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역 순찰
고양이는 평소에 잠을 그렇게도 많이 잔다고 한다(고양이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럼 깨 있는 동안은 쟤들은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
물론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냥감 내지 먹이를 찾아 필사적으로 헤맬 것이다.
허나, 먹이 문제와 별개로 꼬냉이는 혼자 독고다이로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특정 장소 자기 '나와바리'에 대한 애착이 아주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꼬냉이는 하루 2~3회씩 자신의 영역을 순찰하면서 침입자가 있는지, 수상한 일이 벌어졌는지를 꼼꼼히 관찰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바리 경계에 있는 기물에다가 얼굴을 부비면서 자기 냄새를 묻힌다.
심지어 소변 스프레이=_=로 마킹을 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꼬냉이는 모래· 흙 위에다가 배설을 하면서 배설물을 흙으로 덮고 파묻을 줄도 아는 깨끗한 동물인데 말이다.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는 그 나와바리가 실내냐 실외냐의 차이밖에 없다.
집고양이는 욕실이나 창고처럼 평소에 자기가 자유롭게 들나들 수 없었던 곳의 문이 열리면 잽싸게 그리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집사한테도 다가가서 부비부비 하면서 또 자기 냄새를 묻혀 업데이트(..)한다. 이 정도면 냄새가 무슨 지문 같은 역할이라도 하는가 보다.
지금까지 없던 낯선 냄새가 감지되는 거, 집의 가구 배치가 갑자기 달라지는 거, 다른 고양이가 자기 나와바리에 들어오거나 집에 낯선 닝겐 손님이 오는 거.. 이런 것들은 고양이에게 꽤 긴장과 스트레스를 야기한다고 한다.
3. 재개발 악재
옛날에 붉은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이 많던 시절에는 주변에 뭔가 틈바구니 같은 게 많았다. 길고양이들이 집 담장도 넘고 골목 사이 으슥한 틈바구니에 요리조리 짱박히면서 어떻게든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로지 직육면체 상자 일색으로 너무 깔끔하게 정돈된 오늘날의 아파트숲은 꼬냉이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걔들이 지낼 만한 곳은 지하 주차장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수십 년 묵은 단독주택들은 다들 헐리고 재개발되는 추세이다(아마 저런 아파트 단지로?). 이건 그 나와바리에서 살고 있던 꼬냉이들에게는 재앙 같은 소식이랜다.
이거 뭐 "성북동 비둘기"가 오늘날은 "한남동 꼬냉이"로 바뀌어야 할지도..?? (한남동 일대도 한창 재개발 중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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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장비가 들어와서 웅웅거리면서 낡은 건물을 깨부수는데.. 거기 살고 있던 꼬냉이들은 탈출을 제대로 못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자기 나와바리에 대한 집착을 못 버리기 때문이다.
쟤들은 밖으로 도망을 안 가고 더 깊은 구석에 짱박혀서 숨어 있다가, 철거된 건물 잔해에 맞거나 같이 파묻혀서 죽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ㅠㅠㅠ 이게 진짜 비극이다.
하긴, 겨울철에 꼬냉이가 자동차 엔진룸 안에서 웅크리고 자다가 나중에 그 차가 시동이 걸렸을 때 갈려들어갈 수 있다던데. 건물 철거 때도 비슷한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다.
숲을 파괴해서 야생동물의 먹이나 서식지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원래부터 사람이 살고 있던 건물들을 다 철거하는 바람에 길고양이의 서식지가 없어진다니..
이것도 오로지 꼬냉이만이 겪는 기괴한 고충인 듯하다.;;
그래서 캣맘들은 지역 관공서나 재개발 시공사에다가 민원을 넣어서 여러 조치를 취했다.
철거 예정인 건물을 가리는 외벽 아래에다가 꼬냉이가 드나들 수 있는 자그마한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그 구멍에다가 물과 사료를 놔 둬서 거기 사는 아이들이 가능한 한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거다.
물론 옛날 나와바리를 탈출만 했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그 꼬냉이들은 이제 갈 곳이 없으니 얘들을 임시 보관소로 보내서 누군가가 냥줍해 가도록 분양을 주선한다. =_=;;;
주인 없는 그 하찮은 꼬냉이들이 뭐라고 얘들을 이렇게까지 걱정하고 신경 쓰는 캣맘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주기적으로 물· 사료를 놔 두는 정도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4. 간택과 보은
저 정도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캣맘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고양이가 귀엽기 때문이 아닐까?
