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구원

기독교 은혜의 복음에서 굉장히 논란이 되고 트집도 많이 잡히는 낭설 중의 하나가 뭐냐 하면
평생 내 마음대로 죄 지으며 살다가 죽기 직전에만 달랑 예수인지 뭔지 믿으면 구원 받는다는 소리네?? 뭐 그런 어거지가 다 있어?”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 Y/N 하나로만 굳이 답한다면 흔쾌히, 단호히 Y이다.
솔직한 내 심정을 말하자면, 이건 다른 단골 드립인 “이 순신/세종대왕 드립”보다는 논파하기 훨씬 더 쉬운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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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을 받았습니다” 광고를 기억하시는가? 생명보험 가입해서 보험료 딱 한 번만 내고는 가입자가 다음날 바로 급사해 버렸는데.. 어쨌든 면책 기간 없고 계약 위반도 아니니 1회분 보험료의 500배에 달하는 보상금이 나온 적이 있었다.
이런 일이 성경적으로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합법이니까.

누가복음엔 평생을 흉악범으로 살다가 십자가형 당한 강도가 바로 옆의 예수님께 로비(?) 잘 해서 당일 바로 구원받은 얘기가 나온다. 훗날 “죽기 직전” 드립이 많이 나올까 봐, 진짜로 죽기 직전에나 달랑 구원받은 사람 예시를 대놓고 수록해 줬다. ㅋㅋㅋ

게다가.. 이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십자가에 달렸던 바로 직후엔 그 구원받은 강도도 예수님을 같이 조롱하고 욕했었다!
마 27:44의 ‘강도’는 분명히 복수형이다. 두 명 다 욕했다는 뜻이다.
그랬는데 둘 중 한 명은.. 심경의 변화를 겪으면서 나중에 마음을 돌이키고 회개한 것이다.
예수님 면전에서 욕과 조롱까지 하다가 구원받았다고라? 세상에 이것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인생 역전이 어딨을까?

자, 그래서 원 질문에 대한 답변은 Yes임을 논증했다.
그럼 그 복음이 말도 안 되는 어거지인가? 하나님이 구원 먹튀, 모랄 해저드를 조장하고 있는 것인가?
그건 절대 아니고 답이 No.. 아니 No를 넘어서 God forbid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은 언제 죽을지 절대 알 수 없다. “죽기 직전에만 믿으면 되겠네?”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다음날 꽤꼬닥 급사할 수 있다. 당연히 구원 못 받은 채로.. ㅡ,.ㅡ;;

이건 학교 선생이 아무리 자비로워도 시험 문제를 대놓고 유출은 절대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국영 소방서가 없는 곳에서 민간 화재 보험(공제 조합)을 평소에 안 들었다가 자기 집에 불 나면 아무도 안 도와주는 것과도 같은 이치이다. 그건 보험사가 야박하고 잔인한 게 아니다. 그때 호락호락 불을 꺼 주면 평소에 아무도 보험을 안 들 테니까..

하나님은 겨우 죽기 직전 구원 먹튀 같은 알량한 잔머리로 결코 농락· 조롱당하지 않는다.
지난 대선 때는 코로나 걸려서 당일 투표 못 할까 봐 두려워서 사전투표 하는 사람조차 있었다. 우리는 그것보다는 자기 미래 대비를 좀 해야 될 것이다.

둘째, 병이나 사고로 급사하지 않고 자연사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지금도 안 믿는 사람이 더 나이 들어서 고집 세고 완강한 늙은 꼰대가 된 뒤에 복음이 과연 믿어질까..? 그런 일은 생각만치 호락호락 일어나지 않는다. 7, 80대 노인이 정치 성향이 180도 달라질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 보시라.

글쎄, 돈 날리고 건강 잃고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뒤에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서 종교에도 관심 생기고 성경 읽고 싶어지고 그럴 수는 있겠지만.. 이것도 누구나 그러라는 보장은 없다.

