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행기

교통수단들별로 조향과 자세 제어를 위해 존재하는 기동을 잘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3차원 공간에서 roll (갸우뚱), pitch (끄덕끄덕), yaw (설레설레)가 모두 있다. roll과 pitch는 조종간을 움직여서 조작하고, yaw는 러더 페달을 밟아서 조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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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달리 자동차는 핸들 조작에 대응하는 yaw만 존재하는 셈이나,
육상 교통수단 중에도 이륜차는 yaw뿐만 아니라 ROLL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커브를 빠르게 돌 때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차체를 커브 안쪽으로 기울이는 것 말이다. 이륜차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비행기도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좌우로 선회한다고 해서 마치 자동차 핸들을 꺾듯이 yaw만 간단히 주는 식으로 기동하지 않는다.
roll을 줘서 기체를 한쪽으로 기울인 뒤, 그 상태로 pitch를 위로 향하게 하면 기체는 옆으로 선회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 봤다면 이건 익숙한 경험일 것이다. yaw는 roll/pitch부터 주고 나서 자세를 최종적으로 바로잡는 보조 용도로나 쓰인다.

이는 roll, pitch, yaw의 순으로 갈수록 항공역학적으로 부담이 크고 기동의 난이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roll은 비행기의 진행 방향 기준에서 볼 때 동체의 형태가 바뀌는 게 전무하고 주익만 까딱까딱 위· 아래로 움직인다. 그러나 yaw는 동체 양쪽의 엔진 출력을 달리해야 하고, 그 결과도 양쪽이 받는 공기의 양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가 roll 없이 자동차 같은 평이한 코너링을 할 수는 없다.

이런 조종도 비행기가 바른 각도 이내에서 일정 속도 이상으로 날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착륙이 임박해서 기체가 왕창 속력이 줄었을 때는 조종이 잘 되지 않으니, 아직 속도와 고도가 높을 때 미리 바른 착륙 자세를 설정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 비행기 조종이 어려우며, 상하 좌우 두 축으로만 가면 되는데도 굳이 축이 3개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착륙을 하려다가 실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것이다.

하긴, 회전익인 헬리콥터는 상승이나 하강을 위해서 pitch를 조절할 필요는 없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그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pitch를 낮춰야 한다. 걔는 전진이 '앞으로 기울어져 선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헬리콥터는 하늘로 떠서 전진하는 원리가 고정익 비행기와는 완전히 다른지라, 거기는 거기만의 항공역학이 따로 존재한다. 테일 로터가 없으면 동체가 로터의 회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뱅글뱅글 돌아가 버리니, 걔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yaw는 자동으로 해결될 듯하다.

2. 대중교통의 송풍구

자동차에서 바람(에어컨이건 히터건 단순 바람이건 무엇이든)이 나오는 송풍기는 보통 이런 모양이다. 사각형이고, 풍향을 조절하는 칸막이가 수평 수직 각 축별로 있으며, 풍량 조절은 별도의 동그란 게이지를 돌려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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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버스를 타면 이렇게 동그랗게 생긴 송풍구를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송풍구가 위에 달려 있는 열차 같은 다른 교통수단들도 비슷한 형태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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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사람이 팔을 위로 뻗어서 힘들게 조작해야 해서 그런지, 잡다한 게이지들 없이 앞서 살펴보았던 승용차용 송풍기보다 더 간편하게 조작 가능하게 돼 있다.
한 칸막이로 수평· 수직 기울이기가 모두 가능하다. 비행기로 치면 yaw와 pitch가 모두 된다. 그리고 칸막이 자체를 다이얼 돌리듯이 돌려서 roll을 하면.. 그걸로 풍량 조절이 된다.
오오.. 이런 식으로 동그란 칸막이 하나에다가 풍향과 풍량 조절 기능을 모두 집어넣었구나~! 순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이스틱, 트랙볼, 마우스 같은 포인팅 장비들도 기본적으로는 수평· 수직 두 축의 궤적만 전할 수 있는데, 마우스는 모르겠다만 나머지 둘은 스틱이나 볼 자체를 좌우로 비틀어 돌려서 한 축의 궤적을 더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휠 같은 데에다 활용할 수도 있겠다만 처음에 지원되던 수직 단일로 한정이다. 요즘은 휠도 수평· 수직을 모두 지원하는 추세여서 제대로 지원하려면 얘만의 고유한 손잡이가 필요하다.

3. 성경에서 너비와 길이와 깊이

엡 3:18을 보면 "모든 성도들과 함께 너비와 길이와 깊이와 높이가 어떠함을 능히 깨닫고"라고 나와 있다.
앞뒤 문맥을 보고는 많은 성경 역본이나 주석이 저 구절을.. '하나님의 사랑이 x y z축 어디로나 얼마나 방대하고 위대한지 깨닫고"라고 편하게 번역하거나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해당 본문 문장은 통사론적으로 그렇게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추상적인 게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물리적인 너비와 길이와 깊이와 높이이다. 이거 정체가 뭘까?

단서가 될 만한 관련 참고 구절은 롬 8:39이다. 같은 바울이 "높이, 깊이, 그 어떤 창조물이라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떼어놓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주의 어마어마한 높이와 깊이를 가리키며, 하나님의 사랑이나 지식은 그런 것조차 아득히 초월한다는 걸 말한다. 저 높이와 깊이란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단절시켜 버릴 법해 보이는 물리적인 장벽일 뿐이지, 최소한 사랑 같은 훈훈한 추상명사는 아님이 명백하다.

바울은 서신서를 저술하면서 하나님의 영감으로 우주의 스케일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유를 구사할 때 그런 단어를 종종 사용한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서는 '-이', '-음' 이라고 접사의 종류가 달라지긴 했지만, 하나로 일치시키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송 명희 작사 <계신 주님>이라는 찬양 가사를 보면서도 뭔가 3차원적인 심상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앞에 계신 주님, 나의 눈동자에 주 있게 하소서 (roll)
나의 머리 위에 계신 주님, 나의 머리 들어 주 바라보게 하소서 (pitch)
나의 좌우 옆에 계신 주님, 나와 동행하시는 주 알게 하소서 (yaw)
나의 뒤에 계신 주님, 나를 안으시며 보호 하시는 주 의지하게 하소서


최 용덕 작사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와도 좋은 대조를 이루지 않는가? ^_^

Posted by 사무엘

2020/02/28 19:34 2020/02/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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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A6 도로 살인 사건

1961년, 영국의 A6 도로 살인 사건은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막장 반전극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 소개글 1, 소개글 2)

일단, 강도 강간 살인 사건의 피해자부터가 유부남이 바람 피우던 불륜 커플이었다. 야밤에 차 몰고 나가서 외지에서 데이트 중이었는데, 갑툭튀한 복면+권총 차림의 단독 강도에게 털렸다. 피해자들은 돈 주고 이 차도 주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제발 풀어 달라고 강도에게 읍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강도에게 저항하다가 총을 여러 발 맞고 말았다.

남자는 치명상을 입어서 목숨을 잃었다. 여자는 근처 농민에게 간신히 구조되어 살아나긴 했지만, 중상으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어 평생 휠체어 신세가 됐다. 범인은 남녀가 모두 죽은 줄 알고 이들을 밖에 버린 뒤, 차를 빼앗아 몰고 도주했다.

다른 목격자가 없는지라 범행 도구인 권총과 탄창의 동선, 근처 대중교통과 호텔 투숙객 목록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용의자가 어렵게 추려졌다. 하지만 정황 증거뿐, 물증이 없었다.
급기야는 무슨 테이큰의 “Good luck” 목소리 식별하듯이 생존 여성 피해자(발레리 스토리.. 스펠링이 Storie임)에게 용의자의 “시끄러, 조용히 안 해?”(현장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말투 재현을 들려주는 것만으로 “아, 이거 범인 목소리 확실해요!”를 확인받았다. 이를 토대로 ‘제임스 핸래티’라는 용의자가 결국 기소되었다.

체포된 핸래티는 이렇다 할 알리바이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꾸기도 하면서 의심 살 짓을 했다. 하지만 유죄건 무죄건 어느 쪽으로든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 인권 변호사들이 핸래티의 무죄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사법부는 피해자의 증언에 더 큰 가중치를 두고 유죄를 확정해 버렸으며, 1962년 4월에 핸래티를 사형에 처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심지어 피해자 여자가 자기 불륜을 덮으려고 엉뚱한 사람을 누명 씌웠네, 피해자 남자의 부인이 불륜을 응징하려고 킬러를 따로 고용해서 보냈네 하면서 온갖 낭설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밖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되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저 외딴 곳에 권총 강도 달랑 한 명이, 그것도 별로 비싸지도 않은 소형차를 노리고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게 좀 뜬금없어 보이긴 한다... 또한, 성경조차도 유죄 판결은 최소한 두세 명 이상의 일치하는 증언을 확보한 뒤에 내리라고 돼 있는데 저건 그것도 아니었다.
논란이 너무 거세어지면서 급기야는 영국에서는 이 사건을 끝으로 사형 제도 자체가 폐지되고 말았다..;;

그러나, DNA 감식 기술이 도입되고 이 사건을 1999년(피해자 속옷의 정액)과 2001년(가해자 무덤..!)에 다시 조사한 결과는..

“핸래티는 진범이 맞았다!!!”


수만~수십만 분의 1의 확률이 맞아떨어지고 두 결과가 완벽하게 교차검증이 되니 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비록 1960년대 당시에는 저런 기술이 없어서 검사와 판사가 자신의 감과 재량만으로 기소하고 다소 무리수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마치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듯이 판결 자체는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 와중에 애꿎은 사형 제도만 같이 사형 당했고..

