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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항공모함

군대라는 게 작전 방식의 특수성과 차이로 인해 육해공 3군으로 나뉘곤 한다. 하지만 타 영역을 살짝 걸치는 병과도 조금씩 존재한다.
가령, 해병대는 육군과 해군의 조합처럼 보인다. 법적으로는 해군에 소속돼 있고 병도 지원자만 받지만.. 병의 의무 복무 기간은 육군과 동일하다. (우리나라 기준)
그리고 육군에서도 헬기 정도는 육군 항공대 명목으로 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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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처럼 항공모함은 바다 위의 공군 기지이니 해군과 공군의 조합 같다. 항공모함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2~30년대 전간기 때 강대국들을 중심으로 존재 가능성과 필요성이 논의되었으며.. 덕분에 2차 대전의 태평양 전쟁에서 제대로 활약하게 되었다.

항공모함은 그 특성상 덩치가 정말 거대하며, 건조 비용이 억소리 나게 비싸고 운영하는 비용도 나라 등골 브레이커 수준이다. 하지만 이게 있으면 망망대해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서 억만 리 타지에서 깜짝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잠수함이 몰래 쏘는 어뢰하고는 다른 차원으로 전투력의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옛날에 타이타닉 여객선은 내부에 별 시설이 다 있는 그냥 작은 도시, 작은 사회나 마찬가지였는데.. 오늘날은 대형 항공모함이 그러하다. 천조국의 기상이 깃든 니미츠 급을 예로 들면, 수천 명이 먼 바다에 나가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곳이니 안에 수영장도 있고 극장도 있고.. 내부에 별도의 번지수 주소가 있고 우편번호가 할당돼 있다. 항공모함 안에서 길을 잃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안에서 잘 짱박혀서 탈영하는 것조차도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작은 도시 안에 작은 원자력 발전소도 없으란 법이 없으니.. 이런 거대한 항공모함은 무식한 디젤 엔진 대신 원자력으로 움직인다.
다만, 항공모함은 배로서는 그렇게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지상 공항에 비할 바는 못 되니.. 활주로의 길이가 부족하고 환경이 열악한 관계로 아무 군용기나 다 띄우지는 못한다. 그 항공모함의 규격에 맞게 제작된 함재기만이 이· 착함 가능하다. 이함할 때는 양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되라고 모선도 전속력으로 같이 전진해 주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재기가 항공모함의 활주로를 벗어나서 뜨는 걸 보면, 잠시 배 밑으로 추락하는 듯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다시 붕~ 뜨는 게 다반사이고.. 아예 못 뜨고 바다에 떨어지는 사고도 종종 난다. 배의 앞부분의 수면에 추락한 함재기는 같이 전진하던 모선과 부딪혀서 으스러진다.

함재기가 임무를 마치고 착함하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다. 아니, 착함이 더 어렵다.
한 직후에도 활주로를 오버런해서 도로 바다로 빠지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배와 함재기가 힘을 합쳐서 필사적으로 감속을 해야 한다. 이 정도면 공군과는 약간 다른 방식의 노하우가 필요해 보인다.

글쎄, 소말리아 해적이나 알 카에다, ISIL 같은 조무래기(?)들을 토벌하는 데 딱히 항공모함이 투입된 것 같지는 않은데 앞으로 태평양 전쟁 시즌 2 같은 사건이 벌어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 옛날의 2차 대전 중에도 선진국들의 군 수뇌부와 군수업체에서는 선박이 아니라 잠수함이나 타 수송기를 기반으로 하는 항공모함(?)까지 구상한 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그건 너무 무리수이니 실현되지는 않았다. 오늘날 기준으로는 잠수함에서 그냥 미사일만 쏘면 되지 굳이 인터셉터를 날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동차 캐리어도 아니고 비행기 캐리어는.. 아직은 스타크래프트 캐리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프로토스는 우주 항공모함을 굴리고, 테란은 우주 전함을 굴린다니.. 흥미롭다.

6. 아이스크림

천조국은 무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저 멀리 태평양 전장에 가 있는 병사들한테까지 아이스크림을 보급으로 챙겨 줄 수 있던 유일한 나라였다. 아이스크림 제조 공장선을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병사들의 사기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줬으며, 다른 유럽군에서도 이걸 부러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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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와 전함을 팍팍 찍어내고 원자폭탄 만들어 내고 적군의 암호를 몽땅 해독했다는 얘기뿐만 아니라 저런 소소한 병사 복지마저도.. 정~~말 대단하고 경악스럽지다. 천조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몇십 년 더 앞서 갔다.

7. 인종 차별

1941년 말의 진주만 공습 때 '도리스 밀러'(1919-1943)라는 한 흑인 병사는.. 기습을 당해 죽거나 다친 사수들을 대신하여 즉석에서 전함에 비치된 대공용 중기관총을 조종하며 용감하게 응사했다. 심지어 일본 적기를 격추시키기까지 했다.

이게 대단한 이유는.. 저 사람은 취사병이었고, 지금까지 총 쏘는 훈련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었는데도 저 정도의 무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마이클 베이의 "진주만"(2001) 영화에도 이 장면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다.
마치 <15소년 표류기> 소설에서 흑인 견습 선원인 모코가 요리사 일을 하고 있다가 끝부분에서 침입자 악당을 대포 한 방에 때려잡는 장면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병사들에게 아이스크림까지 나눠 주던 천하의 천조국도 1940년대에는 아직 인종 차별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하게 존재했다. 군대에서 흑인과 백인은 훈련을 따로 받았으며, 흑인 병사는 감히 전함의 기관총 사수 같은 보직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랬는데 도리스 밀러와 같은 사례가 생기면서 그런 유리천장은 차츰 없어지게 됐다. 그는 명예 훈장까지는 아니지만 해군 십자장을 받았고.. 올해 초엔 미국에서 새로 취역한 핵 항공모함에 이름도 붙었다.

6· 25 사변을 거친 뒤 베트남전 타이밍이 되자, 미군에서는 흑인이 백인 신병을 가르치는 훈련소 교관도 맡으며(검프! 입대한 동기가 무엇인가!! 네놈 IQ는 160은 되는가 보다!).. 풀 메탈 자켓에서는 교관이 대놓고 "나는 검둥이건 유대인이건 집시건 아무 차별 안 한다. 여기서는 네놈들은 다 똑같이 쓸모없기 때문이지!"라고 능력 위주의 평등을 표방한다. 그 정도로 분위기와 방침이 바뀌었다.

1970년대 말에 중국에서는 마오 쩌둥이 '흑묘백묘' 운운하면서 "고양이는 색깔 불문하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라는 논리를 펴는 지경이 되었다. 이건 공산주의건 자본주의건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체제를 가리지 않겠다는 실용주의를 표방한 말이었다.
미국은 체제는 이미 건전하니까 걱정할 필요 없고, 인종에 대해서 '흑묘백묘'가 아니라 아예 '흑인백인 인종무관' 실용주의가 나중에 등장하게 된 듯하다. "흰둥이건 검둥이건 적군만 잘 잡으면 된다"라고..

8. 대테러부대

경찰과 군대에는 정규전(경찰은 일반적인 시위 진압이나 범죄자 검거. 군인은 일반적인 야전 전투)을 수행하는 대다수의 일반적인 경력· 병력이 있는 한편으로, 뭔가 마이너하고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서도 있다.
가령, 일반 경찰이 담당하기에는 어려운 규모의 무장 테러리스트를 잡는 부대 말이다. 이런 애들을 잡기 위해서 무슨 탱크나 대포나 전투기를 동원할 필요는 없음이 명확하다.

이럴 때는 이런 임무를 위해 시꺼먼 복장을 하고 별도의 훈련을 받은 경찰 내지 군대 소속의 대테러부대가 투입된다. 이런 부대는 정체성이 경찰과 군대 어느 것에 딱 정확하게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아예 대놓고 특전사나 UDT 같은 급도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 미국 SWAT.. 그런 쪽이다. (뭐, 그렇다고 군 특전사에서도 대테러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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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테러부대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생각만치 오래되지 않았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독일(서독) 정부가 괜히 허둥대고 삽질한 게 아니었으며, 인질들이 전원 죽는 비극이 괜히 벌어진 게 아니었다. 법적 문제 때문에 정규군을 함부로 투입할 수 없었으며, 반대로 독일 경찰은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북괴의 연이은 테러에 이골이 나 있던 한국 같은 나라나 극도의 통제된 분위기 하에서 치안이 덤으로 갖춰지는 정도에 불과했다.

경찰 소속의 대테러부대는 무력만 강화한 '경찰'이기 때문에 자국민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고, 악당들도 사살보다는 생포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작전 지역이 국내가 아니거나 악당이 수가 많고 화력이 강하거나.. 아예 자국민이 아니다거나 하면 이들을 상대하는 공권력도 경찰이 아닌 군대 소속으로 바뀌게 된다.

참고로 지난 2009년 용산 철거 현장 참사 때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됐다가 순직한 사람들은 경찰특공대 소속이었다. 시위대가 무슨 전문적인 무장 테러리스트는 아니고, 그렇다고 통상적인 시위 현장 같은 전투경찰을 투입하기에는 장소가 위험하니 경찰특공대가 적절한 대응이었지만.. 그래도 안타깝게도 화재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했다.

9. 토크멘터리 전쟁사

개인적으로 유튜브에서 연재되었던 토크멘터리 전쟁사 시리즈를 재미있게 봐 왔다.
국방부에서 유치한 애국심(?) 고취용으로 오글거리는 어용 관제 군대 홍보물만 만들 줄 알았더니 의외로 이런 재미있고 유익하고 수준 높고 건전한 교양 프로도 만들어 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종영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배후 음모 없이 정말로 단순한 소재 고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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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친중종북 좌익 빨갱이 정권의 마음에 안 드는 너무 건전한 애국 메시지 때문에 짤린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17 08:35 2020/06/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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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옛날 냉병기 시절

옛날에 총(개인 화기)이라는 게 아직 없어서 전쟁터에서 갑옷 입고 투구 쓰고 냉병기로 적군을 직접 때리고 베고 찔러 죽이던 시절에는 군인과 무인의 차이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다. 지금은 총검술 같은 부류가 제식처럼 거의 보여주기 스킬 아니면 특전사· 공작원의 영역에 머물고 있지만 그때는 그게 지금 군인의 사격술이나 수류탄과 동급으로 군인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스킬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손가락 하나 방아쇠에 걸어서 까딱하는 것만으로 적군을 죽일 수 있는 마법 같은 도구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열을 갖춰 적진을 향해 용맹스럽게 닥치고 돌격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 화살..?? 정도는 그래도 갑옷과 방패로 그럭저럭 막을 수 있고, 기관총 참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때는 기예의 달인이 벌이는 일당백의 비중이 컸으며 그게 군대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의 관점에서야 무모한 개죽음처럼 보이지만, 신라 시대에 괜히 '관창' 같은 화랑을 혼자 희생시킨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개떼같이 다 나와서 싸울 필요 없이, 각 진영의 대표 장수가 나와서 일대일로 결투를 벌인 결과만으로 전투의 승부를 가르는 일도 있었다.

성경에는 다윗과 골리앗 대결이 아주 유명한 예이다.
옛날에 "태조 왕 건" 드라마에서도 신라 박 술희와 후백제 애술의 결투씬이 시대적 배경과 이유가 있어서 들어간 셈이다.
그러니 영화 "봉오동 전투"도 총격전에다가 일대일 검술 대결을 어설프게 흉내 내서 집어넣었던데.. 저건 배경이 무려 20세기 근현대이니 현실성이 없다.

