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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ftware is licensed, not sold

자동차의 소유 내지 운전 면허하고, 소프트웨어의 사용권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서 같이 생각해 볼 만한 사항인 것 같다. 자동차는 도난 방지 기능이 있고, 소프트웨어는 불법 복제 방지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옛날에는 전통적으로 물리적인 열쇠에만 의존하다 보니 보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수천 대 중 한 대꼴로 자물쇠 패턴이 일치하는 차량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차는 내 키로 문을 열 수 있었다. 컴퓨터로 치면 마치 hash의 충돌과 비슷한 상황이라 하겠다.
그리고 영화 테이큰에서도 보듯이 열쇠 구멍을 적당히 쑤셔서 문을 따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스타터 모터에 전기 자극을 줘서 시동을 걸 수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과거에는 3rd-party 업체에서 개발한 싸제 도난 방지 시스템이 많이 쓰였다. 지정된 인증을 통과하지 않으면 물리적인 열쇠만으로 문을 따거나 시동을 걸 수 없으며, 오히려 경보음이 울리게 하는 것 말이다. 지금이야 이 정도 도난 방지 기능이 들어간 스마트키는 옵션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에서 기본으로 제공해 주는 영역이 됐다.

그럼 소프트웨어는 어떨까?
과거에는 좀 묵직하고 규모가 있는 제품은 병렬 포트에 락을 꽂는 것(..!)부터 시작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인 온갖 방법으로 "귀하(= 소프트웨어 개발자/개발사)의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십시오"라고 광고하는 복제 방지 솔루션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해커들이 작정하고 공략하면 몽땅 크랙 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그나마 인터넷이 발달한 게 소프트웨어의 복제와 배포뿐만 아니라 개발사에서 사용자의 접속 여부를 파악하는 것까지(= 정품 인증) 용이하게 만들어 줬으니 호재이다. 스타크래프트도 배틀넷에 접속할 때만은 CD key를 체크했듯이 말이다.

자동차는 철저하게 자기 소유 위주이고 운전만 면허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처음부터 소유라는 개념 없이 사용권이 허가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영어로는 똑같이 license라고 한다.
자동차는 물리적인 실물이 존재하고 조작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물건이지만, 소프트웨어는 실물이 없이 무한 복제가 가능하고 사용 자체에 위험성은 없는 물건이라는 차이가 있다. 형태가 서로 매우 극과 극이라 하겠다.

그래서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동차 문을 따거나 배선을 뜯어고쳐서 키 없이 시동 거는 방법을 소개하는 동영상을 보면.. "남의 차에다가 이 짓을 하는 건 불법입니다. 반드시 자기 소유의 차에다가만 at your own risk로 시도하세요!"라는 주의 문구가 있다.

소프트웨어도.. 정품 사용자가 자기 개인 소장용으로만 복제판을 만들거나.. 혼자 쓰는데 번거로워서 정품 인증 절차를 없앤(..) 크랙을 돌리는 것은 내가 알기로 합법이다. 글쎄, 단순 복제판을 넘어서 후자는 엄밀하게 따지면 사용권 계약서에 명시된 "리버스 엔지니어링과 변조 금지"의 위반일 수 있겠지만 그것까지 현실적으로 다 따지고 잡아내고 법을 집행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싶다.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는 대외 공개 여부, 유료/무료, 소스 공개 여부 같은 변수를 따져서 다음과 같은 범주로 나눌 수 있겠다.

2.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의 등급

(1) 존재 자체가 영업 기밀: 개발사의 내부에서만 쓰이며,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애초에 남에게 판매 자체를 하지 않는다. 주로 서버(호스트) 사이드 프로그램, 혹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내부적으로만 쓰이는 아주 특수한 도구가 이 범주에 속한다. 이런 프로그램의 내부를 외부인이 구경하고 싶으면 아예 개발사를 통째로 사 버리고 인수해야 할 것이다.. >_<

(2) 상업용: 돈 받고 사용권을 판매하는 상업용 소프트웨어들. 옛날에는 제품을 디스크에 담고 패키지로 포장해서 일시불로 무기한· 영구적인 사용권을 제공했으나, 지금은 프로그램 자체는 웹사이트에서 받게 하고 사용권을 기간제로 찔끔찔끔 제공하는 형태가 대세이다. 얘부터는 소스 코드만이 영업 기밀이다.

(3) 무료 공개: 누구나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제공된 형태 그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것 말고 상업적 목적의 재배포, 변조 등등은 여전히 금지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이 등급이다.

(4) GPL 오픈소스: 단순히 무료 사용을 넘어서 소스까지 공개인 파격적인 제품이다. 하지만 저작권 자체가 아예 없는 건 아니며, 얘는 전염성, 즉 "오픈소스 덕을 봤으면 너도 오픈소스에 동참하라" +_+라는 이념이 담긴 등급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영업 기밀에 속하는 소프트웨어에다 GPL 기반의 코드를 쓸 수는 없다.

(5) LGPL 오픈소스: GPL보다는 조건이 완화됐다. 요 등급은 상업용 제품에다가 끌어다 쓰더라도 자기 코드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많이 쓰이고 있는 MIT 라이선스도 이쪽 계열인 걸로 안다.
다만, 있는 그대로 쓰는 게 아니라 좀 변조해서 쓴다면 어떻게 바꿨는지 그 변조한 코드만은(자기 코드 말고) 공개하라는 식으로 바리에이션이 있다.

(6) public domain: 너무 오래돼서 저작권이 소멸됐거나, 저작권을 주장하는 주체 자체가 사라져서 존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데 개발자가 너무 대인배여서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고 "완전 니 마음대로 쓰셈"을 시전한 경우이다. SQLite처럼 드물게 public domain인 제품이 있다.

요 6등급 분류가 굉장히 깔끔하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범주에 딱 정확하게 떨어지지 않는 물건도 있다.

(1) 태생적인 반제품: 요즘은 소프트웨어라는 게 전반적으로 릴리스 후에도 끊임없이 보안 패치를 해야 하는 반제품 형태가 돼 있다. 하지만 그것 말고 미들웨어 라이브러리 같은 제품 중엔 유료로 판매되는 상업용이면서 아무 end-user에게나 판매하지 않고, 구매자에게 소스를 제공하는 형태가 있다.

(2) abandonware: 도스용/16비트용 프로그램들, 아래아한글 3.0/97, Windows 95/XP 따위.. 오늘날 아무도 실생활에서 사용하지 않는 옛날 구버전 소프트웨어들은 아무래도 상업적인 가치는 없다. 하지만 개발사에서 판매와 지원을 중단했다고 해서 그 프로그램의 저작권 자체가 법적으로 소실된 건 아니다. 저작권이야 거의 70년인가 그 동안 유지되기 때문이다. abandonware가 곧 public domain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한물 갔다고 해서 과거의 상업용 소프트웨어를 마음대로 불법복제 해서 써서는 안 된다. 개발사에서 정식으로 무료화를 선언하지 않은 한 말이다. 허나, 이제 더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고, 돈 주고 사겠다고 해도 구할 수 없어서 복제해서 쓰는 걸 누가 어떻게 뭐라 하겠는가? 그런 구닥다리 제품으로 복돌이가 개인 단위로 무슨 금전적인 이익을 얻고 있을 리도 없고..
이런 이유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개발사에서 저 정도는 사실상 그냥 방치· 묵인해 주고 있을 뿐이다.

3. 오픈소스

요즘 어지간히 규모 있는 소프트웨어에서 about 대화상자나 도움말의 한구석 acknowledgements란을 꺼내 보면.. 이 제품이 내부적으로 사용한 방대한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목록이 없는 경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동영상이나 일반 데이터 압축, 암호화, 영상 처리, 폰트 렌더링, 심지어 머신러닝…

그 정도 규모와 기능이면 돈 받고 판매하는 미들웨어 솔루션으로 손색이 없을 텐데 이런 게 소스까지 공개로 죄다 풀리니 요즘 소프트웨어들은 기술 수준이 엄청나게 상향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자동차 같은 다른 업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오픈소스'라는 진영 내지 이념· 트렌드 때문에 판도가 굉장히 크게 바뀌었다.

이 진영이 없었으면, 혹은 오픈소스라 해도 몽땅 무식한 GPL 일색이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면.. 컴퓨터에서 같은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소비자는 더 비싼 제품을 써야 하고, 개발사는 여기 저기 로얄티를 내야 하는 게 많았을 것이다.

기능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몽땅 무료로 풀리게 됐으니.. 소프트웨어 업계는 그 사용자들이 무슨 기능을 즐겨 사용하고 무슨 생각과 취향을 갖고 있는지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이걸로 "어떤 더 고차원적인 돈벌이를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용자의 취향을 더 정확하게 저격한 광고를 내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 듯하다.

물론, 마소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에서 zlib나 FreeType, libPNG를 사용했네, MIT/LGPL 라이선스를 준수하네 이런 식의 acknowledgement를 볼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걔네들은 오픈소스 진영과 동떨어진 채 타사에서 유료 구입하거나 자체 개발해 놓은 밑천이 워낙 많으니 어지간한 상황에 대해서는 그런 게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지낼 수는 없을 것이고, 지금은 마소도 옛날 빌 게이츠/스티버 발머 시절처럼 오픈소스에 적대적인 독불장군이 절대 아니니 오픈소스 진영과 엮이는 비중이 차차 늘 것으로 보인다.

4.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의 종류

이렇게 각종 소프트웨어들이 소스째로 무료로 풀렸다는 게 모든 지적 컨텐츠들이 풀려서 개나 소나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오늘날 컴퓨터로 남이 만든 것을 활용해서 이를 바탕으로 또 뭔가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 어느 때보다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어야 한다.

컴퓨터가 실행하는 코드의 집합체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디지털 폰트, 그리고 하다못해 짤막한 4단짜리 찬양 악보나 노래 음원 하나라도 무료 사용이 허용되는 조건이 까다로워지는 것이 요즘 추세이다.

