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s에서 C/C++ 언어로 EXE를 만들 때는 시작점으로 WinMain이라는 함수가 쓰인다.
얘는 먼 옛날 16비트 시절과, 지금의 32/64비트 사이에 바뀐 게 거의 없다. HINSTANCE hInst, HINSTANCE hPrevInst, PSTR pszCmdLine, int nCmdShow 라는 네 종류의 인자 중에서 32비트로 오면서 바뀐 것은 hPrevInst이 언제나 NULL이라는 것밖에 없다. 그것도 과거에는 복잡하던 게 더 간결해진 변화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옛날 16비트 시절에 HINSTANCE는 파일 차원에서 동일한 프로그램이 중복 실행되었을 때 각 실행 문맥을 구분하는 일종의 메모리 번호표였다. 한 프로그램이 완전히 처음 실행될 때는 hPrevInst가 NULL인데 두 번째 실행되면, 먼저 실행된 프로그램이 받았던 hInstance가 다음 인스턴스의 WinMain 함수에서 hPrevInst로 전달되고..
세 번째 중첩 실행되면 아까 그 두 번째 프로그램의 신규 핸들이 거기의 hPrevInst로 전달되는 형태였다. 단일 방향 연결 리스트의 head 노드 같은 느낌이다.
자기 자신 말고는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일부러 특수한 API를 써서 조회를 하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32비트 이상 보호 모드에서는 정말 상상하기 힘든 관행이다.

EXE는 그렇고 그럼 DLL은 어떨까? DllMain이라는 기본적인 형태는 동일하지만 16비트 시절에는 아무래도 멀티스레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DLL_PROCESS_(ATTACH/DETACH)만 있었고, 나중에 DLL_THREAD_*가 추가된 정도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옛날에는 BOOL DllMain(HINSTANCE hInst, DWORD fdwReason, PVOID pReserved)라는 형태의 함수 자체가 없었다.
그 대신 완전히 다른 int FAR PASCAL LibMain(HANDLE hInst, WORD wDataSeg, WORD wHeapSize, LPSTR lpszCmdLine) 라는 함수가 있었으며, DLL이 처음 로드되었을 때에 이게 한 번만 호출되곤 했다.

16비트 시절에 DLL은 프로세스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지금이야 B.DLL을 사용하는 A.EXE가 두 번 중첩 실행되면 두 인스턴스에 대해서 B.DLL이 제각각 로드되어 DLL_PROCESS_ATTACH가 오지만..
옛날에는 A.EXE가 중첩 실행되었더라도 B.DLL에서 LibMain은 첫 로딩될 때 한 번만 실행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A의 두 번째 인스턴스에 의해 중첩 로드되었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A가 B.DLL에 별도로 정의되어 있는 초기화 함수 같은 것을 호출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LibMain 함수의 인자를 살펴보면, 첫 인자는 자기 자신을 식별하는 인스턴스 핸들이다.
하지만 16비트 시절에는 DLL은 중첩 로딩이 되지 않고 자신의 전역변수 값이 모든 프로그램에서 공유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 값은 EXE의 WinMain에서 전달되는 인스턴스 핸들과는 달리 딱히 변별성은 없었을 것이다. 시스템 전체를 통틀어 같은 값이 들어왔으리라 생각된다.

그 다음 wDataSeg와 wHeapSize는 딱 보기만 해도 16비트스러운 암울한 값이다. 이게 어떤 의미를 갖고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데이터 세그먼트(DS) 레지스터 값은 뭐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실행할 때마다 다른 값이 들어올 수는 있어 보인다. 그 반면 wHeapSize는 이 DLL을 빌드할 때 def 파일에다가 지정해 줬던 로컬 힙의 크기이다. 즉, 이 DLL이 지금 형태 그대로 존재하는 한 언제나 고정된 값이 넘어온다.

마지막으로 lpszCmdLine은 더욱 기괴하다. EXE도 아니고 DLL을 어떻게 인자를 줘서 로딩한단 말인가? LoadLibrary 함수에 인자를 전달하는 기능이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호스트 EXE에 전달된 인자를 되돌리는 것도 아닌 듯하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이 인자의 값은 어차피 그냥 NULL이라고 한다.