중일 전쟁 때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 중에 "100인 참수 경쟁"이란 게 있었다. 그게 일본군이 무슨 중세 판타지 급의 백병전을 벌여서 무장한 적군을 칼 한 자루만으로 순삭한 것이라면 아주 용맹스러운 무공이겠지만.. 실제로는 힘없는 민간인과 포로를 상대로 그런 짓을 한 것이니 그냥 범죄이고 상 또라이 싸이코 같은 짓일 뿐이었다. 심지어 신문 기사를 썼던 기자조차도 "엥..? 적군을 죽인 게 아니었어요?" 얘기를 나중에 듣고는 기겁했었다고 한다. (목적어 생략.. -_-)

자, 저런 낭만(?)이 있던 옛날과 달리..
지금이야 총기 화기의 성능이 워낙 좋기 때문에 그 어떤 체격 좋고 두꺼운 갑옷을 입은 병사라도 총에 맞으면 그대로 쓰러지고 죽는다. 소총탄을 막을 정도로 무겁고 두꺼운 장갑은 기계류에나 장착할 수 있지, 그걸 사람이 걸쳤다면 제대로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오늘날 전쟁터에서 사격이 시작되면 제아무리 용맹한 군인이라도 일단은 닥치고 엎드리고 엄폐하고 숨어야 한다. 이것이 냉병기 시절과의 큰 차이점이다.
또한, 지금은 병사들과 같이 "돌격 앞으로~!"라고 외치고 뛰어드는 건 소대장 수준의 초급 장교의 몫이지, 더 높으신 분들이 야전에서 병사들을 직접 지휘하지는 않는다. 최고위 장수 장군 내지 아예 왕이 솔선수범해서 말 타고 앞장서서 돌격하던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

오늘날 무인과 군인은 화가와 사진가만큼이나 영역이 달라져 있다.
사진 찍사는 무슨 붓이나 연필이나 물감을 능숙하게 다룰 필요는 없으며, 반대로 카메라의 기본 개념과 사용법을 잘 숙지해야 한다(소총 분해와 조립, 조준 따위).
하지만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색깔과 공간 배분· 구도에 대한 감이 여전히 필요하니, 사진가도 미술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무인과 군인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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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라 크로프트와 빛의 수호자" 게임의 컷씬에서 라라가 몇천 년 전의 옛날 장수인 '톨텍'에게 소총 사용법을 가르치는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저 장면에서 톨텍은 총열이 무슨 칼날이고, 개머리판 부분이 손잡이인 것처럼 생각했나 보다. ㅎㅎ

2. 근현대의 주요 전쟁사

19세기

  • 크림 전쟁: 나이팅게일, 최초의 종군기자와 전장 사진
  • 남북전쟁: 국제전이 아니라 일개 나라 안 내전에 불과했지만.. 천조국은 내전 하나도 유럽을 능가하는 당대 최첨단을 달리는 수준으로 치렀다.
    • 후미장전식 총기가 등장하면서 머스킷 전열보병 전술이 몰락하고 개인 각개전투 전술이 등장. 저격수도 등장.
    • 엄폐가 중요해지면서 예복과 전투복의 구분이 생김. 전투복은 100년 전 독립전쟁 시절보다 훨씬 더 저채도의 칙칙한 색상으로 바뀜
    • 병사들의 모자 크기(?)와 헤어스타일도 옆머리까지 꼬불꼬불 말던 시절보다는 짧아짐. 그래도 장교들은 여전히 수염이 덥수룩..;;
    • 초보적인 수준의 철갑선과 잠수함이 출현했고 찔끔찔끔 교전도 했음.
    • 철도를 이용한 대규모 병참 보급과 전면전이 실현됨.
      비행기와 탱크만 없는 1차 세계대전에 가까운 정도였다. 아직 내연기관이 발명되지 않았던 시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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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전쟁 vs 남북전쟁의 차이..)

남북전쟁이 끝난 게 1865년, 제너럴 셔먼 호 사건은 1866년, 그리고 신미양요는 한~참 뒤인 1871년이었다.
조선과 미국이 거리가 워낙 멀기도 하고, 미국도 전쟁 피해를 복구하느라 정신 없었기 때문에 신미양요가 저렇게 늦게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미국에 대한 조선의 인식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고종: 미리견(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떠한 나라인가? (1871년 4월 어전회의에서..)

영의정 김 병학 (지금으로 치면 거의 국무총리와 비슷!!): 미리견이라는 나라는 화성돈(워싱턴)이라는 촌장이 영길리(영국)라는 나라와 교섭하면서 성곽과 연못을 개척해서 세운 작은 부족국가라고 지도에 나와 있네요.
얘들은 바다를 왕래할 때 약탈하는 습성이 있는 날강도 해적떼입니다. 일체의 교역 따위 할 필요 없구요, 만약 교역을 하게 되면 우리나라(조선) 국체를 보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종: 흠.. 그렇다면 우리가 저 코쟁이 오랑캐들과 교역하면 요사스러운 잡학들이 유입되어 공자의 예법이 무너질 것이고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겠구나.


대륙 횡단 열차를 굴리고, 세계에서 거의 최초로 후장식 총기를 도입하여 유럽보다도 앞선 방식으로 전투(남북전쟁)를 벌였던 엄청난 나라가.. 한낱 공자의 예법도 모르는 요사스러운 해적 오랑캐 내지 왜구 정도로 전락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웃 일본은 네덜란드를 거쳐서 외국어 통번역가부터 잔뜩 양성해서 서양 문물을 미친 듯이 받아들이면서 근대화 중이었는데.. 조선은 저 지경이었으니 안 망한 게 더 이상하지..
참고로, 야사에 따르면 고종이 신하들과 나눈 다른 대화로는 저 때로부터 30년쯤 뒤에 철도가 개통했을 때 "기차가 더 빠를까, 전차가 더 빠를까?"도 있다. 휴우~

20세기

  • 1차 대전: 참호전, 독가스, 탱크, 초보적인 수준의 전투기
  • 2차 대전(연합군): 역대 최대 규모의 해전.. 대형 전함, 뇌격기, 잠수함과 항공모함과 함재기, 수직 강하 폭격, 그리고 끝물에 개발되거나 등장하기 시작한 핵무기와 미사일, 제트기.
  • 6· 25 한국 전쟁(UN군):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자그마한 듣보잡 작은 나라 하나를 도와주기 위해 결집함. 시기적으로 매우 특수한 배경 덕분에 가능했지, 이런 사례는 전무후무함. 이념 각축장 대리전 성격이 강했음.
  • 베트남전: 밀림을 날아다니는 헬리콥터, M16 소총. 언론이 조장한 반전 여론이 매우 강해졌음. 프래깅(상관 살해)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문제시됨
  • 걸프전(다국적군): 전투기와 미사일로 속전속결. 수송기도 맹활약했음. 전투 장면이 TV로 생중계됨.

중동 전쟁 쪽은 내가 딱히 기억하거나 아는 게 없다.;;

본인 생각에 역사는 국사와 세계사를 통합해서 가르치고 시험 문제도 그런 식으로 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교사의 양성 과정과 교육과정을 감안하면 그건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역사의 모든 것을 동일 선상에서 객관적으로 봤다간 국뽕이고 동심이고 다 박살나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18~19세기부터 벌어지는 동· 서양의 격차는 자괴감 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악질 무단횡단자에게 100:0 판정이 늘어나는 것만큼이나 공교육에서 역사에 대한 인식도 갈수록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말이다.

3. 기관총

그냥 총도 아니고 총알을 분당 수백 발씩 드르륵 갈겨 주는 기관총이라는 건 후장식 총기에 이어서 등장한 정말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처음에는 대포처럼 크고 무거운 공용화기--혼자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없고 여러 명이 운용-- 형태로 먼저 등장했다가 나중에 더 작은 개인화기 버전도 등장하게 됐다.

물론 요즘은 일반 보병이 사용하는 일개 소총도 기관총 같은 자동 연사 기능이 있으며(방아쇠를 당기고 있으면 알아서 드르륵~), 심지어 소총탄 대신 권총탄을 갈기는 기관단총 같은 물건도 있다.
하지만 기관총이란 게 이름에 걸맞게 오랫동안 연사가 가능하려면 발열 관리를 위해 냉각 계통이 필요하고, 총구도 여러 개를 돌려 쓸 수 있어야 하는 등 단순 자동소총에는 필요하지 않은 추가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니 이것저것 오늘날까지도 기관총은 용도별로 경/중, 개인용과 공용의 체급 구분이 존재한다.
일반 소총이 정밀· 정확도 쪽으로 더 발전하면 저격수가 사용하는 망원경 달린 커다란 저격 소총으로 바뀌고(스타 고스트..??), 연사력 쪽으로 더 발전하면 M60 같은 경기관총으로 바뀌는 것 같다(둠 2 chaingunner).

모든 기관총이 그런 건 아니지만 기관총이라 하면 (1) 여러 총열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묘사가 많다.
그리고 급탄을 탄창 단위로 탄창 내부의 스프링에 의지해서 하는 게 아니라 (2) 수십· 수백 발의 총알이 일렬로 연결되어 들어간다. 이건 방아쇠만 당기고 있는다고 그냥 되는 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관총은 작동을 위한 별도의 동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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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그냥 총이 아니라 넘사벽급의 화력을 내는 기관총은 무력의 종결자에 등극했다. 기관총이 없는 군대가 기관총을 보유한 군대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가히 0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세기엔 본격적으로 제국주의가 세계에 손길을 뻗치게 됐다.
오죽했으면 개틀링 기관총을 발명했던 리처드 조던 개틀링은 기관총 덕분에 앞으로 군대는 병사가 덜 필요해도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너도 나도 기관총을 들고 있으면 다들 무서워서 전쟁을 할 엄두를 못 내게 될 것이라고.. 그렇게 역설적인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참 순진하게 예상했었다.

처음에는 기관총이 "유럽 vs 미개한 식민지" 이런 형태로 쓰였다. 그때야 일방적인 관광 플레이가 가능했다. 하지만 유럽 사람들은 얼마 못 가 동급인 자기들끼리 기관총 vs 기관총 형태로 싸우게 됐다. 1차 세계대전 참호전 말이다.
이때는 전략 전술이 기술 발달을 따라가지 못해서 병사들이 생지옥 속에서 끔찍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 기관총으로 철통 방어하는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서 결국 탱크, 군용기, 독가스 따위가 등장하게 됐다.

무서워서 전쟁을 안 하게 될 정도로 너무 강한 캐사기급 무기라는 개념은 다이너마이트의 발명자인 알프레드 노벨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기관총 분야와 폭탄(!!) 분야에서 각각 저렇게 생각하는 엔지니어가 있었다는 게 흥미롭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인류가 20세기에 세계 대전급의 전쟁을 두 번이나 겪고 핵무기라는 것까지 발명된 뒤에야 현실이 되었다. 그 끔찍한 기관총조차 아득히 능가하여 화약 폭발력이 아니라 원자력 정도는 건드리는 경지가 돼서야 말이다.

4. 물과 뭍(!!)에서 폭발 무기의 종류

뭍이라는 말을 참 오랜만에 꺼내 보네.. 한 8~90년대까지만 해도 어린이용 동화책에서도 볼 수 있던 단어였는데 2000년대 이후로는 진짜 국어사전에서나 볼 수 있는 사어가 된 것 같다.

  • 목표물을 향해 날아간 뒤에 폭발: 각종 포탄(육지· 공중), 수류탄, 미사일 또는 어뢰(수중). 자체 추진이나 유도 기능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비싸고 크기 대비 폭발 에너지가 적다.
  • 반대로 목표물이 근처에 와서 뭘 건드려 주면 폭발: 지뢰(육지) 또는 기뢰(수중). 이런 무기는 통제가 안 되어 "아무나 맞혀라"가 돼서는 매우 곤란하다.
  • 아래로 자유 낙하하면서 폭발: 항공포탄(육지) 또는 폭뢰(수중). 부가적인 설비 없이 순수하게 폭약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화력이 좋다.

옛날에는 화포로 배를 완전히 부숴서 격침시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폭약을 싣고 불 붙인 작은 무인선을 적함에다가 접근시키고 충돌시켜서 펑~! 하는 저그 스커지 같은 전술도 쓰였었다.

내 기억으로 제너럴 셔먼 호를 격침시킨 방식도 그랬는데.. 거기는 바다가 아니라 대동강이고 배의 동선에 제약이 심했기 때문에 그런 전술이 가능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14 08:33 2020/06/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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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색 팔레트

과거에 컴퓨터에서는 컬러를 표현할 수 있긴 하지만 해상도가 낮고 색깔수도 아주 제한됐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고해상도라는 게 기껏 640*480이었고, 이 해상도에서는 표준 VGA 기준으로는 겨우 16색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1980년대 말에는 가로· 세로의 픽셀수가 모두 8비트 범위를 벗어난 것만으로도 고해상도라는 소리를 들었던 듯하다.

16색으로 가장 균형 잡힌 색상 팔레트를 꾸미는 방법은 뭐 뻔하다.
RGB 각 축별로 0, 1 조합을 시켜서 검정부터 하양까지 2^3 = 8색을 만들고, 이것보다 한 단계 더 밝은(혹은 어두운) 8색을 추가해서 16색을 만들곤 했다. 기본색 8색은 적록청과 흑백, 그리고 혼합된 색인 청록, 분홍, 노랑이다.

제일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두운 그룹에서 비트별 on/off는 각각 128/0을 배당하고, 밝은 그룹에서 on/off야 최대치인 255/0을 배당한다.
다만, 0~15까지의 16색 중에서 7번(어두운 그룹의 가장 밝은 색)과 8번(밝은 그룹의 가장 어두운 색)은 각각 밝은 회색과 어두운 회색인데 얘는 예외적으로 각각 (192,192,192)와 (128,128,128)로 간주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7번 색이 어두운 회색이 되고, 8번 색은 0번 검정(0,0,0)이 중복 배당되기 때문이다.

요게 바로 산술적으로 제일 단순하게 유도되는 팔레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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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스 시절에 EGA/VGA 그래픽 카드가 실제로 제공했던 기본 16색은 이와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었다.
(1) 먼저, 어두운 그룹의 가중치가 128이 아니라 170 (0xAA)이어서 전반적으로 저것들보다 더 밝았다. 난 168인 줄로 오랫동안 알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찾아보니 그렇지 않고 170이다. 최대치인 255의 정확히 2/3에 해당하는 값이다. 어째 256은 2의 8승이지만, 255는 3의 배수였구나.