물론, 개인이 혼자 집에서 무료로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보고 듣고 즐기는 것을 막는 저작권자는 사실상 없다. 음악, 특히 찬송 같은 건 알려져서 자기 곡이 어느 교회건 예배 때 회중 찬송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할 작곡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임의의 개작, 개조, 제작자 변조, 무단으로 상업적 활용 같은 걸 허용하는 저작권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운전 면허가 자가용과 사업용이 나뉘어 있듯, 소프트웨어의 사용권도 그런 형태로 나뉘는 경향이 있다.
폰트는 유료로 구매했다 하더라도 자기 개인 단위의 인쇄물이나 웹페이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1차 라이선스, 더 나아가 옥외 간판이나 본격 상업 매체에 적용되는 2차 라이선스, 아예 제품에 범용적으로 포함되거나 특정 BI/CI에 들어가고 자기들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전속 서체 급의 3차 라이선스 형태로 나뉘어진다.

반디소프트의 반디집의 경우 2020년 7.0 버전부터 유료 버전을 따로 내놓기 시작했는데, 파워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개인 단위 유료(프로) 에디션, 그리고 기업에서의 사용을 염두에 둔 PC 단위 유료(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내놓은 게 무척 독특하다. 현실성 있는 유료화 정책에 대해 개발사에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구매하지 않은 기업 내부라고 해도 각 직원이 무료 에디션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다. 그 대신 얘는 광고가 뜨며, 기업 서버와의 최소한의 접촉을 막을 수 없다(업데이트 체크, 언제나 온라인으로만 설치).

이런 라이선스 종류는 아까 같은 영업기밀~소스 공개 같은 수직 비교와는 다른 양상의 수평 비교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12 08:35 2020/03/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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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분석

1. 철도 차량의 3무

철도 차량은..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 운전석에 steering 핸들이 없고
  •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고,
  • 차축에는 차동기어가 없다.

이것이 철도 차량의 3無이다.
자동차는 커브를 돌 때 한 엔진이 생성한 동력을 차동기어를 통해 양 바퀴에다 달리 배분하고, 비행기나 탱크는 아예 좌우의 엔진 출력을 달리해서 속도 차를 만든다.
그에 비해 철도 차량은 바퀴 자체가 완벽한 원기둥이 아닌 살짝 원뿔대처럼 만들어져 있고, 커브를 틀면 레일이 접촉하는 부위의 직경 차이로 인해 양 바퀴의 회전 속도가 차이가 나게 한다.

그리고 철도는 개인 자가용이 전무하다시피한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선박이야 초대형 선박들도 선주의 신분을 따지면 전부 private 일색이다. 서양에서 사략선이란 게 괜히 있었던 게 아니다.

그 비싼 비행기도 미국처럼 땅 넓고 잘사는 나라로 가면 자가용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지만.. 철도는 자가용으로 굴리기에는 너무 꽉꽉 조여지고 통제되는 시스템이니 private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자가용은커녕 대중교통 운영사 자체가 사기업인 경우도 우리나라는 매우 드물며, 사철도 일부 공장, 발전소 등에 극도로 제한적으로 있는 형편이다.

2. 철도의 경사와 커브

교통 내지 항공 업계에서는 경사를 나타낼 때 각도가 아니라 수평 이동 대비 수직 이동 비율인 기울기, 탄젠트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철도에 규정된 오르막의 한계는 35퍼밀, 즉 3.5%이다. 그리고 이 정도면 이미 거의 극악에 가까운 한계이며, 현실에서는 2%대만 돼도 철도 차량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급경사이다.
자동차 도로는 좀 가파른 곳에 5%, 10% 경사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저런 경사 표지판이 있음).. 철도 차량은 등판능력이 부족한 셈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급경사를 자랑하던 곳은 강원도에 태백선· 함백선이 병행하는 구간이다. 하지만 서울에도 경의선 용산-효창 사이의 지상-지하 구간은 기존 건축물들을 피해서 부족한 공간만으로 수직 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법을 겨우 간신히 어기지 않는 수준으로 거의 35퍼밀에 근접하는 경사가 생겼다.

서울에서건 용산에서건 경의선이 서쪽으로 방향을 확 트는 건 자연스럽지 않고 부담스러운 급커브인데.. 지하화하면서 급경사까지 생긴 셈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이 시청-종각에서 급커브를 트는 건 동쪽이고.. =_=)
이와 비슷한 예로, 분당선 서울숲-왕십리 역시 그 깊은 하저터널 이후로 곧장 지상으로 올라오느라 꽤 부담스러운 급경사가 생겨 있다.

이 분야의 끝판왕 구간은 2016년에 개통한 인천 지하철 2호선의 아시아드경기장-검바위이다. 여기도 지상과 지하가 바뀌는데, 여기는 전국의 궤도 교통수단을 통틀어서 가장 가파른 무려 55퍼밀짜리 경사가 있다.
이건 법을 어긴 게 아니라 고무차륜이어서 접지력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반 철차륜 철도라면 가능하지 않다.

3. 철도가 잘못 만들어지는 경우

철도는 사람들의 정치적인 개입으로 인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잘못 만들어질 수 있다.

  • 님비: 시끄럽다고 철도 건설을 무작정 반대하고 비현실적인 이설 내지 지하화를 요구한다. 요즘 철도는 안 그래도 선형 직선화라는 명목으로 구 시가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만들어지는 편인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면 철도의 접근성과 도로 대비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게 된다.
  • 핌비: 이번엔 무조건 자기 지역을 경유하라고, 혹은 생판 뜬금없는 곳에 역을 만들라고 요구한다. 선로에 곡선을 만들고 열차의 표정속도까지 떨어뜨려 가면서, 정작 자기들은 열차를 충분히 많이 이용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철도 시설은 여느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한번 만들고 나면 고치기가 극도로 어렵다. 전쟁이나 지진 때문에 다 파괴되어서 몽땅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를 한번 잘못 만들어서 발생한 손해와 비효율은 후손들이 두고두고 뒤집어쓰게 된다.

핌비 성향으로 인해 철도가 이상하게 만들어져서 철덕들에게 두고두고 까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 오송: 이 분야의 가히 전설을 넘어 레전드라고 불린다. 개인적으로 충북 지역에 아무 연고도 없고 감정도 없지만.. 주민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과 전투력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호남 고속철의 선형이 매우 괴상해졌음은 물론, 승객 수요도 못 살린 최악의 자충수를 두게 됐다.
  • 총신대입구: 열차 운영 자체와 관련된 사항은 아니지만.. 총신대는 자신과 그리 가까이 있지도 않은 지하철역의 역명에 왜 그리도 이상한 집착을 했나 모르겠다. 7호선 남성의 부역명에나 총신대를 집어넣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은 '이수' 정도로 바꿨어야 했다.
  • 강남리 마을 전철: 광역전철인 분당선에 무슨 농간이 있었는지.. 서울 강남구 구간에 1km도 채 안 되는 간격으로 역이 너무 많이 만들어졌다. 이건 두고두고 시간적인 비효율과 금전적인 비효율을 야기하게 됐다(텅 빈 채 왕창 깊기까지 한 여러 잉여역들을 관리하는 비용)

4. 철도 차량의 번호판

철도 차량에는 자동차처럼 간편하게 탈착할 수 있는 번호판 같은 건 없다.
그 대신, 기관차의 경우 앞면에 차량 등록번호 4자리가 새겨져 있다. 현재 7xxx대는 대형 디젤 기관차, 8xxx대는 전기 기관차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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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치 비행기의 식별 번호와 비슷하다. 한국을 뜻하는 HL로 시작하는 4자리 숫자가 있는데, 맨 앞자리는 그 비행기의 엔진 형태를 나타낸다. 7xxx, 8xxx는 제트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객기가 해당되고, 그보다 작은 번호는 헬리콥터나 프로펠러기, 피스톤 경비행기에 할당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KTX도 앞부분을 잘 보면 2~3자리짜리 일련번호가 붙어 있다. 옛날에 새마을호 디젤 동차의 표면에는 그런 걸 딱히 못 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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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행기와 철도의 유사점

(1) 비행기가 광활한 하늘에서 정말 높고 빠르게 날다가 고도와 속도를 줄이고 줄여서 딱 정확하게 활주로의 시작 지점에 맞춰 착지하여 착륙하는 건 참 경이롭다. 지하철 전동차가 빠르게 달리다가 딱 정지선에 맞춰 칼같이 정차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2) 착륙을 최대한 부드럽게 한다고 해도 비행기의 랜딩기어가 착지하는 순간에는 객실에도 진동이 전해지게 된다. 이건 철도 차량으로 치면 레일 이음매를 고속으로 통과할 때 전해지는 진동과 동질감이 느껴진다. 물론 요즘 철도는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음매 없이 쭉 매끄러운 레일을 놓는 게 대세이며, 비행기 역시 조종 기술과 랜딩기어의 서스펜션의 발전을 통해 착륙 진동을 줄이고 있다.
덜컹거림이 없는 철도라니, 마치 켜질 때 깜빡거리지 않는 형광등을 보는 느낌이다.

(3) 비행기에는 동체의 균형을 잡고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서 꼬리날개(미익)라는 게 달려 있다. 최소한의 조작만으로 최대의 회전력을 내려면 미익은 동체의 무게중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게 바람직하다. (시소처럼)
미익은 최대한 멀리 떨어진 뒤쪽에 장착되는 부품이라는 점에서 전기 철도 차량의 팬터그래프와 비슷한 존재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09 08:35 2020/03/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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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옛날 영화 이야기

1. 복수극

킬 빌(2004), 악마를 보았다(2010),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2010).
굉장히 폭력적이고 잔혹한 묘사가 담긴 복수극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제각각 개성과 차이점도 있다.

국산인 ‘악마를…’만 주인공이 남자이다. 나머지 둘은 주인공이 여자이고 자기 자신이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한다. 이 두 영화는 복수 대상이 다수 내지 집단인 반면, ‘악마를…’은 복수 대상이 단 한 사람이다. 그 대신 결투가 끝난 뒤에도 적을 곧장 죽이지 않으며, 고통을 더 오래 겪게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살짝 다치게만 한 뒤 일부러 살려 준다.

‘킬 빌’은 잘 알다시피 온갖 옛날 영화 오마주가 가득하며, 사지가 썰리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비현실적인 과장이 많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악역이 저지르는 흉악 범죄를 부각시키면서 다소 진지한 분위기이다.