인권 진영에서는 수십 년에 달하는 자기 신념과 노력이 순식간에 도로아미타불 물거품이 됐으니 완전 멘붕 해야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인지부조화 상태에 빠져서 "아냐, DNA 감식이 잘못된 거야. 핸래티는 무죄가 틀림없어"를 끝까지 고집하기도 했다.;;

핸래티의 부모는 아들놈이 마지막 면회 때 도대체 무슨 약을 먹고 뻔뻔스럽게 “제발 저의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겼었나 허탈해할 수밖에 없었다.
최초의 피해자이던 ‘발레리 스토리’는 언론 인터뷰에 응하면서 이제야 애매한 사람을 골로 보낸 썅년이라는 누명을 벗었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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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독신으로 살면서 긴 한을 푼 뒤, 77세의 나이로 지난 2016년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도 DNA 감식 덕분에 1998년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의 진범이 근처 외노자였던 걸로 밝혀진 바 있다. 덕분에 당시 덤프 트럭 기사와 동기 남학생이 의혹과 누명을 완전히 벗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잘 알다시피 1980년대 “화성 살인의 추억” 진범이 밝혀졌으며, 결과적으로 같은 싸이코패스인 유 영철의 추측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죽은 게 아니면 다른 죄를 짓다 걸려서 이미 수감 중일 것이다. 사고 안 치고 이렇게 오래 조용히는 못 지낸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데모질 따위가 아니라, 과학 기술이야말로 범죄 수사에서 인권을 얼마나 상상할 수 없이 많이 크게 향상시켜 줬는지를 실감한다.
저런 게 없는데 당장 치안은 유지해야 되니 옛날에는 피해자의 증언과 용의자의 자백에만 목숨을 걸면서 강압수사에 고문까지 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피, 정액, DNA 같은 걸 생각하면 경이롭다. 사람이 자기 체액을 흘리면서 남긴 족적이라는 건 호락호락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핏자국쯤이야 어지간히 씻고 또 씻어도 루미놀 시약으로 식별 가능하며, 죽은 지 몇십 년이 지나서 다 썩은 시체에서도 저렇게 DNA를 추출하는 거 봐라. 겨우 지문이나 배설물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성경의 “땅이 자기 입을 벌려 네 손에서 네 동생의 피를 받았은즉..”(창 4:11),
피는 땅을 더럽히나니 피가 흘려진 땅은 그 피를 흘리게 한 자의 피로 말미암지 않고서는…”(민 35:33)
같은 하나님의 말씀은 그냥 영적인 계층, 문학적인 서사 과장 빈말이 결코 아니어 보인다.
그럼 시체를 땅이 아니라 바다에 쥐도 새도 모르게 던져 버리면 어떻냐고? “바다가 자기 속에 있던 죽은 자들을 내주고…” (계 20:13)도 있다.

본인은 성경적으로나 개인 감정적으로나 강경 단호한 사형 제도 찬성론자이다. 늘 드는 비유이지만, 인간에게 사형 제도는 결혼 제도와 동급으로 성경적이고, 육식이 가능한 것만큼이나 이치에 맞다.
저렇게 나중에라도 극적으로 진범이 밝혀지는 사건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국내 장기 미제 사건들은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영국의 저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강간까지 해서 자기 흔적을 더욱 커다랗게 남겨 놓았기 때문에 진범이 식별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미제 사건들 중에는 용의자는커녕 피해자의 시체조차 못 찾은 것도 있다.. CCTV와 DNA 감식이 있었으면 금세 범인이 잡혔거나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인데~!

  • 1986 유명 모델/배우 윤 영실 실종
  • 1991 김 은정 아나운서 실종
  • 1991 대구 성서 초등학생 5인 실종· 살인 (일명 개구리 소년)
  • 1991 이 형호 군 유괴 살인
  • 1991~94 대천 영· 유아 연쇄 유괴· 실종
  • 1998 사바이 단란주점 살인
  • 1999 대구 아동 황산 테러 -- 죄질이 매우 나쁘고 참혹했던 사건.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계기가 됨!
  • 2000 김 신혜 존속살인 의심 (용의자가 잡히긴 했지만 피해자의 친딸이며, 현재까지 줄곧 무죄를 주장하고 있음)
  • 2001 부산 배산 여대생 살인
  • 2004 서천 카센터 방화 살인
  • 2004 광주 여대생 테이프 살인
  • 2005 서울 신정동 연쇄 살인
  • 2006 영등포 노들길 살인
  • 2008 서천 종천면 할머니 실종
  • 2008 부산 청테이프 살인
  • 2008 대구 초등학생 납치 살인

Posted by 사무엘

2020/02/26 08:36 2020/02/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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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관련된 기간 시설들

교통수단에는 승객이 이용하는 여객 터미널이나 정류장뿐만 아니라, 그 교통수단을 세워 두고 유지보수 하는 시설도 필요하다. 그래서 비행기에는 격납고가 있고 버스에는 차고지가 있으며, 철도에는 차량기지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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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지하철에는 이런 차량기지가 각 노선별로 노선의 말단에 있는 편이다. 그럼 도시와 도시를 넘어 전국을 잇는 장거리 일반열차들은 사정이 어떨까? 단순히 차량기지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기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성격의 시설이 더 존재한다.

1. 공작창 (과거)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독점의 지위를 누리면서 철도 차량을 생산하는 기업은 '현대 로템'이다. 하지만 먼 옛날 초창기에 우리나라는 철도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철도청'이라는 정부 기관에 의해 행해졌다. 철도청 내지 그 산하 기관이 지금의 코레일(소프트웨어, 운영)과 철도 시설 공단(하드웨어, 건설)의 역할을 겸임했을 뿐만 아니라, 차량의 생산과 정비까지 모두 담당했다.

그래서 차량을 생산하고 기존 차량의 중정비(전부 분해+점검 후 재조립)까지 모두 감당 가능한 하드코어한 국영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는데, 이 시설의 그 시절 명칭은 '공작창'이었다. 다들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공장이 원조이다. 일단 인천 공작창이 유명하고(현재의 송현 초등학교 부근, 1937년 설립), 서울 영등포(현재의 영등포 경찰서 부근)와 용산, 그리고 부산에도 그런 공작창이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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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천 공작창 내부의 작업 모습)

없는 철도 차량을 새로 설계하고 창조할 기술까지는 물론 없으니, 처음에는 그냥 수입해 온 부품을 조립해서 증기 기관차나 디젤 동차(해방 후)를 면허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객차 정도는 직접 만들게 됐다.

이런 공작창들은 후술할 '차량정비단'으로 바뀌거나 아예 폐지되어 없어졌다. 영등포 공작창은 1980년에 대전 공작창(당시 명칭)으로 대체되어 없어졌으며, 인천 공작창도 1983년에 없어졌다. 1970년대 후반부터 철도 차량의 생산은 민간 기업(xx 중공업) 담당으로 넘어가고, 철도청은 기존 차량의 중정비만으로 역할이 분담됐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 철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존 공작창 부지에는 진작에 아파트들이 지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은 공작창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인천의 경우 송현 초등학교의 동북쪽에 있는 미륭/동부 아파트, 그리고 영등포의 경우 경남아너스빌· 동부센트레빌이다. 영등포 공작창이 1980년에 없어졌다는 점에서는 강북의 당인리선의 폐선 시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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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공작창이 있던 시절에 영등포 역에서 공작창까지 이어진 경로)

그래서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부터 현대 정공(현대 중공업에서 분리됨)의 MELCO 초퍼 전동차 얘기가 나오고, 1980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DEC와 EEC 동차를 들여 왔다는 식으로 이때부터 국내 기업 얘기가 등장한다. 그 전에 현대· 대우 중공업에서 미카 증기 기관차를 조립· 생산했다거나, 구닥다리 니카타 디젤 동차를 생산한 이력은 없다. 그건 공작창이 있던 시절의 옛날 얘기인 것이다.

1986년 4월에 현대 정공은 7000호대 봉고 디젤 기관차와 유선형 새마을호 객차를 생산하고, 이듬해 1987년 7월에 대우 중공업은 떼제베 열차의 외형을 본딴(그 시절에 벌써!)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디젤 동차를 최초로 생산하여 새마을호의 외형을 완성했다. 전동차 분야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내지 스웨덴 ABB(서울 5호선~!)사 인버터를 도입하고, 대우는 GEC 알스톰 인버터를 도입했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운영 부문에서 지하철 공사와 코레일(또는 vs 도철)이 신경전을 벌인 것처럼 차량 생산 부문도 이렇게 회사별 취향(?)과 개성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같은 일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해서 주유구까지 주로 왼쪽에 달렸을 정도이지만, 대우는 오펠 같은 유럽 기업과 제휴를 해서 차들이 유럽 스타일이었던 것과 비슷하다. (5호선 전동차는 좀 예외적인 사례이니 논외로 하고)

그러다가 1990년대 말, IMF를 계기로 이들 기업(현대, 대우, 한진 중공업)의 철도 차량 부문은 경영 효율을 위해 하나로 합병됐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과거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의 철도 버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회사별 업종 강제 분할 대신, 회사 자체를 합병했으니.. 그리고 그 단일 기업도 결국은 현대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됨으로써 지금과 같은 '현대 로템'이 된 것이다.

2. 차량정비단

지금까지 공작창 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일반열차의 차량기지를 논하면서 차량기지의 전신· 원조인 공작창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내력을 거쳐서 오늘날 일반열차의 중정비가 가능한 메이저 기지 역할을 하는 시설은 정식 명칭이 '차량정비단'이다. 지하철 차량기지에다 비유하자면 주박과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 말고(방화, 천왕..),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고덕, 도봉...)에 대응한다.

고양시에 소재한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은 KTX의 개통과 함께 만들어진 고속철 전용 기지이다. 근처에 행신 역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것 말고 인서울 끄트머리의 수색에 있는 유명한 일반열차 차량기지는 '차량정비단' 이 아닌 '차량사업소'로, 바로 다음 항목에서 다룰 것이다.

남쪽의 말단인 광주와 부산에도 행신 기지와 대등한 급의 차량정비단이 있다. SRT 고속철은 행신 방면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은 공작창 시절 내력까지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길며 차종별로 시설이 당감동(고속철)과 범천동(나머지)에 흩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광주 기지는 2015년 호남 고속철의 개통과 함께, 그리고 곧 개통할 SRT를 염두에 두고 굉장히 근래에 만들어졌다.

고속열차가 아닌 일반열차용으로 가장 거대한 메이저 차량정비단은 바로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이다. 신탄진 역의 동남쪽에 이 기지로 들어가는 별도의 선로가 있다.

