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십 명 남짓한 사람들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다가 그만 배가 난파해서 어느 외딴 무인도에 단체로 상륙하게 됐다. 지금 같은 휴대폰이나 위성 전화, GPS 같은 건 없고, 본토와 연락도 끊겼다. 구조선은 언제 올지 모르고 기약이 없다.
결국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 자기들 중에서 나름 지도자도 선출하고 거기 안에서 작은 사회를 꾸리게 됐다. 그럼 거기 내부에서 궁극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건 현실에서 몇몇 사례가 있기도 했고, 소설· 영화의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둘을 합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 영화화되기도 했다.
"15소년 표류기"는 작가 특유의 해피엔딩 코드가 가미되어서 굉장히 교과서적이고 교훈적으로 훈훈한 결말이 나온 소설이다. 작가 '쥘 베른'은 19세기 말 서유럽의 과학기술 만능 낙관 벨 에포크 분위기에 편승해서 80일 동안 여객선과 열차만 타고서 세계일주를 하고, 해저 3만 리 탐험도 하고 심지어 달에도 가는 여행 SF 소설을 그 옛날에 집필했다. 그리고 덤으로 저렇게 무인도 불시착 소설도 지었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집단 리더를 뽑는 선거 부분에서 "모코는 흑인이어서 투표권이 없었다" 이런 인종차별적인 서술이 버젓이 들어가기도 했다. 그 소설에서 쟤는 견습 선원으로, 흑인일 뿐만 아니라 학생 도련님부터가 아니었다.;;
쌍팔년도 시절엔 원문의 저런 말이 곧이곧대로 번역돼 들어갔지만, 요즘은 얄짤없이 검열삭제이지 싶다. 요즘은 인어공주 흑인판이 나오고 콜롬버스나 세실 로즈 같은 침략자, 제국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의 동상을 철거-_-까지 하는 시대이니까 말이다.

"15소년 표류기"(1888)가 나름 애들 동심을 지키는 작품이라면, "파리대왕"(1954)은 그 정반대다. 성경에 나오는 사탄의 이름 중 하나가 '바알세붑'인데, 그거 뜻이 lord of the flies라나 뭐라나.. 그야말로 인간 내면 본성을 까발리면서 현실 성악설을 입증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중딩 시절에 파리대왕의 영화판을 학교에서 틀어 줘서 봤는데.. 15소년으로 치면 도니판 같은 애가 브리앙 같은 애(랄프?)의 위에서 돌덩이를 떨어뜨려서 맞히는 장면을 보고 꽤 충격 받았던 기억이 개인적으로 남아 있다. -_-;;

(1) 태평양 마리아나 제도에 '아나타한 섬'이라고 32제곱km 남짓한 작은 섬이 있었는데.. 태평양 전쟁 중에 졸지에 젊은 남자 31명이나 거기에 들어가서 지내게 됐다. (일본인)
그런데 거기에 젊은 미혼 여성이 딱 한 명. =_=;; 그래서 1945년부터 1951년까지 치정 때문으로 추정되는 변사 사건이 여럿 발생했다. 남자들이 한 명씩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거다. 특히 추락한 미군 폭격기의 잔해를 뒤지다 권총을 입수한 걸 계기로 분위기가 매우 험악해졌다.

남자들끼리만 죽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남자들이 짜고 여자를 해칠 수도 있었다. 결국은 견디다 못해 여자는 남자들 중 한 명만 골라서 결혼을 해 버리고, 권총은 다같이 보는 앞에서 잘게 부숴서 바다에 버리는 걸로 결판을 냈을 정도였다.
그나마 일말의 이성이 작용해서 다행이다만.. 그래도 전쟁이 진작에 다 끝난 와중에 섬을 떠나지도 않고 몇 년째 자기들끼리 도대체 무슨 삽질이었는지..;; 사람들 모인 데서 성비가 극단적으로 안 맞으니 세상에 이런 일도 벌어졌었다.

이 사건에서는 여자도 목숨의 위협을 느끼며 힘들게 살았던 피해자였고 이 때문에 평생 가는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레기 언론에서는 "혼자서 남자를 30명이나 거느리니까 어땠냐~ 좋았냐~?" 이러면서 '아나타한 여왕벌 사건' 이딴 식으로 제목을 뽑아 보도해서 당사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질렀다.

