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답사기: 예빈산 견우봉

지난 9월 중순엔 전반적으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이렇게 날이 맑고 단풍도 들기 전에 꼭 등산을 가서 산 정상에서 야영도 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진작부터 했다. 지난 5월의 이성산 이후로 등산이란 걸 굉장히 오랜만에 다시 해 보게 됐다.

어느 산부터 갈지 고민하다가 남양주 예봉산 옆의 예빈산을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예봉산은 예전에 두 번이나 가 봤고, 요즘 양 예빈 선수가 우리나라 육상의 에이스로 뜨고 있기도 하니까.. 미리 봐 뒀던 예봉 산장 근처에다 차를 세우고, 팔당 유원지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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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장비를 추가로 들고 오르느라 안 그래도 힘든데 이 등산로는 웬걸, 굉장히 가파르고 험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온몸이 흠뻑 젖었다.
뭐 그렇다고 서울의 북한산, 관악산처럼 로프를 잡고 바위를 오른다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고.. 내려갈 때 스틱이나 주변 나무를 붙잡아야 되는 정도.. 그냥 흙산인 것치고는 가파르다.

그런 데다 최소한의 좁은 길 흔적만 있지 울타리나 이정표 같은 안내 시설이 아무것도 없다시피했다. 종종 등장하는 벤치나 평상도 없고, 정말 일체의 인공물이란 게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얼마나 더 올라야 하는지 아무 기약이 없으니 심리적으로 힘든 정도를 더욱 가중시켰다. 온통 숲과 나무에 가려서 경치가 보이는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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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양 예빈 선수와 달리 저질 체력을 자랑하는 관계로..-_-;; 너무 덥고 숨 차고 힘들어서 몇 번씩 돗자리 깔고 한참을 쉬다 가야 했다. 오르는 동안 1리터에 가까운 음료수를 다 마셔 버렸으며 이걸로도 부족했다. 그래도 나뭇잎들이 아직 싱싱한 초록색이어서 자연의 정취가 살아 있고, 하늘도 맑고 적당히 더우니 이런 날이 등산 자체는 하기 아주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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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가까이 한참을 오르고 또 오른 뒤에야 견우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있는 것은 이렇게 아주 좁은 공터에다 돌무더기와 간단한 이정표가 전부였다.
예빈산은 주봉이 견우봉과 직녀봉 둘인 것 같았다. 하지만 직녀봉(588m)이 견우봉(581m)보다 미세하게 더 높고, 인터넷 사진으로 본 '예빈산 정상' 표지석도 직녀봉에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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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해서는 저 앞의 직녀봉도 가 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그냥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체력은 둘째치고 물이 고갈된 관계로.. 산을 한참 내려갔다가 또 오르면서 땀을 빼는 동작을 더 추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 7미터만 더 오르면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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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예봉산 정상에 건축된 기상 관측 레이더를 이렇게 멀리서 보게 될 줄이야.. 몇 년째 공사하던 게 드디어 다 완공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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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상 자체에는 별로 볼 게 없었지만 주변을 조금만 살펴보니 팔당호.. 즉 한강과 남한강, 북한강, 경안천, 양평 두물머리와 남양주 다산 유원지가 다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정말 일품이었다. 힘들게 예빈산 견우봉 정상까지 올라간 것에 대한 보상을 이제야 받을 수 있었다. 예봉산에서는 이런 걸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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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각각 두물머리와 다산 유원지 쪽을 바라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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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검단산 기슭의 배알미 마을 쪽으로 확대한 모습이다. 수돗물 취수? 정수장이 있는 거기 말이다.
경치 좋기로 소문난 남한강과 북한강의 합류 지점을 이렇게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예빈산 견우봉의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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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망대를 앞두고 바닥이 비교적 평평한 곳이 있어서 거기에다 텐트를 치고 밤을 보냈다.
5시가 넘어가니 슬슬 어두워지고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했으며, 7시쯤부터는 주변이 암흑천지가 됐다. 춥고 어둡고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는 산 정상에서 혼자 야영을 하니 아늑하고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밖은 추워도 텐트와 침낭 안은 따뜻했다. 새벽엔 텐트 안도 꽤 쌀쌀해졌지만 텐트 밖은 바람까지 불고 더 추웠다.

하산은 이튿날 아침 6시쯤부터 시작했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이었지만 어둠이 적당히 걷혀서 앞을 보고 길을 찾을 수는 있었다.
처음에는 추워서 침낭을 점퍼처럼 두른 채 산을 내려갔다. 하지만 이게 웬걸, 길이 험해서 그런지 하산도 생각보다 꽤 길고 힘들었으며, 덕분에 체감상의 추위도 금방 없어졌다. 기온이 20도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아침에도 여전히 더워서 땀을 잔뜩 흘렸다.

내가 어제는 이런 험한 길을 도대체 어떻게 올라왔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이 길이 정말 맞나 의문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길을 전혀 잃지 않았으며, 어제 올랐던 경로를 정확히 역순으로 거쳐서 차를 세워 뒀던 곳으로 잘 하산했다.
그리고 어제 산기슭에서 마주쳤던 계곡에서 세수를 하고 땀을 씻어내고, 물을 받아서 마시기까지 했다. 계곡물이 있으니 정말 좋았으며, 이렇게라도 하니 살 것 같았다.

예빈산에서 이렇게 좋은 추억을 하나 추가한 뒤, 집에는 딱 아침 8시 무렵에 잘 도착했다. 정작 이때는 선선하고 시원했는데 아까 산에 있을 때만 유난히 덥게 느껴졌다.

Posted by 사무엘

2019/10/18 08:34 2019/10/1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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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풍경

오늘은 지난 추석 때의 고향 풍경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비가 한바탕 내린 뒤부터 전국이 날씨 하나는 참 기막히게 좋았던 것 같다. 낮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더운 수준이며, 하늘은 아주 맑고 파랬다. 밤에는 기온이 20도 초반까지 내려가면서 환절기 기분이 났다.

1. 황성 공원

경주 시내에는 형산강이라는 강이 세로로 지난다. 강 서쪽에는 동국 대학교 경주 캠퍼스와 김 유신 장군 묘 등이 있고, 시가지는 동쪽에 발달해 있다.
그런데 그 동쪽에는 북천, 혹은 알천이라고 지금은 물이 거의 말라 버린 가느다란 개천도 흐르다가 형산강으로 합류한다. 교차하는 각도는 +라기보다는 X에 더 가깝다만..

이 북천 이남과 이북이 경주에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얼추 가른다고 볼 수 있는데, 북천 이북으로 형산강 합류 지점 근처의 넓은 공간에는 황성 공원이라는 인공 소나무숲을 비롯해 운동장 경기장, 체육관, 궁도장 등 별별 시설이 다 있다. 인근 주민들의 아침 산책과 운동 코스로 사랑받는 건 두 말할 나위도 없고, 각종 행사나 콘서트, 축제 같은 게 열리기도 딱 좋다.
그야말로 거대한 복합 여가 문화 테마 공간처럼 됐다. 심지어 시립 도서관 내지 주민센터도 이 영역 끝자락에 자리잡아 있다.

황성 공원 자체가 생긴 건 1975년이라고 한다. 여기도 무슨 군부대가 있다가 이전하기라도 한 건지, 신라 시대 유물과 관계가 없는 공원이 어떤 계기로 들어서게 되었나 모르겠다. 자그마한 광명시가 광명 동굴 하나로 유명해졌듯, 황성 공원은 경주시의 명물임이 틀림없다.
이 글에서는 숲길 풍경 사진만 좀 소개하도록 하겠다. 흐리고 어둡고 비가 오기 직전이던 때에 찍어서 분위기가 좀 우중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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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는 유명 문학인의 시비도 있고, 현충 시설도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요렇게 생긴 충혼탑이 대표적인 예이고.. 무공 수훈자 전공비라는 것도 있다. 본인은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시립 도서관 근처에는 참전자 명예선양비라는 것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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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명예선양비는 6· 25 버전만 자그맣게 있었는데, 지난 2017년에는 월남전 버전까지 추가하고 참전용사의 동상까지 만들어서 컨텐츠를 대폭 보강(?)했다. 들고 있는 총이 각각 카빈과 M16으로.. 이런 고증까지 신경 썼다.
이거 뭐 누가 보면 경주가 양구· 인제· 철원 같은 전방 도시인 줄 알겠다.;; 여기는 공산군에게 점령 당한 적도 없는 후방 지역인걸, 시장이 강한 애국 보수 성향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2. 금장대와 암각화, 주변

형산강과 중앙선 철길을 끼고 있는 동국 대학교 캠퍼스 내지 병원의 모습이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날씨가 좋고 경치가 워낙 좋아서 사진을 찍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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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문호

유원지와 호텔들이 밀집해 있는 보문 관광 단지도 잘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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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가뭄이 심해서 보문호가 바닥이 드러나 보일 정도까지 갔지만.. 지금은 다시 물이 출렁거리고 있으니 보기 좋았다.
다 말라 가는 와중에 "수심이 깊어 위험하오니 들어가지 마시오" 표지판이 덩그러니 놓인 모습도 어디선가 봤는데.. 마치 잔뜩 막히고 있는 고속도로에서 멀쩡히 돌아가고 있는 과속 단속 카메라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말로만 들은 드라켄 익스프레스가 돌아가는 모습을 이렇게 멀리서나마 봤다.