대전 기지는 영등포 공작창의 중정비 기능을 계승할 목적으로 1980년에 건립되었으며, 완공 직후 몇 년 동안은 실제로 '공작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KT&G 본사 및 공장의 남쪽에 소재해 있으며, 무슨 군부대처럼 직원 거주용으로 아파트까지 있다. (대창 아파트)
얘는 대전 조차장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시설이니 혼동하지 않도록 하자. 조차장에 대해서도 나중에 따로 다룰 것이다.

한편, 경부고속선 오송 역의 북쪽에도 뭔가 차량기지 같은 시설이 있는데, 이건 '철도 시설 공단'에서 운영하는 고속철 시설 관리 사무소이다.
경부고속선을 건설하던 당시에는 여기가 레일을 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주변과 경부선· 경부고속선을 끼고 철도 연구원 시험 선로도 순환선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3. 차량사업소

2020년 현재 우리나라에 철도 차량정비단은 수도권(고양), 대전, 부산, 광주 이렇게 네 곳이 전부이며, 나머지 철도 차량기지들은 모두 '차량사업소'이다. 얘들은 경정비 + 좀 더 여객 운행 지향적이기 때문에 기관사 승무사업소가 같이 딸려 있는 편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지하철 업계에서는 마치 '사구간' 대신 '절연구간'이라는 말을 쓰듯이 어감 개선을 위해 '차량기지' 대신에 '차량사업소'라는 말을 쓴다고 관계를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차량기지'가 '차량사업소'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 용어라고 간주하였음을 밝힌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색 기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량사업소이다. 수도권 차량정비단이 고속철을 취급하는 인천 공항이라면, 저기는 나머지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김포 공항 정도 된다.
정비단과 사업소를 구분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철덕의 기본기를 뗐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군사에서 전차와 자주포를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둘의 구분이 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옛날에는 용산 역 주변에 거대한 철도 차량기지가 있었고 거기 부지가 아직도 개발되지 못해 놀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이다.
거기는 원래 인천· 영등포만큼이나 '서울 공작창'이라는 거대한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다. 그 뒤 차량정비단 급의 중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가 나중에는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 관할의 '용산 차량사업소'로 명칭이 바뀌고, 2012년 7월 말에 폐지되었다.

용산 기지가 하던 임무도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으로 몽땅 이관되었다고 하니 용산도 분명 '차량정비단' 급의 시설이었다. 하지만 공식 명칭은 차량사업소였으니 폐지 전의 위상을 무엇이라고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 차량사업소는 가야 역 인근에, 그리고 부산 차량정비단(당감동 고속철 에디션)의 북쪽에 붙어 있다. 이러니 이것도 헷갈리기 쉽다.

여기 말고도 차량사업소는 대구(동대구 역), 청량리처럼 정규 노선 열차가 시종착하는 지점에 다들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흔히 접할 수 있다. 단지, 수색이나 부산(가야)처럼 여객 취급 대비 차량 취급의 비중이 더 큰 역이 차량사업소로서의 존재감이 더 부각되어 보일 것이다.

구로 기지는 매우 거대하고 관제 센터까지 있지만 차량사업소의 관점에서는 일반열차 없이 전동차만 취급하는 곳이다.
병점 기지는 전동차 위주이지만 일반열차인 '누리로'도 취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4. 조차장

우리나라의 철도 노선도에는 '조차장'이라는 명칭이 붙은 역이 대전조차장, 제천조차장 이렇게 두 곳 있다. (둘을 연결하면 공교롭게도 충북선과 얼추 비슷한 선형이 나온다.)

조차장은 철도 노선의 중간 분기 지점에서 여객이나 신호 취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중요 처리를 엮어서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화물이라든가, 기관차의 입환(방향 바꿔 달기), 열차 편성 변경..
게다가 이런 조차장 주변이 해당 지역의 차량사업소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역은 여객 취급을 하지 않지만 중요한 역이다.

대전조차장의 경우, 1978년 호남선의 서대전-이리(익산) 구간이 복선화되었을 때 호남선의 분기 지점에 같이 만들어진 역이다. 역세권이나 여객 수요 따위는 전혀 따지지 않고 철도 운영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지리 지형적으로 유리한 곳에다가 만들었을 뿐이지만.. 1993 대전 엑스포 때 '엑스포 역'이라고 간판을 바꿔 달고 잠시 여객 취급을 하기도 했었다.

제천조차장이야.. 거기도 중앙선, 충북선, 태백선이 한데 만나는 데다, 강원도 쪽에서 오는 화물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열차의 중간 관리를 위한 조차장 같은 역을 만들 명분이 아주 충분하다.

한편, 고속철의 경우 화물이나 기관차 입환 따위와는 아무 상관 없지만, 그래도 말단에만 있는 차량정비단이나 차량사업소 말고, 여객 취급도 하지 않는 단순 주박기지가 있기도 하다. 고속선 주변으로 역은 아닌데 무슨 길다란 여러 선로들이 늘어서 있는 것들이 다 그런 기지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이 있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광명 주박기지이다. 영등포-광명 셔틀 전동차가 종착역에서 회차하여 선로를 바꿀 때 여기 진입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얘들은 차량 정비 기능은 없고 진짜 그냥 공간 셔틀이다.

요런 게 본인이 알기로는 영동군 심천면, 그리고 칠곡의 약목 역 부근에도 더 있다. 고속도로로 치면 비상 활주로 구간 내지 일반 차량이 아닌 작업· 관리 차량용 진출입로 같은 느낌이다.

5. 운영 회사

자, 이제 차량을 생산하고 보수하고 세워 두는 걸 넘어서, 아예 철도 회사 자체를 생각하는 단계가 됐다.
서울 메트로 본사는 자기가 운행하는 2호선 사당 역 근처에 있고, 합병되기 전 과거의 도철은 자기가 운행하는 5호선 답십리-장한평 사이에 있었다. 코레일 본사는 한때 대전 정부 청사에 입주해 있다가 지금은 대전 역 근처에 철도 시설 공단과 함께 나란히 쌍둥이 사옥을 갖게 됐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철도 회사는 차량기지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요즘 추세는 꼭 그렇지 않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라든가 우이-신설 경전철은 본사 사옥도 차량기지와 나란히, 또는 기지 내부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피스 따로, 현장 따로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특히 우이-신설선은 차량기지를 통째로 지하화해서 항공 사진상으로 아무 티가 나지 않는 테크닉까지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코레일은 10여 군데의 철도역에다가 지역 본부를 할당하고 있다.
서울 본부야 당연히 서울 역이지만, 수도권 서부 본부는 영등포 역이고, 동부 본부는 청량리... 가 아니라 신이문 역이다.
영등포 역은 부근에 있던 공작창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다른 방면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신이문의 경우, 전동차용 이문 차량기지의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역할이 겹친다.

6. 관제 센터

그리고 끝으로.. 공항의 관제탑처럼 철도에는 관제 센터가 있다. 철도야말로 레이더 없이도 관할 선로에 놓여 있는 모든 열차들의 상황을 이 잡듯이 파악해서 철두철미한 관제가 가능하다.
글쎄, 요즘은 버스도 BIS가 잘 구축돼서 모든 버스들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이 다 되고 있지만, 도로는 민간인 차량들도 워낙 많이 다니고 있으니 일반적인 도로 교통 정보 외의 중앙 관제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서울 지하철의 관제 센터는 각 지하철 회사 본사의 모처에 있다. 현재는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합쳐졌으니 장기적으로는 군자 차량기지 부지에 1~8호선을 모두 통합합하는 관제 센터를 새로 만들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아직까지는 예전에 하던 대로 1~4호선과 5~8호선 관제실이 따로 있다.

일반 철도 버전으로는 구로 차량기지의 북서쪽에 코레일 종합 관제 센터 건물이 있으며, 이건 나름 민간 지도에 표시도 되지 않는 중요 보안 시설이다.

그런데 이것도 공간이 부족하고 시설이 노후화한 관계로 이전하려는 계획이 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오송 역 부근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죽이 됐건 밥이 됐건 어쨌든 경부와 호남의 분기역이고, 아직 개발 덜 돼 있고, 주변에 고속철 시설 사무소와 시험선도 있고.. 여기에다 종합 철도 관제 센터까지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오랜만에 하드코어한 철도 얘기를 한데 정리해서 쭉~ 늘어놓으니 기분이 좋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23 08:35 2020/02/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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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계산 도구

본인을 포함한 일반인들은 학교에서 10진법 아라비아 숫자를 기반으로 사칙연산을 배웠다(특히 구구단..) 종이 없이 암산은 기껏해야 한두 자리 정도까지만 가능한데, 암산을 할 때는 당연히 머릿속에 아라비아 숫자를 종이에다 쓰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계산기와 컴퓨터가 지금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아날로그 계산 도구인 주판이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었다. 이걸로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하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며, 이것만으로 돈과 숫자를 다루는 직종에 취업도 가능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애들 대상으로 속셈 학원이라는 것도 있긴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뭔가 악기처럼 생긴 구석도 있어 보인다..;;
하긴, 아라비아 숫자가 일반적인 오선지+콩나물 악보라면, 주판은 오르골용 연주 테이프 내지, 컴퓨터의 내부 표현 형태를 그대로 옮긴 길쭉한 수평선 나열에 대응하겠다.)

사실, 아무리 전자 계산기가 있다 해도, 주판의 달인이 주판알을 굴리는 속도가 숫자를 느릿느릿 입력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 ). 글쎄, 숫자 타이핑의 달인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일부 영역 한정으로는 아직까지도 주판이 계산 속도면에서 승산이 있다. 마치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최고 속도 성능은 뒤쳐지지만 가속력이 월등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주판의 달인 정도면 심지어 암산을 할 때도 머릿속에서 가상의 주판을 생각하고 주판알을 튕기면서 계산한다. 그래서 주판 실물이 없더라도, 또 당사자가 무슨 서번트 증후군 영재· 천재급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아라비아 숫자를 떠올리며 낑낑대는 것보다는 더 많은 자릿수의 암산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동일한 개념과 의미이더라도 이를 어떤 언어를 통해 접하느냐에 따라 느낌과 뉘앙스가 달라지듯, 본질적으로 동일한 숫자라도 어떤 진법과 어떤 encoding 체계로 접하느냐(아라비아 숫자? vs 주판?)에 따라서 뇌의 능률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아라비아 숫자는 현대 수학을 존재 가능케 한 매우 합리적이고 편리한 체계이긴 하지만, 문자로서의 가독성과 손가락 개수라는 실용성까지 고려하다 보니 연산 자체에 딱 최적화된 체계는 아닌 것 같다.

