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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에는 문자열을 입력받는 일반 에디트 컨트롤뿐만 아니라 글자마다 서로 다른 서식(글꼴, 크기, 진하게/이탤릭, 탭, 문단 정렬, 하이퍼링크..)을 주고 그림이나 표를 집어넣을 수도 있는 리치(rich) 에디트 컨트롤이라는 게 있다.

그야말로 소형 워드 프로세서가 통째로 윈도우 컴포넌트로 만들어진 셈이니 이건 굉장한 혁신이었다. 심지어 특정 용지 크기에 맞게 위지윅(장치 독립 레이아웃)을 지원하기 위해 기준으로 참조할 DC를 지정하는 기능도 있고.. 아예 윈도우 없이 에디팅 엔진의 동작만 뽑아서 쓰라고 windowless rich edit control이라는 라이브러리도 제공된다. 이 정도면 작정하고 굉장히 세심하게 만들어진 셈이다.
Windows의 기본 예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워드패드가 얘를 써서 만들어진 것으로 유명하며, 초창기에는 Visual C++에 워드패드의 소스가 통째로 제공되기도 했다.

얘의 내부 자료구조는 RTF라는 파일 포맷으로 제정되어서 마소뿐만 아니라 애플 같은 타 회사에서도 쓰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macOS의 TextEdit도 이 포맷을 지원한다.
다만, RTF는 HTML이라는 완벽한 상위 호환이 등장하면서 존재감이 굉장히 묻혀 버린 감이 있다. 당장 도움말만 해도 16비트 Windows 시절에는 RTF 기반의 hlp였지만 곧장 HTML 기반으로 대체됐으니 말이다.

상업용 워드 프로세서보다는 기능이 빈약해도 리치 에디트도 엄연히 워드 프로세서에 준하는 물건이니.. 얘는 단독으로 덩치가 굉장히 컸다. 공용 컨트롤 comctl32 패밀리의 멤버 형태로 제공되지 않았으며, 자신만의 전용 DLL과 버전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형태도 몇 차례 바뀌었다.

초창기 1.0은 riched32.dll이었고 윈도우의 공식 클래스 이름은 RICHEDIT였다. Windows 95와 함께 제공되었다.
그러다가 리치 에디트 2.0은 riched20.dll로 바뀌고 클래스 이름도 RichEdit20A 또는 W로 바뀌었다. 짐작하다시피 이때 유니코드가 최초로 지원되기 시작했고 다단계 undo도 지원되기 시작했다. 저 둘은 텍스트 에디터를 밑바닥부터 다시 만들어야 할 명분이 충분한 대공사가 맞다. 얘는 Windows 98과 함께 제공되었다.

나중에 Windows 2000/ME 타이밍 때는 3.0이 나왔는데, 3.0은 프로그래머의 입장에서 API가 바뀐 것이 전혀 없이 2.0을 상위 호환 명목으로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대체하게 됐다. 그리고 기존 1.0의 생성 요청조차도 그냥 3.0 엔진을 기반으로 호환성 모드로 동작하게 바뀌었다.
지금도 Windows의 system32 디렉터리를 가 보면 riched32.dll은 있긴 하지만 크기가 달랑 10KB밖에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기능은 riched20.dll에서 수행되기 때문이다.

그랬는데 수 년 뒤, Windows XP sp1에서 리치 에디트 컨트롤은 형태가 또 바뀌었다. 목적은 TSF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얘 역시 내부의 모든 동작을 저 스펙에 맞게 수정해야 하는 엄청난 대공사였다.
얘는 모듈 이름이 영 생소한 msftedit.dll로 바뀌고, 버전도 공식적으로는 4.1이지만 클래스 이름은 RICHEDIT50W이라고 정해졌다. 어디서는 4.1이었다가 저기서는 5라고 표기하면서 혼란스럽다.

리치 에디트 컨트롤은 이렇게 두 번 격변을 거친 뒤에는 딱히 단절적인 변화 없이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MFC에서는 리치 에디트 컨트롤을 초기화하는 AfxInitRichEdit() 계열의 전용 함수를 두고 있다. 2와 5가 붙은 버전도 있다.
그래도 일반적인 대화상자에서 리치 에디트 컨트롤을 집어넣어야 할 일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며, 굳이 넣더라도 서식이 동원된 문서나 데이터를 “읽기 전용”으로 표시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Visual C++ IDE의 리소스 에디터가 지원하는 것은 버전 2 (사실상 3)에 머물러 있다. 굳이 버전 5를 집어넣으려면 custom control을 삽입해서 RICHEDIT50W를 수동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래도 Visual C++ 201x대의 최신 MFC는 CRichEditView 클래스에 대해 버전 5를 집어넣게 돼 있다. 하긴 4.1인지 5인지 최신 버전이 나온 지가 이미 10년이 넘었는데, 진작에 지원했어야지..

5.0의 가장 큰 존재 의의라 할 수 있는 TSF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SES_USECTF 스타일을 지정하는 코드 단 한 줄만을 실행해 주면 된다. SendMessage(hRichEdit, EM_SETEDITSTYLE, SES_USECTF, SES_USECTF)
글쎄, TSF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원래는 응용 프로그램에서 COM을 초기화하고 message loop에도 TSF 오브젝트에다가 선처리를 먼저 맡기는 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이 때문에 날개셋 편집기는 TSF 사용 여부 옵션을 변경한 것이 프로그램을 재시작해야만 적용된다. 그걸 다 무시하고 일반 앱에서 이렇게 간단하게 TSF 지원이 정말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이걸 해 주면 리치 에디트 컨트롤에서 IME에서 단어 단위 한자 변환이 되며, 날개셋의 경우 다른 고급 특수 기능들도 모두 아무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밖에 리치 에디트 컨트롤이 사용 측면에서 기존 에디트 컨트롤과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 기존 에디트 컨트롤은 단일 배열 버퍼 기반이지만 리치 에디트는 문자열의 연결 리스트 기반으로, 처음부터 대규모 텍스트 편집에 최적화돼 있다. Windows 9x 시절에는 기존 컨트롤은 편집 가능한 텍스트의 크기도 64K 남짓으로 제한돼 있었지만 리치는 그런 한계가 없다.
  • 리치 에디트 컨트롤은 기존 에디트 컨트롤과 달리, 자체적인 우클릭 메뉴가 없다. 우클릭 이벤트 때 할 일은 전적으로 부모 윈도우의 동작에 달려 있다.
  • 기존 에디트 컨트롤은 텍스트의 드래그 드롭을 지원하지 않지만 리치는 지원한다.
  • 기존 컨트롤은 블록이 언제나 짙은 파랑 highlight색으로만 표시된다. 그러나 리치 에디트는 그냥 반전색 또는 요즘 유행인 옅은 파랑으로 표시되며, 사용자 정의를 할 수 있다.
  • 리치는 트리플 클릭(3연타...)으로 텍스트 전체를 선택할 수 있다. 기존 컨트롤은 그런 동작이 지원되지 않는다.

서로 지향하는 목표와 설계 방식이 생각보다 많이 차이가 난다는 걸 알 수 있다. 에디트 컨트롤을 두 종류 따로 만들 만도 하다.
리치 에디트 컨트롤의 다른 사용법들이야 기존 문서를 참고하면 되니 여기서 다룰 필요가 없다. 이 글에서는 역사, TSF 지원,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하지만 다른 문서에서 다루지 않는 특성을 하나 더 다룬 뒤 글을 맺도록 하겠다. 바로.. 경계 테두리이다.

리치 에디트 컨트롤은 공용 컨트롤 계열의 물건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공용 컨트롤 6 테마가 적용되었더라도 경계 테두리가 일반 에디트 컨트롤 같은 새끈한 모양으로 안 나오고 그냥 고전 테마의 투박한 모양으로 그려진다. 위의 스크린샷에서 보는 바와 같다. 어찌 된 영문일까? 답을 말하자면 상황이 좀 복잡하다.

윈도우 스타일 중에는 WS_BORDER (검고 가는 테두리), WS_DLGFRAME (버튼 같은 볼록 두툼한 테두리), WS_EX_CLIENTEDGE (오목 두툼한 테두리), WS_EX_STATICEDGE (오목 가는 테두리) 처럼 운영체제 차원에서 윈도우 주변에 non-client 영역을 확보하고 테두리를 치는 스타일들이 몇 가지 있다.

여기서 볼록이라 함은 좌측과 상단은 밝은 계열, 우측과 하단은 어두운 색인 테두리를 말하며, 오목은 순서가 그 반대이다. WS_DLGFRAME(볼록 테두리)을 지정하면 대부분의 다른 테두리 스타일들이 무시되지만, 그래도 WS_EX_CLIENTEDGE와 동시 지정은 가능하다. 그러면 꽤 흥미로운 테두리가 만들어진다. 이 역시 위의 스크린샷에서 묘사된 바와 같다.

이 테두리가 그려지는 모양은 테마의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언제나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면 원래는 리치 에디트 컨트롤처럼 투박하게 그려지는 게 맞다.

테마가 적용된 공용 컨트롤 6들은 WS_EX_CLIENTEDGE(오목하고 두툼한 테두리)가 존재할 경우, WM_NCPAINT 메시지를 자체 처리하여 DrawThemeBackgroundEx 같은 theme API를 호출해서 테두리를 그린다. 자세히 보면 심지어 포커스를 받았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테두리 색깔이 달라지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리치 에디트 컨트롤은 저런 처리를 안 하기 때문에 테두리가 고전 테마 모양 그대로인 것이다.

그러니 컨트롤 자신이 테두리를 제대로 그리지 않으면 응용 프로그램이 강제로 그려 주는 수밖에.. 리치 에디트 컨트롤의 테두리 미관을 개선하려면 해당 컨트롤을 서브클래싱 해서 WM_NCPAINT 처리를 직접 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것도 뭔가 운영체제 차원에서의 자동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본인이 이런 테두리 그리기와 관련해서 알게 된 굉장히 놀라운 사실이 있다.
오늘날 Windows에서 대화상자를 꺼내는 DialogBox, CreateDialog 계열 함수들은 대화상자 리소스에서 WS_BORDER이라고 지정된 스타일을 무시한다. 그걸 무조건 WS_EX_CLIENTEDGE로 치환해 버린다.

오목하고 두툼한 테두리는 대화상자 내부에서 사용자가 뭔가 아이템을 선택하고 문자를 입력하는 '작업 공간'을 나타내는 시각 피드백이다. 그에 비해 볼록/오목 효과가 없이 그냥 flat한 검정 단색 테두리(WS_BORDER)는 대화상자에 회색 입체 효과가 없던 Windows 3.x 시절 비주얼의 잔재로 여겨진 것이다.

어쩐지 옛날에도 WS_BORDER이랑 WS_EX_CLIENTEDGE가 차이가 없는 것 같았는데 그땐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겼었다. 관계가 정확하게 저렇다는 걸 본인도 이제야 직접 조사해 보고 알게 됐다. 대부분의 경우 WS_BORDER는 그냥 WS_EX_CLIENTEDGE로 포워딩 되는 호환성 옵션으로 전락했다.

다만, 테마가 적용된 뒤에는 윈도우의 외형이 다시 옛날 같은 flat 스타일로 돌아간지라.. 검정 단색 테두리가 회색 단색 테두리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볼록/오목 효과가 역으로 오래되고 촌스럽게 보이는 촌극이 빚어져 있다. 역사는 이런 식으로 돌고 돈다! =_=;;;

이상이다. 그러고 보니 리치 에디트는 최신 버전인 5(또는 4.1)에 대해 공용 컨트롤 6처럼 side-by-side assembly를 적용하는 게 충분히 일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얘는 사용자가 DLL과 윈도우 클래스 이름을 달리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버전 구분을 해야 한다.

즉, 리치 에디트는 Windows XP와 동시대에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개발되던 관련 신기술 두 종류와는 완전히 열외된 셈이다. (테두리 테마, SxS assembly)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리치 에디트 팀의 관심사에 든 XP의 신기술은 오로지 TSF뿐이었다.

본인이 개발한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도 자체 에디트 컨트롤과 텍스트 에디터가 있다. 먼 옛날에 2.x에서 3.0으로 넘어갈 때 프로그램이 내부 구조를 다 뜯어고치고 완전히 새로 개발되었는데, 이때 유니코드 기반, 다단계 undo, 그리고 TSF까지.. 리치 에디트 컨트롤이 1에서 2, 3에서 5로 갈 때의 공사를 몽땅 진행했다. 리치 에디트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전철을 밟은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27 08:35 2020/04/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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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출과 사용

Windows API 중에는 IsBadWritePtr이라고 해서 주어진 포인터가 가리키는 메모리가 올바른지를 되돌리는 함수가 있다. 하지만 이 함수는 모든 경우를 맞게 판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코드에서 처리해야 하는 exception을 가로채서 다른 곳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그리고 올바르지 않은 포인터가 발생했을 정도라면 이런 부류의 함수를 갖고 성공 여부를 어설프게 간보는 게 애초에 별 의미도 없다. 그 즉시 깔끔하게 뻗고 프로그램을 종료시키는 게 차라리 더 안전하며, 문제의 원인을 탐색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된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과거에 the old new thing 블로그에서는 IsBadWritePtr should be called XXXX..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 본인은 제목의 진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서 한동안 멈칫했다. 함수 이름 다음에 be called가 나오니 이 함수의 호출과 실행, 다시 말해 프로그래머가 이 함수를 사용하는 방법과 관련이 있는 제목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목의 실제 의미는 그게 아니다. "IsBadWritePtr은 실제로는 XXX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어야 한다. 하는 일이 '요게 잘못된 포인터인지 판단'이 아니라 그냥 '프로그램을 랜덤하게 뻗게 하라'이기 때문이다." 요게 제목의 의도이다.
하긴, Windows API 중에는 이름이 좀 므흣하게 지어진 게 내 기억으로 몇 가지 있다. 가령, IsDialogMessage는 동사가 Is가 아니라 Translate가 되는 게 훨씬 더 적절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call이 '명칭 부여'라는 뜻도 있고 '실행, 사용'이라는 뜻도 있다. 옛날에 GWBASIC의 Illegal function call이라는 에러 메시지가 한국어로는 "기능호출 사용이 잘못되었읍니다"라고 호출과 사용을 모두 넣어서 번역됐던 게 떠오른다.