4. 감포 해수욕장

그리고.. 오랜만에 감포 나정 해수욕장에 들러서 바다 바로 코앞에 텐트를 치고 파도와 바닷바람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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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행정구역만으로 따지자면 엄연히 바다와 접하고 항구와 해수욕장이 있는 도시이다. 하지만 해안이 산으로 가로막혀 있고 대외 이미지가 완전히 내륙 관광 도시이다 보니, 바다의 존재감이 덜 느껴지는 것이다. 경주는 불국사, 석굴암, 보문 관광 단지가 유명하지, 감포 해수욕장이 무슨 해운대나 대천이나 송지호처럼 유명하지는 않다.

한때는 경주 시내에서 감포로 가려면 꼬불꼬불 산길을 타야 했지만 이것도 이젠 옛말이다. 산을 정면 관통하는 토함산 터널을 따라 국도 4호선이 아주 넓고 길고 곧게 잘 뚫렸기 때문이다. (2014년 말)
더 남쪽에는 더 긴 양북1터널도 역시 토함산을 정면 돌파한다. 얘는 더 나중에 생겼으며(2016년) 훨씬 더 길다. 얘는 65번 동해 고속도로 구간이다.

경주의 해수욕장은 경주의 신라 유적지만치 유명하지는 않다. 나정 해수욕장도 위키 같은 데에 항목이 별도로 개설돼 있지도 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듣보잡인 것 같다.
그래도 본인이 찾아갔던 당시에는 물은 아주 맑고 깨끗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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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감포 해수욕장은 바다와 육지가 접하는 바닥이 모래가 아니라 온통 자갈인 게 특징이다. 본인은 동해· 서해의 타 해수욕장들 중에서 이런 자갈 바닥인 곳을 딱히 접해 보지 못했다.
덕분에 맨발로 다니기는 좀 애로사항이 있지만, 그래도 흙이 덕지덕지 묻지 않아서 깔끔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여기는 동해의 해수욕장치고는 바닥의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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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 있긴 하지만 퀄리티가 아무래도 해운대나 대천 같은 전국구 해수욕장에 비할 바는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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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피서철이 끝나고 해수욕장이 공식적으로는 폐장했지만 바닷가에서 텐트 치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다. 이런 데서 고기가 잡히기는 하는지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고, 드물게 물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감포 해수욕장 근처에는 소나무숲과 함께 전문적인 캠핑장도 있는데, 거기도 텐트 친 사람들이 드글드글했다. 바닷가라는 곳을 굳이 한여름에만 가는 곳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본인은.. 폐장한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금지시키고 위반 시 과태료까지 물게 하는 건 과도한 규제라고 생각하고 반대한다.
아예 처음부터 수질이나 지형 문제로 인해서 1년 내내 물놀이 금지인 곳이라면 그렇게 해도 된다. 하지만 원래 물놀이가 가능한 곳인데 단순히 기간상으로 해수욕장이 폐장해서 안전요원이 상주하지 않는 거라면, "사고가 나도 100% 들어간 사람 책임. 알아서 하셈"이라는 조건으로 방문객이 전신을 물에 담그는 것 정도는 법을 어기는 일 없이 언제든지 얼마든지 가능해야 한다.

계곡에서도 가능한 물놀이를 바다에서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더구나 바닷물은 계곡물보다 수온이 훨씬 더 높고 따뜻하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9월, 심지어 10월 초까지도 한낮에 물놀이가 가능할 정도이다. 그걸 그냥 못 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 만능 행정 편의주의로 여겨진다.

Posted by 사무엘

2019/10/15 08:36 2019/10/1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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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의 복원

(1) 옛날에.. A장조에 가사가 아무 내용 없고 애들이 '아에이오우'만 반복하는 좀 이상한??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모음 삼각도에 입각한 발음 연습용 동요인지? 저건 공교롭게도 라틴 알파벳의 모음 5개에 순서대로 대응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 정도쯤이야 검색만 하면 출처가 곧바로 나온다. 예민(김 태업)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첫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더라. 발표 시기도 1990년으로 생각보다 오래됐다. 뭔가 '파란 나라'나 '어른들은 몰라요' 같은 느낌의 동요 같다. 들어 보면 알겠지만 주선율에 온통 당김음· 엇박자가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저렇게.. 사람이 부르는 가사가 있긴 하나 언어적인 의미가 없는 글자 나열에 불과한 노래가 드물게나마 있다. 과거에 MBC 베스트극장 주제가인 "바라밥 바라밥 빠라 바라바라밥.."처럼 말이다.

아카펠라야 든든든 두두두 팝팝 팅팅~ 유후 같은 말소리로 악기 비트를 흉내 내는 게 일종의 테크닉인데.. 악기 반주가 따로 있으면서 가사도 의성어인 건? 바라바라밥 말고 나나나 라라라도 있고.. 이것도 몇 가지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아~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 담'도 있었다! ㅋㅋㅋ 사람들이 이런 데서도 참신함을 느끼기 때문에 옛날에 뚫훍쏭 같은 외국곡도 인기를 끌었던 것이지 싶다..

예민 저분은 아에이오우 이후에도 자연이 어떻고 하면서 성인용 동요 풍의 노래를 계속해서 작곡하며 지내 온 듯하다.

(2) 그리고 또 옛날에.. C장조 3박자 계열이고 어떤 남자가 꽤 느끼한 목소리로 "oh my love... for/fall" 이런 가사 정도를 부른 영화 주제가 같은 노래가 있었다.
오디오 CD라든가 비디오 테이프에서 깔끔한 음질을 홍보할 때 샘플로 이 노래가 꼭 나왔던 것 같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가사가 매우 소수여서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었으나.. 우리의 구글신은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읽어냈다. 무슨 '우아한 형제들'도 아니고 '의로운 형제들' Righteous brothers라는 그룹에서 부른 Unchained melody였다..;; 이건 1965년작으로 내 생각보다도 굉장히 오래됐다..

(3) Dolly Parton의 Nine to Five.
나 초딩 시절 진~~짜 왕창 옛날에 '모나리자'라고 웬 화장지 상표가 있었다.
티슈형 화장지 CF에서 배경음악으로 들었던 게 기억으로 남고 나서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접할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우연히 곡의 정확한 출처를 알게 됐다.

1980년대 어느 미드의 주제곡이었던 듯??
"빰빰빰빰 빰빰빰빰" 이렇게 시작하는 리듬이 강렬해서 장기 기억에 금방 각인된 것 같다.

리스닝이 전혀 안 되다 보니 가사 내용은 알 길이 없었는데..
그냥 전형적인 커리어우먼 직딩의 일상을 노래한 가사이구나.
Gb (또는 F#) 장조에 속하는 곡이 하나 더 추가됐다.

옛날에 "곰을 잡으러 갑시다 좋아 좋아서 / 땡큐" 이건 모나리자 상표의 두루마리 화장지 CF였다.;;
"찾아보자 스모프, 숲 속으로 들판으로, 날아보자 스모프, 맛있는 양념통닭"이랑 비슷한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다.

2. 노래로 듣는 아프리카 언어

라이온 킹 맨 처음 시작할 때 나오는.. "나~주평야! 발발이 치와와..."라고 무슨 판소리 같은 도입부 말이다.
이건 무의미한 음향효과 성대모사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였구나.. 2019년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 아이고~~ ㅋㅋㅋㅋㅋㅋ

아프리카어의 양대 산맥인 스와힐리어 다음으로.. '줄루' 어라고 한다.
저 노래에서는 "잉오야마 ..." 어쩌구 저쩌구가 굉장히 자주 반복되는데.. '잉오야마' 이게.. 사자라는 뜻이랜다.
주인공의 이름인 '심바'는 스와힐리어로 '사자'이니.. 라이온 킹은 두 언어를 골고루 사용한 셈이다.