(2) 영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딱 1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에 남극 횡단 탐험을 떠났었는데.. 탔던 배(인듀어런스 호)가 얼음에 갇혔다가 파선· 침몰해 버렸다. 20여 명에 달하는 선원들은 남극 대륙 부근 엘리펀트 섬이라는 무인도에 도달했다.
섀클턴은 특공대 5명만 차출해서 작은 쪽배 하나를 타고, 거기서 1200km가 넘게 떨어진 사우스조지아 섬으로 가서 구조선을 몰고 오겠다고 약속하고는 항해를 떠났다. 1916년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만 기다리고, 그때까지 자기가 안 오면 각자도생하라고 당부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세기에 저런 목재 범선을..ㄷㄷㄷ 저런 허접하고 약한 배를 탔으니 배가 수면의 얼음을 못 버티고 박살난 거다. 그 뒤 구조 요청 선발대는 아래의 저런 '쪽배'를 탄 채 망망대해를 횡단해서 구조 요청을 성공적으로 해냈다.ㄷㄷㄷㄷ)

그랬는데 섀클턴은 불가능을 뚫고.. 진짜로 4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돌아왔다! 남아서 기다리던 선원들도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거의 종교적인 수준으로 믿음과 소망을 갖고, "대장님은 언제든지 다시 오실 수 있다. 오늘이라도 다시 오실 거다. 언제든지 곧장 떠날 수 있게 채비하자" 이런 마인드로 살았다. 거의 예수님 재림을 소망하는 신자 이상으로..
"모두들 괜찮습니까?" / "네, 모두 안전하고 무사합니다! 바로 구조선 탑승 가능합니다!" 이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이었다.

(3) 그러나 먼 옛날, 1629년의 바타비아 호는 최악의 비극이었다. 그 전 해 10월에 암스테르담을 출발해서 희망봉을 돌고 인도네시아 바타비아까지 가려 했던 무역선이 난파했다. 그 작은 범선에 화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승객+선원 합쳐서 300명이 넘게 탔었는데.. 이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서쪽의 어느 산호섬에 들어갔다.

여기서도 선장을 포함해 몇몇 간부들 10여 명은 구조를 요청하러 보트를 타고 바타비아로 따로 떠났다. 그런데 섬에 남아서 생존자들을 통솔하던 동인도 회사 간부 중에 '코르넬리스'라는 인간이 미친놈 싸이코패스였다. 그는 구조선 타고 귀국할 생각을 접었는지, 선장이 없는 동안 섬에서 정신줄 놓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자기 패거리를 조직한 뒤, 식량을 절약한다는 명분으로 처음엔 노인이나 환자부터 죽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식량이 부족하지 않아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은 그냥 제멋대로 똘마니를 시켜서 유흥용으로 그냥 죽였다. 처음에는 규율 위반이라는 꼬투리라도 잡았지만 나중엔 그런 것도 없었다. 자기가 무소불위 절대권력이 됐다.
죽는 사람에게는 "너는 죽어도 싼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죽는다"라고 세뇌를 시키고, 똘마니들에게는 "쟤를 죽이지 않으면 니가 죽는다, 그리고 너도 나랑 공범이다. 빠져나갈 생각 마라" 이렇게 가스라이팅을 일삼았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2년에 나온 책이라는데.. 제목 등의 폰트와 표지 디자인은 무슨 오래된 1990년대 책 같다.. ^^ 근데 한눈에 봐도 전혀 커 보이지 않는 저런 돛단배에 화물을 싣고 승객이 300여 명이나 탔다니.. ㅠㅠㅠㅠ)

이렇게 무려 100명이 넘게 죽이던 광기어린 무법 학살극은 다행히 본토 본부로부터 구조대가 도착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3개월 남짓 뒤의 일이었다고 한다.
코르넬리스는 체포되었고 재판에서 당연히 유죄 판결을 받았다. 손발가락이 다 으스러지는 고문을 당하고 교수대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걸로 죄값을 치렀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08 08:35 2024/01/08 08:35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250

0. 들어가는 말

(1) 지리적으로는 땅이라는 건 암초 < 섬 < 대륙의 순으로 커진다. 암초와 섬의 경계는 엄밀히 정의하기가 약간 빡센 반면, 섬과 대륙은 '그린란드 -- 오세아니아'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된다.
가령, 독도는 인간이 경제 활동을 하며 생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해양법적으로 섬이 아닌 암초라고 분류되지만, 그래도 그 주변의 영해 경계는 인정된다. 그 반면 이어도는 진짜로 섬이 절대 아니고 암초일 뿐이기 때문에 영토 분쟁이고 영해 경계고 뭐고가 없다.