십자가의 강도는 그저 예수님께 잘 보이려고 얼굴도장 찍은 게 아니다! 갑자기 마음이 확 바뀌어서 자기 죄를 진심으로 회개하고, 같이 예수님을 까던 십자가 동기(?)에게 버럭 하고는.. 예수님을 무려 ‘주여 Lord’라고 불렀다. 이 정도는 되니까 아무 선행 없이도 구원이 이뤄진 것이다. (킹 제임스 성경만이 눅 23:42가 ‘예수여’가 아니라 ‘주여’라고 적혀 있음!!)
이걸 죽기 직전에 쟁취해서 먹튀하는 거..??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끝으로 셋째, 위의 질문은.. “예수 믿고 신앙생활 하는 건 아주 억압적이고 자유를 박탈당하고 손해 보고 호구처럼 사는 것이다, 그러니 믿을 거면 최대한 늦게 믿는 게 낫다”라는 프레임이 깔려 있다. 그러니 이건 엄밀히 말하면 질문의 전제조건부터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내 인생의 기원과 목적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이 세상의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죄 짓는 걸 자유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죄를 자연적으로 멀리하고 싫어하게 되고, 진정한 기쁨과 평안과 감사라는 게 생기고..
이런 이익 gain을 어린 시절 젊은 시절부터 누리지 못하고 죽기 직전에야 달랑 겨우 구원받는 건 먹튀가 아니라 손해이다.

성경의 전도서는 “나도 솔로몬의 반만치라도 금수저 쥐면서 부귀영화 누리고 미녀 1000명하고 원나잇도 해 봤으면 좋겠다 -_-”가 아니라,
니들은 나처럼 헛되고 헛된 거 삽질하면서 인생 낭비하지 마라. 젊은 시절부터 하나님 찾아서 잘 섬겨라~ 그게 너한테도 이득이다”의 취지로 기록됐다는 걸 잊지 마시라! 이 점에 대해서는 재작년에 본인이 쓴 글도 참고하시길 바란다. (☞ 링크)

자기들이 보기엔 뉴비 쪼렙 ㅈ밥(?)일 뿐인 인간들이 아무 노력이나 공로 없이 구원을 너무 쉽게(?) 받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발끈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다. 성경에 기록된 포도원 비유(일한 시간과 관계 없이 동일한 일당이라서 발끈), 그리고 탕자의 비유에서 발끈하는 형과 정확하게 같은 심정으로 보인다. 읽어 보면 진짜 기가 막힐 정도로 일치한다~!

이런 사람들은 구원의 영원한 보장이라든가 보편적인(=구원받은 신자라면 누구나) 휴거도 99%의 확률로 안 믿는다.
애초에 자기 선행으로 구원을 얻는 게 아닌데, 악행으로 구원을 잃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고 납득이 안 되고 자존심 상하는 걸까?
가령, 살인자도 용서받고 구원받을 수 있는데, 자살한다고 구원이 취소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구원받고 나서 사람이 도로 펑펑 죄를 짓는 걸로도 모자라서, 마음에 180도 변해서 더 이상 예수 안 믿고 아예 타 종교로 개종을 할 정도로 배교해도 구원이 유지되나?”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을 설정해서 묻는 사람이 있다.

이것도 먹튀 구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답변 가능하다. 원론적인 답변은 Yes.. 인간이 설령 그런 짓까지 하더라도 구원은 유지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타 종교로 개종을 할 정도로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바뀌는 사람이라면 한 90% 이상은 애초에 구원도 안/못 받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10억을 받았습니다”에 가까운 아주 극단적인 로또 급 예외일 뿐, 압도 다수의 경우는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수님께서 비참한 나를 위해서, 나의 그 끔찍한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피흘려 죽으셨다가 부활하셨다니~~!! 엉엉엉” 이랬던 사람은.. 무슨 당장 의를 행하고 순교도 가능할 정도로 강한 용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성경 말씀이 믿어지고 죄에 대해서 민감해지고 긴가민가 고민은 하는 게 정상이다.
내 노력으로 죄 안 지으려고 불끈 노력하다가 롬 7:24의 바울처럼 현타를 느끼고 멘붕 좌절하고, 그러면서 내 육신을 죽이는 훈련을 하며 커 가는 게 정상적인 코스이다.

구원이란 정말 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머리와 가슴 사이의 어마어마한 거리를 실감케 할 정도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구원받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을 못 하는 사람도 많다.
한번 구원을 제대로 받긴 한 사람이라면 휴거 못 되는 것, 지옥 가는 건 절대로 두려워할 필요 없고, 그 대신 그리스도의 심판석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매 1분 1초를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하나님을 의식하면서 살고, 쉬지 않고 기도하고 회개하고 주님과 동행하면서 그분과 나의 사고방식이 동기화가 돼 있지 않았다면.. 그 심판석은 어지간한 화생방 훈련 이상으로 눈물 콧물 빼는 처절한 회한의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구원과 관련된 온갖 낭설과 오해가 바로잡히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성경이 말하는 진리가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사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6 19:35 2022/04/0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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