2. 목적어가 자체 포함된 타동사

정확한 출처와 문맥은 기억이 안 난다만.. 본인은 어느 프로그래밍 라이브러리 문서에서 "The XXXX function does not return." 형태의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이 함수가 실행이 끝나지 않고 무한루프에 빠진다는 말 같지만, 거기서의 의미는 그렇지 않았다. 저 함수는 그냥 리턴 타입이 void, 즉 리턴값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건 영어에서 마치 이런 식의 의미 차이를 보는 것 같다.

  • I can't read. 난 문맹이다. (시력이나 조명에 문제가 있어서 못 읽는 게 아니라)
  • XXXX is a word. 스크래블 게임 같은 데서, XXXX는 아무 글자 나열이 아니라 스펠링이 맞는 정식 단어이다.

read가 단독으로 '글을' 읽는다라는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고, word라고만 해도 자동으로 '올바른' 단어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사실, 이건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dream, design, sleep 같은 다른 동사도 마찬가지이며 얘들은 아예 명사도 된다. 심지어 dream a dream, design a design, sleep a sound sleep 같은 말도 의도적으로 쓰인다.

옛날 영어에서는 심지어 kill/slay, send 같은 타동사도 목적어를 생략한 채로 쓰였다는 것을 예전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러니 굳이 murder이라고 안 쓰고 thou shalt not kill이라고만 해도 "살인하지 말지니라"가 된다.
return도 그런 식의 유도리 용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한국어와 영어의 재귀 구조

한국어는 주어, 보어, 목적어, 부사어 등의 격이 체언 뒤에 달라붙는 온갖 조사들에 의해 구분된다. 어순에 의존하지 않고 격조사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어순의 도치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종결어미가 들어있는 서술어는 예외이다. 절대적으로 무조건 마지막에 와야 한다. 그리고 그 어떤 문장도 종결어미가 등장해서 말을 완전히 끝맺기 전에는 끝난 게 아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한국어를 외국어로서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 보지 않으면 뭔 말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스펙터클한 반전 언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내가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는 소식이 나돈다..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 앞서 언급되었던 내용들이 막판에서 순식간에 전면 부정되거나 매트릭스 안에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막장 어순을 영어로 실시간 동시 통역해야 한다면 통역자의 멘탈에 얼마 못 가 과부하가 걸릴 것이다.

이런 한국어와 달리, 영어는 SVO형 언어답게 보어건 목적어건 객체를 문장의 뒤에다 꽝 찍은 뒤, 그 객체를 수식하는 문구들이 관계대명사와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 즉, 뒤에 이어지는 말들은 앞의 문맥을 더 구체화하는 역할을 한다.
성경으로 치면 롬 8:1처럼 말이다. 그들은 정죄가 없는데 그들이란 바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걷는 자들이고, 그런 자들은 육체가 아니라 성령을 따라 걷는다.. them, who가 말을 쭉쭉 이어 준다.

한국어는 저런 영어의 특기를 그대로 따라하기가 난감하다. 관형어가 체언의 뒤가 아니라 앞에 등장하며, 길이가 한없이 길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을 저렇게 만들면 십중팔구 번역투가 돼 버리니.. 문장을 둘로 나누거나 어순을 재배치한다든가 해야 한다. 한국어에 가주어 it 같은 개념이 있지도 않으니 말이다.

한국어는 인용문 안에 또 인용이 등장하는 식으로 문장을 n중으로 안았다면 안은 문장을 끝내는 종결어미도 n중으로 역순으로 스택 pop 하듯이 나와 줘야 한다. 그래서 성경에도 “... 있나이다, 하라, 하고” (창 32:18) 같은 문장이 종종 등장한다.

영어는 그런 제약이 없다. 지금 문장이 몇 중으로 깊게 인용돼 있건, 끝나는 건 인용이 없을 때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는
if() for() for() while() ...;
if() { for() { for() { while() { ... } ... } ... } ... }
의 차이와도 비슷해 보인다.
혹은, 전자는 굳이 스택을 사용하지 않는 선형적인 최적화가 가능한 tail recursion 구조인 반면, 후자는 그렇지 않은 느낌?

지금까지 별 잡생각이 다 튀어나왔는데, 정리하고 결론을 내리자면 이렇다. 한국어와 영어는 말을 길게 이어 나갈 때 화자의 관점 내지 사고 전개 방식이 서로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구조적으로 더 나은지 굳이 우열을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비트 배열 순서(엔디언)나 함수 인자 전달 방식에 절대적인 우열이 존재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단지, 언어간에 이런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외국어 학습이나 자연스러운 번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차이점들을 프로그래밍 언어의 특성과 연계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게 이 글의 요지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24 19:35 2020/04/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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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드의 입체적 배치

C/C++에는 여느 프로그래밍 언어들과 마찬가지로 if else 조건문이란 게 있고 이게 여러 단계로 중첩될 수 있다. 단계가 깊어질수록 코드에서 들여쓰는 왼쪽 여백이 증가한다.

그런데 C/C++에는 전처리기 지시라는 것도 있어서 컴파일되는 실제 코드와는 완전히 별개의 다른 문맥과 차원에서 해석된다. 희곡에서 다른 코드들이 연극 대사라면 전처리기 지시는 괄호 안의 상황 설명지시와 비슷한 존재 같다. 결정적으로는 전처리기에도 조건부 컴파일을 지시하는 #if #else #endif 같은 물건이 있다.

전처리기의 #if도 여러 단계로 중첩되면 알아보기가 상당히 힘들어진다.
그러니 문득 드는 생각은.. 소스 코드의 들여쓰기도 3차원 입체로 표현 가능하면 어떨까 싶다. 통상적인 if else 등의 들여쓰기는 지금처럼 왼쪽 여백으로 표현하고, #if의 단계가 증가하면 그 부분의 코드가 몽땅 X, Y가 아닌 Z축으로.. 전방으로 한 단계 돌출되는 것이다. 해당 부분이 끝나면 다시 쑥 들어가고..
그러고 보니 전처리기 중에는 #if 말고도 #pragma pack처럼 스택 기반으로 설정을 저장하는 것들이 더 있기도 하다.

컴퓨터야 1차원적인 메모리 셀에서 코드와 데이터를 죽어라고 읽고 쓰고 계산하는 기계이겠지만, 그걸 기술하는 프로그램 코드라는 건 색깔(syntax coloring)과 XYZ 축 공간을 모두 이용해서 인간이 최대한 알아보기 편하게 시각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수단을 몽땅 동원해도 남이 만든 코드는 선뜻 읽기가 어렵다.;;.

2. 컴파일러의 경고

C/C++ 코딩을 하다 보면 컴파일러가 뱉어 주는 경고 메시지의 도움을 종종 받곤 한다.
제일 자주 보는 건 아무래도 선언만 해 놓고 사용되지 않은 변수, 초기화하지 않고 사용한 변수, void형 함수가 아닌데 return으로 실행이 종료되는 구간 따위이다. 이런 건 에러로 치면 단순 스펠링 오타나 {}() 호응 미스, type mismatch만큼이나 흔하다. 아 하긴 type mismatch는 가벼운 건 warning 형태도 있긴 하다.

경고의 민감도를 상향 조정하면 if문에서 괄호 없이 대입(=) 연산자가 쓰인 것(혹시 비교 연산 ==이랑 헷갈린 거 아니냐?), 우선순위가 아리까리 한 << 나 & 같은 연산자가 괄호 없이 마구 섞여 쓰인 것, 심지어 for이나 if문이 뒷부분 없이 그냥 세미콜론으로 종결된 것까지도 실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일단 지적해 주기도 한다.
글쎄, 컴파일러가 그 정도로 민감하다면.. 본인이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a=a++이나 a>>-2처럼 이식성이 없는(즉, 컴파일러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는 undefined behavior) 수식이야말로 안 쓰는 게 좋다고 경고를 띄워 줘야 하지 않나 싶다.

요즘 컴파일러는 printf/scanf에서 %문자와 실제 인지의 대응이 맞는지까지도 체크한다. printf 출력일 때는 float건 double이건 %f만 써도 충분하지만(float도 어차피 double로 값이 promote되므로), scanf 입력일 때는 둘은 %f와 %lf로 정확하게 구분돼야 한다.
가변 인자는 그야말로 type-safety의 완벽한 사각지대인데 이런 실수를 컴파일러가 잡아 준다면 프로그래머에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 원래 전문적인 '정적 분석'용으로 쓰이는 함수의 인자별 annotation 정보까지 컴파일러가 활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본 컴파일러 경고들 중 제일 계륵 같은 건 코드를 32비트에서 64비트로 포팅 하면서 생겨난 수많은.. type mismatch이지 싶다. 이제 int의 크기와 포인터의 크기가 일치하지 않게 되고, 덕분에 int와 INT_PTR의 구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단, 이 경고는 레거시 코드에서 발생하는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편이다. 그리고 (1) 치명적인 것하고 (2)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분명한 구분이 존재한다.

int에다가 포인터를 곧장 대입하는 부분은 전자에 속한다. 이건 번거롭더라도 int를 당연히 INT_PTR로 바꿔 줘야 한다.
그러나 두 포인터의 차이를 대입하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인 부분에 속한다. 왜냐 하면 64비트 환경이라 해도 작정하고 프로 연구자가 컴퓨터를 굴리는 게 아닌 한, 단순 end-user급에서 대놓고 2GB, 4GB를 넘는 데이터를 취급할 일은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자열의 길이를 구하는 strlen, wcslen 같은 함수 말이다. 리턴 타입이 size_t이지만.. 난 경고를 없애기 위해 그냥 대놓고 #define _strlen32(x) static_cast<int>(strlen(x)) 이런 것도 만들어서 썼다.
주변의 int 변수를 몽땅 확장하기에는 내 함수의 인자와 리턴값, 구조체 멤버 등 영향 받는 게 너무 많고 귀찮고, 그 반면 세상에 문자열 길이가 4GB를 넘어갈 일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무시해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경고가 뜨는 게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기계적이고 무의미한 typecast 땜빵을 하고 싶지도 않으니.. 이건 64비트 컴퓨팅이 선사한 계륵 같은 경험이었다.

3. #include 절대경로 표시

요즘 개발툴 IDE, 에디터들은 코드에서 각종 명칭을 마우스로 가리키기만 하면 그게 선언된 곳이 어딘지를 친절하게 알려 준다. #define 매크로도 다 파악해서 이게 전개된 결과가 무엇인지도 툴팁 형태로 표시해 준다.
이와 관련해서 개인적으로는.. #include 다음에 이어지는 토큰을 마우스로 가리키고 있으면 얘가 무슨 파일을 가리키는지도 절대경로를 알려 주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이 파일을 여는 기능은 Visual Studio건 xcode건 이미 다 제공되고 있으니, 그렇게 알아낸 파일명을 가만히 표시만 해 주면 된다.

C/C++의 include 경로 찾기 규칙은 꽤나 복잡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define이 정의돼 있는 줄 모르고 삽질하는 것처럼, 예상하지 않은 다른 디렉터리에 있는 동명의 파일이 잘못 인클루드 되어 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마치 경로를 생략하고 파일명만 달랑 입력했을 때 실행 파일 디렉터리를 탐색하는 순서라든가 LoadLibrary 함수가 DLL의 경로를 탐색하는 순서와도 비슷한 면모이다.

#include로 지정하는 경로는 C/C++ 문법의 지배를 받는 문자열 리터럴이 아니다. ""로 둘러싸기 때문에 문자열 리터럴처럼 보이지만 <>로 둘러싸는 것도 가능하고.. 여기서는 역슬래시 탈출문자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디렉터리 구분자를 지정할 때 \를 번거롭게 두 번 쓸 필요도 없다. 애초에 #include는 컴파일러가 전혀 아닌 전처리기의 영역이니 당연한 소리인데.. 가끔은 당연한 사실이 당연하게 와 닿지가 않는다.

그런데 #include 경로명에다가 매크로 상수를 지정할 수는 있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기괴한 용례를 본 건 지금까지 FreeType 라이브러리의 소스가 유일하다. IDE가 이런 것까지 다~~ 파악해서 실제로 인클루드 되는 헤더 파일을 사용자에게 알려준다면 코드를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 리터럴 형태의 표현

프로그래밍 언어가 표현력이 좋으려면, 함수 코드든지 재귀성을 지난 복잡한 데이터든지(리스트, 배열 테이블 등) 불문하고 하나의 리터럴 내지 값(value)로 취급 가능하며, 굳이 이름을 붙여서 변수로 할당하지 않아도 함수 인자나 리턴값으로 자유자재로 주고 받고 대입 가능해야 한다.
쉽게 말해 함수 포인터가 들어갈 곳에 이렇게 함수 몸체가 곧장 들어갈 수 있어야 하며..

qsort(pData, nElem, nSize, [](const void *a, const void *b) { return 어쩌구저쩌구 } );

데이터가 들어갈 곳에도 이렇게 배열을 즉석에서 지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memcpy(prime_tbl, {2,3,5,7, 11}, sizeof(int)*5);

하지만 C/C++은 이런 쪽의 유연한 표현력이 매우 취약했다.
함수 쪽은 machine word 하나에 딱 대응하는 것 이상의 context를 담은 추상적인 포인터를 지원하지 않는 관계로 클로저나 함수 안의 함수 따위를 지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언어 차원에서 복합 자료형을 built-in type으로 직접 지원하는 게 없다. 전부 프로그래머나 라이브러리의 구현에 의존하지..
그렇기 때문에 복잡한 데이터 리터럴은 변수를 초기화하는 이니셜라이저 형태로나 아주 제한적으로 표현 가능하며 이마저도 구조체· 배열의 초기화만으로 한정이다. 리터럴 형태 표현 가능한 배열 비스무리한 건 읽기 전용 null-terminated 문자열이 고작이다.

함수를 리터럴 형태로 표현하는 건 C++에 람다와 함수형 패러다임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그 뒤 복합 자료형을 리터럴 형태로 표현하는 것도 C++1x 이후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문법이 도입되면서 바뀌고 있긴 하다.

이름을 일일이 붙이지 않고 아무 테이블 및 계층 자료구조, 그리고 함수를 마음대로 선언해서 함수의 인자나 리턴값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마치 메신저나 이메일로 스크린샷 그림을 주고받을 때 매번 그림을 파일로 저장하고 그 파일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간단히 print screen + 클립보드 붙여넣기만으로 그림 첨부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의식의 흐름을 매우 편리하고 직관적으로 코딩으로 표현 가능하게 해 준다.