(2) 섬 안에 거대한 호수가 있고 그 호수의 중앙에 또 섬(!!)이 있는 경우도 지구상에 몇 곳 있는가 보다. 그야말로 '섬 안의 섬'인 매우 흥미로운 사례인데, 마치 우주 천체에서 위성의 위성인 '손자 위성'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물론 이중섬이나 손자 위성은 자연적으로 존재하기가 매우 어렵고 극히 드물다. 그나마 있는 그 이중섬은 너무 작아서 실제로는 그냥 암초라고 봐야 할 것이다.

(3)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남해와 서해안에 섬이 많다. 동해는 깊고 해안선도 깔끔한 편이어서 성격이 좀 다르다.
그 중 세어도라는 섬은 강화도와 영종도 사이이고 본토 인천과도 바로 인접해 있다. 무인도라면 모를까, 유인이라면 다리가 놓여서 연결되거나, 아예 몽땅 간척되어 오이도나 월미도처럼 됐을 법도 한데.. 그런 일 없이 본토와 가까운 오지 취급을 받아 온 게 흥미롭다. (인근의 군사 시설 보안 때문이라는군..)
심지어 20세기 내내 전기가 안 들어오다가 1999년에야 발전기를 도입해서 저녁에만 잠깐 전기가 들어왔고.. 2007년에야 해저 케이블이 깔려 들어갔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울릉도에는 한동안 아스팔트 포장이란 게 없고 모든 길이 100% 시멘트 포장이었다고 한다. 거기까지 아스팔트 포장 롤러가 들어가질 못해서 그랬다고.. 물론 요즘은 울릉도 로드뷰를 보니까 아스팔트 길이 많이 눈에 띈다.
한편, 제주도에는 2010년대 말까지 도시가스란 게 없어서 모든 집이 100% LPG 까스통을 썼다. 그러다가 2019년인가 2020년부터 거기도 가스관이 연결돼서 편리한 도시가스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단, 그래도 천연가스 버스는 여전히 없다.

(5) 전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울릉도는 크기는 작은데 본토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다 보니 전기를 현지 발전소에서 100% 자급자족한다. 자그마한 화력 발전소가 몇 군데 있다. 그런데 내연이라니?? 발전소는 보통은 연료 비용을 아끼기 위해 외연 기관인 증기 터빈을 쓸 텐데? 저기는 발전량이 작아서 자동차 발전기처럼 내연 기관 기반인가 보다. (시설이 더 단순하다는 장점..)
그 반면, 제주도는 송전선이 해저 케이블 형태로 본토와 연결돼 있어서 이리로 전기를 받는다. 해저 케이블을 설치할 만한 전력 수요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1. 바글바글 유인도

(1) 일본 본토의 남서쪽 맨 끝 나가사키의 바닷가에는 '하시마'라는 이름의 자그마한 섬이 있다. 길이 400m, 너비 150m, 면적 대략 6만 제곱m로, 제주도 마라도와 비교해도 넓이가 1/5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다. 그런데 적당히 길쭉하고 평평한 게 마치 선박 같은 인공물처럼 생겼는지, 그 이름도 유명한 '군함도'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섬은 작지만 섬으로서는 특이하게도 해저 탄광과 연결되어서 석탄이 많이 생산됐는가 보다. 그래서 리즈 시절엔 여기에 무려 5천 명이나 바글바글 몰려서 살았다고 한다. 코딱지만 한 섬에 아슬아슬하게 고층 건물이 꽉꽉 들어서니 진짜 군함처럼 생기기는 했다.
저기서 사는 건 사생활이라는 게 없이 반쯤 죄수들 수형 생활이나 마찬가지였을 것 같은데..;; 안에 나름 소-중학교도 있고 이발소에 수영장도 있었다고 한다.