Nants ingonyama bagithi Baba
"아빠, 여기 사자가 와요~" Here comes a lion, Father
Sithi uhm ingonyama
"ㅇㅇ 그래 사자 맞네" Oh yes, it's a lion


아빠라고 말하는 부분 부근이 '치와와'처럼 들렸구나. -_-;;
진짜.. 별것 아닌 내용이고 "새가 날아든다, 왠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타령 대신 아프리카 버전으로 사자타령이나 마찬가지인데
모르고 들을 때와 25년 만에 알고 들을 때의 느낌 차이가 장난이 아니다...!! ㅋㅋㅋ

(1) 옛날에 최 덕신의 CCM 앨범 <갈망>(1998)의 1번 트랙 "오 놀라워라"가... 라이온 킹 같은 시도를 했는지.. 시작과 끝에 "니아자부 사나~~ 뭄부 무움바~~" 하이튼 뜻은 기억 안 나는 스와힐리어 챈트를 넣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느낌이 좀 어설펐다.

(2) 1997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던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에서는 첫째 날 3번 문제가.. 독충 '이숑고로로'의 움직임을 소재로 집어넣은 내용이었는데.. 저것도 줄루 어로 노래기 벌레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자나 독충이나 다 i 모음으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네.. 진짜 그런 뜻인지는 모르겠다.

(3) 한편, 이집트의 왕자 When you believe 중간에 나오던 어린애들 코러스는.. 히브리어였다. "아쉬라 알 아도나이 어쩌구" (주께 노래하리라) 이런다. 이집트에서 이제 막 해방되어 빠져나가는 장면이지만 가사 모티브는 홍해까지 건넌 뒤에 부른 노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얘들이 사자음어를 눈으로만 보고, 읽기는 다 그냥 '주'라고 읽었다는 걸 알 수 있다.

3. 큰 악기

집도 큰 거, 차도 큰 거, 총도 큰 것... 같은 논리로 악기도 큰 것에 갑자기 마음이 끌린다.
채로 켜는 현악기 중에서 제일 큰놈은 더블베이스 또는 콘트라베이스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바이올린처럼 들고 목에 얹을 수 없으며 그냥 아래에다 받쳐 놓고 켜야 한다. 그 크기와 이름에 걸맞게 음역은 매우 낮다.

한편, 금관악기 중에서 제일 큰놈은 튜바의 파생형인 '수자폰'이다. 관이 무슨 나팔꽃처럼 연주자의 몸통을 둥글게 감싸 올라가며 나팔 부위가 머리 위로 커다랗게 돌출돼 있다. 간지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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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폰은 선 채로, 심지어 실외에서 걸으면서도 불기 편한 형태로 고안되었기 때문에 아주 군대 친화적이다. 이 악기를 발명한 존 필립 수자는 미군에서 오늘날까지 불리는 행진곡들의 상당수를 태반을 작곡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자폰은 군악대에서 엄청 많이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연주자에게 의자가 다 구비돼 있는 실내 오케스트라에서는 볼 일이 없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큼직한 두 악기만 갖고 공연을 하는 2인조 악사가 외국에 있다. 검색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됐다. 위의 사진도 거기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 링크)

4. 찬양곡 중에 비슷한 곡들

"하나님 아버지 주신 책은"과 "달고 오묘한 그 말씀"은 가사의 주제(성경)와 멜로디 구성(6/8박자 G장조), 분위기가 굉장히 비슷하다. 이어서 부르기 좋기 때문에 우리 교회에서 청년부 특송 때 말씀 찬송 메들리로 써먹기도 했다.
아니나다를까 이 두 곡은 Philip P. Bliss이라는 동일 인물이 1870년대의 비슷한 시기에 작사· 작곡한 찬송가이다.

"그를 향하여 우리의 가진 바"와 "사람을 보며 세상을 볼 땐 만족함이 없었네"는 왠지 좀 비슷하게 흥겨운 느낌이 나고 동일 한국인의 곡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 감이 맞다.
작곡자는 지금도 김천에 개원해 있는 정신과 의사 겸 교회 장로이다(최 영택).

최근에는 "하나님이시여 나의 모든 죄를"(시 51)이라는 곡을 접해서 처음으로 들어 봤는데..
한 박 쉬고 시작하는 것, 전반적인 박자라든가 뒷부분에 조옮김이 일어나는 구성이 "나의 영혼이 잠잠히"와 비슷하게 들렸다.
둘 다 이 유정 작곡이다. 좋은 씨앗이라는 CCM 밴드를 만들어서 음반을 냈고 지금은 목사까지 된 분이다.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그 찬양을 작곡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여러 곡을 작곡하다 보면 결국은 비슷한 스타일이 묻어 나기는 하는 것 같다. 난 그 정도로 작곡을 한 경험도, 그럴 능력도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Posted by 사무엘

2019/10/12 08:35 2019/10/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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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 포인터의 필요성

C/C++에서 포인터로 참조하는 동적 메모리가 안전하게 관리되기 위해서는.. 가장 간단하게는 포인터의 생명 주기와 그 포인터가 가리키는 메모리 실체의 생명 주기가 동일하게 유지돼야 할 것이다. 어느 한쪽이 소멸되면 다른 쪽도 소멸돼야 한다. C++에서는 이 정도 절차는 포인터를 클래스로 감싸고 그 클래스의 생성자와 소멸자 함수를 구현함으로써 자동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어떤 메모리에 대한 포인터의 ownership이 더 깔끔하게 관리되고 통제돼야 한다. 멀쩡한 주소값이 딴 걸로 바뀌어서 원래 가리키던 메모리로 접근 불가능해지거나(leak..), 이미 해제된 메모리를 계속 가리키고 있다가 사고가 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런 일을 예방하려면 여러 포인터가 동일 메모리를 참조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고 막든가, 아니면 reference count 같은 걸 따로 둬서 그런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한다. 실행시켰을 때 뻑이 날 만한 짓은 아예 컴파일이 되지 않고 거부되게 해야 한다.
이런 메모리 관리를 자동으로 해 주는 클래스가 표준 C++ 라이브러리에도 물론 구현돼 있으며,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존재한다.

  • 배열 지향: POD 또는 비교적 단순한 오브젝트들의 동적 배열로, 원소들의 순회, 추가· 삭제와 전체 버퍼 재할당 같은 동작에 최적화돼 있다. 원소 전체 개수와 메모리 할당량 정보가 별도로 들어 있으며, 문자열 클래스도 어찌 보면 배열의 특수한 형태라고 간주할 수 있다. [] 연산자가 오버로딩 돼 있다.
  • 오브젝트 지향: 단일 오브젝트 중심으로 메모리 할당 크기보다는 소유자(ownership) 관리에 더 최적화돼 있다. 그래서 구현 방식에 따라서는 원소 개수 대신 레퍼런스 카운트 정보가 있곤 한다. 담고 있는 타입 형태로 곧장 활용 가능하게 하기 위해, ->와 * 같은 연산자가 반드시 오버로딩 돼 있다.

C/C++은 배열과 포인터의 구분이 애매하니 helper class는 각 분야에 특화된 형태로 따로 구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열 버전이야 std::vector라는 유명한 클래스가 있고, 오브젝트를 담당하는 물건을 우리는 smart pointer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불러 왔다.

Windows 진영에서도 ATL 내지 WTL 라이브러리에는 일반 포인터뿐만 아니라 COM 인터페이스를 감싸서 소멸자에서 Release를 해 주고, 대입 연산자 및 복사 생성자에서 AddRef 따위 처리를 해 주는 간단한 클래스가 물론 있었다.
소멸자는 예외 처리가 섞여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함수의 실행이 종료되는 경로가 여럿 존재하게 됐을 때 goto문을 안 쓰고도 메모리 단속이 꼼꼼하게 되는 것을 언어와 컴파일러 차원에서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도 물건은 C++ 좀 다루는 프로그래머라면 아무라도 생각해 내고 구현할 수 있다.

2. 초창기에 도입됐던 auto_ptr과 그 한계

C++은 이런 스마트 포인터도 표준화하려 했으며, 그 결과로 auto_ptr이라는 클래스가 C++98 때부터 도입됐다. 선언된 헤더는 #include <memory>이다.
그러나 auto_ptr는 오늘날의 최신 C++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썩 좋지 못한 설계 형태로 인해 deprecate됐다. 이미 이걸 사용해서 작성돼 버린 레거시 코드를 실행하는 것 외의 용도로는 사용이 더 권장되거나 지원되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C++11부터는 용도를 세분화한 unique_ptr, shared_ptr, weak_ptr이라는 대체제가 등장했다. 이거 마치 C-style cast와 C++ *_cast 4종류 형변환의 관계처럼 보이지 않는가? =_=;;

auto_ptr은 한 메모리를 오직 한 포인터만이 참조하도록 하고 포인터가 사라질 때 소멸자도 호출해 주는 최소한의 기본 조치는 잘 해 줬었다. auto_ptr<T> ptr(new T(arg1, ...)) 같은 꼴로 선언해서 사용하면 됐다. 하지만...