  • 옛날에 주판뿐만 아니라 계산자라는 물건도 쓰던 시절..
  • 초등에서는 주판을 가르쳤고 중등에서는 제곱근의 근사값을 손으로 구하는 계산법도 가르쳤던 시절..
  • computer가 요즘처럼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계산원, 계산수!) 가리키는 빈도가 더 높던 시절.. (speaker가 기계와 사람의 뜻을 모두 갖고 있듯이)

이런 시절은 사는 모습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타자수뿐만 아니라 계산수도 여성 종사자가 많았었다.

저런 걸 다루는 것도 군대로 치면 총검술 같은 legacy 스킬의 범주에 들겠다. 타자기가 Word의 아날로그 버전이라면, 계산자와 주판은 Excel의 아날로그 버전이지 않겠나.;;
물론, 주판 같은 걸로 숫자의 기계적인 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하는 것은.. 오늘날의 극도로 추상적인 세계를 다루는 수학자에게 필요한 천재적인 창의성이나 직관하고 딱 정확하게 일치하는 영역은 아니다. 이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21 08:37 2020/02/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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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자기장

매일 아침마다 우리 머리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열과 빛만 곱게 쏴 주는 평범한 불덩어리가 아니다.
태양풍이라고 불리는 온갖 방사선과 전자기파 같은 흉악한 ray들도 쏴 대는데, 이게 전자기기들을 교란시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천체에 그나마 붙으려 하는 가벼운 기체(대기)들을 쓸어내고 생명체도 죽게 만든다. 태양은 불덩어리뿐만 아니라 초대형 초강력 전자 레인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가스 레인지와 전자 레인지의 성격을 모두..)

이는 항성이라는 게 애초에 나무나 석유를 태워서 불 때는 것 같은 평범한 방식으로 발열· 발광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풍에 비하면, 오존층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편인 자외선의 해로움 정도는 그냥 약과로 느껴질 정도이다.
태양풍을 어찌하지 않으면 지구는 아무리 온도가 적당하고 산소와 물이 있다고 해도 다 증발하고 날아가 버리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금성이나 화성처럼 생물이 살 수 없는 불모지 사막이 돼 버린다.

고체인 운석이야 대기와의 마찰열로 그럭저럭 걸러진다. 하지만 운석보다 더 미시적인 태양풍을 차단해서 지표면의 평안과 안녕을 보장해 주는 것은 다름아닌 지구의 자기장이다. 자기장이 일종의 실드를 형성해서 지구를 감싸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구의 자기장이란 건 생각보다 굉장히 대단하고 고마운 물건이다. 단순히 나침반 바늘을 돌려서 방향 파악에 도움을 주는 것을 훨씬 능가하며, 지구의 생명 존재와 관련해서 오존층보다도 기여하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스타에다 비유하자면 태양풍은 베슬의 EMP+이레디 복합이고, 지구 자기장은 프로토스 실드와 비슷하다.

지구에 자기장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은 지구의 깊숙한 중심부에 유체 형태의 고온 고압 금속 핵이 있고, 내핵과 외핵의 온도 차이로 인한 대류가 발생하고, 그 상태로 그럭저럭 지구가 자전도 해서 얼추 발전기가 돌아가는 것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천체의 자기력의 원천은 영구 자석이 아니라 일종의 전자석이며(다이나모 이론).. 지구의 자전은 지표면에서 낮과 밤을 만들고 물질을 순환시키는 것 말고도 밑바닥에서 이런 중대한 일까지 덩덜아 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가 자전을 멈춰 버리면 (1) 낮과 밤 구분이 엉망이 되고 (2) 기상과 기후도 싹 바뀌고, (3) 지금까지 원심력 때문에 적도 쪽에 몰려 있던 바닷물이 다시 남북의 고위도 지역으로 흘러가서 수위가 상승하고 저지대가 침수될 뿐만 아니라.. (4) 지구의 자기장까지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지구도 태양풍을 직격으로 맞으면서 화성보다는 금성의 마이너 버전을 찍게 된다. 태양이 굳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지 않아도, 지구 온난화가 악화되지 않아도 지금 정도의 거리와 태양의 위력만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이 몹시 섬뜩하다.

하긴, 금성만 해도 지구보다 대기가 훨씬 더 짙으니 운석이 지표면까지 떨어질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금성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자전이 끔찍하게 느리다(자전 주기가 공전 주기보다도 더 긺..). 느린 정도를 넘어 자전 방향 자체가 반대이니, 이건 얘만 뭔가 자전 브레이킹-_- 같은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져서 마이너스, 역방향 후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얘는 지구에 근접하는 스타일의 행성이 될 기회를 놓치고 표면이 태양풍에 탈탈 털렸으며, 그 와중에 화산 같은 지질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황산을 수습하지 못하고 끔찍한 온실효과 불지옥으로 전락했다.

지구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비교적 빠른 자전, 그리고 풍부한 자기장 덕분에 지질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살아 있는 행성이 될 수 있었다. '선캄브리아'라는 까마득히 먼 옛날에 어떤 계기로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 덕분에 대기 중에 산소의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 선캄브리아 시대는 한국사로 치면 마치 고조선만큼이나 기간은 길지만 너무 오래돼서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기간이다만..
그 뒤로 지구와 금성의 상황이 달라진 것을 국사에다 비유하자면 남북 분단과 전쟁 이후에 남한과 북한의 상황이 달라진 것만큼이나 극단적이다.

우주 천체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 조건을 생각하 보면.. 크기, 무게, 온도, 대기 등 수많은 변수들이 하나라도 약간이라도 어긋나면 그냥 게임에서 사망 트랩 밟듯이 끝이다.
그러니 인간이 달에 나갈 때만 해도 물은 말할 것도 없고 숨 쉬는 산소까지.. 승무원 3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물자는 지구에서 100% 조달해 갔다. 양과 무게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말이다. 우주 현장(?)에서 조달 가능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며, 자그마한 사고라도 났다간 이 사람들은 그냥 "우주에서 다이"였다.

그러니.. 비록 직접적인 물증은 아니지만 그 너무 광활한 우주에서 딱 하나 지구 같은 행성이 생긴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연히 됐다고 볼 수 없고 신· 절대자의 의도와 설계에 의해 된 거라고 '심증상으로' 믿는 것은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복음 전하고 기독교를 변증할 때 "우연히 될 수 없다"라는 요지로 창조는 그냥 간접 증거로만 얘기하고 넘기고, 더 중요한 "예수 부활"이야말로 증언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팩트라고 얘기하면 된다.

여담..

(1) 지구 대기의 중간권을 넘어서 열권쯤부터 전리층이 시작되고, 밴 앨런 벨트는 거의 외기권쯤부터 시작되는가 싶다. 열권이면 이미 우주 발사체의 궤도도 포함된다. 서울-부산보다도 짧은 거리를 위로 수직 상승만 하면 단순 영공을 넘어 우주인데 그게 어렵다. 그만큼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게 어려운 일이다. (국제 우주 정거장이 지구를 돌 때마다 아래 국가들에다가 영공 통과료를 지불하지는 않음.. 애초에 항공 관제를 받을 수도 없다)

(2) N, S 중 한 극만 단독으로 갖고 있는 단극 자석, 혹은 자기홀극이 과연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수학으로 치면 홀수 완전수의 존재 여부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고 존재 불가능이 증명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 보인다.

(3) 전자석과 반도체는 어떤 특성을 조건부로(자성, 도체) 가지면서 일반 영구 자석이나 일반 도체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전기 전자 공학의 학문적 난이도는 그에 비례해서 수직 상승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9 08:36 2020/02/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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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영상

유튜브가 광고 없는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를 밀고 홍보하기 시작하더니, 2019년 하반기쯤부터는 반대로 일반 무료 상태에서는 광고가 예전보다 더 길어지고 잦아진 것을 다들 느끼실 것이다. 원래 5초 1회로 시작했던 것이 6~7초 2회로 늘었다. 요런 걸로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수익을 내려는가 보다.

하긴, 유튜브는 인터넷에서 깨진 동영상 링크라는 걸 없애고, 오프라인 다운로드가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60프레임 HD급 초고화질 동영상까지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실현한 엄청난 사이트이다. 모니터 주사율만 해도 평소에 50~60Hz를 쓰다가 75Hz이상을 맞추면 화면이 훨씬 더 부드러워진 게 느껴지는데.. 동영상도 60프레임짜리를 보면 화질을 떠나서 움직임이 확~ 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고 보기 편한 게 티가 난다.

쟤는 그냥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상 기록들의 아카이브인 동시에 전세계의 개인 방송, 교회 설교 같은 것까지 몽땅 감당하고 있다. 집에 TV가 없어도 유튜브가 TV나 마찬가지이다. 동영상을 하나 보기 시작했다가 같이 뜨는 관련 동영상까지 섭렵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런 괴물이 등장할 거라고는 198, 90년대의 그 어떤 SF 작가도 예상하지 못했으며..
저걸 돌리려면 평소에 서버 유지비도 정말 장난 아니게 들지 싶다.;;; 이걸 버틸 재간이 안 되는 국내의 중소 동영상 포털들은 수지가 안 맞으니 2010년대 초· 중반을 못 넘기고 다들 망했다.

한 20여 년 전에 컴퓨터에서 동영상이라는 건 그냥 320*240의 자그마한 화면에서 노이즈 대신 JPG artifact가 가득한 허접한 화질로 보는 avi, mpg, mov가 전부였다. 전반적인 화질은 기존 VHS 비디오 테이프보다 결코 좋을 게 없고, 단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이라는 의의만 있을 뿐이었다.
1990년대 초-중까지는 MPEG1/2급 동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 별도의 그래픽 가속 하드웨어를 장착해야 할 정도였다. 동영상 캡처/인코딩이 아니라 단순 시청을 위해서도 말이다. 이런 가속은 통상적인 3D 그래픽용 가속과는 별개의 분야일 것이다.

