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을 때 또 무작정 산을 올랐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말로만 수도 없이 들었지 직접 가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던 남한산성을 구경하러 청량산으로 갔다.
전에 불암산을 오를 때는 서울 지하철 4호선의 종점인 당고개 역으로 갔고, 하산은 남양주 쪽으로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5호선의 종점인 마천 역으로 갔고, 하산은 하남 쪽으로 했다.

또한 불암산은 하산한 뒤 남양주의 산기슭에 군부대가 있던데, 여기 청량산은 반대로 등산 전 서울의 끝자락 지점에 군인 간부 아파트와 군부대가 있었다. 듣자하니 특전사 부대라고 함.
지하철 운임에 조조할인이 적용될 정도로 굉장히 이른 시간에 산행을 했다. 덕분에 아침 7시 정각이 되자 군부대에서 기상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군가 BGM들..;; 단 4주간의 짧은 경험이지만 훈련소 시절 생각이 났다.

인근 주민들은 이거 듣는 게 일상이 돼 있겠구나. 단, 지도를 보니 이 군부대는 위례 신도시의 개발로 인해 딴 데로 이전하고 부지가 재개발될 계획인가 보다. 서울 2기 지하철이 없던 시절에는 여기만 해도 굉장한 외곽이고 오지였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전, 아직 맛집들이 즐비한 골목을 지나고 있는데 "서울 빠이빠이. 여기부터는 하남시입니다" 이런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산이 행정구역상 하남에 있는가 보다. 단, 나의 목적지인 남한산성은 하남이 아니라 광주 소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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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은 도립공원이며 여기 일대는 유명한 등산 코스이다. 그래서 등산로는 내가 가 본 산들 중 가히 톱급으로 잘 닦여 있었다. 난간에다가 바닥은 미끄럼 방지용 매트까지.. 비가 내린 직후의 날씨이지만 진흙 진창을 밟을 일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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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딱히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며 산을 남들 이상으로 빠르게 잘 타지는 못한다. 하지만 1시간 남짓 느릿느릿 쉬기를 반복하면서 산을 오르니 남한산성엔 생각보다 금방 도달할 수 있었다. 저기는 서문(west gate)이었다.
아침 7시 남짓한 이른 시간이어서 산은 한산했지만, 그래도 하산하는 몇몇 일행과 마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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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봉 옹성에 들렀다가 왔다. 아무 산에나 이런 구조물이 있는 게 아니니 남한산성은 확실히 레어템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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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라온 길 방향을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 날씨가 흐리고 어두워서 전망이 그리 좋지는 않다. 또한 그렇게 막 높게 올라온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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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내가 하산할 지점(하남시 춘궁동)을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다. 좌우로 산(언덕?)에 둘러싸인 일종의 계곡 같은 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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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의 안팎은 대충 이런 형태였다. 대포와 폭격기가 발달하면서 지금이야 이런 성 같은 건 군사적 가치가 전혀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가파른 산들 사이에 분지가 조성된 여기가 천혜의 요새 그 자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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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북문이다. 본인은 하산은 이쪽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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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로터리. 남한산성 내부에는 아예 각종 맛집 마을이 조성돼 있으며, 자동차가 들어오는 정도를 넘어서 정규 노선 버스가 다닌다. 물론 산중턱이니 올라가는 데 기름이 많이 들 것 같다. 북한산성 주변은 이런 거 없음.
주변엔 한옥 형태의 한식당이 가득하다. 내가 갔을 때는 시간 관계상 아직 문을 연 곳은 없었음. 그래도 다들 가격이 왕창 셀 것 같았다.

저기서 방향을 꺾어서 조금만 더 가면 남한산성 행궁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건 미처 생각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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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문으로 나가서 하산을 시작했다. 지도에서 봤을 때 고도 대비 등산로가 좀 짧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지그재그 스위치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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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벗어나서 버스 정류장이 나올 때까지 한참을 걸었다. 서울 외곽에서 산 하나만 넘으면 이렇게 전원적인 마을이 펼쳐진다는 게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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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봐 뒀던 버스 종점 겸 공영주차장에 도달했다. 공간이 얼마나 여유로운지, 저 주차장은 관리인도 없고 전면 무료이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차를 여기에다 두고 안심하고 등산을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본인은 등산 원칙이 "갔던 길로 돌아오지 않는다"이기 때문에 어지간히 장거리 등산 원정을 떠나는 게 아닌 이상, 차는 가져가지 않는다. 여기서는 옆에 세워져 있던 마을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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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하남 시내에서 내려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갈아탔는데...;; 시가지 도로의 모습은 약간 문화 충격을 느낄 정도였다. 나름 광역버스 9301이 지나는 길인데도 시내 도로가 이렇게 작다니.
하남대로라고 불리는 국도 43호선 구간을 제외하면 다 저런 것 같았다.

서울 역까지 가장 깊숙이 들어가는 버스는 9301뿐이고, 나머지 도시형 버스들은 다들 동서울 터미널 정도까지만 갔다. 물론 어느 것이든 국도 43호선의 천호대로 구간으로 들어가서 5호선 강동 역을 경유하는 건 변함없으므로 본인은 아무 거나 타고 귀가했다. 하남시와 인접한 서울 동쪽 끝자락에도 그린벨트가 풀리고 아파트가 곳곳에서 지어지는 게 보였다.
어쩌다 보니 남한산성 답사기는 다른 등산기보다 글이 좀 길어졌다.

Posted by 사무엘

2016/05/24 08:34 2016/05/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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