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페르시아의 왕자(고전 게임)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논평을 한번쯤 쓸 법도 했을 것 같은데 그런 적이 없어서 또 잠시 글을 올린다. ㄲㄲ
뭐, 게임 자체에 대해서라든가 제작자인 Jordan Mechner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 놓은 다른 글이 인터넷에 넘쳐나니 알아서 검색으로 찾아보시고..
이 글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자에 대해서 인터넷 상에 잘 언급되어 있지 않은 버그나 trivia를 열거하되, 1보다는 2를 더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전편인 페르시아의 왕자의 버그는 주로 게임 역학(mechanics)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 달리다가 방향을 바꿔 턴을 하는데 공중에 잠시 붕 뜰 수 있고 그 상태로 도움닫기도 가능한 것: 이 버그가 속편인 2에서는 수정되었고, 덕분에 두 칸 길이의 평지에서 도움닫기 점프를 하는 방법이 1과 2가 서로 다르다.
- 엎드렸다가 일어나면, 그 동안에 떨어지는 판자에 맞아도 HP를 잃지 않는 것: 상당히 괴악한 버그이다. 2는 그냥 엎드리고 있으면 HP를 잃지 않게 바뀐 반면, 1은 그냥 엎드리고 있으면 HP를 두 칸이나 잃는다.
- 도움닫기 점프의 후반부인 포즈일 때는 아직 덜 열린 철문을 그대로 통과 가능한 것: 시간 절약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버그였으나 2에서는 고쳐졌다.
- 특이한 경우에 벽을 뚫고 전혀 다른 방으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것: 그냥 1의 게임 엔진의 버그로, 2에서는 이런 것들이 거의 사라졌다. 1의 경우 본인는 level 2과 12에서 그런 버그를 알고 있으며, 일부는 인터넷에 공개도 되어 있다. 내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정도이면 남도 이미 다 알고는 있더라.

페르시아의 왕자 2는 게임 스케일, 그래픽, 사운드 등 모든 면에서 전편보다 월등히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러나 게임 역학을 넘어서 레벨 내지 게임 로직 차원의 황당한 버그도 여럿 있었다.
심증이 물증으로 굳어진 건, 중학교 시절에 친구 집에서 내가 해 본 것과는 뭔가 다르게 동작하는 페르시아의 왕자 2를 딱 하나 발견하고부터였다. 이건 아무래도 버그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온 것들이 다 고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건 ‘버그 패치판’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후로 본인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각종 고전 게임 자료실에서는 ‘버그 패치판’ 페르시아의 왕자 2를 결코 구하지 못했다.
오리지널과 버그 패치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를 이제부터 스크린샷으로 보여주겠다.

1. level 6
동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하늘 나는 양탄자를 타면, 낡은 궁전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그런데, 궁전으로 들어가면 바로 다음 첫 화면에 다음 레벨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열려 있다!” 그래서 level 6은 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skip 가능하다. ㄲ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그 패치판’은 이 버그가 고쳐져서 게이트가 닫힌 채로 게임이 시작된다.

2. level 10
낡은 궁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말을 타면, 붉은 궁전 스테이지가 시작된다. 아래의 스크린샷은 level 10을 클리어하기 직전의 모습인데, 정석대로라면 굉장히 먼 길을 돌아서 이 방의 오른쪽에서 이곳으로 들어오게 된다. 오른쪽에 있는 철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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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름길을 잘 선택하면, 이 방의 위에서 발판을 부숴 떨어뜨려서(그림에서 부서진 바닥이 있는 곳) 게이트를 개방한 뒤, 아래로 내려와서(그림에서 왕자가 있는 곳) 레벨을 굉장히 쉽게 클리어 가능하다.
‘버그 패치판’은 레벨이 바뀌어서 게이트 개방만 가능하고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저렇게 바로 내려가지는 못하게 바뀌었다.