저기는 1970년대가 돼서야 그 많던 주민들이 모두 떠나고 무인도로 바뀌었다. 일본에서도 국가 정책 차원에서 석탄 산업을 접고 정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영월· 태백 같은 강원도에나 탄광촌이 있는데, 저기는 저런 바닷가 섬에도 탄광촌이 있었던 셈이다. 폐허덕후들이 환장할 만한 곳인데.. 섬이어서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겠다.;;

허나, 저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과거 일제 시대에 한국인 노동자들을 강제 징용해서 갈아넣은 현장이기도 해서 논란이다. 물론 일본 측에서는 "모든 근로는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자원해서 한 것이고, 회사에서는 근로에 대한 임금을 계약된 대로 따박따박 줬다. 근로 여건이 오늘날 대비 열악한 건 조선인이건 자국민이건 어차피 다 똑같았다"라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는 따로 더 길게 다루지 않겠다. 주제를 벗어나는 말이 길어질 테니까.;;

(2) 남아메리카 북서부 콜롬비아의 카리브 해 연안에는 '산타 크루즈 델 이슬로테'라고 길이 200m, 너비 120m 남짓.. 그 작은 일본 군함도보다도 더 작은 섬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 무려 120가구, 9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현재까지도 그냥 눌러앉아 살고 있어서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섬이라는 세계 기록을 수립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전기와 상하수도가 없으며 경찰, 병원 따위 없다. 저기는 서류상으로 법적으로는 무허가 판자촌 달동네여서 정부로부터 사회 인프라 지원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빈민들이 너무 많이 모여 살다 보니 식수가 부족하고.. 또 그 많은 사람들의 분뇨 같은 생활하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드는 것도 문제이다.

저런 데서 사람이 어떻게 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 ㅠㅠ 그래도 인심 좋고 범죄도 없고 주민들이 어업을 생업으로 삼으며 근근이 사는가 보다.
저기는 우리나라에서 지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곳이 있다는 게 제법 많이 알려져 있다. 인터넷 유튜브 덕분인 듯..

2. 유명한 무인도

(1) 저렇게 마라도보다도 좁은 면적에 사람이 수백~수천 명씩 바글바글 몰려 사는 섬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 극단으로 넓이가 수천~수만 제곱km에 달하는데도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섬도 있다. (참고로 제주도가 1846제곱km, 강화도가 302제곱km, 울릉도가 73제곱km 정도)
이런 넓은 무인도는 대체로 북극권에 있다. 너무 추워서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넓은 땅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무인도는 캐나다의 '데번' 섬으로, 면적은 남한의 무려 절반이 넘는 55247제곱km이다. 이 넓은 황무지에다가 무슨 달이나 화성 세트를 짓고 뻥카를 쳐도 될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
지도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넓은 섬이라는 그린란드도 저기 근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린란드도 인구가 극히 희박하고 사람들이 몰려 사는 시내만 빼면 나머지는 무인도나 다름없다. -_-;;;

더운 적도 부근에 저런 큰 섬이 있으면 사람이 살지 않을 리가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나 솔로몬 제도 같은 곳을 생각해 보자.

(2) 지구상에서 대륙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고립된 섬은 노르웨이령의 '부베 섬'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서쪽, 남아메리카의 동쪽, 남극의 북쪽.. 어느 대륙으로부터도 2000km가 넘게 떨어져 있으며, 인근에 선박 항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도 당연히 무인도이다. 면적은 약 49제곱km로, 코딱지만 하게 작은 정도는 아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륙으로부터 가장 외따로 고립된 섬이 태평양이 아니라 대서양 한가운데에 있는 이유는.. 오세아니아 대륙의 존재 때문이지 싶다.;;
교통 통신이 불편하던 과거엔 이런 외로운 섬이 죄를 지은 거물 VIP의 유배지로 쓰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산군(교동도), 서양사에서는 나폴레옹(세인트헬레나 섬)의 사례가 유명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4/01/05 19:35 2024/01/05 19: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249

한강의 하중도들

섬이라고 하면 보통은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 외로이 솟은 섬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이나 호수에도 섬이 있을 수 있다. 가령, 남이섬은 북한강에 놓여 있는 꽤 큰 하중도이며, 현재는 유료 유원지로 꾸며진 사유지이다.