(2) 그리고 밝은 그룹이야 on의 가중치는 응당 255이지만, off의 가중치가 0이 아니라 85이다. 그래서 밝은 파랑도 그저 (0,0,255)가 아니라 (85,85,255)이다. 앞서 언급된 단순 팔레트가 0 1/2 1로 색깔을 쪼갰다면 얘는 더 세분화해서 0 1/3 2/3 1을 추구한 셈이다.
이 체계에서는 따로 보정을 하지 않아도 7번은 산술적으로 자연스럽게 (170,170,170)이라는 밝은 회색이 되고, 8번은 (85,85,85)인 어두운 회색이 된다. 다른 색들은 전반적으로 단순 팔레트보다 더 밝지만, 회색은 어째 단순 팔레트보다 더 어두워졌다.

(3) 또한 VGA 팔레트는..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6번 색을 산술적인 (170,170,0) 어두운 노랑? 올리브색 대신, (170,85,0)으로 예외적인 변화를 줬다. 올리브색 대신 갈색을 만든 것이다. 노랑은 원래 밝은 색인데 어두운 노랑은 정체성이 모호하니.. 갈색이 더 실용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VGA 팔레트는 단순 팔레트보다 약간 더 알록달록하고 채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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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Windows도 독자적으로 약간 변화를 준 16색 팔레트를 사용했다.
밝은 그룹은 255/0으로 간단하지만 어두운 그룹이 상황이 약간 복잡하다. on의 가중치는 170인데, off의 가중치는 0과 85가 뒤섞인 편이다.

파랑은 깔끔하게 (0,0,170)이지만 빨강과 초록에는 파랑이 반 정도 섞여서 각각 (170,0,85)와 (0,170,85)이다.
혼색인 cyan과 분홍, 올리브에도 색이 full로 들어가지 않은 나머지 축에는 0이 아닌 85가 들어간다. VGA와 달리 갈색 보정은 없고 올리브색은 (170,170,85)이다.

의외인 것은 7, 8번 회색들이다. 각각 (195,199,203), (134,138,142)로, RGB 값이 모두 근소하게 다른 별개의 가중치가 부여돼 있다. 흑백과 더불어 화면에서 제일 많이 보게 될 중립 무채색이니 나름 심혈을 기울여 이런 색을 만들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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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소개된 팔레트 세 종을 한데 늘어놓고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Windows 팔레트는 밝은 그룹은 단순한 팔레트와 비슷하고, 어두운 그룹은 갈색 보정 여부만 제외하면 VGA 팔레트와 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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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의 경우, 고전 테마 GUI나 명령 프롬프트에서 기존 VGA 16색을 표시할 일이 있을 때 256색/high/true 컬러일 때는 128/255 기반의 단순 팔레트를 사용한다. 그러나 16색일 때만은위와 같이 약간 더 밝아진 팔레트를 사용한다.
그래서 똑같은 색상표를 사용하더라도 16색이다가 상위 색상으로 모드를 바꾸면 화면이 더 어둡고 차분하게 착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 든다. 흥미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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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56색 VGADemo

1990년대 초· 중반에 도스에다 Windows 3.1 정도나 설치돼 있던 컴에서는 일반적으로 util\tool이라는 디렉터리가 있었고, 여기에 각종 파일 압축 프로그램, 하드디스크 파킹, 파일 관리 셸 등 단독으로 돌아가는 자잘한 싸제 유틸리티들이 들어있곤 했다. 어느 디렉터리에서나 실행 가능하게 path도 걸려 있고 말이다.

그때 본인의 컴퓨터에 들어있었던 '툴' 프로그램 중에는 com인지 exe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vgademo라는 자그마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게임이 아니면서 VGA 320*200 256색 13h 모드로 진입해서 완전 현란한 팔레트 스크롤과 함께 선과 폴리곤, 원 그리기 따위를 선보이는 2D 그래픽 데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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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에는 저렇게 동그란 그러데이션 형태의 인트로 화면이 나온다. 이때 space를 누르면 본 게임(?)이 시작된다.
한참 알아서 그림을 그리다가 일정 주기로 씬이 자동으로 바뀐다. 그럼 기존 화면은 fadeout 되기도 하고 모자이크 처리되면서 사라지기도 했다. (모자이크가 점점 더 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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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단순히 난수 생성해서 아무렇게나 선을 찍찍 그어대는 게 아니다. 여러가지 그리기 시나리오와 화면 전환 조건, 무작위한 팔레트 스크롤 방식 등에 대해 나름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CGA, EGA만 구경하다가 VGA에서 게임도 아니면서 이런 그래픽을 뿜어내는 프로그램을 PC에서 접했을 때 사람들이 적지 않게 놀랐지 싶다. 1990년대 초에 말이다. 해상도를 극도로 희생했지만 256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누가 언제 만든 무슨 이름의 프로그램이었는지 알 길이 없었는데.. 검색을 통해 razzle dazzle이라는.. 바로 요놈이라는 것을 나중에 파악할 수 있었다.
나름 셰어웨어 형태로 돈 받고 팔았고, 90년대 말까지 개발이 됐던 프로그램이었다. 그 시절에 유행했던 프로그램  장르인 눈요기 화면 보호기로는 꽤 적합했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11 19:35 2020/06/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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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0 아니면 1 두 종류밖에 없는 N*N 크기의 어느 정사각행렬 M(N)이 있다. N은 2의 거듭제곱 형태로만 가능하며, M(N)의 생성 규칙은 이러하다.

일단, 크기가 1인 M(1)은 그냥 {0} 하나뿐이다.
그 뒤, M(2*n)은 M(n)의 각 원소들에서 0과 1을 뒤바꾼 놈을 M(n)의 왼쪽과 위쪽, 그리고 좌측 상단에 총 3개 카피를 씌우는 형태로 생성된다. 그러므로 M(2)는

(1 1)
(1 0)

이 되며, 다음 M(4)는 쟤를 뒤바꾼 놈을 또 덧붙여서

(0 0 0 0)
(0 1 0 1)
(0 0 1 1)
(0 1 1 0)

이 된다. 생성 규칙이 이런 식이다.
이런 식으로 M(16), 더 나아가 M(256)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런 모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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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무슨 프랙탈 같기도 하고..
이런 행렬은 고안자의 이름을 따서 Walsh 행렬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모노크롬이나 16색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던 옛날에 이런 무늬를 화면에다 깔아 놓으면 꽤 근사해 보였을 것 같다~!

이걸 갖고 더 재미있는 장난을 칠 수도 있다.
옛날옛적에 학교에서 전자· 컴공을 전공했던 분이라면 혹시 그레이 코드(gray code)라고 기억하는 분 계신가?
통상적인 2진법과 달리, 숫자가 1씩 증가할 때 언제나 1개의 비트만이 바뀌게 숫자를 특이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즉, 01111이다가 10000으로 바뀌는 식의 격변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숫자 인코딩을 갖고 진지한 산술 연산을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용도로 쓸모는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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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1 3 2 6 7 5 4 ...
난 저걸 봐도 비트를 flip하는 규칙 자체를 잘 모르겠다. 숫자가 커질수록 긴가민가 헷갈린다. 솔까말 이거 규칙을 찾는 걸로 IQ 테스트 문제를 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일반 숫자를 그에 상응하는 그레이 코드로 바꾸는 공식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x^(x>>1), 다시 말해 자신의 절반값과 자신을 xor 하면 된다.

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 수열에서 각 숫자들을 구성하는 2진법 비트의 배열 순서를 뒤집어 보자. 10진법으로 치면 1024를 4201로 바꾸는 것과 같다.

비트를 shift나 rotate하는 게 아니라 reverse 하는 건 내가 알기로 왕도가 없다. 그냥 for문 돌려서 1비트씩 차근차근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 마치 주어진 숫자를 2진법으로 표현했을 때 1의 개수를 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비트 수가 고정돼 있고 속도가 무진장 빨라야 한다면 미리 계산된 테이블을 참조해야 할 것이다.

N=8이라면 비트 자릿수는 3일 테고.. 0 1 3 2는 2진법으로 각각 000, 001, 011, 010일 텐데,
이걸 뒤집으면 차례대로 000, 100, 110, 010.. 즉 0 4 6 2 ... 형태로 바뀐다. 이 정도면 완전 난수표 수준으로 숫자를 뒤섞은 거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저 수열이 확보됐으면 그걸 토대로 기존 Walsh 행렬을 개조해 보자. 즉, 지금 줄 배열이 0 1 2 3 4..의 순인데, 그걸 0 4 6 2 ... 즉, 둘째 행(1)에다가 다섯째 행(4)을 집어넣고, 다음 행에다가 일곱째 행(6)을 넣는 식으로 순서를 바꾼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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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상적인 모양의 무늬가 만들어진다. 이것도 크기별로 규칙성이 있다. 좌측 상단은 사각형이 큼직하고, 우측 하단으로 갈수록 픽셀이 조밀해진다.
얘는 여러 명칭으로 불리는데, 통상적으로는 Walsh 행렬의 Hadamard 변환이라고 불린다.
실제 저 행렬/테이블을 구하는 건 아무 프로그래밍 언어로나 10분이면 코딩 가능할 것이다. 참고로 비트 reverse 같은 난감한 동작 없이 저 행렬을 얻는 다른 계산법도 존재한다.

이런 무늬 행렬은 전자공학 신호 처리 쪽에서 쓰인다고는 하는데.. 난 그쪽을 전공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단지 0과 1만 갖고도 인간 두뇌의 잉여력이 얼마나 폭발할 수 있는지에 경이로움을 느낄 따름이다.

수 년 전에 디더링 패턴의 생성 규칙에 대해 글을 쓰고 나서 이런 재귀적인 무늬를 주제를 다룬 건 무척 오랜만이다. xor은 온갖 난수와 암호도 만들어 내는 이산수학과 정보 이론의 진수임이 틀림없어 보인다. 세상에 이런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차원에서 간단히 글을 남기게 됐다.

(xor은 x-y 2차원 평면에다가 진리표를 나타냈을 때 0과 1 결과를 직선 하나로 단순 분류할 수 없는 유일한 연산이기도 하다. 일명 XOR 문제..;; 마치 특정 그래프에 대해 한붓그리기가 불가능한 것과 비슷한 인상을 주는데.. 과거에 한때는 퍼셉트론 무용론과 함께 AI 겨울을 야기한 이력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09 08:35 2020/06/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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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작정하고 법을 찾아 본 건 다음 분야들이다. 다들 내 관심 분야 내지 생활 패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들이다.

  • 병특 하던 시절에 복무 관련 규정들: 이건 까딱 잘못하다 걸리면 편입이 취소되고 다시 군대로 끌려가는 문제이므로 제일 크리티컬했다. 그래도 이 법은 사회에서 '을'인 복무자에게 굉장히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일단 편입해 들어가면 회사가 아니라 복무자 자신이 티오(인원 배당)를 갖는다는 개념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 거리설교 관련: 주변에 민폐를 잘못 끼치면 경범죄에 걸려서 과태료를 물기 때문이다.
  • 캠핑과 야영 관련: 내가 자연 속에서 밤을 보내는 걸 좀 좋아해서 그렇다. 4개 정도의 법이 얽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 자동차의 합법적인 크기와 무게 관련: 개인적인 관심사 때문이다. 도로교통법뿐만 아니라 도로법이던가 둘 이상의 법에서 중복 규정돼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 남북교류 협력에 관한 법률: 오래 전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한 게 있어서 그렇다. 덕분에 우리나라에 국가보안법 말고 이런 법도 있다는 걸 난생 처음으로 알게 됐다. 이에 대해서는 더 먼 미래에 기회가 되면 언급할 일이 있을 것이다.

법 하니까 더 떠오르는 생각으로는.. 우리나라는 사형 제도를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한 건 아닌데 그냥 집행만 무기한 안 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 전체가 우리나라 영토이며 통일을 지향한다고 헌법에 명시는 해 놨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불가능한 지경이다. 애초에 6· 25 사변도 말은 휴전이라고 써 놨지만 사실상 종전이 됐고 휴전선이 국경선으로 굳어졌다. 이렇게 법과 현실이 서로 안 맞는 구석이 생겨 있는 게 느껴진다.

외국으로 가면.. 일본은 군대를 보유하는 것을 영원히 절대로 금지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지만, 자위대가 사실상 군대나 마찬가지이다. 이것도 법과 현실의 괴리라고 봐야 할까?
물론 저 헌법 때문에 일본은 자기네 무기를 해외로 수출하지 못하고 무조건 내수로만 소비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에 파병도 할 수 없다. 그러니 규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닌 것도 사실이다.