그러다가 한 2000년경엔 갑자기 온갖 코덱들이 난립하기 시작해서 통합 코덱 패키지가 나오고, '사사미'라고 자막이 화면에 깔끔하게 입혀진 채로 뜨는 새끈한 동영상 재생기가 개발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화질 영화· 애니 동영상은 각종 P2P 불법 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많이 오갔던 것 같다.
온라인 실시간 스트리밍으로는 어림도 없고.. 유튜브만 해도 2010년대 이전에는 여전히 3~400대 해상도에 머물러 있었으며 동영상 하나당 10분 시간 제한까지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난 동영상 압축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다. 인접한 프레임, 그리고 인접한 픽셀들이 서로 유사하다는 것을 이용해서 차이점만 담는다는 것이 골자일 텐데.. 이건 컴퓨터에서 캐시의 개념을 설명할 때 언급하는 시간 지역성, 공간 지역성하고 비슷한 개념 같다. 그나마 동영상 재생 및 압축 기술이 다들 대인배 오픈소스로 풀려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폰이나 PC에서 더 저렴하고 간편하게 동영상을 즐길 수 있다.

2. CPU의 다양다변화, 병렬화

21세기에 컴퓨터 CPU에서 단일 코어 클럭 속도의 '기하급수' 증가가 드디어 멈췄다. 그 대신 지금까지 슈퍼컴퓨터 세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멀티코어가 개인용 PC에도 등장하게 됐다. 이게 1차 변화이다.

그래서 어느 플랫폼에서나 동일한 방식으로 스레드를 생성하라고, CPU의 여러 코어를 잘 제어하고 활용하라고 OpenMP라는 규격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건 특정 연산에 대해서 적당히 병렬화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여러 C 함수와 언어 확장, #pragma들의 모음이다. 난 지금까지 UI의 반응성 향상을 위해서만(= 백그라운드 작업) 스레드를 사용해 왔지, CPU 자원을 몽땅 쪽쪽 빨아서 쓰기 위해서 스레드를 동원해 본 적은 없었다.

요즘 컴퓨터들은 뺑뺑이를 돌려 봤자 전체 CPU 사용량이 10%대밖에 되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최적화 없이 무턱대로 스레드를 만들어서 CPU 사용량을 늘리면 그래 봤자 throughput이 그저 전체 CPU 사용량에 비례해서 팍팍 오르는 것은 확실히 아니어 보인다.

작업 스레드를 만들면 각 작업들의 수행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는 어지간한 하이엔드급 컴에서도 관찰 가능한 현상이다. 뭐랄까, 작업 스레드가 증가하면 context switching 같은 다른 오버헤드도 추가되어서 전체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다.

프로그램을 너무 많이 띄워서 메모리가 부족해지면 가상 메모리 페이징(디스크 스와핑)만 죽어라고 하느라 컴퓨터의 작업 수행 속도가 급락한다. 좁은 화면에 창을 너무 많이 띄우면 사람도 창 전환만 하느라 작업 능률이 급락하며, 반대로 모니터를 여러 개 연결하는 건 생산성을 사기급으로 향상시킨다.
이와 마찬가지로 CPU의 성능에 걸맞지 않게 작업 스레드가 너무 많아지만.. 작업 전환 비용의 증가만으로 성능이 극도로 떨어질 수 있겠다.

그런데 요즘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게임용 3D 그래픽 렌더링이나 좀 보조하라고 만들어졌던 add-on인 GPU도 거기에만 쓰는 게 아깝다. 굳이 3D 그래픽이 아니어도 그것처럼 단순무식하고 물량빨인 계산 작업이 있으면 거기에도 GPU를 투입할 수 있다. 특히 살인적인 노가다 계산이 필요한 머신러닝 분야에서 GPU 연산이 더욱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것도 별도의 프로그래밍 영역이 됐다. nVIDIA에서 GPU 활용 프로그래밍을 위해 OpenMP와 비슷한 컨셉으로 CUDA라는 라이브러리를 내놓았다. 이건 그냥 인텔 내장 그래픽을 쓰는 노트북 같은 기계에서는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멀티코어 CPU와 다른 점이다. 그것 말고 OpenCL 같은 다른 GPU 라이브러리도 등장했다.

하긴, 아직 싱글코어 시절일 때도 아까 얘기했던 동영상 정도의 멀티미디어 처리를 위해서 인텔에서는 SIMD(1명령 다중 데이터) 정도의 병렬 처리를 지원하는 명령을 도입한 적이 있었다. 그게 옛날 1990년대 말의 펜티엄 프로~III 기간에 추가된 MMX 내지 SSE 명령이다. 얘가 기존 x87 명령을 대신해서 부동소수점 연산까지 처리한다.

옛날에 하드웨어의 성능을 극한으로 짜내는 게임을 만들려면 어셈블리어를 알아야 하고 비디오 메모리에 직통으로 내용을 직접 뿌린다거나 해야 했다. 지금은 특정 CPU의 인스트럭션을 써 주는 짓은 필요 없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양상으로 하드웨어를 직접 다루는 최적화 테크닉이 필요한 시대가 되어 있다.

3. 슈퍼컴퓨터 내지 CPU 아키텍처의 명멸

본인은 어린 시절에 슈퍼컴퓨터라고 하면 덩치가 크고, 내부에 무슨 금칠이라도 했는지 가격이 억소리 나게 비싸면서.. 개인용 PC보다 메모리가 훨씬 더 방대하고 반응 속도가 수십 수백 배 정도 더 빠른 물건 정도로나 생각했다.
뭐, 20세기 옛날에는 개인용 컴퓨터 대비 전용 슈퍼컴의 차이가 그런 단순한 차이점에 더 근접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개인용 PC가 10~20년 전의 업계 최고의 슈퍼컴보다 더 빠르다. 마치 오늘날의 무선 인터넷이 10~20년 전의 유선 인터넷보다 더 빠르듯이.. 정말 경이로운 노릇이다.
이제 슈퍼컴이라고 해서 개인용 PC보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무식하게 더 빠르지는 않다. "개인용 PC가 64비트 3~4GHz대니까 슈퍼컴은 machine word가 256비트이고 클럭 속도는 40GHz 정도 하겠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는 슈퍼컴 전용 아키텍처, 전용 운영체제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비트 수가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다 똑같이 x86이다.
차이가 나는 건 계산을 위한 코어수뿐이다. 그걸 정교하게 제어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짜서 돌려야 슈퍼컴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단일 코어의 클럭 속도는 이제 개인 PC도 슈퍼컴과 비슷하거나 더 나으면 낫지,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그냥 단일 코어만 열나게 돌리는 PC용 PI 계산 프로그램을 그대로 돌리면 슈퍼컴이라고 해서 몇백만 자리가 즉시 짠~ 하고 튀어나오지 않는다.

옛날의 전용 패러다임과 재래식 생산 공정 하에서 슈퍼컴을 열심히 연구 개발했던 크레이 같은 공돌이가 오늘날의 컴퓨팅 환경을 본다면 놀라서 까무러치지 않을까 싶다.
통상적인 시뮬레이션· 계산용 슈퍼컴은.. 단순히 외부로부터의 대용량 트래픽 처리용인 고성능 서버하고는 지향하는 게 다르다. 스포츠 사격과 군대 사격이 다른 것만큼이나 다르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IBM 메인프레임은 둘 중 어느 용도에 더 가까운 걸까..?

오늘날은 PC가 성능이 워낙 향상되어서 PC와 슈퍼컴 사이의 경계 축에 들던 '워크스테이션'이라는 컴퓨터 체급도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굳이 따지자면 맥 프로 같은 high-end급 PC일 뿐이겠지.
그 시절에 워크스테이션이란 운영체제도 OS/2나 솔라리스, NextStep, Windows NT 정도 돌리던 전문가 업무용 컴터였으며 가격은 거의 경차 한 대에 육박했었다. 노는 물이 도스나 Windows 3.1 따위하고는 완전히 달랐다.

이런 식으로.. 데스크톱 PC는 호환성이 깡패인 x86+x64 천지가 됐고, 모바일은 ARM인데 얘들도 PC로 호시탐탐 진출하려고 노력하는 중.. 거기에다 게임기는 아직 PowerPC가 살아 있나 모르겠고, 메인프레임에 IBM POWER 정도가 살아 있는 것 같다.
이젠 구글과 애플도 CPU를 직접 만들려고 하고.. 과거 Windows NT 3~4 시절과는 다른 의미의 CPU 아키텍처 춘추 전국 시대가 열리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결국은 이식성 좋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가 승자가 된다.

4. 전자와 전산의 관계

가만히 생각해 보면.. C++ 언어로 Windows MFC 등.. 상대적으로 '특정 플랫폼 실무에 가까운 프로그래밍'을 자주 하는 사람은 전산· 컴공보다는 전자공학 쪽에 더 많았던 것 같다. 과거에 유명한 Visual C++ 프로그래밍 베스트셀러 책을 집필했던 분들도 전공이 그런 쪽이었다. 세부적으로는 로봇 공학이라든가 디지털 신호 처리 쪽으로 말이다.

그럼 진짜 전산· 컴공을 한 사람들은 뭘 하는가 하면.. 좀 더 크로스 플랫폼이나 오픈소스에 친화된 스타일의 코딩을 한다. 뭐, 웹 프로그래밍도 방법론은 사뭇 다르지만 크로스 플랫폼 프로그래밍의 범주에 들 테고..
특히 PL 쪽 덕후들은 C++ 같은 지저분한(?) 언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Rust나 go 같은 더 마이너한 언어, 함수형 언어 같은 걸 즐겨 쓴다. 쉽게 말해 더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걸 추구하는 듯하다.