‘킬 빌’과 ‘악마를…’은 주인공이 킬러 교육을 받았건, 첩보기관 요원이든 해서 기예의 달인이라는 설정이 있다. 하지만 ‘내 무덤에…’의 주인공은 그런 것과 무관한 평범한 여류 작가이다. 그런 그녀가 공범도 없이 혼자 남정네들을 하나씩 능숙하게 유인해서 빠따 한 방에 즉시 기절시키고, 그 무거운 남성을 질질 끌고 가서 미리 세팅해 놓은 형틀에다 번쩍 들어서 묶고 고정시키는 건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킬 빌’과 ‘악마를…’은 복수가 다 끝난 뒤엔 주인공이 우는지 웃는지, 희열인지 오열인지 모를 므흣한 표정 연기를 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그러나 ‘내 무덤에…’는 주인공이 그냥 앉아서 담담한 표정만 짓는 걸로 끝이다.
‘킬 빌’ 같은 “사랑해요 미안해요” 애증의 관계가 아니고, ‘악마를…’처럼 “난 네놈이 최대한 오래, 죽은 뒤에까지 영원히 고통받았으면 좋겠어" 라이벌(?) 구도도 아니고.. 그저 죽이고 싶은 강간범일 뿐이니 뭔가 보복의 관점이 다른 것 같다.

다만, ‘악마를…’과 ‘내 무덤에…’끼리도 꽤 비슷한 점이 있는데, 바로 마지막 악역이 죽는 방식이다. 악역의 지인이 찾아와서 뭘 건드리자 장치가 작동해서 악역 당사자가 죽는 것이다. 전자에서는 단두대가 내려와서 목을 뎅겅~ 해 버리고, 후자에서는 총이 격발된다.

아이고 내가 별 걸 다 비교하고 분석하고 있네;;
하긴, 그러고 보니 ‘복수는 나의 것’(2002)이라는 영화도 있었는데 위의 영화들 같은 전개는 아니다. 예쁘장한 여주인공이 평범한 조폭을 넘어 무려 무정부주의 반국가단체 멤버이고, 애 유괴조차도 착한 유괴와 나쁜 유괴가 따로 있다는 드립을 날리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런 '처절 복수' 말고 본인이 특별하게 기억하여 분류하는 영화는 분야별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전쟁사: 미드웨이, 연평해전, 인천 상륙작전
  • 권선징악 액션: 테이큰, 아저씨
  • 저예산 감금: 베리드, 화씨 247도, 12피트, 데블
  • 병맛 레트로: 쿵 퓨리
  • 철도: 라이터를 켜라, 튜브, 부산행
  • 남자에 대한 여자의 병적인 집착과 광기: 크러시(1993), 올가미(1997)

2. 옛날 버스

최근에 유튜브의 AI가 내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해서 적절한 옛날 영화를 하나 제안해 줬다. =_=;;
1981년작 영화 ‘도시로 간 처녀’.

그 시절에 상경해서 버스 안내양으로 일하던 여성들의 애환뿐만 아니라, 전방엔진(FR) 형태에 하차벨이 없던 옛날 버스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구경할 수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1978년의 서울 강남을 아쉬운 대로 재연한 2004년작 영화인데, 저건 딱 그 시기에 실제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러니 시대 반영이 더욱 정확할 수밖에 없다.

현대 FB보다도 더 옛날인 HD 170급의 골동품 버스를 이렇게 보다니 반가웠다. 지금이야 현대 버스는 바퀴 fender가 둥글고 대우 버스가 각져 있지만, 1970년대엔 현대 버스가 펜더가 각져 있었다. 사실 저 땐 아직 대우도 아니고 새한이었다.

저 때가 앞문과 중문이 분리된 버스가 등장하기 시작한 과도기 같다. 문이 두 개 달린 버스는 중문이 뒷바퀴의 앞쪽에 있는 반면, 중문 하나만 있는 옛날 버스는 그 문이 앞바퀴의 뒤쪽에 있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앞문은 자동화가 돼서 운전사가 스위치로 개폐하지만, 중문은 여전히 안내양이 손으로 여닫는다.

‘말죽거리…’ 감독도 바로 저런 오리지널 버스를 구하고 싶었지만, 못 구해서 그것보다는 덜 옛날(?) 버스의 앞문을 부득이하게 틀어막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내가 보기에 감독의 말은 사실이다. 말죽거리에서 쓰인 버스는 BF105 정도로 추정된다. 전방의 방향지시등이 헤드라이트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외형으로 미뤄볼 때 BF101은 아니고 빼박 확실하게 1980년대의 비교적 신형(?) 차량이다.

  • 본인은 금호 클래식카에 수집되어 있는 이 버스가.. 아마 말죽거리 잔혹사 소품으로 쓰인 버스라고 추측한다. 외형이 동일하다. 그런데 뒤의 등짝에 SMC 새한이 아닌 DAEWOO라는 엠블럼이 새겨진 것부터가 이 차량은 1970년대 차량이 절대 아님을 입증한다. -_- (대우 자동차 상호는 1983년에 등장) 얘는 BF105인데 1970년대 차량처럼 보이게 나중에 인위로 개조된 것이다.
  • 진짜 1980년대의 BF105 시내버스는 이렇다. 동일한 외형이지만 이미 앞문과 중문의 구분이 생겼고, 중문은 슬라이딩 형태로 바뀌었고 하차벨까지 생겨 있다. 엔진 배치가 여전히 전방인 것만 빼면 오늘날의 시내버스와 거의 차이가 없다.
  • 한편, 얘는 진짜로 1970년대의 옛날 시내버스인데, 메이커는 저 외형만 봐서는 모르겠다. =_=;; 아마 외제차 수입인 듯.. 좌석이 무슨 지하철처럼 벽면을 따라 롱시트 형태인 게 아주 인상적이다.

참고로 국내 최고의 버스 고증 전문가인 이 종원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이 영화는 아직 자동문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셈이다.

“82년 자동문이 생기고 인건비가 오르면서 안내양 수가 줄기 시작했다. 혼잡할 때만 안내양이 있었다. 안내양이 있을 땐 승객이 중문으로 타서 안내양에서 돈을 주고, 앞문으로 내렸다. 안내양이 없을 땐 앞문으로만 타고 내렸다.
84년에야 돈을 먼저 내는 선불제가 도입됐다. 이때부터 앞문으로 타서 중문으로 내렸다. 80년대 후반 아시안 게임, 올림픽 게임이 열리면서 버스가 발전했다. 정부에서 차체가 전보다 10~14cm 낮은 저상버스를 만들었다. 엔진도 뒤에 달려 소음이 줄었다.”


지금이야 카드로 찍기만 하면 모든 요금 처리가 전산으로 정확히 처리되고, 승객의 동선과 버스 이용 통계, 차내 혼잡도가 몽땅 빅데이터로 실시간 자동 집계되는 세상이지만..
40년 남짓 전 저 때만 해도 미개한 원시시대 그 자체였다.

카드는커녕 버스 토큰도 아직 없었는지 안내양이 승객으로부터 현금을 직접 취급했다. 그리고 승객 대비 돈이 너무 적게 걷힌다 싶으면 안내양이 근무 중에 요금을 슬쩍 횡령하지는 않나 의심을 받고 굴욕적인 몸수색까지 당해야 했다!
저 영화 중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운동 선수로 치면 도핑 모니터링 요원이 보는 앞에서 소변 검사를 받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도시로 간 처녀’는 이런 시대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주연 여배우가 꽤 예쁜 건 버스부터 충분히 구경한 뒤에야 눈에 들어왔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03/07 08:35 2020/03/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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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 상묵(1916-1984)이라는 사람은 살았던 시기와 젊은 시절 행적과 프로필이 원조가카(1917-1979)하고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기 때문에 같이 비교해 볼 만하다. 대구 사범학교를 졸업해서 교사를 몇 년 하다가 그만두고 일본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교사만 해도 수입 안정적이고 명예와 처우가 좋은 매우 훌륭한 직업인데.. 그걸로 만족하지 않고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이건 이례적이었다.

물론 이건 1930년대 말 이후가 돼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일제가 전쟁을 벌이느라 일손이 부족해졌기 때문에 조선인까지 징병제로 징집하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황족이 아닌 평민 조선인에게도 일본군 간부가 될 기회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입장에서 조선인에게 총을 믿고 쥐어주고 자기 군대를 맡기기 위해서는.. 내선일체와 조선 민족 정체성 말살 프로파간다를 미치도록 밀어붙여야만 했다.

이 와중에 신 상묵과 원조가카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 이들은 교사가 된 덕분에 또래 청년들과 달리 군대 걱정을 별로 할 필요가 없었다. "징병제 때문에 기왕 군대에 끌려갈 거라면, 더 공부하고 준비해서 병이 아닌 간부로 다녀오자"가 아니었다. 전적으로 자발적으로 입신양명을 위해 일본군 간부에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세부 디테일은 좀 차이가 있었다.

신 상묵은 부사관을 지원해서 오장/조장, 지금 국군으로 치면 거의 상사· 원사급에 올랐다. 근무지도 조선의 일본군 헌병대로, 정말 대놓고 항일 인사들을 고문하고 동족을 괴롭히는 경찰 같은 군인 보직을 맡았다.

1940년대 일제 말기에는 한반도 내부에서 옛날 같은 수준의 독립 운동이야 이미 씨가 마른 상태였다. 그저 일부 자잘한 비밀 결사 수준의 국지적 저항이나 있을 뿐이었는데.. 그 중 하나였던 "무궁당 사건"의 수사와 피의자 취조를 이 사람이 했다. 당연히 악랄하게 했다. 이런 바닥에서 조선인이 단순히 헌병 보조원 끄나풀을 넘어서 최상위 간부 계급에 짧은 시간 만에 도달한 것은 아무래도 구린 실적이 좋았던 덕분일 것이다.