디자인 근본적인 차이로 인해 C++이 무슨 파이썬 수준의 유연함을 갖는 건 무리이겠지만 저 정도만으로도 엄청난 변화이며 한편으로 컴파일러를 구현하기에는 굉장히 난감할 것이다. 저수준 성능과 고수준 추상화 범용성이라는 두 모순되는 토끼를 몽땅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런 문법이 템플릿 내지 캐사기 auto와 결합하면.. 복잡도가 끔찍할 수준일 것 같다.

5. 기타

(1) 변수나 함수를 선언할 때는 type을 지정하면서 각종 modifier나 storage class를 같이 써 주게 된다. 거기에 들어가는 단어 중에는 static과 const, 그리고 int와 __declspec(..)처럼 대충 순서가 바뀌어도 되는 것이 있다.
그런데 long unsigned a도 된다는 것은 지난 20여 년 동안 본인이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영어 어순 직관과 어울리지 않으니까.. 하긴, 2[a]도 되는 언어에서 저 정도쯤이야 이상할 게 없다.

(2) void main(void) {}은 컴파일은 되지만 void가 뭔가 권장되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은 형태로 쓰이는 전형적인 예시라 하겠다. main 함수의 프로토타입도 그렇고, 또 함수에 인자가 없음을 나타낼 때는 C/C++ 가리지 않고 ()만 써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3) 잘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요즘은 C와 C++은 서로 따로 제 갈 길 가고 있다. 특히 C99와 C++1x부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이 흐를수록 C 코드를 C++ 컴파일러에서 곧바로 돌리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보통은 C가 C++에 있던 // 주석, inline 키워드, C++ 라이브러리에 있는 몇몇 기능들을 자기 스타일로 도입하는 형태였지만 최신 C에서 C++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도입한 기능 중 하나는 restrict 키워드이다. 얘가 가리키는 메모리 주소는 딴 데서 건드리지 않으니 마음 놓고 최적화해도 된다는 일종의 힌트이다. volatile과는 반대 의미인 듯하다.

컴파일러에 따라서는 C++에서도 얘를 __restrict 이런 형태의 비표준 확장으로 도입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Visual C++은 내가 알기로는 그리하지 않은 것 같다. 마소 컴파일러는 C 단독은 거의 없는 자식 취급하고 C99 지원도 안 하고 있으니 말이다.

(4) 방대한 C/C++ 코드에 정적 분석을 돌려 보면, 아무 type-safety 단서 없이 무데뽀로 아무 메모리에다 임의의 바이트만치 쓰기를 허용하는 memset, memcpy 계열의 함수에 실수와 버그가 들어간 경우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고 한다.
배열 크기만큼 써야 하는데 포인터 크기(4/8바이트!)만치만 기록해 버리는 건 약과다. 둘째 인자와 셋째 인자의 순서가 바뀌어서 0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0바이트만치만 기록한다거나..;;

sizeof(A)*b라고 써야 할 것을 실수로 sizeof(A*b)라고 써 버려서 역시 4/8바이트 고정과 같은 효과가 나기도 한다. 전체 바이트 수를 써야 하는 곳과 배열의 원소 수만 써야 하는 곳을 헷갈리는 것도 미터나 피트 같은 단위를 헷갈려서 착오를 일으킨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저런 건 잘못 써도 언어 문법상으로는 아무 잘못이 없고 철저하게 합법이라는 것이다. 컴파일러가 잡아 주지 못하니 더 고차원적으로 문맥을 읽는 정적 분석에 의존해야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17 08:36 2020/04/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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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API에는 현재 실행 중인 프로세스 및 스레드의 정체를 알려 주는 GetCurrent[Process/Thread]{Id}라는 함수쌍이 있다. Current 다음에 Process가 오느냐 Thread가 오느냐, 그리고 그 뒤에 Id가 붙느냐 안 붙느냐에 따라 2*2 총 4가지 조합이 존재한다.

뒤에 Id가 붙은 함수는 시스템에서 실행 중인 모든 프로세스 및 스레드를 유일하게 식별하는 32비트 정수형(DWORD) 번호를 되돌린다. 그리고 그게 없으면 이들 함수는 HANDLE이라는.. 성격이 좀 다른 번호를 되돌린다. 명목상 포인터 크기와 동일하지만, 64비트에서도 얘 역시 여전히 사실상 32비트 크기만치만 활용된다.

HANDLE로는 ID처럼 프로세스나 스레드를 유일하게 식별할 수 없는 걸까? HANDLE과 ID의 차이는 무엇이며, 둘의 구분은 왜 존재하는 걸까?

답을 얘기하자면 HANDLE은 ID 이상으로 더 무겁고 복잡하며 상태 의존적인 별개의 존재이다.
HANDLE은 일단 커널 오브젝트이다. 값을 얻기 위해 뭔가 운영체제로부터 자원을 할당받고 나중에 반납을 해야 한다. 사용한 뒤에는 마치 열었던 파일을 닫듯이 CloseHandle을 호출해서 닫아 줘야 한다. 단순 ID에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이 HANDLE은 뮤텍스나 이벤트 같은 동기화 오브젝트 중의 하나이다. WaitForSingleObject 함수에다 넘겨서 이 프로세스나 스레드의 실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HANDLE이 가리키는 그 프로세스나 스레드가 실행이 종료됐더라도 그 핸들 자체는 정식으로 닫아 주기 전까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

또한, 값이 다른 여러 HANDLE이 동일한 프로세스나 스레드를 참조할 수 있으며, 동일한 그런 개체에 대해서도 한번 닫았다가 핸들을 다시 얻은 리턴값은 달라질 수 있다. 마치 메모리 할당 함수의 실행 결과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프로세스나 스레드 실체만을 유일하게 식별하려면 ID를 살펴보는 게 정답이다.

끝으로 결정적으로... GetCurrent**** 함수는 핸들이긴 하지만 좀 특이한 값을 되돌린다. 바로.. 그 함수를 호출하는 프로세스 및 스레드 자기 자신을 의미하는 고정된 상수만을 되돌리기 때문이다. IP 주소로 치면 localhost처럼 말이다. 이 상수 핸들은 CloseHandle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 자신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상수는 -1 (0xFFFFFFFF)이고, 자기 자신 스레드를 의미하는 상수는 -2 (0xFFFFFFFE)이다.
이 정도면 #define HANDLE_CURRENT_PROCESS 이런 식으로 함수 대신 그냥 매크로 상수로 박아 넣어도 되고.. 프로세스 핸들과 스레드 핸들이 서로 섞여 쓰일 일도 없으니 -1과 -2로 구분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Windows API가 처음 만들어질 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비록 저 함수가 고정된 상수만 되돌린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에 20년이 넘는 관행이 돼 버리긴 했지만, 미래에 이 함수의 리턴값이 바뀔 수도 있으니 꼬박꼬박 함수를 호출해서 핸들값을 사용해 달라는 것이 마소의 방침이다.
Windows NT가 개발된 지 30년이 돼 가는 지금 시점에서 이들 함수의 리턴값이 달라질 가능성은 사실상 0으로 수렴했지만.. 그래도 세상일은 알 수 없으니 말이다.

자기 자신 말고 타 프로세스의 유효 핸들은 아무래도 기존 프로세스 ID로부터 얻는 게 제일 직관적이다. 프로세스 ID는 프로세스 전체를 조회하는 EnumProcesses로부터 얻을 수도 있고 윈도우 핸들로부터 GetWindowThreadProcessId를 호출해서 얻을 수도 있다. 당연히 그 윈도우를 생성한 주체를 얻는다.

그렇게 해서 얻은 프로세스 ID에 대해서 OpenProcess를 호출하면 프로세스 핸들을 얻을 수 있다. 그럼 이 핸들에 대해서는 프로세스를 강제 종료하는 Terminate**** 함수, 아까처럼 실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WaitFor**** 함수, 얘가 64비트인지 여부를 얻는 IsWow64Process, 실행 파일 이름을 얻는 GetModuleFileNameEx 등.. 할 수 있는 일이 몇 가지 있다.

CreateProcess 함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PROCESS_INFORMATION 구조체에다가 새 프로세스의 핸들과 ID, 그리고 primary 스레드의 핸들과 ID 이렇게 네 정보를 모두 쿨하게 되돌려 준다. 그러니 좋긴 하지만.. 이것들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즉시 CloseHandle도 잊지 말고 해 줘야 resource leak를 방지할 수 있다.

스레드에 대해서도 프로세스와 비슷하게 스레드 ID로부터 유효 핸들을 얻는 OpenThread라는 함수가 있다. 하지만 저 함수는 OpenProcess와 달리, 본인이 지난 수십 년의 프로그래밍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일단, 내 코드가 생성한 스레드라면 그냥 CreateThread의 리턴값을 받아 두면 되니, 별도의 방법으로 스레드 핸들을 얻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저렇게 스레드 핸들을 얻는 건 무슨 시스템 유틸리티를 만들고 있어서 내가 생성하지 않은 듣보잡 프로세스 내지, 내 프로세스 안에서도 타인의 듣보잡 스레드를 건드려야 할 때나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일은 일반적으로는 잘 없다.

그리고 스레드 핸들은 그냥 끝날 때까지 대기할 때(WaitFor***), 아니면 우선순위를 조절할 때(SetThreadPriority) 정도..?? 프로세스 핸들만치 무슨 정보를 얻고 쓸 일이 별로 없기도 하다. 그러니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가짜 핸들을 얻는 GetCurrentThread도 쓸 일이 거의 없다. 강제 종료 역시 TerminateThread는 TerminateProcess보다 훨씬 더 위험하며 훨씬 더 비추되는 짓이고 말이다.

프로세스나 스레드의 실행이 종료되는 것하고 해당 프/스를 가리키던 핸들이 완전히 해제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심지어 Terminate*를 호출해서 강제로 실행을 중단시켰더라도 거기에다 넘겨줬던 핸들은 CloseHandle을 따로 해 줘야 한다.

AttachThreadInput이라든가 SetWindowsHookEx 같은 UI 함수에서 스레드를 지정할 때는 그냥 간편하게 ID를 지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굳이 핸들값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런 여러 이유들로 인해 스레드 핸들은 프로세스 핸들보다 쓰이는 빈도가 낮다.

이상이다.
이런 것들은 Windows 프로그래밍에서 완전 기초 내용이다. 하지만 기본기 복습 차원에서 프로세스와 스레드, 그리고 핸들과 ID의 관계를 이렇게 한번 정리해 놓고 싶다는 생각이 코딩 중에 문득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15 08:34 2020/03/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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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와 오피스뿐만 아니라 개발툴 분야도 세계를 석권해 있다.
걔들은 과거에 운영체제 쪽은 맥 내지 IBM OS/2와 경쟁했었고, 오피스는 로터스, 워드퍼펙, 한컴(...)과 경쟁했으며.. 개발툴 쪽은 볼랜드라는 쟁쟁한 기업과 경쟁했다.

마소와 볼랜드가 내놓았던 프로그램 개발툴은.. 먼저

1. IDE까지 있는 도스용 대중 보급형의 브랜드가 있었다.
볼랜드는 터보, 마소는 퀵.. 뭔가 스피디한 단어를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볼랜드는 브랜드명-언어명 사이를 띄었지만, 마소는 둘을 붙여 썼다.;;

Turbo Basic, Turbo C, Turbo Pascal
QuickBasic, QuickC, QuickPascal

다음은 볼랜드 말고 '마소'에서 개발했던 QuickC와 QuickPascal IDE의 스크린샷이다. 보기에 참 생소하다. 출처는 유명한 고전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인 WinWorld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소는 QuickBasic만 건지고 나머지는 다 망했다. QuickBasic이야.. 뭐 무료 축소판 QBasic을 MS-DOS와 Windows에다 포함시키기까지 했을 정도이고 말이다. 빌 게이츠가 베이식 언어를 아주 좋아했다.
그 반면 볼랜드는 Turbo Basic만 망하고 C와 Pascal을 건졌다. Turbo Basic의 개발진은 볼랜드를 퇴사하고 따로 회사를 차려 PowerBasic을 만들게 됐다.

2. 다음으로, 본가에 속하는 최상위 플래그십 제품군에는 그냥 자기 회사명을 붙였다.

Borland Pascal, C++
Microsoft Basic, C/C++

1990년대에 C에 이어 C++ 컴파일러가 개발되면서 자기 제품의 공식 명칭을 아예 C++이라고 바꿔 붙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C와 겸용임을 내세우면서 C/C++이라고 붙이는 곳도 있었다.

볼랜드의 경우 C++을 C와는 완전 별개로 취급했는지 버전까지 1.0으로 도로 리셋하면서 Turbo C++ 내지 Borland C++이라고 작명했지만.. 마소는 C++을 기존 C 컴파일러의 연장선으로 보고 MS C 6.0 다음으로 7.0을 MS C/C++ 7.0이라고 작명했다. 사실, 연장선이라고 보는 게 더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참고로 왓콤 역시 Watcom C 9.0의 다음 버전이 Watcom C/C++ 9.5가 돼서 마소와 비슷하게 작명과 버전 넘버링을 했다. 왓콤은 제품이 짬이 길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첫 버전을 일부러 1이 아닌 6.0부터 시작하는 기행을 벌였었다! 볼랜드의 버전 넘버링과 비교하면 극과 극 그 자체였다.

터보 C++이랑 볼랜드 C++의 차이는.. 더 덩치 큰 상업용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OWL/Turbo Vision 같은 자체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느냐 여부 정도였지 싶다. 프로페셔널 에디션이냐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이냐의 차이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때쯤 Windows용 지원도 시작됐다.

3. 그랬는데, 1990년대 이후부터는 그 플래그십 제품군도 Windows 전용의 더 고급 브랜드로 대체됐다.

볼랜드는 90년대 중반의 Delphi와 C++Builder로,
마소는 그 이름도 유명한 비주얼 브랜드로 말이다. Visual Basic, Visual C++.
그리고 마소도 Visual C++부터는 C/C++ 대신 C++만 내걸기 시작했으며,

관계가 이렇게 된다.
Visual C++이 과거 MS C/C++을 계승한 거라는 흔적은 _MSC_VER 매크로 값이 Visual Studio 자체의 버전보다 더 크다는 점을 통해서나 유추할 수 있다.