아 그렇다고 모든 전자과 출신이나 모든 전산과 출신이 취향이 그렇게 갈린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리고 신호 처리는 전자공학이지만 컴퓨터그래픽스는 명백하게 전산학의 세부 분야인 것 같다. 요컨대 영상을 렌더링 하는 건 전산학이고, 그 생성된 영상을 손실 압축해서 저장하는 건 전자공학 쪽인 셈이다. 다음으로 영상 인식 같은 건 전자와 전산이 별 구분 없이 같이 파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6 08:36 2020/02/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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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춘선 철도는 일제 강점기의 말기에 근접한 1939년에 개통했다. 1939년부터 1941년에 걸쳐 찔끔찔끔 개통한 중앙선과 시기가 비슷하다.
경춘선은 그 당시 사철 형태로 건설됐으며, 다른 철도와 달리 설립 배경에 왜색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나름 춘천 지역 조선인 유지들의 자본이 많이 투입된 것으로 유명하다.

해방 이후 경춘선은 국영 철도로 편입됐다. 경춘선은 원래 지금의 제기동 역 근처의 '성동' 역에서 시작했지만 1971년에 해당 선로가 폐선되었다. 그 대신 청량리에서 출발해서 성북(지금의 광운대)에서 경춘선 선로가 분기하는 형태로 선형이 바뀌었다.

경춘선에는 한동안 무궁화호와 통일호라는 두 종류의 일반열차가 다녔지만 2004년 3월, KTX의 개통과 함께 구닥다리 통일호는 퇴역했다. 그 뒤 2010년 12월, 복선전철화가 완료되면서 선형이 대대적으로 바뀌었고 차량은 광역전철 전동차로 대체되었다.
급행 전동차도 잠깐 다녔지만 없어지고 이내 ITX-청춘으로 바뀌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급행 전동차는 현대 YF 쏘나타의 2400cc 고급형 모델이 자취를 감춘 것과 시기적으로 비슷하게 없어진 것 같다.

경춘선의 복선전철화는 차량뿐만 아니라 선로에도 굉장히 큰 변화를 야기했다.
광운대 역 부근은 경원선 복선 선로이다. 경춘선 열차가 거기서 경춘선으로 나가려면 경원선의 맞은편 열차 선로를 타넘으며 잠시 평면교차를 해야 했다. 열차가 몇 분 간격으로 다니는 철도에서 평면교차는 단선 교행만큼이나 절대로 좋은 여건이 아니었다. 선로 용량이 줄어들고,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그랬는데 새로운 복선전철 선로는 경원선이 아니라 중앙선의 상봉· 망우 역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얘들은 중앙선으로 합류 자체를 안 하고 중앙선보다 북쪽의 선로에서 따로 노니 평면교차를 하지 않게 됐다.
(물론 더 멀리 용산까지 가는 ITX-청춘은 여전히 평면교차를 한다. 그리고 지금 분당선 전동차 중에서도 가끔 왕십리를 넘어 청량리까지 가는 열차도 선로를 건너갈 때는 불가피하게 잠시 평면교차를 한다.)

이로써 성동-성북 선로가 없어진 지 거의 40년 만에 성북-갈매의 꼬불꼬불한 시내 선로도 폐지됐다. 그리고 거기에 있던 신공덕, 화랑대 같은 역도 없어졌다.
이 두 역은 초라해 보여도 나름 1939년 경춘선의 개통 당시부터 있었던 역사 깊은 역이었다. 물론 이름이야 일제 시대에 거기 근처에 대한민국 육사가 있었을 리가 없으니, 처음엔 화랑대가 아니라 태릉이고.. 그런 식이었다.

경춘선의 시내 관통 구선로가 있던 곳에는 숲길 산책로가 꾸며졌다. 이 점에서는 역시  공원 산책로가 조성된 용산선 구선로 구간과도 상황이 비슷해 보인다. 수도권 전철 경의선이 개통한 때도 2009년이니 서로 더욱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용산선은 경의선 신촌-가좌 구간에 밀려서 현역 시절에도 존재감이 너무 없었고 2000년대부터 사실상 화물 전용에 폐선 신세였지만.. 경춘선은 그런 지경이 아니었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일까? 경춘선 구선로는 ‘경춘선 숲길’이라는 별칭이 붙은 한편으로.. 상당수의 구간에 기존 레일이 고스란히 남겨지고 보존되었다. 소리소문 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용산선 선로와는 다른 처분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서울여대 정문과 육사 정문 사이의 공간, 즉 구 화랑대 역은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되었으며, 주변에 ‘화랑대 철도 공원’이라는 것도 만들어졌다! 본인은 이를 답사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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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도로와 육사 정문의 갈림길 사이에 '경춘선 숲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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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본인을 반긴 것은 협궤 선로용 소형 증기 기관차인 '혀기'였다.
삼성 교통 박물관에서도 동명의 기관차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 저건 규격이 달랐다.
교통 박물관 것은 더 옛날 1937년에 제조되어서 1952년까지 운행되었으며, 탄수차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텐더식). 그러나 여기에 있는 것은 1951년에 제작되어 1973년 초까지 운행된 신형인 한편으로 탄수차가 별도로 있지 않는 탱크식이다.

우리나라 철도에서 협궤는 수려선과 수인선뿐이었고 이들 기관차도 딱 저기만 다녔다. 그리고 1973이라는 연도에서 미뤄 볼 때, 얘는 수려선이 폐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같이 퇴역한 것으로 보인다. 1967년 8월 말에 증기 기관차가 현업에서 공식적으로 퇴역한 뒤에도 협궤 전용인 혀기 기관차는 거의 1970년대 중후반까지 더 굴러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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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차의 안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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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를 알 수 없는 웬 외국산 전동차..는 아니고 노면전차이다. 저게 전동차라면 출입문이 저렇게 낮게까지 만들어지고 더구나 폴딩 형태이기까지 할 리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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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름 화랑대 역 승강장 레플리카와.. 무려 무궁화호 객차 세트가 등장했다.
세상에, 인서울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철도 기념물을 구경하게 될 줄이야~!
본인은 작년 이맘때쯤엔 문정 근린 공원에서 철길 흔적을 발견했다고 좋아서 난리를 쳤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한 거물을 발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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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 구역사는 마치 옛날 신촌 역처럼 봉인되고 보존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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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 있는 육사 정문의 모습이다.
생도들은 좋겠다. 학교 주변에 이런 철도 기념 공원이 있으니 말이다. 서울여대 애들도 마찬가지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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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 객차의 앞에 놓여 있는 건 미카 증기 기관차였다. 맨 처음 봤던 혀기보다 훨씬 더 크다.
증기 기관차들은 어린이 대공원에 있던 것을 여기로 옮겨 놓은 거라고 한다. 어린이 대공원은 50여 년 전에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꼭 필요했던 시설이지만 지금은 다른 유원지나 공원, 놀이 시설에 밀려서 너무 낡은 감이 있다. 뭐, 그래도 주말이면 지금도 차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변함없으니, 완전히 파리 날리고 망한 지경은 아니다.

근처에는 마지막으로 다른 1량짜리 일본 전동차가 하나 있었는데 이건 사진 첨부를 생략하겠다.
증기 기관차들은 다 유래에 대해 설명이 나와 있던데 정작 이런 외국 차량들은 그냥 병풍으로 갖다놓은 건지 아무 설명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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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동쪽으로 더 가면 이제 철도 공원은 끝나고 철길과 함께 산책로만 이어진다. 이런 식이다. 생각보다 길어서 1~2km는 된 것 같다.
육사를 완전히 지나고 태릉 선수촌과 태릉 골프장까지 거친 뒤에야 끝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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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철길부터 먼저 끝난다. 이제 여기 이후부터는 그냥 철길 노반 자갈밭만 몇백 m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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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렇게 경춘선 숲길이 통째로 끝난다. 저기부터는 행정구역도 서울을 벗어나서 구리시이다.
참고로 철길 산책로는 철도 공원의 동쪽뿐만 아니라 서쪽으로도 제법 길게 이어져 있다. 거기는 주변이 여기처럼 한적한 차도나 육사 캠퍼스가 아니라 본격적인 주택가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인다. 이 글은 동쪽으로만 끝까지 가 본 답사기임을 밝힌다.

여기서 경춘선 전철 갈매 역까지는 10분 정도 더 걸어서 도달할 수 있었다. 본인은 거기서 전철을 타고 귀가했다.
작년 말에 개통한 지하철 6호선 신내 역도 이번 기회에 드디어 구경할 수 있었다. 여기 근처에 있으니까... 서울 지하철에서 차량기지 내부에 있는 단선 종착역은 지금까지 7호선 장암밖에 없었는데 이제 6호선 신내도 추가됐다. 7호선은 전역인 도봉산이 환승역인 반면, 6호선은 종착역 자체가 환승역이 됐다는 차이가 있다.

9호선 개화도 차량기지 내부에 있는 종착역인 것까지는 일치한다. 그러나 거기는 단선이 아니며 모든 일반열차들이 도달하는 정규 종착역이다. 장암이나 신내처럼 전체 열차의 절반 이하만 찔끔찔끔 드나드는 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3 08:36 2020/02/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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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로의 풍경들

세월이 흘러 2019년 가을부터는 번호판의 앞자리가 세 자리(!!)인 차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당장 아스팔트 길바닥에도 시각적으로 새로운 요소들이 눈에 띄고 있다.

불법 주차를 더욱 강하게 금지하고 계도하기 위해서 요 얼마 전부터는 소방차의 진입에 필요한 크리티컬한 구역 한정으로 길가에 빨간 실선이 도입됐다. 원래는 주황색 실선만으로도 주· 정차 금지인데, 여기는 불법 주차 적발시 더 강하게 처벌할 것이고 차를 세울 생각일랑은 꿈에도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더 강한 색깔이 도입됐다.

파란색은 버스 전용 차선 또는 고속도로 하이패스 차로를 표시하기 위해 쓰인다. 요즘 초록과 분홍은 고속도로 같은 데서 상· 하행별 진출로 안내를 위해 차선이 아닌 차로에 칠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마치 지하철역 환승띠 같은 느낌이 들고 괜찮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 그런 색깔띠가 있다면, 시내 도로에는 보행자를 주의하라고 횡단보도 부근에 마름모 ◇ 표식이 종종 등장한다. 최근에는 그걸로도 모자라서 지그재그 차선도 거의 같은 용도로 등장해 있다. 어떻게든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이다.
스쿨존에서는 길바닥뿐만 아니라 자기 차 속도계의 20과 40 사이에 그어진 "빨간 눈금"도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30km/h 이하). 괜히 그어진 게 아니니 말이다.