1. 선유도 (공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때 상수도 정수 시설이 있었고 그게 지금은 무슨 툼 레이더 맵 같은 기묘한 지형을 지닌 '선유도 공원'으로 잘 변모해 있다.
양화대교가 얘의 동쪽 끝부분을 스쳐 지난다. 그리고 강남의 양화 한강 공원에서도 별도의 다리를 통해 여기로 접근할 수 있다.

2. 노들섬 (공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래 사유지였다가 서울시에서 땅을 사들였다. 그런데 그 뒤에 얘를 그냥 무인도로 놀린 건 아니고, 최소한의 산책로만 뚫어서 생태 공원을 만든 것도 아니고.. 여기에다 뭔가를 만들려는 사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랫동안 갈팡질팡했다.
한강대교가 노들섬의 정중앙을 관통한다. 현재는 다리의 서쪽 구간은 적당한 상업 시설과 풀밭, 산책로가 꾸며졌고 동쪽 구간에는 좀 더 야생스러운 숲이 조성된 것 같다. 뭐, 적절한 활용인 것 같다.

선유도는 육지에서 가까운 편인 반면, 노들섬은 강의 정중앙에 있어서 육지에서 좀 멀다.
노들섬 내부에도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공간이 매우 작기 때문에 사실상 작업· 업무 차량 전용이라고 봐야 한다. 인근의 강북 이촌 한강 공원 주차장에다 차를 세우고 걸어 오는 게 속 편하다.

3. 밤섬 (무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강대교가 관통하는 하중도로, 한강의 하중도들 중에서 제일 신기한 놈이지 싶다.
얘는 위의 선유도· 노들섬보다 훨씬 더 크고 조선 시대엔 실제로 입주민이 있어서 뽕나무 농사까지 지었다고 한다. 본토와의 왕래는 물론 나룻배로 했고..
그러나 이 섬은 1960년대 말에 안보상의 이유가 아니라 그냥 강물 선형의 변경과 도시 개발 명목으로 무인도로 처리됐다. 주민들은 내륙으로 강제 이주 당했으며, 섬은 한번 폭파까지 됐다고 한다.

그랬는데 현재는 퇴적물이 또 쌓이면서 섬이 폭파 이전 시절보다 덩치가 더 커졌다. 이런 게 자연의 회복 능력인 건지..?? 그 위에 울창한 숲도 꾸며져서 철새 도래지 내지 천연 자연 생태의 보고처럼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얘는 위의 두 섬과는 달리, 공원 형태로도 일체 개방하지 않는 무인도로 꽁꽁 봉인되어 있다. 서울의 DMZ처럼 남겨 두려는가 보다.

지난 2009년에는 "김씨 표류기"라고 꽤 참신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했었다. 주인공이 한강으로 투신 자살을 시도했는데 실패하고, 어쩌다 보니 근처의 밤섬에 기어 들어가서 혼자 살게 된다. 망망대해 무인도도 아니고 서울 한강 한복판의 무인도에서 야인처럼 산다니 정말 낭만적이지 않은가?? 나도 한번 그렇게 살아 보고 싶다.ㄲㄲㄲㄲㄲ

소재 설정뿐만 아니라 영화로서의 작품성도 뛰어났는지.. 비록 크게 흥행하지는 못했지만 마치 "지구를 지켜라"처럼 재평가도 받고 있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식인 멧돼지가 나오는 '차우'도 2009년작이고, 일제 강점기 대체역사물인 '로스트 메모리즈'도 2009년작이니.. 이때 어째 국내에서 뭔가 참신한 영화들이 여럿 만들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은 2009년 당대에는 이런 작품들을 전혀 접해 보지 못했다.