2.
그에 비해 박 정희는?
부사관보다 더 되기 어려운 장교가 되기 위해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만주 군관학교를 거쳐 일본 육사를 들어갔다.
그는 거기서도 성적 우수자여서 온갖 특혜가 주어졌지만, 최소한 조선 본토에 오지 않았으며 타지에서도 있지도 않은 동족 독립군이 아니라 중공군과 싸우러 갔다. 하긴, 한 나라의 육사까지 나온 장교에게 겨우 헌병은 완전 재능낭비의 비전투 한직 병과일 테니..

요컨대 원조가카는 신 상묵보다 더 노력해서 더 높은 지위에 올랐지만, 신 상묵보다 훨씬 덜 악질적으로 일본군 복무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긴 칼 차고 돌아와서 교사 시절에 자기를 깔보고 무시하던 일본인 동료들에게 설욕을 했다.

이 정도면 그의 의도는.. 본인이 누차 강조하지만 그냥 현실 불만족으로 인한 출세욕, 신분 상승 욕구였을 뿐이다.
오늘날로 치면 카이스트 졸업하고 나서 국내 공돌이들의 처우가 불만족스러워서 로스쿨, 의전을 다시 들어갔거나,
유명 운동 선수가 여러 처우 문제 때문에 외국으로 귀화한 것 정도의 일탈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1940년대에 무슨 스포츠팀처럼 한국군과 일본군을 선택 가능하기라도 했었나? (광복군은 뭐...;; 논외로 하자. -_-)
그 시절에 일제로부터 월급 받는 업종에 종사했던 모든 조선인을 싸잡아 친일파 매국노라고 욕할 게 아니라면, 이 이상의 쓸데없는 친일파 헛소리는 논할 가치가 없다.

3.
그러고 보니 이 종찬(1916-1983)도 저 두 사람과 거의 같은 연배이고 일본군 복무 경력이 있는 사람이다. 다만, 이 사람은 부역자 수준을 넘어 진짜 매국노급 친일파인.. 이 하영의 후손이어서 집이 귀족 금수저 가문이었다. 그는 그런 빽 덕분에 박 정희보다 훨씬 더 수월하게 일본 육사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기를 쓰고 거기 들어가려고 누구처럼 멸사봉공 혈서 따위 안 써도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방 후에 참 군인 소리 들을 개념 행적을 많이 남겼으며, 이에 대해서는 할배나 원조가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저 사람은 애초에 일본군 복무하던 시절에도 비윤리적인 명령에 대해 "본인은 천황 폐하께서 그런 명령을 내리셨을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소신껏 항명을 할 정도로 강직했다.

4.
또한, 먼저 언급했던 저 신 상묵의 아들이 바로.. 국회의원 출신에다 열린우리당, 더불어민주당 진영에서 지금도 잘나가고 있는 정치인 신 기남이다.
이 사람은 다른 건 모르겠고 지난 2000년대에 한글날의 국경일 재지정에 관심을 많이 갖고 애썼던 덕분에 한글 학회 등 관련 운동 단체로부터 애국자라고 칭송받고 상도 잔뜩 받았었다. 그랬는데 부친의 과거 이력 흑역사가 뒤늦게 알려져서 곤혹을 치렀다.

5.
두 사람 얘기만 하려다가 세 사람 얘기가 돼 버렸는데..
내가 이런 얘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한쪽에다가만 친일파 프레임 씌우는 불순하고 멍청한 수작에 속는 사람이 없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도 본인의 오래된 생각이고 누차 강조하는 사항인데.. 우리나라가 겨우 1940년대 말 건국 초기에 일제 군경 경력자를 재등용한 것은 Windows 95가 그때 컴터 환경의 한계상 도스/16비트 코드를 그대로 수용했던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당장은 신 상묵 같은 사람이 없으면 안 됐다. 항일 인사를 잡던 그 수사 기술이라도 재활용해서 일본놈보다 더 질 나쁜 빨갱이들을 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상묵은 해방 후에 대한민국에서는 원조가카 같은 군인이 아니라, 경찰 간부가 됐다.

오죽했으면 그 시절에 반민특위를 해체했던 법무부 장관조차도 골수 친일파이기는 개뿔, 항일인사 독립운동가 출신이고 한글 학회에 엄청난 사재를 기부한 민족주의자였다.
필요 이상의 쓸데없는 망상을 30대 나이가 넘어서까지 갖고 있어서는 심히 곤란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04 19:35 2020/03/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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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에서 ‘만’은 굉장히 요주의 품사통용어이다. 다음 예문을 통해서 구체적인 용례와 띄어쓰기 요령을 익혀 보자. 국어 정서법에서 띄어쓰기는 한자 없이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잘 숙지해야 하는 개념이니 말이다.

  1. 시간을 사흘만 주십시오.
  2. 사흘 만에 일을 다 끝내겠습니다. (이거 얼마 만인가!)
  3. 그건 충분히 할 만한 일입니다.
  4. 소일거리로 이것만 한 게 없습니다. (집채만 한 파도. 짐승만도 못한..)

해설.
1. 주격 또는 목적격으로 only, just의 뜻을 담고 있는 보조사이다. 제일 쉽다.

2. 이때는 의존명사이기 때문에 띄어 쓴다. 괄호 안의 문장처럼 쓰이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명사라는 게 감이 올 것이다. 접사인 '쯤'하고는 상황이 다르며(이제 얼마쯤 왔지?), '오래간만/오랜만'도 그 자체가 한 단어 명사이다.

3. ‘만하다’가 보조형용사이다. “할 만하지?”처럼 활용도 된다.
참고로, 중간에 ‘도’가 붙어서 “그럴 만도 하다”라고 쓰면 이때 ‘만’은 의존명사이다. 사실상 ‘도’밖에 붙는 게 없는 어정쩡한 의존명사인데, 아까 2번 의존명사와는 별개인 다른 의존명사이다.. ㅡ,.ㅡ;;

4. 이 ‘만’은 1번과 마찬가지로 다시 보조사이다. 다만, ‘-하다/-못하다’와 연결됐을 때는 do ONLY this가 아니라 뭔가 no/nothing more than 같은 비교의 뜻이 될 뿐이다.
심리적으로는 자꾸 ‘만하다’가 한 단어인 것 같이 느껴지는데, 솔직히 나도 그렇다. 하지만 일단 규정상으로는 ‘만하다’는 3번처럼 용언이 이어질 때에만 허용되고, 체언 뒤에서는 ‘하다’뿐만 아니라 ‘못하다’도 올 수 있다는 점이 감안되어 둘을 띄우게 되었다.

끝으로, 위의 모든 규정에도 불구하고 형용사 ‘볼만하다, 이만하다, 쥐방울만하다, (고만)고만하다, 웬만하다’ 같은 단어는 용례가 굳어진 한 단어로 간주되어서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고, 몽땅 붙여 쓴다. ㅡ,.ㅡ;;

그러므로 한 단어가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 대해서 총정리를 하자면..

  • 기간 한도를 나타내는 체언 뒤에서는 띄우고(2번)
  • ‘-ㄹ’로 끝나는 용언 뒤에서도 띄운다(3번).
  • 그 밖에 한정이나 비교의 뜻으로 체언 뒤에 나올 때는 보조사이기 때문에 붙인다고 생각하면 되겠다(1, 4번).

그러고 보니 '뿐'도 조사(너뿐..)도 되고 의존명사도 돼서(그럴 뿐) 띄어쓰기를 아주 복잡하게 만드는 단어이며, '한', '못' 이런 것도 어디서는 각각 독립적인 관형사와 부사였다가 어디서는 그냥 한 단어의 어근/어간이어서 사람 헷갈리게 하기 딱 좋은 단어이다.
글이 좀 짧은 것 같으니, 보너스로 이런 문법 놀이를 몇 가지 좀 더 하고 글을 맺겠다.

(1) 가량: 접미사이다. '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명사가 아님.

  • 사람이 열 명쯤 모였다.
  • 사람이 열 명가량 모였다.
  • 사람이 열 명 정도 모였다. (정도程度: 일반명사)
  • 사람이 열 명 남짓 모였다. (남짓: 의존명사 겸 형용사! '남짓한'일 때는 형용사이지만 '남짓 되는'일 때는 명사이다.)

(2) 커녕: 이것 자체가 조사(보조사)이다. 부사가 아님.

  • 사람커녕 쥐새끼 한 마리 안 보인다. (원래 이렇게 쓰는 단어임.)
  •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 안 보인다. (강조의 의미로 앞에 은/는이 붙었음)
  • 사람은 물론 쥐새끼 한 마리 안 보인다. (물론: 부사)
  • 사람은 고사하고 쥐새끼 한 마리 안 보인다. (고사하고: 부사. 학교 문법에서는 이건 불완전동사도 아니고, 통째로 단독으로 부사로 친다.)

오늘날은 '막론'도 '막론하고'의 형태로만 쓰이는 것 같지만 이건 '고사하고'처럼 완전히 이 형태만으로 굳어졌다고 보지는 않는 듯하다.

그리고 기왕 생각난 김에 보너스로...
언어학에는 구(phrase)와 절(clause)처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르고 헷갈리는 용어 pair가 있다. 어근과 어간도 그런 예에 속하는데..

어근(뿌리 root)
단어에서 접사를 제외한 핵심 부분을 말한다. 어근은 단독으로도 쓰일 수 있지만 접사는 그렇지 않다. 접사는 붙는 위치에 따라 접두사(un-, de-, en-) 또는 접미사(-less, -ness)로 나뉘며, 접사가 붙은 단어를 흔히 파생어라고 부른다.
영어의 경우, 화자가 생소한 파생어를 일부러 필요에 따라 창조해 냈다면 접사와 어근을 하이픈으로 연결하거나, 둘 중 하나를 대문자로 쓰곤 한다. 이게 한국어 관행으로 치면 한자를 괄호 안에 병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간(줄기 stem)
얘는 한국어에서 동일 용언(동사와 형용사)이라면 온갖 활용 형태와 무관하게 변함없이 고정돼 있는 앞부분을 말한다. 어절에서 어미를 제외한 핵심 부분이다. 가령, ‘먹으면, 먹어서, 먹다’에서 ‘먹’ 부분이다.
어간은 그 자체가 접사과 어근으로 더 쪼개지는 파생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어간은 어근보다 더 큰 구분 단위이다.