아울러, 편도 2차로 정도의 좁은 길에서는 아예 교차로에 대각선 횡단보도까지 그려져 있어서 교차로의 모든 방향 차들이 정지하고 모든 방향 신호등이 켜지는 교차로도.. 예전에는 일방통행이나 1차로급 아주 작은 길에서나 가끔 있다가 2010년대쯤부터 더 적극적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다. 뭐, 보행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서는 비효율적일지도 모르겠다.

2. 제2경부, 제2 순환 고속도로

2020년 현재 철도계에 신안산선, 중부내륙선, 동해선, 수인선(아직 건설 중인 잔여 구간) 따위가 개통 예정이라면, 고속도로에는 두 가지 큰 이슈가 있다. 하나는 포천-세종 고속도로(29)이고, 다른 하나는 수도권 제2순환 고속도로(400)이다.

전자 29의 경우, 한강 이북으로 번듯한 폐쇄식 종축 고속도로가 만들어진 거의 최초의 사례이지 싶다. 기존의 서해안-경부-중부는 서울 시내로 진입하는 선형인 관계로 한강을 건너기 전에 고속도로가 끝나 버리는 반면, 쟤는 서울 시내가 아닌 외곽을 통과하고, 그렇다고 100 같은 순환선도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지금 한강 강동대교(100 고속도로용)의 서쪽에 건설 중인 교량이 바로 이 고속도로가 사용할 예정인 다리이다. 강을 건너서 남쪽으로 간 뒤에는 서울 강동구와 남한산성을 지하로 통과하게 된다. 여러 모로 대단한 고속도로가 될 것 같다.

한편, 후자 400도 특이한 점이 여럿 있다. 현재 국내에 순환형 고속도로 자체는 서울 수도권 말고 부산 같은 다른 대도시 주변에도 존재하나.. 기존 순환선과 동일한 중심을 기준으로 지름이 더 큰 순환선이 더 생기는 사례는 이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순환 고속도로인 100은 송파구 끄트머리에서 아주 잠깐 인서울을 경유하기라도 하지만 400은 그런 거 없다. 그리고 100은 개방식이지만 400은 더 멀리 떨어진 관계로 폐쇄식으로 운영된다. 도로의 성격과 분위기가 100과는 사뭇 다를 것 같다.
뭐, 실제로 개통된 구간은 아직은 (1) 인천과 김포의 저 서쪽 끄트머리, (2) 화성-동탄 쪽에 찔끔, 그리고 아직은 너무 짧아서 29의 지선 정도로나 간주되는 (3) 저 북쪽 의정부 근처가 전부이다.

100은 맨 처음에 구리-판교 고속도로라는 타이틀로 시작했는데, 29는 맨 처음에 구리-포천 고속도로로 시작했다는 것 역시 참고할 점이다.

3. 시외· 고속버스와 고속도로의 변화들

  • 언제부턴가 시외버스가 운임이 비정상적으로 굉장히 오른 것 같아서 내막을 살펴보니.. 고속버스에만 존재하던 일반/우등 구분이 이제 시외버스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본인이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지금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경계가 굉장히 모호해지고 구분이 무의미해진 지경에 갔다. 열차가 기존의 '-호'로 끝나는 등급명 구분이 굉장히 문란해진 것만큼이나 이건 피할 수 없는 변화이다. 특별히 역사· 지리적인 사연이 있지 않는 한, 새로 짓는 버스 터미널들은 시외와 고속을 구분 없이 같이 취급하는 게 추세이다.
  • 고속도로가 전국 곳곳에 깔리고 있으니 시외버스도 고속버스처럼 고속화, 직행화, 고급화로 가고 있다. 반대로 고속버스도 휴게소 환승 같은 시스템이 도입되어서 꼭 터미널에서만 타고 내리지는 않는 존재가 됐다.
  • 고속도로의 버스 정류장은 한때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어서 다들 없어지고 졸음 쉼터로 교체되었지만, 지금은 수도권과(특히 외곽순환) 일부 지역 한정으로는 다시 광역버스 환승 허브로 부활 중이기도 하다.
  • 졸음 쉼터보다는 규모가 크지만 정규 휴게소보다는 시설이 빈약해서 화장실과 편의점 정도만 달랑 있는.. '주차장 휴게소'라는 것도 생겨 있다.

가까운 미래에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는 시스템이 완전히 통합· 합병될 것으로 보인다. 마치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합병한 것처럼 말이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시외버스와 달리 고속버스는 운임에 부가세가 붙어 있다. 이건 전국에 고속도로라는 게 경부 등 극소수밖에 없고, 고속도로가 아주 특별한 도로라는 옛날 사고방식에서 유래된 관행이다. 이런 구분도 지금은 전혀 무의미히고 시대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4. 안내방송의 통합

요즘(대략 2010년대 중후반부터) 고속버스와 전철에서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트렌드 중 하나는.. 회사마다 제각각이던 안내방송들이 모조리 하나로 통합됐다는 것이다.

전철의 경우 2000년대까지만 해도 환승역 진입을 알리는 BGM이 코레일, 서울 메트로, 도철이 모두 서로 달랐다. 또한 한국어 및 영어 성우도 전부 달랐다. 그러다가 그 BGM은 언제부턴가 퓨전 국악 '얼씨구야'로 회사를 불문하고 천하 통일이 됐다. 게다가 지난 2017년부터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한데 통합되면서 차이는 더욱 없어졌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

다만, 코레일의 경우 주요역에서는 영어 방송에 역의 번호까지 명시하고 있으며, 이제 매번 성우를 쓰는 게 아니라 TTS, 일명 보이스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것이 그나마 코레일 차량과 서울 메트로 차량의 차이점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시종착역에서의 BGM과 방송도 양 회사가 동일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건 잘 모르겠다. 요 근래엔 시종착역에서 전철을 타 보지를 않아서..;;; 문득 궁금해진다.

한편, 철도 다음으로 고속버스도 금호, 코오롱(과거..), 한진 등 각 회사별로 출발 직후, 휴게소 정차, 도착 직전 등의 이벤트 때 흘러나오는 BGM과 안내방송을 당연히 제각각 따로 다르게 만들었지만.. 이 역시 옛말이 됐다. 지금은 전부 동일해졌다.
다만, 열차 안내방송에서는 종착역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나오는 반면, 고속버스의 안내방송은.. 그냥 "잠시 후 목적지 터미널에 도착하겠습니다"라고.. 아무 행선지에나 적용 가능한 대명사 버전 하나만 만들어 놓고 모든 노선에다 우려먹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내 경험상 육상 교통수단이 아니라 여객기가 TTS나 성우 목소리 없이 기장과 객실 승무원의 라이브 육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도착지의 시각과 날씨, 현재 고도와 비행 속도, 도착 예정 시각, 난기류 발생 따위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0 19:35 2020/02/1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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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문자, 글꼴 쪽의 생각을 하나 올리게 됐다.
머신러닝 라이브러리로 유명한 Google의 TensorFlow는..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수많은 숫자들 묶음의 흐름!)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함과 동시에 아이콘/로고도 기하학적으로 꽤 기발하게 만든 것 같다.

T와 F를 3차원 공간에서 합성한 입체도형을 형상화했는데, 이걸 한 면에서 정사영 projection을 하면 T자만 보이고, 다른 면에서 그렇게 하면 F자만 보이기 때문이다. true/false 같은 느낌이 난다만.. 뭐 그 심상도 논리학이 연상되니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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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예로 Excel의 아이콘이 떠오른다.

얘는 마치 ICQ, NME(enemy)처럼.. 알파벳 XL만 늘어놓고 그대로 읽어도 같은 발음이 나오는 단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콘도 대놓고 그 글자를 겹쳐 놓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단, L은 X의 획에 맞춰서 세로획을 기울였다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래서 X와 달리 바닥에 눕힌 듯한 입체 효과가 미묘하게 난다.

이렇게 평면에다가 단순히 두께나 그림자만 입혀서 3D 효과를 낸 것 말고, 글자나 획의 배치 자체를 입체적으로 해서 기발한 시각 효과를 내는 예를 개인적으로 더 찾아보고 싶다. 아, 그러고 보니 옛날에 Quake 3 Arena도 있다. Q자를 반쯤 테 모양으로 잘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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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글은.. 당장 자음 모음을 각각 서로 다른 축의 평면에다가 대응시킨 것을 표현한 실험적인 탈네모 글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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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20/02/08 19:37 2020/02/0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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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철도계 근황과 미래 전망

1. 신안산선 착공

한국 철도 역사상 최장, 최대의 기약 없는 베이퍼웨어로 악명을 떨쳤던 신안산선이 2019년 가을부로 드디어 '착공'에 들어갔다. 서울 3기 지하철 계획 중 10호선에 속했던 노선이 저런 대체 노선으로 바뀐 지가 어언 20년 가까이 전인데.. 노선과 운영 방식 등 갖가지 계획들이 원만히 확정되지 못하고 2010년대에 이르도록 질질 끌다가 이제야 건설이 시작된 것이다. 계획상의 완공 예정 시기는 2024년이라지만, 현실적으로는 거기에 최하 1, 2년은 더 추가해야 할 듯하다.

소사-원시 서해선에 이어 또 서울 서남부에 광역전철이 하나 더 생길 예정이라니 기대된다. 일단 여의도에서 광명 역이 직통으로 쭉 연결될 예정인데.. 여의도 정도 위치에서 KTX 타려면 그냥, 서울이나 용산으로 가면 되지 광명이 딱히 거리 메리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2. 객차형 열차의 종말

버스업계에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의 구분이 없어지는 것만큼이나 21세기의 국내 철도계에서 두드러지는 변화는 새마을-무궁화-통일-(비둘기)이라는 기존 차급 체계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다양한 전동차들이다. 고속철 KTX부터 시작해 누리로, ITX-청춘, ITX-새마을이 전부 전동차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EEC 아니면 통근형 차량만 있던 전동차가 어느샌가 주류로 급부상했다.

우리나라에 디젤 동차가 마지막으로 도입된 것은 1997~99년의 CDC 통근열차이다. 차급으로나 동력원으로나 시대에 맞지 않으니 오죽했으면 걔를 2008년경에 RDC라는 무궁화호로 승격해서 과거 NDC처럼 비전철 구간에서 써먹게 됐다.

