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라는 게 발명되고 대중화되기 전에는 다음과 같은 무선 통신 수단이 만들어져 쓰였다.

1. 무전기 (야외 근거리)

두 사람이 서로 수백 m나 수 km씩 떨어져 있어서 서로 보이지 않고 생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즉시 연락 가능하다.
기지국 없이 단말끼리 직통이다. 단순하지만 그만큼 보안이 취약하다. 그리고 일단은 수신과 발신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지형 영향을 많이 받으며, 초장거리 통화도 당연히 안 된다. 대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으로 동시에 제각각 통신할 수도 없다. 이런 저런 제약이 많지만 야외에서 험한 일 하는 군대· 경찰· 소방 같은 계층에서는 무전기가 오늘날까지도 매우 유용한 통신 수단이다.

2. 재래식 무선 전화기 (집)

이건 개념적으로는 송수화기만 무선화해서 유선 전화기 본체와 무전을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유선 전화 인프라에 의존적이며, 무선 통신이 가능한 사정거리가 매우 제한된다. 사실상 실내용이다.
요즘으로 치면 와이파이 AP의 사정거리가 옛날 무선 전화기의 사정거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싶다. 집 근처에서 무선 전화기의 통화 트래픽을 도청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3. 카폰 (차)

유선 전화에 의존하지 않고 그렇다고 개인용 무전기 같은 한계도 없이 전화가 되는 물건이다. 하지만 이걸 가능케 하는 설비가 사람이 일상적으로 들고 다닐 정도의 크기가 못 됐고 전원 공급 문제도 있으니.. 자동차가 매우 적합한 대안으로 선정됐다.
카폰은 처음에는 그야말로 차량용 대형 무전기일 뿐이었다. 살인적인 기계 가격도 가격이지만, 회선이 너무 부족해서 근본적으로 많이 보급될 수가 없었다. 그러던 게 나중에는 기지국과 통신하는 초보적인 주파수 공유 이동통신으로 발전했다.

4. 삐삐 (어디서나)

얘는 통화가 안 되는 일방적인 호출기에 불과하다. 삐삐 자체는 거의 모스 부호 급의 작은 정보밖에 전하지 못하고, 실제 통화는 연락을 받은 사람이 공중전화라도 찾아가서 따로 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삐삐는 (1) 모든 개인이 언제 어디서나 갖고 다니는 소형 단말기, (2) 전국구 중앙 기지국 기반 통신, (3) 건물 안이나 지하에서나 산속에서나 잘 터지는 접근성처럼...
그 이전의 무선 통신기기들이 갖추지 못했던 개인 이동전화의 또다른 중요한 덕목을 작은 스케일로나마 실현했다.
경찰 소방 말고,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업무용 삐삐를 여전히 갖고 다닌다고 한다.;; 거기서는 회중시계도 여전히 쓰이는 구석이 있는지 문득 궁금하네..

이런 단계를 거쳐서 오늘날의 휴대전화는..
무선 전화기 같은 온전한 전화 기능
무전기와 카폰을 합친 이동성을 살리면서
삐삐의 휴대성 보편성까지 한꺼번에 실현한 괴물 같은 물건이 됐다.
물론 이게 그냥 이뤄진 건 아니고, 기지국이 카폰이나 삐삐 시절보다 훨씬 더 많이 촘촘하게 필요해졌다.

자동차 운전에다 비유하자면, 이것들은

  • 유인 운전을 전제로 한 부분적인 운전 보조 (크루즈, 차로 이탈 방지)
  • 주차나 도로 정체 같은 특수한 상황 한정으로만 무인 자동운전
  • 별도의 설비가 설치된 전용 도로/노선 사이만 무인 자동운전
  • 그냥 무선 통신으로 타인에 의한 원격 운전..!!

이런 것처럼 다양한 분야별로 단서나 제약이 붙은 조건부 불완전 자율주행 기능과 비슷하다.
허나, 휴대전화는 제약 없이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된 것과 비슷한 격이 됐다.

뭐, 옛날 무선 전화기가 본체와 통신을 하던 것이.. 오늘날의 핸드폰· 이동전화는 기지국과 통신을 하는 것으로 스케일만 살짝 바뀐 거라고 볼 수 있다. 허나, 이동전화는 중요한 차이점이 더 있다.
바로.. 사용자가 많이 이동해서 한 기지국의 사정거리를 벗어나더라도, 가까운 다른 기지국이 실시간으로 그 단말기를 바톤 터치해서 연속적으로 끊김 없이 챙겨 준다는 것이다. 심지어 통화를 하는 중에 관할 기지국이 바뀌어도 그 통화는 중단되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 이런 건 무선 전화기 시절엔 생각할 수 없었던 기능일 것이다.

한때 팬텍, 모토로라, 노키아, 블랙베리 등 핸드폰을 잘 만드는 업체들이 세계적으로 많았지만 잘 알다시피 다들 몰락했다.
우리나라의 삼성 전자는 잘 알다시피 애니콜부터 시작해서 이동전화 단말기의 개발에 진심이었는데.. 얘들 역시 처음부터 잘 나갔던 건 아니었다. 특히 옴니아 시절까지만 해도 얼마나 삽질을 많이 했었냐;;

그랬는데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잘 만들어서 그야말로 세계를 석권해 버렸다.
삼전은 비록 모바일용 CPU나 운영체제를 직접 만드는 정도의 기술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같은 주요 부품에 탄탄한 기술이 있고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전반적으로' 고퀄로 잘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러니 구글에서 직접 만든 넥서스 같은 스마트폰까지 제치지 않았는가.;; 어찌 보면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이다.
옛날에 공 병우 박사나 백 남준 같은 분은 독특한 정신 세계에다 엄청난 천재 겸 선각자였다. 겨우 196, 70년대에 남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를 했던 분인데..
공 박사는 PC나 PC 통신을 넘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시대를 살았다면 세벌식 자판을 거기에다 어떻게 접목했을까?

백 남준은 다들 아시다시피 비디오 아트라는 분야를 새로 개척했는데, 브라운관보다 훨씬 더 얇고 거대하고 화질 좋은 오늘날의 최첨단 디스플레이 장비를 보면 또 뭘 만들 생각을 했을까?
글을 맺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Posted by 사무엘

2026/05/25 08:35 2026/05/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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