하물며 밥만 주는 게 아니라 아예 냥줍까지 하는 것에는 꼬냉이의 외모가 아무래도 큰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일개 길고양이 레벨에서 털이 완전 쌔하얀 페르시아 고양이 같은 아이를 기대할 수는 없다. 털 도색은 그냥 흑백이나 회색· 고동색· 황토색 계열의 얼룩덜룩한 흔한 잡종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얼굴 동그랗고 토실토실하고 충분히 귀여운 애들은 많이 있다.
고양이 집사와 관련해서는...
- 그러고 보니 공 병우 박사의 제자였던 송 현 선생님도 늘그막엔 길고양이 돌보는 일에 진심 재미를 붙이신 적이 있었다. 그분 살아 계시던 시절에 본인이 결혼과 꼬냉이 얘기를 같이 나누지 못하다니 아쉽다.
- 그 밖에 유튜브에는 유명 랜선 집사들도 많이 있다. 베베집사라든가 메주..;; 와이프의 소개로 본인도 이런 세계에 대해 접했다. 이 사람들은 꼬냉이 돌보고 방송하는 일만 전업으로 하는 유튜버이다.
- 19세기의 간호행정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도 길고양이를 개인적으로 무려 60마리나 냥줍해서 키웠던 원조 캣맘이었다고 한다. 꼬냉이에게는 인간에게 존재하지 않는 갬성이 존재한다는 식으로까지 얘기했다.

"개는 인간을 주인으로 떠받들지만.. 고양이는 닝겐을 집사로 간택할 뿐이다~"라는 농반진반 드립이 있다. =_=;;;
고양이가 개에 비해 홀로 도도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현실의 꼬냉이가 그 정도로 안하무인인 건 아니다. 꼬냉이는 자기 담당 집사에게 자기가 사냥한 아이템을 상납하면서 나름 '보은'을 할 줄도 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본인조차도 작년에 앨리가 '보은'하는 걸 실제로 본 적이 있다. 갖고 놀라고 던져줬던 생선 인형을 물고는 본인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글쎄, 쥐나 벌레 같은 생체를 가져온 건 아니지만 일개 꼬냉이가 이런 생각까지 한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그 당시에 앨리가 그렇게 선물이라도 바쳐서 우리집 안에 들어오고 싶었던 것 같다.

"장화 신은 고양이"라는 동화도 이런 꼬냉이의 특성 때문에 만들어진 게 아닐까?
꼬냉이는 앞서 가축의 용도에서 살펴봤다시피 고기, 노동력, 부산물 같은 게 애매하다. 저 동화는 그래도 꼬냉이가 유용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아주 판타지스럽게 각색한 것 같다. 일본에서는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지브리 애니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5. 나머지 이야기들
(1) 기분 좋고 평안할 때 그릉그르르??? 골골송
평안한 상태로 바닥이 푹신한 때 꾹꾹이
기분 나쁠 때, 경계 또는 경고 모드일 때 캬아아아~~ 하악질..
요렇게 상황별로 꼬냉이의 동작을 묘사하는 용어가 있다.
(2) 글쎄, 개의 야생 에디션이 늑대이듯이 고양이도 야생 에디션인 살쾡이(삵)가 있다. 야생 에디션은 홈 에디션 대비 덩치나 공격성이 더 강화돼 있다.
참고로 하이에나는 늑대 같은 개꽈 느낌이 강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얘도 의외로 사자나 표범 같은 고양이꽈라고 한다.
(3) 고양이는 정말 이례적으로 성경에 언급이나 등장이 전~~혀 없는 걸로 유명하다. 개, 쥐, 돼지, 말, 소, 양, 염소 등등등은 다 나오며, 레위기에서 박쥐, 펠리컨, 대머리독수리도 나오는데 말이다. 고양이는 하다못해 부정한 동물로 언급도 없다.
이에 대해서는 성경이 기록되던 시기에 지금 우리가 아는 자그마한 고양이라는 품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성경에 닭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