그것처럼 우리나라에 기관차 피견인 객차가 도입된 것은 2002~04년이 마지막이다.
그리고 다른 차급들이 몽땅 없어졌으니 무궁화호는 다른 전동차에 속하지 않는 기관차-객차형 일반열차의 총칭처럼 됐다. 이 와중에 기관차-객차형 ITX-새마을이라는 아주 이례적이고 예외적인 열차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건 논외로 하자.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기관차-객차형 열차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수익성 없는 단선 비전철에서는 차라리 1량짜리 디젤 동차가 다닐 것이고, 대형 기관차는 디젤이건 전기건 화물 위주로 운행될 것이다.

이 때문에 2000년대에 한창, 특히 경부선의 전철화 완료와 맞물려서 여객용으로 잔뜩 도입됐던 8200호대 전기 기관차가 가까운 미래 2020~2030년대에는 꽤 애매한 계륵 위치로 전락할 것 같다. 내구연한은 아직 한창 남았는데 객차형 일반열차 자체가 도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뭐, 잉여분은 중고차 명목으로 외국으로 수출될 듯..

3. 월미도 모노레일

한편, 오랫동안 인천의 애물단지로 전락해 있던 월미도 모노레일도 재정비해서 지난해 10월에 드디어 재개통했다.
우리나라는 용인과 의정부 경전철의 과거 선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전철 궤도 교통수단들은 정치 논리를 따라 이상한 동기로 이상하게 만들어지고, 노선 선정과 운영을 구리게 하는 바람에 적자투성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경전철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를 나쁘게 깎아먹어 왔다.

월미도 모노레일은 도시 대중교통은 아니지만 이 역시 저런 안 좋은 사례에 속했다. 이미 만들어져 버린 것은 철거하지 않을 거면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운영을 똑바로 하고, 앞으로는 경전철들이 그렇게 대충 만들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건 영화계로 치면 왕창 구리게 만들어서 흥행 쫄딱 망하고 투자자들의 돈을 다 날리는 무능한 영화 감독과 같다.

그나저나 영종도의 자기 부상 열차도 법적으로 저런 도시 대중교통이 아니지 싶은데.. 요즘도 그냥 무료로 운행되고 있는가 모르겠다.

4. 서울 지하철들의 연장 구간

서울 지하철 6호선이 연장되어 봉화산 이후의 신내 역이 개통했다. 차량기지 안의 단선 승강장이니 뭔가 7호선 장암 역의 시즌 2를 찍은 셈이다. 얘는 경춘선과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5호선의 하남 방면 상일동 연장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2020년 말에나 개통 예정이고..
4호선과 8호선이 모두 남양주 방면으로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4호선은 긴 터널을 파서 산을 뚫어야 하고, 8호선은 하저터널을 파야 한다. 오옷~

5호선(2개)과 분당선에 이어 제4의 하저 터널이 생기는 셈이니 기대된다. 2019년 말에 착공에 들어갔으니 앞으로 3~4년 정도 걸릴 것 같다. 29번 고속도로 구간용으로 고덕-구리 한강 공원 사이에 이미 만들고 있는 그 교량과도 아주 가까이 있다.
8호선 연장 구간이 개통할 때쯤에 복정-산성 사이의 신설역도 개통하지 않을까 싶다.

5. 서대구 역

먼 옛날 구한말에 경부선 철도가 개통했을 때 대구에는 말 그대로 대구 역 하나가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1969년엔 동쪽 외곽에 오리지널 대구보다 더 큰 규모로 동대구 역이 추가로 만들어졌는데, 얘가 원래 있던 대구 역을 제치고 대구 전체를 대표하는 역으로 등극했다. 대구와 동대구 역은 마치 김포와 인천 공항 같은 관계가 됐다.

마치 SI단위들 중 킬로그램만 유일하게 접두사가 붙어 있듯, 대구는 이례적으로 대표역의 이름에 '동'이라는 접두사가 붙어 있다. 그렇다고 동대구를 대구라고 개명하고 기존 대구를 서대구 정도로 바꾸기에는 옛 대구 역의 이름값도 만만찮다. 이게 아예 고속선 vs 기존선의 관계라면 경주와 울산의 사례처럼 역명 개명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구와 동대구는 그런 관계도 아니다. (경주야 옛 경주 역은 선로까지 완전히 없어질 예정이고, 울산은 기존역이 '태화강'이라고 개명됨)

대구 역 이후로 동대구 역이 만들어지기까지 60년이 넘는 간격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동대구 역 이후로 거의 50년이 넘게 지난 2021년경에는.. 대구의 서쪽 외곽에 진짜로 서대구라는 역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참고로 대구-동대구 거리보다 서쪽으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경주에도 신경주 말고 기존 나원과 서경주를 대체하는 이름 없는 역이 더 만들어지고 있는데 마치 그걸 보는 느낌이다.

거기는 수도권으로 치면 오봉 역처럼 물류 허브와 화물 취급 전용역을 만들려고 오래 전부터 부지를 확보해 놓았던 곳이었다. 그랬는데 화물 기지는 다른 곳에 따로 만들어지고 계획이 틀어진 채, 부지는 오랫동안 공터로 놀게 됐다. 이건 마치 옛날에 만들려다 말았던 서울 동남부의 화물 철도와도 비슷한 느낌인데.. 대구에서는 그 자리에 여객을 취급하는 역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서울에 영등포, 부산에 구포, 대전에 신탄진처럼 대구에도 역이 더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접사 파생어 형태의 역명이 더 만들어지는 건 이색적이다. 일반열차가 서-X-동이라는 3개역에 모두 정차하는 건 아니며, 장기적으로는 대구에도 경부선 선로를 기반으로 광역전철이 운행될 계획이 있다고 한다. 아무렴, 장거리 여객은 고속철 위주로 바뀌고, 기존선은 화물이나 단거리 광역전철 위주로 바뀌는 것이 추세이긴 하다.

6. 서경주 역

경북 경주에는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역이 ‘서경주’라는 간판을 걸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되풀이해 왔다.

  • 시즌 1 (과거): 1985년부터 1992년 사이에 송화산 기슭에 존재했다가 폐지된 서경주 신호장이다.
  • 시즌 2 (2020년 현재!): 1992년부터 현곡면에 새로 생긴 금장 역이 2009년 1월 1일부터 서경주라고 개명되었다. 하지만 얘는 경주 역과 마찬가지로 시한부 인생이다.
  • 시즌 3 (미래): 앞으로 몇 년 뒤엔 현곡 초등학교 근처의 동해선 KTX 선로상에 기존의 금장과 나원 역을 통합한 ‘새로운’ 서경주 역이 생길 것이다. 아직 역이 완공되지 않았지만 주변의 도로 표지판들은 역명을 ‘서경주’라고 기재하고 있다.

시즌이 올라갈수록 역이 계속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는 게 흥미롭다. 시즌 1~2, 2~3의 두 역들은 직선 거리가 2.3~2.5km 정도에 불과하니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
재래식 경주 역이 영업을 중단하고 없어지고 나면(건물은 보존) 신경주 역은 앞의 ‘신’자를 떼어내고 얘가 경주 역으로 간판을 바꿔 달지 않을까 싶다. 현재 신경주와 동대구는 전국에서 매우 드물게 지명 앞에 접두사가 붙어 있는 KTX 정차역이다.

한편, 서쪽의 광주도 상황이 비슷해서 광주 역은 그야말로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최악의 경우 옛 광주 역은 폐역돼 버리고 광주송정이 광주 역으로 개명될 수도 있다. 지금은 광주-광주송정 사이는 그나마 통근열차를 투입해서 연계시키고 있다고 한다.

7. 절연 구간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경의중앙선 전철이 용산-이촌 사이를 지날 때 전등이 잠시 꺼지지 않고 있다. 경강선 KTX의 개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절연 구간을 없앴다고 한다. 생각보다 오래 전 일이다.
절연 구간은 안 그래도 열차의 동력이 끊어져서 차가 힘이 약한데 상· 하 구배 내지 꽈배기굴, 급커브처럼 선형도 덩달아 불량한 경우가 많아서 더욱 아슬아슬하다.

평면교차가 없어지고 절연 구간이 없어지는 것처럼 뭔가 시설이 열악하고 취약하던 것이 개선된 것은 무엇이건 좋은 일임이 틀림없다.

8. 굴림체의 압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이쿠, 서울 지하철 2호선 승강장에 전광판 화면의 타이포그래피가 언제 저렇게 시각 테러에 가까운 퀄리티로 바뀌었나? 컴퓨터에 악성 코드가 걸려서 글꼴 파일이 삭제되기라도 했는지?
코레일 광역전철역의 전광판 화면에 굴림체가 쓰인 건 옛날에 본 적이 있다만, 서울 지하철까지 저러는 건 처음이다.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니라 2호선이 저러니, 마치 옛날에 2호선에만 최후까지 남아 있던(한 2009~10년까지) 구형 플랩식 전광판의 시즌 2를 보는 느낌이다.

9. 서울 메트로와 도철

비록 서울이 세계구급 대도시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도시에 지하철 회사가 사기업도 아닌 공기업이 둘씩 있는 건 보기 드문 형태였다. 그런데 두 회사가 따로 있는 것과 하나로 합병한 것의 차이를 일반 승객이 실감할 수 있는 타이밍은 바로.. 지하철 회사 근로자들이 파업을 할 때이다.
예전에는 서울 메트로에서만 파업을 하면 그래도 5~8호선은 멀쩡한 편이고, 반대로 도철에서 파업을 한 것은 1~4호선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서울 지하철 파업은 곧장 9호선을 제외한 서울 지하철 전체의 막장화로 직결되게 되었다.

사실, 서울시에서도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비효율을 감수하고라도 1990년대에 2기 지하철 관할용으로 도철이라는 회사를 따로 설립한 것이었다. 지금 인천의 경우 '인천 교통 공사'가 인천의 지하철로도 모자라서 시내버스까지 몽땅 관할하는 기관이 된 것과 굉장히 대조적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05 19:37 2020/02/0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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