1이 2를 거쳐 3으로 바뀌는 동안 주변에서는 C 대신 C++이 대세가 되고, 주류 운영체제가 도스에서 Windows로 완전히 넘어가고 거대한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가 등장하는 등의 큰 변화가 있었다. 개발 환경도 단순히 코딩용 텍스트 에디터와 디버거 수준을 넘어서 RAD까지 추구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또한, 이 3단계가 주류가 될 즈음부터 마소의 Visual 툴들이 볼랜드를 완전히 꺾고 제압해 버렸다.
마소가 운영체제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을 갖고 있기도 했거니와, 또 근본적으로는 파스칼이라는 언어 자체가 볼랜드의 창업자인 필립 칸이 선호하거나 예상한 것만치 프로그래밍계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마이너로 밀려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네이티브 코드 생성이 가능하면서 빌드 속도가 왕창 빠른 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다..;;

그에 반해 마소의 베이식은 파스칼보다 그리 나은 구석이 없는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자사 운영체제의 닷넷빨 있지, 레거시 베이식도 자사 오피스의 VBA 매크로 언어가 있으니 망할 일이 없는 지위에 올라 있다.

한때(1990년대 후반??)는 파스칼이 언어 구조가 더 깔끔하고 좋다면서 정보 올림피아드 같은 데서라도 각광 받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그 바닥조차도 닥치고 그냥 C/C++이다.
델파이를 기반으로 이미 만들어진 유틸리티나 각종 DB 연계 프로그램들(상점 매출 관리 등등..), SI 쪽 솔루션을 제외하면 파스칼은 마치 아래아한글만큼이나 입지가 좁아져 있지 않나 싶다..;;.

범언어적인 통합 개발 환경이라는 개념을 내놓은 것도 마소가 더 일렀다. Visual Studio가 나온 게 무려 1997년이니까.. 개발툴계의 '오피스'인 셈이다. (Word, Excel 등 통합처럼 Basic, C++ 통합). 그에 비해 볼랜드 진영에서 Delphi와 C++Builder를 통합한 RAD Studio를 내놓은 것은 그보다는 훨씬 나중의 일이다.

Windows NT야 이미 있던 16비트 Windows와 버전을 맞추기 위해서 3.1부터 시작했는데, Visual Studio의 경우, 공교롭게도 1990년대 중반까지 Visual Basic과 Visual C++의 버전이 모두 4.x대였다.
그래서 첫 버전인 Visual Studio 97은 각각의 툴 버전과 Studio 버전이 모두 깔끔하게 5로 맞춰졌으며, 이듬해에 나온 차기 버전은 어째 98이라는 연도 대신, 버전인 6으로 맞춰질 수 있었다.

2010년대 이후로 C++이 워낙 미친 듯이 바뀌고 발전하고 있으니.. D 같은 동급 경쟁 언어들조차 기세가 꺾이고 버로우 타는 중이다. 도대체 지난 2000년대에 C++98, C++03 시절에는 C++ 진영이 export 병크 삽질이나 벌이면서 왜 그렇게 침체돼 있었나 의아할 정도이다. 그 사이에 Java나 C# 같은 가상 머신 기반 언어들이 약진하니, 뭘 모르는 사람들은 겁도 없이 "C++은 이제 죽었네" 같은 소리를 태연히 늘어놓을 지경까지 갔었다. (2000년대 중반이 Windows XP에, IE6에... PC계가 전반적으로 좀 '고인물'스러운 분위기로 흘러가던 때였음) 한때 잠시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1/20 08:34 2020/01/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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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Visual C++ 사용 메모

1. 디버깅 관련

수 년 전에 본인은 Windows에서 명령 프롬프트와 디버그 로그(OutputDebugString)에 유니코드가 지원되는 날이 언제쯤 올까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이건 놀랍게도 Windows 10에서 명령 프롬프트의 유니코드화(특수한 여건이 갖춰졌을 때 부분적으로 한해서)와 더불어 그럭저럭 현실이 됐다.

디버거 툴에 대해서 본인이 더 원하는 것은..

(1) IDE가 디버거를 붙여서 직접 실행해 준 디버기 말고.. 타 프로세스에 의해 실행된 디버기도 자동으로 감지해서 breakpoint 내지 로그 출력을 잡아 주기
(2) breakpoint의 작동 조건으로, "임의의 타 지점을 먼저 지나쳤거나 그게 call stack 아래에 있을 것" 정도 지정하기

정도이다.
(1)을 위해서 Attach to process 같은 기능이 이미 있긴 하다. 하지만 내 프로그램이 아주 잠깐 동안만 짤막하게 실행되고 마는 상황이라면(정상적인 종료이든, 오류로 인한 종료이든) 사용자가 느릿느릿 일일이 저 명령을 내릴 겨를이 없다.
이건 EXE의 디버깅도 DLL의 디버깅과 비슷한 양상으로 만든다. 실행 인자를 사용자가 지정해 주는 게 아니라, 이 EXE는 다른 EXE로부터 어떤 인자를 받아서 실행됐는지를 디버거로부터 안내받게 될 것이다.

(2)는 물론 코드 자체를 고쳐서 상태 변수 같은 걸 global하게 추가하는 식으로 편법으로 구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몹시 귀찮고 불편하다.
디버깅을 해야 하는 코드가 여러 부분에서 호출되고 있는데 우리는 특정 상황에서 호출된 것에만 관심이 가 있는 거..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한 지원이 더 잘 된다면 프로그래머의 생산성이 많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글쎄, 위의 두 아이템은 오래 전에 이미 언급한 적도 있을 것이다.
이것 말고.. 딱히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 전혀 없는데 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기능으로는..
디버깅을 위해 실행할 프로그램과 인자(argument)를 여러 세트 등록해 놓고.. 사용자가 예전에 등록해 놨던 세트를 곧장 불러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도 Debug 탭의 Command 입력란의 콤보 상자를 눌러 보면.. 달랑 revsvr32, Edit, Browse 이런 몇 가지 고정적인 아이템밖에 없다. 거기에다가 사용자가 이전에 등록한 적 있는 세트들이 같이 나오면 된다. 이 얼마나 깔끔한가?
EXE라면 Command가 바뀔 일은 별로 없겠지만 인자에 대한 세트 관리 기능이 있다면 충분히 유용할 수 있다.
IDE에 이런 기능이 없으니 날개셋 같은 개인 작품에서나 회사 제품 코드에서나.. 디버깅을 위해 사용할 다양한 프로그램들 경로를.. 소스 코드 주석이나 별도의 텍스트 파일에다 따로 메모해 놓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세트 데이터는 굳이 해당 프로젝트 파일에다가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프로젝트/솔루션에 의존할 필요 없이, 그냥 그 프로그램 자체의 history data 명목으로 관리하는 형태로 제공되어도 충분히 편리할 것 같다.

2. 코드 자동 서식 적용

요즘 Visual C++ IDE에는.. 코딩을 하면서 닫는 중괄호나 세미콜론이 입력됐을 때, 각종 변수와 연산자· 토큰 사이에 공백을 균일하게 삽입하거나 없애고 탭 들여쓰기도 일관되게 맞춰 주는 '자동 서식' 기능이 제공된다. 쉽게 말해 whitespace에 대한 formatting 말이다. 이 옵션이 기본적으로 켜져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건 Visual C++ 2013쯤부터 처음으로 도입됐다. 2012에는 아직 확실하게 없었다.
베이직은 1980년대 도스 시절 QuickBasic에서부터 있었으며 C#도 최소한 200x 버전에서는 들어간 기능이지 싶은데 C++은 이제야 도입됐다.

다른 언어들은 문장을 완전히 파싱해서 내부 representation tree로 바꾼 뒤, 그걸 텍스트로 재구성함으로써 서식도 덤으로 적용되는 것이겠지만, C++은 그럴 수는 없지 싶다. 진짜 기계적이고 lexical한 문자열 치환 수준에서만 서식이 적용되지 싶다.

자동 서식 기능이 전반적으로는 괜찮은 편인데.. int *a, *b는 왜 int* a, * b라고 공백을 어색하게 배치하나 모르겠다. D처럼 int* a,b라고 썼을 때 b까지 포인터형이 되는 언어라면 모를까, 포인터형 별표와 변수명 사이에 공백이 들어가야 할 필요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배열 delete인 delete[]도 토큰 배치가 약간 기괴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붙여서 delete[] ptr; 이러는 걸 선호한다.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delete []a를 다 붙여서 delete[]a로 바꾸는 건 좀 의아하다. 차라리 delete[] a라고 해 주지..
비슷한 맥락으로로, 함수의 인자로 배열의 포인터를 전달하는데 TYPE(*arg)[4] 같은 것을 한데 다 붙여 버리니 이 또한 어색하고 이상하다.

이런 것들이 C++의 자동 서식은 완전한 파싱을 거쳐서 적용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지 싶다. 그러니 매크로나 템플릿 내부 같은 데서도 정확한 동작을 기대하기 어렵다.

3. 2019, 대화상자 리소스 에디터 뻗음

Visual Studio IDE는 2012~2013 즈음부터 외형이 크게 바뀌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에 특히 2015와 2017은 내 경험상 거의 분간이 안 된다. 영문판은 웬일로 FILE EDIT 등 메뉴 이름을 잠깐 몽땅 대문자로 표기하는 객기(?)를 부리기 시작했다가 후대 버전에서 객기를 접은 듯하다.
2019는 프로그램의 제목 표시줄이 없어지고 화면 첫 줄에 곧바로 메뉴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현재 열려 있는 솔루션의 이름은 메뉴의 오른쪽에 표시된다. 윕 브라우저들도 그렇고 요즘은 제목 표시줄을 없애는 게 유행이기라도 한가 보다. 게다가 쟤들은 메뉴조차 없애 버리고 Alt키를 눌렀을 때만 메뉴가 표시되게 해 놨다.

그렇게 프로그램의 외형이 야금야금 바뀌는 것이야 좋다고 치는데.. 왜 예전에는 경험한 적이 없던 버그까지 야금야금 끼어 들어가나 모르겠다.
우선 아주 불규칙하지만 분명한 빈도로.. 텍스트 에디터의 폰트가 본인이 수동으로 변경하기 전의 원래 폰트로 되돌아간다. 정확한 재연 조건은 모르겠다. Visual Studio를 열어 놓은 채로 며칠 간격으로 절전 모드에 들어갔다가 복구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되돌아가 버린다.

그리고 C++ win32 리소스 중에서 대화상자 편집기만 제대로 안 열리고 프로그램이 무한 루프에 빠지며(= CPU 소모하면서) 응답이 멎는 문제가 있다.
잘 알다시피 Visual Studio 2012부터는 msi 파일을 생성하는 배포 패키지 프로젝트가 짤려서 기본 제공되지 않는다. 별도의 extension을 설치해야만 다시 지원된다. 본인은 회사에서는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 extension을 설치한 뒤부터 win32 프로젝트에서 대화상자 편집기가 열리지 않고 IDE가 얼어붙어 버렸다. 그래서 대화상자 리소스를 편집하는 작업을 할 수가 없어졌다.
뒤늦게 그 extension을 disable시키거나 아예 제거해도.. 버전 16.2.3 최신 업데이트를 적용해도, 심지어 Visual Studio를 재설치(복구)해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 VS 2019는 대화상자 리소스를 영원히 편집할 수 없는 절름발이 상태가 된 것 같다.

검색을 해 보니 이 문제는 VS 2019 초창기 시절부터 종종 보고되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release candidate 수준의 옛날 일이지 최신 업데이트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발생하거나 해결됐다는 얘기는 딱히 발견하지 못했다.
이러니 Visual Studio는 최신 버전이 구버전의 용도를 완전히 흡수· 대체하지 못하고 구버전도 여전히 병행해서 사용돼야만 할 것 같다. 결국 회사에서도 2010을 따로 설치해야 했다.

4. 2010, 동작은 하지만 이상한 경고 메시지

그럼 구버전은 아무 이상이 없느냐 하면 불행히도 그것도 아니다.
Windows 10 초창기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운영체제 업데이트를 몇 번 거치고 나니 VS 2010 devenv.exe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에러 메시지를 한번 내뱉은 뒤에 실행된다.

The file C:\WINDOWS\Microsoft.NET\Framework\v2.0.50727\Microsoft.Vsa.tlb could not be loaded. An attempt to repair this condition failed because the file could not be found.
Please reinstall this program.


이미 알려진 문제이며 .NET Framework 3.5를 설치한 뒤에 Visual Studio도 복구(재설치)하면 이런 메시지가 없어질 거라고 하는데..
프로그램 사용을 못 할 정도의 치명적인 오류는 아니니 귀찮아서 안 하고 지낸다. 어차피 VS 2010을 C# 같은 .NET 플랫폼 개발용으로 사용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5. 컴파일러의 버그

하루는 32비트 정수와 16비트 정수를 인자로 받아서 이걸 한데 뭉친 64비트 정수를 되돌리는 정말 간단한 인라인 함수를 구현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생성된 값을 저장하고 불러오게 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불러온 결과가 이전에 저장했던 결과와 일치하지 않고 프로그램이 제대로 동작하질 않았다.

곳곳에다 변수값을 화면에다 찍어 봐도 내가 짠 코드에는 좀체 문제가 없는 것 같고..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값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갑자기 생기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MAKELONG(16012, 76)의 계산 결과값이 저장할 때와 불러올 때가 서로 다르다는 게 믿어지시는가? high word 쪽의 값이 내가 지정한 값이 아니라 32766 같은 엉뚱한 값을 기준으로 계산되었다.

해당 함수를 #pragma를 줘서 최적화를 끄고, 인라이닝을 해제하는 등 별짓을 해도 계산값이 교정되지 않았다. 컴파일러가 구형인 것도 전혀 아니고, 갓 업데이트 받았던 따끈한 Visual C++ 2019 16.3.2였다.
신기한 것은.. { return X|(Y<<32); } 대신

{
    auto ret = X|(Y<<32);
    TRACE("%d %d\n", X,Y);
    return ret;
}

이렇게 함수 인자를 강제로 화면에다 찍게 하면 버그가 발생하지 않고 계산이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하지 않고 함수를 아예 #define 매크로 형태로 고쳐도 문제가 동일하게 발생하니.. 이 정도면 변수를 참조하는 코드 자체가 단단히 잘못 생성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수 년 전엔 bit rotation을 구현한 암호화 알고리즘에서도 release와 debug의 동작이 다르고 최적화 적용 여부에 따라 동작이 달라지는 현상을 발견하긴 했는데.. 이 문제는 그것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였다.
물론 비트 연산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컴파일러가 << >> | 같은 연산자를 다루는 데서 무리하게 최적화를 시도하는가 보다.

