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관련 짧은 생각 둘

1.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은 기독교 교리를 딱 함축적으로 요약해 놓음과 동시에,
요즘 같은 인본주의 다원주의 상대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정말 꺼내기가 거북하고 과격한 구호이다.
또한 이것은 논리적으로 굉장히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명제이기도 하다.

책임이라는 게, 굳이 크리스천이 세상을 상대로 꼭 좋은 행실을 보여야 하고 모범생, 일류, 리더 행세를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선행이 아니다.

그보더 더 원론적으로...
예수쟁이들은 남에게 잘 보이기 전에 자기네끼리부터라도 잘 지내야 한다!

자기 깡으로 아무리 착하고 의롭게 살아도 예수 안 믿으면 죽어서 자기 죄 가운데 죽고 지옥 간다고 경고했는데..
그럼 역으로 예수 믿고 영원한 생명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는 서로 어떻게 지내야겠는가?
좋은 간증 지키는 방법이 다른 먼 곳에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불신자 부부는 조금만 틀어지고 자기 이익이 침해받는다 싶으면 싸우고 이혼할지라도, 크리스천 부부는 그렇지 않아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사람을 믿을 수 없으니 법이나 시스템의 힘으로 분쟁을 해결한다 해도 크리스천 내부의 문제는 가능한 한 더 선하고 훈훈한 방법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교회엔 공통된 신앙 빼고는 지역색이 다르고 정치 성향이 다르고 취미와 성격과 성장 배경과 가치관이 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래도 성도들간에는 교리 문제나 반역 문제가 아닌 이상은 이해와 사랑, 희생과 헌신, 섬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만치 거짓 교리, 불순분자에 대한 에러 복구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람의 구원 여부를 가시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가 없는 이상, 이 능력은 교회 성도에게 필수이다.

교회 안에서 성도들이 세상적인 다른 소재를 두고 끼리끼리 갈라지고 친목질에 심지어 팀킬을 벌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바알세붑 팀킬 가설은 마태-마가-누가복음에 3콤보로 기록되어 있다)
그 대신 공통의 목표와 공통의 믿음을 대외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활동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이건 거리 설교의 큰 유익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신약 시대에 기독교 정부, 기독교 국가, 기독교 기업, 기독교 학교를 만드신 게 아니라 그냥 간단히 지역 교회를 세우셨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이게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이다.
성경은 그리 호락호락 만만한 책이 아니다. 믿음으로 얻는 구원과 구원의 영원한 보장을 가르치지만 그걸로 끝이 절대로 아니며 그 뒤부터 교회를 중심으로 아주 판타스틱한 일생 여정을 가르치고 있다.

2.

세월이 흐를수록 성경 말씀이 그다지 믿어지지 않고 최소한 내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것에 몰두해 봤자 밥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 구원받은 것까지는 좋다 치는데, 그래서 어쨌다고?”라는 생각이 들고,
내 삶에서 하나님의 임재가 별로 느껴지지 않고, 주변에 복음을 전하려는 의욕이 식어 가고
성경대로 살면 오로지 호구 되고 바보 되고 손해만 본다는 생각이 들고,
구원의 기쁨과 감격이 아련한 옛날 추억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건 그 사람이 연륜이 쌓이고 이치를 깨달은 게 전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첫사랑이 식어 가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크리스천의 생명력이 소멸하고, 영적으로 배도하고 타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구원받은 불신자' 상태이다.

영적 엔진오일 부족 경고등이라도 켜져서 깜빡이고 있을 때, 인생이라는 자동차를 정비소에 보내서 수리를 받아야 한다. 아예 차가 퍼져 버리거나, 수리 수준을 넘어서 폐차 단계로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말이다.

당신의 영적 프로그램에서 debug assertion failure가 나 있을 때 어서 디버깅을 해야 한다. 커널 패닉이 뜨기 전에 말이다. 그냥 나일롱 신자로 만족하고 지내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자랑이 아니며 겸손은 더욱 아니다.

또한, 예수 믿는 생활은.. 단순히 여타 종교나 이념이 틀렸기 때문이라는 소극적인 이유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A, B 중 A가 틀렸다고 해서 B가 자동으로 논리적으로 맞게 되는 건 당연히 아니기 때문이다.
B가 절대적으로 맞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니, B와 같지 않은 A나 C 같은 다른 건 자연스럽게 거부하는 적극적· 능동적인 구도로 가야 한다. 위조지폐를 판별하는 법은 진폐의 특성을 마스터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위폐만 만지면서 익히는 게 아닌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3/09/03 08:27 2013/09/0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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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livia 2013/09/29 22:24 # M/D Reply Permalink

    동의합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이 많네요. :)
    좋은 글 감사헤요. 저는 이 카테고리 글이 제일 좋아요!

    1. 사무엘 2013/09/30 08:12 # M/D Permalink

      안녕하세요~!
      제 블로그는 크게는 개발자/프로그래머 블로거라고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고 의견을 가장 자주 남기시는 분들도 다 그쪽으로 친분이 있는 분들이랍니다.
      하지만 신앙 쪽 글도 애독해 주는 분이 계시니 참 반갑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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