근이니 간이니 하니까 소리도 비슷하게 들리고 헷갈린다. 하지만 용어가 모두 식물의 외형을 본따서 만들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곧바로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 것이다. 지하의 뿌리에서 지상의 줄기가 자라고, 줄기로부터 가지들이 뻗어 나가는 걸 떠올려 보라.

어근과 어간은 말 그대로 언어의 ‘근간’을 형성하는 구성요소이다. 내장 간(肝)도 아니고 줄기 간(幹)은 좀 생소한 한자 같지만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다. 뿌리-줄기뿐만 아니라 줄기-가지 관계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교통에서 얘기하는 간선-지선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02 08:35 2020/03/0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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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기

교통수단들별로 조향과 자세 제어를 위해 존재하는 기동을 잘 생각해 보면..
비행기는 3차원 공간에서 roll (갸우뚱), pitch (끄덕끄덕), yaw (설레설레)가 모두 있다. roll과 pitch는 조종간을 움직여서 조작하고, yaw는 러더 페달을 밟아서 조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와 달리 자동차는 핸들 조작에 대응하는 yaw만 존재하는 셈이나,
육상 교통수단 중에도 이륜차는 yaw뿐만 아니라 ROLL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커브를 빠르게 돌 때 원심력을 상쇄하기 위해 차체를 커브 안쪽으로 기울이는 것 말이다. 이륜차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비행기도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비슷하다. 좌우로 선회한다고 해서 마치 자동차 핸들을 꺾듯이 yaw만 간단히 주는 식으로 기동하지 않는다.
roll을 줘서 기체를 한쪽으로 기울인 뒤, 그 상태로 pitch를 위로 향하게 하면 기체는 옆으로 선회하게 된다. 비행기를 타 봤다면 이건 익숙한 경험일 것이다. yaw는 roll/pitch부터 주고 나서 자세를 최종적으로 바로잡는 보조 용도로나 쓰인다.

이는 roll, pitch, yaw의 순으로 갈수록 항공역학적으로 부담이 크고 기동의 난이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roll은 비행기의 진행 방향 기준에서 볼 때 동체의 형태가 바뀌는 게 전무하고 주익만 까딱까딱 위· 아래로 움직인다. 그러나 yaw는 동체 양쪽의 엔진 출력을 달리해야 하고, 그 결과도 양쪽이 받는 공기의 양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가 roll 없이 자동차 같은 평이한 코너링을 할 수는 없다.

이런 조종도 비행기가 바른 각도 이내에서 일정 속도 이상으로 날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착륙이 임박해서 기체가 왕창 속력이 줄었을 때는 조종이 잘 되지 않으니, 아직 속도와 고도가 높을 때 미리 바른 착륙 자세를 설정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 비행기 조종이 어려우며, 상하 좌우 두 축으로만 가면 되는데도 굳이 축이 3개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착륙을 하려다가 실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것이다.

하긴, 회전익인 헬리콥터는 상승이나 하강을 위해서 pitch를 조절할 필요는 없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그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pitch를 낮춰야 한다. 걔는 전진이 '앞으로 기울어져 선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헬리콥터는 하늘로 떠서 전진하는 원리가 고정익 비행기와는 완전히 다른지라, 거기는 거기만의 항공역학이 따로 존재한다. 테일 로터가 없으면 동체가 로터의 회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뱅글뱅글 돌아가 버리니, 걔의 회전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yaw는 자동으로 해결될 듯하다.

2. 대중교통의 송풍구

자동차에서 바람(에어컨이건 히터건 단순 바람이건 무엇이든)이 나오는 송풍기는 보통 이런 모양이다. 사각형이고, 풍향을 조절하는 칸막이가 수평 수직 각 축별로 있으며, 풍량 조절은 별도의 동그란 게이지를 돌려서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버스를 타면 이렇게 동그랗게 생긴 송풍구를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송풍구가 위에 달려 있는 열차 같은 다른 교통수단들도 비슷한 형태이지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얘는 사람이 팔을 위로 뻗어서 힘들게 조작해야 해서 그런지, 잡다한 게이지들 없이 앞서 살펴보았던 승용차용 송풍기보다 더 간편하게 조작 가능하게 돼 있다.
한 칸막이로 수평· 수직 기울이기가 모두 가능하다. 비행기로 치면 yaw와 pitch가 모두 된다. 그리고 칸막이 자체를 다이얼 돌리듯이 돌려서 roll을 하면.. 그걸로 풍량 조절이 된다.
오오.. 이런 식으로 동그란 칸막이 하나에다가 풍향과 풍량 조절 기능을 모두 집어넣었구나~! 순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이스틱, 트랙볼, 마우스 같은 포인팅 장비들도 기본적으로는 수평· 수직 두 축의 궤적만 전할 수 있는데, 마우스는 모르겠다만 나머지 둘은 스틱이나 볼 자체를 좌우로 비틀어 돌려서 한 축의 궤적을 더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휠 같은 데에다 활용할 수도 있겠다만 처음에 지원되던 수직 단일로 한정이다. 요즘은 휠도 수평· 수직을 모두 지원하는 추세여서 제대로 지원하려면 얘만의 고유한 손잡이가 필요하다.

3. 성경에서 너비와 길이와 깊이

엡 3:18을 보면 "모든 성도들과 함께 너비와 길이와 깊이와 높이가 어떠함을 능히 깨닫고"라고 나와 있다.
앞뒤 문맥을 보고는 많은 성경 역본이나 주석이 저 구절을.. '하나님의 사랑이 x y z축 어디로나 얼마나 방대하고 위대한지 깨닫고"라고 편하게 번역하거나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해당 본문 문장은 통사론적으로 그렇게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추상적인 게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물리적인 너비와 길이와 깊이와 높이이다. 이거 정체가 뭘까?

단서가 될 만한 관련 참고 구절은 롬 8:39이다. 같은 바울이 "높이, 깊이, 그 어떤 창조물이라도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떼어놓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주의 어마어마한 높이와 깊이를 가리키며, 하나님의 사랑이나 지식은 그런 것조차 아득히 초월한다는 걸 말한다. 저 높이와 깊이란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단절시켜 버릴 법해 보이는 물리적인 장벽일 뿐이지, 최소한 사랑 같은 훈훈한 추상명사는 아님이 명백하다.

바울은 서신서를 저술하면서 하나님의 영감으로 우주의 스케일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유를 구사할 때 그런 단어를 종종 사용한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하면서는 '-이', '-음' 이라고 접사의 종류가 달라지긴 했지만, 하나로 일치시키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송 명희 작사 <계신 주님>이라는 찬양 가사를 보면서도 뭔가 3차원적인 심상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앞에 계신 주님, 나의 눈동자에 주 있게 하소서 (roll)
나의 머리 위에 계신 주님, 나의 머리 들어 주 바라보게 하소서 (pitch)
나의 좌우 옆에 계신 주님, 나와 동행하시는 주 알게 하소서 (yaw)
나의 뒤에 계신 주님, 나를 안으시며 보호 하시는 주 의지하게 하소서


최 용덕 작사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와도 좋은 대조를 이루지 않는가? ^_^

Posted by 사무엘

2020/02/28 19:34 2020/02/2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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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A6 도로 살인 사건

1961년, 영국의 A6 도로 살인 사건은 정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막장 반전극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 소개글 1, 소개글 2)

일단, 강도 강간 살인 사건의 피해자부터가 유부남이 바람 피우던 불륜 커플이었다. 야밤에 차 몰고 나가서 외지에서 데이트 중이었는데, 갑툭튀한 복면+권총 차림의 단독 강도에게 털렸다. 피해자들은 돈 주고 이 차도 주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제발 풀어 달라고 강도에게 읍소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강도에게 저항하다가 총을 여러 발 맞고 말았다.

남자는 치명상을 입어서 목숨을 잃었다. 여자는 근처 농민에게 간신히 구조되어 살아나긴 했지만, 중상으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되어 평생 휠체어 신세가 됐다. 범인은 남녀가 모두 죽은 줄 알고 이들을 밖에 버린 뒤, 차를 빼앗아 몰고 도주했다.

다른 목격자가 없는지라 범행 도구인 권총과 탄창의 동선, 근처 대중교통과 호텔 투숙객 목록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용의자가 어렵게 추려졌다. 하지만 정황 증거뿐, 물증이 없었다.
급기야는 무슨 테이큰의 “Good luck” 목소리 식별하듯이 생존 여성 피해자(발레리 스토리.. 스펠링이 Storie임)에게 용의자의 “시끄러, 조용히 안 해?”(현장에서 들었던) 목소리와 말투 재현을 들려주는 것만으로 “아, 이거 범인 목소리 확실해요!”를 확인받았다. 이를 토대로 ‘제임스 핸래티’라는 용의자가 결국 기소되었다.

체포된 핸래티는 이렇다 할 알리바이가 입증되지 않았으며,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꾸기도 하면서 의심 살 짓을 했다. 하지만 유죄건 무죄건 어느 쪽으로든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에 여러 인권 변호사들이 핸래티의 무죄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사법부는 피해자의 증언에 더 큰 가중치를 두고 유죄를 확정해 버렸으며, 1962년 4월에 핸래티를 사형에 처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심지어 피해자 여자가 자기 불륜을 덮으려고 엉뚱한 사람을 누명 씌웠네, 피해자 남자의 부인이 불륜을 응징하려고 킬러를 따로 고용해서 보냈네 하면서 온갖 낭설이 떠돌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이 밖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게 되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저 외딴 곳에 권총 강도 달랑 한 명이, 그것도 별로 비싸지도 않은 소형차를 노리고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게 좀 뜬금없어 보이긴 한다... 또한, 성경조차도 유죄 판결은 최소한 두세 명 이상의 일치하는 증언을 확보한 뒤에 내리라고 돼 있는데 저건 그것도 아니었다.
논란이 너무 거세어지면서 급기야는 영국에서는 이 사건을 끝으로 사형 제도 자체가 폐지되고 말았다..;;

그러나, DNA 감식 기술이 도입되고 이 사건을 1999년(피해자 속옷의 정액)과 2001년(가해자 무덤..!)에 다시 조사한 결과는..