2. 취사· 야영을 할 수 없는 곳

구분 적용 대상 야영 금지 근거 위반 시 처벌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평지나 언덕, 산기슭 정도에 공원 형태로 조성된 녹지 제49조+동법 시행령 제50조 제56조, 10만원 이하 과태료
자연공원법 국-도-군립공원(주로 경치 좋은 산) 및 지질공원(공룡 화석, 지층, 운석..) 제27조 제86조, 200만원 이하 과태료
하천법 나라에서 지정한 국가하천 및 지방하천의 특정 구간 제46조 제98조, 300만원 이하 과태료
수도법 취수시설이 설치된 하천, 호수 등(상수원) 제7조 제83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 그러니 수락산은 산 중턱까지 민간 산장 휴게소가 들어서 있는 반면, 근처의 국립공원인 북한산은 그런 거 없고 등산로를 이탈하는 것, 계곡에 들어가는 것 몽땅 금지이다. 그 대신 북한산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보니 적당히 낮은 고도까지는 등산로가 아주 널찍하게 잘 닦였고, 화장실과 각종 표지판들도 충분히 갖춰져 있다.
    (하루 만에 완주가 불가능한 국립공원인 지리산은 지정된 구역에서만 야영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야영 허용 구역에 반드시 도달해야 한다.)
  • 산보다는 강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위반 시의 처벌이 더 강함) 물론 현실에서는 낑낑대며 올라야 하는 산보다는 강이 접근성이 더 좋고 공간이 더 많고 야영하기도 더 쉽다.
  • 단순 공원보다는 특별한 공원에 대한 위반 처벌이 더 강하다. 그리고 단순 하천에 비해 상수원 하천은 뭐.. 처벌 수준을 교통 범죄에다 비유하면, 신호위반 속도위반이던 것이 음주운전으로 껑충 뛴 것과 비슷하다.
  • 4월부터 10월에 저녁 7시까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한강 공원의 텐트는 원래는 아예 안 되는데 예외적으로 봐주는 것에 가깝다. 위반 시의 과태료 100만원은 도시공원과 비교했을 때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자연공원법이나 하천법보다는 낮게 잡힌 것이다. 저기는 1980년대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의 산물일 뿐, 국립공원만치 대단한 곳은 아니니까..
    더구나 상수원도 아니다. 한강의 취수 마지노 선은 잠실대교 수중보이기 때문이다. 거기보다 하류 구간은 취수용으로 쓰이지 않는다.
  • 그냥 이름 없는 평범한 산의 정상에서 밤에 텐트 치고 자는 건 위의 법들 중 어느 것에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 잠만 자는 게 아니라 고기까지 구워 먹으려면 속 편하게 돈 내고 전용 캠핑장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아예 멀리 해수욕장까지 가든가..

3. 민사와 형사

소송에서 민사 vs 형사, 경찰의 교통과 vs 강력과, 의료에서 당장 생명하고는 별 지장이 없는 과(성형) vs 직접 관련이 있는 과(외과)..
요것들이 다 심상이 서로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가령, 누가 내 돈을 빌려 놓고는 기한 내에 갚지 않고 떼먹었다면 민사 소송을 걸어서 강제집행으로 돌려받는 게 순서이다. 사기죄로 엮어서 형사 소송까지 걸려면, 그 사람이 애시당초 돈을 갚을 생각이 없었고 단순 채무불이행 이상으로 매우 악의적으로 채권자를 물먹였다는 정황까지 입증해야 한다.

교통사고 가해자의 경우도 특례법 위반 여부, 고의성 여부, 피해 규모 등에 따라 보험사의 배상만으로 끝나는지 아니면 형사 처벌까지 받아서 콩밥 먹어야 하는지의 여부가 결정된다.

그리고..

  • '피고'는 민사에서만 쓰는 말이고 '피고인'은 형사에서만 쓰는 말이다. 다시 말해 '피고인'은 '피고'와 달리, 재판에서 패소했다간 전과자가 된다. 이걸 왜 구분하며 그것도 왜 하필 '人'짜의 여부로 구분하는지는 참 의아하게 느껴진다. 영어로는 둘 다 그냥 defendant 이다. 경우에 따라 민/형 구분을 위해 앞에 civil / criminal이 붙을 뿐..
  • 완전 생뚱맞은 bar이라는 단어에 변호사라는 뜻이 있는 게 의외이다. 미국에서 변호사 시험은 bar exam이라고 하고, ‘대한 변호사 협회’도 영어로 bar association이라고 부른다. 경찰을 police officer 대신 cop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심상이려나?
  • 변호사와 판사는 민· 형사 소송에서 모두 등장하는 반면, 그럼 검사는 형사 말고 민사에서는 별 필요나 존재감이 없는 존재인 건가..??

4. 형벌의 분류

우리나라 법에 규정된 형벌은 방식을 보자면 재산형과 자유형으로 나뉜다. 자격상실· 정지는 명예형에 속하긴 하지만 형법상의 처분보다는 행정 처분에 더 가까워 보인다. 신체형(태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밖에 형벌을 '규모 내지 급'으로 나누면.. 경범죄급과 중범죄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말 그대로 경범죄처벌법의 벌칙이 대부분이며 뒤끝이 없다. 빨간줄이 그인다거나 향후 몇 년 동안 범죄 기록이 조회된다거나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검사가 개입해서 정식으로 기소하고 재판까지 열기에는 너무 자잘하고 사소하고 경미한 영역을 담당한다.

이것을 표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재산형 자유형
경범죄 과료 (과태료,범칙금) 구류
중범죄 벌금 금고/징역

그런데 범칙금이라는 건 정체가 굉장히 모호한 것 같다. 과료나 벌금 같은 부류는 아닌 행정 처벌인데 굳이 과태료와 다른 명칭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5. 범죄 자체에 대한 중독

세상의 강력 범죄들은 우발적이건 계획적이건 대부분 돈 때문에, 또는 여러 방식의 뒤틀리고 비뚤어진 심성 때문에(자기가 무시 당하고 있다는 생각, 욱하는 감정 조절 실패, 너 죽고 나 죽자는 자포자기 등) 벌어진다.

물론, 그 정도 알량한 이유만으로 끔찍한 범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범죄자는 그에 상응하는 형사 처벌을 받는다. 그런데 그 정도 이유나 목적조차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 자체만이 목적이고 오로지 거기서만 짜릿함과 쾌감을 느끼는 이상한 사람도 드물게나마 분야별로 있는 게 현실이다.

(1) 원한을 해소하거나 돈을 뺏거나 다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살인 자체만을 즐기는 거라면 그냥 미친 싸이코패스 쾌락 살인마이다.
국내의 경우 옛날에 “살인을 더 할 수 없어서 우울하고 답답하다. 이럴 거면 날 빨리 사형 집행이나 해 주쇼”로 악명높았던 정 남규 정도가 이 등급일 것이다. 그 사람은 교도소에서 이제 남을 죽일 수는 없으니, 결국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으로 최후를 맞이했다.

(2) 자기한테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고 사흘 굶은 상태도 아닌데 남의 물건을 습관적으로 쓰윽~ 하는 건.. ‘도벽’이라고 말까지 만들어져 있다. 남에게 안 들키고 슬쩍이 성공하면 뭔가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라도 하나 보다. 마치 도박 중독과 비슷하게 말이다.
손버릇이 나쁜 건 어린애부터 성인까지 의외로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3) 그리고 방화도 있다. 10여 년 전에 악명을 떨쳤던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 사건 기억하는 분 계신지? 2014년엔 우울증 기분 탓에 습관적으로 서울 대모산에서 산불을 낸 50대 주부가 검거되기도 했다. 야산이나 건물에 몰래 불을 질러서 활활 타는 걸 보고 그 자체만으로 후련함과 쾌감을 느끼는 극도로 위험한 연쇄방화범 부류도 있다.

도박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처럼 살인, 절도, 방화도 중독이 있는 것 같다. 가해자는 범죄자와 정신병자라는 두 영역에 모두 걸쳐 있는 셈이다.
강간도 중범죄이며 변태 중독자가 없을 리가 없는 분야이다. 하지만 성욕은 식욕 수면욕 배설욕처럼 그나마 인간의 본성에 속하는 욕망이다. 이건 다른 범죄 중독과는 약간 다른 분야로 간주하여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다.

흉악범은 보통 누굴 죽이기 위해서,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살인을 이미 저지른 뒤에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서 불이나 물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 (현장 방화, 또는 자동차 째로 수장..)
하지만 피해자의 시신이 화재 현장에서 발견됐거나 물에서 건져졌다 하더라도.. 현대의 법의학 기술은 사람이 진짜로 화재로 인해 죽었거나 익사했는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이미 죽은 뒤에 거기에 놓인 것인지 정도는 아주 간단히 정확하게 판별해 낸다. 폐에서 검출된 이물질이라든가 시신 표면의 다른 상처들을 보면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06 08:32 2020/06/0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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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V

자가용 자동차 중에서 SUV는 실용성을 강조한 외형이어서 그런지 덩치가 커도 사치스럽다는 느낌이 덜 들며, 반대로 작아도 싸구려 느낌이 덜 드는 것 같다. 비슷한 배기량이나 가격의 세단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SUV는 차량이 차주의 부와 지위라는 편견과 연결된 정도가 덜하다. 그래서 굉장히 무난한 느낌을 준다.

SUV는 동급의 세단 승용차보다 길이가 짧고 높이는 높고 바퀴가 더 크다. 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고, 뒷좌석을 접어서 공간을 더 낼 수도 있다. 자전거를 접지 않고 그대로 실을 수도 있어서 좋다.

2. 친환경 모델

친환경 동력원을 주류로 미는 SUV가 조금씩 출시되고 있는 게 흥미롭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휘발유 내지 디젤 모델이 주류로 먼저 나온 뒤에 같은 차체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모델이 덤으로 나온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코나’는 전기 내지 하이브리드가 덤으로 출시된 경우이다. 그러나 기아 ‘니로’(Niro)는 처음부터 휘발유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 모델로만 나와서 친환경 차량임을 처음부터 굉장히 강조했다.

그 뒤 현대에서는 자기 주특기를 살려서 수소 연료전지 기반 전기 SUV인 ‘넥쏘’를 내놓았다. 수소 엔진으로 일렉시티 버스밖에 안 만드는 줄 알았더니 드디어 더 작은 차량까지 만들기 시작한 게 흥미롭다.
얼마 전에 넥쏘가 달리는 모습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자동차가 VVVF 전동차 구동음과 이렇게 비슷한 소리를 내는 모습은 난생 처음이었다. 매우 신기했다.

순수 전기차는 배터리에 의존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보니, 제조를 위해 자동차 회사의 고유 기술보다는 화학 회사의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더 올라간다. 이는 기존 자동차 회사의 입장에서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 이것 때문에 현대가 미래의 밥줄을 유지하기 위해 수소차를 일찍부터 연구 개발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천연가스만 해도 액화하는 게 장난이 아니게 까다롭고 어렵거늘 그것보다 통제가 더 안 되고 온도늘 더 낮춰야 하는 수소는 뭐.. 아직 갈 길이 멀다.
액체 수소는 우주 로켓의 2단 이상의 엔진에서 연료로 쓰이는 편인데, 수소 연료 전지는 그렇게 수소를 고온 고압(?)에서 태우고 폭발시키는 엔진과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건이다. 연료 전지는 물리 반응이 아니라 화학 반응만으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로켓이 아닌 자동차 수준에서는 수소를 직접 태우는 방식보다는 연료 전지 방식이 더 실용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3. 버튼

2000년대부터 자동차에는 전통적인 열쇠 대신 버튼식 시동 장치가 등장했다. 열쇠가 굳이 스위치에 꽂힐 필요 없이, 열쇠가 차내에 있기만 하면 된다. 그 상태로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ON/OFF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브레이크를 안 밟으면 단순 ON/OFF만 전환)

그 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신기하게도 변속기도 버튼식으로 서서히 바뀌어 간다. 자동 변속기 차량의 특성 중 하나가 P와 D를 오갈 때 불가피· 불필요하게 후진등 램프가 잠시 깜빡이는 것이었는데.. 이런 아마추어 같은 특성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래도 재래식 열쇠와 시동 스위치, 그리고 심지어 수동 변속기도 완전 깡그리 멸종한 건 아니며 최하위 모델의 깡통 사양에서는 남아 있는 듯하다.

4. 자동 변속기 차량이 시동이 꺼질 수 있는가?

올해 초에는 나름 비싼 고급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가 산길에서 전복 사고가 난 것이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처음에 운전자의 주장은 급발진을 수습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차량을 전복시켰다는 것이지만 블랙박스 영상을 보니 그게 아니고 그냥 개인의 운전 미숙 때문이었다.

당사자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무개념 김여사 발언(거기 직원 3명을 짜르고, 사고를 겪은 나에게 위자료와 함께 제네시스 G80을 보상으로 달라??? ㄲㄲ)은 무척 병맛이지만, 문제의 핵심은 차가 전진 중일 때 실수로 후진 기어를 넣었을 때 차가 어떻게 동작하는 게 바람직하냐 하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수동 변속기 차량이 기어를 잘못 넣어서 엔진에 과부하가 걸려 시동이 꺼지는 건 흔한 현상이다. 자동 변속기는 그런 현상이 없어서 좋다. 그런데 같은 방향의 고단 저단이 아니라 아예 엔진과 변속기의 진행 방향이 엇갈려 버리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 영화 타이타닉을 보니 빙산과의 충돌 위기 때문에 배를 필사적으로 감속할 때는 엔진을 역추진 시키고 피스톤이 아예 반대 방향으로 돌기도 했더라만.. 걔는 증기 기관 외연 기관이다. 요즘 자동차 엔진은 피스톤의 회전 방향이 반대가 됐다가는 큰일 난다.