(1) 단일 포인터와 배열의 구분이 없었다.
물론 스마트 포인터는 전문적인 배열 컨테이너 클래스와는 용도가 다르니, 원소의 삽입· 삭제나 원소 개수 관리, 메모리 재할당 처리까지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클래스의 소멸자에서 호출해 주는 clean-up을 별도의 템플릿 인자로 추상화하지는 않았고 그냥 delete ptr로 고정해 놓았기 때문에.. 당장 delete와 delete[]조차도 구분할 수 없어서 번거로웠다. 다시 말해 auto_ptr<T> ptr(new T[100]) 이런 식으로 써먹을 수는 없다.

(2) 포인터의 ownership을 관리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게 복사 생성자 내지 대입 연산자에서 우항 피연산자를 변조하는 꽤 기괴한 형태로 구현돼 있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auto_ptr<T> a(ptr), b에서 b=a 또는 b(a)라고 써 주면.. b는 a가 가리키는 값으로 바뀜과 동시에 a가 가리키는 값은 NULL로 바뀌었다. 즉, 포인터와 메모리의 일대일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소유권은 언제나 복사되는 게 아니라 이동되게 한 것이다.

그렇게 구현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대입 연산에서 A=B라고 하면 A만 변경되어야지, B가 바뀌는 건 좀 납득이 어렵다.
복사 생성자라는 것도 형태가 T::T(const T&)이지, T::T(T&)는 아니다. 차라리 임시 객체만 받는 R-value 이동 전용 생성자라면 T::T(T&&)이어서 우항의 변조가 허용되지만, 복사 생성자는 그런 용도가 아니다.

(3) 위와 같은 특성이랄지 문제로 인해.. auto_ptr은 call-by-value 형태로 함수의 인자나 리턴값으로 그대로 전달했다간 큰일 났다.
메모리의 소유권이 호출된 함수의 인자로 완전히 옮겨져 버리고, 그 함수가 끝날 때 그 메모리는 auto_ptr의 소멸자에 의해 해제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컴파일러 차원에서 잡아낼 수 없다. (뭐, 이미 free된 메모리를 이중으로 해제시키는 사고는 나지 않는다. 깔끔한 null pointer 접근 에러가 날 뿐.)

auto_ptr을 함수 인자로 전달하려면 그냥 call-by-reference로 하든가, 아니면 그 원래의 T* raw 포인터 형태로 전해야 했다.
아니, 함수 인자뿐만 아니라 값을 그대로 함수의 리턴값으로 전할 때, 혹은 vector 및 list 같은 컨테이너에다 집어넣을 때 등.. 임시 객체가 발생할 만한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게 제일 치명적이고 심각한 문제이다. 여러 함수를 드나들고 컨테이너에다 집어넣는 것도 raw pointer와 다를 바 없이 가볍게 되라고 smart pointer를 만들었는데 그러지 못한다면.. 이걸 만든 의미가 없다. 그러면 한 함수 안에서 달랑 소멸자 호출만 자동화해 주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다.
또한, 매번 call-by-reference로 전하는 건 엄밀히 말해 포인터의 포인터.. 즉, 포인터를 정수가 아니라 구조체 같은 덩치 큰 물건으로 취급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이런 이유로 인해 auto_ptr은 좋은 취지로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이런 게 있었다는 것만 알고 최신 C++에서는 잊어버려야 할 물건이 됐다.
(1) C 라이브러리 함수라든가(gets...) (2) C++ 키워드뿐만 아니라(export) (3) C++ 라이브러리 클래스 중에서도 흑역사가 생긴 셈이다.

auto_ptr이 무슨 보안상의 결함이 있다거나 성능 오버헤드가 크다거나 한 건 아니다. 21세기 이전에는 C++에 R-value 참조자 같은 문법이 없었으니 복사 생성자에다가 move 기능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C++에 언어 차원에서 smart pointer의 불편을 해소해 주는 기능이 추가된 뒤에도 이미 만들어진 클래스의 문법이나 동작을 변경할 수는 없으니 새 클래스를 따로 만들게 된 것일 뿐이다.

3. unique_ptr

auto_ptr의 가장 직접적인 대체제는 unique_ptr이다.
얘는 최신 C++에서 새로 추가된 문법을 활용하여 단일 개체와 배열 개체를 구분할 수 있다. unique_ptr<T>와 unique_ptr<T []>로 말이다. 신기하다..;;
그리고 템플릿 가변 인자 문법을 이용하여 new를 생략하고 std::make_unique<T>(arg1, arg2..) 이렇게 객체를 생성할 수도 있다. 얘는 C++14에서야 도입된 더 새로운 물건이다.

unique_ptr은.. 말 많고 탈 많던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가 막혀 있다. 함수에 날것 형태로 전달하거나 컨테이너에 집어넣는 등의 시도를 하면.. 그냥 컴파일 에러가 나게 된다. 그래서 안전하다.
이전의 auto_ptr이 하던 것처럼 소유권을 옮기는 것은 R-value 이동 생성자라든가 std::move 같은 다른 방법으로 하면 된다.

어떤 클래스에 대해서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가 구현돼 있지 않으면 컴파일러가 디폴트, trivial 구현을 자동 생성하는 편이다. 각 멤버들에 대한 memcpy 신공 내지 대입 연산자 호출처럼 해야 할 일이 비교적 직관적으로 뻔히 유추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스에 따라서는 그런 오지랖이나 유도리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를 금지해야 할 때가 있다. 인스턴스가 단 하나만 존재해야 하는 singleton 클래스, 또는 저렇게 반드시 1핸들, 1리소스 원칙을 유지해야 하는 클래스를 구현할 때 말이다.

그걸 금지하는 가장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테크닉은 해당 함수를 private으로 선언해 버리는 것이 있다. (정의는 당연히 하지 말고)
하지만 이것도 friend 함수에서는 안 통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신 C++에서는 액세스 등급과 별개로 상속 받았거나 디폴트 구현된 멤버 함수의 사용을 그냥 무조건적으로 금지해 버리는.. = delete라는 문법이 추가되었다. 순수 가상 함수를 나타내는 = 0처럼 말이다! unique_ptr은 이 문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 unique_ptr은 컨테이너에 집어넣는 게 전혀 불가능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

vector<unique_ptr<T> > lc;
lc.push_back( unique_ptr<T>(new T) );

처럼 push_back이나 insert에다가 T에 속하는 변수를 줄 게 아니라 저렇게 애초부터 R-value 임시 객체를 주면 된다.
그러면 임시 객체의 ownership이 컨테이너 안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지고, 컨테이너 안의 unique_ptr만이 유일하게 T를 가리키고 있게 된다.

얘는 auto_ptr보다 상황이 훨씬 더 나아졌고 이제 좀 쓸 만한 smart pointer가 된 것 같다.
사실, 작명 센스조차도.. auto는 도대체 뭘 자동으로 처리해 준다는 건지 좀 막연한 구석이 있었다. 그게 unique/shared로 바뀐 것은 마치 '인공지능'이라는 막연한 용어가 AI 암흑기를 거친 후에 분야별로 더 구체적인 기계학습/패턴인식 같은 말로 바뀐 것과 비슷하게 들리기도 한다. ㅎㅎ

4. shared_ptr와 weak_ptr

그럼 다음으로, shared_ptr을 살펴보자.
얘는 마치 COM의 IUnknown 인터페이스처럼 reference counting을 통해 다수의 포인터가 한 메모리를 참조하는 것에 대한 대비가 돼 있다. 그래서 unique_ptr과 달리, 대입이나 복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1) 날포인터는 그냥 대책 없이 허용하기 때문에 ownership 문제가 발생하고.. 아까 (2) auto_ptr은 무조건 ownership을 옮겨 버리고, (3) unique_ptr은 깔끔하게 금지하는데 (4) 얘는 참조 횟수를 관리하면서 허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소멸자는 가리키는 놈의 reference count를 1 감소시켜서 그게 0이 됐을 때만 실제로 메모리를 해제한다.