결국 이 버그는 memcpy라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물건을 동원함으로써 겨우 회피할 수 있었다. 64비트 정수에다가 일단 32비트 값을 대입한 뒤, 4바이트 오프셋에다가 16비트 정수를 강제로 복사하게 했다. 컴파일러가 memcpy는 어째 제멋대로 최적화를 안 했는지 이렇게 하니 프로그램이 깔끔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비트 엔디언 독립성은 물론 포기했다.

memcpy는 예전에 align이 맞지 않는 임의의 단위로 메모리를 읽고 써야 할 때.. x86 계열에서는 아무 문제 없다가 ARM 같은 CPU에서 멀쩡한 프로그램이 뻗을 때도 유용하고 사용한 적이 있다.. CPU 특성이나 컴파일러의 특성을 가리지 않고 제일 무식하고 확실하게 메모리를 읽고 쓰는 게 보장돼야 할 때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듯하다.
그나저나 컴파일러의 버그임이 명백한 이 현상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지, 해결할 방법이 없나 궁금하다.

이상이다.
본인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용 컴터에는 VS 2003, 2010, 2019를 나란히 설치해 놓고 지낸다. 즉, 최신 버전 말고도 2003과 2010은 고정 설치라는 뜻이다.

한때는 최신 API에 대한 설명 때문에 201x의 도움말을 하드에 설치해 놓았으나, 요즘은 마소에서 로컬 도움말은 2015 이후로 업데이트도 안 하고 거의 버린 자식 취급하길래..
그건 포기하고 그냥 옛날 200x 시절의 MSDN을 고전 Windows API 및 기본 C/C++ 레퍼런스용으로 사용한다. 이걸로 충당이 안 되는 최신 정보는 인터넷 조회로 해결하고 말이다.

Visual C++ 201x 버전들에서 본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인상적인 변화 사항은 다음과 같다.

  • 2012: 흰 스킨 도입. Windows XP 타겟 지원을 최초로 중단했다가 별도의 툴킷으로 따로 제공 시작. Syntax coloring이 더 세분화됨. 정적 분석 기능 도입. 예전 같은 서비스 팩 대신, 업데이트 n 형태로 수시로 업데이트 되기 시작
  • 2013: 약간 푸르스름하면서 흰 스킨 도입. 코드 자동 서식 적용 시작, 커뮤니티 에디션 도입.
  • 2015: C 런타임 라이브러리 구조가 개편됨
  • 2017: 설치/업데이트 체계가 전면 개편됨. 안드로이드 등 별별 환경 개발까지 다 지원하기 시작. 오프라인 도움말 앱을 사실상 지원 중단
  • 2019: 프로그램 제목 표시줄이 없어짐. 스플래시 화면이 더 간지나게 바뀜. 색깔이 채도가 약간 더 올라가고 산뜻해짐. 처음 실행했을 때나 기존 솔루션을 닫은 직후에 통상적인 시작 페이지 대신, "원하는 작업을 선택하세요" 대화상자가 표시됨.

Posted by 사무엘

2020/01/04 08:34 2020/01/0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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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최근에 직장일 때문에 이메일을 자동으로 생성해서 보내는 프로그램이란 걸 난생 처음으로 작성해 봤다. 소켓 API만 써서 말이다.
서식이고 첨부고 몽땅 다 생략한 최소한의 형태만 생각한다면, 이메일을 보내는 것 자체는 내 예상보다 굉장히 간편하게 쉽게 자동화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SMTP 서버 명령어 몇 개만 스펙대로 주고 받으면 된다.

발신자는 말할 것도 없고 수신자조차도 실제로 수신하는 대상과 화면에 표시되는 수신자가 서로 다르게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스팸 메일을 대량으로 살포하는 건 일도 아니겠다는 걸 이제야 느꼈다. 이런 문제도 있고, 또 이메일 내용을 다른 해커가 가로챌 수도 있으니 이 바닥에도 온갖 복잡한 인증과 암호화 계층이 나중에 도입된 거지 싶다.

이메일과 관련하여 서버에다 요청을 보낼 때는 줄 바꿈 문자가 \n이 아니라 반드시 \r\n을 써야 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건 어째 유닉스가 아닌 DOS/Windows 진영의 관행과 일치한다. 그리고 메일 본문의 끝을 의미하는 게 도스의 copy con이 사용하는 Ctrl+Z 같은 제어 문자가 아니라 그냥 "빈 줄+마침표+빈 줄"이다.

또 주목할 만한 것은 DATA(본문)에 들어가는 발신 날짜였다. 난 메일을 보내면 발신 시각 정도는 메일 서버가 자기 시각을 기준으로 당연히 자동으로 넣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이메일을 보낼 때 발신 시각을 일일이 써 넣지 않듯이 말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보내는 쪽에서 알려 줘야 하며, 허위로 조작된 임의의 날짜· 시각을 보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여기에 써 주는 날짜· 시각은 "Tue, 18 Nov 2014 13:57:11 +0000" 같은 형태로, 날짜와 시각, time zone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심지어 요일이라는 일종의 잉여 정보도 있다.
이 형식은 RFC 2822에 표준 규격으로 정해졌는데, 보다시피 사람이 읽기 편하라고 만들어졌지 컴퓨터의 입장에서 간편하게 읽고 쓸 수 있는 형식은 아니다. 컴퓨터의 관점에서는 그냥 1970년 1월 1일 이래로 경과한 초수, 일명 Unix epoch 숫자 하나가 훨씬 편할 텐데 말이다. time zone도 무시하고 UTC만 통용시키고 말이다.

실제로 이 날짜· 시각 문자열은 그 형태 그대로 쓰이지 않는다. 어차피 이메일 클라이언트가 파싱을 해서 내부적으로 Unix epoch 같은 단순한 형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당장 메일들을 오래된 것-새것 같은 순서대로 정렬해서 목록을 뽑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한 그걸 출력할 때는 "2014년 11월 18일 오후 10시 57분 11초"처럼 사용자의 언어· 로케일과 설정대로 형태가 또 바뀌게 된다.

그러니 사람보다는 기계가 더 활용하는 날짜 시각 문자열 포맷이 왜 저렇게 복잡한 형태로 정해진 건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읽고 쓰기 위해서 달 이름과 요일 이름 테이블까지 참조해야 하고 말이다. 글쎄, SMTP 명령어를 사람이 직접 입력해서 이메일을 보내던 엄청난 옛날에 사람이 읽고 쓰기 편하라고 저런 형태가 정해진 건지는 모르겠다.

Windows API의 GetDateFormat/GetTimeFormat 내지 C 언어의 asctime/ctime 함수 어느 것도 이메일의 날짜· 시각 포맷과 완전히 일치하는 문자열을 되돌리지는 않는다. 특히 C 함수의 경우,

Tue Nov 18 13:57:11 2014

로, 년월일 시분초 요일까지 정보가 동일하고 맨 처음에 요일이 나오는 것까지도 일치하지만.. 이메일 포맷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C 함수도 나열 순서와 글자수가 언제나 동일하고 불변인 것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저걸 변경할 수는 없다. 저 결과값을 그대로 쓸 수도 없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참고로 일반인이 저런 날짜· 시각 format 함수를 작성한다면 그냥 단순무식하게 sprintf "%02d %s" 같은 방식으로 코딩을 하겠지만, 프로그래밍 언어 라이브러리에서는 그런 짓은 하지 않고 성능을 최대한 중요시하여 각 항목들을 써 넣는 것을 한땀 한땀 직접 구현한다. 해당 라이브러리의 소스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Windows API에는 SYSTEMTIME이라는 구조체가 있고, C에는 tm이라는 구조체가 있어서 날짜와 시각을 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tm이라니.. 구조체 이름을 무슨 변수 이름처럼 참 이례적으로 짧고 성의없게 지은 것 같다. -_-
C 시절에는 앞에 struct라는 표식을 반드시 덧붙이기라도 해야 했지만 C++은 그런 것도 없으니 더욱 난감하다. C++의 등장까지 염두에 뒀다면 이름을 절대로 저렇게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tm 구조체의 멤버들 중 월(tm_mon)은 1이 아니라 0부터 시작한다는 것, 그리고 연도(tm_year)는 실제 연도에서 1900을 뺀 값을 되돌린다는 것도 직관적이지 못해서 번거롭다. 즉, 2019년 7월은 각각 119, 6이라고 기재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Windows의 SYSTEMTIME은 그렇지 않으며 wYear과 wMonth에 실제값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월이 0부터 시작하는 건 쟤네들 문화권에서는 어차피 월을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배열 참조의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연도는.. 무슨 공간을 아끼려고 굳이 1900을 뺐는지 모르겠다. 16비트 int 기준으로 서기 32767년만 해도 정말 까마득하게 먼 미래인걸 말이다.

아 하긴, 20세기 중후반엔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10과 1)만 써도 70이니 90이니 하면서 월과 일의 숫자 범위보다 월등히 컸기 때문에 변별력이 있었다. 연도도 두 자리만 쓰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에 1900을 빼는 것은 그런 관행을 반영한 조치였을 것이다. Office 97은 있어도 Office 07은 없고 2007이니까 말이다.

엑셀 같은 스프레트시트들도 날짜 겸 시각을 저장하는 자료형의 하한이 1900년 1월 1일로 잡혀 있다. 그래서 한국 최초의 철도가 개통한 1899년 9월 18일 같은 날짜는 아슬아슬하게 날짜형으로 저장하지 못하며, 일반 문자열로만 취급된다. =_=;;

이렇게 인간 가독형 날짜· 시각 말고 기계 가독형으로 직렬화된 날짜· 시각을 저장하는 정수 자료형으로 Windows에는 FILETIME이 있고, C에는 time_t가 있다. FILETIME은 Windows NT 시절부터 64비트로 시작했지만 후자는 2000년대 이후에 와서야 2038년 버그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각 플랫폼별로 64비트로 확장됐다. 사실, 이때부터 PC도 64비트로 바뀌어서 플랫폼에 따라서는 long 같은 자료형도 64비트로 바뀌기도 했다..

그리고 요일이야.. 두 구조체 모두 일요일이 0이고 토요일이 6이다.
요일도 이름이 아닌 숫자로만 취급하는 언어는 내가 알기로 중국어밖에 없는데 혹시 더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 인간의 언어에는 설마 0요일이 있을 리는 없고 1부터 시작할 텐데.. 중국어의 경우 일요일은 日이어서 이게 0 역할을 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가 1요일~6요일에 대응한다.

이상이다. 이메일 얘기로 시작해서 날짜 시각 얘기로 소재가 바뀌었는데..
이메일(POP3/SMTP)을 비롯해 HTTP, FTP 같은 표준 인터넷 프로토콜들을 클라이언트와 서버를 모두 소켓 API만으로 직접 구현해 보는 건 코딩 실력의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야 이미 만들어져 있는 솔루션만 사용하면 되니까 실용적인 의미는 별로 없겠지만, 학교에서 학술..도 아니고 그냥 교육적인 의미는 충분히 있을 테니 말이다. 내부 구조를 직접 살펴보면, 이런 프로토콜의 secure 버전이 왜 따로 만들어져야 했는지 이유도 알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를 응용해서 특정 메일에 대해 자동 회신을 보내는 프로그램, 한 FTP 서버의 파일을 다른 FTP 서버로 올리는 프로그램까지 만드는 건 시험이나 과제 용도로도 괜찮아 보인다. 요즘은 FTP 같은 거 명령어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장 본인도 모른다. ㅎㅎ

이메일을 쓰지 않는다는 도널드 커누쓰 할배가 문득 생각난다. 이분이야 뭐 1970년대, 컴퓨터 네트워크라는 건 그냥 기업· 연구소, 정부 기관만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이메일이란 게 처음으로 발명됐던 시절에 그걸 다뤄 왔던 분이다. 그러다가 현역 은퇴 후에 때려치우고 온라인 공간의 속세와 단절한 셈이다. 이젠 뭐가 아쉬워서 누구에게 이메일로 연락을 하거나 연락을 기다려야 할 처지도 전혀 아니고.. 그냥 아날로그 종이 편지를 취급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시댄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18 08:32 2019/12/1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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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은 어떤 명칭에 대해 선언과 정의의 구분이 명확한 축에 드는 언어이다. 정의는 선언도 같이 포함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전자는 심판의 선고이고, 후자는 집행이라고 봐도 되겠다.

(1) 함수: 실행되는 코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에 둘러싸여 정의된 몸체의 존재감이 압도적인 물건이다. 또한 함수의 선언부는 자신의 프로토타입(인자의 개수와 타입, 리턴값의 타입)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얘는 소형 인라인 형태가 아닌 이상, 선언과 정의의 구분이 가장 명확하다.

(2) 자료형: 구조체나 클래스는 함수보다야 선언 따로 정의 따로일 일이 훨씬 드물다. 하지만 헤더에서는 포인터 형태만 사용하는데 쓸데없는 #include 의존성을 또 만들지 않기 위해 class Foo; 같은 불완전한 타입을 선언만 하는 게 가능은 하다. 마치 함수 선언처럼 말이다.
선언만 존재하는 불완전한 타입은 sizeof 연산자를 적용할 수 없으며, 포인터형의 경우 *나 ->로 역참조해서 사용할 수도 없다.

(3) static 멤버/전역 변수: 변수는 선언하는 것 자체 말고 딱히 {}로 둘러싸인 세부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생성자 인자라든가 초기화 값(initializer)이 쓰이긴 하지만 그건 definition, body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정보이니 말이다.

다만, 지역 변수 말고 클래스의 static 멤버에 대해서는 static int bar와 int Foo::bar 같은 선언/정의 구분이 존재한다. 그리고 전역 변수도 extern이라고 선언된 놈은 정의가 아닌 선언 껍데기일 뿐이다. (실제 definition은 다른 translation unit에 존재한다는..)
사실, global scope에서 함수의 선언도 앞에 extern이 생략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역 변수의 선언들이 모두 구 용법의 auto가 생략된 형태인 것처럼 말이다.

