄수들이 그 사람 털끝만큼이라도 못 건드릴 것이다. 오히려 그 사람이 그 감방의 왕고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딩 유괴살인으로 왔다고 하면 그냥.. 정반대 분위기가 되는 거다. 이런 죄수는 감방에서도 딴 죄수나 교도관으로부터 완전히 찐따 호구 동네북으로 전락이다.
인지상정이라는 게 죄수들 사회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죄수들끼리도 인간 취급 안 하는 더 나쁜 죄인이란 게 있다. -_-;;
6. 가족
우리나라의 법은 혈연 가족 관계를 여느 인간 관계보다 더 밀접하고 특별한 것으로 보고 이를 존중한다.
예를 들어.. 보통은 수배된 범죄 피의자를 숨겨주고 도피를 도와주는 건 그 역시 범죄로 간주되어 처벌된다. 하지만 그 피의자의 가족이 당사자 편을 들어서 저렇게 해 준 것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는다.
물론, 사회 공익을 위해서는 가족이라도 그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족도 범죄자를 숨겨 주기보다는 자수를 권유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미국에서는 유나바머가 동생의 신고와 제보로 잡혔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 박 나리 양 유괴 살인 사건은 가해자의 부친이 적극적으로 신고해서 잡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차마 그러지 못하고, 가족이 최소한 공범 가담까지는 아니고 당사자를 숨겨 주기만 한 것은 국가 공권력이라도 묵인하고 눈 감아 준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인륜을 송두리째 부정하지는 않는다.
매체에서 어떤 애새끼가 대놓고 자기 부모를 어디 고발하는 장면을 딱 생각해 보아라. 골수 세뇌 사이비 종교나 공산당 빨갱이 집단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 존속 살인은 일반 살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된다. 마치 군대에서 상관 살해가 더 무겁게 처벌되는 것처럼 말이다.
단, 현행법은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구성원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게 아니다. 존속(부모 쪽)을 비속(자녀 쪽)보다 더 '존귀하게' 취급한다. 다시 말해 다른 모든 정황이 동일하다면 아이가 부모를 살해한 것이 부모가 아이를 살해한 것보다 형량이 더 무겁다. 애초에 존과 비라는 글자에서부터 그런 뉘앙스가 대놓고 담겨 있다.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건 결과만 보자면 정말 상상도 못 할 극악무도한 패륜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나뉘는 것 같다. '돈 때문에'는 어처구니없는 사유이지만, 'xxx를 견디지 못해서'는 일면 수긍이 가는 안타까운 사유인 듯하다.
- 어린 자녀가 부모로부터의 학대를 못 견뎌서 -- 주취 가정폭력이나 지나친 학업 성적 압박, 집착
- 다 큰 자녀가 부모의 노답 질병(특히 치매 같은..)을 도저히 견디지 못해서
- 개차반 니트 백수 자녀가 단순히 돈 때문에 (유흥자금-_-)
- 다 컸고 사회적 지위에 문제가 없는 자녀라도 진지하게 돈 때문에 (유산 상속 관련)
하지만 오늘날은 가족이라고 특별하게 취급하고 봐 주거나 가중 처벌하는 걸 없애는 쪽으로 법리가 바뀌어 가는 추세이다. 애초에 가족이라는 조직의 정의 자체도 굳이 남자와 여자가 천년가약 맺고 친자식 낳아서 형성된 조직이 아니라.. 그냥 뜻 맞는 사람끼리 동거하면 동성이건 제3의 성끼리건 전혀 무관하게 형성 가능하고, 그러다가 수틀리고 안 맞으면 언제든지 해체도 가능한 가볍고 부담 없는 모임으로 바뀌어 간다.
명절들은 전통적으로 원래 하던 이벤트가 다 사라지고 그냥 해외여행 가고 노는 날로 바뀌었다. 간통죄라는 게 없어지고 동성 결혼도 법적으로 인정된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가~ 족같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러면 서로 피곤할 일 없고 육중한 책임감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 없고 가정 폭력도 없을 것 같고 좋긴 한데.. 뭔가 종족 보전과 번성도 안 될 것 같다. >_<;; 옛날 사람들이 바보여서 그렇게 무뚝뚝하고 고지식하게 산 게 아니었다.
7. 사회악
술이나 성, 폭력이 관여하는 통상적인 중범죄를 차치하고, 집과 차와 관련하여 없어져야 할 3대 사회악은 이런 것인 듯하다.
(1) 전세 사기: 빌라왕 같은 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지..?? 부동산 바닥에서 카드 돌려막기나 폰지 사기, 유령 회사 같은 부류를 구사한 건가..??
(2) 중고차 사기: 하도 악명 높아서 침수차 부활을 엄벌하고 근절하겠다고 나랏님이 칼을 빼 들었는데.. 처벌만 강화한다고 호락호락 척결할 수 있겠는지는 모르겠다.
(3) 달리는 대형 트럭에서 부산물이 떨어져나오는 일체의 사고들: 결박 불량 낙하물, 판스프링 짝대기, 터진 타이어 등등등.. 일부는 드디어 중과실에 추가되기도 했지만 아직도 날벼락 맞는 차가 종종 나온다.
과적은 걸리면 운전자뿐만 아니라 그렇게 시킨 놈도 처벌.. 이런 식으로 단속해야 하지 않을까?
집은 부동산이지만 자동차는 준부동산 정도로 취급된다.
자동차, 텐트, 집은 모두 장기 무단 방치되고 있는 물건들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제아무리 사유재산이라 해도 소유주가 관리를 안 하고 기약 없이 방치한 게 있으면 공권력을 동원해서 더 일찍 더 강하게 처분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