텝스 쳐 본 소감

텝스는 토익과 비슷하게 990점대가 만점이지만, 토익보다 어렵습니다. 토익 점수가 7~900점대라면, 텝스 점수는 토익보다 약 100점 정도 낮게 나옵니다.

텝스는 듣기와 독해 모두, 졸라 긴 한 지문을 가지고 여러 문제를 푸는 게 없습니다. 문제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지문이 주어집니다.
또한 토익의 생활/비즈니스 영어와 토플의 학술 영어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 듣기

텝스의 듣기는 모든 문제와 보기까지 전부 음성으로만 들려 주기 때문에, 문제지엔 파트 별 지시사항밖에 인쇄돼 있지 않습니다.

듣기 60문제를 다 푸는 데 55분 가까이 걸립니다. 앞부분에 짤막한 대화로 빨랑빨랑 진행되는 파트는 전체 문제의 절반인 30문제를 15분이 채 지나기 전에 다 진행해 버리는 반면, 나머지 문제는 매 대화마다 긴 대화나 담화를 들려 주고, 모든 문제의 보기도 일일이 다 들려 주고, 더구나 반복도 있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깁니다. 무척 인상 깊게 느낀 부분입니다.

뒤쪽 파트는 지문과 질문을 다시 한 번 들려 주는 게 있다는 것도 특이합니다. 텝스는 문제지에 메모가 허용되기 때문에 이것도 수험자에겐 유리하게 적용합니다. 토플 듣기는 메모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비심 없습니다.

그렇긴 해도 문제는 점진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처음에는 대화 내용을 다 들을 필요도 없이 “이 대화의 요지는? 이 대화가 이루어질 만한 장소는?” 이렇게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이 대화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 대화 내용과 일치하는 진술은?”처럼 매 문장을 일일이 파헤쳐 봐야 풀 수 있는 문제로 발전합니다. 어휘도 어지간한 대학 강의 수준으로 상당히 어려워져서 메모가 아무 의미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하더군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듣기는 여전히 시린 이처럼 아픈 분야였습니다. ㄲㄲㄲ

※ 문법과 어휘

이런 분야에서는 생각을 해서는 안됩니다. 골치아프고 뭐가 틀렸는지 모르겠고, 시간이 부족한 거 자체가 아직 영어 감각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턱없이 짧은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상적인 경우라면 그냥 외우고 있는 표현으로 그대로 동물적인 감각으로 답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문법의 마지막 파트인 ‘넷 중에서 문법이 틀린 문장 고르기’가 그래도 이 바닥에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시제, 복수, 관사 등이 머릿속에 어지럽게 맴돕니다. 제대로 풀긴 풀었는지. ㅠㅠ
어휘 같은 경우는 모르면 아예 풀지를 못하죠. 시간 낭비할 겨를이 없습니다. 미련 없이 다음 문제로 가야 합니다.

문법과 어휘는 배점이 굉장히 낮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나마 족집게 달달 외우기로 땜빵이 되는 녀석이어서 그런지?) 듣기나 독해의 1/4~1/3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 독해

정확한 영문법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듣기 스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결국 지문만 뚫어지게 들여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역시 어휘와 시간에서 걸립니다.

처음엔 수능 외국어 영역 수준의 쉬운 ‘빈 칸 채워넣기’로 시작하고 질문 자체도 글을 다 읽을 필요도 없이 ‘중심 생각은?’, ‘이 글의 제목으로 적당한 것은?’ 같은 포괄적인 걸로 나오다가 나중에 지문도 무지막지 어려워지고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는 진술은?’처럼 글을 꼼꼼히 읽어야 풀 수 있는 질문으로 바뀝니다.

마지막 세 문제는 “다음 네 문장 중 글의 전체 흐름과 관련이 없는 하나는?”인데, 모의고사 풀어 볼 때는 무척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번에 친 시험은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상..
끙!
소위 입학, 취업에 필요하다는 영어 시험 부류에 응시하기는 8년만에 처음이어서 심하게 떨렸습니다. (8년 전엔 대학 학부 입학할 때 기관 토플) 영어 쓸 일이 없으니, 2001년 이후로 그런 공부하고는 완전 손을 놓고 살았죠.

이번에 그래도 시간 분배는 작정을 하고 후회 없이, 효율적으로 만족스럽게 했습니다. 별다른 미련이나 패닉 상태 없이 각 파트별로 딱 1분만 남기고 모든 문제를 차분하게 다 풀었습니다. 뭐 맞게 풀었냐는 완전 별개의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실력의 발휘는 충분히 한 것 같습니다. ㄱ-

워낙 허겁지겁 시험 치고 오느라 머릿속이 멍합니다.
제게 영어는 언제까지나 native로 구사하는 언어가 아니요 thunking, emulation을 거치는 힘겨운 인스트럭션인지라,
많이는 안 바라고 한 750~800대만 나와도 아주 행복할 것 같습니다. ㄱㅅ;;;

Posted by 사무엘

2010/01/10 23:00 2010/01/10 23:00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4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24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2119 : 2120 : 2121 : 2122 : 2123 : 2124 : 2125 : 2126 : 2127 : ... 2141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75913
Today:
481
Yesterday: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