함수건 변수건 선언은 여러 군데에서 반복해서 할 수 있지만 몸체 정의는 딱 한 군데에만 존재한다. 이는 마치 분향소와 빈소의 관계와도 비슷해 보인다.
이런 선언부에서는 배열의 경우 그 구체적인 크기를 생략할 수 있다. * 대신 []을 써서 얘는 정확한 크기는 모르지만 어쨌든 포인터가 아닌 배열이라고 막연하게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const 변수는 초기화 값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 이 역시 선언 단계에서 생략될 수 있다.

1. 함수와 구조체: 상호 참조를 위한 불완전한 전방 선언

(1) 함수나 (2) 구조체/클래스는 상호 참조를 할 수 있다. A라는 함수에서 B를 호출하고, B도 A를 호출할 수 있다. 또한, X라는 구조체에서 Y라는 구조체의 포인터를 멤버로 갖는데, Y도 내부적으로 X의 포인터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요즘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구조적으로 같은 소스 코드를 두 번 읽어서 파싱하게 돼 있기 때문에 한 함수에서 나중에 등장하는 다른 함수를 아무 제약 없이 참조할 수 있다. C++도 그런 요소가 있기 때문에 한 클래스의 인라인 멤버 함수에서 클래스 몸체의 뒷부분에 선언된 명칭에 곧장 접근할 수 있다. 즉, 다음과 같은 코드는 컴파일 된다.

class Foo {
public:
    void func1() {
        func2();
    }
    void func2() {
        func1();
    }
};

하지만 global scope에서 이런 코드는 적어도 C++ 문법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void Global_Func1() {
    Global_Func2();
}
void Global_Func2() {
    Global_Func1();
}

맨 앞줄에 void Global_Func2(); 이라고 Global_Func2라는 명칭이 껍데기만이라도 forward(전방) 선언돼 있어야 한다. 파스칼 언어에는 이런 용도로 아예 forward라는 지정자 키워드가 있기도 하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struct DATA1 {
    DATA2* ptr;
};
struct DATA2 {
    DATA1* ptr;
};

이렇게 구조체끼리 상호 참조를 하기 위해서는..
심지어 클래스 안의 구조체라 하더라도 앞에 struct DATA2는 반드시 미리 전방 선언이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클래스 안에 선언된 멤버 함수와는 취급이 다르다. 왜 그런 걸까? 멤버 함수의 몸체는 클래스 밖에 완전히 따로 정의될 수도 있지만 구조체의 몸체는 그럴 수 없다는 차이 때문인 듯하다.

원래 파스칼과 C는 옛날에 컴파일러의 구현 난이도와 동작 요구 사양을 낮추기 위해, 소스 코드를 한 번만 읽으면서 곧장 parsing이 가능하게 설계되기도 했다. 모든 명칭들은 사용되기 "전에" 정의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선언은 미리 돼 있어야 컴파일 가능하다. 아무 데서나 '정의'만 한번 해 놓으면 아무 데서나 그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언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함수와 전역 변수의 경우, 그 다음으로 몸체 정의를 찾아서 실제로 '연결'하는 건 잘 알다시피 링커가 할 일이다. 단지, 구조체/클래스는 몸체가 당장 컴파일 과정에서 그때 그때 쓰이기 때문에(멤버의 타입과 오프셋...) 링크가 아닌 컴파일 단계에서 실제 몸체를 알아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불완전한 타입에 대해서 거기에 소속된 구조체/클래스를 불완전한 형태로 또 중첩 선언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class A;
class A::B;

A의 몸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연쇄적으로 B를 저렇게 또 선언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걸 허용하는 건 C++을 동적 타입 언어급으로 만드는 너무 사악한(?) 짓이 될 것 같다. 특히 이미 자유도가 너무 높은 템플릿을 구현하는 것까지 생각했을 때 말이다.
실체가 없는 저런 자료형의 포인터를 무리하게 만들 바에야 아예 void* 포인터를 그때 그때 캐스팅해서 쓰고 말겠다. 아니면, 저런 식으로 다단계 scope 구분만 하는 게 목적이라면 클래스 대신 namespace라는 훌륭한 대체제가 있다.

2. 구조체: 전방 선언과 다중 상속 사이의 난감함

이렇게 몸체를 모르는 클래스를 불완전 전방 선언만 해서 쓰는 것은 일면 편리하지만.. C++이 제공하는 다른 기능 내지 이념과 충돌해서 난감한 상황을 만들 때도 있다.
즉, class X와 class Y라고 이름밖에 모르던 시절에는 X와 Y는 서로 완전히 남남이며, 포인터 형변환도 오프셋 보정 없이 단순무식한 C-style로만 하면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X와 Y가 다중 상속으로 얽힌 사이라면.. 몸체를 모르던 시절과 알고 난 뒤의 컴파일러의 코드 생성 방식이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X 내지 Y의 멤버 함수를 가리키는 pointer-to-member 타입의 크기와 구현 방식도 달라지게 된다. X가 전방 선언만 돼서 아무런 단서가 없을 때가 제일 복잡하고 까다롭다.

Visual C++의 경우, 얘가 전방 선언만 됐지만 다중/가상 상속 같은 것 안 쓰는 제일 단순한 형태이기 때문에 pointer-to-member도 제일 단순한 형태로만 구현해도 된다고 단서를 제공하는 비표준 확장 키워드를 자체적으로 제공할 정도이다. 그만큼 C++의 스펙은 복잡 난해하고 패러다임이 서로 충돌하는 면모도 존재한다.

이렇듯, 명칭의 선언과 정의라는 간단한 개념을 고찰함으로써, C/C++ 이후의 언어들은 선배 언어의 복잡 난해함을 어떻게든 감추고 사용자와 컴파일러 개발자의 입장에서 다루기 편한 언어를 만들려고 어떤 개량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장 Java만 해도 헤더/소스 구분 없이 한 클래스에서 각종 함수나 명칭을 수정하면 번거로운 재컴파일 없이도 그걸 다른 소스 코드에서 곧장 사용 가능하니 얼마나 편리한가 말이다.

3. 함수: extern "C"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extern은 static library 형태이든 DLL/so 방식이든 무엇이건, 외부로 노출되는 전역 함수 및 변수 명칭을 선언하는 키워드이다. 그런데 기왕 대외 선언을 하는 김에 노출을 하는 방식도 옵션을 줘서 같이 지정할 수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기괴해 보이는 문법인 extern "C"가 바로 그것이다. 이건 함수 명칭을 C++ 스타일로 decorate를 할지, 아니면 예전의 C 시절처럼 원래 이름을 변조 없이 그대로 선언할지를 지정한다.

C++에서 변조니 decorate니 해서 굳이 언어의 ABI 차원에서 호환을 깨뜨려야 하는 이유는.. C++에는 C와 달리 함수 인자를 기반으로 오버로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argument의 개수와 타입들에 대한 정보가 이름에 첨가돼야만 이 함수를 그 이름으로 유일하게 식별할 수 있다.

뭐, static 함수는 대외 노출이 아니니 한 번역 단위 안에서 함수 이름이야 어떻게 붙이건 전혀 상관없으며.. C++ 클래스 멤버 함수는 애초에 C언어에서 접근 불가능한 물건이이고 무조건 C++ 방식으로 decoration을 해야 한다. 그러니 extern "C" 옵션이 필요한 곳은 C와 C++이 모두 접근 가능한 일반 전역 함수 정도로 한정된다.

"C" 말고 쓸 수 있는 문자열 리터럴은 "C++".. 요 둘뿐이다. 그리고 "C++"은 디폴트 옵션이므로 signed만큼이나 잉여이고, 오늘날까지도 사실상 "C"만 쓰인다.
만들고 있는 라이브러리가 자기 제품 내부에서밖에 안 쓰이거나, 어차피 소스째로 통째로 배포되는 오픈소스여서 특정 컴파일러의 ABI에 종속되어도 아무 상관 없다면.. 함수를 C++ 형태로, 아니 C++ 클래스 라이브러리 형태로 선뜻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외부 노출 함수 이름은 어느 언어에서나 쉽게 import 가능한 extern "C" 형태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extern "C" 다음에는 이 구간에서 선언되는 명칭들을 모두 C 방식으로 노출하라고 중괄호 {}까지 줄 수 있으니 생소함과 기괴함이 더해진다.

이건 컴파일러의 구문 분석 방식을 변경하는 옵션이 아니다. {} 안의 코드는 C 문법으로만 해석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extern "C" 방식으로 선언된 함수의 안에서도 템플릿, 지역 클래스 등 C++ 문법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고 타 C++ 객체를 참조할 수 있다. 단지 이 함수는 동일 명칭의 여러 오버로딩 버전을 만들어서 대외적으로 제공할 수 없을 뿐이다.

또한, 컴파일러의 최적화나 코드 생성 방식에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stdcall, pascal, cdecl 같은 calling convention이야 인자를 스택에다 올리는 순서 내지 스택 주소 복귀를 하는 주체(caller or callee)를 지정하는 것이니까 코드 생성 방식에 영향을 준다. 언어 문법 차원에서의 프로토타입이 동일하더라도 calling convention이 다른 함수끼리는 포인터가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extern "C" 지정이 잘못되면 obj와 lib 사이에 공급된 명칭과 요청한 명칭이 일치하지 않아서 끽해야 링크 에러가 날 뿐이다. 개념이 이렇게 정리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9/11/16 08:32 2019/11/1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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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법 함정

C/C++에서 연산자로 쓰이는 토큰(문자)들 중에는 문맥에 따라서 의미가 중복될 수 있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 () [] 같은 토큰은 값을 계산하는 수식에서 쓰일 때와, 변수를 선언할 때 의미가 서로 다르다. 한쪽에서는 인근의 변수가 배열· 포인터· 함수 타입임을 나타내지만, 다른 쪽에서는 실제로 배열 첨자나 포인터를 역참조하고 함수를 호출하는 역할을 한다.

심지어 =조차도 int a=5; 와 그냥 a=5; 에서 =는 문법적인 의미가 서로 동일하지 않다. 똑같이 =를 썼더라도 중괄호를 동원하여 배열이나 구조체를 초기화하는 것은 일반 수식에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것 말고도 콤마(,)의 경우.. 함수 인자 구분자와 쓰임이 완벽하게 겹친다. 그렇기 때문에 함수 인자에서 콤마 연산자를 쓰려면 수식을 괄호로 싸야 한다.

그리고 <>로 둘러싸인 템플릿 인자에서 부등호 내지 비트 이동 연산자를 쓸 때도 상황이 좀 난감해진다. 템플릿 인자에 typename만 올 때는 <>가 모호성을 전혀 일으키지 않지만, 문제는 템플릿 인자로 정수도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값이 컴파일 타임 때 결정만 될 수 있다면 정수값을 만들어 내는 각종 연산자들도 당연히 쓰일 수 있다.

template class Foo<size_t N> { .... };

Foo<(a>b ? 5:3)> bar1;
Foo<(MAX>>3)> bar2;

그러니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수식 전체를 괄호로 싸야만 한다. 괄호가 단순히 같은 수식 안에서 연산 우선순위를 조절할 때만 쓰이는 게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수식 영역과 함수 및 템플릿 인자 영역을 구분할 때도 쓰인다.

std::vector<std::list<int>> vl;

요렇게 중첩되었던 템플릿 인자들이 한꺼번에 종결될 때 > 사이를 강제로 띄우지 않아도 되게 컴파일러의 동작 방식 지침이 달라진 때가 내 기억이 맞다면 C++03과 C++11사이였지 싶은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 밖에 2[a]가 가능하다는 C/C++의 변태적인 특성상, 람다와 관련해서 또 변태 같은 중의성을 만들 수 있지는 않으려나 궁금한데, 너무 머리가 아파서 더 생각해 보지는 않으련다.
요즘 C++은 auto라든가 using, delete를 보면 =를 사용하는 새로운 문법이 여럿 생긴 것 같다.

2. 비표준이지만 표준처럼 쓰이는 함수

C언어 라이브러리에 있는 모든 함수들이 100% 표준이고 어느 플랫폼에서나 동일하게 사용 가능한 게 아니다.
본인은 평소에 Visual C++만 쓸 때는 이런 걸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지냈는데.. strlwr과 심지어 내 기억이 맞다면 strdup도 macOS에서는 지원되지 않는 걸 최근에 확인하고는 놀랐었다.
물론 저런 함수들이야 하는 일이 워낙 간단하니 3분 만에 직접 짤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은 저건 universal한 표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Visual C++도 세월이 흐를수록 '표준 준수'를 강조하는 쪽으로 라이브러리의 디자인이 바뀌다 보니, 관례적으로 제공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표준이 아닌 함수들에 대해서는 앞에 밑줄을 붙여서 구분하는 추세이다.
하긴 그러고 보니, Visual C++을 업그레이드 한 뒤에 기존 코드가 컴파일되지 않아서 수정하던 내역 중에도 멀쩡한 함수 앞에다가 _를 붙이는 게 많았다. 일례로, 이분 검색 함수는 bsearch가 당당히 표준으로 등재돼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선형 검색 함수는 표준이 아니어서 그런지 _lfind이다.

3. 스택 메모리의 임의 할당

그러고 보니 비표준 함수 중에는.. malloc의 변종으로서 가변 길이(= 크기가 런타임 때 정해지는) 메모리를 heap이 아닌 무려 현재의 스택 메모리에서 얻어 오는 alloca이던가 malloca인가 하는 물건도 있었다. 옛날 16비트 Turbo C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현재의 Visual C++에서도 지원은 하는가 보다. 물론 앞에 밑줄은 붙여서 말이다.

얘는 C에서 문법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동적 배열을 heap이 아닌 스택 메모리에 구현해 준다. 메모리 할당 속도가 heap을 다루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며, 함수 실행이나 scope이 끝날 때 해제도 자동으로 되어 memory leak 걱정을 할 필요 없으니 편리하다. 지금 실행 중인 함수의 stack frame을 조작하는 물건이니, 겉으로는 함수 호출 같지만 실제로는 컴파일러 인트린식 형태로 구현되지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얘는 장점이 많아 보이지만.. 일단 할당 장소가 장소인 관계로 (1) 수 MB 이상급의 대용량 메모리를 할당할 수 없으며, (2) 할당 방식의 특성상 heap 메모리처럼 할당과 해제를 무순으로 임의로 자유자재로 할 수 없다. (3) C++ 언어의 보조를 받는 게 없기 때문에 해제와 C++ 객체 소멸을 한데 연계할 수도 없다.