그래서 shared_ptr은 크기 오버헤드가 좀 있다.
unique_ptr은 일반 포인터 하나와 동일한 크기이고 기술적으로 machine word 하나와 다를 바 없는 반면, shared_ptr은 reference count 데이터를 가리키는 포인터를 추가로 갖고 있다. 일반 포인터 두 개 크기를 차지한다.

이는 static_cast보다 dynamic_cast가 오버헤드가 더 큰 것과 비슷한 모습 같다. 그리고 멤버 포인터가 다중 상속 하에서의 this 오프셋 보정 때문에 추가 정보를 갖고 있다면, 얘는 ownership 관리 때문에 추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이 비교된다.

끝으로, weak_ptr이라고, shared_ptr로부터 얻어 올 수 있는 포인터도 있다. 얘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reference count를 건드리지 않으며 소멸자에서도 아무 처리를 하지 않는 포인터.. 즉 일반 포인터와 차이가 사실상 없는 물건이다. 순환 참조 문제를 예방하려면 A에서 B를 참조한 뒤에 B에서 또 A를 참조할 때는 레퍼런스 카운트를 건드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반 포인터 대신 굳이 이런 자매품도 따로 만든 이유는 언어 차원에서의 무결성 보장처럼 for the sake of completeness 때문으로 보인다. 무결성 보장이란 게 무슨 말인지 예를 들자면, weak_ptr은 가리키는 주소가 반드시 shared_ptr로부터 유래되었고, unique_ptr과는 절대 섞이지 않는다는 것 말이다.

물론 COM 인터페이스도 아니고 일반 포인터에서 굳이 weak_ptr이 필요할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은 현실에서는 거의 없을 것이다. 상상조차 잘 안 된다. 포인터 A가 다른 클래스 B를 가리키는데, 그 클래스 B 내부에 포인터 A가 소속된 다른 객체를 가리키는 포인터가 들어 있다던가.. 뭐 그런 상황 정도이다.
다만, 순환 참조는 단순히 A→B→A뿐만 아니라 A→B→C→A 같은 더 복잡한 형태로도 발생하고, 일단 발생한 것을 감지하기란 몹시 난감하다. 그러니 weak_ptr이라는 개념 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상이다. 그냥 생성자와 소멸자를 적절히 구현해 주고 ->와 *만 오버로딩 해 주면 끝일 것 같은 smart pointer도 깊게 들어가면 내막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ust 언어는 garbage collector 기반이 아니면서 더 독특한 방식으로 메모리 소유권을 관리한다던데 그 내막이 어떠했던지가 다시 궁금해진다.

5. 여담

(1) = delete는 다시 봐도 참신하기 그지없다. delete라는 키워드가 연산자 말고 이런 용도로도 활용되는 날이 오더니!
배열 첨자 연산자이던 []와 구조체 참조 연산자이던 ->가 람다 선언에서 의미가 완전히 확장된 것만큼이나 참신하다.
하긴, 옛날에 템플릿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저 비교 연산자일 뿐이었던 <와 >가 완전히 새로운 여닫는 형태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정말 충격적인 변화였을 것이다.

(2) 글쎄, 멤버 함수의 접근을 금지하는 방법이 저렇게 도입됐는데, 어떤 클래스에 대해서 Java의 final이나 C#의 sealed처럼 상속이 더 되지 않게 하는 옵션은 C++에 도입되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C++은 타 언어에 없는 protected, private 상속이 존재하지만 상속 자체를 금지하는 옵션은 없어서 말이다.

특히 내부 구조가 아주 간단하고 가상 함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 특히 소멸자가 가상 함수 형태로 별도로 선언되지 않은 클래스는 상속을 해도 어차피 polymorphism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그냥 단순 기능 확장에만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Java는 모든 함수가 기본적으로 가상 함수일 정도로 유연한데도 이와 별개로 상속을 금지하는 옵션이 있는데.. 그보다 더 경직된 언어인 C++은 의외로 그런 기능이 없다.

(3) C/C++의 사고방식에 익숙한 프로그래머라면 포인터란 곧 메모리 주소이고, 본질적으로 machine word와 동일한 크기의 부호 없는 정수 하나일 뿐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객체지향이라든가 함수형 등 프로그래밍 언어 이론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구현하려면 숫자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포인터가 얼마든지 등장하게 된다.

앞서 다뤘던 shared_ptr이라든가 다중 상속을 지원하는 멤버 함수 포인터..
그리고 자기를 감싸는 문맥 정보가 담긴 클래스 객체 포인터라든가 람다 함수 포인터 말이다.
C++은 전자를 기본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클래스들이 Java 용어로 치면 개념적으로 static class인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후자를 기본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람다는 캡처가 없는 놈만 기존 함수 포인터에다 담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구현되고 구현하는 시공간 비용이 어찌 되는지를 프로그래머라면 한 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4) C++에서 class T; struct V; 처럼 이름만 전방 선언된 incomplete type에 대해서는 제일 단순한 직통 포인터, 그리고 무리수가 좀 들어간 멤버 포인터 정도만 선언할 수 있다. T나 V의 실체를 모르니 이런 타입의 개체를 생성하거나, 포인터를 실제로 참조해서 뭔가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런 불완전한 타입을 가리키는 포인터를 상대로 delete는 가능할까? 난 이런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sizeof(T)의 값을 모르더라도 포인터가 가리키는 heap 메모리 블록을 free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애초에 malloc/void가 취급하는 것도 아무런 타입 정보가 없는 void*이니 말이다.
그러니 operator delete(ptr)은 할 수 있지만, 해당 타입에 대한 소멸자 함수는 호출되지 못한다.

컴파일러는 이런 코드에 대해서 경고를 띄우는 편이다. Visual C++의 경우 C4510이며, delete뿐만 아니라 delete[]에 대해서도 동일한 정책이 적용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9/10/09 08:35 2019/10/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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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교통수단

1. 기술 디테일

자동차가 자그마한 승용차 급이다가 대형 버스나 트럭 내지 그 이상으로 커지면 내부 구조가 다음과 같이 바뀐다.

(1) 엔진
휘발유 기반이다가 디젤로 바뀐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더 복잡하고 무겁고 비싸지만 저속 토크가 더 강하며, 실린더의 개당 부피에 제약이 없어서 엔진의 대형화에 근본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4기통만으로 4000cc에 달하는 엔진은 디젤로는 구현 가능하지만 휘발유로는 가능하지 않다. 이런 차이는 양 엔진의 점화 방식의 차이 때문에 존재한다(점화 플러그 vs 압축 착화).

물론 디젤 엔진 정도야 대형차 전용인 건 아니고 아니라 소형 승용차에도 쓰인다. 하지만 반대로 휘발유 엔진이 대형차에서 쓰이는 일은 없다. 휘발유 엔진의 GDI와 디젤 엔진의 CRDI는 둘 다 direct injection으로 끝나는데 각각 자기 분야에서 무엇을 크게 개선한 기술인지 궁금해진다.

참고로, 자동차 말고 타 교통수단들도 작은 놈은 자동차 같은 왕복 피스톤 엔진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덩치가 더 커지면 철도 차량은 아예 전기 모터로 갈아타고 비행기는 제트 엔진을 장착하게 된다.

(2) 브레이크
승용차 수준에서는 방열 성능과 정비성이 더 뛰어나고 제동력 조절도 용이한 디스크 방식이 앞뒤 바퀴에 모두 쓰인다. 그러나 대형차로 가면 닥치고 제동력이 더 좋은 드럼 방식이 적어도 뒷바퀴에는 여전히 지존이다. 다만, 대형차 말고 아예 경차도 원가 절감을 위해 드럼 브레이크가 쓰이곤 한다.

그리고 승용차와 소형 트럭에서는 제동력을 전하는 매체가 브레이크액이라는 액체인 반면, 중형급 버스나 트럭(4~5t쯤?)부터는 역시나 성능이 좋다는 이유로 압축 공기가 쓰인다. 대형차에서 걸핏하면 '축~ 취익~' 방귀 소리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브레이크는 짧은 시간 동안 너무 자주 많이 밟으면 엔진만큼이나 과열될 수 있다. 브레이크액이 끓을 정도가 돼서 페달을 밟아도 쑤욱 들어가기만 하고 제동이 전혀 안 걸리는 것은 vapor lock 현상이다. 그리고 브레이크 패드가 달궈져서 제동력이 떨어지는 건 fade 현상인데, 디스크보다는 드럼 방식이 더 취약하다.
대형차는 브레이크액 방식이 아니니 vapor lock 현상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fade 현상과 아예 공기압의 고갈을 조심해야 한다. 계기판에 브레이크 공기압 게이지가 달려 있다.

