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메 타자 교사(HTT).
정말 전설적인 타자 연습 프로그램이며, 이후에 등장한 동일 분야 프로그램들의 근간을 제공했습니다.

아래아한글 1.x와 비슷한 연배의 프로그램이죠. 90년대 초반에 개발된 도스용 응용 프로그램들이 90% 이상 볼랜드 터보 C 2.0 기반이었고 그래픽 모드 동작을 위해 BGI 라이브러리를 사용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HTT는 MS C 6.0 기반입니다. (비주얼 C++ 6.0이 아님!)

  당시에 통용되던 프로그램들을 좀더 살펴보면,
페르시아의 왕자도 1, 2 모두 MS C로 개발되었고 볼랜드 계열 빌드가 아닙니다.
아래아한글은 16비트 바이너리들은 전통적으로 볼랜드 컴파일러를 써 왔지만, BGI 라이브러리 기반은 물론 아니지요.

HTT는 제가 두벌식을 쓰던 시절과 맥을 함께 했습니다. 세벌식 연습은 도스용 한컴 타자 연습으로 주로 했고 HTT를 쓰지 않았거든요. 390에서 최종으로 갈아타던 시절에는 박 정만 님이 개발한 <광타>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때가 얼마나 불모지였냐 하면 390 말고 최종 연습을 정식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없었습니다.” 윈도우 운영체제는 말할 것도 없고 아래아한글 97이 제공하던 최종 자판에도 오류가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워디안 때부터 최종 자판이 제대로 지원되기 시작했고, 윈도우용 한컴 타자 연습에도 최종 배열이 추가되긴 했지만, <날개셋> 타자연습이 첫 등장하던 시절엔 정말 제 프로그램의 지위가 더욱 독보적이었었습니다.

한메 타자는 일부러 이렇게 만들기라도 했는지 문장 연습하는 감이 묘하게 좀 좋지 않았습니다. 키를 계속 누르고 있으면 글자가 생기는 느낌이 더디고 좀 latency가 느껴집니다. 아마 이것 때문에 그 당시 세벌식 연습을 한메 대신 한컴으로 사용하지 않았던가 생각됩니다.

두벌식으로는 단문도 700 이상은 정말 무리였지만 지금 세벌식으로 연습해 보니 800 넘는 것도 가뿐하군요. “드는 정은 몰라도 나는 정은 안다.”라는 문장은 완전 세벌식 최적화 문장이어서 1000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베네치아 게임을 오랜만에 해 보니,
<날개셋> 타자 게임의 혹독하기 그지없는-_- 지옥 훈련에 단련돼 있는 저한테는 정말 애들 장난도 아니었습니다. 떨어지는 속도도 느리고 단어도 훨씬 더 짧고 쉬운 것들이고..!
1단계부터 시작해 보니 2만점대의 점수로 끝탄을 깼습니다. 껑충 바이러스가 두 번이나 걸렸습니다.

8단계부터 시작하니 클리어 시 보너스가 더욱 붙어 47000점대의 점수를 획득했습니다. 물론 단 한 번도 HP를 소모한 적이 없었으므로 재건 바이러스는 아무 의미가 없었죠.

<날개셋> 타자연습의 게임은 베네치아를 전혀 어려움 없이 가뿐하게 엔딩 보는 개발자 본인도 만신창이로 간신히 다 클리어할 정도로 월등히 더 어렵게 짜여 있습니다. 옛날 버전은 지금보다도 더 어려웠어요. -_-;; 난이도와 각종 주인공 밸런스들은 거의 05~06년 이후로는 더 수정 없이 완전히 정착한 듯합니다. 지금 이 상태가 딱 적당하며, 더 어렵게도, 더 쉽게도 만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타자를 치는 인구가 훨씬 더 늘었으니 국민 평균 실력도 영어 실력만큼이나 더욱 상향 평준화해 있을 거라는 점, 모아치기 같은 세벌식 고급 입력 기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죠.

옛날에 두벌식 쓰던 시절엔 베네치아도 6~8단계 정도만 되면 글자 떨어지는 게 무서워서 차마 못 할 정도였는데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그나저나 “에이즈 바이러스 퇴치!”와 “지뢰 바이러스”는 도대체 뭘 하는 놈이고 왜 넣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자는 아무 효과 없는 꽝인 것 같고, 후자는 글자들이 지뢰에 부딪히면 점수가 깎이는 것 정도밖에 모르겠네요.

<날개셋> 타자연습 1.x를 개발하던 초창기 시절엔 한메, 한컴, 광타는 물론이고 신의 손, 번개손, 천타를 꿈꾸며 같은 당대의 경쟁(?) 프로그램들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스용 <신의 손>이 정말 완성도가 높다고 인정하며, 그 열악한 640*480 16컬러에서 어지간한 게임을 방불케 하는 비주얼 디자인을 연출해 낸 것에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게임도 나름 테마를 갖춰서 무척 잘 만들었죠.

아무튼, 한메 타자 연습을 보니 이런 저런 여러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세벌식 만세입니다. =_=;;;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00:35 2010/01/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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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hria 2012/12/08 17:36 # M/D Reply Permalink

    천타를 꿈꾸며 프로그램을 기억해 주시는 분이 계시네요.
    당시 최초의 윈도우용 한글 프로그램이었죠.
    제가 방학이 끝나서 제작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답니다. ^^

    1. 사무엘 2012/12/08 18:54 # M/D Permalink

      오오, 그 프로그램의 개발자이신가요? 반갑습니다.
      네, 취미 프로그래밍을 도저히 병행할 수 없는 과를 가셨기 때문에 개발이 중단된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전공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웹, 그래픽 등에 굉장히 재능이 많으신 분이셨던 걸로 기억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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