“핸래티는 진범이 맞았다!!!”


수만~수십만 분의 1의 확률이 맞아떨어지고 두 결과가 완벽하게 교차검증이 되니 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비록 1960년대 당시에는 저런 기술이 없어서 검사와 판사가 자신의 감과 재량만으로 기소하고 다소 무리수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마치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듯이 판결 자체는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 와중에 애꿎은 사형 제도만 같이 사형 당했고..

인권 진영에서는 수십 년에 달하는 자기 신념과 노력이 순식간에 도로아미타불 물거품이 됐으니 완전 멘붕 해야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이미 인지부조화 상태에 빠져서 "아냐, DNA 감식이 잘못된 거야. 핸래티는 무죄가 틀림없어"를 끝까지 고집하기도 했다.;;

핸래티의 부모는 아들놈이 마지막 면회 때 도대체 무슨 약을 먹고 뻔뻔스럽게 “제발 저의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겼었나 허탈해할 수밖에 없었다.
최초의 피해자이던 ‘발레리 스토리’는 언론 인터뷰에 응하면서 이제야 애매한 사람을 골로 보낸 썅년이라는 누명을 벗었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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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독신으로 살면서 긴 한을 푼 뒤, 77세의 나이로 지난 2016년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나라도 DNA 감식 덕분에 1998년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의 진범이 근처 외노자였던 걸로 밝혀진 바 있다. 덕분에 당시 덤프 트럭 기사와 동기 남학생이 의혹과 누명을 완전히 벗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잘 알다시피 1980년대 “화성 살인의 추억” 진범이 밝혀졌으며, 결과적으로 같은 싸이코패스인 유 영철의 추측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죽은 게 아니면 다른 죄를 짓다 걸려서 이미 수감 중일 것이다. 사고 안 치고 이렇게 오래 조용히는 못 지낸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데모질 따위가 아니라, 과학 기술이야말로 범죄 수사에서 인권을 얼마나 상상할 수 없이 많이 크게 향상시켜 줬는지를 실감한다.
저런 게 없는데 당장 치안은 유지해야 되니 옛날에는 피해자의 증언과 용의자의 자백에만 목숨을 걸면서 강압수사에 고문까지 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피, 정액, DNA 같은 걸 생각하면 경이롭다. 사람이 자기 체액을 흘리면서 남긴 족적이라는 건 호락호락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핏자국쯤이야 어지간히 씻고 또 씻어도 루미놀 시약으로 식별 가능하며, 죽은 지 몇십 년이 지나서 다 썩은 시체에서도 저렇게 DNA를 추출하는 거 봐라. 겨우 지문이나 배설물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성경의 “땅이 자기 입을 벌려 네 손에서 네 동생의 피를 받았은즉..”(창 4:11),
피는 땅을 더럽히나니 피가 흘려진 땅은 그 피를 흘리게 한 자의 피로 말미암지 않고서는…”(민 35:33)
같은 하나님의 말씀은 그냥 영적인 계층, 문학적인 서사 과장 빈말이 결코 아니어 보인다.
그럼 시체를 땅이 아니라 바다에 쥐도 새도 모르게 던져 버리면 어떻냐고? “바다가 자기 속에 있던 죽은 자들을 내주고…” (계 20:13)도 있다.

본인은 성경적으로나 개인 감정적으로나 강경 단호한 사형 제도 찬성론자이다. 늘 드는 비유이지만, 인간에게 사형 제도는 결혼 제도와 동급으로 성경적이고, 육식이 가능한 것만큼이나 이치에 맞다.
저렇게 나중에라도 극적으로 진범이 밝혀지는 사건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국내 장기 미제 사건들은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

영국의 저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강간까지 해서 자기 흔적을 더욱 커다랗게 남겨 놓았기 때문에 진범이 식별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미제 사건들 중에는 용의자는커녕 피해자의 시체조차 못 찾은 것도 있다.. CCTV와 DNA 감식이 있었으면 금세 범인이 잡혔거나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인데~!

  • 1986 유명 모델/배우 윤 영실 실종
  • 1991 김 은정 아나운서 실종
  • 1991 대구 성서 초등학생 5인 실종· 살인 (일명 개구리 소년)
  • 1991 이 형호 군 유괴 살인
  • 1991~94 대천 영· 유아 연쇄 유괴· 실종
  • 1998 사바이 단란주점 살인
  • 1999 대구 아동 황산 테러 -- 죄질이 매우 나쁘고 참혹했던 사건.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계기가 됨!
  • 2000 김 신혜 존속살인 의심 (용의자가 잡히긴 했지만 피해자의 친딸이며, 현재까지 줄곧 무죄를 주장하고 있음)
  • 2001 부산 배산 여대생 살인
  • 2004 서천 카센터 방화 살인
  • 2004 광주 여대생 테이프 살인
  • 2005 서울 신정동 연쇄 살인
  • 2006 영등포 노들길 살인
  • 2008 서천 종천면 할머니 실종
  • 2008 부산 청테이프 살인
  • 2008 대구 초등학생 납치 살인

Posted by 사무엘

2020/02/26 08:36 2020/02/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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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관련된 기간 시설들

교통수단에는 승객이 이용하는 여객 터미널이나 정류장뿐만 아니라, 그 교통수단을 세워 두고 유지보수 하는 시설도 필요하다. 그래서 비행기에는 격납고가 있고 버스에는 차고지가 있으며, 철도에는 차량기지라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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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지하철에는 이런 차량기지가 각 노선별로 노선의 말단에 있는 편이다. 그럼 도시와 도시를 넘어 전국을 잇는 장거리 일반열차들은 사정이 어떨까? 단순히 차량기지라는 단어 하나로 뭉뚱그리기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성격의 시설이 더 존재한다.

1. 공작창 (과거)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독점의 지위를 누리면서 철도 차량을 생산하는 기업은 '현대 로템'이다. 하지만 먼 옛날 초창기에 우리나라는 철도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철도청'이라는 정부 기관에 의해 행해졌다. 철도청 내지 그 산하 기관이 지금의 코레일(소프트웨어, 운영)과 철도 시설 공단(하드웨어, 건설)의 역할을 겸임했을 뿐만 아니라, 차량의 생산과 정비까지 모두 담당했다.

그래서 차량을 생산하고 기존 차량의 중정비(전부 분해+점검 후 재조립)까지 모두 감당 가능한 하드코어한 국영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는데, 이 시설의 그 시절 명칭은 '공작창'이었다. 다들 일제 강점기 때 만들어진 공장이 원조이다. 일단 인천 공작창이 유명하고(현재의 송현 초등학교 부근, 1937년 설립), 서울 영등포(현재의 영등포 경찰서 부근)와 용산, 그리고 부산에도 그런 공작창이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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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천 공작창 내부의 작업 모습)

없는 철도 차량을 새로 설계하고 창조할 기술까지는 물론 없으니, 처음에는 그냥 수입해 온 부품을 조립해서 증기 기관차나 디젤 동차(해방 후)를 면허 생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객차 정도는 직접 만들게 됐다.

이런 공작창들은 후술할 '차량정비단'으로 바뀌거나 아예 폐지되어 없어졌다. 영등포 공작창은 1980년에 대전 공작창(당시 명칭)으로 대체되어 없어졌으며, 인천 공작창도 1983년에 없어졌다. 1970년대 후반부터 철도 차량의 생산은 민간 기업(xx 중공업) 담당으로 넘어가고, 철도청은 기존 차량의 중정비만으로 역할이 분담됐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 철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존 공작창 부지에는 진작에 아파트들이 지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은 공작창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인천의 경우 송현 초등학교의 동북쪽에 있는 미륭/동부 아파트, 그리고 영등포의 경우 경남아너스빌· 동부센트레빌이다. 영등포 공작창이 1980년에 없어졌다는 점에서는 강북의 당인리선의 폐선 시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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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공작창이 있던 시절에 영등포 역에서 공작창까지 이어진 경로)

그래서 우리나라 철도 역사를 살펴보면 1980년대의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부터 현대 정공(현대 중공업에서 분리됨)의 MELCO 초퍼 전동차 얘기가 나오고, 1980년에 대우 중공업에서 DEC와 EEC 동차를 들여 왔다는 식으로 이때부터 국내 기업 얘기가 등장한다. 그 전에 현대· 대우 중공업에서 미카 증기 기관차를 조립· 생산했다거나, 구닥다리 니카타 디젤 동차를 생산한 이력은 없다. 그건 공작창이 있던 시절의 옛날 얘기인 것이다.

1986년 4월에 현대 정공은 7000호대 봉고 디젤 기관차와 유선형 새마을호 객차를 생산하고, 이듬해 1987년 7월에 대우 중공업은 떼제베 열차의 외형을 본딴(그 시절에 벌써!) 전후동력형 새마을호 디젤 동차를 최초로 생산하여 새마을호의 외형을 완성했다. 전동차 분야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내지 스웨덴 ABB(서울 5호선~!)사 인버터를 도입하고, 대우는 GEC 알스톰 인버터를 도입했던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운영 부문에서 지하철 공사와 코레일(또는 vs 도철)이 신경전을 벌인 것처럼 차량 생산 부문도 이렇게 회사별 취향(?)과 개성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에서도 현대는 미쓰비시 같은 일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해서 주유구까지 주로 왼쪽에 달렸을 정도이지만, 대우는 오펠 같은 유럽 기업과 제휴를 해서 차들이 유럽 스타일이었던 것과 비슷하다. (5호선 전동차는 좀 예외적인 사례이니 논외로 하고)

그러다가 1990년대 말, IMF를 계기로 이들 기업(현대, 대우, 한진 중공업)의 철도 차량 부문은 경영 효율을 위해 하나로 합병됐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과거 자동차 공업 합리화 조치의 철도 버전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회사별 업종 강제 분할 대신, 회사 자체를 합병했으니.. 그리고 그 단일 기업도 결국은 현대 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됨으로써 지금과 같은 '현대 로템'이 된 것이다.