(3) 변속기
승용차급에서는 자동 변속기가 대세가 된 반면, 대형 상용차(트럭, 버스)에서는 차량 가격과 성능, 연비 같은 효율 문제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수동 변속기가 주류이다.
그리고 100~400마력짜리 자동차 레벨에서 수동 변속기라면 그냥 톱니바퀴만으로 감당 가능하다. 철도 차량도 짤막한 디젤 동차는 이런 식으로 동력을 변환한다.

그러나 수천 마력의 출력으로 여러 객차를 끄는 기관차에서 기어만으로 동력 변환을 하려면 변속기가 너무 커지고 복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은 약간 떨어지지만 동력을 간접적으로 전해서 변환하는 유체 변속기 내지 토크 컨버터가 쓰이며, 자동차에서도 자동 변속기는 이 방식을 쓴다.

아울러, 전기도 교류는 같은 전력에서 전압-전류 출력 변환이 용이하니, 대형 디젤 기관차는 변속기 오일 대신 전기를 중간 매체로 사용해서 디젤 전기 기관차 형태인 게 보통이다.

사실은 철도 차량까지 갈 것 없이 버스 중에도 저상 버스는 커다란 물리적인 기어박스를 원하는 형태로 밑에 장착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인해, 불가피하게 자동 변속기가 장착되어 왔다. 허나 최근에는 그런 기술적인 한계가 극복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저상 버스에도 수동 변속기가 널리 보급되면 기사가 운전하기는 더 힘들지만, 버스 회사의 입장에서는 구입 단가가 저렴해질 수 있겠다.

(4) 서스펜션
세상의 자동차들은 바퀴와 차체가 곧이곧대로 딱딱하게 붙어 있는 게 아니다. 한쪽으로 충격을 받으면 그걸 흡수하여 반대편으로 들썩거린다. 마치 초고층 빌딩이 바람을 맞으면 미세하게나마 흔들리게 설계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 같다.

육상 교통수단에는 이걸 담당하는 서스펜션 내지 현가장치라는 게 있어야 좋은 승차감이 보장될 수 있다. 자동차가 아닌 마차 시절에도 초보적인 형태의 현가장치는 고안되어 쓰여 왔다.
철도는 길이 워낙 곧고 부드러우니 차량에 이런 게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만, 그래도 거기에도 간략하게나마 자동차와는 다른 형태의 현가장치가 있다. (철도 차량에는 차동 기어는 없음. 커브를 돌 때 좌우 바퀴의 회전수를 달리하여 동력을 전하는 장치)

승용차의 바퀴 주변을 보면 지면과 수직으로 코일 내지 스프링이 둘러진 막대기가 보이는데, 그게 서스펜션이다. 더 세부적인 방식으로는 multi-link 방식, rigid axle 방식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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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대형 트럭의 뒷바퀴를 보면 통상적인 스프링이 아니라 무슨 활 모양의 휘어진 작대기가 지면과 수평으로 여러 겹 둘러진 게 보인다. 요것은 대형차에서 주로 쓰이는 판(leaf) 스프링 서스펜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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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스프링 서스펜션은 코일 스프링보다 승차감이 별로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저렴하고 강한 충격과 하중에도 안 부러지고 버티기 때문에 천상 대형차용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정비를 제대로 안 하다가 판 스프링 중 일부가 주행 중에 부러져서 떨어지고, 그걸 뒷차가 밟는 바람에 휙 튕겨 날아가서 주변의 차들에게 사고를 유발하는 민폐를 종종 끼치곤 한다.

특히 지난 2018년 1월, 중부 고속도로 이천시 구간에서는 달리던 승용차의 앞으로 웬 철판이 날아들어 신혼 부부 신랑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고가 났는데.. '죽음의 철판'이라고 불린 그 물체도 바로 불상의 화물차에서 부러지고 떨어져 나간 판 스프링 조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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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밟아서 반대편 차로로 튕긴 주범은 어느 관광버스였다. 경찰에서 두 달이 넘게 빡세게 CCTV를 판독하고 조사한 끝에 기어이 찾아냈다. 하지만 깜깜한 밤에 길쭉한 철판 조각이 떨어진 것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 버스 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철판을 떨어뜨린 차량은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2. 특수한 대형 자동차

세상에는 엔진이 달렸고 바퀴가 굴러가지만,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일반 도로에서 주행할 수 없는 자동차가 있다. 이런 차들은 특수한 구역 내부만 주행할 수 있으며, 통상적인 등록 절차를 거친 '바사아자'(자가용일 리는 없을 테니) 번호판이 달려 있지도 않다.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는 이유는 대체로 길이나 폭 같은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에버랜드의 주차장 셔틀버스가 좋은 예이고, 더 일반적으로는 공항 계류장에서 이런 특수한 자동차들이 여럿 볼 수 있다. 비행기를 활주로까지 밀고 당겨 주는 토잉카라든가, 탑승교가 없는 공항에서 승객을 비행기까지 단거리 수송하는 일명 램프 버스/에이프런 버스 말이다.

전자의 경우, 보잉 747급의 대형 여객기를 옮겨 주는 물건은 공사장이나 탄광에서 쓰이는 어지간한 중장비· 건설 기계보다도 출력이 훨씬 더 높다. (거의 1000마력 근처) 토잉카는 바퀴의 공전 현상 없이(= 충분한 접지력) 비행기를 견인하기 위해 자기 자신부터 엄청나게 무겁게 만들어지며, 엔진도 그에 상응하는 출력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램프 버스는 어차피 경사가 전혀 없는 공항 계류장만 다닐 테니 기존 시내버스보다도 바닥이 극도로 낮다. 폭과 길이는 도로교통법에서 규정된 한계를 씹어먹을 정도로 더 크지만(비행기 승객을 한번에 모두 태우기 위해서) 좌석은 아예 전혀 없다. 도시형 입석 시내버스보다 더 단거리 가축 수송에 최적화돼 있는 셈이다.

얘들은 차량 크기뿐만 아니라 배기가스 규제 쪽도 통상적인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된 연식의 차량도 계속 굴러다닌다고 한다. 글쎄, 아예 전기차로 바꿔 버려도 될 것 같다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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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국내의 경우 원주 공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터미널과 활주로가 1.7km 가까이 멀리 떨어져 있으며, 중간에 일반 차도를 지나야만 두 장소를 왕래할 수 있다. 그래서 램프 버스도 일반 자동차들과 동일한 번호판에 동일한 체격인 일반 버스이다. 뭐, 저기는 국제 공항도 아니고 제주도 행 대한 항공 여객기가 하루 한 편 다닐까 말까인 군소 공항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된다.

공항을 벗어나서 여객이 아닌 화물· 중장비· 건설 기계 분야로 가면 역시나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특수 차량을 볼 수 있다.
Mack Titan처럼 road train이라고 불리는 초대형 트레일러는 그래도 그 나라의 도로교통법에 맞게 설계되었고 일반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이다. 그것 말고.. 광산에서 쓰이는 트럭 중에는 통상적인 길이· 높이· 폭과 축중량 한계를 몽땅 무시한 괴물이 있다. Terex Titan, Komatsu 930E, CAT 797F 이런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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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은 공장에서 생산되고 나서 광산 현장으로 이동은 어떻게 했겠는지 궁금하다.
하긴, 가끔은 여러 개의 차선을 점유하는 초대형 화물--로켓 부품 같은?--을 일반 도로에서 트레일러로 불가피하게 수송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는 미리 허가를 받은 뒤에 앞뒤로 에스코트 하는 차량을 두고 옛날 적기 조례가 적용되었던 것처럼 진짜 살금살금 조심조심 움직여야 한다. 이런 짓은 주변에 끼치는 민폐가 크기 때문에 한밤중에 몰래 하는 편이다.

3. 쌍동체 비행기

지금까지 글이 대부분 초대형 특수 자동차 위주로 진행됐는데, 초대형 특수 비행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는 An-225 내지 에어버스 A380이 1위를 다투고 있다. 비행정까지 포함하면 옛날의 휴스 H-4 허큘리스가 명목상 최대이다.