자동 변속기는 고/저단 변속을 잘못 했다고 시동이 꺼질 일이 없는 게 장점인데 그게 아예 전진과 후진조차 잘못 지정된 것까지도 감안해서 동작할 필요가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그것까지 감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국의 다른 차들이 다 그걸 감안해서 동작한다면, 국산차도 제품 경쟁력과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그런 솔루션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요즘 차들은 신호 대기 정차 중일 때 N 상태를 자동으로 흉내 내고, 심지어 시동까지 잠시 꺼 주는(ISG) 기능까지 도입돼 있다. 그런데 신호 대기가 아니라 내리막에서 변속 잘못으로 인해 시동이 꺼지는 건 차의 변속기는 보호해 주겠지만 탑승자까지 보호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차 시동이 꺼지면서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공급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바퀴로 동력 공급을 끊은 중립으로라도 유지돼야지..

그리고 그런 안전 장치가 있건 없건, 운전할 때 전· 후진 변속은 차가 완전히 선 상태에서 해야 안전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철칙이다.

5. 통신 장치

(1) 그러고 보니 1990년대 승용차들은 라디오를 틀 때면 차 뒤쪽에서 길쭉한 안테나가 무슨 삼단봉처럼 쓰윽 올라가고, 라디오를 끄면 안테나가 다시 내려갔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자동차는 기술이 좋아졌는지.. 그런 길쭉한 작대기가 아니라 뒤에 상어 지느러미 같은 짤막한 안테나로 끝이다. 자동차용이다 보니 안테나도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2) 터널 안에는 라디오의 음질이 AM/FM별로 어찌 됐더라..?? 아무래도 음질은 FM이 더 좋았다. 인공위성으로 송출되는 텔레비전은 화면이 나오지 않았고 말이다.

(3) 옛날에는 버스에서 텔레비전이 비치되어서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전파 수신 영상을 시청하는 게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아시다시피 넘쳐나는 게 디지털 영상이고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정작 아날로그 라디오를 청취할 수는 없고.. 굳이 라디오를 들으려면 인터넷 데이터를 써서 강제로 디지털로 바뀐 신호를 들어야 한다.

(4) 블랙박스도 스마트폰 같은 타 기기와 연계해서 날짜 시각 동기화 기능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근본적으로 순정품이 쓰이지 않고 통신 기능도 없는 폐쇄적인 기기이다 보니 21세기답지 않게 사람이 불편하게 수동으로 날짜 시각을 맞춰 줘야 한다.

6. 자동차의 공기 필터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외출할 때 마스크를 끼는 게 무조건적인 필수가 됐다.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공공장소에 들어갈 때 체온 측정을 하는 건 음주 측정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됐다.

그 전에는 마스크라는 건 가끔씩 중공 발 중금속 미세먼지가 너무 짙어졌을 때 호흡기를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물건이었다(입력 차단). 즉, 그 마스크는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며, 끼지 않으면 자기가 손해였다. 그리고 공기가 상대적으로 맑은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됐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는 미세먼지 마스크와는 용도가 완전히 정반대이다. 이건 이미 감염돼 있을지 모르는 사람의 날숨과 타액 비말(미세한 물방울)이 퍼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출력 차단용이다.

그러니 이제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자기가 남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그리고 원칙대로라면 실내에서도 써야 하며, 주변에 사람이 없거나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벗을 수 있다.

한편, 자동차는 기계이니 사람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는 않지만.. 공기가 미세먼지 불순물 때문에 탁한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동차에게도 절대로 좋지 않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틀었을 때 퀴퀴한 냄새가 나면 사람들은 공기 필터를 교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자동차에 공기 필터라는 건 두 종류가 있다. 흔히 생각하는 객실(cabin)용 공기 필터뿐만 아니라 엔진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거르는 필터도 있기 때문이다.

엔진용 공기 필터는 우리 생각보다 자동차의 수명에 기여하는 것이 많으며 매우 중요한 부품이다. 사람이 끼는 ‘미세먼지 마스크’의 자동차 버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흙먼지 등의 불순물이 많이 낀 공기가 실린더 안으로 들어가면 전부 불순물 찌꺼기가 돼서 배출되지 않고 남는다. 그래서 엔진을 더럽히고 출력과 연비를 깎아먹고 온갖 탈을 일으킨다. 사람으로 치면 호흡기와 순환기에 질병이 생기는 것과 같다.

환경이 위생적이지 못했던 옛날에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지금보다 매우 짧았다. 자동차도 안전 벨트나 안전 유리가 없던 시절에는 비포장 도로에서 정말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저속 주행 중에 사고가 났는데도 탑승자의 사망· 중상이 속출했다.

그리고 그것처럼.. 초창기에 공기 필터가 없던 시절에는 엔진의 고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잦았다. 한 2~3000km 정도만 구르고 나면 엔진 내부가 끔찍하게 더러워져서 진지한 정비 없이는 더 운행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게 공기 필터가 도입되면서 엔진 수명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 기술이 발달해 왔다. 그렇잖아도 자동차의 동력원이 외연 기관(증기)에서 내연 기관(휘발유/디젤)으로 바뀌면서 효율과 성능이 크게 향상됐지만, 엔진의 내부 구조가 훨씬 더 복잡해지고 연료와 공기에 대해 요구하는 민감도도 크게 올라갔다. 아무거나 대충 집어넣어서 불 때서 물만 끓이면 되던 시절을 생각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런 경향은 자동차에 더 정교하고 복잡한 연료 분사 기술과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도입될수록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자동차에는 공기 필터뿐만 아니라 연료 필터라는 것도 진작부터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필터들은 마치 엔진오일처럼 소모품이다.

7. 자동차의 이상 징후

자동차가 오랫동안 정비를 받지 않으면 주행 중에 여러 형태로 외형적인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방향지시등 램프가 일부 고장 나면 내부의 전기 저항이 줄면서 깜빡거리는 주기가 몹시 짧아진다. 일부 버스나 트럭이 그런 상태가 된 것을 본인은 몇 번 본 적이 있다.

  • 배터리에 이상이 없는데도 가끔씩 시동이 잘 안 걸리거나 건 뒤에도 자동차가 부르르 떨리고 회전수가 불안정하다면.. 점화 플러그가 수명이 다 된 것이다.
  • 급브레이크가 아닌데 제동 중에 하이톤의 ‘끼익~’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건 브레이크 패드가 오늘 내일 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저런 소리가 안 나야 정상이다.
  • 공회전 중에 ‘두두두두.. 드드드드~’ 소리가 깊고 강렬하게 들리는 것은 노킹 현상이며 이건 심각한 문제이다. 조속히 엔진 정비를 받아야 한다.

그것 말고도 엔진 작동 중에 주기적으로 하이톤의 ‘휙휙휙.. 끌끌끌..’ 소리가 들리는 것은 팬 벨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자동차 엔진의 회전력은 바퀴 구동축에만 걸려 있는 게 아니라 배터리 발전기, 냉각수 순환 펌프, 에어컨 압축기, 브레이크와 파워 스티어링 등과도 몽땅 연결돼 있다. 그래서 엔진을 돌리는 건 생각보다 몹시 빡센(?) 일이며, 시동을 끄면 엔진은 관성이고 뭐고 없이 회전이 순식간에 멈춰 버린다.

이런 부하가 걸려 있는 회전축을 1m 길이 기준 수십 kg의 토크로 분당 수천 회 회전시키는 것이 자동차 엔진의 위력이다. 그리고 엔진 브레이크는 바로 이런 부하를 이용해서 차의 속력을 줄이는 테크닉이다.

팬 벨트는 차를 직접 굴러가게 하는 구동축을 제외하고 엔진의 힘이 필요한 다른 모든 기계에다 동력을 전해 주는 매체이다. 여기에는 차내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도 포함된다.
그런데 이게 끊어지면 에어컨이 안 나오거나 브레이크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잠시 후 배터리가 방전되거나 엔진이 과열되거나.. 아무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앙이 발생하면서 차는 더 주행할 수 없게 된다. 엔진 오일만치 자주는 아니지만 점화 플러그나 브레이크액, 배터리, 타이어와 얼추 비슷한 주기로 점검하고 교환할 필요가 있다.

변속기 중에서는 CVT가 팬 벨트와 같은 재질은 물론 아니지만 푸시벨트라는 벨트 비슷하게 생긴 부품이 핵심 매체이다. 수동 변속기는 톱니바퀴이고 자동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와 오일인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03 08:35 2020/06/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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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이, 현금, 베리칩

옛날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사무 자동화(OA)라는 말이 등장하고 재택 근무, 그리고 종이 없는 사무실이 대세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2020년대가 된 지금 생각해 보면, 기업의 분위기가 그 정도로 파격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또한 많은 서류와 문건들이 전산화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와 별개로 종이는 여전히 건재하며, 소모가 오히려 더 늘었다고 한다.

다만, 그런 종이 말고 현금은 옛날에 비해 확실히 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카드로도 모자라서 스마트폰으로 금전 거래가 곧장 되니 평소에 아예 지갑조차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런 신분증과 카드 따위가 궁극적으로는 신체 내부에 통째로 이식될 것이고, 그것이 짐승의 수 666에 이마의 표 베리칩이 될 것이고 어쩌구...는 이미 1980년대 정보화 시대 운운할 때부터 일각에서 많이 떠들던 사항이었다. 바코드 음모론하고 같이 덩달아서 말이다.

글쎄, 저것들이 정말로 신체에까지 들어갈까? 난 단정적으로 예측하지는 못하겠지만 좀 회의적이다.
물론 난 과거에 "블로그가 있는데 굳이 SNS가 필요할까? 디지털 카메라를 쓰면 되지 왜 휴대전화에다가 어설프게 카메라를 달아?" 이랬을 정도로 극도로 고지식한 사람이기 때문에 미래를 보는 안목은 별로 없다. 그러니 내 예측이 딱히 믿을 건 못 되겠지만, 난 겨우 저런 게 성경이 말하는 짐승의 표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게 실제로 등장할 가능성도 별로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2. 삐삐와 팩스

난 지금은 주류에서 밀려난 1990년대의 과도기적 문명의 이기(?)들 중에 삐삐와 팩시밀리는 제대로 접한 적이 없다.
삐삐는 그 당시에도 좀 노는 애들(?)은 10대 나이에도 썼던 것 같은데 본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물건이었다.

팩스는 그 시절에 직장 생활을 안 했으면 더욱 접할 일이 없고.. 요즘은 스캐너, 프린터, 복사기 복합기가 많지만 그 시절에 사무용 복합기에는 프린터와 팩스 복합기도 응당 포함돼 있었다. 아래아한글 도스용에는 문서를 팩스 발송용으로 인쇄하는 기능이 전화번호부 기능과 연계하여 존재했었다.

일본에서는 가정에도 팩스가 많이 보급돼 있었다고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 어디로 팩스를 보내려면 동사무소 같은 데라도 가야 했다. 요즘이야 이메일로 pdf를 보내면 끝이지만.. 전화선 기반의 올드 아날로그 레거시인 팩스도 마치 모스 부호 전신· 전보만큼이나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고 있다.

3. 과거의 문명의 이기

(1) 요즘은 군대 내무반에서조차 에어컨이 설치된다고 하지만, 본인은 학교 교실과 기숙사 수준에서 딱히 에어컨 구경을 못 하고 학창 시절을 마쳤다. 교실 천장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던 천장 설치형 선풍기의 기억이 지금도 선하다.
다만, 혼자서 대중교통을 활발히 이용한 것은 21세기의 대학교 입학 이후이다. 버스와 열차, 지하철 따위에는 모두 에어컨이 장착되어 있었다.

(2) 대학교 기숙사의 경우, 내가 딱 졸업하고 난 뒤 이듬해부터 조금씩 에어컨이 설치됐다고 들었다. 그리고 10Mbps이던 네트워크 속도가 연구실부터 100으로 증속됐는데, 이 역시 기숙사에는 본인이 졸업한 뒤부터 소급 적용되었다.

(3) 본인은 컬러 레이저 프린터라는 걸 가정에서 실물로 보는 날이 올 거라고 감히 생각하지 않았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레이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기계들이 얼마나 비쌌던가? 레이저 프린터, CD writer 따위.. 그랬는데 2000년대 이후부터 이것들이 경이로울 정도로 가격이 내려가고 흔한 물건이 됐다.

4.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공간의 확장

21세기에 들어서면서..

  • 유니코드 문자 영역은 16비트 공간이 부족해져서 대략 21비트 남짓한 크기의 확장 평면이 등장했다. 확장 평면 영역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문자는 한자와 이모지이다.
  • 컴퓨터 메모리는 4GB라는 32비트 공간이 부족해졌고 64비트 CPU로 물갈이됐다.
  • 인터넷 주소는 역시 IPv4라는 약 40억 개에 달하는 32비트 공간이 부족해져서 이를 대체하는 128비트짜리 IPv6가 등장했다. 하지만 IPv6는 등장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PC에서는 보급이 더디며(그냥 공유기로 기존 주소를 유동적으로 쪼개서 쓰는 편법..), 모바일에서나 주로 쓰이는 중이다.