2. 차량정비단

지금까지 공작창 얘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일반열차의 차량기지를 논하면서 차량기지의 전신· 원조인 공작창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내력을 거쳐서 오늘날 일반열차의 중정비가 가능한 메이저 기지 역할을 하는 시설은 정식 명칭이 '차량정비단'이다. 지하철 차량기지에다 비유하자면 주박과 경정비만 가능한 마이너 기지 말고(방화, 천왕..), 중정비까지 가능한 메이저 기지(고덕, 도봉...)에 대응한다.

고양시에 소재한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은 KTX의 개통과 함께 만들어진 고속철 전용 기지이다. 근처에 행신 역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것 말고 인서울 끄트머리의 수색에 있는 유명한 일반열차 차량기지는 '차량정비단' 이 아닌 '차량사업소'로, 바로 다음 항목에서 다룰 것이다.

남쪽의 말단인 광주와 부산에도 행신 기지와 대등한 급의 차량정비단이 있다. SRT 고속철은 행신 방면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은 공작창 시절 내력까지 있을 정도로 역사가 길며 차종별로 시설이 당감동(고속철)과 범천동(나머지)에 흩어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광주 기지는 2015년 호남 고속철의 개통과 함께, 그리고 곧 개통할 SRT를 염두에 두고 굉장히 근래에 만들어졌다.

고속열차가 아닌 일반열차용으로 가장 거대한 메이저 차량정비단은 바로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이다. 신탄진 역의 동남쪽에 이 기지로 들어가는 별도의 선로가 있다.

대전 기지는 영등포 공작창의 중정비 기능을 계승할 목적으로 1980년에 건립되었으며, 완공 직후 몇 년 동안은 실제로 '공작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KT&G 본사 및 공장의 남쪽에 소재해 있으며, 무슨 군부대처럼 직원 거주용으로 아파트까지 있다. (대창 아파트)
얘는 대전 조차장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시설이니 혼동하지 않도록 하자. 조차장에 대해서도 나중에 따로 다룰 것이다.

한편, 경부고속선 오송 역의 북쪽에도 뭔가 차량기지 같은 시설이 있는데, 이건 '철도 시설 공단'에서 운영하는 고속철 시설 관리 사무소이다.
경부고속선을 건설하던 당시에는 여기가 레일을 생산하는 공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 주변과 경부선· 경부고속선을 끼고 철도 연구원 시험 선로도 순환선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3. 차량사업소

2020년 현재 우리나라에 철도 차량정비단은 수도권(고양), 대전, 부산, 광주 이렇게 네 곳이 전부이며, 나머지 철도 차량기지들은 모두 '차량사업소'이다. 얘들은 경정비 + 좀 더 여객 운행 지향적이기 때문에 기관사 승무사업소가 같이 딸려 있는 편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지하철 업계에서는 마치 '사구간' 대신 '절연구간'이라는 말을 쓰듯이 어감 개선을 위해 '차량기지' 대신에 '차량사업소'라는 말을 쓴다고 관계를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차량기지'가 '차량사업소'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 용어라고 간주하였음을 밝힌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색 기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량사업소이다. 수도권 차량정비단이 고속철을 취급하는 인천 공항이라면, 저기는 나머지 일반열차를 취급하는 김포 공항 정도 된다.
정비단과 사업소를 구분할 줄 아는 것만으로도 철덕의 기본기를 뗐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군사에서 전차와 자주포를 구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둘의 구분이 좀 모호한 경우도 있다.

일례로, 옛날에는 용산 역 주변에 거대한 철도 차량기지가 있었고 거기 부지가 아직도 개발되지 못해 놀고 있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이다.
거기는 원래 인천· 영등포만큼이나 '서울 공작창'이라는 거대한 철도 차량 공장이 있었다. 그 뒤 차량정비단 급의 중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가 나중에는 '수도권 철도 차량정비단' 관할의 '용산 차량사업소'로 명칭이 바뀌고, 2012년 7월 말에 폐지되었다.

용산 기지가 하던 임무도 대전 철도 차량정비단으로 몽땅 이관되었다고 하니 용산도 분명 '차량정비단' 급의 시설이었다. 하지만 공식 명칭은 차량사업소였으니 폐지 전의 위상을 무엇이라고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산 차량사업소는 가야 역 인근에, 그리고 부산 차량정비단(당감동 고속철 에디션)의 북쪽에 붙어 있다. 이러니 이것도 헷갈리기 쉽다.

여기 말고도 차량사업소는 대구(동대구 역), 청량리처럼 정규 노선 열차가 시종착하는 지점에 다들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흔히 접할 수 있다. 단지, 수색이나 부산(가야)처럼 여객 취급 대비 차량 취급의 비중이 더 큰 역이 차량사업소로서의 존재감이 더 부각되어 보일 것이다.

구로 기지는 매우 거대하고 관제 센터까지 있지만 차량사업소의 관점에서는 일반열차 없이 전동차만 취급하는 곳이다.
병점 기지는 전동차 위주이지만 일반열차인 '누리로'도 취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4. 조차장

우리나라의 철도 노선도에는 '조차장'이라는 명칭이 붙은 역이 대전조차장, 제천조차장 이렇게 두 곳 있다. (둘을 연결하면 공교롭게도 충북선과 얼추 비슷한 선형이 나온다.)

조차장은 철도 노선의 중간 분기 지점에서 여객이나 신호 취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중요 처리를 엮어서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화물이라든가, 기관차의 입환(방향 바꿔 달기), 열차 편성 변경..
게다가 이런 조차장 주변이 해당 지역의 차량사업소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역은 여객 취급을 하지 않지만 중요한 역이다.

대전조차장의 경우, 1978년 호남선의 서대전-이리(익산) 구간이 복선화되었을 때 호남선의 분기 지점에 같이 만들어진 역이다. 역세권이나 여객 수요 따위는 전혀 따지지 않고 철도 운영의 관점에서 필요하고 지리 지형적으로 유리한 곳에다가 만들었을 뿐이지만.. 1993 대전 엑스포 때 '엑스포 역'이라고 간판을 바꿔 달고 잠시 여객 취급을 하기도 했었다.

제천조차장이야.. 거기도 중앙선, 충북선, 태백선이 한데 만나는 데다, 강원도 쪽에서 오는 화물도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열차의 중간 관리를 위한 조차장 같은 역을 만들 명분이 아주 충분하다.

한편, 고속철의 경우 화물이나 기관차 입환 따위와는 아무 상관 없지만, 그래도 말단에만 있는 차량정비단이나 차량사업소 말고, 여객 취급도 하지 않는 단순 주박기지가 있기도 하다. 고속선 주변으로 역은 아닌데 무슨 길다란 여러 선로들이 늘어서 있는 것들이 다 그런 기지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이 있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광명 주박기지이다. 영등포-광명 셔틀 전동차가 종착역에서 회차하여 선로를 바꿀 때 여기 진입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얘들은 차량 정비 기능은 없고 진짜 그냥 공간 셔틀이다.

요런 게 본인이 알기로는 영동군 심천면, 그리고 칠곡의 약목 역 부근에도 더 있다. 고속도로로 치면 비상 활주로 구간 내지 일반 차량이 아닌 작업· 관리 차량용 진출입로 같은 느낌이다.

5. 운영 회사

자, 이제 차량을 생산하고 보수하고 세워 두는 걸 넘어서, 아예 철도 회사 자체를 생각하는 단계가 됐다.
서울 메트로 본사는 자기가 운행하는 2호선 사당 역 근처에 있고, 합병되기 전 과거의 도철은 자기가 운행하는 5호선 답십리-장한평 사이에 있었다. 코레일 본사는 한때 대전 정부 청사에 입주해 있다가 지금은 대전 역 근처에 철도 시설 공단과 함께 나란히 쌍둥이 사옥을 갖게 됐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철도 회사는 차량기지와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요즘 추세는 꼭 그렇지 않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이라든가 우이-신설 경전철은 본사 사옥도 차량기지와 나란히, 또는 기지 내부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피스 따로, 현장 따로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특히 우이-신설선은 차량기지를 통째로 지하화해서 항공 사진상으로 아무 티가 나지 않는 테크닉까지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코레일은 10여 군데의 철도역에다가 지역 본부를 할당하고 있다.
서울 본부야 당연히 서울 역이지만, 수도권 서부 본부는 영등포 역이고, 동부 본부는 청량리... 가 아니라 신이문 역이다.
영등포 역은 부근에 있던 공작창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다른 방면으로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신이문의 경우, 전동차용 이문 차량기지의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이런 식으로 역할이 겹친다.

6. 관제 센터

그리고 끝으로.. 공항의 관제탑처럼 철도에는 관제 센터가 있다. 철도야말로 레이더 없이도 관할 선로에 놓여 있는 모든 열차들의 상황을 이 잡듯이 파악해서 철두철미한 관제가 가능하다.
글쎄, 요즘은 버스도 BIS가 잘 구축돼서 모든 버스들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이 다 되고 있지만, 도로는 민간인 차량들도 워낙 많이 다니고 있으니 일반적인 도로 교통 정보 외의 중앙 관제라는 게 별 의미가 없다.

서울 지하철의 관제 센터는 각 지하철 회사 본사의 모처에 있다. 현재는 서울 메트로와 도철이 합쳐졌으니 장기적으로는 군자 차량기지 부지에 1~8호선을 모두 통합합하는 관제 센터를 새로 만들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아직까지는 예전에 하던 대로 1~4호선과 5~8호선 관제실이 따로 있다.

일반 철도 버전으로는 구로 차량기지의 북서쪽에 코레일 종합 관제 센터 건물이 있으며, 이건 나름 민간 지도에 표시도 되지 않는 중요 보안 시설이다.