그런데 옛날에는 마치 아이스크림 쌍쌍바처럼 꼬리날개를 포함한 동체가 둘로 구성된.. '쌍동체' 비행기가 있었다. 뭐 그때는 쌍동체라고 해 봤자 기체 전체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복엽기만큼이나 당대의 제한된 기술만으로 비행기의 성능과 수송력을 끌어올리려던 여러 시도 중 하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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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상 과학 소설에서는 보잉 747 같은 대형 여객기가 2개 내지 3개의 동체로 편성돼서 한번에 무슨 타이타닉처럼 1000~2000명씩 타는 게 묘사된 걸 본인은 읽은 기억이 있다. 무슨 열차도 아니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얼추 비슷하게 현실이 된 게 있다.
Stratolaunch라는 회사에서 로켓을 완전 지상이 아닌 공중에서 저렴하게 발사하기 위해, 로켓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특수 쌍동체 비행기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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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폭이 117m에 달한다고 한다. 기체 대비 저 깨알같은 사람의 크기를 비교해 보시라..;;
얘도 통상적인 규격 하에서 만들어진 공항 활주로에서 이착륙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휴스 H-4 허큘리스를 제치고 전세계에서 폭 하나는 제일 큰 비행기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폭만 무식하게 크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가녀리게 생긴 저 비행기에서 로켓 발사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세상엔 이런 식으로 특이하게 거대하게 생긴 특수 목적 교통수단이 분야별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선박이야 원래부터 워낙 거대한 놈 천지이며, 뭔가 외형이 크게 특이하게 바뀌면서 덩치가 커지는 게 없으니 논외로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9/10/06 08:33 2019/10/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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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여름에 영화 인천 상륙 작전이 나왔는데, 이제는 그 스토리의 프리퀄 격인 장사 상륙 작전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져 나왔다. 이건 적을 혼동시키고 군사력을 분산시켜서 진짜 본론인 인천 상륙 작전이 차질 없이 수행되게 하기 위한 밑밥이었던 셈이다. 본인은 개봉 초기에 영화를 잘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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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영화는 팩트와 실존 인물을 표방한다는 것을 시작과 끝에서 명시하고 있다. 최소한 "대장 김 창수", "고산자 대동여지도", "자전차왕 엄 복동", "말모이" 같은 급으로.. 주 스토리 차원에서 말도 안 되는 왜곡, 주작, 창작, 각색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된다.
문산호가 좌초· 침몰한 것, 갑자기 통신이 끊겨서 상륙 후에 곧장 귀환을 못 하고 학도병 팀이 오랫동안 고립됐던 것 등등은.. 모두 팩트이다.

(2) 학생들이 보트 타고 상륙하고 총질하는 게.. 마치 배틀로얄 2 레퀴엠 장면 같았다..;; 학도병 주인공 둘은 "15소년 표류기"에 나오는 브리앙과 도니판 같아 보이기도 하고..

(3) 작중에 나오는 터널은 단면이 말발굽 모양인 게 명백하게 단선 철도 터널처럼 생겼는데..
일제 말기 때 만들다가 말았던 동해중부선의 흔적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작전이 수행되었던 곳은 7번 국도 구간이라고 한다만..)
일제는 전쟁 중에 물자가 부족해서 금강산선, 경북선 같은 철도의 선로를 뜯어 가긴 했지만, 러시아 진출에 필요한 경원선은 복선화하고, 동해중부선은 오히려 새로 건설하고 있었다.

(4) "공산군 저놈도 알고 보면 한 부모의 아들이고 착한 놈이었어"라든가(북괴 기관총 사수를 죽이고 나서 보니 걍 앳된 학도병..), 오글거리는 어설픈 "태극기 휘날리며" 스타일의 신파극이 살짝 들어가 있다.
그리고 국군과 미군 수뇌부를 마냥 절대선이 아니라, 융통성 없고 학생들을 일회용품 총알받이로 쓰고 갖다버리려는 꼰대 집단 비스무리하게 묘사하긴 한다. 하지만 이념적으로 불순한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인천 상륙 작전과 달리, 적인 공산군 중에서 막 인상적인 활약을 하는 악역 주연이 딱히 없다. 그냥 떼거지로 몰려와서 아군에게 총질만 할 뿐이다.
그리고 아군도.. 스토리를 심하게 각색· 왜곡하지 않고서는 겨우 앳된 학도병이 일당백 용감무쌍 무공을 펼치는 식으로 묘사할 수도 없다. 걔네들은 일당백은커녕 총소리 듣고 혼비백산 겁 먹고 달아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너무 대단했던 10대 소년들이다. 이런 스토리 구조에서 굳이 대립· 갈등 비스무리한 걸 넣으려면 아군 수뇌부에게라도 그 역할을 약간 감당시켜야 했을 것이다.

요즘 시대에 197, 80년대 스타일의 일방적인 절대선 절대악 애국심 호소만 존재하는 반공 영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저 영화가 오히려 더 현실적인 묘사를 한 면모도 있다.
미국도 결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조치원함을 보내 주고 애들을 구하려고 일말의 노력은 했다. 그리고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죽을 고생 하고 완수하고 살아 돌아온 이 명흠 대위를 국군에서는 전사자가 너무 많고 배(문산호)를 버리고 왔다는 이유로 사형에 처하려고 했을 정도이니.. 실제로 융통성 없는 꼰대 집단인 것도 맞았다.. -_-;; (그래도 다행히 진짜 처형하지는 않음)

(5) 결말도.. 액자식 구성이 아닌 것으로 시작한 영화가 갑자기 저렇게 끝나는 건 대놓고 "태극기.."를 따라 한 억지 급조인 것 같다.
그래도 전체적인 결론은..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아무리 민족이니 뭐니 해도,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이념이 다르면 도저히 함께할 수 없으며, 서로 완벽하게 격리· 분리· 독립이 불가능하다면 최악의 경우 서로 죽고 죽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6) 이 영화의 모티브인 장사리 상륙 작전은 6·25 중의 여러 전투들처럼 단순히 오래되어서 인지도가 낮을 뿐이지, 무슨 실미도 급으로 존재가 부정되고 조직적으로 은폐된 작전은 결코 아니다.

이미 196, 70년대의 언론 보도와 매체에서도 버젓이 언급되어 왔다. 일반인들이나 잘 모르지 근현대사 전쟁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까지 모를 정도는 아니었다. 학도병들이 무슨 실미도 북파공작원이나 국정원 흑색요원 같은 존재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이 전투가 완전히 잊혀졌다가 뒤늦게 발굴되었네 어쩌네 유세를 떠는 것은 영화의 유니크함을 어필하기 위한 마케팅 과장이다. 걸러가며 들을 필요가 있다.

(7) 내가 이 영화 소개글을 블로그에다 올리려고 마음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저 실제 장사리 해변/해수욕장에 이미 철도로 접근할 수가 있게 됐다는 것을 본인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도 7호선의 철도 버전으로 포항과 삼척을 잇는 동해중부선, 통합 동해선이 일단은 2022년에 전구간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요즘 세상에 고속철이 아니고 광역전철도 아닌 생판 오지에 새로운 단선 비전철 철도가 새로 생긴다니 굉장히 이색적인데.. 포항-영덕 구간은 이미 작년 1월에 개통했다. 그 사이에 '장사'라는 역이 생겨서 여기서 내려서 몇백 m 걸어가면, 장사 해수욕장과 함께 그 이름도 장사 상륙 작전 전적지까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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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2018년 초 그 당시엔 평창 동계 올림픽과 함께 모든 관심이 경강선 KTX에만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6월 말에 서울-양양 고속도로(60) 춘천 동쪽 구간과 영천-상주 고속도로(301)가 거의 동시에 개통했지만, 전자의 인지도에 밀려서 후자는 묻혔던 것처럼 말이다.

장사리 영화를 안 봤으면 내가 일부러 거기 지형을 찾아보지 않았을 것이며, 세상에 "영덕 역이란 게 어딨어?"라는 무식한 소리를 2019년 가을까지도 늘어놓고 있었지 싶다.
나의 무지를 회개하며, 이를 일깨워 준 장사리 영화에 감사드리며 반성한다.
평창역에는 KTX만 서지만, 영덕역에서는 RDC 무궁화호만 탈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10/04 08:32 2019/10/0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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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물관 입구에서 본관까지 쫙 펼쳐진 풍경이다. 본관으로 가는 중간 길목에서 "물과 환경 전시관"에 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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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 전시된 것은 애들 눈높이에 맞춰서 그냥 물의 소중함, 숲과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 같은 것들이어서 따로 사진을 소개하지 않겠다. 상수도 시설보다는 더 포괄적인 주제이다. 그렇다고 "물은 답을 알고 있다" 급의 황당한 낭설이 버젓이 소개된 건 아니었다. ㅎㅎ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을 때도 계곡에 어떻게 물이 흐를 수 있을까?"는 성인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만한 의문인 것 같다. 짐작하다시피 숲에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식물이 광합성을 해서 산소를 만들어 내는데, 이 산소의 출처조차도 물 분자를 구성하던 산소 원자라는 것을 이과 출신이라면 익히 잘 알 것이다.