IPv6의 도입은 마치 유니코드의 도입만큼이나 매우 fundamental한 변화이며, 15년쯤 전의 x64 CPU와 비슷한 물건처럼 느껴진다. IPv6의 지원을 위해 재래식 소켓 API에서 각종 구조체나 함수가 바뀐 부분들은 마치 64비트 지원을 위해 PE 실행 파일 포맷의 각종 필드가 확장된 것, Windows API가 일부 확장된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님하의 브라우저는 HTML5를 모두 지원합니까?" 테스트 사이트가 있는 것처럼 "님하의 컴퓨터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IPv6을 지원합니까?" 테스트 사이트도 있다.

IPv4 시절엔 주소를 구성하는 숫자를 무조건 10진법으로 적었던 반면, IPv6에서는 그런 것 없고 16진법으로 적는다.;; 그런데 원래 포트 번호를 구분할 때 쓰던 콜론을 왜 주소 번호의 구분자에다가 도입해서 괜히 사람 헷갈리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약간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사람이 직접 취급하는 번호인 자동차 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도 공간이 부족해서 난리이다. 자동차 번호의 경우, 자가용 승용차에 지역 표기가 생략되면서 공간이 더욱 부족해졌는데, 결국 앞자리 번호가 3자리로 확장되기에 이르렀다.
휴대전화 번호는 일명 국번이라고 불렸던 앞자리 번호가 진작부터 4자리였지만, 접두사가 010으로 몽땅 통합되면서 공간이 더욱 부족해져 있다.

5. 인터넷 속도와 동영상의 화질 향상

오늘날은 컴퓨터의 속도가 1990년대만치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지는 않지만.. 인터넷은 무선화 후에도 무슨 약을 빨고 이렇게 속도가 사기적으로 빨라져 왔는지 경악할 지경이다. 물론 이런 속도는 로컬 말단에 있는 컴퓨터의 CPU, 램, 디스크의 속도도 받쳐 준 덕분에 실현 가능해진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 덕분에 요즘 노트북들은 광학 드라이브를 기본 장착하지 않고 있는데, 심지어 유선 이더넷 단자조차 생략하는 추세이다. 그냥 무선 와이파이만으로 충분하다고.. 요즘 승용차들이 스페어 타이어를 생략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 같다.

가로 해상도가 1000을 넘어가는 고화질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날이 올 줄 감히 상상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요즘은 해상도만 올라간 게 아니라 초당 프레임 수까지 모니터의 주사율에 근접하는 60hz에 달하는 동영상도 올라오고 있는데.. 화면이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게 곧바로 티가 난다. 심리적으로 좋은 인상을 준다.

사운드에다 비유하면 해상도가 올라가는 건 단위 시간당 sampling rate가 올라가는 것이고, 프레임 수가 올라가는 건 샘플링의 정밀도 자체가 겨우 8비트이던 것이 16비트나 그 이상으로 올라간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옛날에 아날로그 필름 기반의 영화는 100여 년 전에 정해졌던 초당 24프레임을 벗어난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난 들어 본 적이 없다.

6. 켈빈의 빗나간 추측들

오늘날 '켈빈 경(남작?)'이라고 불리는 윌리엄 톰슨(1824-1907)은 전기와 열역학 쪽으로 많은 업적을 남긴 영국의 수리물리학자이다. 절대온도의 단위인 켈빈(K)이 바로 이 사람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본명이 아닌 작위의 이름이 단위 이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훗날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오류 내지 단견으로 판명된 비관적인(?) 어록을 유난히 많이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아마 제일 유명한 건 "공기보다 무거우면서 하늘을 나는 기계라는 건 절대로 존재 불가능하다"이지 싶은데, 알고 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다.

왕년에 맬서스라는 사람이 인류가 앞으로 식량 부족에 허덕일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켈빈 경은 아예 인류가 산소 부족으로 인해 멸망할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리고 물리학이라는 학문은 이제 나올 게 다 나왔기 때문에 앞으로 실험 측정값의 소수점 아래를 다듬는 보정밖에 할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산소 부족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어록들은 딱 20세기 초에 비행기가 발명되고 양자역학이란 게 태동하면서 전부 버로우 타게 됐다. 마치 생물학이 분자생물학이란 게 등장하면서.. 예전처럼 생물들 생태를 관찰하고 종류 분류나 하던 시절하고는 완전히 딴판의 학문으로 변모했듯이 말이다.

나중에 비행기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에 대해서도 발전 전망과 활용 가능성에 대해 굉장한 단견(..)을 남긴 유명인사들이 등장했지만 켈빈은 그런 것까지 보지는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 그런 것 관련 어록은 없다.
아, 비행기의 경우, 아까 같은 존재 가능성 말고.. 그 다음으로 "그게 군사용으로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냐" 같은 거 말이다.

그렇게 단견을 남긴 사람들도 그 시절에는 다 왕창 똑똑하고 자기 분야에서는 전문가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켈빈은 여느 과학자 이상으로 유난히도 "내가 나루토를 보고 있는데 느낀 게...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스러운 포스가 느껴진다.;; =_=;;

7. 창작물

지금까지는 인류가 이룩한 무시무시한 기술 문명에 대한 회고와 찬사 위주로 글을 썼는데, 그럼 다음으로 그 기술을 기반으로 인류가 만들어 낸 각종 문화 컨텐츠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겠다. 영화, 게임, 음반 같은 것 말이다.
과학 기술에 대해 이제 나올 거 다 나왔다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돌았던 것만큼이나, 일각에서는 문화 컨텐츠에 대해서도 그 이상으로 이제 나올 것 다 나왔다는 회의론을 제기한다.

본인은 그 관점에 어느 정도 조심스럽게 동의한다.
1990년대, 그리고 길어야 2000년대까지가 뭔가 중흥기였고, 그때 이후로는 분야 불문하고 이렇다 할 명작이란 게 나오지 않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냥 기존 명작 히트작의 리메이크만 할 뿐이다.

게임은 딱 세기말에 나왔던 스타(RTS), 둠과 퀘이크(FPS)를 능가할 작품은 나올 것 같지 않고 이젠 나올 수도 없어 보인다. 그 장르 자체가 많이 쇠락했으며, 고인물 썩은물이 됐다.

SEGA, id, 블리자드 등 어느 개발사들을 살펴봐도 8-90년대를 풍미했던 왕년의 스타 개발자가 2010년대 이후까지 계속해서 스타인 경우는 없다. 특히 요즘 블리자드가 이렇게도 많이 망가지고 몰락할 줄은 몰랐고 개인적으로 놀랐다.
이 업계는 그만큼 기술의 상향 평준화 속도와 컨텐츠의 소모 속도가 너무 빨라서 가히 개발자의 무덤이 된 것 같다. 이 교착 상태를 어찌 돌파할지 게임 개발사의 경영자들의 고민이 클 것 같다.

앞으로 타이타닉, 라이온 킹,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급의 명작 영화가 또 나올 가능성이 있을까? 여명의 눈동자, 태조 왕 건 같은 명작 드라마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특별히 우리나라는 2000년대가 국산 영화의 중흥기였다고 일컬어진다. 그리고 일반 음반은 잘 모르겠지만 CCM 분야는 딱 90년대가 중흥기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1990년대가 완전 리즈 시절이었고(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져 보면, 1800년대 말~1900년대 초에 유럽이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빅토리아 시대니, 벨 에포크, 스팀펑크 세계관이 하는 말이 나돌았는데.. 그로부터 100년 뒤인 190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대해서도 비슷한 향수와 회상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약간 옛날인 1980년대에 대한 회상은 이미 ‘쿵 퓨리’가 너무 병맛스럽게 해 놓았고 말이다.

8. 미래에 대한 불가지론

난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직접 겪었던 사건들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것,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아서 never be the same again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것은 다음 셋이라고 본다.

  • IMF(1997~98): 정리해고, 구조조정, 노숙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9· 11 테러(2001): 온통 장밋빛 꿈으로 가득하던 21세기가 이렇게 시작될 줄 누가 예상했겠나? 그 뒤 이라크 전쟁,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강화된 항공 보안..
  • 코로나바이러스(2020): 올림픽 연기, 오프라인 예배 반토막.. 가히 전무후무하다.

저 셋보다는 임팩트가 덜하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느꼈던 사건들은 2010년대에 있었다.

  • 일본 천황과 로마 교황의 이례적인 생전 퇴위 선언: 20세기 히로히토(쇼와)의 존재감을 능가하는 천황이라든가, 요한 바오로 2세의 임팩트를 능가하는 교황은 앞으로 글쎄.. 가까운 미래엔 나오지 않을 것 같다.
  •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 시기를 거의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바꿔 버린 대통령 탄핵 소추 파면 사건
  • 2차 세계 대전 이후 거의 처음으로 강대국들의 군사력을 한데 단결시켰던 ISIL 집단. 그래도 얘들은 허세 부리던 것과 달리 다행히 다 소탕· 토벌된 모양이다.

“인간이 달에 갔다가 돌아오는 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같은 말은 반박되었다. 그러나 “21세기쯤에 인류는 달이나 화성에 우주 식민지를 건설해 있을 것이다”는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거야말로 소설에서나 가능한 요원한 일이다.
그것처럼 세상일은 정말 알 수 없고 인간은 한 치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것 같다. 198, 90년대에 2020년을 배경으로 설정하고 소설을 썼던 사람들, 세기말에 온갖 종말 음모론을 주장했던 정치 진영 종교 진영들이 이런 상황을 과연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앞으로 또 무슨 기막힌 과학 연구 성과가 나오고 무슨 발명품이 등장할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궁극적으로 어찌 될지, 북한 김 정은이 언제 죽을지, 도쿄 올림픽이 내년에라도 개최 가능할지 아니면 질질 끌다가 결국 제일 안습하게 취소로 귀착될지, 그것도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세상에는 신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인간이 알 수 없다는 견해를 골자로 하는 '불가지론'이라는 종교관이 있다.
뭐, 본인이야 성경을 믿기 때문에 유신론이냐 무신론이냐를 두고 고민하지는 않는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야말로 확실하게 불가지론이 성립하는 영역인 듯하다.

그러니 세상 소식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말세다 말세"라든가 "요즘 젊은것들은 말야" 같은 말을 함부로 내뱉지 말고(저런 말은 무려 몇천 년 전부터 나돌았던 드립!) 그 대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아 맞아,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정말 그랬어. 세상이 다 끝나는 줄로만 알았어~!" 같은 영원의 관점에서 큰 그림을 떠올리며 사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성경적인 기독교 세계관은 그런 관점의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5/31 08:33 2020/05/3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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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날개셋 한글 입력기와 타자연습의 새 버전이 나왔다.
한글 입력기의 32비트 배포 패키지가 드디어 날개셋 타자연습보다도 덩치가 더 커졌다.
타자연습이야 게임의 리소스와 MFC 라이브러리의 오버헤드 때문에 큰 편이었는데 입력기는 정말 순수하게 내가 작성한 코드와 내가 준비한 데이터만으로 덩치가 이렇게 커졌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라는 걸 만들어 온 게 고3과 대학 시절 이래로 어언 20년이 됐다. 내 인생의 20대, 30대 나이와 함께했다.
한글 입력기뿐만 아니라 한글 글꼴도 새로운 걸 만들고 싶은 게 있는데 입력기만 너무 오래 끌었다. 그래도 덕분에 옛날에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입력기를 더 발전시키기도 했다. 10.0을 찍고 나니까 이제는 너무 터무니없이 거창한 것 말고는 프로그램을 만들 만치 충분히 다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1. 조합 안에 조합 생성 입력 도구에 문자열 자동 완성

지난번 개발 근황글에서 짤막하게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10.0 버전에서는 '조합 안에 조합 생성' 입력 도구에 후보 문자열의 뒷부분 자동 완성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 입력 도구가 수행하는 기능이 무엇인지를 감안한다면 진작에 들어갔어야 할 기능인데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 입력 도구가 처음 도입된 건 2년 전의 9.3부터!!)

자동 완성 단축키는 tab/shift+tab 계열, 또는 ctrl+space 이렇게 두 종류이다. Windows와 유닉스 계열의 명령 프롬프트에서 경로/파일을 자동 완성해 주는 tab 키, 그리고 Visual Studio 개발툴에서 명칭을 자동 완성해 주는 ctrl+space 이들의 동작에서 모티브를 따서 다음과 같은 형태로 동작이 구현되었다.

후보 목록에 다음과 같은 문자열이 있고, 사용자가 a 또는 aa까지 입력했다고 치자.

aabbccccc
aabbdd
aabbddee

이 상태에서 ctrl+space를 누르면 후보 목록들의 공통 접두사인 aabb까지가 자동 완성된다. 이런 공통 접두사가 없는 상태에서 또 ctrl+space가 들어오면 그냥 맨 앞 또는 선택막대가 가 있는 문자열이 자동 완성된다.
물론 aabb 상태에서 d를 수동으로 입력한 뒤 ctrl+space를 누르면 dd와 ddee가 순서대로 완성된다. 즉, ctrl+space의 관점은 순차적인 진행, 전진이다.