그런데 이것도 공간이 부족하고 시설이 노후화한 관계로 이전하려는 계획이 있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오송 역 부근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죽이 됐건 밥이 됐건 어쨌든 경부와 호남의 분기역이고, 아직 개발 덜 돼 있고, 주변에 고속철 시설 사무소와 시험선도 있고.. 여기에다 종합 철도 관제 센터까지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오랜만에 하드코어한 철도 얘기를 한데 정리해서 쭉~ 늘어놓으니 기분이 좋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23 08:35 2020/02/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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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계산 도구

본인을 포함한 일반인들은 학교에서 10진법 아라비아 숫자를 기반으로 사칙연산을 배웠다(특히 구구단..) 종이 없이 암산은 기껏해야 한두 자리 정도까지만 가능한데, 암산을 할 때는 당연히 머릿속에 아라비아 숫자를 종이에다 쓰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계산기와 컴퓨터가 지금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아날로그 계산 도구인 주판이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었다. 이걸로 계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하면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았으며, 이것만으로 돈과 숫자를 다루는 직종에 취업도 가능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애들 대상으로 속셈 학원이라는 것도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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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악기처럼 생긴 구석도 있어 보인다..;;
하긴, 아라비아 숫자가 일반적인 오선지+콩나물 악보라면, 주판은 오르골용 연주 테이프 내지, 컴퓨터의 내부 표현 형태를 그대로 옮긴 길쭉한 수평선 나열에 대응하겠다.)

사실, 아무리 전자 계산기가 있다 해도, 주판의 달인이 주판알을 굴리는 속도가 숫자를 느릿느릿 입력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 ). 글쎄, 숫자 타이핑의 달인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일부 영역 한정으로는 아직까지도 주판이 계산 속도면에서 승산이 있다. 마치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최고 속도 성능은 뒤쳐지지만 가속력이 월등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주판의 달인 정도면 심지어 암산을 할 때도 머릿속에서 가상의 주판을 생각하고 주판알을 튕기면서 계산한다. 그래서 주판 실물이 없더라도, 또 당사자가 무슨 서번트 증후군 영재· 천재급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아라비아 숫자를 떠올리며 낑낑대는 것보다는 더 많은 자릿수의 암산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치 동일한 개념과 의미이더라도 이를 어떤 언어를 통해 접하느냐에 따라 느낌과 뉘앙스가 달라지듯, 본질적으로 동일한 숫자라도 어떤 진법과 어떤 encoding 체계로 접하느냐(아라비아 숫자? vs 주판?)에 따라서 뇌의 능률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아라비아 숫자는 현대 수학을 존재 가능케 한 매우 합리적이고 편리한 체계이긴 하지만, 문자로서의 가독성과 손가락 개수라는 실용성까지 고려하다 보니 연산 자체에 딱 최적화된 체계는 아닌 것 같다.

  • 옛날에 주판뿐만 아니라 계산자라는 물건도 쓰던 시절..
  • 초등에서는 주판을 가르쳤고 중등에서는 제곱근의 근사값을 손으로 구하는 계산법도 가르쳤던 시절..
  • computer가 요즘처럼 기계가 아니라, 사람을(계산원, 계산수!) 가리키는 빈도가 더 높던 시절.. (speaker가 기계와 사람의 뜻을 모두 갖고 있듯이)

이런 시절은 사는 모습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타자수뿐만 아니라 계산수도 여성 종사자가 많았었다.

저런 걸 다루는 것도 군대로 치면 총검술 같은 legacy 스킬의 범주에 들겠다. 타자기가 Word의 아날로그 버전이라면, 계산자와 주판은 Excel의 아날로그 버전이지 않겠나.;;
물론, 주판 같은 걸로 숫자의 기계적인 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하는 것은.. 오늘날의 극도로 추상적인 세계를 다루는 수학자에게 필요한 천재적인 창의성이나 직관하고 딱 정확하게 일치하는 영역은 아니다. 이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21 08:37 2020/02/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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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자기장

매일 아침마다 우리 머리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열과 빛만 곱게 쏴 주는 평범한 불덩어리가 아니다.
태양풍이라고 불리는 온갖 방사선과 전자기파 같은 흉악한 ray들도 쏴 대는데, 이게 전자기기들을 교란시키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천체에 그나마 붙으려 하는 가벼운 기체(대기)들을 쓸어내고 생명체도 죽게 만든다. 태양은 불덩어리뿐만 아니라 초대형 초강력 전자 레인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가스 레인지와 전자 레인지의 성격을 모두..)

이는 항성이라는 게 애초에 나무나 석유를 태워서 불 때는 것 같은 평범한 방식으로 발열· 발광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풍에 비하면, 오존층 때문에 인지도가 높은 편인 자외선의 해로움 정도는 그냥 약과로 느껴질 정도이다.
태양풍을 어찌하지 않으면 지구는 아무리 온도가 적당하고 산소와 물이 있다고 해도 다 증발하고 날아가 버리며,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금성이나 화성처럼 생물이 살 수 없는 불모지 사막이 돼 버린다.

고체인 운석이야 대기와의 마찰열로 그럭저럭 걸러진다. 하지만 운석보다 더 미시적인 태양풍을 차단해서 지표면의 평안과 안녕을 보장해 주는 것은 다름아닌 지구의 자기장이다. 자기장이 일종의 실드를 형성해서 지구를 감싸 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구의 자기장이란 건 생각보다 굉장히 대단하고 고마운 물건이다. 단순히 나침반 바늘을 돌려서 방향 파악에 도움을 주는 것을 훨씬 능가하며, 지구의 생명 존재와 관련해서 오존층보다도 기여하는 것이 훨씬 더 많다. 스타에다 비유하자면 태양풍은 베슬의 EMP+이레디 복합이고, 지구 자기장은 프로토스 실드와 비슷하다.

지구에 자기장이 생성될 수 있는 것은 지구의 깊숙한 중심부에 유체 형태의 고온 고압 금속 핵이 있고, 내핵과 외핵의 온도 차이로 인한 대류가 발생하고, 그 상태로 그럭저럭 지구가 자전도 해서 얼추 발전기가 돌아가는 것 같은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천체의 자기력의 원천은 영구 자석이 아니라 일종의 전자석이며(다이나모 이론).. 지구의 자전은 지표면에서 낮과 밤을 만들고 물질을 순환시키는 것 말고도 밑바닥에서 이런 중대한 일까지 덩덜아 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가 자전을 멈춰 버리면 (1) 낮과 밤 구분이 엉망이 되고 (2) 기상과 기후도 싹 바뀌고, (3) 지금까지 원심력 때문에 적도 쪽에 몰려 있던 바닷물이 다시 남북의 고위도 지역으로 흘러가서 수위가 상승하고 저지대가 침수될 뿐만 아니라.. (4) 지구의 자기장까지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지구도 태양풍을 직격으로 맞으면서 화성보다는 금성의 마이너 버전을 찍게 된다. 태양이 굳이 적색거성으로 부풀지 않아도, 지구 온난화가 악화되지 않아도 지금 정도의 거리와 태양의 위력만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이 몹시 섬뜩하다.

하긴, 금성만 해도 지구보다 대기가 훨씬 더 짙으니 운석이 지표면까지 떨어질 걱정 따위는 안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금성은 모종의 이유로 인해 자전이 끔찍하게 느리다(자전 주기가 공전 주기보다도 더 긺..). 느린 정도를 넘어 자전 방향 자체가 반대이니, 이건 얘만 뭔가 자전 브레이킹-_- 같은 인위적인 조작이 가해져서 마이너스, 역방향 후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얘는 지구에 근접하는 스타일의 행성이 될 기회를 놓치고 표면이 태양풍에 탈탈 털렸으며, 그 와중에 화산 같은 지질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와 황산을 수습하지 못하고 끔찍한 온실효과 불지옥으로 전락했다.

지구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비교적 빠른 자전, 그리고 풍부한 자기장 덕분에 지질학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나 살아 있는 행성이 될 수 있었다. '선캄브리아'라는 까마득히 먼 옛날에 어떤 계기로 시아노박테리아의 활동 덕분에 대기 중에 산소의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 선캄브리아 시대는 한국사로 치면 마치 고조선만큼이나 기간은 길지만 너무 오래돼서 알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기간이다만..
그 뒤로 지구와 금성의 상황이 달라진 것을 국사에다 비유하자면 남북 분단과 전쟁 이후에 남한과 북한의 상황이 달라진 것만큼이나 극단적이다.

우주 천체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 조건을 생각하 보면.. 크기, 무게, 온도, 대기 등 수많은 변수들이 하나라도 약간이라도 어긋나면 그냥 게임에서 사망 트랩 밟듯이 끝이다.
그러니 인간이 달에 나갈 때만 해도 물은 말할 것도 없고 숨 쉬는 산소까지.. 승무원 3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물자는 지구에서 100% 조달해 갔다. 양과 무게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말이다. 우주 현장(?)에서 조달 가능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었으며, 자그마한 사고라도 났다간 이 사람들은 그냥 "우주에서 다이"였다.

그러니.. 비록 직접적인 물증은 아니지만 그 너무 광활한 우주에서 딱 하나 지구 같은 행성이 생긴 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연히 됐다고 볼 수 없고 신· 절대자의 의도와 설계에 의해 된 거라고 '심증상으로' 믿는 것은 누가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복음 전하고 기독교를 변증할 때 "우연히 될 수 없다"라는 요지로 창조는 그냥 간접 증거로만 얘기하고 넘기고, 더 중요한 "예수 부활"이야말로 증언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팩트라고 얘기하면 된다.

여담..

(1) 지구 대기의 중간권을 넘어서 열권쯤부터 전리층이 시작되고, 밴 앨런 벨트는 거의 외기권쯤부터 시작되는가 싶다. 열권이면 이미 우주 발사체의 궤도도 포함된다. 서울-부산보다도 짧은 거리를 위로 수직 상승만 하면 단순 영공을 넘어 우주인데 그게 어렵다. 그만큼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 게 어려운 일이다. (국제 우주 정거장이 지구를 돌 때마다 아래 국가들에다가 영공 통과료를 지불하지는 않음.. 애초에 항공 관제를 받을 수도 없다)

(2) N, S 중 한 극만 단독으로 갖고 있는 단극 자석, 혹은 자기홀극이 과연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수학으로 치면 홀수 완전수의 존재 여부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고 존재 불가능이 증명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 굉장히 까다로워 보인다.

(3) 전자석과 반도체는 어떤 특성을 조건부로(자성, 도체) 가지면서 일반 영구 자석이나 일반 도체보다 훨씬 더 유용하게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전기 전자 공학의 학문적 난이도는 그에 비례해서 수직 상승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2/19 08:36 2020/02/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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