3. level 12
정체를 알 수 없는 횃불검이 중간에 나오기도 하는 굉장히 길고 어려운 레벨이다. 그런데, 이 레벨에도 지름길이 있다. 지름길의 끝자락에 있는 어느 방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약이 있는데, 이 물약을 마시면 물병에서 갑자기 웬 난쟁이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얘는 화면 오른쪽 끝으로 걸어가면서 왕자가 통과할 수 없는 철문까지 통과하고(덩치가 워낙 작으니까), 그러면서 철문 너머에 있는 다음 단계 게이트를 “열어 준다.” 이걸로 게임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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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전편 페르시아의 왕자 1에는 level 8에서 공주가 보낸 생쥐가 철문을 열어 주는 것 같은 기믹을 보는 느낌이다. 저런 걸 왜 넣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버그 패치판’에는 이렇게 쉽게 level 12를 클리어하는 방법이 없어졌다. 아마 난쟁이의 진행 경로에 게이트를 여는 버튼 자체가 없어졌던 것 같다.

4. level 14
최종 보스인 Jaffar와 싸우는 레벨이다. Jaffar를 죽이기 위해서는 왕자의 자기 육신이 아니라 불을 먹은 영혼을 꺼내서 싸워야 한다. 마법사를 죽이겠답시고 그에게 맨몸으로 접근해서 칼을 뽑으면 그 순간 아래의 그림처럼 칼을 빼앗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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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칼만 빼앗기는 걸로 끝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명백한 버그임을 알 수 있다.
‘버그 패치판’에서는 저랬다가는 왕자는 칼을 빼앗긴 후 곧바로 Jaffar에게 끔살 당한다. 이게 원래 의도했던 시나리오일 것이다.

여기에 버그가 또 있으니 설명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왕자는 붉은 궁전 스테이지와 그 이후부터는 방향을 앞뒤로 트는 동작을 반복하면서(좌우 화살표 교대로) 자기 영혼을 꺼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HP를 8이나 잃는다. 그리고 Jaffar를 죽이는 에너지 장풍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HP를 또 2 잃는다. 자기 생명력을 투자해서 적을 공격하는 셈이며, 기회는 사실상 한 번밖에 없다. 그러니 잘 쏴야 한다.

그런데 장풍이 빗나가서 Jaffar가 맞지 않은 채 HP가 2 이하가 되면, 왕자는 장풍을 쏠 수 없고 다시 시커멓게 된다. 영혼 주위로 퍼런 불꽃이 일 때는 Jaffar가 왕자를 피해 도망갔지만, 시커멀 때는 반대로 Jaffar가 왕자를 찾아와 죽인다. 쫓는 위치이다가 다시 쫓기는 신세로..

그래서 ‘버그 패치판’은 체력을 보충할 수 있게 저런 곳에 물약이 서너 군데 비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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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판은 그런 게 없다.

혹시 ‘버그 패치판’에 속하는 페르시아 왕자 2를 보유하고 계신 분은 본인에게 연락해 주기 바란다. 본인은 대학 진학 후에 한 번도 못 봤다.
그리고,

5. 랭킹
페르시아의 왕자 2의 Hall of Fame은.. 남은 시간이 오름차순으로 배열된다. 즉, 깨는 데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어 적은 시간을 남긴 사람이 상위에 오른다는 뜻이다! 이거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_-;;;

6. 내레이션
페르시아의 왕자 2는 게임 스토리를 설명하는 모든 대사에 음성 내레이션이 추가되었다. 사운드 카드 우왕ㅋ굳ㅋ
그런데 아래 대사의 음성 내레이션을 들어 본 분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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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이 게임 직후부터 60분 시간제한이 시작되는 것과는 달리, 2는 스토리 설정상 level 4에서 죽었을 때, 아니면 level 5에서부터 무조건 75분 시간제한이 시작된다.
스크린샷은 그 시간제한이 시작되기 직전에 잠깐 등장하는 컷씬의 한 장면인데...
Prince, your bride is dying.
(When the last leaf falls, all will be lost.)
Waste no more time. Come to me!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 따 온 설정임이 분명하다. ㄲㄲ
내레이션이 나오지 않는 PC 스피커 모드일 때는 ( ) 안의 대사도 정상적으로 출력된다.
그러나 사운드카드로 내레이션을 들을 때는 ( ) 안의 대사는 내레이션 없이 0.n초간 떴다가 곧바로 다음 대사로 바뀐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 게임 개발 당시에 저 대사에 대한 성우의 내레이션이 제품 출시일까지 준비가 안 됐던 모양이다. 그래서 사운드카드를 쓸 때는 내레이션이 없는 대사를 슬쩍 제껴 버린 것이다. -_-;;
‘버그 패치판’도 여전한지는 모르겠다. 페르시아의 왕자 2엔 이런 옥의티도 있었다. ^^