다만, 한국이 물 부족 국가라는 얘기는 1990년대에 어디선가 UN 통계를 인용하면서 언론에서 한창 떠들어댔었던 이슈인데, 지금은 그게 상당수 근거 없는 루머일 뿐이라는 반박도 나와 있다.
19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난리였었는데 말이다. 특히 폭염과 가뭄을 몇 번 겪고 나서는 도시에서도 제한급수 운운했었으며, 공중 목욕탕에서는 물이 훨씬 더 빨리 끊기고 매번 수동 재조작을 해야 물이 나오는 불편한 "절수기"가 장착된 샤워기를 의무적으로 운용해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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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도 정수장 내부에 위치한 수도 박물관답게.. 서울 아리수를 직접 시음해 보라고 음수대가 실외에 비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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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이 수도 박물관 본관이다.
하수도 과학관은 시설들을 지하화해서 확보한 지상 부지에다가 최신 스타일로 지은 새 건물인 반면, 수도 박물관 본관은 문화재급의 옛날 건물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저건 구한말에 우리나라 서울? 한양에 처음으로 상수도 시설이 구축될 때 지어졌던 바로 그 건물 원판이며, 실제로 서울특별시 유형 문화재 중 하나이기도 하다.

1899년 9월이 한국의 철도 원년이라면 1908년 9월은 한국의 상수도 원년이다. 그리고 여기가 한반도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상수도 정수장이었으며, 박물관이 개관한 2008년은 상수도 개통 100주년이었던 셈이다.
'송수실'이라는 단어 자체가 친근하고 자주 쓰이는 게 아니다 보니, 구글에서는 이 단어로만 검색해도 곧장 수도 박물관 본관이 바로 검색되고 사진이 쭈루룩 걸려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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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관에서는 드디어 우리나라 수도 시설의 역사에 대한 자료를 많이 열람할 수 있었다. 수도꼭지를 돌리면 언제 어디서나 맑은 물이 콸콸 흘러 나오는 게 그냥 된 일이 절대 아니다.

옛날에는 '물장수'라고 신문이나 우유, 연탄을 배달하듯이 마시는 물과 씻는 물을 배달하는 사람이 있었다. 한가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 서울처럼 인구가 많은 곳은 겨우 우물 몇 곳만으로는 물 수요가 감당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 시절엔 가뭄이나 환경 오염이 없어도 맹물조차도 얼마나 단가가 높고 귀했을지 상상이 된다. 지금은 그나마 저런 물장수와 제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은 정수기 위쪽에다 꽂는 그 물탱크에 담긴 생수를 나르는 인부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처럼 합성 세제나 공장 폐수에 의한 물 오염만이 없을 뿐이지, 당장 인간의 배설물이나 기생충에 의한 오염과 수인성 전염병(콜레라 같은..)은 오히려 더 만연해 있었다. 무식하게 친환경 친자연만 추구한다고 인체 건강에 좋은 게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에 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업을 겸사겸사 들어 놓은 게 평생 교양(?)의 밑천으로 쓰이는 것 같다. 서울 지리 쥐뿔도 모르던 시절에 접했던 <성북동 비둘기>만큼이나.. <북청 물장수>라는 시도 있다.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솨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드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굉장히 고된 직업 내지 알바를 굉장히 시원하고 낭만적인 느낌으로 묘사했지만.. 물장수에게서 물을 사야 하는 세상이라면 정말 갑갑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등 양쪽으로 물동이를 이고 낑낑대는 게.. 영화에서는 <킬 빌>에서 키도 누님이 파이 메이 밑에서 수련 받을 때...
그리고 아예 엄 복동에서도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기 전에 물장수 일을 하는 장면 정도가 기억에 남아 있다. 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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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림을 시작으로 수도 박물관 본관 내부는 구획 구분 없이 커다란 방 하나에 이런 게 전시되어 있는 게 전부였다.
자동차가 발명되면서 기존 마차 사업자들이 반발했듯이, 상수도가 개통하면서 물장수들도 많이 반발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1908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동시에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물장수라는 직업 자체가 신속하게 없어진 것 역시 아니다. 그러니 <북청 물장수> 같은 시가 무려 1924년에 발표될 수 있었던 것이지 싶다.

지금은 한강에서 수돗물 공급을 위한 취수는 저 멀리 팔당댐부터 시작해서 잠실대교(정확히는 잠실 수중보) 이북까지의 상류 구간 몇 군데에서 한다. 하지만 정수장은 이런 뚝도를 포함해 하류에도 존재하며, 지금의 선유도 공원도 과거에는 수돗물 정수장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아래의 그림은 2000년대 중반의 옛날 보도 자료이긴 하지만, 취수장과 정수장의 관계를 보여준다. 수도 박물관이 있는 곳이 바로 '뚝도 정수장'이다.
취수장이건 정수장이건 상수도와 관련된 시설은 군부대 내지 발전소에 준하는 보안 시설로 간주되어 민간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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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한강에 상수도가 처음으로 건설됐던 시절에는 취수 시설도 지금만치 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박물관 내부의 설명을 보면 "취수정은 송수실로부터 166m(고작!!) 떨어진 한강 중류 2.4m 수심 강바닥을 3m 정도 판 후 ..... 이런 크기의 콘크리트 정수정을 설치하고, 바닥에서 높이 30cm 되는 곳에 개구부를 설치하였다"라고 돼 있다.
쉽게 말해, 지금처럼 저 멀리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그냥 정수장 근처에서 적당히 물을 끌어다 썼던 것이다.

수돗물은 "취수 → 침전 → 여과(필터링..) → 정수"의 순으로 세균과 불순물을 걸러낸 뒤, 수도관을 타고 최종 수요지에 도달했다. 후대 절차로 갈수록 걸러내는 불순물의 규모가 더 작아진다. 흔히 알려져 있는 염소 소독은 정수 단계에 속한다.
상수도 정수장에서는 그럭저럭 깨끗하거나 약간 더러운 물을 음용 가능할 정도의 깨끗한 물로 바꾸는 반면(90점을 97점 정도?), 하수 처리 시설에서는 최악의 더러운 물을 그래도 적당히 더럽고 자연 회복 가능할 정도의 수질로 바꾼다는 차이가 있다(0~10점을 4, 50점대로?).

아무튼, 물이 이렇게 만들어지고 나면 옛날에는 펌프를 돌려서 여기서 3km 남짓 떨어진 중랑천 건너편의 '대현산'이라는 언덕 꼭대기의 배수지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지금은 꼭대기까지 온통 건물이 지어져서 별 존재감이 없는.. 신금호-행당 일대의 그 해발 80m짜리 언덕 말이다. 거기까지 올라간 물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사대문 안과 용산까지 공급됐다. 오오...

지금도 거기에 송수· 배수 관련 시설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다 지하화됐기 때문에 기존 시설과 부지는 '응봉 공원'이라는 공원으로 바뀌어 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신금호 역 2번 출구와도 아주 가깝기 때문에 찾아가기 쉽다. 여담이지만, 아차산-광나루 사이에도 '아차산 배수지'가 있다.

이렇듯, 서울 상수도의 원리와 역사를 소개해 놓은 본관이 제일 흥미로웠다. 옆의 별관은 기획 전시용인 모양이었으나,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에는 컨텐츠가 없었다.
근처에는 과거에 수돗물을 지금에 비해서 느리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여과하던 거대한 지하실(?)이 개방되어 있었다. 일명 '완속여과지'이다. 여기서 지는 池, bas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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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완속 여과'라고 해서 물을 깨끗한 모래에다 투과시켜서 불순물을 걸러냈다고 한다. 모래 자체도 주기적으로 청소하거나(주 1회) 교체(연 1회 이상)하고 말이다.
여과 진행 속도는 하루에 4m에 불과할 정도로 느리기 때문에 '완속'이다. 다만, 지금은 그렇게 여과하기에는 공급해야 할 물이 너무 많고, 또 취수한 원수의 수질도 예전보다 좋지 않기 때문에 화학 약품을 동원한 급속 여과 방식이 쓰인다. 급속 여과가 완속 여과보다 30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진행 속도가 120~150m/일)

완속 여과지가 현역이던 시절에는 이 모래 위로 물이 출렁출렁 넘쳐 흘렀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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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뒷쪽은 휴식 공간 위주였다. 현대식 상수도가 등장하기 전에 쓰였던 물레방아, 공동 수도, 우물, 펌프가 전시되어 있었고, 테이블과 평상도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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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인공 폭포도 구경하면서.. 여기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

Posted by 사무엘

2019/10/01 08:33 2019/10/0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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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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