그 반면, aa까지 친 상태에서 tab을 누르면 곧바로 맨 앞 항목인 aabbccccc가 자동 완성된다. 또 tab을 누르면 aabbdd, aabbddee의 순으로 순환하게 된다. shift+tab은 역순으로 순환한다.
tab/shift+tab의 결과로 인해 입력 중인 문자열이 달라지고 후보 목록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상태에서 ctrl+space를 눌러서 추가적인 전진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후보 목록은 알파벳 순서뿐만 아니라 타자 길이가 짧은 것도 우선시해서 출력되는 반면, 이 tab 순환은 전전으로 사전 순으로만 진행된다.

사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영단어나 한자 새김 입력 정도만으로는 자동 완성 기능이 그렇게 막 유용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자동 완성을 하느니 후보 목록에 n순위로 뜬 항목을 번호로 곧장 선택하는 게 더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입력 도구에서도 명령 프롬프트(터미널)나 개발툴 에디터 같은 정도의 최소한의 편의 기능은 있어야겠다는 논리적 당위성 때문에 이 기능이 구현되었다.

참고로 자동 완성은 '새김으로 한자' 또는 '영단어' 입력일 때만 가능하다. '한글 단어를 한자로' 변환은 유일하게 자동 완성 기능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입력한 한글보다 더 긴 길이의 한자어를 제시하는 동작이 없는 관계로, 자동 완성이라는 걸 제공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2. 한자 관련: 한글 독음 표시

UI에서 한자의 훈과 음을 표시할 때, 호환용 한자(독음의 바리에이션)에 대해서는 원래 한자의 음이 같이 병기되게 했다. '요'뿐만 아니라 '이, 인, 여, 노, 난, 열' 같은 글자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결과를 볼 수 있다. 한국어의 두음법칙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므로 외국 사이트 같은 데서 한자를 입력할 때는... 이 글자보다는 가능한 한 {}로 둘러싸여 있는 음에서 동일 모양의 글자를 찾아 입력하는 것이 권장된다. 호환용 한자는 마치 UTF-8 텍스트의 BOM만큼이나 장기적으로는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 deprecated 요소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이미 잔뜩 구축된 호환용 한자들과 기존 한글 IME들의 동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들이 호환용 한자들을 알아서 정규화해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먼 옛날 KS X 1001 상용 한자에서 서로 다른 독음에 대해서 똑같은 한자를 중복 배당한 것부터가 편법이고 원죄이긴 하지만... 그 시절에는 그렇게라도 해서 한자에 담긴 독음 정보를 보존해야 할 필요 또한 있었다.

그런데 金의 경우 도대체 왜 '성 김'이 본가이고 '쇠 금'이 호환용 한자로 연결되었는지, 不도 왜 '부'가 본가이고 '불'이 호환용인지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날개셋은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마소의 데이터를 따르고 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가'에 대해서 家부터 먼저 시작하는 마소 특유의 한자 빈도수 데이터부터가 출처가 무척 궁금해진다.

3. 부수로 한자 입력

(1) '부수로 한자 입력' 도구가 "한중일 통합 한자 확장 B, C, D"에 있는 U+20000 ~ U+2B81D 사이의 약 47000자에 달하는 한자들의 부수까지 추가로 조회해서 입력할 수 있게 했다. 단, 우클릭 메뉴에서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독음으로 한자를 입력하는 건 기본적으로 4888 상용 한자만 가능하고, 편집기 계층에 있는 '확장 한자 옵션'을 선택하면 BMP 영역 것까지 모두 가능해진다.
그 반면, 부수로 한자 입력은 기본적으로 BMP 영역이 가능하고, 별도의 옵션을 선택하면 확장 평면 것까지 사용 가능해진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서 확장 평면 한자는 짙은 초록색으로 표시된다. 지금까지는 이 색깔을 볼 일이 거의 없었지만 앞으로 "부수로 한자 입력 도구"에서 이 색깔을 적극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용 룡(龍) 자가 4개 붙은 그 극악의 64획짜리 한자(U+2A6A5)도 드디어 입력할 수 있다.

물론 확장 평면 한자들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 엔진이 공식 지원하는 한자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한자들은 훈과 음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내가 보아하니 저 많은 확장 평면 한자들은 출처가 대체로 옛 문헌들인 것 같다. 기괴한 모양의 글자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그렇다고 간체자 스타일의 획이 그려진 글자는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듣기로 CJK 확장 한자가 벌써 E, F, G에까지 도달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아직까지 추가할 게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도 처음으로 확장 평면이란 걸 개척하면서 무려 4만 자가 넘게 한꺼번에 추가됐던 확장 B가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C와 그 이후 영역들은 B보다는 규모가 훨씬 작으며, 수백~수천 자씩만 추가되고 있으니 말이다.

한중일 통합 한자 확장 E, F, G 따위도 데이터가 공개돼 있으니 지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 영역은 당장 Windows 10에서도 글꼴이 기본 제공되지 않아서 글자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으니, 내 프로그램에서도 지원할 필요를 아직 느끼지 않는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한글 입력이 전문이지 굳이 이런 '부가적인 기능'을 운영체제보다 더 앞서 지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나중에 데이터 파일만 업데이트 하면 프로그램 코드를 수정하지 않아도 D 이후의 확장 영역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게 준비는 시켜 놓았다. 지원하는 확장 한자의 전체 개수를 하드코딩해 놓지 않고 파일로부터 값을 런타임으로 얻는 변수 형태로 처리했다는 뜻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모지 문자표도 이번 기회에 데이터 파일을 수정하면 동물, 자연, 음식, 활동 같은 카테고리까지 확장 가능하게 구조를 수정했다. 이모지도 마치 한자처럼 새로운 게 계속 추가되고 있는 영역이니 말이다.
이모지 문자표 내지 입력기를 제대로 만들려면.. 얼굴 이모지에서 피부색 바리에이션을 선택하는 UI도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건 현재 그냥 생략하고 있다.

(2) 확장 한자 지원 얘기가 좀 길어졌다만, 깨알 같은 변화가 하나 더 있다.
현재 얘는 부수를 클릭했을 때 보다시피 근처의 총획수가 동일한 부수들이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기능이 진작부터 존재했다. 그런데 현재 선택된 부수와 동일한 부수 소속인 글자들은 획수와 무관하게 하늘색으로 더 먼저 구분되어 표시되게 했다. 예를 들어 己를 선택했다면 巳와 已, 田을 선택했다면 由, 申, 甲, 그리고 4획의 王을 선택했다면 5획의 玉도 같이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왼쪽에 하늘색으로 흩어져서 표시된 그물 망 제부수자들을 볼 것)
적용해 보니 굉장히 편리하다. 이런 동작을 왜 지금까지 생각을 못 하고 있었나 모르겠다. 간체자까지 생각하면 획수가 다른 동일 부수 바리에이션이 더 많이 존재한다.
이 기회에 오리지널 제부수자보다 획수가 적은 제부수자들의 획수가 잘못 기재되어 있던 것들도 바로잡았다. 15년~20년 전 유니코드 DB에는 데이터가 잘못돼 있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같은 한자의 획수 세는 방식도 절대 고정불변이 아니라 한국 중국이 서로 차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1획으로 볼지 2획으로 볼지 굉장히 모호한 획 말이다.
중국이 대체로 획수를 더 적게 세는 쪽으로 바뀐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간체자로 형태가 완전히 바뀐 것 말고 동일한 한자가 말이다.

4. 허용 한글 범위 제약 기능 관련

(1) '현대 한글만 허용'이라는 간단한 기능이 추가됐다. 현대 한글 자모는 미완성 한글 형태라도 입력을 허용하지만, 초중종 중 어디라도 옛한글이 포함된 채로 두 성분 이상 결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옛한글 낱자는 단독으로만 입력과 결합을 허용한다. 언뜻 보기에 간단하지만 기존 오토마타나 다른 제약 기능을 이용해서 쉽게 구현 가능하지 않다고 여겨져서 이것만 직통으로 수행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2) '지정된 파일에 들어있는 한글' 기능에 지금처럼 데이터를 파일 경로로 지정하는 외장형뿐만 아니라, 데이터 자체를 직접 갖고 있는 내장형으로도 동작하는 옵션을 추가했다. 그래서 이름도 '지정된 파일' 대신 더 범용적인 '지정된 데이터'로 바꿨다.
입력을 허용하는 한글의 수가 수십~수백 자 수준으로 아주 적거나 "현대한글 + 아주 소규모의 옛한글" 이런 식이어서 데이터가 작다면.. 번거롭게 외부 파일을 준비할 필요 없이 내장형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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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편집기의 색상 구성표

편집기에서 텍스트 편집창의 색상을 설정하는 UI에.. 다음과 같이 다양한 색상 구성표들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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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호박색, 터미널 이렇게 어두운 그룹은 과거에 흑백 모니터를 사용하던 경험을 고스란히 재현해 줄 것이다. 날개셋 편집기는 그렇잖아도 옛날 추억의 한글 글꼴들을 한데 구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색깔까지 복고풍 configuration을 제공하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도스용 에디터, 칠판, 아래아한글 1.x 색상은 오래 전부터 제공되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아래아한글이 인지도가 없으니 영문 명칭은 무의미한 HWP 1.x 대신 그냥 시원한 바다색 Ocean이라고 바꿨다.

그리고 밝은 그룹인 레몬, 연보라, 베이지는 쌩 white보다 눈부심이 덜하고 편하기 때문에 역시 쓸모가 있을 것이다. 요 색깔들은 macOS의 터미널에서 제공되는 색상을 차용한 것이다.
이런 색상들을 간단히 가져와서 쓸 수 있는 것은 날개셋 편집기의 활용성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6. 외부 모듈에 보정 옵션 추가

바로 며칠 전에 어느 사용자께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Windows Terminal이라는 메트로 앱에서 조합 중인 글자가 자꾸 덧나면서(ㄱ가ㄴ나ㄷ다 같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는 버그 신고를 하셨다.
이미 존재하는 보정 기능으로는 “ㄱ가나다”까지는 바로잡을 수 있지만 첫 글자가 덧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프로그램도 IME로부터의 문자 입력 접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버그가 있다. 조합을 끊어서 전하든 기존 조합을 늘이고 옮겨서 전하든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는 아무 차이가 없는 게 맞는데.. 한편으로는 마소 IME는 괜찮은데 또 내 프로그램만 저러는 이유는 알 길이 없다.;;
이 때문에 프로그램과 통신하는 방식에 옵션이 하나 더 추가됐다.

예전부터 있었던 A 방식과 B 방식은 “연속 입력”에 대해서 기본 방식 또는 대체 방식을 지정하는 것이었다.
이번 10.0에서는 “최초 입력”에 대한 방식도 세분화됐다. Windows Terminal의 오동작을 해결하려면 두 입력에 대해 모두 “대체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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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타자연습과 세벌식 파워업

입력기는 그야말로 0.1 이상으로 굉장히 많은 것이 바뀐 반면, 타자연습은 작년 여름에 나온 3.9 이후로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입력기 10.0과 함께 타자연습도 4.0으로 같이 올라가면 참 좋았겠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어서 타자연습은 3.91이 됐다.

타자연습과 세벌식 파워업은 딱 한 가지... 무조건 주 모니터에서 창이 뜨는 게 아니라 자신을 실행시킨 GUI의 모니터를 기준으로 뜨도록 수정된 것이 전부이다.
지난 2017년~18년 사이엔 이들 프로그램이 고해상도 dpi를 제대로 지원하도록 수정되곤 했는데, 그 다음으로 multi-모니터를 제대로 지원하도록 수정이.. 참 굉장히 늦게=_=;; 행해졌다.

이상이다.
컴퓨터라는 기계가 있고 한글 같은 문자, 알파벳만치 마냥 단순하고 가볍지 않으면서 한자만치 무겁지도 않고 조합을 글자 단위로만 만들면 되는 단순한 문자가 있을 때.. 이런 문자의 입력을 위해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담을 수 있고 모든 형태로 실현 가능한 소프트웨어--이것이 지금까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목표였다.

이제 앞으로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 치명적인 버그 수정이나 자잘한 기능 추가 같은 유지보수 말고.. 기상천외한 기능이 새로 추가된다거나 프로그램 내부 구조가 바뀐다거나 하는 변화는 당분간 없지 싶다.
2020년대부터는 한국어/한글 정보 처리 쪽으로든, 철도 쪽으로든 내 인생이라는 연극의 다음 장, 다음 막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긴 세월 동안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변함없이 사용하고 성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말을 이렇게 써 놓으니 내가 무슨 시한부 인생이라도 살고 있고 앞으로 날개셋 개발 다시는 안 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만.. 이런 글 올려 놓고는 또 두어 달 뒤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10.01 정도는 또 자잘한 버그 수정과 개선 명목으로 또 나올 수도 있다. ㅎㅎ

Posted by 사무엘

2020/05/28 08:35 2020/05/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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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고향 주변의 공원 풍경

1. 청담 도로 공원

서울의 올림픽대로에서 한강과 탄천이 딱 합류하는 구간.. 그렇다고 강변은 아니고 상행과 하행 도로의 사이 공간에는 '청담 도로 공원'이라는 자그마한 정원과 산책로가 있다.
이게 운전자들에게는 휴게소 역할을 한다. 차가 없더라도 인근 주민은 굴다리를 통해 여기로 드나들 수 있다.
단, 올림픽대로에서는 종합운동장 방면에서만 진출입 가능하고 김포공항 방면에서는 접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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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 있는 정자의 2층으로 올라가서 찍은 풍경임)

이 공원은 1980년대 5공 시절에 진행되었던 '한강 종합 개발 사업'의 완료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내부에는 이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본인은 대한뉴스 영상을 보다가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우연히 발견하고는 개인적으로 찾아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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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종합 개발 사업은 의외로 위키에 단독 항목이 개설돼 있지 않고 인지도나 존재감이 별로 없다.
새마을 운동이나 경부 고속도로가 박통의 상징이라면, 전대갈 시절 토목 공사의 상징은 이거나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이전의 박통 때는 한강에서 각종 섬이 메워지고(난지도, 뚝섬..?), 교량들이 잔뜩 건설되고 팔당댐이 만들어지고 잠실 쪽의 선형이 바뀌는 등, 치수 사업과 강남권의 개발을 염두에 둔 개발이 진행됐다.
그 뒤 전대갈에 와서는 한강 바닥을 더 파서 수심을 더 올리고 주변에 시멘트 제방을 쌓았다. 그리고 그 당시에 고수부지 내지 둔치라고 불린 한강 공원이라는 것을 곳곳에 조성했다.