※ 기타 잡설

1. 게임 개발자뿐만이 아니라 방송인 내지 영화감독 기질이 다분한 조던 메크너는 게임에도 스토리, 기믹, 아기자기한 시스템을 아주 중요시하는 것 같다. 닥치고 쏘고 부수기만 하면 장땡인 타입이 아니다. 이 점에서 그는 존 카맥보다는 존 로메로 스타일임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로메로 같은 먹튀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1에서 생쥐가 닫힌 철문을 열어 준다거나 영혼이 분리되고 합체되는 것, 그리고 2에서도 영혼이 불을 먹는 것... 거 참 메크너의 세계관은 어디에서 영향을 받은 건지 모르겠다.

2. 페르시아의 왕자 1은 퍼즐이 간단한 편이고 중간에 HP를 전혀 잃지 않고 엔딩을 보는 게 가능하다. 그러나 2는 그렇지 않다. 전투 요소가 굉장히 강화되어 적과 싸우다가 HP를 잃기가 훨씬 더 쉬워졌을 뿐만 아니라, 특히 나중에 영혼을 꺼낼 때 어마어마한 양의 HP를 잃기 때문에, 3으로 시작하는 HP를 최대 한계치인 12까지 올리는 건 필수이다. 마지막 레벨에 도착하기 전에 차근차근 해 놔야 한다.
게임 중에는 두 층 낙하처럼 HP를 무조건 잃지 않으면 안 되는 곳도 있는데(다른 우회 경로도 없이!), 본인 생각에 이건 게임으로서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3. 1과는 달리 2는 레벨 안에 클리어로 가는 길이 여러 곳이 있는 경우가 있다. HP를 늘려 주는 물약을 먹기 위해서는 지름길이 아니라 먼 길을 돌아 가야 하기도 한다. 좋은 예가 첫 동굴 스테이지인 level 3인데, 가까운 길과 먼 길, 그리고 엄청 먼 길이 있다. 지름길은 HP를 늘릴 수 없으며 먼 길을 가면 HP를 1만 늘릴 수 있지만 엄청 먼 길은 힘든 대신 HP를 2개 늘릴 수 있다. level 3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또 결정적으로 아직 시간 제한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때 반드시 제일 먼 길로 가서 HP를 늘려 놓는 게 좋다.

4. 1과 2 모두 시간 제한 타임머신이 있어서 level 4까지는 그대로 skip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남은 시간이 15분으로 급감하기 때문에 그 상태로 게임을 제대로 진행할 수는 없다.
1의 경우, 변태적인 타임 어택과 버그 exploit까지 이용하면, level 4 + 15분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고도 엔딩을 볼 수가 있었다...;; ㄷㄷㄷㄷ;;;
그러나 2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 각종 버그들이 잡히기도 하고 레벨들도 월등하게 길고 복잡해졌으며, 또 1과는 달리 적을 싸우지 않고 회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5. 마지막 붉은 궁전 스테이지는 배경으로 횃불 대신 촛불을 볼 수 있는데 난 저것만 보면 이 음반이 생각난다. Derric Johnson의 크리스마스 아카펠라. Christmas in Velvet.
배경이 무척 비슷하지 않은가?
페르시아 왕자 2를 심상 면에서 아랍 문화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크리마스와 연결해 주는 매개채이다.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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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0/12/06 18:04 2010/12/0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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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니 2015/10/13 11:38 # M/D Reply Permalink

    커피.. 한잔의 여유를 가져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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