이런 한계로 인해 스택에서의 동적 메모리 할당은 생각만치 그렇게 유용하지 않다. 본인도 지난 20여 년 동안 C/C++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이걸 사용해 본 적이 전혀에 가깝게 없었다.
저 함수가 괜히 비표준이 아닌 셈이다. 마치 정수 기반 고정소수점과 비슷한 위상의 이단아인 것 같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은 이런 상황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생성자에서 문자열을 인자로 받아들여 적절한 처리를 하는 기반 클래스가 있다.
이걸 상속받아 파생 클래스가 만들어졌는데, 얘는 자주 쓰이는 문자열 패턴을 손쉽게 생성하기 위해 여러 개의 문자열이나 숫자를 숫자를 인자로 받으며, 이로부터 단일 문자열을 생성하여 기반 클래스의 생성자에다가 전달한다. 즉, 이런 꼴이다.

Derived::Derived(string arg1, string arg2, int num):
 Base( prepareArgument(arg1, arg2, num) ) {}

예시를 보이기 위해 편의상 string이라는 자료형을 썼지만, 실제로 저기서 쓰이는 것은 const char * 같은 문자열 포인터이다.
즉, 나는 Derived의 생성자에서 char buf[128] 같은 스택 기반 지역변수 배열을 선언한 뒤, 거기에다 arg1, arg2, num의 정보를 담고 있는 문자열을 담고 그걸 Base의 생성자에다가 전달하고 싶으나.. 문법 구조상 그건 가능하지 않다. 기반 클래스는 파생 클래스의 생성자가 실행되기 전에 초기화가 완료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파생 클래스의 생성자 함수에서 확보해 놓은 스택 변수의 공간을 받을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럴 때 prepareArgument(_alloca(len), arg1, arg2, num) 이런 식으로 static한 보조 함수를 만들면 굳이 힙 메모리 할당과 생성자· 소멸자가 뒤따르는 범용 string을 쓸 필요 없이 스택에다가 문자열을 담을 공간을 임시로 확보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쓰레기값

'초기화되지 않은 변수, 쓰레기값'이라는 건 내가 아는 프로그래밍 언어들 중에는 C/C++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물론 컴퓨터라는 기계에 본질적으로 존재하니까 C/C++에도 존재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것 때문에 야기되는 버그의 황당함과 막장스러움은 뭐,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다. 같은 소스 코드가 release 빌드와 debug 빌드의 실행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애교 수준이다. 프로그램이 미묘하게 삑사리가 나고 있어서 몇 시간을 끙끙대며 디버깅을 했는데 원인이 고작 이것 때문인 일이 비일비재하다.

개인적으로는 부모 클래스의 멤버가 초기화되지 않았는데 그걸 자식 클래스에서도 초기화하지 않은 것, 처음에는 0 초기화가 보장되는 static 영역에 있던 오브젝트를 별 생각 없이 스택/힙으로 옮긴 것, 심지어 한 멤버를 초기화할 때 아직 초기화되지 않은 다른 멤버를 참조해서 망한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간단한 int 지역변수가 초기화되지 않은 건 컴파일러 차원에서 잡아 주지만 위와 같은 사항들, 복잡한 구조체의 멤버가 일부 초기화되지 않는 것, 스택이 아닌 힙에서 할당하는 동적 메모리가 돌아가는 사정은 컴파일러도 일일이 다 챙겨 주지 못하기 때문에 더 복잡한 정적 분석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의문이 드는 건 초기화되지 않은 쓰레기값이란 건 어느 정도로 무질서하냐는 것이다. 무슨 수학적으로 균일한 난수 수준일 리는 없을 것이다.
그 쓰레기들의 값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정확하게 무엇일까? (스택이냐 힙이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해야 할 듯) 컴파일 시점에서 결정되어서 한번 빌드된 프로그램은 동일한 동작 조건에서는 불변인 걸까? 혹은 운영체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까?

마치 중간값 피벗 기반의 퀵 정렬이 최고 시간 복잡도가 나오게 공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처럼 저것도 뭔가 컴퓨터공학적인 고찰이 필요한 의문인 것 같다.

5. 메모리 주소의 align 문제

"어..? 구조체의 크기가 왜 각 구조체 멤버들의 크기의 합보다 더 크지? 컴파일러의 버그인가?"
본인이 이렇게 크게 놀랐던 게 벌써 20여 년 전, 고딩 시절에 도스용 DJGPP를 갖고 놀던 때였다.
그때는 지금 같은 구글 검색도 없고 네이버 지식인도 없고.. 이런 시시콜콜한 이슈를 다루는 C언어 서적도 없었으니, 궁금하면 물어 볼 만한 곳이 PC 통신 프로그래밍 관련 동호회 게시판밖에 없었다.

메모리 취급에 매우 관대한 x86 물에서만 놀던 사람이라면 word align이라는 개념이 더욱 생소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경계에 맞지 않은 단위로 메모리 접근을 시도할 경우, CPU가 귀찮아서 예외까지 날린다면??
본인은 포팅이라는 걸 할 때 word align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들어서 알았지만 그 문제를 회사에서야 실제로 겪었다.

이제 네이티브 코드는 반드시 ARM64 기반으로 빌드해야 하니 해당 부분을 64비트로 다시 빌드했다. 그런데 동일한 엔진을 얹은 안드로이드 앱이 어떤 기기에서는 잘 돌아갔는데 다른 기기에서는 뻗었다.
죽은 지점이 어딘지는 stack dump를 통해 알아낼 수 있었지만 거기는 null pointer, buffer overflow 등 그 어떤 통상적인 메모리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없는 곳이었다.

알고 보니 거기는 파일 형태로 기록하는 조밀한 버퍼에다 wcsncpy( reinterpret_cast<wchar_t*>(buf+1), str, len) 이런 짓을 하고 있었으며, 타겟 포인터가 한눈에 보기에도 wchar_t의 크기 대비 word align이 되어 있지 않았다(buf 는 char* ㄲㄲㄲ).
그래서 wcsncpy를 memcpy로 교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wchar_t는 long과 더불어 포팅을 어렵게 하는 주범이며, reinterpret_cast는 align과 관련된 잠재적 위험성을 발견하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복잡한 포인터 메모리 조작 코드에서 잠재적인 align 문제를 잡아내는 건 사람의 디버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텐데, 정적 분석으로 가능한지 궁금하다. 그리고 반대로 레거시 코드를 돌리기 위해 컴파일러가 성능이 떨어지는 걸 감수하고라도 최소한 뻗지는 않게 align 보정 코드를 집어넣어 주는 옵션도 있을 텐데 그것도 궁금해진다.

6. 32비트 단위 문자열

C/C++에서 wchar_t 크기의 파편화로 인해 야기된 혼란과 원성이 워낙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에 C++11에서는 아예 크기를 직접 명시하고 고정시킨 char16_t와 char32_t라는 자료형이 built-in으로 추가되었다. int는 32비트 시대에 크기가 변했고 long은 64비트 시대에 플랫폼별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면, wchar_t는 유니코드와 함께 새로 등장하면서 저 지경이 된 셈이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것은 char32_t는 U""라고 문자열 리터럴을 나타내는 접두사까지 언어 차원에서 새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드디어 확장 평면 문자도 취급하기 더 수월해지겠다.
그런데 그러면 Visual C++이라면 ""는 1바이트, L""는 2바이트, U""는 4바이트라고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처음부터 wchar_t가 4바이트였던 맥에서는 L과 U가 모두 4바이트이다. char16_t에 대응하는 2바이트 문자열은 리터럴로 표현하는 방법이 없나 궁금하다. 오히려 Objective C에서 사용하는 NSString의 @""가 2바이트 문자열 리터럴이다.

char32_t가 언어 차원에서 이렇게 지원되기 시작했는데 str*, wcs*처럼 32비트 문자열 버전에 대응하는 strlen, strcpy, sprintf 등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C++이라면 char_traits 템플릿으로 땜빵할 수도 있겠지만 C에는 그런 게 없으니까..
그리고 템플릿이 없는 저쪽 동네 Java는 32비트 단위 문자열을 취급하는 string class 같은 것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문자 하나도 확장 평면까지 감안해서 얄짤없이 int로 표기하는 건 직관적이지 못하고 불편하니 말이다.

7. 레퍼런스 사이트

C/C++은 마소의 C#, 애플의 Swift, 썬-오라클의 Java처럼 한 기업이 주도해서 개발하는 언어가 아니다. 그래서 C++ 라이브러리 레퍼런스 같은 걸 검색해도 딱 떨어지는 개발사의 홈페이지가 곧장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 년 전부터 구글 검색에서 상위권으로 노출되고 있는 유명한 사이트는 아래의 딱 두 곳인 것 같다.

http://www.cplusplus.com
https://en.cppreference.com/w

얘들은 개인? 단체? 어디서 운영하는지 모르겠다. C++17, C++20 같은 최신 정보도 곧장 올라오는 걸 보니 유지보수도 활발히 되고 있고 만만하게 볼 퀄리티가 아니다.
마치 Doom 게임 관련 자료를 듬뿍 얻을 수 있는 위키 사이트가 doomwiki와 doom.fandom.com 요 두 계열로 나뉘듯이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11/13 08:33 2019/11/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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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 포인터의 필요성

C/C++에서 포인터로 참조하는 동적 메모리가 안전하게 관리되기 위해서는.. 가장 간단하게는 포인터의 생명 주기와 그 포인터가 가리키는 메모리 실체의 생명 주기가 동일하게 유지돼야 할 것이다. 어느 한쪽이 소멸되면 다른 쪽도 소멸돼야 한다. C++에서는 이 정도 절차는 포인터를 클래스로 감싸고 그 클래스의 생성자와 소멸자 함수를 구현함으로써 자동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어떤 메모리에 대한 포인터의 ownership이 더 깔끔하게 관리되고 통제돼야 한다. 멀쩡한 주소값이 딴 걸로 바뀌어서 원래 가리키던 메모리로 접근 불가능해지거나(leak..), 이미 해제된 메모리를 계속 가리키고 있다가 사고가 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런 일을 예방하려면 여러 포인터가 동일 메모리를 참조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고 막든가, 아니면 reference count 같은 걸 따로 둬서 그런 상황에 대비를 해야 한다. 실행시켰을 때 뻑이 날 만한 짓은 아예 컴파일이 되지 않고 거부되게 해야 한다.
이런 메모리 관리를 자동으로 해 주는 클래스가 표준 C++ 라이브러리에도 물론 구현돼 있으며,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존재한다.

  • 배열 지향: POD 또는 비교적 단순한 오브젝트들의 동적 배열로, 원소들의 순회, 추가· 삭제와 전체 버퍼 재할당 같은 동작에 최적화돼 있다. 원소 전체 개수와 메모리 할당량 정보가 별도로 들어 있으며, 문자열 클래스도 어찌 보면 배열의 특수한 형태라고 간주할 수 있다. [] 연산자가 오버로딩 돼 있다.
  • 오브젝트 지향: 단일 오브젝트 중심으로 메모리 할당 크기보다는 소유자(ownership) 관리에 더 최적화돼 있다. 그래서 구현 방식에 따라서는 원소 개수 대신 레퍼런스 카운트 정보가 있곤 한다. 담고 있는 타입 형태로 곧장 활용 가능하게 하기 위해, ->와 * 같은 연산자가 반드시 오버로딩 돼 있다.

C/C++은 배열과 포인터의 구분이 애매하니 helper class는 각 분야에 특화된 형태로 따로 구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열 버전이야 std::vector라는 유명한 클래스가 있고, 오브젝트를 담당하는 물건을 우리는 smart pointer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불러 왔다.

Windows 진영에서도 ATL 내지 WTL 라이브러리에는 일반 포인터뿐만 아니라 COM 인터페이스를 감싸서 소멸자에서 Release를 해 주고, 대입 연산자 및 복사 생성자에서 AddRef 따위 처리를 해 주는 간단한 클래스가 물론 있었다.
소멸자는 예외 처리가 섞여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함수의 실행이 종료되는 경로가 여럿 존재하게 됐을 때 goto문을 안 쓰고도 메모리 단속이 꼼꼼하게 되는 것을 언어와 컴파일러 차원에서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도 물건은 C++ 좀 다루는 프로그래머라면 아무라도 생각해 내고 구현할 수 있다.

2. 초창기에 도입됐던 auto_ptr과 그 한계

C++은 이런 스마트 포인터도 표준화하려 했으며, 그 결과로 auto_ptr이라는 클래스가 C++98 때부터 도입됐다. 선언된 헤더는 #include <memory>이다.
그러나 auto_ptr는 오늘날의 최신 C++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썩 좋지 못한 설계 형태로 인해 deprecate됐다. 이미 이걸 사용해서 작성돼 버린 레거시 코드를 실행하는 것 외의 용도로는 사용이 더 권장되거나 지원되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C++11부터는 용도를 세분화한 unique_ptr, shared_ptr, weak_ptr이라는 대체제가 등장했다. 이거 마치 C-style cast와 C++ *_cast 4종류 형변환의 관계처럼 보이지 않는가? =_=;;

auto_ptr은 한 메모리를 오직 한 포인터만이 참조하도록 하고 포인터가 사라질 때 소멸자도 호출해 주는 최소한의 기본 조치는 잘 해 줬었다. auto_ptr<T> ptr(new T(arg1, ...)) 같은 꼴로 선언해서 사용하면 됐다. 하지만...

(1) 단일 포인터와 배열의 구분이 없었다.
물론 스마트 포인터는 전문적인 배열 컨테이너 클래스와는 용도가 다르니, 원소의 삽입· 삭제나 원소 개수 관리, 메모리 재할당 처리까지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클래스의 소멸자에서 호출해 주는 clean-up을 별도의 템플릿 인자로 추상화하지는 않았고 그냥 delete ptr로 고정해 놓았기 때문에.. 당장 delete와 delete[]조차도 구분할 수 없어서 번거로웠다. 다시 말해 auto_ptr<T> ptr(new T[100]) 이런 식으로 써먹을 수는 없다.

