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나 자가용 같은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모든 교통수단에는 객실 내부에 화장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버스만이 생리 현상을 실시간으로 주행 중에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외국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큰 50인승이 넘는 규모에 화장실까지 갖춘 차가 있다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나라의 일반열차들은 소변기만 있는 남자 전용 화장실 +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이렇게 객차 하나당 화장실을 둘 갖추고 있다. 붙박이 건축물의 화장실에 존재하는 변기는 도기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교통수단 내부의 화장실 변기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재도 많이 보는 것 같다.
공간이 제일 아쉬운 비행기는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하나만이 존재한다. 화장실을 하나 만들려면 일단 오물 보관 탱크에 세척용 물탱크까지.. 교통수단의 입장에서는 오버헤드가 꽤 생기는 셈이니 말이다(수분은 몸을 무겁게 한다!).
배는 글쎄? 어지간한 규모가 있는 여객선이라면, 그래도 교통수단들 중 가장 여유가 있으니 남녀가 구분된 화장실이 있으려나?
기차를 마지막으로 탄 경험이 한참 옛날인 분들은 아직도, 열차가 정차 중일 때는 화장실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로, 통일호 직각 좌석 열차가 다니고 천장에 에어컨도 아닌 선풍기가 달려 있던 시절의 얘기이다. 출입문을 손으로 열 수 있어서 주행 중에 선로로 추락하는 게 가능하던 시절의 얘기이다. =_=;;;
그때 화장실 이용이 금지되었던 이유는 오물을 곧장 바깥 선로로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 승강장 주변 선로로 오물이 투척되면? 충격과 공포.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열차가 고가 위로 달릴 때 그 아래로 지나가지 않았다. 철도청에서는 선로 주변 오물을 수거하는 전담 부서마저 뒀다는 믿지 못할 얘기가 전해진다.
물론 1980년대 이후부터 도입된 객차는 오물을 자체적으로 모아 두는 시설이 있으므로 아무 때나 화장실을 이용해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무 걱정 말 것.
비행기는 이착륙 중일 때 정도에나 화장실 사용이 금지된다. 물론 이건 화장실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게 좌석에서 안전벨트 매고 기다려야 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오물을 바로 지상으로 투척할 리는 없을 테고.. -_-;; (그랬다간 철도보다 더욱 충격과 공포)
그런데 비상 착륙을 해야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까운 연료를 버리는(fuel dumping) 상황이라면, 분위기 잘 봐 가면서 바다 위로 오물 투척도 못 할 짓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둘 다 환경오염-_-이긴 마찬가지이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연료를 못 써서 덤핑할 정도이면 어차피 그렇게 오래 날지도 못한 상황이고 오물이 그렇게 많이 쌓이지도 않았을 것 같긴 하다. ^^;;;
그리고 어차피 화장실과 바깥이 완전히 격리된 건 아닌 모양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Catch Me If You Can을 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비행기 화장실을 통해 경찰을 피해 바깥으로 탈출하는 장면도 나왔다. 엥?
화장실 설치와 오물 처리에 관한 한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제일 수월하고 만만한 녀석은 단연 선박일 것이며, 그 이유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화조 정도는 거치고 배출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의 모든 폐기물 찌꺼기는 결국 바다로 몰려들게 돼 있는데, 강물이 아닌 바닷물은 소금기가 포함되어 있어 쉽게 얼거나 부패하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화장실 내부에서의 몰래 흡연 집중 단속은 공통적인 추세.
특히 비행기 같은 경우 화장실 내부에 연기 감지기까지 설치되며, 사실은 기내에 라이터 하나 갖고 들어갈 수도 없다. 심지어 향수나 스프레이까지, 액체 반입 자체가 전면 금지는 아니더라도 반입량이 제한이 걸려 있다.
하지만 옛날엔? 스튜어디스가 간접흡연 때문에 폐암 걸렸다고 소송을 걸 정도였으며 심지어 불꽃 하나만 잘못 튀어도 팀킬 ‘캐발살’인 비행선에도 흡연실이 따로 있었다! 역시 보안 관련 규정은 한번 거하게 사고를 당한 뒤에 허겁지겁 생기는 법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