또한 강변북로의 남쪽 버전 명목으로, 서쪽의 김포 공항과 동쪽의 잠실 경기장을 직선으로 잇는 자동차 전용 도로인 올림픽대로를 건설했다. 이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쉽게 말해 지금 우리가 아는 한강의 모습이 이때 얼추 완성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전에는 한강 강변도 무슨 바닷가처럼 온통 모래 뻘밭이고 홍수가 나면 수시로 범람하고.. 선형이 더 무질서하고 제멋대로이고 지금보다 자잘한 하중도도 더 많이 있었다. 먼 과거에는 사람들이 별 부담 없이 한강물에 뛰어들어 물놀이도 했지만 가까운 과거에는 지금보다 물이 훨씬 더 더러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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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
전대갈 각하... 나쁜놈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세상엔 전대갈보다 훨씬 더 나쁜놈들도 많아서 돈과 권력을 쥐고 떵떵거리고 있음을 실감하며 지낸다. 내가 오죽했으면 몇 년 사이에 생각이 이렇게 바뀌었다.
그러니 전대갈 각하 정도면 만수무강하시면서 그런 나쁜 간첩 반역자들을 계속해서 도발하고 어그로를 끌어 줬으면 좋겠다. "나한테 당해 보지도 안 해 놓고 말이야" 라고 조롱도 좀 해 주시고..

"아이가 살면 너도 살고 아이가 죽으면 너도 죽는다." 담화에다가.. 살인 없이 강간 재범 누범만으로 가정파괴범 명목으로 사형 집행을 해서 사회 정의를 실현했던 그 강렬한 포스를 나는 두고두고 기억하고 칭송할 것이다. 이런 건 서 정주 시인이 지은 오글거리는 송시에도 언급돼 있지 않은 것 같다.;;

2. 이촌 한강 공원

현재 한강 공원에는 4월부터 10월까지,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부 구간에 한해 풀밭에서 텐트를 치고 놀 수 있다. 이건 2019년 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정책이다.
아마 2010년도 중반인가 텐트가 처음 허용됐을 때는 밤 9시까지 허용이었고, 11월부터 3월 기간에도 저녁 6시까지는 텐트를 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규제가 더 강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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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를 예방한다는 구실로 4월까지도 계속해서 텐트가 금지되어서 개인적으로 답답했다.
그러다가 5월이 돼서야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완화되고 텐트도 허용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본인도 2020년 이래로 처음으로 한강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오랜만에 ‘한강면’도 시식하며 지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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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봄비가 내리다가 그친 상태였다. 아직 하늘이 흐리지만 선선하고 나들이 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였다.

그나저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면은 은박지 그릇에 담겨 나왔다. 뜨겁기 때문에 다른 마분지 같은 걸 덧대어서 쥐어야 했는데 요즘은 방열 방수 성능이 뛰어난 동그란 종이 그릇으로 바뀌었다. 이런 것 기술도 발달하는 게 느껴진다.

3. 포항 송도 해수욕장

5월 황금연휴 때 고향을 방문해서는 포항 죽도시장을 찾아가서 회를 먹고, 근처의 송도 해수욕장을 방문했다. 단, 이 날도 하필 흐리고 비가 내려서 맑은 풍경은 구경하지 못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도’라는 이름의 해수욕장이 부산뿐만 아니라 포항에도 있다.
포항 송도 해수욕장은 과거에 피서지로 굉장한 인기를 누렸지만 수질 악화와 모래 유실 문제로 인해 2007년부터 사람의 입수가 금지되고 그냥 산책용 해변 공원으로 전락했던 이력도 있다. 그러다가 복원 공사를 거쳐서 2012년부터 재개장 했다고 한다.

송도 해수욕장에서는 저 멀리 포항제철 공장이라고 해야 하나 부두가 보인다.
여기 말고 또 포항 시가지에서 비교적 가까운 해수욕장으로는 더 북쪽의 ‘영일대’ 해수욕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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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해수욕장의 중앙 입구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아니라 “평화의 여신상”이라는 석고상이 세워져 있다. 처음 봤을 땐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검색해 보니 이건 무려 1968년 7월부터 건립되어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누가 왜 무슨 사연이 있어서 무엇을 모티브로 따서 이런 걸 만들었는지가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게다가 원래 있던 동상은 너무 낡아서 폐기 처분했고, 지금 것은 2015년에 다시 만든 것이다.

저 여인은 나체..는 아니고, 수영복이나 레오타드를 걸친 모습인 듯하다. 옛날 사진을 보면 한때는 저 월계수 가지가 사라지고 없던 적도 있었다.

4. 경주 황성 공원

작년 가을 추석 때 풍경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재탕한다. 여기는 경주 최고의 쉼터인 것 같다. 딱히 신라 시대 유물과 관계가 없고 산이나 강변도 아닌 넓은 부지가 어떻게 숲과 공원으로 조성되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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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짱박힐 곳이 많다. 개인적으로 여기 으슥한 곳에 들어가서 돗자리 깔고 침낭 덮고 노숙을 해 봤다. 이곳은 이른 새벽부터 산책과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즐비하니, 노숙을 할 거면 눈에 안 띄게 잘 짱박혀야 한다.

서울의 청계천, 중랑천, 한강 공원만큼이나 여기도 북천과 형산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와 넓은 풀밭(고수부지? 둔치?)가 만들어져 있다. 특히 형산강 둔치의 풀밭은 정말 넓고 주차도 걱정 없어서.. 본인이 언젠가 저기서 텐트 치고 야영을 할 거라고 단단히 작정을 한 상태이다.

이상. 공원 답사만으로 또 긴 글이 완성됐다.

Posted by 사무엘

2020/05/25 19:33 2020/05/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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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조(바탕체) 이야기

바탕체, 명조라고 불리는 한글 서체는 우리가 책의 본문에서 수십 년 동안 무수히 접해 온 친숙한 글꼴이다. 요즘이야 맑은 고딕, 함초롬바탕, 나눔명조 같은 여러 본문용 글꼴 때문에 존재감이 작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화면보다 더 보수적인 출판물에서는 어떤 형태로든(신명, 윤디자인, 산돌 등) 오리지널 명조가 여전히 본좌이다.

명조도 다 같은 명조가 아니다. 모니터나 프린터의 해상도가 낮고 컴퓨터의 메모리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획 모서리의 세리프만 어설프게 흉내 내고 전반적인 자형은 굉장히 투박하고 엉성한 야메 명조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런 한계가 없어지면서 디자이너의 아날로그 원도와 별 차이 없는 미려한 명조체를 볼 수 있게 됐다.

1. 한글

PC에서는 아래아한글 2.x(전문용)와 Windows 95를 통해 한양 시스템 신명조가 가장 널리 퍼졌었다.
1993년에는 아래아한글 2.1이 출시되었는데, 이때는 한양 시스템뿐만 아니라 휴먼 컴퓨터에서 개발한 서체들이 대거 도입되었다. 그 중 '휴먼옛체'는 워낙 개성 넘치고 큰 인기를 끌었던 서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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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샘체, 팸체, 안상수체처럼 한글에 가변폭 글꼴이 등장한 것도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1990년대에는 안상수체 같은 글꼴이 꽤 참신한 미래지향(?) 서체라고 각광받아서 간판이나 책 제목에 종종 쓰이곤 했다.
이런 것들을 PC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최초로 선보였던 아래아한글은 실로 대단한 일을 해냈었다. 비록 그 시절 물가로 거의 30만 원에 육박했던 전문용 에디션 한정이었지만 말이다.

이런 서체들에 비해, '휴먼명조, 휴먼고딕'은 아무래도 기존의 신명조, 중고딕(한양 서체)과 외관상 거의 분간이 안 되니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래도 한양 서체와 휴먼 서체는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으며, 미세하게 차이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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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자면 휴먼명조가 한양 신명조보다 '약간 덜' 미려하고 완성도가 낮았다. 하지만 어차피 깨알같은 본문용 글자의 크기와 해상도에서 그 차이는 일반인에게 거의 분간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면서 휴먼명조는 그 대신 크기가 더 작고 래스터라이즈 부담이 더 적으며 저해상도 출력에도 더 최적화돼 있었다. 그래서 위의 그림에서도 작은 크기에서 휴먼명조의 '명, 조, 맥' 같은 글자가 한양보다 미세하게나마 더 깔끔하고 획이 균일하다.

애초에 한양 신명조는 한 글자씩 일일이 그린 완성형으로 2350자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반면, 휴먼명조는 조합형 구조여서 한글 11172자 전체를 표현할 수 있었다. 똠 햏 뷁 같은 글자를 표현하려면 싫어도 휴먼명조를 써야 했다.
이 정도면 그 당시에 휴먼명조의 존재가 충분히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휴먼명조만 해도 Windows 3.1 시절의 투박한 바탕체(큐닉스..)에 비하면 훨씬 더 미려하고 외형과 성능을 모두 잡았었다.

그런데 1994년의 딱 아래아한글 2.5 (+ 어쩌면 그 다음 3.0까지도)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한양 신명조가 아예 빠져 버리고, '신명조'를 고르건 '휴먼명조'를 고르건 무조건 '휴먼명조'가 선택되곤 했다. 즉, 목록상으로는 두 글꼴이 모두 있지만 둘의 차이는 나지 않는 것이다.

둘은 외형도 비슷하고 모든 글자들의 폭도 어차피 동일하니 일반인들이야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모를 것이다. 그 시절에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한양 신명조와 휴먼명조는 다시 구분이 생겨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단지, 한양 신명조가 잠시 누락된 적이 있었던 것은 본인의 기억에 확실하게 남아 있는 역사 팩트이다....라고 썼는데,

오, 인터넷을 뒤져 보니 물증이 있다.
아래아한글 2.5의 예제 문서를 열어 놓은 스크린샷이 굴러다니는데, 저 때는 아예 대놓고 '휴먼명조 = 신명조'라고 쓰여 있다! 내 기억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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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문

신명조에는 한글뿐만 아니라 그와 어울리는 영문 서체도 있다. 아래아한글에서 신명조, 그리고 Windows가 깔린 컴퓨터에서 '바탕'만 고르면 볼 수 있는 그 익숙한 서체 말이다.

그런데 얘는 미국 같은 영어권 국가에서 즐겨 쓰이는 서체는 아닌 것 같다. 걔네들은 책 본문은 Times Roman이 압도적인 본좌이며, 거기에다 Bookman, Century, Palantino (Book antiqua와 아주 비슷)가 가끔 꼽사리로 끼는 정도다. 그럼 '영문 신명조'는 원조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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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실물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과거에 미국에서 여권을 발급받으면 이렇게.. “미합중국 여권만 있으면 (지구상에 못 가는 곳이 없고) 세계가 몽땅 님하의 것입니다!”라는 캐간지 안내문이 딸려 나왔다.
그런데 저렇게 천조국의 위상을 자랑하는 문구의 서체가 통상적인 유럽풍이 전혀 아니고 완전 빼박 한국 신명조 바탕인 적이 있다는 게 난 너무 신기했다. 바로 저거 말이다. 기울여 쓴 게 이탤릭도 아니고 오블리크다.. 설마 진짜 '바탕'을 써서 인쇄한 걸까? (지금은 딴 서체로 바뀐 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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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1990년대 초반까지 옛날 미국 컴퓨터 잡지 같은 출판물을 보면 이런 신명조 풍의 서체를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었다.
본문 기사보다는 저렇게 광고 문구에 더 많았던 것 같다. 위의 그림은 잡지 제목은 기억 안 나고 워드퍼펙트가 Windows용으로 처음 출시됐다는 광고이니 시기가 대충 짐작이 될 것이다.

영미권에도 저런 서체가 분명 있긴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저게 한글 신명조와 pair가 되기도 했고 말이다.
저건 누가 만든 무슨 이름의 서체일까? 본인은 아직 정보가 없고 궁금하다.
그 흔해빠진 명조 하나 갖고도 얘기할 게 생각보다 많이 있었던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5/23 08:33 2020/05/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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