(2) 포인터의 ownership을 관리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게 복사 생성자 내지 대입 연산자에서 우항 피연산자를 변조하는 꽤 기괴한 형태로 구현돼 있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auto_ptr<T> a(ptr), b에서 b=a 또는 b(a)라고 써 주면.. b는 a가 가리키는 값으로 바뀜과 동시에 a가 가리키는 값은 NULL로 바뀌었다. 즉, 포인터와 메모리의 일대일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소유권은 언제나 복사되는 게 아니라 이동되게 한 것이다.

그렇게 구현한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대입 연산에서 A=B라고 하면 A만 변경되어야지, B가 바뀌는 건 좀 납득이 어렵다.
복사 생성자라는 것도 형태가 T::T(const T&)이지, T::T(T&)는 아니다. 차라리 임시 객체만 받는 R-value 이동 전용 생성자라면 T::T(T&&)이어서 우항의 변조가 허용되지만, 복사 생성자는 그런 용도가 아니다.

(3) 위와 같은 특성이랄지 문제로 인해.. auto_ptr은 call-by-value 형태로 함수의 인자나 리턴값으로 그대로 전달했다간 큰일 났다.
메모리의 소유권이 호출된 함수의 인자로 완전히 옮겨져 버리고, 그 함수가 끝날 때 그 메모리는 auto_ptr의 소멸자에 의해 해제돼 버리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컴파일러 차원에서 잡아낼 수 없다. (뭐, 이미 free된 메모리를 이중으로 해제시키는 사고는 나지 않는다. 깔끔한 null pointer 접근 에러가 날 뿐.)

auto_ptr을 함수 인자로 전달하려면 그냥 call-by-reference로 하든가, 아니면 그 원래의 T* raw 포인터 형태로 전해야 했다.
아니, 함수 인자뿐만 아니라 값을 그대로 함수의 리턴값으로 전할 때, 혹은 vector 및 list 같은 컨테이너에다 집어넣을 때 등.. 임시 객체가 발생할 만한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게 제일 치명적이고 심각한 문제이다. 여러 함수를 드나들고 컨테이너에다 집어넣는 것도 raw pointer와 다를 바 없이 가볍게 되라고 smart pointer를 만들었는데 그러지 못한다면.. 이걸 만든 의미가 없다. 그러면 한 함수 안에서 달랑 소멸자 호출만 자동화해 주는 것 말고는 쓸모가 없다.
또한, 매번 call-by-reference로 전하는 건 엄밀히 말해 포인터의 포인터.. 즉, 포인터를 정수가 아니라 구조체 같은 덩치 큰 물건으로 취급하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이런 이유로 인해 auto_ptr은 좋은 취지로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이런 게 있었다는 것만 알고 최신 C++에서는 잊어버려야 할 물건이 됐다.
(1) C 라이브러리 함수라든가(gets...) (2) C++ 키워드뿐만 아니라(export) (3) C++ 라이브러리 클래스 중에서도 흑역사가 생긴 셈이다.

auto_ptr이 무슨 보안상의 결함이 있다거나 성능 오버헤드가 크다거나 한 건 아니다. 21세기 이전에는 C++에 R-value 참조자 같은 문법이 없었으니 복사 생성자에다가 move 기능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C++에 언어 차원에서 smart pointer의 불편을 해소해 주는 기능이 추가된 뒤에도 이미 만들어진 클래스의 문법이나 동작을 변경할 수는 없으니 새 클래스를 따로 만들게 된 것일 뿐이다.

3. unique_ptr

auto_ptr의 가장 직접적인 대체제는 unique_ptr이다.
얘는 최신 C++에서 새로 추가된 문법을 활용하여 단일 개체와 배열 개체를 구분할 수 있다. unique_ptr<T>와 unique_ptr<T []>로 말이다. 신기하다..;;
그리고 템플릿 가변 인자 문법을 이용하여 new를 생략하고 std::make_unique<T>(arg1, arg2..) 이렇게 객체를 생성할 수도 있다. 얘는 C++14에서야 도입된 더 새로운 물건이다.

unique_ptr은.. 말 많고 탈 많던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가 막혀 있다. 함수에 날것 형태로 전달하거나 컨테이너에 집어넣는 등의 시도를 하면.. 그냥 컴파일 에러가 나게 된다. 그래서 안전하다.
이전의 auto_ptr이 하던 것처럼 소유권을 옮기는 것은 R-value 이동 생성자라든가 std::move 같은 다른 방법으로 하면 된다.

어떤 클래스에 대해서 복사 생성자와 대입 연산자가 구현돼 있지 않으면 컴파일러가 디폴트, trivial 구현을 자동 생성하는 편이다. 각 멤버들에 대한 memcpy 신공 내지 대입 연산자 호출처럼 해야 할 일이 비교적 직관적으로 뻔히 유추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스에 따라서는 그런 오지랖이나 유도리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를 금지해야 할 때가 있다. 인스턴스가 단 하나만 존재해야 하는 singleton 클래스, 또는 저렇게 반드시 1핸들, 1리소스 원칙을 유지해야 하는 클래스를 구현할 때 말이다.

그걸 금지하는 가장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테크닉은 해당 함수를 private으로 선언해 버리는 것이 있다. (정의는 당연히 하지 말고)
하지만 이것도 friend 함수에서는 안 통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신 C++에서는 액세스 등급과 별개로 상속 받았거나 디폴트 구현된 멤버 함수의 사용을 그냥 무조건적으로 금지해 버리는.. = delete라는 문법이 추가되었다. 순수 가상 함수를 나타내는 = 0처럼 말이다! unique_ptr은 이 문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 unique_ptr은 컨테이너에 집어넣는 게 전혀 불가능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

vector<unique_ptr<T> > lc;
lc.push_back( unique_ptr<T>(new T) );

처럼 push_back이나 insert에다가 T에 속하는 변수를 줄 게 아니라 저렇게 애초부터 R-value 임시 객체를 주면 된다.
그러면 임시 객체의 ownership이 컨테이너 안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지고, 컨테이너 안의 unique_ptr만이 유일하게 T를 가리키고 있게 된다.

얘는 auto_ptr보다 상황이 훨씬 더 나아졌고 이제 좀 쓸 만한 smart pointer가 된 것 같다.
사실, 작명 센스조차도.. auto는 도대체 뭘 자동으로 처리해 준다는 건지 좀 막연한 구석이 있었다. 그게 unique/shared로 바뀐 것은 마치 '인공지능'이라는 막연한 용어가 AI 암흑기를 거친 후에 분야별로 더 구체적인 기계학습/패턴인식 같은 말로 바뀐 것과 비슷하게 들리기도 한다. ㅎㅎ

4. shared_ptr와 weak_ptr

그럼 다음으로, shared_ptr을 살펴보자.
얘는 마치 COM의 IUnknown 인터페이스처럼 reference counting을 통해 다수의 포인터가 한 메모리를 참조하는 것에 대한 대비가 돼 있다. 그래서 unique_ptr과 달리, 대입이나 복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1) 날포인터는 그냥 대책 없이 허용하기 때문에 ownership 문제가 발생하고.. 아까 (2) auto_ptr은 무조건 ownership을 옮겨 버리고, (3) unique_ptr은 깔끔하게 금지하는데 (4) 얘는 참조 횟수를 관리하면서 허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소멸자는 가리키는 놈의 reference count를 1 감소시켜서 그게 0이 됐을 때만 실제로 메모리를 해제한다.

그래서 shared_ptr은 크기 오버헤드가 좀 있다.
unique_ptr은 일반 포인터 하나와 동일한 크기이고 기술적으로 machine word 하나와 다를 바 없는 반면, shared_ptr은 reference count 데이터를 가리키는 포인터를 추가로 갖고 있다. 일반 포인터 두 개 크기를 차지한다.

이는 static_cast보다 dynamic_cast가 오버헤드가 더 큰 것과 비슷한 모습 같다. 그리고 멤버 포인터가 다중 상속 하에서의 this 오프셋 보정 때문에 추가 정보를 갖고 있다면, 얘는 ownership 관리 때문에 추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이 비교된다.

끝으로, weak_ptr이라고, shared_ptr와 같이 쓰이는 포인터도 있다. 얘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reference count를 건드리지 않는다. 순환 참조 문제를 예방하려면 A에서 B를 참조한 뒤에 B에서 또 A를 참조할 때는 레퍼런스 카운트를 건드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순환 참조는 단순히 A→B→A뿐만 아니라 A→B→C→A 같은 더 복잡한 형태로도 발생하며, 일단 발생한 것을 감지하기란 몹시 난감하다. 그러니 weak_ptr이라는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 reference count를 건드리지 않고 shared_ptr에 접근하려면 그냥 raw 날포인터를 얻어서 간단히 써도 될 텐데 굳이 weak_ptr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는? 비록 ref count를 건드리지 않더라도 날포인터보다는 더 안전한 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weak_ptr은 다른 shared_ptr을 가리킬 수 있다.
shared_ptr은 자신과 동일한 shared_ptr로부터 참조받은 횟수와, weak_ptr로부터 참조받은 횟수를 따로 관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shared_ptr은 이렇게 2개의 숫자로 이뤄진 레퍼런스 데이터도 따로 동적 생성해서 포인터로 가리키면서 동작한다.

weak_ptr이 가리키는 객체에 실제로 접근하려면 weak_ptr::lock()을 호출해서 weak로부터 shared_ptr을 잠시 생성해야 한다. 이 동안은 shared_ptr의 실제 레퍼런스 카운트가 증가하기 때문에 한쪽의 스마트포인터가 소멸되더라도 dangling pointer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게 weak_ptr이 날포인터와의 차이점이다.

하지만 이 lock이 언제나 성공하지는 않을 수 있다. lock이 걸리지 않았을 때 weak가 shared를 가리키고 있는 건 shared의 실제 참조 횟수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동안은 shared가 가리키는 객체는 순환 참조 없이 소멸이 가능하다.

그럼 weak_ptr 따위 안 쓰고, 그냥 shared_ptr를 놔두고 평소엔 null을 저장했다가 lock을 걸 상황에만 원래 포인터 값을 참조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weak_*는 그것보다 더 안전하다. 자신이 가리키는 객체가 소멸되었는지의 여부를 expired() 함수로 간편하게 알 수 있다. 레퍼런스 카운트를 이중으로 관리하고 메모리도 이중으로 관리하는 성능 오버헤드를 괜히 감수한 게 아니다.

weak_ptr은 shared_*와 마찬가지로 크기가 포인터 2개이다. 단, 사용법이 unique_*나 shared_*와는 좀 다르다.
저 둘은 ->나 * 연산자를 이용해서 자신이 가리키는 객체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반면, weak_*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실제 객체를 생성하는 make_unique와 make_shared 함수는 있는 반면, make_weak는 없다. weak_*는 그 정의상 기존 shared_*로부터 유도되어 생성되는 걸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상이다. 그냥 생성자와 소멸자를 적절히 구현해 주고 ->와 *만 오버로딩 해 주면 끝일 것 같은 smart pointer도 깊게 들어가면 내막이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ust 언어는 garbage collector 기반이 아니면서 더 독특한 방식으로 메모리 소유권을 관리한다던데 그 내막이 어떠했던지가 다시 궁금해진다.

5. 여담

(1) = delete는 다시 봐도 참신하기 그지없다. delete라는 키워드가 연산자 말고 이런 용도로도 활용되는 날이 오더니!
배열 첨자 연산자이던 []와 구조체 참조 연산자이던 ->가 람다 선언에서 의미가 완전히 확장된 것만큼이나 참신하다.
하긴, 옛날에 템플릿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저 비교 연산자일 뿐이었던 <와 >가 완전히 새로운 여닫는 형태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정말 충격적인 변화였을 것이다.

(2) 글쎄, 멤버 함수의 접근을 금지하는 방법이 저렇게 도입됐는데, 어떤 클래스에 대해서 Java의 final이나 C#의 sealed처럼 상속이 더 되지 않게 하는 옵션은 C++에 도입되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C++은 타 언어에 없는 protected, private 상속이 존재하지만 상속 자체를 금지하는 옵션은 없어서 말이다.

특히 내부 구조가 아주 간단하고 가상 함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 특히 소멸자가 가상 함수 형태로 별도로 선언되지 않은 클래스는 상속을 해도 어차피 polymorphism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그냥 단순 기능 확장에만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Java는 모든 함수가 기본적으로 가상 함수일 정도로 유연한데도 이와 별개로 상속을 금지하는 옵션이 있는데.. 그보다 더 경직된 언어인 C++은 의외로 그런 기능이 없다.

(3) C/C++의 사고방식에 익숙한 프로그래머라면 포인터란 곧 메모리 주소이고, 본질적으로 machine word와 동일한 크기의 부호 없는 정수 하나일 뿐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객체지향이라든가 함수형 등 프로그래밍 언어 이론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구현하려면 숫자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기엔 부족한 포인터가 얼마든지 등장하게 된다.

앞서 다뤘던 shared_ptr이라든가 다중 상속을 지원하는 멤버 함수 포인터..
그리고 자기를 감싸는 문맥 정보가 담긴 클래스 객체 포인터라든가 람다 함수 포인터 말이다.
C++은 전자를 기본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클래스들이 Java 용어로 치면 개념적으로 static class인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후자를 기본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람다는 캡처가 없는 놈만 기존 함수 포인터에다 담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구현되고 구현하는 시공간 비용이 어찌 되는지를 프로그래머라면 한 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4) C++에서 class T; struct V; 처럼 이름만 전방 선언된 incomplete type에 대해서는 제일 단순한 직통 포인터, 그리고 무리수가 좀 들어간 멤버 포인터 정도만 선언할 수 있다. T나 V의 실체를 모르니 이런 타입의 개체를 생성하거나, 포인터를 실제로 참조해서 뭔가를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런 불완전한 타입을 가리키는 포인터를 상대로 delete는 가능할까? 난 이런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sizeof(T)의 값을 모르더라도 포인터가 가리키는 heap 메모리 블록을 free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애초에 malloc/void가 취급하는 것도 아무런 타입 정보가 없는 void*이니 말이다.
그러니 operator delete(ptr)은 할 수 있지만, 해당 타입에 대한 소멸자 함수는 호출되지 못한다.

컴파일러는 이런 코드에 대해서 경고를 띄우는 편이다. Visual C++의 경우 C4510이며, delete뿐만 아니라 delete[]에 대해서도 동일한 정책이 적용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9/10/09 08:35 2019/10/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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