물론, 이 영화는 현실성은 전혀에 가깝게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_-;;
한강 다리 정도의 높이에서 뛰어내리면 착수 직후에 충격이나 저온 쇼크 때문에 매우 높은 확률로 곧장 의식을 잃으며, 그대로 익사하게 된다. 자살할 의도가 전혀 없었던 성 재기 아재도 옛날에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다가 밤섬으로 불시착은.. 개뿔, 그냥 서강대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밤섬은 무인도이지만 공무원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순찰하고 나무들을 관리하고 새똥을-_- 치우는 등 청소도 한다. 한 사람이 저렇게 오랫동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저기에 짱박혀 있는 건 절대 가능하지 않다. 열차를 탈취하는 게 현실에서 절대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튜브, 라이터를 켜라).
그래도 저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결국 공무원들에게 들켜서 본토로 송환되긴 하니, 최소한의 현실은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4. 백마도 (무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의 선유도처럼 강남 내륙 쪽에 가까이 붙은 자그마한 섬으로, 김포대교의 바로 옆에 붙어 있다. 하지만 이 섬은 생태가 아닌 군사· 안보 명목으로 민간인의 접근이 금지된 무인도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 섬에 작정하고 군부대가 지어져 있거나 인터넷 지도에서 흐리게 가려졌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반대로 위장을 위해 숲이 울창하게 꾸며져 있다거나 하지도 않다.
언덕 하나만 빼면 섬의 대부분은 그냥 황무지 뻘밭이며, 거기 중앙에 헬리패드가 만들어져 있는 정도이다.

이 섬은 1 21 김 신조 사태를 계기로 1970년쯤에 군사 시설로 둘러싸이고 무인도로 봉인되었다고 한다. 무장공비가 서울로 침투하는 걸 봉쇄하기 위해 청와대 근처의 산들은 몽땅 요새화됐으며, 한강 하류도 온통 철조망이 둘러졌다. 한강 내지 임진강의 하구 끝자락은 강만 건너면 바로 북한 땅이기 때문이다.
이때 백마도는 서울의 적당한 외곽에 있겠다, 적당한 크기에 내륙에서도 그리 멀지 않으니 한강을 경비하는 용도로 찜해지게 됐다.

그나마 2013년부터는 거의 1년에 한 번(하루)꼴로 500명 남짓 예약을 받아서 민간 개방 행사도 하는가 보다. 단, 섬 내부의 촬영은 금지이기 때문에 주변 사진은 언론 보도 자료 말고는 딱히 없다.
요즘이야 북괴가 핵과 미사일로 도발하고 있지, 이렇게 무식하게 침투를 하지는 않으니 1970년대 스타일의 서울 경비는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대비를 전혀 할 필요가 없는 건 또 아니니 원..

백마도의 바로 곁을 지나는 김포대교는 고속도로(수도권1순환) 교량이다. 이 고속도로가 동쪽 고리에서 통과하는 교량은 강동대교이다.
그리고 백마도 일대에는 한강 수중보가 설치되어 있다. 다른 수중보는 잠실대교 부근에 있다. 한강의 수심 유지, 바닷물의 역류 방지 등의 목적으로 설치되었는데, 북괴 잠수함의 침투를 방지하는 목적도 덤으로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5. 보너스: 초평도(무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한강이 아니라 임진강에 있는 넓은 섬이면서 섬 전체가 천연 습지이다. 먼 옛날에는 여기서 논농사도 지어졌다고 하지만 6· 25 전쟁이 끝난 뒤에는 얄짤없이 무인도로 전락했다. 다만, 강 건너편이 당장 북한 땅이나 DMZ인 건 아니고 그냥 민통선 지역이다. 백마도와는 달리, 이 섬 자체가 무슨 군사 시설로 쓰이고 있는 건 아니다.

남북 통일이 된다면 군사· 안보 위협은 없어지겠지만 자연 상태 보존을 위해서 여전히 무인도 지위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교량 같은 건 없으니, 이 섬에 접근하는 수단은 어차피 나룻배(...보트)밖에 없다.

이상이다.
산 정상뿐만 아니라 하중도도 군사 시설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 것이 흥미롭다.
한강은 김포 방면의 하류 말고 하남· 양평 쪽에도 하중도가 몇 개 더 있는데, 이런 것들은 국유지 사유지 같은 소유 관계는 어찌 되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3/13 08:35 2022/03/13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997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77851
Today:
2419
Yesterday: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