16비트 DLL의 첫 관문인 LibMain은 기괴한 점이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DLL에 배당되어 인자로 전달된 데이터 세그먼트는 앞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메모리 상의 주소가 바뀌지 않게 lock이 걸린다고 한다. 운영체제는 아니고 컴파일러가 lock을 거는 코드를 기본적으로 추가해 넣는 듯하다.
그래서 옛날 소스 코드를 보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LibMain에 보통 이런 코드가 들어갔다고 한다.

if (wHeapSize > 0) UnlockData (0);

즉, 아직은 lock을 걸지 말고 도로 재배치 가능한 상태로 놔 두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LockData/UnlockData는 Windows 3.1의 windows.h에 이렇게 매크로로 정의돼 있다.

#define LockData(dummy)     LockSegment((UINT)-1)
#define UnlockData(dummy)   UnlockSegment((UINT)-1)

옛날에는 (Un)LockSegment라는 함수가 있었다. 그리고 Windows 3.x보다도 더 옛날에는 (Un)LockData라는 함수도 별도로 있었는데, 용례가 간소화돼서 Data의 기능이 Segment로 흡수된 듯하다. (가상 메모리라는 게 없던 Windows 2.x 리얼 모드 시절의 잔재라고 함.) 그러니 Data는 레거시 호환을 위해 매크로로 바뀌고, 인자 역시 쓰이지 않는 dummy로 바뀐 것이다.
평소에는 특정 세그먼트 lock/unlock을 하는데, (UINT)-1을 주면 모든 영역을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어떤 경우든 wDataSeg의 값이 직접 쓰이지는 않는다.

LibMain은 초기화가 성공하면 1을 되돌리고 그렇지 않으면 0을 되돌려서 DLL의 로딩을 취소하게 돼 있었다. 이것은 오늘날의 DllMain과 동일한 점이다.
그럼 16비트 시절에는 시작 다음으로 DLL의 종료 시점을 감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EXE와는 달리 DLL은 main 함수의 종료가 곧 프로그램의 종료는 아니니까 말이다.
또한 16비트 시스템의 특성상 비록 매 프로세스의 종료 시점을 감지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아까 중복 실행되었던 A가 최후의 인스턴스까지 모두 종료되어서 B.DLL이 메모리에서 사라져야 하는 시점이 언젠가는 올 테니 말이다.

이것도 방법이 굉장히 기괴했다. DLL이 메모리에서 제거되기 전에 운영체제는 해당 DLL에서 'WEP'라는 이름을 가진 함수를 export 테이블에서 찾아서 그걸 호출해 줬다.

//16비트 시절에 _export는 오늘날의 __declspec(dllexport) 와 비슷한 단어임.
int FAR PASCAL _export WEP (int nExitCode);

이 함수 역시 성공하면 nonzero를 되돌리게 돼 있지만, 어차피 프로그램이 일방적으로 종료되는 상황에서 함수의 인자나 리턴값은 무시되다시피할 뿐 거의 의미가 없었다.
하다못해 오늘날 DllMain의 DLL_PROCESS_DETACH처럼 자신이 FreeLibrary에 의해 해제되는지, 프로세스의 종료에 의해 일괄 해제되는지라도 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 시절에 그런 정보를 바랄 수는 없었다.
참고로 WEP는 그냥 Windows Exit Procedure의 약자였다. -_-;;

이렇듯, 형태가 거의 바뀐 게 없는 WinMain과는 달리, DLL의 입구 함수는 16비트 시절과 지금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문화 충격이 느껴질 정도이다. 예전에도 16비트 Windows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글을 종종 쓰고 DLL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내역에 대해서 정리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또 글을 남기게 됐다. 옛날에는 이렇게 불편한 환경에서 도대체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었나 싶다.

LibMain과 WEP를 DllMain으로 통합한 것은 백 번 잘한 조치였다.
16/32비트 이식성을 염두에 둔 코드라면 DllMain에다가 LibMain과 WEP를 호출하고, 반대로 LibMain과 WEP에서 적절하게 서로 다른 인자를 줘서 DllMain을 호출하는 계층도 생각할 수 있으며, 과거에는 이런 관행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한다. 마치 윈도우 프로시저와 대화상자 프로시저의 형태를 통합한 계층을 따로 만들어 썼듯이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5/27 08:38 2016/05/27 08:38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231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231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111 : 1112 : 1113 : 1114 : 1115 : 1116 : 1117 : 1118 : 1119 : ... 2204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044525
Today:
1717
Yesterday:
2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